전곡항에 스타렉스 마을버스가 다시 운행한다는 깜짝 소식을 접했던 저는 안산역에 오후 12시 30분에 도착한 태화상운 123번을 타고 대부도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전곡항에 스타렉스 마을버스는 사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침에 딱 1번만, 그것도 민원 때문에 억지로 가주는 수준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행횟수가 늘어난 것은 다소 뜻밖이었던 겁니다.
일단 인터넷에서 알아낸 시간표를 보니 노선은 제부도입구~전곡항~서신, 전곡항~남양(대광1차아파트) 2개가 있었는데, 저는 전곡항에서 남양으로 가는 것만 타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양 가는 것이 전곡항에서 오후 1시 55분에 있다고 되어 있어서 전곡항에는 오후 1시 55분까지 가면 되었는데, 안산역에서 탄도 종점까지는 경험상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버스가 빠르게 가는 바람에 환승을 못 찍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였네요.
제게는 익숙하기만 한 시화방조제(오이도 수산시장은 오늘도 저 멀리서 구경을 ㅋㅋ)를 지나고, 탄도에 도착하니 오후 1시 23분입니다. 버스가 너무 빨리 가버리는 바람에, 노리고 있었던 전곡항에서의 환승은 날아가게 생겼네요. 그렇다고 다음 차를 타자니 시간이 촉박해져 버리고 ㅜㅜ
그래도 이미 엎지른 물이니 천천히 전곡항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바로 저만치에 1004-1번이 서 있었습니다. 원래는 여기 서 있을 일이 없는 차이기에 다소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디서 기다렸다가 출발하든 전곡항 출발시간만 맞추면 문제없으니 기사아저씨 마음인가보다 했습니다. 1004-1번은 기사아저씨가 종종 바뀌는 노선이라서 말이죠.
시간도 꽤 남아 있어서, 주변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전곡항 버스정류장을 향해 슬슬 걸어갑니다. 전곡항 버스정류장에는 1002번 개통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1002번은 화성시 서부에서 서울로 가는 최초의 버스노선이기도 하지만 전곡항 사람들에게도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오후 1시 55분.
그런데 버스가 오질 않으니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합니다. 서신~전곡항도 왔다갔다 해야하니 늦을 수 있는 게 맞았지만, 노선이 노선이었고 그동안의 전과(?)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전곡항에 버스가 오기는 왔는데 오라는 차는 안 오고 1002번이 왔던 데다, 이놈의 1002번이 시동을 켜둔 채 출발대기를 했던 탓에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다행히 오후 2시가 되자 마을버스 도색을 한 스타렉스 한 대가 와서 얼른 승차합니다. 123번에서 내린 지 이미 30분이 지난 탓에 환승은 찍히지 않았지만, 1002번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쪄죽을 뻔하던 제게 희망의 동앗줄이 되어주었죠. 에어컨이 있어서 살만했습니다. ㅋㅋ
그런데 의외로 이 노선, 서신이든 전곡삼거리든 전부 들르지를 않습니다. 신도로를 통해 바로 사강으로 지르더군요;;;
덕분에 생각외의 길을 버스로 지나가보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사강부터는 다른 시내버스들과 마찬가지 길을 달려 남양으로 진입하였는데, 어느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아무도 안 탑니다 -ㅅ-;; 마을버스 도색만 되어있을 뿐, 행선지 안내는 아무것도 없으니 그럴 만하다 싶었죠. 스타렉스가 노선버스에 다닌다는 것도 이런 곳에선 생각하기가 힘들기도 했구요. 어쩌면 정류장 안에 있던 사람들 입장에선, 저 사람은 뭐길래 저 스타렉스 안에 있는가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ㅅ- ㅋ
그런데 버스가 신호에 자꾸 걸리는 바람에 시간이 벌써 오후 2시 20분이 다 되어갑니다. 다음에 탈 차가 병점으로 가는 50번이었는데, 남양사거리 출발은 오후 2시 30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시간을 안 지킬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슬슬 걱정이 되고 있었죠. 대광아파트에서 오후 2시 20분에 출발할 것은 뻔할 뻔자였고, 남양사거리에는 5~8분 사이로 도착한다고 보면 틀림없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기사아저씨께 남양사거리에 내린다고 했더니, 남양성지를 지나 대광아파트 쪽으로 우회전하는 모퉁이에서 딱 내려주시더군요. 이 덕분에 50번 서는 곳까지는 길 한 번만 건너면 되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ㅎㅎ
급할 때면 왜 이렇게 안 바뀌는지 모르겠는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이 드디어 녹색불로 바뀌자마자, 저는 서둘러 50번 서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랬더니 1분 뒤, 제가 탈 50번이 도착하네요.
안도의 한숨을 쉬고 환승을 찍으며 승차하니 오후 2시 25분. 저를 비롯한 손님 몇 명이 탄 이후 바로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남양사거리 출발시간인 오후 2시 30분을 지키더군요. 조발하는 건 정말 골때리는 일인데 정말 천만다행인 일입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자 출발하는 버스.
동수원 남양병원을 지나면 다들 좌회전을 하는 사거리에서 "남들이 Yes할때 나는 No 한다" 는 정신으로 직진을 해주니 제가 못 가봤던 길이 나옵니다. 왕복 4차선의 제법 넓직한 길이었는데 여기에도 산업단지가 있었고 언덕을 하나 넘으니 하저리로 들어가는 입구 및 청요사거리가 나오더군요. 2018년 9월 현재는 하저리 입구(자안리)를 제외하면 남양여객 400-4번 등으로 지나가볼 수 있지만 그 전에는 50번만이 여기를 가는 차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지도 못한 걸 얻어간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50번은 봉담에서 8155번을 타고 조암쪽으로 넘어가기 위해 탄 것에 불과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여르니님과 걸어갔던 기억이 있는 상기리도 지나고 봉담읍사무소에 내리니 오후 3시가 되었으며, 길을 건너자 금방 8155번을 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8155번을 타는 이유는, 조암에서 딱 하나 못 타본 노선이자 악연의 노선인 장안공단,멱우리 노선을 이번 기회에 해결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8155번이 마침 장안공단입구를 딱 경유하는데다 시간도 최적이었죠. 지가 아무리 거기에 늦게 도착해봤자 30분이면 가질테니 ㅎㅎ
향남지구가 생겼던 탓에 거기도 둘러 가느라 시간이 잡아먹히긴 했지만, 그래도 사당 직행이 직행좌석 8155번으로 바뀐 덕택에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점은 정말 좋았습니다. 봉담읍사무소에서 버스를 탄 지 30분만에 장안공단입구에 내릴 수 있었고, 장안공단 버스는 조암에서 오후 3시 55분이 되어야 출발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도 잘 맞아들어가고 있었죠. 오늘에서야 드디어 악연의 노선을 해결하고, 조암도 졸업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ㅋㅋ
제가 점찍기도 했었고, 그분과도 사전에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는 그 정류장에서 경치 구경도 해가며 시간 때우다 버스를 탔습니다. 환승시간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걸치게 된지라 안전빵으로 현금을 내고 타니 그야말로 별 탈 없이 이 노선을 즐길 수가 있게 되었죠. 이걸 공단입구에서 곧이곧대로 타려 드는 게 바보인 겁니다. ㅋㅋ
제가 타자마자 버스는 우회전을 하는데, 이제 장안공단을 어떻게 도는가 지켜보고 있으니 진짜 그분의 말씀대로 33-1번 장안공단 경유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네요. 33-1번이 장안공단에서 다시 원래 가던 길로 빠져나가면서 지나가는 길이 있기는 했지만, 이 노선을 타고서도 눈으로 전부 다 볼 수 있을 정도이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파카 3M를 지난 다음 우회전을 하더군요. 여전히 길은 쭉 왕복2차로로 잘 닦여 있습니다만 그것도 금의1리 마을회관까지였죠. 금의1리 마을회관을 지나니 바로 길이 1차로로 줄어버렸던 겁니다.;;;
조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노선 역시 길이 쩝니다. 이런 노선이 악연이었다니 저도 참 운이 없었다 싶지만, 아무튼 정말 조암은 안 쩌는 노선 찾기가 어려운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곳 경진여객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는 어디 안 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상당히 완화가 된 모습이기도 했구요.
그렇게 조암의 대미를 장식하고, 조암터미널에는 오후 4시 22분에 도착합니다.
터미널에 와보니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하는 이화1리 경유 이화리 행 노선이 마침 시간이 딱 맞더군요. 조암을 떠날 때면 거의 대부분 발안으로 가게 되고, 정말 시간 잘 맞아봤자 남양이 고작이라서 다른 곳으로도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때마침 잘 되었다 싶습니다. 저걸 타고 이화리종점까지 갔다가 안중 행 버스로 환승해서 안중 가면 되니까요. ㅎㅎ
이런 기회를 놓칠 제가 아니었기에, 화장실을 들렀다가 시간 맞춰 이화1리 경유 이화리 행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로얄미디가 다니던 이 노선도 이젠 카운티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더 지나면 조암터미널발 오지노선들은 고온이나 호곡리, 이화리, 장안주택, 발안은 그린시티, 그 이외에는 전부 카운티로 바뀌어 다닐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조암의 쩌는 길들을 로얄미디, 혹은 뉴슈퍼로 지나가보는 것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좀 씁쓸합니다.
오후 4시 40분이 되자 이화리 행 버스는 조암을 떠납니다.
병역특례를 마치던 그 마지막 날 근무도 생각보다 별 거 없었듯, 조암이 끝나는 날도 이전에 와봤던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버스 행선판, 차종 변동을 제외하면 딱히 없었네요. 성취감이 들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학교 졸업식 때와는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런 느낌이 느껴집니다. 여기를 또 올 일이 생길지;;;
이화1리 1차로는 여전히 쩔긴 했지만, 카운티로 들어가보니 버스가 꽉 끼지도 않고 널널하지도 않은 그런 길이더군요.
몸 크기에 딱 맞는 옷을 새로 입게 되어 정말 평범해져버린 그런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이 느껴졌죠.
이화리종점에 내리니 오후 4시 55분이었고, 정말 잠깐이지만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화리종점에 와 본 것은 세 번째입니다만, 여태까지는 여길 약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오거나 해서 이제서야 좀 뭐가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네요. 여기 역시 바다가 가까운 곳이다보니 횟집들이 있기는 했는데, 그 수가 많지는 않고 아는 사람만 오겠다 싶은 느낌입니다. 아무튼 안중 행 버스가 금방 오기 때문에 오래 구경하지는 못하고 버스 탈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화리에서 안중까지도 역시 타봤던 구간이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길을 따라 안중까지 갑니다. 그런데 이 조암~안중 시내버스의 안중읍내 구간이 좀 바뀌었더군요. 예전에는 큰길로 바로 안중구터미널로 들어가더만 이번에는 처음 보는 골목길을 헤집으며 안중시장을 경유하는 겁니다. 2018년 9월 현재 와서 생각해보면 회차방향이 반대로 바뀌었나보다 싶었지만 뭔가 좀 이상하더군요. 결국 안중시장에서 약간 헤매야 했죠.
그래도 다행히 길을 찾아 익숙한 곳으로 나와보니 동환아파트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여기에서 80번을 타고 평택역에 가서 무궁화호를 타고 수원에 가는 것으로 귀갓길에 오릅니다. 발안으로 가자니 경진여객 직행버스 배차간격이 이전보다 약간 더 길어진 데다, 시간마저 그닥 맞질 않다보니 이번에는 평택으로 한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38번 국도가 밀리지 않아서인지 평택역까지는 55분이 걸려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전곡항 스타렉스도 타보게 되고, 조암도 졸업을 하게 되고 배부른 시승이 아닐 수 없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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