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나오는 대원운수 34번은 하남시청~마석에서 하남~덕소 구간이 단축되어 덕소~마석으로 바뀜과 동시에 번호도 30-15번으로 바뀌었으나, 이 당시에는 34번이었으므로 34번으로 씁니다.
오늘의 수업은 비록 하나뿐이었지만 어쨌든 본인은 학교로 갑니다. 여행을 가 보는 기회도 놓칠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학생의 의무도 다해야 함이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번에는 주머니를 찾아보니 지갑과 핸드폰이 없더군요. ㅜㅜ
정말 천신만고 끝에 학교에서 지인에게 겨우 돈을 빌려 집으로 가보니, 예상대로 집에 지갑과 핸드폰을 놓고 나왔더군요. -ㅅ-;;; 어쨌든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든 저는 얼른 길을 나섭니다. 34번은 하남시청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므로 서둘러야 했는데 그러려면 동서울터미널까지 늦어도 오후 12시 10분까지는 가야 했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였죠. 하지만 2호선 열차 진짜 느립니다. 뭔 놈의 역이 그렇게 많던지 -ㅅ-;;;
결국 오후 12시 10분 전까지 동서울터미널로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는 20분 늦은 오후 12시 30분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가지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서둘러 112번을 타고 하남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놈의 112번은 누가 KD운송그룹 노선 아니랄까 봐 시속 60km 속도제한은 찰떡같이 지키더군요. 게다가 뭔 놈의 신호가 그리 많던지, 천호역, 강동역, 상일동.... 서울을 빠져나오는 데만 20분이나 걸렸습니다. 그래도 10분 내로 하남시청에 내리기만 하면 되긴 했지만, 가는 곳곳마다 신호등이 빨간색이라서 답도 없더군요. -ㅅ-;;;
결국 하남시청에는 오후 1시 10분이 넘어서야 도착하게 됩니다. 34번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미 마석을 향해 떠나간 뒤인지라 정말 미치겠더군요. 다른 것도 아니고 지갑과 핸드폰 때문에 계획한 코스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 ㅜㅜ
어쨌든 34번은 놓친지라 마석으로 가려면 덕소에 이어 금곡, 평내까지 경유하는 168번을 타야만 했습니다. 34번도 놓쳤겠다, 점심 때가 되어 배가 고파 하남시청 근처의 롯데리아에서 점심을 해결하게 되었죠. 그런데 여기는 런치타임이 없다는 게 다소 의외더군요. 남들 보기엔 하잘것 없는 우리 동네의 롯데리아에도 있는 런치타임이 여긴 없다니 말이죠. 런치타임의 혜택 그런 거 없이 기존 가격 그대로 돈을 내야 하니 기분이 참 그렇더군요. -ㅅ-;;;
게다가 168번은 하남시청에서 그냥 타면 되는 거였는데 타는 곳을 몰랐던지라 여기서도 헤매게 되었는데, 카드마저 잃어버릴 뻔했습니다. 그나마 168번 타려고 카드를 찾다가 없어진 걸 알았고 잃어버린 곳이 바로 생각나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또 멀쩡한 교통카드와 생이별을 할 뻔했습니다. 교통카드를 잃어버린 일이 4월 말에도 있었다보니 곤욕을 치렀었는데 이번에도 또 잃어버리면은 그야말로 미치는 거죠. 또 하나의 교통카드도 없는데(※) 생돈 날리는 거니까요. -ㅅ-;;;
※ 2023년 3월 현재는 도시에 편의점들이 널려있으니 교통카드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지만, 이 당시에는 편의점이 많지가 않아 교통카드 구입처 또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난리 부르스 중간에 168번이 가버리는 일까지 겪으니 참 미칠 노릇이지만, 어쨌거나 그 다음 168번을 타기는 탑니다. 금곡동과 평내를 경유한 후에야 마석으로 가는 노선이라 34번에 비해 훨씬 돌아가지만, 기왕 마석 가는 거 즐겁게 가자는 생각으로 앞자리에 앉았죠. 하지만 마석까지 정말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는데, 금곡까지는 나름 개념있게 왔지만 평내에서부터는 그야말로 평내,호평 투어수준의 이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손님들도 꽤 많아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기에 마석은 언제 가나 할 정도였습니다. 정말 다음부턴 하남이나 덕소에서 마석으로 갈 때는 168번을 타느니, 금곡에서 환승하든가 34번을 시간 맞춰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ㅅ-;;
에이 이놈의 버스 오래 걸려서 탈 게 못 된다고 멀쩡히 잘 다니는 168번에 괜히 화풀이를 하며 화도파출소에 내리니 그새 1시간 30분이 지났더군요. 참 어렵게 도착한 마석은 시내가 의외로 컸습니다. 46번 국도변에서 좀 떨어져 있다보니 그동안 마석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의외의 모습에 놀랐는데, 괜히 수동 사람들이 마석을 서울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더군요. 화성시 송산면의 여러 마을 사람들이 면소재지인 사강리를 서울처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았습니다. 마침 수동은 마석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는 점, 화성시 송산면의 여러 마을들은 사강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똑같더군요.
이리저리 시내를 둘러보는데 마석,수동지역 공영버스가 들어옵니다. 화도파출소 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수동면, 화도읍의 여러 마을들로 가는 버스로, 330-1번과 더불어 수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버스이기도 합니다. 물론 앞에 행선판은 잘 봐야 하는데, 이번에는 잡기 힘든 녹촌리 대신 축령산 노선이 걸리네요. 축령산도 한번 가봤음 하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어서 아쉽게도 패스합니다. -ㅅ-;;;
다행히 마석에는 이 버스들의 시간표가 있더군요. 여기도 발안이나 파주, 포천처럼 개념없는 동네면 어쩌나 했는데 시간표가 자세히 적혀 있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이 시간표도 얻고, 이제는 청평을 가보기로 합니다.
15분을 기다리니 현리로 가는 1330-4번이 오는데, 이럴수가 버스 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서서 갈 마땅한 자리조차 없더군요. -ㅅ-;;; 덕분에 청평으로 가는 동안 죽을 맛이었지만, 다음 1330번 언제 올 지 모르니 울며 겨자먹기로 타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숨막히는 20~30분이 지나 청평터미널에 도착해서야 그 많던 사람들이 쫙 빠지는 덕에 그제서야 해방감을 느끼며 청평터미널에 하차합니다.
이곳은 시외버스와 더불어 청량리까지 가는 1330번 직행좌석버스 시리즈까지 드나들며, 일부 가평군내버스의 기점이기도 하다보니 넓은 장소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터미널 내에 승차장은 물론 있지만, 이런 환경 때문에 승차장이 아닌 곳에서도 버스를 타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죠.
어쨌든 청평터미널에서도 시간표도 보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런데 딱히 갈 만한 데가 없었습니다. 양평이라도 가볼까 싶어 시간을 봤더니만 하루 2번. 그나마도 막차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습니다...이런 쒯!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5시입니다.
마침 비가 오려는 지 하늘이 흐려지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면 길이 막힐 거 같아 결국 청평역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에 가기로 합니다. 터미널에서 역까지는 정말 가까웠는데, 터미널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가면 바로 청평역 안내판이 있다보니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침 춘천에서 오는 진흥고속 시외버스 한 대가 찍혔네요;;
가평군 청평면은 사실 청평면이 아닌 외서면이었지만, 청평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할 겸 혼동도 막기 위해 청평면으로 바뀌었다 합니다. 외지인인 제가 봐도 이건 정말 잘한 거라 생각할 정도이니 청평 주민들의 기분은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토,일요일이나 휴가철, MT 시즌 등등에는 사람들이 많을 청평역과 청평터미널과 달리, 청평리 마을은 조용했습니다.
청평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놀라운 일이지만 그 아담한 모습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대성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선전철화 공사를 한다고 역을 때려 부수고 다시 짓는 거 보면 별로 정감이 안 갑니다. 꼭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된다라면 어쩔 수 없지만, 지어놓는 걸 보면 우째 다 공장에서 나온 빵들같이 죄다 천편일률인건지 -ㅅ-;;;
역 안에 들어가 시간표부터 확인하니 1시간에 한번꼴로 열차가 있었는데, 오후 4시 58분에 열차가 있더군요.
이미 오후 4시 58분은 지나간 지 오래인지라 처음에는 또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나 식겁했지만, 열차가 지연되었는지 오후 5시 15분쯤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어쨌든 열차 시간은 다 되어갔기에 저는 승강장으로 나가게 되었죠.
오후 5시 20분이 되자 드디어 열차가 오는데, 제가 열차를 타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 지연 덕분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1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경춘선 복선전철화 공사는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대성리역을 조금 벗어나니 벌써 새로 깐 레일이 등장하더군요.
게다가 새로 깔린 선로에는 터널이 많더군요. 노선을 직선화시키기 위해 이렇게 한 걸로 보이는데, 길다란 터널이 연속으로 계속 나오는 통에 경치감상은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평일에 청평에서 탔는데도 열차 안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석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는데, 마석역조차 새로 지어지는 상태더군요.
평내호평역. 쭉 펴진 직선 선로와 터널, 그리고 단조롭기만 한 역 구조물이 인상적입니다. 어디였던가...보산역도, 지행역도, 덕계역도....저런 식이었는데...;;;
그래도 복선전철화 공사가 아직 다 완료된 것은 아닌지, 평내호평역을 지났는데 구 선로도 보이긴 하더군요. 금곡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ㅅ- ㅋ
열차가 지연되는 탓에 예정보다 늦은 오후 6시 30분쯤 청량리역에 내린 저는 바로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대원운수 34번이나 청평~양평 노선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되지만, 경춘선 무궁화호를 타보았다는 생각외의 소득을 거둔 날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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