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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끄적이는 이야기

[도전리 사건 4편, 완결] - 이번 사건에 대해 느낀 점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8. 7.

도전1리에서의 사건이 있은 후, 민원을 두 번 넣은 끝에 부당요금이 인정되어 환불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대원고속에서 당시 필자가 더 냈었던 1450원을 계좌로 입금 처리를 해준 것으로 사건은 성공적으로 해결되었다.


물론 진작에 이렇게 되었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긴 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버스정보시스템의 정류장 목록에서 도전1리가 양 방향으로 모두 있어봤자 뭐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는 버스가 왕복으로 들르질 않는데. 필자가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ㅅ-;;; 날도 더우니 130번이 도전1리에 도착했을 때 잡아탈 수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을 말이다.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더운 날씨에 꽤 기다려야 한다는 건 팩트다
 

비록 재차 민원을 넣는 일은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매우 잘 처리되어 다행이었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바이다. 이것은 여주시는 물론, 대원고속 여주영업소에도 어느 정도는 머리가 돌아가는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으니 말이다. 다시 민원을 넣을 때 아예 경기도청으로 넣었던 것 때문에 여주시 담당자도 뜨끔했을 가능성도 물론 없진 않았겠지만,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본인도 잘 몰라서 그랬던 부분도 없지않아 있었던 듯하여 더더욱 그랬다.

한편으론 그럴만도 하다고 본다.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오지노선들을 여러 개 엮어서 쭉쭉 타고 다닐 수 있는 인간이 필자와 지인분들 이외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만큼 오지노선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자, 미지의 장소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를 일깨우는 존재로 취급되는 것이다. 오지노선이 도시에서 다니는 노선버스와 똑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공무원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하게 되는데다, 관리 대상들을 일일이 다 확인하고 실전감각을 익히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들이 안팎에 놓여 있어 전지전능한 신일 수만은 없기도 하다. 재차 민원을 하게 만들었기에 담당자가 100% 잘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답변을 위해 대원고속 여주영업소와도 접선하는 등 쉽지 않은 일을 해낸 것은 좋게 보아야 할 일이다. 자칫하면 대원고속과 민원인인 필자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공무원 쪽에서 계속 뻗댔다면 어찌 되었을까?
물론 그렇게 되었다면 민원을 다시 넣었을 것이고, 전화를 통해 싸우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악성 민원인은 되고 싶지 않았지만,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묵살당하는 것은 더 이상 못 넘어갈 일이다. 그리고 필자 입장에서도 해결되기까지 기간이 더욱 길어짐은 물론, 피로함도 커져갔을 것이다. 일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으니 어찌 다행이고 고맙지 않으랴.



한편, 필자는 사실 대원고속 여주영업소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었다. 여주버스는 사실 여주군 시절부터 KD운송그룹답지 않게 불친절한 데가 있었고, 시간표와 기사가 따로 노는 식의 운행을 이따금씩 했었기 때문이다(그분과 석준형, 타~임형이 겪었었기도 하다). 정확히 10년 전 일이었지만, 돌아가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영업소장으로 오는 바람에 직원들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여주영업소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KD운송그룹 정도 되는 곳이라면 정기 인사발령 같은 게 없을 리가 없으니, 영업소장 역시 언젠가는 바뀔 거라는 사실이다. 말이 통하는 정상인이 영업소장으로 오지 마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또한 굳이 영업소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간관리직을 비롯한 직원들 중에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있기도 하다. 역시 시간이 약인가 보다.

둘째는 대원고속 여주영업소도 다른 건 몰라도 담당 공무원에게 비교적 협조적인 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필자가 넣었던 2차 민원에서도 부당요금은 인정되지 않았을 것이기에 민원을 다시 넣었을 것이고, 결국 여주시 담당자가 제일 몸이 달아 안절부절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버스회사들이 시/군청에 협조적인 것만은 아닌 판이니, 담당 공무원 뒷목 잡게 만드는 버스회사들도 없다고는 말 못하는 법이다. KD운송그룹은 그 규모를 고려하면 버스 운행에 있어 충분히 "슈퍼 을"이 될 수 있기에, 지자체 입장에서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담당 공무원과 버스회사 간의 관계가 나쁘지만 않아도 웬만한 문제들은 어느정도 풀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여주시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보니 한 가지 미안함도 느껴졌다. 재차 넣었던 민원의 처리기한이 8월 1일에서 10일로 연장이 됐었는데, 이걸 두고 담당자 휴가 가느라 그랬는갑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민원 처리기한이 연장된 것은 필자가 생각했던 이유가 아니었다. 대원고속 여주영업소와의 협의 일정상 처리기한 연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니, 열심히 답을 구하느라 노력 중이었던 상대에게 좋지 않은 생각을 해버렸던 필자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래서 감정을 앞세우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구나 싶기도 했고, 신뢰라고는 없는 천박한 사회의 영향을 나도 모르게 받아버렸나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간의 일들 때문에 참 짜증이 났던 것은 있었지만, 민원 처리기한이 늘어나버린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했던 것은 사과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