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0년~2021년

2021년 5월 29일 - 시경계를 의미없게 만들어버린 용인, 안성 개쩌는 오지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4.

오우~ 혁님

백암과 죽산, 그리고 일죽을 아우르는 개쩌는 경기도 남쪽나라 시승코스가 완성되어 실행에 옮기는 날이구먼요. 워낙 큰그림을 잘 그리는 석준형이다보니 제가 미대생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었는데(사실 마음 같아선 미대 교수님으로 하고 싶지만, 막상 본인이 미대생으로 불리는 걸 더 원하는 듯하여 ㅎㅎ), 코스들을 살펴본 저 또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작품들 또한 이렇게 출품하기로 하였으니, 이제 시승기 갑니다. ㅋㅋ

 

 

미대생의 정말 오져버리는 출품작들 중 하나를 감상하기로 한 우리는 코스 실행을 위해 각자 안성을 향해 출발하는데, 석준형이 안성에 좀 늦게 도착한다는 비보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석준형은 오늘 어떻게든 만나게 될 것임을 잘 아는 저였기에, 사전 계획대로 인삼농협 앞에서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하는 조령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죠.

 

안성을 오전 9시 20분 전까지 가려면 평택역에는 오전 8시 20분까지 도착해야만 했는데, 비록 배차간격이 엿같긴 해도 어쨌든 수인분당선이 뚫린 덕택에 수원역으로 가기가 매우 쉬워졌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무궁화호가 있다는 점 때문에 평택 가는 것도 이전보다는 한결 편해져서 좋았습니다. 평택역을 오전 8시 16분에 도착한 무궁화호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평택터미널로 가보니 70번 한 대가 출발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30분이 되면 출발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 오전 8시 30분도 채 안 된 이 시간, 그것도 주말에 여길 오는 것도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ㅅ-;;

 

▲ 아산시내까지 가는 510번. 이것 역시 언젠가 탈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ㅋㅋ

 

▲ 제가 서인사거리까지 타게 된 70번. 거의 안산~발안 장사로 연명하는 직행도 보입니다. -ㅅ- ㅋ

 

 

환승을 찍으며 버스 안에 앉아 있으니 과연 버스는 예상대로 8시 30분이 되자마자 출발을 하게 되었고, 합정대로를 쭉 달려 금방 평택대학교를 지나 안성시로 들어가게 됩니다. 50번은 시내를 들르느라 10분 이상은 더 걸리고, 370번과 380번은 막상 타려고 기다려보면 당최 보이질 않거나 많이 기다려야 하니 평택에서 안성을 갈 때면 70번을 추구하게 되겠더군요. 그리고 앞으로의 시승들에서 실제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업계 비밀이 아닙니다. -ㅅ- ㅋ

 

 

▲ (2장 모두) 앞으로 종종 지나다니게 될, 안성시장 그리고 인지사거리.

 

 

[백성운수 70번][1450]
평택터미널 0823승차, 0830 출발 - 굿모닝병원,SK아파트 0836 - 평택대학교 0838 - 진사리입구 0841 - 공도시외버스정류장 0846 - 퍼시스앞 0851 - 대림동산 0856 - 중앙대 0859 - 한경대 0906 - 성모병원입구,서인사거리 0910

 

평택에서 안성은 1시간까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되었으나, 도로에 정체도 없고 차들도 적다보니 버스는 잘 달려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전 9시 10분에 서인사거리에 내릴 수 있었고, 여유있게 인삼농협 앞으로 걸어가게 됩니다. 인지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인삼농협으로 가니 제가 탈 조령 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전과 다르게 안성도 고정차량으로 운행하는 걸로 바뀐 노선들이 꽤 있는지, 조령 행 버스가 2-1번으로 도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시간에는 사간과 동막을 들러 조령으로 올라가다보니, 정면에는 2-8이라는 판대기가 끼워져 있었지만요.

 

 

 

[백성운수 2-8번(안성~사간,동막~조령)][환승]
인삼농협앞 0920출발 - 봉산로터리 0923 - 금광파출소 0930 - 오흥리 0933 - 사간 - 동막회관 0943 - 조령 0950

 

아무튼 저는 이 버스에 환승을 받아 승차하며 조령 종점까지 가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 조령 노선을 감상해보도록 하죠. 

 

▲ 서인사거리~사간,동막~조령종점 구간 운행영상.

 

 

금광면사무소를 지난 버스는 본격적으로 오지로 진입합니다.

금광저수지를 끼고 달리다가 사흥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사간으로 들어가는데, 개쩌는 길이 아주 일품이었죠. 막판에 다시 1차로 길을 달려 도착한 조령종점은 지도로 보았던 대로 정말 깊숙한 곳에 있었고 보이는 것은 온통 산뿐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시간은 오전 9시 50분. 조령에서 나가는 시간이 오전 10시라서 10분이나 시간이 남은 탓에,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구석에 숨는 것도 나름 일이었습니다. -ㅅ- ㅋ

 

 

▲ 출발하기 직전의 버스.

 

▲ 버스가 가 버린 후의 조령 버스종점.

 

▲ (2장 모두) 조령 종점 버스정류장과 종점의 모습.

 

▲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삼흥리 조령마을회관.

 

▲ 조령 버스 시간표.

 

 

[도보]

조령종점 1000 - 사흥리,사간입구 1038

 

1분이 1시간 같던 10분이 지나고, 버스가 출발하여 자유의 몸이 된 저는 사흥리 버스정류장까지 슬슬 걸어내려가봅니다.

석준형은 금광 가는 2번을 탔다고 하니, 사흥리에서 만나겠구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오지에서 만나요~!"를 저도 정말 오래간만에 겪어보게 됩니다. ㅋㅋ

 

조령 올라가는 길쪽으로 차들이 시골길 차고는 정말 많이 들어와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만(원인은 골프장 때문이었죠. -ㅅ- ㅋ), 어쨌거나 간목이를 지나 사흥리로 오니 아까 버스가 동막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회전했던 길이 보이더군요.

 

 

▲ 버스가 이런 길을 달려왔다니 걸어가면서 보아도 쩌네요. ㅋㅋ

 

▲ 조령마을 입구. 왼쪽 길로 들어가야 버스종점이 나옵니다.

 

▲ 왼쪽으로 가면 사간마을, 오른쪽으로 가면 간목이가 나옵니다. 버스는 저 길을 교대로 왔다갔다하게 되죠.

 

▲ 푸른 나무들이 인상적인 간목이로 가는 길.

 

▲ 어플 및 포털사이트에 간목이입구 정류장이라고 표시된 장소가 바로 이곳입니다. 실제로 가보면 사진과 같이 정류장 표시 그런 건 없으나, 버스 탄다고 하면 무조건 세워줄 듯한 곳이었죠.

 

▲ 사흥리 버스정류장. 사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합니다.

 

▲ 왼쪽 길이 사간,동막으로 가는 길입니다. 버스 역시 사간,동막을 먼저 경유할 경우, 여기서 우회전을 하죠.

 

 

이제 석준형이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싶어 사흥리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과연 금광으로 나가는 길쪽에서 누군가가 제게 손을 흔들며 다가옵니다. 자세히 보니 과연 석준형이었기에 저도 반가움에 손을 흔들었고, 우리는 그렇게 오지에서의 상봉을 성공하게 됩니다. 오우~ 혁님~! ㅋㅋ

 

우리는 다시 간목이입구를 지나 조령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오전 11시 22분이 되자 버스가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간목이입구를 들러 조령으로 오기 때문에 간목이입구에서 타도 되었지만,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다시 조령까지 걷게 된 것이죠. 덕분에 저는 조령~사간입구를 왕복으로 도보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오늘의 코스 중 버스로 지나가보지는 못하는(조령 버스의 사간,동막 경유 순서가 전 시간대 모두 교대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 간목이입구도 우리 모두 확실하게 해결을 보게 됩니다. ㅎㅎ

 

 

[백성운수 2-1번(안성~사간,동막~조령)][1450]
조령 1122 도착, 1130 출발 - 사간회관 1135 - 동막 1137 - 석암회관 1140 - 사흥리입구 1141 - 오흥리 1143 - 금광파출소 1147 - 봉산로터리 1154 - 서인사거리 1157

 

 

▲ 조령으로 들어오는 버스. 이런 사진 건져볼 분들이 제 지인분들 말고도 좀 나왔으면 좋겠네요. -ㅅ- ㅋ

 

▲ 2-1번의 운행방향이 교대로 바뀌는 탓에 왕복으로 들어가보게 된 사간마을. 이번에는 마을회관 하나 사진으로 건집니다. ㅋㅋ

 

▲ 도로 옆으로 보이는 쾌청한 모습의 금광저수지.

 


[백성운수 37번][환승]
서인사거리 1201 - 봉산로터리 1203 - 안성터미널 1206 - 상삼리 1212 - 동아방송예술대학 1218 - 삼죽 1222

 

개쩌는 사간과 동막마을을 잘 보고 서인사거리로 나온 우리는 이제 삼죽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건너봅니다. 석준형이 어플을 통해 37번이 안성 구터미널에서 매시 정각과 30분마다(일부 시간대는 매시 정각, 20분, 40분) 출발한다는 걸 파악했었는데, 때마침 오후 12시 정각이 다 되어갔기 때문입니다. 과연 오후 12시 1분이 되자 여주 가는 37번이 우리 앞에 등장해서 승차했습니다. 앞에 방향판은 작년에 보았을 때와(2020년 6월 20일 시승기 참고) 마찬가지로, 한눈에 알아보기에는 너무 작더군요.

 

37번도 이전에는 370번 및 380번이 쓰는 것과 마찬가지 형태의 큰 방향판을 쓰고 있었는데(아래 2009년 8월 5일자 사진 참조), 바뀐 방향판은 젊은이인 우리들이 보아도 크기가 너무 작아서 자세히 봐야 겨우 알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렇게 작은 크기의 방향판은 노선번호 없이 판대기 꽂고 다니는 군내버스들 이외에는 여지껏 정말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그런 군내버스들은 타는 문쪽에 세로로 꽂아놔서 알아볼 수라도 있기라도 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백성운수 얘네들 안성이라는 먼 동네에 있는 버스회사라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런 걸 보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예상이 되죠. -ㅅ-;;;

 

 

▲ (2장 모두) 촬영시점 및 차종의 차이는 있으나, 두 사진 모두 같은 노선버스를 찍은 것입니다.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위쪽과 아래쪽 중 어느 것이 더 알아보기 쉬울까요?

 

 

하여간 우리는 무사히 삼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오후 12시 22분이 되어 삼죽,두둘기에 내립니다. 370번과 380번은 노선만 길 뿐, 생각보다 도움이 안 되었고(어플로 볼 때마다, 차 타려면 꽤 기다려야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ㅅ-;;), 37번이 안성 구터미널에서 출발시간이 그나마 확실하다보니 우리도 37번을 타고 이곳을 오게 된 것이죠. 어플로 출발시간을 관찰했던 석준형도 수고하신 거임요 ㅎㅎ

 

 

▲ 삼죽에서 먹은 탕수육. 특이하게도 소스가 분홍빛이더군요. ㅋㅋ

 

▲ 배태리 노선이 죽산으로 돌아갈 때만 지나가는 길을 잠시 거쳐가게 되었습니다. 어플 및 포털사이트에는 용월리로 적혀있는 장소인데, 여기서 왼쪽 길로 올라가면 내토마을회관이 있습니다.

 

 

[도보]

삼죽,두둘기 1300 - 용월리,내토정류장 1316 - 용인/안성시계 1341 - 한택식물원 버스정류장 1344

 

우리는 짬뽕집에서 짬뽕과 탕수육으로 점심을 먹고, 한택식물원을 향해 걷게 됩니다. 내장리를 거쳐 올라가는 경로였는데, 점심을 먹고 거기까지 걸어가면 10-4번이 시간이 어느정도 맞을 각이라 이걸 이용해 백암으로 가려는 석준형의 개쩌시는 계획에 의한 것이었죠. 그런데 한택식물원까지 제법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분명 2019년 이전에는 제대로 갈 수 있는 거리 및 속도였는데 지금은 오르막만 나와도 쥐약이 되니 이전과는 달라진 몸 상태가 좀 냐잉했습니다. 이 정도 걷는다고 발이 아픈 것도 아니고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숨이 찬 것 하나 때문에 힘이 드니 미칠 것 같더군요. -ㅅ-;;

 

그래도 어쨌거나 꾸역꾸역 걸어가니 용인/안성 시경계가 보였고, 금방 한택식물원 버스정류장이 등장합니다. ㅋㅋ

 

 

▲ 용인/안성 시경계입니다. 여길 지나면 한택식물원이 등장하죠.

 

▲ 한택식물원 버스정류장. 하지만 10-4번은 이곳에서 용인 방향으로 약간 위쪽에 있는 공터에서 회차하기 때문에, 여기서 기다리면 피를 보게 될 겁니다. -ㅅ- ㅋ

 

 

그런데 어플로 10-4번의 위치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차가 늦어서, 15분 남짓 기다려야 차가 올 각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근처에 있던 화장실에서 때마침 찾아와버린 배변욕구를 해결하는 행운을 잡게 됩니다. 오지를 다니면 화장실 가기도 쉽지가 않고, 기껏 찾아도 버스시간 때문에 가지 못하는 일도 생기므로 정말 너무너무 다행이었죠. 하지만 어플로 틈틈히 10-4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10-4번은 한택식물원을 상산 방향으로만 들르는데, 시간을 상산 종점에서 맞추므로 한택식물원에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차해서 가버릴 것은 안 봐도 야동이었으니까요. "늘 깨어 있으라"는,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무서운 이 말씀은 살면서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인 겁니다. -ㅅ- ㅋ

 

그에 따라 우리는 시원하게 일을 보자마자 버스정류장 바로 위의 공터로 얼른 이동하였고, 오후 1시 59분이 되자 드디어 멀리서 버스가 달려와 그 공터에서 회차하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사실 버스정류장까지 가버리면 주차장의 차들 때문에 간섭을 받아 회차를 할 수가 없다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었지만, 버스정류장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면 엿되는 구조이기도 했습니다.

 

 

▲ 드디어 도착한 10-4번. 그런데...??

 

▲ 한택식물원 버스정류장 약간 위의 공터에서 회차해버린 10-4번.

 

 

[경남여객 10-4번][1450]
한택식물원(회차) 1358 - 상산 1400도착, 1404 출발 - 옥산3리 1408 - 장평1리노인회관 1410 - 장평삼거리 1412 - 장평교 1414 - 백암면사무소 1420

 

버스는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왔던 길 다시 되돌아서 올라가다가 상산마을 들어가는 길로 우회전을 해버립니다. 덕분에 저도 상산 종점은 두 번째로 오게 되었고, 백암으로 나갈 때 들르는 장평1리의 개쩌는 길 또한 다시 보는 기회를 잡게 되었죠. 이렇게 다시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덕분에 이 한택식물원 구간을 해결함으로서 10-4번도 클리어가 됩니다. ㅎㅎ

 

 

▲ 백암으로 나가면서 찍어본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장평1리. 이제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죠.

 

 

다만 문제는 버스가 백암에 오후 2시 20분까지 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탄 이 10-4번이 상산에서 2시에 출발하는 차라서 상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돌아나와야 하는데, 기사아저씨가 임의로 4분 늦게 출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볼일이 급하여 해결하고 오느라 출발이 늦었던 것도 아니었기에(그냥 운전석에 쭉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안 겪어도 될 일을 겪어야만 했죠. -ㅅ-;;;

 

다행히 버스는 잘 달려주었지만, 백암면사무소에 들어오니 시간이 오후 2시 20분입니다. -ㅅ-;;;;

외수곡,청계 노선은 끝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여기라도 내려서 어떻게든 차를 잡아봐야 했기에, 행동을 개시한 석준형을 따라 저도 얼른 버스에서 내린 다음 급히 길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백암시외버스정류장 쪽을 보니 초록색 카운티 한 대가 아직 정류장에 가만히 서 있다가 우리가 내리고 조금 뒤에 우리 쪽으로 달려오더군요. 석준형이 세운 느T몫은 촬영을...-ㅅ-;; 그 버스는 10-1번 차량이었지만, "청계"라는 조그만 판대기가 있었죠.

 

10-1번 차량으로 운행하니 그냥 멀리서 보면 죽산 가는 버스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 10-1번 차량에 판대기 하나 덜렁 걸어놓고 백암 내 다른 노선으로 운행을 하는 일이 있고, 그걸 목격도 했었기에 저도 이게 우리가 타려는 그 102번이구나 하고 바로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니면 분명히 잘못 타는 사람들 나오게 되어 있을텐데, 한편으론 오지매니아인 경남여객의 배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ㅅ- ㅋ

 

 

▲ 10-1번 차량이지만, 외수곡과 청계를 가는 102번으로 운행중이었습니다. 행선판을 손으로 가리키는(10-1번 아니니까, 죽산 갈 거면 타지 말라는 뜻이죠) 기사아저씨의 모습도 보이는데, 우리는 알고 타는 거니까 걱정 안하셔도 된다능요. -ㅅ- ㅋ

 

 

[경남여객 102번][환승] ※ 10-1번 차량 사용, 차가 늦게 출발하여 탈 수 있었음.
백암면사무소 1422 - 외수곡회관 1426(회차) - 평촌(회차) 1429 - 이산냉동 1430 - 박곡5리마을회관,청계동 1432

 

워낙 급박했던지라 경황이 없어 그냥 10-1번인 줄 알았는데, 가만보니 청계라는 판대기가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다행히 이 버스도 출발이 늦은 덕택에 겨우 탔으니까요. 아까 사흥리에서 만났을 때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멘트가 나왔었는데, 이 말이 보기좋게 맞아떨어지니 웃음이 나게 됩니다. ㅋㅋㅋㅋ

 

이런 상황이면 어디 가냐는 질문이 들어올 것은 100%였기에, 석준형이 아예 청계동 간다고 먼저 말씀을 드리며 우리는 바로 버스에 타게 됩니다. 이 노선은 외수곡에서 타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오늘은 외수곡으로 걸어갈 시간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청계동 간다고 하고 타게 되었죠. 죽산 방향으로 달리던 버스는 원터에서 우회전을 하여 외수곡을 먼저 들어가는데, 역시 쩌는 1차로 길이 우리를 반깁니다. ㅋㅋ

 

 

▲ (2장 모두) 외수곡으로 들어가는 1차로 길. (맨뒤 차창을 통해 촬영)

 

▲ 외수곡 마을회관.

 

▲ 외수곡 마을회관 회차지. 왼쪽의 건물이 마을회관입니다.

 

 

외수곡으로 들어가는 쩌는 길을 보고 있으니 버스는 마을회관 앞에서 회차를 하여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나가는데, 청계동으로 쭉 직진하던 버스가 별안간 우회전을 하여 또 1차로 길을 들어가더군요. "어? 이건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에도 안 나와있는 구간인데?" 하며 서둘러 지도를 켜보니, 평촌마을을 나갈 때 들러주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석준형 모두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사실에 놀라며, 약속이나 한 듯 하이파이브를 하게 되었습니다. ㅋㅋ

 

 

▲ 멀어지는 평촌마을 회차지. 마을회관 앞까지 가진 않고, 입구에서 돌리더군요.

 

▲ 경남여객 102번 운행경로도. 빨간색이 버스가 추가로 달린 구간이며, 청계동 방향으로 경유하였습니다.

 

 

짧은 구간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타보지 않는 이상 정말 발견하기 어려운 정보에 기분이 UP된 우리는 오후 2시 32분에 도착한 청계동 종점에서 기분좋게 내리게 됩니다. 이쪽은 아까 외수곡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어쨌거나 슬슬 걸어나가면 버스는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ㅋㅋ

 

 

▲ 청계동 버스종점. 박곡5리 마을회관 바로 앞 이 공터에서 버스가 회차합니다.

 

 

[경남여객 10번][환승] ※ 경남여객 차고지가 원터다리 근처에 있음을 착안하여 공차회송 차량 탑승
원터다리 1458 - 백암시외버스정류장 1500출발(환승처리) - 노동리 1502 - 가좌리,석실 1505

 

이렇게 백암에서의 노선 하나가 클리어되네요. 

버스로 왔던 길을 따라 원터로 슬슬 걸어나오니 원터 정류장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었고, 우리는 거기서 마실 것을 하나 산 다음 10번을 탔습니다. 알고보니 경남여객 백암 차고지가 이곳 근처에 있었는데, 이곳의 버스편이 적다보니(10-1번이 생각보다 많이 감회된 상태였죠) 10번이 차고지에서 백암으로 공차회송할 때 여기서도 손님을 태우더군요. 우리 외에 승객 두어 명이 버스에 타고 있었는데, 포천 여우고개 정상과 똑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더군요. 오우~ 혁님~! ㅋㅋ

 

우리는 백암을 지나 석실입구에 내릴 것이었기 때문에, 백암에서 기사아저씨가 단말기를 켰을 때 카드를 대고(아까 청계동 종점에서 하차 태그를 한 지 30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환승처리가 됩니다. ㅎㅎ)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금방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던 것은 안비밀이지만요. -ㅅ- ㅋ

 

 

▲ 우리가 내린 가좌리,석실입구 정류장.

 

 

갑자기 이런 곳에 그야말로 뜬금포로 우리가 내린 이유는 석실 노선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석준형의 시승기에서도 보았던, 하루 2번만 다닌다는 그 석실 노선을 이번에 타보게 되니 대박이었죠. 이번에도 저자 직강을 듣는 셈이니 든든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안으로 걸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래봤자 거리가 가까워서 단 10분만에 석실마을회관이 나오더군요.

 

 

▲ (2장 모두)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가좌리 석실마을.

 

▲ 하루 2번뿐이지만, 어쨌든 여기도 버스가 들어옵니다. ㅋㅋ

 

 

정류장 건너편에 정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우리는 버스가 오기 전까지 누워 있다가 오후 3시 55분에 도착한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그런데 버스의 모습을 보니 백암면 공영버스 차량도 한번 대차가 되었는지, 석준형의 시승기에서 보았던 그 카운티가 아니더군요. 사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니 그 카운티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지만, 석준형이 이쪽 노선들의 베일을 벗기기까지의 시행착오들을 저도 알고 있기에, 뭔가 뭉클함도 느껴졌죠. 사실 보편적인 기준 및 상식과 다르면 이상하게 보기부터 하는 이 나라의 좆같은 분위기, 그리고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 대중교통의 슬픈 현실과도 관련이 있었으니까요. ??? : 아니, 여기 아무것도 볼 거 없는데 뭔 여행을 와요? -ㅅ-;;

 

 

▲ 정말 대박이 아닐 수 없던 석실 노선. 판대기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시간표가 있기에 척하면 척이죠. ㅋㅋ

 

 

[경남여객 73-4번(백암~석실)][1450]
석실 1555 - 근곡리회관 1558 - 종평,느티나무 1601 - 마두회관 1603(회차) - 백암시외버스정류장 1606

 

석실을 출발한 버스는 왕복2차로 길을 따라 근곡리 마을회관을 찍고 그대로 10번이 가는 큰길 쪽으로 갈 듯 하다가, 왼쪽으로 난 좁은 길로 달려주는 반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금방, 나오더군요. 진짜 개쩌는 1차로가 말입니다. 

 

 

▲ (3장 모두) 석실 노선의 정말 개쩌는 1차로 길.

 

 

이 대단한 1차로에 우리 모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저는 물론이고, 오래간만에 다시 이 노선을 타보는 석준형 역시 선취골 넣은 선수가 짓는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역시 이런 걸 타야 시승이고 버스 여행이죠. 암요. ㅋㅋ

 

 

▲ 백암으로 되돌아가면서 들렀다 나가는 마두마을회관.

 

▲ 멀어지는 마두마을회관. 누가 백암 카운티 노선 아니랄까봐, 아주 신세계를 보여줍니다. ㅎㅎㅎ

 

 

반전의 맛, 그리고 지방의 다른 오지노선들과 견주어도 될듯한 정말 쩌는 1차로 길이 있는 이 석실 노선은 정말 나중에도 생각날 것 같더군요. 이러니 우리가 용인과 백암을 오갈 때, 10번을 타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게 될 수밖에요. -ㅅ-ㅋ

마두마을회관을 빠져나온 버스는 곧 10번이 다니는 왕복2차로 도로로 나오게 되었고 금방 백암에 도착하게 됩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6분이었죠.

 


[경남여객 10-1번][환승]
백암시외버스정류장 1625 - 원터 1628 - 백봉 1631 - 오방마을 1635 - 한평 1639 - 죽주산성 1642 - 죽산터미널 1644

 

오후 4시 25분에 죽산 가는 10-1번이 있었기 때문에 마실 것을 사며 약국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버스를 탔습니다. 10-1번은 이미 전에도 타보았던 바가 있었고, 이전에 타보았던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죽산까지는 20분이 걸렸죠. 그런데 여기에서 석준형이 이 10-1번은 앞으로도 정말 지겹게 타게 될 거라는 말로 제게 비수를 꽂더군요. 이미 질리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걸어갈 수도 없고,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ㅅ- ㅋㅋㅋㅋ

 

 

▲ 백암에서 촬영한 이 당시의 10-4, 35번 시간표.

 

▲ 이 당시 붙어있던 지렁골~백암~드라미아 105번 시간표.

 

▲ 죽산터미널 시내버스 시간표. 일부 누락된 노선이 있으나, 안성시청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 참고용으로만 봐야할 백성운수 37번(안성~장호원~여주) 시간표.

 

▲ 역시 참고용으로만 봐야 할 370, 380번 시간표. 실제로는 안 맞습니다.

 

▲ 우리가 탄 37번.

 

 

[백성운수 37번][환승]
죽산터미널 1650 - 두평리 1655

 

아무튼 이쪽 라인을 오면 10-1번을 타는 것은 정말 숙명이나 다름없으니 제끼고, 우리는 안성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오후 4시 50분에 37번이 먼저 와서 이걸 타게 됩니다. 그래봤자 달랑 5분 타고 두평리에 내렸지만요. 우리가 37번을 쭉 타고 안성까지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독자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분들에게는 "참 잘했어요" 도장 쾅쾅쾅이구먼요. ㅎㅎ

 

 

 

[도보]
두평리 1655 - 하장마을회관 1722

 

이번에 우리가 두평리에 내린 이유는 능북 노선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능북 노선은 저도 타봤었지만, 이게 어느새 한 정류장이 연장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루 2번밖에 없는데다 시간대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때마침 석준형 역시 연장구간은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개쩌는 계획으로 해결하게 되네요. 역시 괜히 미대생이 아닌 거임요. ㅎㅎ

 

 

▲ 이제는 능북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낯익은 입구입니다.

 

▲ 여기에서 좌회전을 하면 능북으로 갑니다. 그런데...

 

▲ 1차로 개쩌는 길이었던 이 길도 이렇게 확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길 공사가 있었는지 전에 가봤을 때와 비교해서 길 모양이 약간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능북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 좌회전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길 바로 옆에 축사가 있었던 개쩌는 1차로 길은 없어지고 왕복2차로 길로 확장이 되어 있더군요. 옛 능북 종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헐...

 

 

▲ 이곳이 능북 버스 종점이었던 곳입니다. 도로 오른편 담장 말고는 예전의 흔적이 보이질 않네요;;

 

▲ 정류장까지 떡 하니 세워져 있더군요.

 

 

이렇게 확 바뀌어버린 능북 가는 길과 옛 버스종점의 모습에, 상전벽해라는 말은 정말 이럴 때 쓰는 거다를 다시 느끼게 되네요. 한 정류장 연장되어 더 안쪽의 하장마을회관까지 버스가 가게 된 것도 도로 확장 이후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이번에는 옛 능북 버스종점을 지나 더 안쪽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고 오후 5시 22분이 되어 하장마을회관 종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아예 버스종점이라고 광고하는 듯한 넓은 공터가 있어 버스 회차지는 아주 간단하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버스가 오려면 1시간 약간 안 되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우리는 때마침 마을회관 바깥쪽에 운동기구 및 벤치들이 있어 거기에 또 누워 있게 됩니다. 시승하러 온 건지 잠을 자러 온 건지 하여간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긴 했으나, 요즘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는 분명히 다른 편안함도 있었고 앞으로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임을 알리는 복선이기도 했으므로 저도 덩달아 눕게 되었죠. 그러다가 버스가 죽산을 출발할 때쯤 일어나서 기다리니 오후 5시 59분에 드디어 버스가 도착합니다. ㅋㅋ

 

 

▲ 드디어 나타난 능북리, 하장 시내버스. 하장마을회관 앞에서 회차 및 출발대기를 하기 때문에 굳이 지금 이 버스를 잡으려 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 출발 대기중인 버스. 이미 칠장사 노선으로 판대기 교체가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변한 건 노선 연장 및 진입로 확장, 마을 환경 개선 공사가 있었다는 점뿐이었네요.

 

 

과연 버스는 우리가 누워있는 장소를 지나, 아까 봐두었던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회차합니다. 시간이 꽤 남았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 시간까지 노닥거리다가 시간 맞춰 마을회관 앞으로 가서 버스에 승차하는데, 판대기가 이미 칠장사로 바뀌어 있더군요.

 

 

 

[백성운수 3-1번][석준형 다인승]
하장마을회관 1800도착, 1820 출발 - 두평리 1824 - 죽산터미널 1828 

 

[백성운수 370번][환승, 석준형 다인승]
죽산 1830 - 신광 1833

 

오후 6시 20분이 되자 버스가 출발하여 우리가 걸어온 길 그대로 달리게 되었고, 금방 죽산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전에는 1차로가 있었기 때문에 죽산터미널에서 10분 남짓 걸렸는데, 이젠 아예 10분도 안 되어 주파해 버리네요. 뭔가 허무한 느낌도 살짝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죠. -ㅅ- ㅋ

 

 

▲ 오우~ 이번에는 370번이 바로 딱 도착합니다. 대박 ㅋㅋ

 

 

아무튼 어플을 보니 때마침 일죽 방향으로 370번이 도착 직전이어서 우리는 이 버스를 타고, 죽산삼거리 바로 다음 정류장인 신광에서 내리게 됩니다. 이번에 370번을 탄 시간은 달랑 3분. ㅋㅋ

 

 

 

[도보]
신광 1833 - 죽림종점 1853

 

이제 대망의 장암리 노선을 타기 위해 죽림종점을 향해 걸어들어갑니다.

오늘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장암리 노선을 드디어 타게 되니 앓던 이 빼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노선은 오전 8시 30분, 그리고 오후 7시 30분 이렇게 두 번밖에 다니질 않는데다, 그마저도 시간대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타기가 매우 어려운 노선이었죠. 걸어가면서 지도 그리고 길들을 보니 이 노선은 아예 일죽~장암리~죽산으로 다녀도 문제없는데 그러지 않는 것도 그렇고, 운행횟수도 마을 크기에 비해 너무 적은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사실 안성은 오지노선에 대해 생각보다 야박한 데가 있는 동네이니, 그럴 만 했지만요.

 

 

▲ 여기까지 왔으면 장암리 종점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ㅋㅋ

 

▲ 고즈넉한 모습의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죽림리.

 

 

신광에서부터 20분을 걸어가니 드디어 장암리 종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사실 죽림리 종배마을 앞 버스정류장이었긴 했지만, 시청 시간표에는 장암리라고 적혀 있기에 그러려니 해줍시다 -ㅅ- ㅋ). 시간이 오후 6시 53분이라 40분 남짓 기다리면 버스가 오기 때문에 우리는 정류장에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죠.

 

 

▲ 이곳이 장암리 노선(3-11)의 종점입니다.

 

▲ 하루 2번만 버스가 오지만, 어쨌거나 버스정류장이 잘 세워져 있더군요.

 

▲ 장암리 버스종점에서 바라본 새 떼의 모습. 우리도 저렇게 자유롭게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철새로 보이는 새 떼가 질서정연하게 무리지어 날아가는 것도 보고 있으니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지금은 해가 길 때라서 버스 타고 일죽으로 돌아갈 때까지 어두워질 일은 없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 둘 모두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 가지 섬찟한 예상을 했었기 때문에, 오후 7시 35분이 지나자 버스가 오는지 확인해보게 됩니다. 그 예상은 바로... 버스가 이곳에 도착하면 출발시간인 오후 7시 40분을 굳이 맞추지 않고, 로 가버릴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오후 7시 37분이 되자 대망의 장암리 노선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버스 앞 행선판에는 "장암리"가 적혀 있었죠.

 

 

▲ 드디어 타보게 되는 일죽~장암리 노선. 정말 타기 힘듭니다.

 

 

[백성운수 3-11번][1450]  ※ 종점 도착하면 바로 회차하여 되돌아가니 주의
죽림종점 1937회차 및 바로 출발 - 장암리 1939 - 일죽터미널 1948

 

기사아저씨가 정류장에 서 있는 우리를 보고는 버스를 세우고 바로 문을 열어줍니다. 이야 지금 시간에 여기 손님이 다 있네? 아까 370번에서 내린 지 30분이 훨씬 지나 있었기 때문에 카드를 대니 1450원이 찍히게 되었죠. 또한, 버스는 우리를 태운 정류장에서 직진을 하더니, 아까 걸어들어오면서 보았던 정자 앞에서 회차를 하고는 곧바로 일죽터미널을 향해 내달려버립니다...

 

이 노선이 종점에 도착하면 어떻게 움직일 지 바로 맞춰버리니 정말 소름돋더군요. 어쨌거나 정말 타보기 힘든 노선이기에 동영상을 찍습니다.

 

▲ 장암리종점~일죽터미널 주행영상. 영상 초반에 불 켜지는 정류장의 모습이 나름 사일런틱할 겁니다. -ㅅ-ㅋ

 

 

[백성운수 370번][환승]
일죽터미널 1948 - 죽산터미널 2000

대망의 장암리 노선도 끝이 나고, 일죽터미널에 도착하니 평택 가는 370번이 출발하기 일보직전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장암리 노선에서 내리자마자 지체없이 그 370번을 타게 되었고,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버스가 출발합니다. 일죽을 나온 버스는 누가 백성운수 아니랄까봐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우리는 평택을 찍고 귀가할지 용인을 거쳐 귀가할지 시간을 맞춰보게 되었죠.

 

시간을 살펴보니 때마침 죽산에서 10-1번이 시간이 맞았으며, 그걸 타고 백암 가면 10-4번이 맞을 각이라 용인을 거쳐 귀가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일죽~죽산~안성~공도~평택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 라인으로 가자니 왠지 밋밋해서 싫었고 용인~백암 이동에서 10번을 타는 것 또한 병적으로 싫어하는 우리였기에, 이 시간대에 10-4번이면 꽤 매력있는 선택지였던 겁니다. 또한 수인분당선이 용인 그리고 죽산과 일죽까지 생각보다 아주 멀리 영향이 미친다는 걸 실감하게 된 루트였는데, 사실 수인분당선이 아니었다면 저로서는 평택을 거쳐 가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는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경남여객 10-1번][환승]
죽산터미널 2004도착, 2005출발 - 죽주산성 2010 - 주평 2015 - 신대촌 2020 - 백암시외버스정류장 2025

[경남여객 10-4번][환승]
백암시외버스정류장 2035 - 두창리 2040 - 원삼 2044 - 고당리 2046 - 해곡동 2054 - 운학예비군훈련장 2101 - 송담대학 2106 - 포브스병원 2110

 

이리하여 우리는 죽산터미널에 오후 8시 4분에 도착한 10-1번을 타고 백암으로 갔다가(죽산터미널에서 승객 승하차를 끝낸 후, 바로 백암으로 되돌아가더군요), 백암에서 10분 뒤에 도착한 10-4번을 타고 용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죽산, 그리고 백암에 와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늦은 시간에 타니 역시 경남여객의 퇴근본능이 발휘되는지 10-4번은 백암을 나오자마자 정말 무서운 속력으로 질주합니다. 그런데 백암에서는 우리 말고는 버스 안에 승객이 없더만, 원삼을 지나 사암삼거리에 이르니 한 무더기의 손님들이 잔뜩 타서 버스 안에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죠. 시골길 버스 정류장에서 이 시간에 이렇게 버스를 타는 사람이 많다니 참 신기했는데, 석준형이 이 길 주변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영업을 마치고 퇴근길에 시간 맞춰 이 버스를 타는 거라고 하더군요.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에서 이 시간에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이 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죠.

 

버스는 여전히 대단한 속력으로 질주하여 그대로 곱등고개도 넘고 거침없이 달려줍니다. 하지만 저나 석준형이나 좀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하는데 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와의 환승 여유시간이 3분밖에 되지 않아서 막 뛰어야 할 판이었으며, 석준형은 아무래도 5005번이 우리가 탄 10-4번보다 먼저 송담대를 지나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불행히도 버스가 운학리를 지나 나타난 신호에서 몇 번 걸리는 바람에 생각보다는 시간이 걸려버리게 되어 우리가 각자 우려했던 사실들이 모두 현실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수인분당선은 뛰기만 하면 탈 수는 있었고, 정말 정신나간 배차 시간대(다음 열차가 48분이라니요...;;;) 바로 이후였다는 점은 천만다행이더군요. -ㅅ- ㅋ  보고 있나 코레일?

 

덕분에 포브스병원에 내린 우리는 정신없이 운동장,송담대역으로 뛰어가 용인경전철을 타게 되었고(왜 3번 출구에는 계단만 있는 거냐고요... -ㅅ-;;), 우리 둘 다 급한 상황이라 작별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헤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결국 저는 기흥역을 오후 9시 45분에 출발하는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를 무사히 탈 수 있었고, 석준형 역시 곧 5005번을 탔다는 소식이 들어왔던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조령부터 시작해서 외수곡, 석실, 장암리 등등 용인과 안성을 넘나들며 대물을 낚은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업계의 비밀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의 이 시승이 끝이 아니라는 게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