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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6년~2017년

2017년 12월 20일 - 조금은 특별했던 부천에서 서울 가기(Feat. 골목길)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18.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는 날.

직업 문제는 꽤 잘 풀린 축이었지만, 일하는 곳이 대단히 먼 곳이었기에 주말에만 만날 수 있던 친구였는데 아무래도 객지생활을 하다보니 꽤나 심심했을 듯하더군요. 저였더라면 그쪽 오지노선들을 타려 들었겠지만 저야 별종이니 논외로 하고,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이리하여 저는 (거의 매번 이 친구와 만날 때마다 그랬긴 했지만) 오후에 간단히 왔다갔다 하는 걸 계획하게 되는데, 때마침 017번 마을버스를 타는 김에 고강동 은행연립으로 가서 6624번을 타보는 걸 해봐도 좋겠다 싶어 우리는 역곡역으로 가서 오후 2시 50분에 도착한 017번에 승차하였습니다. 이 버스는 역곡북부역에서 타는 것은 맞았지만, 역곡북부역을 오는 다른 마을버스와는 달리 역 건너편으로 가서 타야 하더군요. 역시 누가 부천 아니랄까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원종여객 017번]

역곡북부역 1450 - 역곡안동네 1453 - 까치울역 1456 - 성곡중학교 1500 - 작동로터리 1503(회차) - 성곡중학교 1505 - 원종종합시장1508 - 원종사거리 1510 - 원종고교 1514 - 원종2동주민센터 1516 - 백산빌라 1522 - 부천우편집중국 1525 - 군부대정문 1529

 

역곡북부역을 벗어나자마자 대로를 따라 까치울역을 찍고 북쪽으로 올라가던 버스는 성곡중학교에서 우회전을 하여 골목길을 지나가기 시작합니다. 비록 짧은 골목길이었지만 작동로터리를 찍고 나오기 때문인데, 버스가 정말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역시 잘 탔다 싶습니다. 여기서도 내리는 사람이 있었고, 회차지는 말 그대로 로터리로 되어 있어서 회차는 어렵지 않게 처리되었죠. ㅋㅋ

 

작동로터리를 찍고 나온 버스는 곧바로 직진을 하여 원종종합시장을 찍었고, 어렸을 때 소신여객 3번으로 많이 지나가본 원종사거리를 경유하였습니다. 아는 길 옆에 살을 붙이는 셈이니 금방 이해가 가더군요. ㅋㅋ 결국 이 노선은 원종동, 그리고 오정동 안쪽이 메인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가운데 원종1동과 2동을 헤집으며 경인고속도로 바로 옆 길을 따라 이동하고 나니 어느새 종점 근처더군요. 부천우편집중국을 지나 OBS방송국에서 우회전을 하여 골목길을 들어가더니 군부대정문이라는 정류장에서 종점이라며 버스가 우뚝 멈춰섰습니다.

 

 

▲ 회차를 위해 들어가는 017번. 군부대정문 버스종점에서...

 

▲ 군부대정문 버스종점의 전경.

 

 

[도보]

군부대정문1530 - 덕산초교1535

 

우리는 버스에서 내린 다음 덕산초등학교 쪽으로 도보를 하였는데 그쪽으로 가면 은행연립을 가는 58번을 탈 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도보거리가 300m 될까말까해서 거의 안 걷는거나 다름없다보니 58번 타는 곳은 정말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버스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아서 저는 친구에게 장난도 쳐가며 시간을 보냈죠. 

 

 

▲ 정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58번 타는 곳.

 

▲ 덕산초,중,고등학교.

 

▲ 98번도 여기 와서 회차하는 듯, 58번과 98번이 같이 있더군요. ㅋㅋ

 

▲ 우리가 타게 된 청우운수 58번.

 

 

[청우운수 58번]

덕산초교1545 - 오정어울마당 1549 - 원종사거리 1554 - 부천제일시장 1558 - 수주고교 1600 - 고강동철탑 1602 - 고강아파트 1605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611 - 은행연립 1613

 

58번은 배차간격이 그렇게 길지 않은 버스여서 우리는 금방 버스에 오르게 되었고 버스는 원종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틀어 바로 고강동으로 진입합니다. 이쪽은 언덕길도 그렇지만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버스 타는 재미가 쏠쏠한 동네인데, 고강사거리 정도까지는 제가 아는 길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단독구간에 접어드니 꽤 좁은 길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은행연립까지는 아직 남았는데... 생각보다 쩌는 골목길에 감탄이 나왔죠. ㅋㅋ

 

 

▲ (2장 모두) 생각보다 쩌는 58번 고강동 단독구간.

 

 

6624번을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바로 지척에 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지나 우회전한 버스는 야트막한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왼쪽에는 연립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버스 행선지에 써있는 은행연립이 무엇인지에 대해 감이 오는데, 과연 길 끝 공터까지 간 버스는 종점이라며 우리를 내려주고는 회차를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은행연립이라는 연립주택이 있더군요.

 

부천 58번과 6624번이 서로 연계가 되는 것은 알았지만, 고강동은 의외로 집에서 가기가 어려운 동네여서 과연 갈 일이 있을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친구와 오게 되다니 정말이지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뭐, 이런 게 우리 사는 인생이지만 말이죠 ㅋㅋ

 

 

▲ 은행연립 버스종점. 아주 넓은 공터, 그리고 왼쪽에 은행연립 주택이 있는 것을 봤습니다.

 

▲ (2장 모두) 은행연립에서 다시 걸어내려오면서. 이 길을 버스가 가다니 마지막까지 재미가 ㅋㅋ

 

 

길에 눈이 거의 없었던 덕택에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내리막길을 슬슬 걸어내려올 수 있었고, 아까 58번에서 봤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류장으로 가보니 바로 오른쪽에 건물과 함께 넓은 공터가 보입니다. 이쪽으로 가보니 6624번 2대가 주차가 되어 있더군요. 결국 58번과 6624번은 타는 장소가 살짝 다르기는 했지만 거기가 거기나 다름없을 수준임을 알 수가 있었고, 그와 동시에 부천과 서울을 이렇게 재미있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물론 저를 믿고 따라와준 친구도 물론이구요. ㅋㅋ

 

 

▲ 58번이 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바로 앞으로 정말 조금만 가면 이런 모습이 나오더군요. ㅋㅋ

 

▲(2장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종점의 모습. 바로 딱 앞은 아니지만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부천버스와 서울버스가 만나지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입니다. ㅋㅋ

 

 

[중부운수 6624번]

국립과학수사연구소,고강동종점 1625 - 중부운수 차고지앞 1627 - 신월동 우성상가 1628 - 강서초교 1633 - 신정네거리역 1640

 

우리는 오후 4시 23분에 시동을 건 버스에 승차하였고, 버스가 25분이 되자 출발하는데 출발하자마자 서울특별시에 진입했다는 표지판이 나와버리고 신월7동의 골목길을 헤집게 됩니다. 주변에 상가가 있는 것이, 여기에도 뭔가 먹어볼 만한 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더군요. ㅋㅋ

 

버스는 한 명씩 두 명씩 계속 사람들을 태우며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고 신정네거리역에 도착한 우리는 여기에서 하차합니다. 이제는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어 여기에서 지하철을 타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우리는 정말 오래간만에 2호선 신정지선을 타게 되었고, 신도림역에서는 사람이 많아 고생을 하긴 했지만 무사히 부천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시승을 마치게 됩니다.

 

오후에 이루어진 정말 간단한 즉흥 시승이었지만 부천의 재미있는 골목길 노선을 두 개나 잡게 되고, 친구도 오래간만에 바람도 쐬어 좋았다는 반응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배부른 하루였습니다. 비록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가려면 1시간이 추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서해선이 빨리 뚫려야 하는데 -ㅅ-;;), 겸사겸사 오면서 구경도 하고 고향동네가 달라진 게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으니 아무래도 좋았지만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