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간만에 양평군내버스들을 시승해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제는 불볕더위 따위는 옛말이 되어버린지라 바깥을 다니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없다는 점이 좋더군요.
첫 번째 타겟은 양평에서 오후 12시 40분에 출발하는 백안리 노선입니다.
양평역에서부터 백안3리 버스종점까지 걷는다는 계획을 세워둔 저는, 양평역에 오전 11시 33분에 도착하는 전철을 타고 양평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연으로 유명한 경의중앙선이었지만 전철은 큰 지연 없이 양평역에 잘 도착했고, 저는 화장실을 좀 들렀다가(갑자기 큰 게 마려운 바람에 ㅜㅜ) 오전 11시 45분에 양평역을 나서 백안리를 향해 걷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거의 다 군청 쪽으로 나가지만 저는 매번 양평역에 올 때마다 그 반대편인 2번 출구로 나가곤 하는데, 점점 주민이 되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드네요.
양평중학교 방향으로 나가니 설악 가는 노선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나와졌고 (지금은 다니지 않지만) 진흥고속의 청평~양평 군내버스, 그리고 금강고속의 양평~설악 군내버스를 탔던 추억을 회상하며 쭉 직진했더니 양평병원이 보입니다. 저는 양평공설묘지를 지나 마을길로 해서 백안리로 올라가는 큰길과 만날 수 있었고(사실 양평병원 이후 큰길 따라 올라가도 됩니다), 백안3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오후 12시 29분이었습니다. 들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었죠.
[도보]
양평역 1145 - 백안3리 마을회관 1229
버스는 오후 12시 40분에 양평터미널을 출발할 것이었으므로 시간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백안3리 마을회관에 이르니 버스정류장이 보였는데, 어플에서는 약간 더 위에 있는 공터 쪽이 종점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여기 마을회관 앞에서 차가 돌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교를 위해 두 장소 모두 가봤습니다.
두 장소 모두 버스가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었지만, 두 지점 사이의 거리가 눈으로 금방 보일 정도로 너무 가깝다보니 아무래도 버스가 마을회관 이상 더 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버스 올 때쯤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대기하니 오후 12시 52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옵니다.
[금강고속 1-7번(양평~백안3리)]
백안3리마을회관(회차) 1252 - 백안3리입구 1254 - 벽산블루밍1단지 1259 - 양평터미널 1302
버스는 역시나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회차를 하더군요.
카카오버스에 안내되었던 정류장 위치대로 위에 공터에서 기다렸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저는 1250원을 찍고 승차했고, 버스는 바로 제가 걸어왔던 길을 신나게 내려와 2분만에 백안3리 입구에 접어드는데 여기에서도 카카오버스에 나온 경로와는 다르게 갑니다. -ㅅ-;;
어플 및 포털사이트에 안내되는 것과는 다른 점도 2개나 잡아내며 기분좋게 계속 버스 안에 있으니, 버스는 벽산아파트를 경유하였습니다. 1단지와 2단지 이렇게 2개 단지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꽤 많이 살 것 같았는데도 막상 들어와주는 노선버스는 이 하루 3번짜리 백안리행 버스뿐인 매우 이상한 곳이었죠. 버스가 자주 다니는 도로까지 걸어가기에는 좀 먼 거리인데도 버스가 더 들어오는 게 없으니, 주민들은 셔틀버스 또는 자차 이용이 거의 100% 일 것 같았습니다.
벽산아파트를 지나니 금방 양평터미널이 나왔고, 이때 시간이 오후 1시 2분이라 저는 바로 터미널에 하차합니다. 터미널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고현 행 버스와 환승할인도 가능한 상황인데다, 때마침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먹을 건 터미널이 아니라 시장으로 가야 더 많지만 터미널 내의 식당을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다보니 일부러 터미널에 내렸지만요. ㅎㅎ
그런데 그새 터미널에도 소소한 변화가 있었는지, 예전에는 피자집이 있더만 지금은 보이질 않았고 하차장으로 나가는 입구 쪽에 분식집이 있길래 거기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게 되었죠. -ㅅ- ㅋ
얼큰한 라면을 맛있게 먹고 화장실도 다녀온 다음 승차장으로 가보니 2000-2번과 고현 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두 번째 빡센 순간이 곧 찾아올 예정이기도 했죠.
[금강고속 3-5번(양평~국수역~고현종점)]
양평터미널 1330 - 양평시장 1333 - 양평군청,양평역 1337 - 아신역입구 1348 - 아세아연합신학대학후문 1354 - 국수역 1400 - 정자동 1403 - 증동1리회관 1409 - 고현종점1413
예전에는 양평과 양수리를 오가는 군내버스가 중간에 고현을 들러주었기 때문에 시간대만 잘 맞추면 안 걷고도 가볼 수 있는 고현이었지만, 이제는 양평에서 고현을 왕복하게 바뀌어서 난도가 상승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문호리에서 오후 7시 40분쯤 있는 양수리 경유 양평 행 버스를 타면 양평으로 가는 중간에 고현을 지나가볼 수는 있지만, 이건 너무 늦은 시간에 고현을 가는 것인데다 손님 있는 곳까지만 갔다가 회차해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사실상 고현을 보자고 이용하긴 어려웠죠. 따라서 저는, 고현에서 국수역까지의 도보를 감수하고 이 노선을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스는 오후 1시 30분에 터미널을 출발하여 시장과 군청을 들러 사람들을 태워 양수리 방향으로 달렸고, 복포리에 이르러서는 다른 군내버스들과 똑같이 신학대 후문을 경유하였습니다. 이전에는 6번 국도를 따라 쭉 직진하는 것이 대세여서 신학대 후문으로 가보는 것이 참 어려웠었는데 군내버스들마저 이렇게 바뀌어버리다니 참 세상 모를 일이더군요.
버스는 오후 2시가 되자 국수역에 도착하였고 여기에서 손님이 세 명 정도 탄 뒤, 본격적으로 고현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정자동부터 바로 들렀는데, 과연 그분과 석준형의 정보대로 쩌는 길이더군요. 오우~ 혁님~!! ㅋㅋ
정자동의 1차로 길을 만끽하며 큰길로 나오니 대아초등학교가 보였고 여기서부터는 왕복2차로의 길을 따라 산쪽으로 쭉~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청계2리를 지나 증동3리에 이르니 여기는 아직 확장이 되지 않았는지 1차로 길이 등장하였고 버스는 오후 2시 13분에 고현 종점에 도착하여 하차하였습니다.
[도보]
고현종점 1413 - 청계리사거리 1442
이제는 국수역까지 다시 걸어나가야 할 시간.
다음은 용문사에서 오후 5시대에 나오는 용문 행 노선을 타야 했기 때문에 국수역에서 전철을 타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것도 다 오늘의 코스 계획에 반영이 되어 있었으며, 국수역까지 가는 여유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저는 고현마을의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국수역을 향해 걸어내려갔습니다.
대아초등학교를 지나 더 내려가니 드디어 정자동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사거리가 나왔는데, 마침 왼쪽 구석에 가게가 있어서 물도 살 겸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물값을 계산하려고 지갑을 꺼내보니 교통카드가 없는 겁니다.
일단 물값은 계산하고 나와 교통카드를 찾아보는데, 다른 곳에 넣어둔 게 아닌가 싶어 이리저리 뒤져봐도 정말 없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분명 찍고 내렸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더군요. 결국 다시 고현종점까지 걸어가봐야 하는 것인가;;; 결국 30분을 걸어 고현종점에 다시 가봤지만 카드는 나오지 않았죠. 이 사건 때문에 저는 오늘 용문으로 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 연수리 경유하는 거 평일에만 다니는 찬데 -ㅅ-;;;; 두 눈 뜨고 멀쩡한 코스를 날려먹게 된 이 어이없는 사건에 저는 할 말을 잃었죠.
그래도 일단 다시 양평으로 나오기는 해야하니 허망함을 딛고 저는 국수역까지 걸어나왔습니다.
[도보]
청계리사거리 1442 - 고현종점 1512 - 청계리사거리 1542 - 국수역 1612
[전철]
경의중앙선(지평행)
국수 1627 - 아신 1631 - 오빈 1635 - 양평 1638
국수역에 가보니 전철이 양수역을 출발한 상황이었는데 지평 행이었습니다. 하루 4번밖에 없는 전철이 이렇게 시간이 맞는 건가? 싶었지만, 아 정말 카드가 없어진 사건은 너무나 뼈아팠습니다. 혹시나 몰라 양평역에 내려 양평터미널까지 걸어가보니 아까 고현 갈 때 탔던 버스가 있길래 기사아저씨께 말씀을 드리고 카드를 찾아봤지만, 이미 없어져 있는 카드를 찾을 수는 없었죠. 마침 저와 문자를 하면서 이 사건을 알게 되었던 그분께서도 정말 어이가 없겠다며 이해해 주셨지만, 아 정말 안습이 따로 없네요. -ㅅ-;;;
결국 저는 양평터미널 길 건너에 있던 CU편의점에 들어가 교통카드를 사서 10000원 충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스도 크게 어그러지고 생돈만 날리게 생겼으니 한숨이 팍팍 나오더군요. 이때 샀던 교통카드가 바로 2021년 10월 현재도 쓰고 있는 교통카드인데, 이 날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교통카드를 볼 때면 가끔씩 생각이 나곤 합니다. -ㅅ- ㅋ
아무튼 새 카드를 사서 터미널로 돌아온 저는 이포를 찍고 이천으로 해서 집에 갈까 갈등하고 있는데, 그분께서 곤일 노선을 타볼 것을 추천하시더군요. 때마침 시간이 오후 5시 20분을 넘어 있었고 곤일은 오후 5시 4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았던 겁니다. 이에 저는 그분의 말씀대로 곤일 가는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였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오후 5시 36분에 승차장으로 들어온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금강고속 6-5번(양평~곤일종점)]
양평터미널 1740 - 양평시장입구 1743 - 양평군청,양평역 1746 - 신애1리,방앗간 1753 - 오빈1리 1757 - 아신역앞 1802 - 옥천여단 1805 - 곤일삼거리,아신1리마을회관 1809 - 곤일종점 1812
오후 5시 40분에 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군청을 지난 후로 직진을 하는 게 아니라, 신애리 쪽으로 가다가 오빈역쪽으로 좌회전을 했습니다. 가만보니 이게 오전 9시 50분에 딱 한번 운행하는 오빈리 노선이 가는 길 그대로 운행하였는데, 이 덕분에 오빈리 노선은 탈 필요가 없게 되었죠. 오빈1리를 지나면서 우측에 오빈역이 살짝 보였는데, 전철이 아닌 버스에서 이렇게 오빈역을 보는 것도 뭔가 이채로웠습니다.
이후로는 양수리 방향으로 6번국도를 달리다가, 옥천면쪽으로 가는 다른 군내버스들이 다 그렇듯 이 노선도 아신역 바로 앞을 찍고 옥천시내를 살짝 들른 다음 본격적으로 곤일종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곤일 들어가는 길이 정말 쩔었고, 역시 그분의 말씀대로 곤일 노선을 탄 보람이 있다 싶었습니다. 곤일을 타보라고 알려주셨던 그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당께요. ㅎㅎ
쩌는 길을 달려간 버스는 오후 6시 12분에 곤일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합니다. 버스에 승객들은 꽤 탔었지만 아신역과 옥천 시내 외곽을 지나면서 다 내려버리고 저 혼자만 있었기 때문에, 내린 사람 역시 저 혼자밖에는 없었죠.
예전에는 곤일 노선이 사당 앞에서 돌렸다고 했었는데, 막상 버스에서 내려보니 그 사당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도대체가 보이질 않더군요. 물론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날이 금방 어두워질 참이었고 핸드폰 배터리마저 얼마 남지 않았던데다, 멀리서 들개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까지 보았기 때문에 이게 신경쓰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결국 예전 종점은 그분께서 나중에 로드뷰를 통해 알려주신 것으로 아래와 같이 대체를...).
[도보]
곤일종점1813 - 아신역 0636
이제 저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봐가며 아신역을 향해 이동합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안 남다보니 해 지면 정말 골치아파지는 상황이라 걸음을 빨리해야 했는데, 언덕길도 있고 개 짖는 소리도 들어야 하니 초조한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가는 중간중간 경치들은 역시 누가 물맑은 양평군 아니랄까봐 정말 보기가 좋았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20분 약간 안 되었을 때 드디어 저 멀리에 아신역이 보입니다. 이제는 살았다는 느낌도 들었고, 신 역사도 생각보다 보기 괜찮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짜내서 사진을 찍게 되었죠.
아신역 바로 앞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6분.
설마 하고 카드를 대보니 환승할인이 되네요. 대박 ㅋㅋ
게다가 전철 시간도 얼추 맞아서 금방 전철을 탈 수가 있기까지 했는데, 전철을 기다리면서 승강장을 돌아다녀보니 사람이 정말 없기는 없었습니다. 이런 곳에도 전철이 무려 30분에 한 번 있다니 역 근처 주민이라면 정말 읍내 나갈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후 6시 47분에 도착한 문산 행 전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는 것으로 오늘의 시승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참 뼈아픈 사건이 있긴 했지만 ㅜㅜ 그래도 하루 2번, 3번, 4번 다니는 친구들만 쏙쏙 골라서 잘 탔다는 사실만 해도 많은 걸 건진 그런 날이었네요(곤일을 타라고 해주셨던 그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능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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