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부산.
여름휴가라 심신을 추스를 겸 모처럼 부산을 가서 며칠 묵을 기회가 생겼던 저는, 정관신도시를 보러 갈 겸 세진여객 73번을 타기 위해 시승을 떠났습니다. 73번을 타기 위해서는 반송으로 가야 했는데, 제가 머무르던 곳에서는 먼 곳이기 때문에 1200원 주고 부산지하철의 힘을 빌리게 됩니다. 부산은 외길이 많아 도로들이 자주 밀리기 때문에, 멀리 이동하려면 역시 지하철이 진리였기 때문이었죠.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4호선을 타보는 기회를 잡게 되었지만, 동래역의 환승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멀어서 4호선 열차를 놓칠까봐 똥줄이 좀 탔었네요.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 1340 - 부산역 1345 - 서면 1356 - 연산 1403 - 동래 1408
[부산지하철 4호선]
동래 1414 - 금사 1425 - 석대 1429 - 동부산대학 1434
※ 동부산대학역은 2021년 9월 현재 윗반송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어 있는데, 동부산대학이 2020년 8월 31일에 폐교되어서 역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반송동은 윗반송, 아랫반송으로 나뉘는 동네였고, 윗반송과 아랫반송 모두 둘 다 오래 쓰인 지명이기도 하니 개인적으론 윗반송역으로의 역명 변경은 잘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4호선은 6량짜리 경전철 노선이었고 무인으로 운전되고 있었는데, 열차 바퀴가 고무여서 그런지 도로 주행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차량 출력이 너무 좋아서인지 출발하자마자 금방 속력이 붙어 겁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지상구간으로 나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반송동의 모습은 정말 볼만했습니다. 해운대구에 속해 있지만 해운대구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는 그런 동네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버스정류장으로 나와보니 73번이 보이질 않았는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정류장에 시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시간표를 보니 역시나... 시간이 좀 바뀌어 있었는데, 오늘 나오기 전에 시간표는 찾아보고 나왔었지만 그새 또 바뀌었던 모양입니다. -ㅅ- ㅋ
시간표를 확인하니 전철에서 내린 지 40분이 지난 시간인 오후 3시 15분이 되어야 버스가 있더군요. 부산은 김해나 양산버스를 타지 않는 한, 수도권과 달리 무료환승이 되기 때문에 내릴 때에도 추가요금이 없으니 환승을 받으면 개이득인데, 그나마 73번은 1시간 내에만 타면 환승이 되는 노선이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점은 좀 냐잉했지만, 환승 안 날아가는 게 어디인가요. ㅋㅋ
날이 더워서 역 안에 다시 들어가 있으면서 73번 이후 탈 노선들 및 시간표를 알아보며 시간 떼우니 어느새 오후 3시 15분이 다 되어갔고, 73번이 저만치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글로만 보고 사진으로만 보던 이 73번을 이렇게 타본단 말인가... 정말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더군요. 카드를 대니 0원으로 환승이 됩니다. ㅎㅎ
[세진여객 73번][환승]
동부산대학역 1515 출발 - 고촌역 1517 - 안평역,고촌 1523 - 갈치고개 1526 - 구칠 1529 - 보림 1532 - 마지마을 1534 - 이곡리 1536(회차) - 마지마을 1538 - 보림 1540 - 철마면사무소 1541 - 웅천 1546 - 매곡리 - 한국폴리텍동부산캠퍼스 1555
※ 정관 방향의 경우 매곡리 정류장은 어플에 나오는 위치에 있지 않고 터널 윗길 유턴 전에 있으므로 주의
동부산대학역에서 저를 포함하여 달랑 3명 태우고 출발하는 버스. 버스는 안평역 바로 근처의 고촌휴먼시아1단지아파트를 들른 뒤, 기장 쪽으로 가다가 철마 쪽으로 좌회전을 하여 본격적으로 산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초장부터 고갯길이 등장하네요 ㄷㄷ;;
엔진이 터져라 굉음을 내며 갈치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구칠리를 찍고, 오늘의 첫 번째 키포인트인 보림에 이르러 우회전을 하여 이곡리를 찍고 나옵니다. 1차로 쩌는 길은 없었지만, 정말 철마는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였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죠. 산이 안 보이는 순간이 없었습니다. ㅋㅋ
철마면사무소를 찍은 버스는 드디어 정관쪽으로 우회전을 하는데, 정관을 가는 다른 버스들과는 달리 곰내고개를 그대로 넘는 덕택에 오늘의 키포인트 장소 2번째인 웅천을 지나니 구불구불한 커브길이 또 등장을 합니다. 고갯길이 끝날 때쯤 등장하는 정관신도시의 모습은 진짜 장관이었는데 막상 카메라에 담기가 어려워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죠.
그런데 어플로 다음에 타야 할 1008번을 조회해보니 이럴수가 똥줄 각이더군요. 이번 1008번을 타야 다음 일정이 문제없이 진행되는지라 결국 73번이 정관신도시로 들어오자마자 나온 첫 번째 정류장에서 하차한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길 건너편의 동원로얄듀크 정류장을 향해 뛰어야 했습니다. 설상가상 횡단보도 신호등도 바뀌질 않고 있던 가운데, 길을 건너 서둘러 뛰어가니 1008번이 도착하여 승객을 태우고 있었고 정말 하마터면 버스를 못 탈 뻔 했네요. 휴;;;
[삼신교통 1008번][1700]
동원로얄듀크2차아파트 1558 - 철마면사무소 1603
아까 73번에서 환승이 끝났기 때문에(부산은 환승할인이 2회까지 가능합니다) 카드를 대보니 1700원이 찍히는데, 부산은 빨간버스의 요금이 1700원이어서 그렇더군요. 경기도에서 빨간버스 타면 2000원이 넘어가는데;;; 아까 73번에서 내리면서 카드 찍었을 때도 추가요금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자갈치역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500원 가량이면 충분한 셈이라(그나마 요금 추가된 것도, 지하철 때문입니다) 정말 지방은 교통비가 싸다는 걸... 저번 충청도 버스 시승들에 이어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다음에 탈 버스를 환승할인 받고 승차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 그리고 얼마를 가든지 탈때 내릴때 모두 0원 나오는 무료환승 제도까지... 정말 수도권에는 없는 제도의 이점을 실컷 누리고 있는 저이기도 했구요. 키아~
이 버스는 곰내터널을 지나 철마면사무소로 바로 나오는 운행경로를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저는 달랑 한 정류장 타고는 다시 내려야 했습니다. 곰내터널은 정관신도시에서 동래쪽으로 가는 제일 빠른 터널이었던 탓에 교통체증이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곳이었지만 정관신도시 및 주변지역의 입지를 고려하면, 보나마나 출퇴근 때에만 교통체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므로 제가 간 시간대에는 소통원활일 것이 거의 100%나 다름없었죠. 날이 더웠는데 이럴 때면 버스가 꼭 빨리 가는 것은 불행이었지만요;;
무사히 1008번을 타고 철마면사무소에 내리면서, 이번에는 카드를 대지 않았습니다. 다음 차를 보림에서 타야 되는데 거기에서 괜히 환승을 받을 필요는 없었던 겁니다. 수도권에서처럼 내릴 때 카드 찍는다면, 정말 다음에 탈 버스 기사아저씨에게 "나 잡아잡수" 하는거나 다름없었죠. 다음 버스에서 환승을 받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하네요. ㅋㅋ
[도보]
철마면사무소 1603 - 보림 1614
철마면사무소에서 내린 저는 보림을 향해 슬슬 걸어갔습니다. 보림은 아까 73번으로 지나갔던, 이곡리 들어가는 길과 철마면사무소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였지만 여기에서 기장군 2-3번을 타야 아무 문제없이 범어사역으로 갈 수 있었던 겁니다. 아까 1008번을 탄 덕택에 정말 여유를 가지고 경치를 감상하며 걸어갈 수 있었는데 이쪽 경치가 제법 좋더군요.
철마면사무소에서 보림까지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 정말 경치도 감상하며 여유도 느끼며 슬슬 걸어갔고, 1008번에서 내린 지 딱 11분만인 오후 4시 14분에 드디어 보림에 도착합니다. 사전에 소요시간을 살펴보니 기장군 2-3번은 보림에 오후 4시 40분쯤 올 것으로 예상되어 25분 남짓의 여유시간이 남네요. 만약 다음 1008번을 기다려 탔더라면 분명히 철마면사무소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뛰어야 했을 겁니다. -ㅅ- ㅋ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정류장 주변을 살피니 마을회관이 바로 앞에 있었는데(구림마을회관이라 하더군요) 회관 앞 게시판에 기장군 2-3번 시간표가 붙어 있어 사진으로 박아둡니다. 이건 사전에 찾았던 것과 달라진 게 없어 다행이더군요.
이윽고 오후 4시 39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등장합니다. 제가 예상한 시간에 딱 맞춰 버스가 온 것이라 저조차도 소름이 돋고 말았네요. 아까 1008번에서 내릴 때 카드를 대지 않았기 때문에 요금은 새로 찍히게 되었고, 버스 안에는 기사아저씨와 저 달랑 2명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합니다. ㅋㅋ
[용진교통 기장군 2-3번]
보림 1639 - 이곡리 1643(회차) - 웅천 1651 도착, 1700 출발 - 철마면사무소 1706 - 철마삼거리 1712 - 중리 1720 - 에스엔티대우 1724 - 두구동입구 1728
그렇게 타게된 기장군 2-3번 버스. 차가 이곡리쪽으로 쭉 직진하는데, 이럴수가 이 버스도 아까 73번이 회차했던 이곡리 정류장까지 다 들어가더군요.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서는 기장군 2-3번은 73번이 회차하는 이곡리 정류장은 안 간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웅천에 도착하니 기사아저씨께서는 73번이 사용하는 그 정류장 바로 앞에 버스를 주차시키고는 출발시간을 맞추더군요. 시간표에 적힌 웅천 시간이 바로 이 웅천 정류장 시간표였던 겁니다.
이곡리에서 웅천으로 가는 구간은 기장군 2-3번만 단독으로 가는 구간이어서 제가 노렸던 것인데 이곡리 경유까지 목격하고, 웅천에서는 73번이 서는 그 웅천 정류장에서 대기하다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는 수확을 거두니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따로 없었습니다. 또한 제 예상대로, 기사아저씨께서는 제게 정말 아무런 신경조차 쓰시지 않으셨지요. 여러모로 개이득을 누리고 갑니다. ㅎㅎ
이윽고 오후 5시가 되자 버스는 73번으로 지나갔던 길 그대로 철마면사무소에 내려온 후, 우회전을 하여 범어사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가는 동안 타는 사람은 없었고 정류장 간격마저 멀어서 그야말로 신나게 달리더군요.
버스는 선두구동과 S&T모티브 사원아파트를 찍고 노포동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제 오후 5시 20분 정도 되어가는 시각이라 아직 해도 꽤 많이 남아 있다보니, 이대로 그냥 범어사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기에는 뭔가 아쉬웠던 저는 두구동입구에서 벨을 눌러 하차한 다음, 다시 두구동 안쪽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두구동 안쪽에도 버스가 생각보단 자주 다녀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하게 된 판단이었는데, 두구동 안쪽까지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습니다. 2-1번을 타느냐 2-2번을 타느냐 선택의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고, 시간표도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ㅋㅋ
[용진교통 금정구 2-1번]
선두구동주민센터 1752 - 신천마을 1757(회차) - 영락공원 1802 - 범어사역 1805
마침 두구동 안에 하나로마트까지 있어 목도 축이고 요기를 하면서 2-1번과 2-2번 중 어느 걸 탈까 고민을 하다가, 2-1번을 타기로 했습니다. 귀가시간의 압박(?)이 있어 지하철역으로 빨리 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죠. 어차피 양자택일이 필요했지만 2-1번의 경우 영락공원을 가는 유일한 노선이었고 영락공원은 수십년 간 부산을 오갈 때마다 이정표에서 보기만 했었지 실제로 가본 적은 없어 궁금했던 장소였기 때문에 나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때마침 버스를 계속 기다려보니 금정구 2-1번이 먼저 오기도 했구요. ㅋㅋ
선두구동은 그야말로 부산의 최북단 외곽 동네였지만, 이 버스를 타보니 승객들이 생각보다 많아 몇 정류장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입석을 세울 정도가 되더군요. 기장군 2-3번과 갈라지는 임석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던 버스는 오후 5시 57분에 신천마을을 찍고 회차를 합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꽤 내리더군요.
신천마을을 회차한 버스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려는 듯 싶다가 별안간 좌회전을 하는데, 좁다란 다리를 하나 건너니 펼쳐지는 것은 좁디좁은 굴다리의 세계였습니다. 지도를 보니 경부고속도로 바로 아래를 통과하는 것이더군요. 버스가 가는 길이 도로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는 절대 이 버스를 볼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ㅜㅜ
굴다리를 통과한 버스는 곧이어 언덕길을 오르는데 이정표에 영락공원이 보입니다. 헐...
사실 영락공원은 처음 들었을 땐 말 그대로 공원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부산시민들이 죽어 한 번쯤은 가게 된다는 장례 시설이었죠. 경부고속도로 영락공원 IC 이외의 길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영락공원 앞은 야트막한 산 중간에 조용히 박혀 있는 위치와 더불어 조용한 분위기가 풍겨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영락공원을 빠져나오니 금방 범어사역이 나왔고, 여기가 종점이었기 때문에 바로 버스에서 내린 저는 이제 부산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는 것으로 오늘의 시승을 마치게 됩니다.
같은 부산이라도 역시 동네마다 주 생활권들이 많이 다르고, 아버지의 군대 관련 추억이 있던 철마를 오지노선들을 이용해 방문해보았다는 것, 그리고 지방 버스더라도 그동안 익혀온 소요시간 예측 등의 방법이 통하는구나를 확인하게 되는 등 많은 의의가 있었던 시승이었습니다. 정관신도시도 물론 멀리서나마 보긴 했지만 말입니다.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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