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탔던 보통리, 옥촌리, 내리 등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용인을 향해 떠나게 됩니다. 오전 8시 31분에 기흥역에 도착한 저는 화장실을 다녀왔다가, 석준형과 함께 오전 8시 52분에 출발하는 전대,에버랜드행 용인경전철을 탔습니다. 예산 낭비라고 까이는 용인경전철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었지만, 버스와 차별화되는 무기인 정시성이 있다보니 여길 오면 경전철을 항상 타게 되더군요.
오전 9시 12분이 되자 우리가 탄 경전철은 운동장,송담대역에 도착했고, 우리는 여기에서 내려 바로 근처의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봅니다. 그동안 술막다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이 유서깊은 버스정류장은 경전철 개통 후에는 운동장,송담대역으로 아예 이름이 바뀌어 있었지만, 경전철 개통 이전의 모습을 아는 우리에게 그동안의 추억도 생각나게 했죠. 또한 이번에 탈 노선은 용인터미널을 출발해서 이 곳을 지나가기 때문에, 터미널까지 굳이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 하는 수고로움이 없었던 점도 아주 좋았습니다. ㅋㅋ
[경남여객 82번][환승] ※ 용인터미널 0920 출발
술막다리,운동장,송담대역 0924 - 서울병원 0928 - 고림고교 0930 - 예원코아루아파트 0936(회차) - 주북3리 0940 - 대대리,태화국제학교입구 0942 - 태화국제학교 0947(회차) - 대대리,태화국제학교입구 0952 - 무량골,대대3리 0955 - 한터초교 0954 - 대대3리마을회관 0954
오전 9시 24분이 되자 드디어 우리가 탈 82번이 나타납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미 탔던 노선이지만, 석준형과 함께이기도 했고 오래간만에 태화국제학교의 그 개쩌는 길도 다시 가보게 되니 기분이 좋았죠. 그런데 버스 정면에 걸린 방향판이 계속 "용인 방면" 이었던 점이 걸리더군요. 사실 방향판 내거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기사아저씨의 실수가 있었던 거지만, 이게 코아루아파트를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노선이라서 방향판이 있는 건데, 만약 거기서 버스를 타려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말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용인 나가려는 손님이 버스를 타려고 할 것은 안 봐도 야동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코아루아파트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이 버스를 탔던 겁니다. 아파트를 나와 한터 쪽으로 좌회전을 하니, 방금 코아루아파트에서 탔던 아주머니께서 멘붕(?)을 하게 되었던 것도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았죠. 이에 기사아저씨께서 방향판을 보더니 실수를 했다고 사과를 하시며 바로 내려주더군요. 그간 경험상, 이런 구조를 가진 노선의 진행방향 안내판을 반대로 놓는 일은 매우 드문 편이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아주머니께서 좀 운이 없었죠. -ㅅ-;;;
그래도 이 정도는 큰 실수치고는 가볍게 끝난 것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로도 운전기사와 승객이 다투는 사건이 분명히 있을 텐데, 과민반응(?)을 하는 승객도 없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은 운전기사의 잘못이지만, 버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무조건 덮어놓고 운전기사 잘못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들도 많이 있기에 더더욱 그랬죠.
추곡리 쪽으로 신나게 달리던 버스는 태화국제학교 입구에서 좌회전을 틀어 여전히 쩌는 길로 들어가줍니다. 태화국제학교가 생각보다 꽤 깊은 곳에 있다보니, 다시 입구로 나오기까지 5분이나 걸리는 것도 그대로였습니다. ㅋㅋ
기분좋게 개쩌는 태화국제학교 1차로 길을 보고 나니 금방 대대저수지가 나왔고, 버스는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의 갈림길에서 우회전을 하여 무량골로 들어가줍니다. 대대3리 마을회관 종점에 도착하니 오전 9시 58분이더군요. ㅎㅎ
[도보]
대대3리마을회관 0956 - 무량골 1009
다음 버스 시간도 넉넉해서 천천히 걸어나가는데, 대대3리 마을회관 종점에서 무량골 입구까지 가깝다보니 13분밖에 걸리지 않았죠. 그로부터 다시 10분 남짓 기다리니 여기서 골프장을 지나 양지로 가는 82번 양지행 노선이 나타났고, 우리는 이걸 타고 양지로 나오게 됩니다. 이 노선은 82-1번으로 버스정보시스템에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카드를 대면 환승이 되지만, 여지껏 그랬듯 우리는 카드를 대며 사뿐하게 환승할인을 받아주었습니다. ㅋㅋ
[경남여객 82번(양지)][환승] ※ 용인터미널 1000 출발
무량골 1021 - 아시아나CC 1025 - 금륜사 1029 - 양지농협 1030
82번은 일부 시간대에 한해 양지까지 더 가는데, 아시아나 골프장의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 양지로 가기 때문에 무량골로 들어가는 본선과 더불어 타보는 것도 괜찮은 그런 노선입니다. 전구간을 타려고 들면 고난도로 돌변하여 쓴맛을 안겨주는 수가 있지만, 구렁이 담 넘듯 생각에 유연함만 있다면 크게 힘 안 들이고도 쉽게 탈 수 있으니, 마음먹기에 따라 난도가 달라지는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 있기도 하죠.
인간이 참 이렇게 약하구나를 실감시켜주었던, 그리고 84번 은이성지 노선을 탔던 기억을 생각나게 만든 아시아나 골프장의 구불구불 고갯길을 넘으니 금방 양지가 나옵니다. 이번에도 10분 채 못 된 시간동안 버스를 탔네요. -ㅅ- ㅋ
10번만 주야장천 들락거린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던 양지에 내린 우리는 바로 근처에 있던 한솥도시락에서 도시락을 사서 식사를 하고, 오전 11시 16분에 나타난 81번에 승차합니다.
[경남여객 81번][1450] ※ 양지체육공원 1115 출발
양지농협 1116 - 양지4리 1118 - 고래실전원마을 1124 - 주북1리,치루개 1125
배실 가는 버스였던 81번이 양지를 온다?
사실 이전에도 81번이 양지로 연장운행을 하는 시간대가 있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노선을 보니 배실은 74번이 전담하게 되고 81번은 배실을 가지 않는 대신, 양지로 연장운행을 하던 지선을 정규노선으로 만듦과 동시에 고래실마을을 경유하는 것으로 바뀌어버렸더군요. 또한 이전에는 카운티로 다녔던 81번이 그린시티로 다니고 있었습니다.
양지면사무소를 지난 버스는 바로 우회전을 하여 10번이 다니는 길과는 작별을 고하고, 주북리 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평평한 왕복2차로 길이었지만 금세 산길을 타기 시작했고, 양지바른 보호작업장에서 좌회전을 하니 1차로 길이 우리를 반깁니다. 의외의 1차로 길인데다, 야산을 넘기까지 하니 이것 역시 재미있는 노선이더군요. 제가 용인에 살았다면 바람 쐰답시고 종종 타봤을 노선 중 하나가 됐을 법했습니다.
[도보]
주북1리,치루개 1125 - 온누리요양병원 1155
우리는 주북1리,치루개(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주북1리라고만 나와 있습니다)에서 바로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배실 가는 길과 고래실마을,양지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였죠. 버스를 보내고 배실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의외로 배실이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걷기에는 조금 센 경사가 우리를 반겨주더군요.
경사를 뚫고 올라가니 영동고속도로가 오른편에 놓여 있는 것이 보였고, 금방 배실 버스정류장이 등장합니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있어 정류장은 간접 촬영을 해야 했지만, 정류장 주변을 보니 81번이 배실을 오던 시절에는 여기에서 회차를 했을 것 같더군요. 74번은 온누리요양병원을 가는 것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고 말이죠.
배실 버스정류장을 지나 천천히 10분을 더 걸어가니 온누리요양병원 버스종점이 등장합니다.
온누리요양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55분.
아까 주북1리,치루개에서부터 정확히 30분이 걸리는데, 치루개에서부터 온누리요양병원까지 지도로 보면 생각보다는 안 멀어 보이지만 걷기에 조금 빡센 언덕이 있어 생긴 결과였습니다. 석준형의 계획에도 30분 걸린다고 적혀 있었는데, 정말로 맞아들어가버리니 소름이 돋을 따름이었죠. 이런 것에서도 클라스라는 것은 드러나는 법이었습니다. 저도 엄지 척~! 을 하게 되구요. ㅋㅋ
74번은 오후 12시 20분에 여길 출발하기 때문에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되어가는데 싶어 계속 기다려보니, 드디어 오후 12시 12분이 되자 우리가 걸어온 길 쪽에서 버스가 나타납니다.
[경남여객 74번][1450]
온누리요양병원 1213 도착, 1220 출발 - 주북1리,치루개 1225 - 주북6리마을회관 1228 - 임원 1229 - 고림고교 1235 - 술막다리,운동장,송담대역 1240 - 용인터미널 1246
[경남여객 10-4번][환승]
용인터미널 1256 도착, 1300 출발 - 포브스병원 1304 - 라이프아파트 1309 - 운학과학화예비군훈련장 1314 - 운학초교 1317 - 해곡동 1321 - 와우정사 1323 - 용암 1328 - 원삼 1332
버스에 타니 참 시원했습니다.
또한 생각보다는 조금 빡센 74번도 이렇게 클리어가 되니 날아갈 것만 같았죠. ㅋㅋ
오후 12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성취감에 젖은 우리, 그리고 배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아까 그 할아버지를 싣고 용인터미널까지 신나게 달려주었습니다. 다음에 탈 10-4번은 오후 1시 출발이었고, 74번은 용인터미널까지 아무리 느려봤자 30분 정도면 가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여정은 정말 순조롭게 진행되었죠.
오후 1시에 출발하는 10-4번을 타고 원삼에 내리니 오후 1시 32분. 이번에는 안성 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15번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백암과 죽산, 그리고 안성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므로 시승 국면도 확 바뀌게 되었죠. 15번은 오후 1시 48분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가 타자 금방 1시 50분이 되어 출발합니다.
[백성운수 15번(안성~보개우체국,보개면사무소,적가리,서삼삼거리,구봉말,청룡,야광마을~원삼)][환승]
원삼 1350 출발 - 청룡 1354 - 후동마을 1355 - 목신리,구봉말 1357 - 경수사 1359 - 평장골 1401
아주머니 기사님께서 운전을 하시더군요.
우한 폐렴도 우한 폐렴이지만, 그 망할 주 52시간 및 쓸데없이 복잡해진 규정 때문에 운전기사가 정말 심각하게 부족한 현실에서(2022년 5월 현재도 적용되는 사실인데, 버스의 배차간격이 늘어나 버린 원인이 사실 이것 때문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여성 운전기사였죠. 버스는 원삼을 나오자마자 남쪽으로 시원하게 달려주었고, 11번의 종점인 구봉말을 지나니(버스가 회차하기 좋도록 넓은 공터가 있더군요) 금방 안성시로 진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삼초등학교 못 간 지점에 있는 평장골 정류장에 내리게 되었고, 그곳에서 마을 안쪽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동양동 노선을 타기 위해서였는데, 원래는 여르니님까지 끼워 셋이서 탔었을 노선이었지만 그날 눈이 꽤 쌓이는 바람에 계획을 변경해야 되어 타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 날로부터 시간은 꽤 흘렀지만, 결국 이 노선을 타게 되네요.
[도보] ※ 햇빛이 뜨거워 동양동종점 직전에 20분 휴식
평장골 1401 - 동양동종점 1445
더위를 뚫고 안으로 걸어들어가니 동양동 버스종점은 금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양동 마을로 들어가기 직전에 쉼터가 하나 있어 우리는 거기에서 쉬다 가게 됩니다. 여기는 나무들 때문에 온통 그늘뿐이었고, 바람까지 솔솔 불어와서 시원했기 때문입니다. 동양동 버스종점은 햇빛이 그대로 드는 구조라서 바로 가지 않았던 것인데, 역시 경험자가 같이 있으니 술술 잘 풀리는 거랑께요. ㅋㅋ
날이 더울 때 이렇게 나무 때문에 시원한 쉼터가 딱 있으니, 버스 시간이 좀더 남아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버스가 오후 2시 55분에 동양동 종점을 출발하는 관계로, 버스시간 10분 전에 종점에 도착해보니 과연 햇빛이 그대로 드는 구조라 정류장이 있더라도 더워 죽을 것이 예상될 정도였죠. 아무튼 오후 2시 51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도착하고, 우리는 각자 1450원씩 찍으며 사뿐하게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백성운수 15-3번][1450]
동양동종점 1451도착, 1455출발 - 삼은리,꼴미 1505 - 적가리,오림 1518 - 보개면사무소 1524 - 봉산로터리 1530
쩌는 길을 통해 바깥으로 나온 버스는 15번 가는 길로 안성으로 잘 내려가다가, 길 오른편의 삼은리로 슬쩍 들어갑니다. 그랬더니 쩌는 1차로 길이 고삼저수지 바로 옆으로 나 있었는데, 동양동 가는 이 버스만 경유를 하는 길이기도 했죠.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질 및 인식은 또다른 문제였지만, 오지노선에 대해 야박한 데가 있는 안성의 외딴 동네조차도 이렇게 버스가 들락거리는 걸 보면 우리나라의 대중교통망은 정말 잘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그런데 안성에는 오후 3시 30분 전까지 가야 했지만 버스가 생각보다 너무 느리게 가는 바람에, 우리는 안 타도 될 똥줄을 타게 됩니다. 다음에는 삼죽으로 가야 했는데 370번과 380번은 역시나 노선만 길지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상황이었으며, 37번이 오후 3시 30분에 안성 구터미널을 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겁니다. 아무리 그놈의 5030이 있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느리게 가는 것이 생각외의 변수가 되어 돌아오네요. -ㅅ-;;
결국 우리는 봉산로터리에서 바로 내리기로 했는데, 내리고 보니 오후 3시 30분입니다. 서둘러 길을 건넌 우리는 과연 37번이 올 것인가 기다리는데, 정작 버스는 오후 3시 40분에 출발할 모양인지 오후 3시 33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질 않더군요. 오후 3시대면 아직 한낮이라 매시 정각, 30분 이렇게 갈 줄 알았는데 오늘은 20분 간격으로 차가 나오니(그래봤자 4시대에는 30분, 5시대에는 20~30분 6시대부터는 30분 이럴 테지만요 -ㅅ- ㅋ) 좀 의외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허겁지겁 움직이는 것보다는 나으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과연 37번은 오후 3시 40분이 되자 안성 구터미널을 출발했고, 우리는 봉산로터리에 도착한 그 버스를 타고 삼죽으로 향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삼죽은 20분이 걸리더군요.
[백성운수 37번][1450] ※ 안성 구터미널 1540 출발
봉산로터리 1543 - 안성터미널 1546 - 안성종합운동장 1552 - 상삼리 1553 - 미장리 1555 - 동아방송예술대학 1558 - 삼죽,두둘기 1602
[도보]
삼죽,두둘기 1602 - 배태리종점,덕산낚시터 1627
삼죽에 내린 우리는 배태리 버스종점을 향해 걷게 됩니다.
배태리는 죽산에서 버스가 오는 동네였는데, 횟수는 하루 3번이었지만 시간대 배치가 너무 극악이라 사실상 이번 시간대에만 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배태리 버스 시간은 안성시청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아래와 같은데요.
죽산에서 오전 7시 30분, 오후 4시 30분, 오후 8시
배태리에서 오전 7시 40분, 오후 4시 45분, 오후 8시 15분
아침 7시대 차의 다음 버스가 오후 4시를 넘어야 있으니, 정말 이 시간표를 10년 전부터 가끔씩 봐왔던 저도 기가 막힐 따름이었습니다. 이후 시승기들에서도 나오겠지만, 이번 배태리와 내장리 역시 직접 가보니 버스가 하루 3번만 다니고 말아버릴 그런 곳은 아니었는데도 버스가 너무 적은 것은 물론, 시간대마저 정말 안 좋았으니까요. 기왕 하루 3번만 다녀야겠다면 오전 7시대, 오후 12~1시대, 오후 6~7시대 정도가 주민들의 생활패턴에도 맞고 이상적일 텐데, 시간이 저러니 누가 버스를 탈지요. 사람들이 더 버스를 안 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안성이든 죽산이든 일죽이든, 각자 시내에서 집으로 들어갈 때 버스보다 택시를 더 많이 타는 일이 생각보다 꽤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자동차로 움직이든가).
이후 시승기들에도 나오겠지만, 안성과 이웃한 지자체인 용인, 평택은 물론, 안성과 똑같이 경기도 최외곽 시골로 취급받는 이천, 그리고 불친절로 유명하다는 천안과 비교해도 이건 안성쪽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겠더군요. 안성과 붙어있는 동네인 이천이나 천안조차 정말 웬만해서는 오지에 이런 식으로 버스를 넣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성운수가 주민들은 불편하든지 말든지 구색 맞추기 식으로 대충대충 배차를 했다는 걸 알 수가 있으니까요. 이건 여러분들이 정말 언급된 지역의 오지노선들 시간표들만 대충 보고 비교만 해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인데, 과연 이런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니올시다구먼요. -ㅅ-;;
배태리로 들어가면서는 왕복2차로 길이 아닌, 덕산낚시터 바로 앞으로 가는 길을 이용하여 배태리 종점까지 갔는데 덕산저수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버스회사만 아니면 참 좋은 곳이었으니 한편으론 안타깝기마저 하더군요.
이전과는 달라진 몸 상태에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걸어왔던 것이 있는지라 열심히 걷다보니 오후 4시 27분에 배태리 버스종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버스도착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ㅅ-;;
[백성운수 3-3번][1450]
배태리종점,덕산낚시터 1643 - 삼죽노인회관 1647 - 삼죽 1649 - 하장 1652 - 상장마을회관 1655 - 두현상회 1656 - 죽산터미널 1700
버스는 우리 둘만을 태우고 죽산터미널까지 거침없이 달려주었습니다. 버스를 타면서 보는 덕산저수지는 역시 일품이었고, 삼죽 이후로는 우리가 전에 한택식물원까지 걸어갈 때 지나갔던 그 길 그대로 달려 내장리를 경유하더군요. 아까 배태리도 그렇고 여기 내장리도 버스가 정말 이렇게 다닐 동네가 아닌데, 내장리를 죽산 방향으로만 경유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요. -ㅅ- ㅋ
[경남여객 10-1번][환승]
죽산터미널 1707도착, 1710출발 - 죽주산성 1714 - 방초삼거리 1717 - 신대촌 1724 - 백암 1728
죽산에 오니 백암으로 올라가는 10-1번이 오후 5시 10분에 있어 시간이 착착 맞습니다. ??? : 그럼~ 누가 짠 계획인데 ㅋㅋㅋㅋ
이번에는 백암에 오후 5시 7분에 도착한 탓에, 3분 대기하다 백암으로 출발하게 되었고, 우리는 정말 오래간만에 백암에서 순댓국을 먹게 되었죠. 여기 순댓국집도 제 단골 순댓국집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 맛이 정말 예술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못 먹어봐서 늘 아쉬움이 있던 것을 오래간만에 풀어보게 됩니다. 경남여객의 퇴근본능이 발동하지 않는 이상, 10번을 용인터미널에서 타도 백암까지는 50분~1시간 생각해야 되는 현실이니 말이죠. -ㅅ-;;
오래간만에 순댓국 한 그릇 잘 먹고 난 우리는, 박석 노선을 타기 위해 협동2교 정류장까지 동네 슈퍼 가는 느낌으로 슬슬 걷게 되었습니다. 공영버스 차량 1대로 6개의 노선을 운행하다보니 박석 노선은 시간대가 좋지 않아 타기 어려운 노선에 속했으며, 바로 그 점 때문에 백암을 오전 10시까지 가야 되어 정말 골치아팠다는 기억을 남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수인분당선이고 수원시청역이고 기흥역이고 그런 거 없던 시절에 말이죠. 이처럼 시간대가 어려웠던 박석 노선이지만, 수인분당선을 비롯한 여러 신규 노선들의 개통 및 시승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결국 오늘 타게 되니 오우~ 혁님~! 이네요. ㅋㅋ
[경남여객 73-3번(백암~박석)][1450] ※ 백암 1820 출발
협동2교 1825 - 상촌 1827 - 박석 1830 - 백암 1836
이 노선은 박곡리를 한 바퀴 순환하는 노선이었는데, 운행 시간대가 좋지 않아 타보기가 매우 어려운 노선이었지만 굉장히 쩐다는 정보가 있어 오늘의 피날레와 더불어 참 기대를 많이 했던 노선이기도 했습니다. 버스는 처음에는 왕복2차로 길을 달렸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정말 굉장히 쩌는 1차로 길을 달려줍니다. 오우야 ㄷㄷ;;
충청도 노선들과도 견줄만큼 정말 개쩌는 노선이 다름아닌 용인에 있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이 박석 노선마저 타고 나니 백암 공영버스도 어느새 양준 하나만 타보면 끝나게 되었지만, 그게 실감나지 않을 지경이었죠. 나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던 박석 노선이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었으면 하게 됩니다.
[경남여객 10-4번][환승] ※ 상산 1830 출발
백암 1849 - 근창리 1852 - 황토현입구,두창2리 1856 - 원삼 1900
박석의 굉장한 1차로 길을 누비며 백암으로 다시 돌아오니, 용인으로 올라가는 10-4번도 금방 오는지라 우리는 사뿐하게 환승할인을 받으며 원삼으로 향합니다. 이제는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최고난도 노선,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를 정말 고민의 도가니 속에 밀어넣었던 맹리 노선을 타기 위해서 말이죠.
2022년 5월 현재는 경남여객이 백암~황토현~원삼~좌전 간 노선버스인 78번을 만듦과 동시에, 원삼공영버스인 76번도 개편을 한 상태라 이 맹리 노선은 폐선되고 없는 상태입니다(맹리 안으로 들어가는 노선버스 역시 없게 되었죠). 하지만 이 맹리 노선은 안 그래도 난도가 높은 편인 백암 및 원삼공영버스 노선들 중에서도 가재월리 노선(76-5)과 더불어 최고난도에 속하는 노선이었습니다.
맹리 노선은 하루 3번 운행했는데, 각 회차가 76-1, 76-8, 76-11번으로 제각각 분할되어 운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첫차는 가좌리→맹리→원삼(76-1), 저녁 막차는 원삼→맹리→가좌리(76-8)로 각각 편도 운행을 하며, 2회차인 낮차(76-11)는 맹리까지만 운행하여 맹리~가좌리 구간은 가질 않으니 결국 우리가 탈 수 있는 것은 오늘 타려는 저녁 막차 뿐입니다.
또한 맹리 막차의 운행 경로도 문제였는데, 아래의 운행 경로를 보시죠.
보다시피 원삼에서 좌전을 거쳐 맹리회관을 찍고 가좌리로 편도 운행을 하는데,
1. 원삼에서 좌전까지는 11번이 더 빠른 경로로 더 자주 운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좌전 간다고 했다간 11번 타라며 승차 거부당하게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좌전쪽으로 올라가는 11번이 이 노선 출발시간쯤 원삼에 도착하죠. -ㅅ-;;
2. 가좌리로 가면 되지 않을까?
좌전에서 가좌리까지는 10번이 있는데다, 저 노선은 맹리 안쪽을 경유하기 때문에 10번보다 돌아갑니다. 좌전에서 10번으로 갈아타라며 빠꾸 먹든가, 기사아저씨의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3. 맹리로 간다면?
1, 2번과 같이 승차 거부 걱정은 없으나, 맹리~가좌리 구간을 가보지 못하게 됩니다.
4. 원삼이나 좌전 이외의 장소에서 탄다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가좌리까지 가는 건데, 문제는 이 동네가 인구가 적고 주민들의 이동 패턴이 한정되어 있어 그런 식으로 버스 타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이상한 놈으로 보이기 딱 좋다는 얘기죠. 죽기 딱 좋은 날이군
따라서 이 맹리 노선은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탔다간 기사아저씨의 취조 아닌 취조를 받게 되어 있으며, 승차거부로 이어지는 수가 있었습니다. 이걸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 운전기사는 조금만 버스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가도 질문공세를 펴는 승객들부터 시작해서 돌아간다고 불평불만인 승객들, 이런 걸로 민원을 넣는 승객들까지 정말 오만가지 사람들 및 상황들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동네는 한 차로 여러 노선을 운행해야 하는데다, 운전하기 참 힘든 길들이 많아서 더더욱 그랬죠.
이처럼 맹리는 타기가 아주 어려운 노선이었기에 우리는 오늘 계획을 수립하기 전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으며, 원삼에서 타서 가좌리 간다고 하고 현금으로 요금을 내는 석준형의 나름 주도면밀한 작전에 따라 원삼을 가게 되었던 겁니다. 우리가 탄 10-4번은 오후 7시에 원삼에 도착했고, 우리가 탈 맹리 막차 역시 오후 7시 18분이 되어 등장했습니다.
[경남여객 76-8번(원삼→광곡→좌전→맹리회관→가좌리)][환승]
원삼 1918 도착, 1920 출발 - 용인농촌테마파크 1922 - 사암4리,광곡 1927 - 좌전 1930 - 맹리마을회관 1935 - 미평리 1937
원래는 76번 타는 곳(분식집앞) 건너편에서 출발하는 노선이지만, 10-4번을 타는 이 장소에서도 승차가 되는 듯 버스가 우리를 보고는 문을 열더군요. 그런데 들어오는 버스를 본 석준형이 뭔가를 감지했는지, 가좌리 간다고 먼저 말한 다음 그냥 카드를 대버립니다. 이에 저도 환승할인을 받아 냉큼 버스에 승차하게 되었죠.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석준형이 그런 행동을 했던 이유는 오늘 76번이 예비차량으로 운행하고 있었고 기사아저씨도 스페어 기사(고정기사가 없을 때 대타로 운전하는 기사죠)여서, 이 동네 지리를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러고보니 가좌리 간다고 한 이후, 예상했던 추가질문들이 전혀 들어오질 않더군요. 마침 오늘 고정기사가 없던 덕택에, 정말 타기가 많이 어려운 이 노선을 우리는 얼떨결에 쉽게 타버리게 됩니다. 오우~ 혁님~! ㅋㅋㅋㅋ
그리하여 첫 번째로 보게 된 원삼~좌전 구간. 개쩌는 사암4리 광곡마을의 1차로 길이 우리를 반깁니다. 여기는 이 맹리 막차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도 버스가 가주는 곳이었지만 저를 초장부터 제대로 조져주더군요. 좌전~원삼 11번마저 "11번 따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이 엄청난 1차로는 양도 질도 정말 우수했습니다. 11번도 오지노선인데 그걸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클라스는 정말... ㄷㄷ;;;
무서운 1차로의 포스를 느끼며 광곡을 빠져나오니 왕복2차로 길이 나왔고, 버스는 그대로 좌전을 향해 달립니다. 중간에 타는 사람이 있었지만 예상대로 좌전에서 내려버려서 승객이라고는 다시 우리 둘만 남게 되었고, 버스는 10번이 가는 길 그대로 가다가 원삼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맹리 안으로 들어가주더군요. 10번을 백암 가는 쪽으로 타고 왔을 때 항상 보던, 좌회전하면 맹리라는 이 이정표대로 가면 그 안쪽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그게 풀리는 순간이었죠. 막상 들어가보니 맹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왕복2차로로 굉장히 잘 닦여 있었지만요.
이 왕복 2차로 길은 마을회관까지 그대로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 아 결국 맹리도 확장당한 건가...
하지만 정말 타기가 매우매우 어려운 노선을 타고 있는지라 아쉬움이고 뭐고 어떤 길이 앞에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는데, 이럴수가 마을회관을 지나 미평리로 넘어가는 길로 접어드니 금방 1차로 길이 우리를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아까 광곡마을과 마찬가지로 대박 쩌는 1차로더군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진리였습니다. 키아 ㅋㅋㅋㅋ
정말 언뜻 보면 어디로 가는 길인지조차 모를 이 1차로 길은 너무너무 대박이었고, 이 길을 버스로 가보게 된 것도 하늘이 도우셨다 싶었습니다. 정말 매우 어려운 노선이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쉽게 풀려버려서 우리는 더욱 재미있게 버스를 탈 수가 있었죠. 나이가 더 들어서도 잊혀지지 않을 그런 길이었고, 우리는 나름대로 재산을 또 하나 쌓게 됩니다. 또한, 이 시승기를 적는 2022년 5월 현재에 와서는 맹리 노선을 이때 탔던 것이 한편으론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2022년 5월 현재는 이 맹리 노선이 없어져서 맹리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하늘이 따라준 대박의 맹리 구간을 재미있게 본 우리는 가좌리까지 가지 않고, 10번이 오는 곳인 미평리에서 내린 뒤 굴다리를 이용하여 건너편으로 이동합니다. 미평리 여기에 오는 버스는 10번밖에 없다시피한데다(2022년 5월 현재도 미평리 정류장에는 10번 말고는 오는 버스가 없을 겁니다. ㅎㅎ), 백암으로 가더라도 용인 가는 데에 이용할 만한 다른 노선들과 시간이 맞는 때가 없었던 겁니다. 또한, 대충 감으로 계산해보니 기흥역에서 오후 8시 58분에 있는 인천행 열차를 타려면 시간이 생각보다 꽤 빠듯할 것으로 보여 서둘러 용인으로 가야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 오후 8시 58분차 다음 인천행 열차는 오후 9시 45분에 있었으니 말이죠...-ㅅ-;;;
[경남여객 10번][환승] ※ 백암 1945 출발
미평리 1953 - 원삼사거리 1955 - 좌전 1956 - 평창1리 2002 - 양지사거리 2011 - 양지농협 2012 - 양지14리 2014 - 송문리 2017 - 포브스병원 2024
이리하여 우리는 오후 7시 53분에 나타난 10번을 타고 용인시내로 향하게 됩니다. 버스가 때마침 빠르게 달려주었고, 양지에 올 때까지 타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보니 포브스병원까지 30분밖에 안 걸린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죠.
포브스병원에 내린 우리는 오후 8시 34분에 도착하는 경전철을 타기 위해 서둘러 운동장,송담대역으로 가게 되었고, 겨우겨우 그 열차를 타니 기흥역에 오후 8시 54분에 도착합니다. 예상대로 시간이 엄청나게 빠듯했지만 그래도 4분이라는 여유가 있긴 했으므로, 저는 경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석준형과 바로 작별인사를 하고는 바로 수인분당선 승강장을 향해 정신없이 뛰게 되었죠. 그간 경험상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의 경우 평일 오후 5~7시대를 제외하면 지연이란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열차는 정시에 도착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승강장에 가보니 다행히 열차 시간까지 1분이 남아있었고, 저는 예상대로 정시에 도착해준 인천행 열차를 타고 무사히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석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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