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3일 - 홍천군내버스를 만났던 양평 여행(Feat. 대박의 수곡2리)
오지노선탐험가가 양평에 가보자고 하길래 오랜만에 양평도 가볼 겸 여르니님과 같이 여행도 해볼 겸 해서 날을 잡아 양평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전 이야기 끝에 여르니님은 퇴촌을 거쳐 양평으로, 오지노선탐험가님은 전철을 이용하여 양평으로 가기로 하여 여르니님은 수원에서 60번 첫차를 타고 시승길에 오르게 됩니다(60번 소요시간을 보기 위해 탔는데 광주에서 시간이 꽤 남았다네요). 원래는 삼인방이 가야 했지만 오지노선탐험가님이 이 날 시험이 있다고 해서 못가게 된 점은 아쉬웠지만요.
그런데 문제는 가능한 모든 경로를 생각해봐도 중앙선 전철이 있는 구리나 덕소까지는 집에서부터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므로 어떤 방법을 택할까 골머리를 앓아야 했죠. 심지어는 믿었던 8409번마저 소요시간 단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ㅜㅜ 사실 직행 타면 양평은 정말 빠르게 한큐에 갈 수는 있지만 바로 쏘는 건 재미가 없다는 건 물론이요, 요금도 비싸서 정말 급할 때 아닌이상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5천원대면 경기도 웬만한 곳들 다 떡을 치는데, 지방도 아니고 같은 경기도면서 그런 요금이라니 -ㅅ-;;; 하지만 가평이라면 어떨까?? 가평 생각하면 더 이야기가 험해지는데 요금이 10000원이다. ㅡㅡ;;;;
고민 끝에 3500번과 1650번을 이용하여 잠실로 가기로 하고, 저는 최대한 일찍(그래봤자 오전 7시 30분인데, 꼭두새벽부터 나가려니 눈치가 보입니다) 집을 나와 용문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래도 잠실까지는 두 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고, 용문에서 10:30에 있는 삼성,화전리 노선은 아무리 생각해도 포기해야 해서 씁쓸했지만 말이죠. ㅠㅠ
예상대로 잠실역까지는 집을 나와 두 시간 걸리는 거나 다름없었고, 전에 남양주 방면 정류장을 봐둔 게 있어서 그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9번 출구쪽으로 맞게 찾아가긴 했으나 의외로 1650번 서는 곳과는 중앙차로 정류장 위치 탓에 거리가 꽤 있더군요. -ㅅ-;; 이 덕분에 1670번과 1700번을 연달아 놓쳐버리게 되었고, 덕소에서 10시쯤 있는 용문행 전철을 놓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그래도 1670번이 예상대로 빠르긴 빠르더군요.
한 대 보내고 오전 9시 34분에 출발하는 다음 차를 탔는데도 덕소역까지는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겁니다. ㅋㅋ 역시 명불허전 덕소 광역버스입니다. 괜히 장사가 잘 되는 게 아니더군요.
이사를 하고 처음 양평쪽으로 이렇게 가는 거라 시간 예측이 틀리지는 않을까 고민도 됐었지만, 별다른 트러블 없이 시간 여유도 충분히 루트가 딱딱 맞아떨어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여유있게 전철을 타니 여르니님에게서 카톡이 오네요. 지금 양평이라는데 어떻게 할까 질문을 하여, 잠시 생각 끝에 용문으로 미리 가서 삼성,화전리 한바퀴 돌고 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용문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ㅋㅋ
전철은 오전 10시 45분이 되어 제 예상보다는 약간 빠르게 용문역에 도착했고, 실로 오랜만에 다시 온 용문을 구경하며 터미널 쪽으로 가려는데 역 앞에 금강고속 군내버스가 하나 옵니다(그것도 단 한 대밖에 없다는 뉴슈퍼 에어로시티였죠;;). 용문역 앞에도 군내버스가 가게 됐다는 정보를 전에 언뜻 들어서 어떤 노선인가 관찰하니 용문사 노선이었는데, 용문역 앞에 새로 설치된 버스정류장에 마침 용문사행 시내버스 시간표도 걸려 있더군요. 가만보니 용문사 노선만 터미널 출발 후 용문역을 들렀다가 용문사 가는 거 같았는데, 역시 용문산과 용문사 관광객들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 수요가 얼마나 많았으면 용문사행 버스가 30분 간격이 되는 것은 물론, 중앙선 전철도 용문행 열차가 오히려 평일보다 주말에 많아질 정도인건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터미널을 가보니 깔끔하게 리모델링이 됐는지, 예전과 변함없는 건물 구조 그거 하나 말고는 옛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고 시간표도 깔끔하게 잘 붙어 있었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중원리 판대기만 꽂은 차가 세워져 있었는....응?? 중원리??
버스 옆에 서있던 기사아저씨께 여쭤보니 이게 중원,망릉리 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용문 코스가 변동됐는지 오전 10시 30분 삼성,화전리 차와 오전 11시 중원,망릉리 차가 같은 차량이 아니더군요;;
시간표를 카메라로 잘 박아두고 터미널 주변 구경하다 보니 삼성,화전리 돌고온 차가 오전 11시가 안 되어 등장하고, 곧 여르니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가웠습니다. ㅋㅋ
우리는 아까 기사아저씨께서 알려주셨던 그 중원리 판대기 꽂은 버스에 승차합니다. 처음에는 용문사 노선과 똑같이 가나 싶었는데, 오옷! 마룡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생전 처음 보던 길로 갑니다. 용문사 노선과는 조현리 입구 삼거리 근처에서만 잠깐 만나더군요. 여르니님과 이야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노선을 대략 파악하니 버스는 중원2리 마을회관을 지나 오전 11시 20분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회차를 하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거의 다 내리고 버스에는 우리 일행 포함 다섯 명 정도 남았습니다.
정말 석준형 말대로 짧고 굵어 쩌는 1차로 길을 보며, 오전 11사 30분에 망릉리 마을회관 종점에 도착합니다. 말치까지는 버스가 안 가더군요. 마을회관을 보니 벽보가 하나 붙어 있었는데 주민들이 단체 관광을 조만간 갈 모양입니다. 추수도 슬슬 끝나겠다, 버스 타고 한바탕 다녀오시겠다 싶었죠. ㅋㅋ
지도를 보며 대략 방향을 파악한 다음, 우리는 여르니님이 일본 규슈를 다녀온 이야기로 시작해서 군대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치고개를 넘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부지런히 덕수리로 걸어가는데 백동,밤골 버스 놓칠까 부지런히 걸어서 오후 12시 20분에 덕수리로 도착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우리가 온 곳에서 버스가 전혀 의외의 길로 들어갈 것 같아서 타는 곳을 잘 눈여겨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인형도 그런 이야기를 해 줬었고 말이죠. 그래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고는 버스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차가 안 옵니다. 왜 그런가 시간표를 봤더니 터미널 기준으로 기존에 백동밤골,용두리가 오전 11시 30분이었고 명성리가 오전 11시 50분이었는데, 두 시간대가 서로 맞교환된 거였습니다. 즉 명성리는 오전 11시 30분, 백동밤골은 오전 11시 50분이라서 20분 정도 더 시간 여유가 생긴 겁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막판에 빠르게 간다고 서두를 필요 없었는데 좀 냐잉하더군요. -ㅅ-;;
하여간 오후 12시 48분이 되자 백동,밤골 그리고 용두리 판대기 꽂은 버스가 나타나 바로 승차했는데,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1차로 길을 질주합니다. 헉!!;;
개쩌는 백동과 밤골을 찍고 용두리 오니 오후 1시 3분이었고 우리가 탔던 버스는 갈운리로 행선판을 바꿉니다.
터미널 시간표를 보니 오후 1시 10분에 홍천으로 가는 군내버스가 있었습니다. 신대2리 버스 시간을 고려하면 아직은 시간이 충분하긴 했지만, 초행길이었던데다 막상 직행은 타려면 안 오는 것 같은 좀 뭐같은 특성이 있는지라 얼른 양덕원으로 가기로 하고 이 버스를 타려는데 엥? 오후 1시 10분이 지나니 버스가 오긴 왔는데 원통 행 직행버스더군요. 이건 또 뭐지???;;;; (나중에 단월 정류장 시간표 보고서 의문이 풀렸는데, 알고보니 원통 행 직행이 늦은 거였습니다)
군내버스가 올 줄 알고 표 안 끊어놓고 있었는데 이런 -ㅅ-;;
다행히 기사님께서 현금도 받아주신 덕에 1200원 내고 무사히 원통 행 금강고속 유니버스에 올랐는데, 용두리 시간표에 낚인건가 싶어져 씁쓸했지만 직행이 빠르긴 빠릅니다. 단 10분 만에 양덕원에 도착을 하더군요. 양덕원은 강원도 홍천군이었지만 막상 터미널 주변을 보니 강원도 맞나 싶어질 정도의 동네였습니다. 정류장부터가 왠지 경기도 버스정류장과 상당히 닮은 데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ㅋㅋ
신대2리 표를 끊으니 요금은 155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 30분이 되니 용두리 쪽에서 홍천 행선판 꽂은 금강고속 홍천군내버스가 등장을 하더군요. 우리가 탔던 직행이 용두리를 지나고 몇 분 후 이 군내버스가 용두리에 도착했던 것이 틀림없었는데, 결국은 저거 타고 양덕원 와도 되는 거였더군요. 냐잉 -ㅅ-;;;
이윽고 오후 1시 50분이 되자 신대리를 꽂은 현대교통 버스가 등장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강원도 군내버스를 타보는 순간이군요. ㅋㅋ
양덕원을 지나 시동리 쪽으로 버스가 달리는데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경치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이 신대2리 노선에 안내방송이, 그것도 EB 안내방송이라 불리우는 정말 익숙한 그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비록 정류장 시설이 있어도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들이 태반이란 게 문제지만, 안내방송이 나오는 게 어디인가요. 헐;;;
예상은 어느정도 했지만 우리가 내릴 장소를 찾는 데에 안내방송이 큰 도움은 되지 못했습니다. 신대2리 들어와 잘 달리다가 갑자기 삼거리와 함께 조그만 교회가 보이길래 기사아저씨께 서둘러 부탁을 드려 얼른 버스에서 내려야 했죠.
현재 시간은 오후 2시 3분.
신론리 쪽으로 걷는데 오우 이쪽 경치 정말 장난 아니게 좋습니다. 자연의 바람을 느끼면서 여유있게 걸어갈 만한 좋은 길이다보니, 회사가 바빠 정신없었던(저번주와 이번주, 그리고 추석 바로 직전에가 피크였죠 -ㅅ-;;;) 안 좋은 기억들과 피로들은 싹 날려버렸죠. 물맑은 양평이라는 말이 명불허전이었지만, 정말 우리만 이거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습니다.
이야기 나누며 걸어가니 어느덧 신론리 종점이 등장하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와서 두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ㅋㅋ
여르니님과 정자에서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새 버스가 들어올 시간이 다 되서 과연 어디서 버스가 나타날까 고개를 쭉 빼고 살펴보는데, 이럴수가 제가 예상한 곳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차가 오네요. 지도에 그려진 방향대로라면 그쪽이 아닌 거 같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지도에 낚인듯....에쿵 ㅋㅋ;;;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으니 기사아저씨께서 시동을 끄고 바깥으로 나가셨고, 오후 2시 50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는데 도원리를 들러 손님 3명을 태워 나갑니다. 이거 전 시간 모두 용두리로 나갈 때만 도원리 경유인지 문득 궁금해지는데 막상 코스표를 봐도 그 답은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ㅅ-;;;
용두리로 다시 오니 오후 3시 5분이 되었고, 다음에 탈 명성,석산 노선은 단월에 오후 4시 30분쯤 올 것이어서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이 기회에 저도 용두리 짬뽕을 먹으러 짬뽕집으로 ㄱㄱ하는데, 짬뽕이 나온 걸 보니 지금도 홍합이 거의 반이더군요. 처음 본 순간 당황했지만, 먹어보니 국물이 얼큰하고 시원하니 꽤 맛있었습니다. 우왕 굿~!
맛있게 한 그릇 잘 먹고 나와 단월까지 표를 끊고 여유있게 대기하니 맞은편에 대기하던 갈운리행 버스가 떠나고(백동밤골과 신론리...오늘 두 번 탄 차입니다. -ㅅ-) 횡성 행 직행버스도 지나간 후 오후 4시 10분이 되었을 무렵 드디어 직행버스가 등장하여 승차합니다. 단월까지는 이번에도 10분밖에 안 걸렸는데, 막상 단월이라길래 내리고보니 이건 뭐 파출소 하나 말곤 아무것도 없이 옆에 큰 도로 하나 덜렁 있더군요. 명성리는 건너가서 타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때마침 굴다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쪽으로 걸어가보니 금강고속 단월영업소가 보였죠.
이곳 시간표도 사진으로 잘 박아 넣는데, 이로서 아까 용두리에서 양덕원 갈 때 탔던 그 직행버스는 용두리에 지연 도착했다는 걸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도 실컷 탈 기회가 충분한 직행이니 기왕이면 군내버스를 타보자 했었는데, 이미 지나간 건 할 수 없었죠. ㅋㅋ
드디어 오후 4시 39분이 되자 명성리 가는 버스가 도착하여 승차합니다.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아서 맨 뒷자리에 앉아 갔지요. 단월에서 물갈이가 되고, 부안리를 지나니 곧 급한 오르막이 시작되어 금강고속 미디의 엄청난 엔진음이 귀청을 때립니다. 명성터널은 참 길었는데, 이거 뚫리기 전에는 어땠을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후아;;;
명성터널 이후 통골을 ㅏ형으로 찍은 버스는 터널입구에서 10분은 더 달리고서야 명성2리 당의부락에 도착하여 쉬었다 가더군요. 기사아저씨께서는 오후 5시 10에 출발한다고 공지를 하시고, 시동을 끈 뒤 앞뒷문 닫고는 바깥으로 사라지십니다. 조금 뒤 양덕원 쪽에서 현대교통 홍천군내버스가 오더군요. 저건 어디로 가는 거지??
그런데 어어? 풍경 좀 찍어보려고 했더니 뭔가 좀 꼬인다?
우리 둘뿐이면 모르겠는데, 기사아저씨께서 바깥으로 나가면서 앞문 옆 열쇠를 돌려 문을 닫은데다 버스 안에 다른 사람들도 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뒷유리창으로 보이는 버스정류장만 간신히 카메라로 박고 울며 겨자먹기로 버스 안에만 있다가 명성리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출발 직전에 아까 봤던 그 현대교통 버스가 양덕원쪽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걸 목격합니다. 어디까지 가길래 9분 만에 다시 되돌아 왔지?;;;;;
모곡 갔다 왔다고 보기에는 버스가 너무 빨리 돌아왔고, 시간표를 찾아봐도 모곡은 갈 시간대가 전혀 아니더군요. 하지만 홍천 차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 생각은 제끼고 길을 보는데, 홍천군과 양평군, 그리고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선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며 석산리로 가더군요. 명성리를 출발한 이후로 버스가 아까보다 더욱 속도를 높여 달립니다. 보이는 건 온통 산 뿐이었는데 경치가 참 좋습니다. 단풍 들 때 오면 단풍터널 지나가는 느낌이 들 듯 했는데 이 명성,석산리 노선을 타보니 가평 용수동을 간 기분입니다. ㅋㅋㅋ
이번 차는 왕복2차로 길만 쭉 달렸는데, 한참 빠르게 석산리를 지나가던 찰나에 승객 몇 명 정류장에 내리고 나니 기사아저씨께서 갑자기 우리에게 어디 가냐며 소리를 치십니다. 헐;;;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지만 용문 간다고 말씀드리니 앞으로 와보라고 하시더군요. 알고보니 요금 때문이었는데, 사실 명성리 당의마을 거기서 쉴 때 미리 말씀을 드리고 카드 다시 찍었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ㅅ-;;
카드 대고 한 번 더 찍으라고 하시고는 요금 정산이 끝나자 다시 출발하는데, 석간수는 아쉽게도 보질 못했습니다. 워낙 차가 빨리 달리는데다, 버스가 여기서 쉬어가는 것도 없으니 나중에 작정하고 와봐야 할 곳이 되었죠. 이런 -ㅅ-;;
석산리를 지나면서 아까보다 더 구불구불하고 쩌는 고개를 넘어 향소리로 내려온 버스는 오후 5시 57분에 우리를 용문터미널에 내려주고 양평으로 떠났습니다. 순환구간 도는데만 한 시간이 걸리더군요. ㄷㄷ;; 그렇지만 명성,석산리 노선 정말 재미있고 좋은 노선이었습니다. ??? : 고북, 섬이가 있다는 건 잊지 않았겠지? -ㅅ-;; ㅋ
용문에서 내리기 전, 이제는 다음에 뭐 타볼까 버스 안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게 있었습니다. 수곡2리 노선이었죠. 용문에서 좀 기다리면 그 수곡2리 버스와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여르니님에게 이야기를 해 보니 그거 타보자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도로 수곡2리 노선이 가는 경로를 본 결과 수곡리에는 오후 7시 15분쯤 도착할 것 같았는데, 곡수리로 나오기까지 여유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더군다나 그 때 곡수리에 오는 양평 행 버스를 놓치면, 귀가시간에 상당한 영향이 생기게 됩니다. 제 입장에선 ㅈ되는 것인데, 그 버스 놓친다 해도 거기서 못 나오고 갇힐 일은 없지만 집에 너무 늦은 시간에 들어가게 되어 좋지가 않았습니다. 말을 하다보니 판이 커져버렸는데 막상 말을 해버린 저는 큰 고민에 휩싸여야 했죠.
수곡 2리 버스 기다리는 동안 머리속이 굉장히 바빴지만(소요시간 짐작을 해서 탈 것이냐 말 것이냐 결정하랴, 지인과 통화하랴), 어차피 이 때 아니면 수곡리 차는 타보기 굉장히 힘드니 그냥 까짓거 타보기로 과감하게 결정을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저녁 해결을 해 두고, 시간이 조금 흐르니 드디어 수곡2리 버스가 등장합니다. 용문, 지평, 수곡2리 이렇게 판대기 3개를 꽂고 있는 로얄시티였습니다만 날도 이미 상당히 어두워진 데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결국 버스를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는데, 행선판이라도 어떻게 찍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안경 쓴 젊은 분이셨는데, 3년 전에는 2000-1번에 계셨던 분이더군요. 언제 이곳으로 오셨지? 물론 얼굴만 기억하는 분이라 아는 기사님 도움 뭐 그런 건 간단히 패스하고, 버스는 용문을 떠나 빠른 속도로 지평을 향해 달립니다(그나마도 같은 학년 중에 기사아저씨와 얼굴이 꽤 닮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기억이 나는 겁니다. 지금 여행기 쓰면서 생각해보니 혹시 그 사람과 기사아저씨가 부자지간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미 날이 완전 캄캄해져 길은 어둠 그 자체였고, 지평을 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곡리 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내려 결국 버스에는 아주머니 한 분과 우리 일행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곡수초등학교에 도착하니 곡수삼거리로는 가지 않고 바로 1차선 좁은 뒷길로 우회전해서 들어가려는데, 앞뒷문을 다 여셨던 기사아저씨께서 저를 보더니 어디 가냐고 묻더군요. 말 잘못하면 좁은 길 못 본다고 들었는데....우짤꼬?
어쩔 수 없이 저는 당당하게 수곡2리를 간다고 이야기했고, 여르니님 또한 수곡2리를 간다고 대답하니 버스는 움직입니다. 수곡2리를 향해서 말이죠.
자연리 쪽으로 가던 버스는 곡수초등학교 뒤편 사거리를 지나 별안간 우회전을 하는데, 우와.... 석준형의 말 그대로 길이 너무나도 쩝니다. 수곡2리는....햐 정말 엄청나게 쩌는 대박노선이었던 겁니다. 어둡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어디쯤이 수곡2리인지 감이 전혀 오지 않습니다. 나가려면 가로등도 없는 그 캄캄한 길 얼마나 헤치고 가야 할까 심히 걱정되었지만, 버스는 그런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정말 빠른 속도로 그 쩌는 길을 달립니다. 어떤 곳은 내리막에다가 급커브라 속도제한 10km 표지판도 있었지만 아랑곳없었습니다. 이 대박노선에 감탄하면서도, 이제부터 어두워진 다음엔 오지노선 안 탈 테니 그만 좀 들어가~~~!!! 나 어떡하라구~~~!!! 를 외치면서 산너머 안쪽 어두운 곳으로 끌려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별안간 벨이 울리고 곧 버스가 서더니 아주머니가 내리는데 우리도 따라 내렸죠.
우리와 아주머니가 내리고 나니 버스는 그냥 앞으로 계속 직진해 버렸습니다. 내린 곳은 어느 삼거리였는데, 버스 가버리니 가로등 주변 말고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조용하기만 하더군요. 같이 내렸던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니 신기하셨는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간단히 대화를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내린 곳이 수곡2리 마을회관 들어가는 입구 삼거리더군요. 그리고 저녁 차는 회관 앞으로 안 간다고 합니다.
버스에 내리면서 시간을 보니 예상대로 오후 7시 15분입니다. 곡수리까지 꽤 거리가 있어 얼른 걸음을 서두르게 되었고, 개 짖는 소리 들어가며 빠르게 러닝도 했다가(오랜만에 그렇게 뛰려니 금방 지치네요 -ㅅ-) 걷기도 하면서 열심히 앞으로 앞으로 갔습니다. 길에 불빛이라고는 정말 없는 거나 다름없다보니 서로의 핸드폰 불빛을 의지하며 걷는데, 뒤를 돌아보니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더군요. 핸드폰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몸만 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정말 살떨립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기 때문에, 이 길을 따라 되돌아나가자면 난감하기 그지없는 거였죠. -ㅅ-;; 이 길을 헤쳐나온 석준형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혼자서 이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걸어 나왔을 테지만, 무섬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미리내 성지 가기 직전의 그곳은 가로등 하나라도 있었고 거기서 버스 기다리기만 하면 됐지만, 여기는 그조차도 없고 한참 걸어나가야 하니 차원이 다르더군요. 오늘 이렇게 먼 길 와서 같이 동행한 여르니님에게도 고마움이 느껴졌지요. 하나보단 둘이 낫다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ㅎㅎ
서로 의지하며 빠르게 걷고 천천히 걷고 하다보니 어느새 곡수리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곡수삼거리에서 버스 타는 곳이 달라 버스 놓칠뻔한 이야기도 하면서 버스 타는 곳에 도착하니 오후 7시 40분이었고, 오후 7시 50분이 되자 양평 행 버스가 도착하여 바로 귀갓길에 올랐죠.
전철과 1670번을 이용해 잠실역으로 와서 여르니님은 사당역까지 버스를 타고 간 다음 777번을 탔고, 저는 1650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1650번은 경험상 잠실역에서 이용객이 많은데, 이번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버스로 몰려 잠실역에서부터 입석이 생깁니다 ㅋ). 집에 도착하니 오후 11시 30분이 넘었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Thanks To
여르니님, 석준형, 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