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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5월 8일 - 탈 많고 힘들었던 임진각 기행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3. 5.

수업이 끝난 저는 서둘러 4호선 전철에 몸을 싣습니다. 서울역에서 임진강행 경의선 통근열차를 타려면 서둘러야 했던 겁니다. 오전 11시 50분 출발이었는데, 과연 서울역까지 그 시간까지 갈 수는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실패할 경우, 다른 데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대표 기차역인 서울역에서 한 시간이나 갇혀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죠. 솔직히 열차 놓치면 9710번을 타고 문산 가도 되지만, 열차는 역에 정차하는 것만 빼면 옆에 도로가 막히든 말든 도중에 서버리는 일이 없으니 버스보다는 철도를 이용하는 게 원칙이 되어버렸습니다. 경춘국도나 동두천~의정부 간 3번국도, 양평 46번 국도 등 차 많이 막히는 라인은 더더욱 말이죠.


예상대로 서울역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렸지만, 오전 11시 43분쯤 도착하였기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기차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서둘러 표를 끊으려 하는데, 앞에 두 분이 무지하게 꾸물대더군요. -ㅅ-;;; 급할 때면 꼭 방해물들이 나타나 훼방을 놓다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패턴은 아마도 이 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그 덕에 표를 끊고 열차 안으로 들어오니 오전 11시 49분이었고, 11시 50분이 되자 열차가 바로 출발합니다. 진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무사히 넘어가네요. 휴 ㅋㅋ


▲ 서울역~임진강 승차권. 경의선도 이렇게 열차표가 있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할 듯 -ㅅ-;;

 

▲ 굳게 닫힌 채 주행중이던 통근열차.

 

▲ 많은 사람들을 싣고 가던 통근열차.

 


간발의 차이로 열차도 탔겠다, 이제는 임진각도 여유있게 구경하고 1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100-94번(임진각 경유) 마을버스와도 아다리가 맞아 간단하게 문산으로 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일산역에 정차했던 열차가 5분이 지났는데도 출발하질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어디가 고장났는지 직원과 기관사가 이야기도 하질 않나, 아무튼 뭔가 문제가 있긴 있는 듯했죠. 그런데 막상 또 5분 지나니 문 닫고 출발을 하더군요. 엥????

 

 

▲ 열차가 갑자기 10분씩이나 서버린 어이없는 일이 있었던 일산역.

 

 

당장 운행 불가능한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고 교행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10분씩이나 서버리는 건지 진짜 이상할 따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산역에서의 그 어이없는 10분 덕에 임진각을 볼 수 있는 여유시간이 상당히 줄어들고 말았죠. 임진각행 버스가 문산터미널에서 매 시간 20분마다 출발하여 20분 만에 임진각을 온다고 하니 임진각에서는 매 시간 40분마다 버스가 오는 셈인데, 겨우 20분 만에 임진각 안을 보고 나오게 생겼습니다. -ㅅ-;;;;

 

게다가 임진강역과 임진각은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깝긴 했지만, 임진강역에서 임진각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도 그 20분 안에 포함된 거라는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었죠. 어쨌든 오후 1시 20분에 종점인 임진강역에 도착한 저는 도라산역 출입신고소를 지나쳐 임진각을 향해 냅다 뛰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없었지만 자유의 다리도 찍고 임진각도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ㅅ-;;;


▲ 종점인 임진강역에 도착한 열차.

 

▲ 경의선에서는 일반인이 올 수 있는 마지막 역이기 때문인지, 다음 역 이름이 아니라 km 수가 적혀있더군요.

 

▲ 경의선의 실질적인 종착역인 임진강역. 임진각과 가깝습니다.



그렇게 15분 정도 이것저것 보고 사진도 찍다가 임진각 버스정류장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정류장이 보이는 지점에 오니 버스가 달려오길래 두 손 다 흔들며 뛰어갔지만 버스는 임진각 정류장에 사람이 없자 제가 오는 걸 못 봤는지 그냥 흉~~ 가버립니다. -ㅅ-;; 기다리기는 꽤 기다려야 되는데 정작 지나가는 건 순식간이니 어찌보면 허탈하더군요. 버스가 가는 걸 보니 임진강역에서 손님을 태우고 떠나는데, 물론 그 사이에 임진강역까지 뛰어가서 그 버스를 다시 잡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임진각에 한 시간 갇히게 생겨서 허탈했지만 사실 임진각 주변은 임진각과 임진강역 빼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에, 저는 이만하면 버스 많이 다니는 거지 생각하고는 점심 해결 겸 임진각을 다시 돌아보기로 합니다. 물론 금강산이 식후경이었으니 햄버거로 점심을 먼저 해결하고 임진각을 둘러보는데, 여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온 이후 처음으로 오는 것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ㅎㅎ

 

 

▲ (2장 모두)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가보는 임진각.

 

▲ 망향의 노래비.

 

▲ 처음 임진각을 가봤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던 자유의 다리.

 

▲ 자유의 다리 설명.

 

▲ 자유의 다리를 좀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장소도 있습니다.

 

 

임진각을 구경하며 통일촌 관광버스가 서는 곳도 한번 가 본 뒤, 버스 시간이 얼추 다 되어가서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런데 구경하면서 보니 군데군데 군 초소들이 있어 임진각까지만 민간인이 갈 수 있더군요;;; 

임진각에 그동안 공사가 있었는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가봤을 때와는 달라진 모습도 있었는데, 파주 출신 연예인 손자국도 있더군요. 아래는 가수 윤도현의 손자국인데 윤도현 말고도 축구선수 안정환 선수와 조재진 선수, 가수 문희준, 배슬기의 것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연예인들의 손자국도 많이 있었습니다. 송윤아도 있었던가...;;

 

 

▲ (5장 모두) 파주 출신 유명인들의 손자국.

 

▲ 임진각 평화의 종. 타종요금으로 만원을 받았음을 고려하면, 그냥 눈으로 보고 마는 게 낫다능료 -ㅅ-;;;

 


통일촌 관광버스의 모습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통일촌 안보관광도 할 수 있었는데, 안내판들을 모두 찍어오지 않았던 덕에 나중에 한번 가 볼까 생각했지만 가 보려면 귀찮게 임진각에 전화를 해 봐야 했고 그리고 세종대왕님도 몇 장 헌납을 해야 했기에 그냥 안보관광 코스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걸로 만족합니다.


▲ 통일촌 안보관광 버스.

 

▲ 제3땅굴 관광 코스 및 요금표.

 

▲ 철마는 달리고 싶다.

 


임진각 버스정류장 앞. 주변은 황량하기만 합니다. 자유로와 바로 만나는 곳인데 황량하기도 하거니와 장애물도 하나 없이 탁 트여 있어 겨울 되면 엄청 추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까전에 놓쳤던 문산행 버스 올 때에는 사람 하나도 없더니만, 이번에는 웬 할아버지들이 나와 계시더군요. 임진각 근처에 마을이 있었던가...??? 싶었지만, 아무튼 이분들도 버스 탈 것 같았습니다. -ㅅ-;;

 

▲ 임진각 버스정류장.

 

▲ 자유로에서 임진각으로 들어오는 도로.

 

▲ 여기를 오는 버스는 100-94번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모든 100-94번이 오는 게 아니라 앞에 "임진각경유"라는 판대기가 있는 버스만 오는데, 이게 한 시간에 한 번입니다.



정류장에서 별 할일 없이 버스 기다리다 보니 오후 2시 45분이 되자 문산으로 나가는 버스가 옵니다. 이번에는 정류장에 사람이 있다보니 아까처럼 그냥 슝~~ 지나가지 않더군요.


▲ 한 시간에 한 번 있는 100-94번(임진각 경유).



드디어 임진각을 나와 문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버스가 문산으로 가는 도중 패키지마을도 들어갔다 나오고 마정리 안쪽도 들어가는 등, 임진강역을 지난 이후 갑자기 1차로 시골길을 들쑤시더군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지도에도 안 나올법한 쩌는 길들을 가는데, 기사아저씨께서는 요리저리 핸들을 돌리며 속력을 내십니다. 기사아저씨 바로 근처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도 감탄을 하실 정도였는데, 임진각 버스는 나중에 또 다시 타봐야겠다능 ㅋㅋ

문산에 도착해서는 그렇게 할 게 없었습니다. 자장리도 한참 뒤에나 올 테고 93번은 어차피 민간인은 타지도 못하고... 그러고 보니 93번 시간표가 문산터미널에 있긴 할 것 같은데, 문산에 온 건 이번이 3번째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물을 사려고 문산터미널 구석 슈퍼에 가니 벽에 시간표가 붙어 있더군요. 덤으로 11-1번까지 말이죠. ㅋㅋ 기왕이면 11번 지선 시간표와 111번 시간표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없네요...냐잉;;

 

 

▲ (2장 모두) 이 당시의 93번, 그리고 11-1번 시간표.



법원으로 갈까 금촌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마침 92번이 오길래, 92번 완승을 해볼 겸 해서 못 타봤던 구간인 문산~금촌을 마저 타보기 위해 금촌으로 갑니다. 안내방송에 딸려 나오는 이놈의 전곡항 요트축제 광고는 정말... 버스 타면서 그렇게 많은 광고를 들어본 것도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4월달에 92번 자장리 지선 탈 때만 해도 안 그러더만 이젠 두 정류장 걸러 꼭 이 광고가 귓전을 때리는데, 무슨 서울지하철 2호선도 아니고 정말 신물이 날 정도였죠. -ㅅ-;;;

 

금촌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데, 괜히 92번이 경기도의 다른 도시로 안 넘어가고 하나의 시 안에서만 운행하는 버스들 중 제일 긴 게 아니었습니다. 금촌에서 적성까지 완승 시 한 시간은 너끈히 넘어가니 말이죠. 시흥교통 26번의 노선길이는 92번보다 6km정도 짧지만 시흥시도 꽤 크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중장거리 노선이었는데, 역시 92번한테는 안 되었습니다. -ㅅ- ㅋ

금촌에서는 금촌을 경유하는 버스들도 찍어보며 시간을 보내다(신성교통 340번은 이번에도 반대 차선에서 나타나는 바람에 찍어보지 못합니다. 이게 벌써 3번째네요 -ㅅ-;;), 760번을 타고 영등포로 갑니다. 하지만 760번도 정말 장난 아니게 길었는데 가는 도중에 정류장들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은 꼭 있었고, 통일로는 막히지 연신내도 막히고 응암동 돌지, 합정역 근처도 막히고;;;;  결국 당산역에서 하차한 뒤 전철을 이용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금촌에서 영등포역까지 가던 장거리 노선인 760번. 시대의 변화에 맞물려 사라질 수밖에는 없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760번이 서울시내버스여서 기본요금제였기 때문에 금촌에서 탔어도 당산역에 내릴 때 0원이었지만, 전철에서 내릴 때 요금이 정말 와장창 나오는 걸 보니 수도권 통합요금제의 요금 계산 방식을 알 수 있게 된 하루였기도 했습니다.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