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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0년~2021년

2021년 5월 22일 - 싸리재와 꽃넘이길을 해결한 봄날 가평군내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4.

봄기운이 한창 무르익던 5월 하순의 어느 주말.

10년 가까이 입맛만 다셨던 가평 싸리재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타려면 못 탈 것도 없었지만, 현실의 삶을 살면서 생기게 되는 문제들 때문에 이래저래 시간만 갔었네요.

 

경의중앙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가니, 때마침 청량리 출발 춘천행 전철과 시간이 맞아 여기에서 하차한 저는 화장실부터 가게 되었습니다. 큰 게 갑자기 마려웠기 때문이었죠. 이 때문에 1250원을 새로 찍어야 했지만, 경춘선 전철도 한 시간 넘게 타고 가야 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ㅜㅜ

 

전철이 오전 11시 21분에 청량리역을 출발하는지라 시간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보니 전철이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더군요.

 

 

▲ 경춘선 전철 승강장으로 내려가보니, 바로 옆 승차홈이 수인분당선 승강장이었습니다.

 

 

[전철][1250]

경춘선
청량리 1121도착, 1127출발(KTX대피) - 상봉 1135 - 신내 1141 - 별내 1147 - 퇴계원 1149 - 금곡 1156 - 평내호평 1200 - 마석 1207 - 대성리 1213도착, 1216출발(ITX-청춘 대피) - 청평 1222 - 가평 1232 - 굴봉산 1236

 

상봉에서 탈 생각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청량리 출발 시간이 맞아서 생각보다 편하게 춘천으로 가게 됩니다. 강릉선 KTX 대피 때문에 원래 출발시간보다 6분이나 늦게 청량리역을 떠나긴 했지만, 경춘선 자체가 워낙 역간거리가 길다보니 전철도 마석 이후부터는 굉음을 내며 신나게 (카트라이더를 하는) 달리는 게 일상이라 아무런 걱정도 안 됐습니다. 

 

오래간만에 지나는 가평역, 그리고 철교 밑으로 보이는 자라섬 캠핑장을 지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니 굴봉산역이 나왔고, 여기에서 내리니 시간은 오후 12시 36분. 여기는 춘천에 속하는 곳이었는데, 구 경강역까지 걸어가는 내내 춘천시 버스정류장만 보이더군요.

 

[도보]

굴봉산역1237 - 구 경강역1255

 

 

▲ 전철이 출발함과 동시에 찍어본 굴봉산역 승강장. 저 말고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에 위치한 경춘선 전철 굴봉산역.

 

▲ 서천1리 버스정류장. 춘천시에 속한 곳이라 정류장도 춘천 스타일이었습니다.

 

▲ 86번이 없어지고 대신 가게 된 남산 5번. 오늘은 계획상 백양2리를 가진 않지만, 다음에 다시 굴봉산역을 이용하여 백양2리도 잡아볼 계획은 있구먼요. ㅎㅎ

 

 

게다가 누가 여기 강원도 아니랄까봐 경기도의 시골과 달리 민가가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더군요. 오늘은 방하리 노선을 타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온 거지만, 춘천도 춘천 나름대로의 맛이 있음을 알 수가 있었죠. 사실 그분, 그리고 석준형과 함께 춘천 버스를 타 본 적도 있었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버스 시간은 너무나 충분했던지라, 굴봉산역에서부터 슬렁슬렁 걸어가니 구 경강역 버스정류장이 등장합니다. 가평군내버스가 온다는 정류장 표시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정류장을 찾아 대기하고 있으니 오후 1시 9분이 되어 드디어 버스가 옵니다. 

 

 

▲ 구 경강역 버스정류장에 드디어 도착합니다.

 

▲ 가평군내버스는 별다른 정류장 표시가 없지만, 여기에서 타게 됩니다.

 

▲ 드디어 도착한 방하리행 버스.

 

 

[가평교통 10-6번(가평~서천리,방하리)][1500]  ※ 가평터미널 1300 출발
구 경강역(회차) 1309 - 서천2리 1311 - 방하리문의골마을 1319 - 방하리큰골마을 1322 - 리버파크종점(회차) 1328도착, 1330출발 - 방하리큰골마을 1336 - 방하리문의골마을 1338 - 가평터미널1348

예상했던 대로 버스는 편의점 주변의 공터를 이용해서 회차를 하고 제가 서있는 곳으로 옵니다. 환승할인은 안 받을 계획이었지만, 카드를 대면 환승처리가 될지 안 될지 시간상 좀 애매해서 그냥 현금 내고 버스를 타게 되었죠. 그런데 버스 안에 승객이라고는 저밖에 없네요. 이런 건 오지노선들을 타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고 씁쓸함도 느껴질 수 있을 그런 일이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상황에서는 자유를 느끼게도 됩니다. 오지노선에 손님이 10명쯤 타고 있다면 도시에서 사람들 가득 채워 달리는 시내버스를 탄 것과 같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이며, 시골길을 걷는 동안 사람을 3명 보았다면 정말 굉장히 많이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사람 구경조차 할 수 없거나, 사람을 보더라도 멀찍이서 일하는 분들 보거나 거의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되는 게 태반이죠).

 

구 경강역을 떠난 버스는 가평으로 되돌아가는듯 하다가 램프를 타고 방하리 쪽으로 가는 도로로 빠집니다. 도로 옆으로 보이는 북한강은 정말 멋졌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버스는 구불구불 커브에 언덕길의 연속인 산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 북한강과 함께하는 도로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 방하리는 가평군내버스만 오는 동네지만, 정류장 모양이 이곳도 춘천시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ㅅ- ㅋ

 

 

방하리 노선 역시 강변도로길을 따라 달리다보니 이런 커브길 및 언덕길이 많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정말 이것 때문에 소요시간이 은근히 많이 걸리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더군요. 청평에서 탈 수 있는, 고성리 가는 버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긴 하지만요.

 

46번 국도에서 갈라지는 지점에서부터 15분 남짓이 지나 오후 1시 28분이 되니, 버스는 종점인 리버파크에 도착하여 회차합니다. 안쪽으로 리버파크가 있는 걸 빼면 아무것도 없는 산속이었고, 술어니 고개로 가는 도로가 한쪽에서 떡 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였죠. 오늘은 다른 노선들도 타볼 겸 방하리 노선을 같이 곁들이게 된 관계로 여기 내리지 않지만, 가정리 그리고 관천리 모두 가서 춘천 버스를 타보는 것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ㅎㅎ

 

 

▲ 방하리 버스종점. 버스정류장 표시가 있지는 않으나, 이 간판 앞 공터에서 회차합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 다시 출발한 버스는 방하리를 빠져나오기 직전에 손님 한 분을 태우고는 다시 46번 국도로 나와 가평으로 되돌아갑니다. 춘천에 속한 방하리지만 가평군내버스로만 갈 수 있다보니 생긴 현상이긴 했으나, 도계를 넘나드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죠. 춘천시 시승도 생각해보게 되는 본인을 보니,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는 말은 이런 식의 경험들을 거쳐 나오게 됐구나 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 멀어지는 버스종점. 저 왼쪽으로 꺾인 길을 가면 술어니 고개를 넘어 가정리로 가게 됩니다.

 

▲ 이제는 가평을 향해 돌아가는 길에 찍어본 도로. 방하리는 이렇게 구불구불한 커브길이 많았습니다.

 

▲ 도 경계를 넘어 가평으로 들어갑니다. ㅎㅎ

 

 

다음에는 가정리, 관천리로 갈 때 써먹게 될 방하리 노선을 타고 가평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저는 얼른 근처에서 식사를 한 다음 목동 가는 버스에 승차합니다. 오후 2시 20분에 가평역을 출발한 차였는데, 이걸 타야 목동에서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하는 백둔리 차를 잡을 수가 있었던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꽃넘이길 노선을 타기 위해 백둔리 차를 타게 되었는데, 백둔리종점에서 걸어나오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입구까지 6km이다보니 그에 따른 시간 소모 등 시간 측면에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죠.

 

 

▲ 목동으로 가는 길에 본 산. 저기다가도 태양광 시설을 까는 미친 짓을 하려나 봅니다. 군대를 동원하여 전면전 하는 것만이 나라가 넘어가네 마네 하는 거라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은 독자분들 중에는 없기를 바라게 되네요.

 

 

[가평교통 15번(가평~목동)][1450]  ※ 가평역 1420 출발
가평터미널 1423 - 보건소 1428 - 마장초교 1433 - 이곡리 1436 - 목동터미널 1441

 

[가평교통 50-1번(목동~백둔리)][환승]
목동터미널1441 - 제령리,상촌 1444

 

백둔리 버스시간까지 여유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걱정도 안 됐습니다. 일단 가평터미널에서 목동은 15분이 걸리는데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가평교통이 북면 노선들 출발지를 무지성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할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목동 출발 노선이라도, 웬만하면 가평역~목동만 오가는 노선의 승객까지 받고 출발하는 식으로 다닐 것을 예상한 것이죠. 과연 이 예상은 틀리지 않아서, 제가 탄 버스가 목동에는 오후 2시 41분에 도착을 했지만 백둔리행 버스가 아직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정차해 있더군요. 이 덕분에 저는 무사히 백둔리행 버스에 승차하여 오후 2시 44분에 상촌 정류장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 백둔리를 향해 떠나가는 버스.

 

▲ 제령리 상촌 정류장 표지판.

 

 

[도보]

제령리,상촌 1446 - 꽃넘이길종점 1507

 

이제는 꽃넘이길 종점까지 걸어들어가기만 하면 되었고, 입구에서 종점까지는 2km였습니다. 금방 길 건너의 다리를 건너 꽃넘이길 종점쪽으로 걸어들어가는데, 여기도 누가 가평 아니랄까봐 들어가는 길부터 경치가 아주 좋더군요. ㅎㅎ

 

 

▲ 꽃넘이길 종점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버스 역시 이 길로 들어오고 나갑니다.

 

▲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제령리의 풍경. ㅋㅋ

 

▲ 귀여운 모습의 버스정류장. 이런 형태의 정류장은 난생 처음 봅니다. ㅋㅋ

 

▲ 보기만 해도 쩌는 버스 다니는 길. ㅋㅋ

 

 

다리를 건너 본격적으로 꽃넘이길 종점쪽으로 걸어가니 금방 1차로 길이 나오는데, 이 길 곳곳에 펜션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 귀여운 모습을 한 버스정류장도 목격할 수는 있었는데, 이제는 5월 하순이라 그런지 햇빛도 따갑고 기온도 조금 높아서 그런지 생각외로 힘이 안 나더군요. 종점은 가둘기펜션 있는 곳이라 길 끝까지 가야 했는데, 지도로 보면 그리 멀어보이지 않더만 뭔가 한방 먹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가니 입구에서부터 걸어간 지 21분 만인 오후 3시 7분에 드디어 버스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제령리 꽃넘이길 버스종점. 길 끝까지 버스가 옵니다.

 

▲ 볼수록 정감이 가는 가평군 버스정류장 표지판. 표지판 디자인은 이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시원한 모습의 가평천.

 

 

버스는 오후 3시 25분에 이곳에서 출발할 예정이라 거의 20분 가까이 시간이 남더군요. 이 틈에 저는 개짖는 소리도 그만 들을 겸 그늘을 향해 몸을 피하게 되었고, 시원한 가평천 물을 보며 더위도 식히게 되었습니다. 종점 근처에 개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있던 개가 다름아닌 마스티프 같아서 좀 섬찟했다는 것은 안비밀이었지만요.

 

이윽고 오후 3시 26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들어오는데, 제가 서있던 정류장까지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정류장 앞 주차장 공터에서 대충 돌려버리네요. 그냥 멀뚱멀뚱 서있는다면 버스가 바로 가버릴 기세라 저는 서둘러 버스쪽으로 달려가 승차하게 되었고, 무사히 목동터미널로 되돌아옵니다.

 

 

[가평교통 15-3번(가평~목동~꽃넘이길)][1450]  ※ 가평역 1455 출발
꽃넘이길종점 1526 - 꽃넘이길입구 1530 - 목동터미널 1535

 

 

▲ 멀찍이 떨어진 주차장 공터에서 대충 회차해버린 버스. 저럴 땐 얼른 버스 잡으러 가야합니다. ㅋㅋ

 

▲ 버스 안에서 느껴보는 꽃넘이길 1차로 길.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ㅋㅋ

 

▲ 목동발 막차로 출발을 위해 주차되어 있던 1330-3번.

 

 

오래간만에 목동터미널에 도착해보니 1330-3번이 한 대 주차되어 있더군요. 12년 전만 해도 30분에 한 번꼴로는 버스가 다녔으나, 경춘선 전철로 인하여 운행횟수가 대폭 축소되어 이곳 목동에서는 하루 3번밖에 못 보는 차편이 되어버리니 참 아이러니하다 싶었죠. 하지만 경춘선 전철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지라, 가평교통도 경춘선 전철역으로의 연계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시대의 흐름 상 1330-3번의 몰락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사실 가평으로 가는 길은 주말, 공휴일이면 막히는 게 공식이었는데, 특히 요즘은 우한 폐렴때문에 너도나도 자동차를 끌게 되어 길이 더 막히게 됐으니 철도의 힘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는 없게 되었죠. 매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장거리 노선은 회사와 운전기사 입장에선 애물단지에 해당되니 더더욱 그렇기도 하구요.

 

 

 

[도보]  ※ 여유시간이 많아 천천히 걸어감.

목동터미널 1541 -  싸리재종점 1645

 

근처 슈퍼에 들어가서 마실 것을 사고, 목마름도 해결한 저는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싸리재 노선을 타기 위해 목동터미널에서 싸리재종점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목동에서 싸리재 종점까지는 4km였고, 버스는 오후 5시 10분에나 있었기 때문에 여유시간은 충분했죠. 목동에서 싸리재입구까지는 화악리 노선으로 지나가본 적이 있었는데 이 길을 걸어가보기는 또 처음이네요. 굳이 왜 목동에서부터 걸어가느냐 할 수도 있는데, 한번 시간표 보고 코스 짜보시면 됩니다. ㅎㅎ

 

 

▲ 싸리재입구. 여길 걸어서 와보는 것은 생각도 못 했었는데, 여기도 경치가 꽤 괜찮은 곳이더군요.

 

▲ 큰멱골과 작은멱골, 그리고 싸리재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 저는 오른쪽 길로 걸어갑니다.

 

▲ 싸리재종점으로 가는 길. 개쩌는 1차로길 포스는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ㅋㅋ

 

▲ 경기도 가평군 북면 목동2리 노인회관.

 

 

이정표를 따라 싸리재 쪽으로 들어가니 처음에는 왕복2차로 길이었으나, 큰멱골/작은멱골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싸리재 쪽으로 들어가니 금방 1차로 길이 등장합니다. 싸리재가 가평에선 귀하면서 쩌는 친구인지라 제가 입맛을 다시고 있었는데 역시나 들어가는 길부터가 범상치가 않습니다. 도중에 냇가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어 세수도 좀 해주니 신세계가 따로 없더군요. 키아 ㅋㅋ

 

절반 넘게 왔는데도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는 종점까지의 거리에 혀를 내두르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세수도 했겠다 시원함을 느끼며 버스종점으로 다시 걷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길 공사중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던 것이었죠. 그 너머를 보니 여기저기 마구 파헤쳐져 버스가 도저히 못 가는 그런 상태는 아니긴 했지만, 버스가 못 가는 거 아닌가 불안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약간의 희망을 가져보며 때마침 길에 서있던 아저씨께 물어보니, 큰 공사가 아니라서 금방 끝날 거라며 버스 통행도 문제없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오네요. 정말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천천히 걸어가니 드디어 싸리재종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4시 45분의 일이었죠.

 

 

▲ 드디어 도착한 싸리재 버스종점.

 

▲ 이곳이 상당히 깊은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정류장 표지판도 색이 바래 낡아가고 있더군요.

 

▲ 이제 25분 뒤면, 이곳에 버스가 올 겁니다. ㅋㅋ

 

 

이제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싸리재 노선이 소법1리를 왕복 경유토록 변경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목동~싸리재종점 도보를 해야 했지만(이전에는 소법1리를 편도로 경유했었기 때문에, 시간대만 잘 맞추면 싸리재에 멱골 2골짜기까지 정말 큰 힘 안 들이고 꽁으로 먹을 수 있었죠), 그래도 이렇게 버스를 타게 되니 성취감이 아주 죽이더군요. 쉽게 얻은 건 쉽게 잊혀진다는 말은 정말 이럴 때 써먹는 말이다 싶었죠. 그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어렵게 얻은 건 기억이 더 남는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이곳이 달랑 정류장 표시 하나만 있고 끝이라 적당히 주변의 평평한 돌땡이에 앉아 상태 정비도 하며 햇빛을 피하고 있으니, 오후 5시 10분이 되어 버스가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싸리재종점에서 목동터미널까지 동영상으로 이 노선의 기록을 남기게 되었죠. ㅎㅎ

 

 

▲ 싸리재종점에 들어오는 버스. 오우~ 혁님~! ㅉㅓ러~ ㅋㅋ

 

▲ 싸리재 노선 운행영상입니다. (촬영구간: 싸리재종점~작은멱골~큰멱골~소법1리~목동터미널)

 

 

 

[가평교통 15-2번(가평역~목동~싸리재,멱골)][1450]
싸리재종점(회차) 1710 - 작은멱골(회차) 1724 - 큰멱골종점(회차) 1728 - 목동터미널 1744 - 보건소 1756 - 가평터미널 1800

 

싸리재종점에 도착하여 회차를 마친 버스는 저를 태우고 바로 멱골을 향해 가기 시작하는데, 확실히 이전 진흥고속 시절에 비하면 속도가 느려진 것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좁디좁은 길에 카고트럭이 무려 2대나 나타나는 바람에, 교행하는 데만 2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작은멱골과 큰멱골도 찍고 가야 하는데 과연 가평터미널에 오후 6시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예감이 들더군요. 작은멱골과 큰멱골 가는 길 모두 쩔었지만 생각외로 버스는 지지부진... 그래도 멱골 쪽으로 올라가는 중인데도 손님을 태워주는 인심은 정말 좋았습니다(위에 갔다 금방 오니까 기다렸다 타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멱골 쪽에 펜션들이 많은지라 생각보다 자동차를 꽤 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작은멱골과 큰멱골을 다 찍고 싸리재입구로 나온 버스는 물 만난 고기마냥 빠르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봤자 소법1리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금방 속도를 줄여야 했지만, 맞은편에 오는 차 때문에 가다서다 하는 일이 많아 제법 시간 소모가 된지라 쩌는 길 감상과 동시에 시간을 계속 보게 됩니다. 아무튼 정말 개쩌는 길이 많아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ㅋㅋ

 

그런데 문제는 목동터미널에 도착하고보니 오후 5시 44분이라 아무래도 간당간당하겠다 싶었는데, 신호까지 몇 번 걸려주고 나니 대책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오후 6시에 터미널에 도착하여 내리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때까지 대기하고 있던 금대리 버스가 제 눈앞에서 "나 잡아봐라 메롱~!"을 시전하며 출발해 버리더군요. -ㅅ-;;;

 

 

 

[도보]

가평터미널 1805 - 경반리회관 1849

 

원래는 금대리 가는 버스를 탔다가 산유리에서 설악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하여 설악으로 간 다음, 잠실역으로 귀가를 할 계획이었는데 이게 이렇게도 깨져버리네요. 그래서 다른 버스를 탈 게 뭐가 있나 찾아보니 용추계곡 가는 막차 딱 하나가 남아 있어서 이걸 타기로 하고 경반리 마을회관을 향해 걷게 됩니다. 터미널을 나와 경반리로 걷기 시작한 시간이 오후 6시 5분이었는데, 시간계산을 해보니 버스는 경반리 마을회관에 오후 7시 조금 넘으면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ㅎㅎ

 

처음에는 읍내다보니 군청도 있고 길에 왔다갔다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가게들도 보였지만, 코아루아파트를 지나 언덕길을 넘으니 본격적으로 시골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죠. 그런데 경반리로 가면서 보이는 칼봉산의 모습이 오우~ 정말 예술이더군요.

 

 

▲ 이 언덕을 넘음으로서 읍내와는 완전히 안녕을 하게 됩니다.

 

▲ 칼봉산의 멋진 자태. 이날 찍어본 사진 중 최고로 기억에 남는 사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ㅋㅋ

 

 

사실 용추계곡 노선을 탄다는 것은 오늘 계획에 없었고, 경반리 마을회관도 3km라서 계획에도 없던 도보를 또 하게 되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칼봉산의 모습을 보니 그런 것도 다 눈 녹듯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몸도 다시 재충전이 되는 그런 느낌도 들더군요. 비록 칼봉산 자연휴양림 앞까지 버스가 가지는 않으나, 그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 본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칼봉산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전진하니 다리가 하나 보여 그쪽으로 걸어갔다가 낡은 정류장 앞에서 좌회전을 하여 마을회관쪽으로 걷습니다. 이전에는 용추계곡 노선이 경반리 마을회관까지 들어갔다가 거기서 회차하여 다시 나가는 경로였으나, 이제는 마을 안을 한 바퀴 순환하는 식으로 노선이 바뀐 탓에 그쪽으로 가게 된 겁니다.

 

 

▲ 버스는 저 앞에 보이는 길을 달려 이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 여기가 경반리 순환구간이 시작되는 시점이지요. 저는 여기서 좌회전을 합니다.

 

▲ 버스가 이 길을 달려 마을회관으로 가는 겁니다. 걸어가는데도 쩌네요. ㅋㅋ

 

▲ (2장 모두) 경기도 가평읍 경반리 마을회관, 그리고 버스정류장.

 

 

경반리 회관에 도착하니 오후 6시 49분이었습니다.

이제는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했을 시간이라 어플을 보니 과연 오후 7시가 넘어야 도착할 각이었고, 정류장에 앉아 땀도 식히며 시간을 보내니 오후 7시 4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옵니다. 오우~ 혁님~!

 

 

▲ 우와 버스 온다~!

 

 

[가평교통 71-4번(가평~경반리,용추계곡)][1450]  ※ 가평터미널 1845 출발
경반리회관 1904 - 경반5리회관 1907 - 훔친오리 1910 - 경반리입구 1912 - 관사앞 1914 - 용추종점(회차) 1920 - 관사앞 1927 - 경반리입구 1929 - 승안리입구,계량리 1930 - (군청앞길이용) - 가평군청 1934 - 가평터미널 1938 - 가평역 1944

 

 

하루 10회 미만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마을에 들어오는 순간은 정말 진귀하지만, 오지 시승을 하다보면 숱하게 보게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늘 새롭고 늘 짜릿한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저를 태운 버스는 과연 어플 및 포털사이트에 안내된 경로대로 경반리 마을길을 한바퀴 순환합니다. 시승을 하게 되면 어플 및 포털사이트에 잘못 안내된 경로 위주로 보게 되는지라 맨날 까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더군요. 어쨌거나 여기도 수도권에 속하는 지역이며 경기도 또한 서울이나 인천과 같이, 아예 도 차원에서 버스정보시스템(BIS)을 통합 구축해버린 곳이니 변경사항이 빨리 반영되는 거란 불편한 진실은 있지만, 그래도 이건 칭찬한당께요. ㅎㅎ

 

 

▲ 경반리의 개쩌는 1차로 길. ㅋㅋ

 

▲ 경반리 외곽도로입니다. 이 도로가 넓어지고 지금과 같이 노선이 변경된 듯 싶더군요.

 

▲ 경반리 입구. 아파트 두어 동이 있으니 뭔가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ㅅ- ㅋ

 

 

경반리를 나온 버스는 용추계곡 쪽으로 좌회전을 하여 본격적으로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관사앞 버스정류장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조옥동을 지나니 1차로 길로 바뀌어버림은 물론, 펜션도 좀 보이더군요. 역시 누가 용추계곡 아니랄까봐, 들어가는 길은 더할 나위없이 시원했습니다. 이런 게 힐링이지 정말 다른 거 없습니다. ㅋㅋ

 

 

▲ 용추계곡에 가까워지니 쩔어지는 1차로 길도 등장합니다. ㅎㅎ

 

▲ 시원함이 바로 느껴지지 않습니까? ㅋㅋ

 

▲ (2장 모두) 용추계곡 버스종점 및 정류장.

 

▲ 나가면서 다시 찍어보는 용추계곡.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ㅎㅎ

 

 

용추계곡 종점에 도착하니 딱 회차시간이라, 버스는 몇 초 서있다 바로 출발해 버립니다. 덕분에 용추계곡을 오래 보지는 못하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마음 속이 정말 시원해지는 그런 느낌은 나이가 더 들어서도 잊어버릴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예 여기 내렸다가 다음 또는 다다음 버스로 나가볼까도 싶더군요. ㅎㅎ

 

다시 나오면서 손님 두어 명을 태운 버스는 여태까지 타보았던 다른 가평군내버스들과 다르게, 군청 앞을 경유한 다음 터미널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길은 처음 지나가보는지라 나름 신선한 충격을 제게 던져주었죠. 가평읍내 순환버스는 아마 가평읍 출발 노선들 중에선 마지막으로 타보게 될 것 같지만, 가평읍내에도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가 많다는 걸 다시 일깨워 주었으니까요. 아무튼 이번 버스는 가평역까지 운행을 했기 때문에, 저는 터미널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가평역까지 쭉 타고 가게 됩니다. 

 

 

▲ 가평읍내 노선들 중에선 제일 자주 다니는 남이섬행 버스. 저건 가평에선 쉬운 노선에 들어가죠. -ㅅ- ㅋ

 

▲ 경춘선 전철 개통 이후, 새단장한 모습의 가평역. 옛 역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가평역에서 전철을 타지 않고, ITX-청춘을 타고 용산역까지 가게 됩니다. 아까 용추계곡 버스 막차를 타는 것을 계획하면서 귀갓길까지 함께 살펴보니 가평역에서 용산 가는 기차가 오후 7시 53분이 있었는데, 용추계곡 버스를 타고 가평역을 오면 이 열차가 시간이 딱 맞았던 겁니다. 실제로도 가평역에 내리니 열차시간까지 딱 9분이 남았더군요. 키아 ㅋㅋ

 

 

▲ 가평역 열차시간표. 저는 토요일, 오후 7시 53분에 있는 ITX-청춘 용산행 열차를 타게 됩니다.

 

 

[ITX-청춘][5900]
가평 1953 - 청평 2000 - 평내호평 2013 - 청량리 2038 - 용산 2056

 

ITX-청춘은 일반전철과 똑같이 고상홈을 쓰는 열차라 그런지 승차홈이 따로 정해진 게 없었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앞에 있기는 했지만, 열차를 인식하여 그에 맞게 문이 열리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알맞은 위치만 잘 찾아가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구요.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의 기술도 꽤 발전한 축이며, 이런 토대를 착실하게 닦아준 박정희 대통령의 고마움 및 위대함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죠.

 

열차는 오후 7시 53분에 딱 맞춰 도착하였고, 용산까지 시원하게 내달려 주었습니다. 용산역까지 1시간 남짓밖에 안 걸리는데다, 가격도 5900원이라 적절한 편이어서 귀갓길로 ITX-청춘을 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죠(그런데 제가 이렇게 ITX-청춘을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인을 종료해 버렸다는 소식이 -ㅅ-;;;). 역시 이런 게 시승이고 버스여행이란 생각도 해보게 되는 그런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