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5일 - 마석 공영버스 승차기
모처럼 나갈 기회가 생겨 이곳 공영버스들을 타보기 위해 저는 잠실역에서 8002번을 타고 마석으로 갑니다. 마석 공영버스들 중에서 운행횟수가 적은 노선들을 위주로 공략해보기로 했는데, 충분히 여유를 두고 이동하니 급할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석에는 오후 12시 5분에 도착했는데, 처음에 타 볼 답내리 버스 시간이 꽤 남아서 아예 점심까지 먹어 버렸죠.
답내리 이후 녹촌리를 바로 탈 계획이었는데, 그러려면 답내리에서 차를 타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저는 때마침 도착해준 30번을 타고 답내리 입구까지 갑니다. 그랬더니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 슬슬 걸어들어갑니다. 바람도 불고 시원하니 산책 나가는 기분이었죠.
답내리 안으로 들어가니 금방 답내초등학교가 나왔는데, 정문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정류장인듯 해서 여유있게 기다립니다. 정류장 근처 저 멀리에서 개 한 마리가 짖고 있었는데 목이 쉰 할아버지 목소리 비슷해서 웃기더군요. ㅋㅋ 그런데 갑자기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인지 소나기가 엄청 퍼붓습니다. 결국 가겟집으로 잠시 피신을....-ㅅ-;; ㅋ
다행히 버스가 들어왔을 땐(생각보단 늦게 왔더군요) 비가 오지 않았지만, 헐~~
제가 타겠다는 신호를 해도 그냥 앞으로 가버리길래 버스 따라 막 뛰어서 겨우 탈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정류장이 거기 정문쪽이 아니고 제가 기다린 곳에서 위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후문 쪽이라고 하시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정류장이 있었다니 -ㅅ-;;;
쩝...다음 번에 올 때는 실수하지 않을테니 시행착오였던 셈 칩니다. 그런데 버스가 가는 길을 보니 답내리 이거 상당히 쩌는 노선입니다. 하루 4번이라는 희소성과 더불어 장거리 노선은 아니었지만, 압박스러운 1차로 길 삼거리 좌회전도 보여주는데다 시간만 맞추면 타기도 어렵지 않고 정말 재미났습니다. ㅋㅋ
1차로가 끝나니 화광중학교가 나와지는데 오늘 학교가 일찍 끝났는지 정류장에 학생들이 대박 많습니다. 덕분에 하루 4번짜리 노선인데도 문짝이 터질 지경에 이르렀죠. 역시 버스 이용의 주축은 직장인과 학생들임을 느낍니다.
마석에서 오후 1시 30분에 있는 녹촌리 노선을 타는 데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게 여유롭습니다. 화도파출소 종점 내린 장소에서 10분 기다리니 녹촌리행 버스가 등장하여 환승을 찍고 할머니 몇 분과 함께 승차합니다. 이것도 운행횟수가 은근히 적기 때문에(지금은 하루 6번이지만 몇 년 전엔 5번이었음) 답내리 이후 창현리와 더불어 시승대상 1순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창현초등학교를 찍고 계속 직진을 하는데 어라?? 녹촌리 가는 길이 아니라서 뭔가 좀 이상합니다. 때마침 할머니들도 이상함을 감지하신 듯 기사아저씨께 이야기를 하였고, 기사아저씨께서 실수했다고 사과하시며 즉각 유턴을 하시더군요. 차산리에 차고지가 있다보니 그쪽으로 갈 일이 많을 수밖에 없어 차산리 가는 때인 줄 헷갈리는 일이 간혹가다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해해 주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훈훈했습니다. ㅎㅎ
원래대로라면 녹촌리 쪽으로 우회전을 해야 했지만 방금 전 일로 인하여 좌회전을 하여 녹촌리로 진입하는데,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니 오지 풍경이 나오더군요. 처음에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상촌 마을회관을 찍은 다음 다시 나와 녹촌리로 진입하는데, 여기서 손님이 한 명 탑니다.
상촌 들어가는 길은 2차로였으나 녹촌리 종점으로 가는 길은 1차로였습니다. 쩌는 길을 따라 이번에는 조금 깊게 들어가서 녹촌리 대곡마을회관 앞에서 회차를 했는데, 상촌은 역시 녹촌리 갈 때만 간다는 것을 파악하고 버스를 떠나보냈죠.
여기는 조금 깊은 곳이긴 했지만 슬슬 걸어나가도 상관없을 거리였고, 30분 안에 환승만 찍으면 되기 때문에 녹촌리를 구경하며 바깥으로 슬슬 걸어나갑니다. 아까 그 상촌 들어가는 삼거리 앞에 보니 삼거리식당도 있었는데, 녹촌리 안에 은근히 공장들이 많았던 덕에 유지가 되는 듯 했습니다. 다시 녹촌리 두산위브아파트 앞을 지나는데, 아파트 경비실 앞에 6번과 7번 시간표가 붙어 있길래 카메라를 들이댔죠. 그런데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으니 아파트 관리인 아저씨께서 무엇을 찍었는지 물어보시고는 인심좋게 A4지에 깔끔하게 인쇄되어 있던 시간표를 제게 주십니다. 헐 이런 날도 있나?? ㅋㅋㅋㅋ
관리인 아저씨의 인심에 감사드리며 조금 더 걸어가니 65-1번도 보이고(구형 글로벌 900도 섞여 다니고 있더군요), 드디어 30분 만에 창현초등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환승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상황인지라 제발 차산리 가는 아무 버스나 와 주었으면 했는데, 때마침 1100번이 금방 오더군요. 버스에 승차하니 다행히 환승이 찍혔고, 그렇게 조금은 특이하게 차산리차고지 앞에 와보게 되었습니다. 빨간버스를 짧은 거리로 타서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환승 안 되어서 풀로 2000원 다 내는 것보단, 버스 시간 다 되어서 다급하게 가야 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죠. ㅋㅋ
차산리차고지는 넓직~하니 아주 크더군요. 이곳으로 차고지가 온 덕분에 차산리의 교통이 좀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주민들은 이제 막 차고지를 나온 탓에 텅텅 비어 있는 버스에 편하게 앉아 갈 수 있어서 좋을 테고요.
제가 이 차산리차고지에 온 이유는, 맹골로 걸어들어가서 버스를 타고 나오기 위함입니다. 이제는 슬슬 5월 중순이 되다보니 햇빛이 은근 따가워지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안으로 더 들어가 봅니다. 맹골 노선에 관한 그분의 말씀이 있어서 타고 나온 버스가 마석까지 다 가지 않는 것도 생각을 하여 코스를 짰기 때문에 다음에 창현리를 타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점점 산 속 안으로 들어가던 가운데, 맹골이라는 정류장이 나왔지만 어라? 맹골슈퍼가 있었다고 그랬는데 마을 안에 있는 모양인지 위로 올라가도 슈퍼 비스무리하게 생긴 건 보이질 않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위로 더 올라가봤지만 막다른 길이 나왔을 뿐이었고, 그 맹골 정류장으로 다시 가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류장으로 다시 걷는 그 몇 분 사이에 느닷없이 버스가 와버려서, 버스 쪽으로 얼른 뛰어야 했죠. 하지만 버스는 맹골 출발시각인 오후 3시 정각을 지키려는 모양인지, 정류장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유유히 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랐더니 오후 3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맹골을 빠져나와 곧 차산리차고지 앞을 지납니다. 그런데 어라? 버스가 그냥 마석 쪽으로 쭉 직진해 버리더군요. 차산리까지만 가도 상관없었지만 더 위로 올라간다고 하니 저야 땡큐였죠. ㅋㅋ 그래서 아예 창현초등학교 버스정류장 건너편까지 타고 와 버렸고, 여유시간도 벌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맹골 버스를 떠나보내고 건너편에서 10분정도 기다리니 곧 창현리 버스가 나타납니다. 아직도 그분이 가셨던 코스는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석에서 쩔기로 소문난 창현리를 저도 타보게 되었기에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ㅎㅎ
차산리 쪽으로 내려가다가 영남탑스빌아파트쪽으로 좌회전을 하는데, 처음엔 왕복2차로 길이었다가(이것도 사실 예전엔 1차로였다가 아파트 생기고 확장된 것이지만요) 아파트를 벗어나니 1차로가 나오는데, 1차로 구간이 꽤 길더군요. 미디가 꽉 끼는 길도 나오질 않나.... 창현리 이거 답내리와 더불어 정말 대박노선이네요. 질로 승부하는 답내리와 양으로 승부하는 창현리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ㅋㅋㅋ
종점마저도 정말 처음 와서는 이곳이 종점이라는 느낌이 나기 힘든 곳이었는데, 창현리로 타고 들어와서 천만다행이었죠. 종점에서 저와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내려준 버스는 그 좁은 회차지에서 힘겹게 돌려 바로 마석으로 떠났습니다.
이곳에 와보니 가끔 지나다니는 차 말고는 완전 조용합니다.
오늘 진짜 시승을 온 건지 가볍게 동네 한바퀴 돌자 하고 산책을 온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삼봉리행 버스 시간까지 아주 여유가 있다보니 화도하수처리장을 향해 또 슬슬 걷습니다. 멀 줄 알았는데 야트막한 언덕과 함께 하수처리장을 지나자, 금방 버스 타는 곳이 나오더군요. 여기는 아예 대놓고 버스 타는 곳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보니, 버스 회차지가 어딘지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ㅋㅋㅋㅋㅋ
대충 20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삼봉리행 버스가 나타나 회차를 합니다. 환승시간이 지나서 카드를 대니 1100원 새로 찍히는데, 이 때문에 저의 존재는 아주 자연스럽게 묻혀들어가게 되어 부담이 없었죠. 하수처리장을 빠져나와 왼쪽에 보이는 북한강도 정말 예술입니다. ㅎㅎ
백월리종점을 찍고 언덕을 넘어가니 바로 삼봉리였는데, 삼봉리 회차지는 어디인가 봤더니 167번 타는 곳 바로 딱 앞까지 오더군요. 마석~삼봉리 노선도 시간당 한 번은 다니는데 삼봉리종점에서 167번과 딱 만나기까지하니, 이용이 아주 편했습니다. ㅋㅋ
167번을 타고 양수리 쪽으로 내려갈까 갈등하다 167번 한 대 출발해 버리고, 삼봉리 출발시간인 오후 4시 30분이 되자 다시 마석을 향해 출발합니다. 저는 아까전에 하수처리장에서 탔기 때문인지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묻지도, 귀로 요금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데, 진짜로 거긴 삼봉리 갈 때에만 들르더군요(그야말로 어디서 내리든 상관없는 자유이용권입니다. ㅋㅋ). 결국엔 마석으로 되돌아옵니다.
마석에서 뭐를 타볼까 하다가, 마침 은행나무골 노선과 시간이 맞길래 막타로 놓고 그거를 타기로 합니다. 마석 공영버스들 중에서는 운행횟수가 많은 편에 속해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이번에는 아까 녹촌리와 달리 화도파출소를 출발한 이후, 수동 쪽으로 우회전을 하여 북으로 북으로 올라갑니다. 마석시내 북쪽에도 아파트단지들이 많았는데, 남양주시 안에서만 다니는 노선 치고는 상당히 손님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한 55번도 뻔질나게 보였으며 이젠 카운티가 되어버린 채로 그냥저냥 다닌 지도 꽤 된 168번도 보았네요. 이전에 비해 마석이 꽤 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것도 산 하나 넘으니 남의 나라 먼 나라 이야기더군요. 역시나 시골풍경이 펼쳐집니다. 다만 가곡리는 생각보다 마을이 컸는데, 우리의 버스는 여기서 가곡리 마을 안으로 좌회전하여 들어가버립니다. 길을 따라 계속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길에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것도 보이는데, 입석까지 세웠던 은행나무골 버스가 가곡리 안쪽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사람들이 막 내리기 시작해서 종점 직전에도 사람들이 3명이나 내리더군요. 결국 종점에서는 저 혼자 남긴 했지만, 버스가 정말 많이 다닐 만 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보광사 종점이라더니 절은 어디로 가야 있다는 건지는 지도를 봐도 알 수가 없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오늘 잘하면 오랜만에 흥안님을 만날 수도 있었는데 저기 비금리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하니 -ㅅ-;;; 어쩔수가 없었네요. 아쉬움을 느끼며 저는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20분 걸려 입구까지 걸어나갑니다. 여기는 버스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서 기다렸다가 다음 차 타고 나와도 되지만, 이번에는 걸어서 나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입구에 나와보니 때마침 송천리에서 출발한 차와 내방수 노선이 금방 도착하길래 저는 먼저 도착한 송천리 차는 보내고, 뒤에 도착한 내방수 노선을 타고 마석으로 가다가 중흥아파트에 내립니다. 여기에는 8002번과 더불어 M2316번도 정차하므로 굳이 마석시내까지 더 내려갈 이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ㅎㅎ
오늘로서 마석 공영버스 중에 운행횟수가 적은 축에 속하는 노선은 장천과 지둔리, 불당골을 제외하곤 해결을 한 셈이 되었고, 저는 바로 8002번으로 갈아타서 귀갓길에 오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내방수 노선은 내방리, 수산리를 줄여서 내방수인데, 실제 시간표에도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번호는 30-5번인데, 내방리 가는 30-6번(사실 330-1번 따라쟁이 노선입니다만...)과 통합되어 없어졌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없어지긴 개뿔...... 수산리도 들어가고 아~~주 멀쩡히 잘 다니고 있더만요. 이틀 뒤인 2014년 5월 17일에 이 노선을 오지노선탐험가님과 같이 시간 맞춰 타보기까지 해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이든 어디서든 이 노선의 존재는 알 수가 없는데, 도대체 이거 관리하는 담당자가 누구인지 만나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때마침 전공도 컴퓨터공학이겠다 이쪽 계통에 몸담고 싶은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