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9일 - (경기도) 광주 직동, 목동 버스 시승기
아직 타 보지 못했던 광주시내버스들을 잡기 위해 오전 9시 30분 조금 넘어 도착한 직행을 타고 모란을 거쳐 광주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이배재를 넘는 31-3번을 타고 광주로 들어오는데, 오랜만에 다시 넘어보는 고개라 감회가 깊었습니다. 광주보건소에는 오후 12시 조금 안 되어 도착하는데, 오늘의 시승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도평 노선을 탈지 직동,목동 노선을 탈지 고민되는데, 설상가상으로 광주시 축협 앞 도로 통행방식마저 양방통행으로 변경이 되어 광주시내버스들의 시내구간이 죄다 바뀌었다는 정보까지 정류장에 붙어 있었습니다. 어느 차부터 탈까 얼른 정해야 되는데 새로운 정보까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둬야 되니 정말 기분 쒯이더군요. 광주시내버스의 이 새로운 변화는 작년 11월 30일부터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제가 작년에 마지막으로 광주를 다녀간 지 불과 몇 주일 뒤의 일이었습니다. -ㅅ-;;;
이런 혼란 속에 먼저 하도평 노선이 나타났고, 찰나의 고민 끝에(인생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죠 -ㅅ-;;) 그 버스에 승차합니다. 오우~ 그런데 운전기사가 여성분이셨다는 ㅋㅋ 아주머니 기사님이 드물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눈길이 갑니다. 하도평 노선은 다행히 시내구간은 기존 경로와 변함이 없었고 도평리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아파트 단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옆편의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도평리는 처음 와보는 동네였지만, 그리고 아파트만 많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외로 경치가 괜찮더군요.
버스는 도평 2리에서 회차하는데 딱 1차로 길 입구 바로 앞이었습니다.
정류장 표시가 종점 같지 않고 해서 안쪽은 안 들어가냐고 여쭤보니 그쪽은 안 가고 현산마을로 갈 거라고 하더군요 -ㅅ-;; 1차로로 가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도평리의 경치를 보기 위해 도평 2리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내리자마자 버스는 바로 되돌아 나갑니다.
내린 다음 다시 한 번 정류장을 가만히 살펴보니 다음 정류장은 대성학원이라는 의미의 표시가 있길래, 혹시 1차로 길을 가는 시간대가 따로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1차로 길을 따라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봤지만 버스가 돌릴 만한 곳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대성학원도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대신 웬 생뚱맞은 탑클래스학원이 아까 버스가 돌아나간 그 정류장 바로 근처에 있더군요. -ㅅ-;;
나중에 이 여행기를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도평리에 있던 대성학원이 탑클래스학원으로 상호가 변경되어 운영중이었는데, 이 당시에는 그걸 바로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 불행이었습니다(그러고보니 스마트폰이 있었더라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놈의 대성학원 때문에 2번을 타고 도평리를 나가기 위해 우림아파트로 걷는 동안 의문만 늘어났고, 다음에 타볼 버스 시간 잡아먹을까 똥줄이 탑니다. 차라리 현산마을도 가본다 하고 걍 계속 탈걸 -ㅅ-;; 이놈의 똥줄 덕분에, 현산마을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안쪽 경치가 훨씬 멋졌는데 카메라에 담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냐잉합니다.
코스를 제대로 짜두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승을 시도하는 탓인지, 시승 전날 상당히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서 정신이 맑지 못한 탓에 그랬었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타보고서 후회하는 노선은 거의 없었는데 하도평 노선만은 이 당시에는 참 괜히 타봤다 싶은 노선으로 느껴졌죠. 직동, 목동도 해결을 봐야 하기 때문이었는지 괜한 의문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기분이 좋지가 않았습니다....-ㅅ-
오후 1시 10분 조금 넘어 우림아파트에 도착한 2번을 타고 광주로 돌아오는데 버스가 쌍령초등학교 쪽 언덕길도 들어가주었고(우와~ 정말 여름에 걸어가려면 땀 한바가지 흘릴듯;;), 보건소에 내리니 1시 40분입니다. 직동 차는 결국 놓쳤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선장골 노선을 잡은 후 직동,목동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선장골 차 시간이 남아 점심 해결을 하고 파발교로 이동하여 잠시 대기하니 오후 2시 20분을 조금 넘겨 선장골 노선이 등장합니다. 이 노선 역시 하도평과 똑같은 경로로 시내를 벗어나는데, 오늘도 우리의 3번 국도는 쌍령동에서부터 또 막힙니다. 곤지암 시승 때에도 정말 힘들었던 게 광주-곤지암 간 3번 국도 정체였는데 -ㅅ-;;
도로는 그대로인데 아파트만 여기저기 지어 놓으니 생기는 병폐인 것 같네요. 남양주 46번, 47번 국도나 김포 48번 국도뿐만 아니라 광주마저 그런 문제를 겪는다니... 윗대가리들에게는 "도로" 라는 개념이 없나 봅니다. 도로 확장을 집이나 상가 등등을 다 지어놓고 나중에 하려면 돈이 몇 배는 더 깨질 텐데, 현실은 심시티 게임과 달리 시설물 철거가 쉽지 않은데 심시티인 줄로 착각을 하는 건지 -ㅅ-;;
하여튼 버스가 초월읍사무소에서 지긋지긋한 3번 국도를 버리고 용수리로 가기 위해 좌회전을 하는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용수리도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사는지 마을이 꽤 큰 것 같았고, 버스도 리 단위 동네 치고는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용수리는 3번 국도라는 매우 좋은 통로가 가까이 있으니 위치상으로도 오지는 아니지만요. 용수리의 의외의 규모에 두 배 놀라고 나니 어느새 버스는 선동리였고 드디어 버스는 선장골 1차로 길을 들어가는데 오우~ 정말 길이 대박입니다. ㅋㅋ
선장골 노선은 광주시내 노선들 중 제일 쩐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왜 이런 노선을 나중에서야 타게 됐었는지 참 모를 일입니다. 비록 운행횟수는 오지노선들 중에서도 안습인 축에 들지만;;; 오지노선 치고는 타고 내리는 사람마저 많은 편이었습니다. 선장골에 이르자 잠시 버스는 대기하더니 사람이 없자 바로 출발하였고, 이번에는 신월리를 지나 지월리로 가는데 지도를 보니 지월리 가기 전까진 신월리 경유 무갑리 가는 차하고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서 타보진 못했지만 신월리 경유 무갑리 노선의 운행경로를 대충 파악하는데 성공합니다.
오우, 우리의 선장골 노선은 오후 3시 5분에 도착한 지월리 마을회관 이후 지월리에서도 아까 선장골에 비해서는 양이 적었지만 상당히 압박스런 1차로 길을 보여줍니다. 더 신기한 건 그런 길을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만 예닐곱 명이 버스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버스는 지월리의 은근히 압박스럽던 1차로를 제게 보여주면서 세광아파트로 나오는데, 선장골 차 바로 앞에 나타난 2-1번으로 갈아타던 중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지월리에 관한 의문이 문득 떠오릅니다. 서둘러 시간표를 훑어보니 드디어 지월리 노선 시간표에 관한 의문이 풀리는데, 지월리행 버스는 굳이 잡을 필요가 없는 중복노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ㅋㅋ
매냐가 아니고 주변 여건도 저의 오지 시승에 좋은 편이 아니어서(이 좋지 않은 여건 때문에 그분에게도 정말 미안해집니다....) 몇 개월씩이나 첫 공략지인 광주에서 머무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광주에서 배웠던 것 이외에 또 어떠한 것들을 배울지 참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2-1번을 타고 보건소로 가니 직동 차가 올 시간이 다 되어갔고, 곧 직동 행선판 꽂은 BM090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참 친절하셨는데, 승객들에게 인사는 기본이요 목동 가는 줄 알고 승차하려던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와 승객들과 이야기하는 것까지 ㅋㅋ 비록 타는 사람은 적었지만 나름대로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버스는 32번과 똑같은 경로로 태전동을 오게 되었고, 목동 가는 길과 직동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목동을 먼저 들어갑니다. 웃터골을 지나고 나니 1.5차로정도의 길이 눈에 보이고 버스는 쿵쾅쿵쾅대며 앞으로 가는데, 오우~ 목동 가는 길이 정말 1차로 쩌는 길은 아니었지만 버스가 쿵쾅대는게 정말 쩔었습니다. 1차로가 아닌데도 재미있는 노선이 있을 줄이야~ 속으로 환성을 외칩니다.
태전동에서부터 10분쯤 달리니 목동 마을회관이 등장하는데 이럴수가 우리의 기사아저씨, 여기가 종점이라는 정말 황당한 말씀을 하십니다. 하지만 직동을 가는 시간대라 직동 간다고 버스를 탔는데 정작 온 곳이 목동이고 여기가 종점이라니?
직동을 간다고 말씀드리니 기사아저씨께서 잠시 시간을 보시다 순간 깜짝 놀라시며, 엉뚱한 데로 가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고 급히 왔던 길 되돌아 태전동으로 다시 나옵니다. 이 일련의 사태 덕분에 저로서는 직동 노선과 목동 노선을 생각지도 못하게 한큐에 잡아버린 셈이라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ㅋㅋ 그렇지만 제가 온 목적을 기사님께 말씀드리며 안심시키는 것을 잊을 수는 없었죠. 하지만 저의 이런 행운 뒤엔 기사아저씨의 고충이 있었으니, 직동 가는 길에도 손님들이 있었던 겁니다. 그 손님들을 태우면서 기사아저씨께서 연신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하는데, 마음이 좀 짠하더군요. 나의 행운 하나가 다른 사람에겐 불행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남의 슬픔은 나의 행복"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
등의 말이 있다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 이 말만큼 한번 보고 두번 봐도 무섭고 섬뜩한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냉정함이 묻어나는 것은 물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요.
이윽고 버스는 오후 4시에 직동 종점에 도착하였고, 버스 정류장에는 제 예상대로 시간표가 붙어 있어 카메라로 박습니다...ㅋㅋ
직동 이후에는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지도를 펴보니 직동과 목동이 거리가 멀지 않더군요. 그래서 목동 시간표도 확보하고, 그 쿵쾅대서 재미있던 목동 노선도 다시 타볼 겸 해서 목동을 향해 걷게 됩니다. 가는 중간에 직동 들어가는 버스를 목격하는데 KD 차임에도 불구하고 행선판에 번호가 없더군요(그래...이게 정상이지 ㅋㅋ).
그런데 직동삼거리 가는 길과 갈라지는 지점에서 5분쯤 걸어가니 이게 웬걸, 저의 입을 떡 벌리게 만든 오르막길이 나왔습니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았으니(역시 지도라고 모든 게 다 나올 수는 없는 일이지만;;) 충격이 컸죠.
하지만 목동 차 시간도 있고 하니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죠. 부지런히 발을 놀려 걸어가니 이번엔 경사도 14%짜리 엄청난 내리막이 저를 반기고, 그 내리막을 정말 마라톤하다시피 뛰어 내려와 몇 분 걸으니 드디어 목동 마을회관이 등장합니다.
현재 시간 오후 4시 25분.
그 고갯길만 빨리 넘을 수 있다면 직동-목동 연계도 해볼만 하겠더군요. 버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라서 시간이 꽤 남아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 때우니 이윽고 목동 행선판 꽂은 로얄미디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아까 그 기사아저씨더군요.
오더라도 다음 차에 오시겠지 했는데, 타이밍이 참 ㅡㅡ;;
민망하긴 했지만 직동~목동 간 길을 걸어볼 겸 넘어왔다고 하고 넘어갑니다. 다시 한번 버스는 쿵쾅대며 태전동으로 나가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직동과 목동 노선을 비교하면 목동 노선이 참 재미있더군요. ㅎㅎ
태전동에 도착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 10분.
기왕 광주 온 김에 매산리도 해결하고 싶었지만 귀가를 해야 하는 때가 와서, 저는 태전동에서 32번을 타고 모란 갔다가 집으로 가기로 하고 현대아파트에서 내리게 됩니다. 정류장에서 5분 기다리니 32번이 왔고 저는 모란역에 도착할 때까지 버스 안에서 자 버립니다. 3번 국도가 때마침 또 밀렸는지 오후 6시 조금 넘어서야 도착을 했지만 그나마 그게 오히려 제겐 다행이었죠. 역시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드는 건 정말정말 여러번 경험해 봤지만 좋지 못합니다. -ㅅ-;;
직행 시간을 보니 몇 분 전에 가 버렸고, 결국 저는 그 다음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토요일 오후의 사람 참 많아 후덜덜했던 모란시장을 보면서 말이죠. -ㅅ-;; (수원역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건 난생 처음인 것 같네요....ㅋㅋ)
이번 시승은 정말 괜찮은 노선들을 건졌지만 동시에 매산리나 회덕동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은, 그런 시승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아쉬움도 다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더군요. -ㅅ-;;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