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여객 51번.
부곡동 옹기마을 및 산림욕장으로 들어가는 안산의 신규 오지노선입니다. 안양의 영향을 받았지만 결국 독자 생활권으로서 성장해왔던 공업도시인 안산을 연고로 하는 버스회사 아니랄까봐 변화는 없이 폐쇄된 왕국을 만들고 있던 경원여객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지노선은 생길 것 같지 않던 안산에도 어느새 옹기마을 노선(51)과 안골로 가는 노선(8)이 생겨 있었습니다.
모처럼 하루 쉬게 되었던 저는 이 기회에 안산 51번을 타보기로 하고 부곡동을 향해 떠났습니다. 안골 가는 8번은 나중에 계획 실행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이미 타본 노선이 돼버리는 존재였지만, 옹기마을 가는 51번은 생각보다 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51번을 목표로 하게 되었던 것이죠.
51번이 타기 어려운 이유는 오전 11시대 차 이후로는 오후 4시대까지 버스가 전혀 없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평일에만 운행하기 때문이었습니다. 51번은 처음 개통되었을 때는 수암파출소 정류장에서 옹기마을로 내려오는 형태였지만, 부곡제2종합시장쪽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어 있었죠. 처음 개통된 노선을 봤을 때는 왜 저게 수암동으로 가는 건지 참 뜬금없었지만, 그래도 노선을 잘 바꾸었다고 생각하는 바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옹기마을 주민들은 부곡동 쪽으로 내려가면 갔지 수암동으로 올라갈 일은 없었으니까요.
[경원여객 99-1번][환승] ※ 본오동차고지 1030 출발
상록수역 1042 - 호동초교 1048 - 이익선생묘 1051 - 신라장 1056
상록수역에 도착한 저는 굴다리를 나와 길을 건너 99-1번에 승차하였습니다. 안산 시내의 노선들도 감차가 많이 되어 버스 타려면 신경쓰이는 게 한둘이 아닌데 그나마 99-1번이 금방 온다고 뜨는 상황이라 천만다행이었죠. 21번은 애초에 기대하면 안되는 버스였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ㅅ- ㅋ
99-1번은 부곡동 안길로 들어가는 특징이 있는데, 마침 51번도 부곡동 안길을 경유하여 회차하기 때문에 부곡동 안길 적당한 곳에서 환승하면 되었죠. 51번이 산림욕장에서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하기에 어플로 위치조회를 해보니 신라장에서 내려 환승하면 안정적임을 알 수 있었고, 저는 오전 10시 56분에 신라장에서 내리게 됩니다. 이번에 오는 51번을 타지 못하면 다음 버스는 오후 4시 10분 넘어서 있었기 때문에 참 많이 골치가 아프게 되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라장에 내리자마자 바로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니 77번 한 대 지나가고, 오전 11시 3분이 되자 드디어 카운티 시내버스 한 대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51번이었기 때문에 그 버스를 잡는데, 51번은 소형버스인 카운티로 운행할 것이라는 예상은 정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더군요. -ㅅ- ㅋ
[경원여객 51번(부곡산림욕장~옹기마을,대웅주유소,정재초교,부곡동주민센터→부곡초교,부곡제2종합시장→부곡동주민센터 이하 역순)][환승] ※ 부곡산림욕장 1050 출발
신라장 1103 - 부곡제2종합시장 1104 - 청문당입구,대웅주유소 1109 - 옹기마을 1110 - 부곡산림욕장 1112
버스에 오르니 예상대로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당연히 저는 종점인 부곡산림욕장으로 행선지를 대고 승차했죠. 산림욕장으로 걸어들어가서 이 버스를 타고 나오는 것도 물론 가능은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시간대의 버스를 타게 되었기에 그냥 산림욕장으로 타고 들어가기로 한 겁니다.
버스는 77번과 같은 경로로 부곡동을 회차하고 수암동쪽으로 올라가는데, 부곡시장 시간은 딱히 지키는 눈치가 아니더군요. 결국 부곡시장 시간은 대략적인 시간이고, 부곡동에서는 산림욕장 출발시간에 5분을 더한 시간부터 미리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암동쪽으로 올라가던 버스는 대웅주유소 앞 교각을 지나자마자 바로 우회전을 하여 본격적으로 오지로 들어갑니다. 종점인 부곡산림욕장까지 왕복2차로였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굴다리가 압박이더군요. ㅋㅋ
굴다리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곧 넓직한 주차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부곡산림욕장이었습니다. 버스정류장이 이미 완비되어 있었고, 회차하기 편하게 도로 구성이 되어 있더군요.
산림욕장을 나가는 버스는 오후 4시 넘어서야 있는 상황.
이제 슬슬 점심때였기에 기사아저씨도 식사를 해야 할 테니 버스는 본오동차고지로 가버릴 것이고, 저는 산림욕장 안을 살짝 들어가봅니다. 전부 둘러보려면 등산을 해야 할 각이길래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주변만 슬슬 둘러보았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경치가 좋더군요. 그동안 버스가 없었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버스가 들어간 곳을 왔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지만, 안산에 이런 곳도 있었다니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또 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ㅋㅋ
그런데 문제는 제가 타고 온 버스가 15분이 넘도록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4시 10분까지 운행도 없을 테니 산림욕장 안에 잠깐 있다보면 버스 가겠지 했는데,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참 어안이벙벙했죠.
[도보]
부곡산림욕장 1129 - 옹기마을 버스정류장 1140 - 대웅주유소 1149
오후에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계속 있을 수는 없었고, 결국 저는 산림욕장을 걸어서 나가기로 합니다. 걸어가는 도중 제가 타고 온 버스를 만나든 말든 저질러버린 것이죠. 하지만 대웅주유소로 다시 걸어나오는 내내 버스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염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굴다리를 다시 지나 옹기마을로 이르니 다시 공장들이 눈에 보이는데, 이번에는 청문당을 직접 눈으로 봅니다. 아까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서 못 보았던 것인데 이번에는 걸어나가는 덕분에 보이게 되네요. 역시 걷는 것과 버스 등 탈것을 이용하는 것이 모두 조합되어야 진정한 여행이 되는 법이더군요.
대웅주유소를 향해 슬슬 걸어나온 후, 주유소 바로 앞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20분 정도 걸리더군요. 버스를 기다리니 320번이 먼저 지나갔지만 그냥 보냈죠.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보내는 것도 있었지만, 작년 11월부로 직행좌석버스로 바뀐 후부터는 이곳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타려고 해봤자 말짱 헛수고였던 겁니다. ㅋㅋ
35번이 지금도 운행중이며 시간도 맞는다면 타려고 들었겠지만 35번이 없어진 지 오래였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결국 이 일대의 정석노선인 30-2번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인기 노선인데도 불구하고 30분 간격이 돼버린 걸 보면 기사 부족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죠. 솔직히 회사 안팎으로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돈 잘 벌어주는 인기 노선을 감차할 사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멀쩡한 노선 괜히 감차하고 건드리면 있는 승객들도 점점 안 타게 될 것이고, 그게 더 경제학적으로 손해가 되어 돌아올 텐데 말이죠. 그렇기에 감차를 시킨다면, 정말 다른 이유가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감차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제는 5월도 중순이 지나가니 한낮에는 더워지기 시작했지만, 버스를 탄 이상 창문을 열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30-2번을 탄 이상 문제없이 귀갓길에도 오를 수 있었죠.
오늘 타게 된 51번은 산림욕장도 구경해보고 걷기 운동도 할 겸 타보면 참 괜찮은 노선이었습니다. 운행시간대가 좀 아쉽긴 하지만, 이것도 주52시간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기사 부족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점은 씁쓸하지만요.
※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경원여객의 특징 때문입니다. 경원여객은 물론 은근슬쩍 차를 감차하여 배차간격을 늘리는 짓을 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오지노선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요일 구분 없이 상시 운행을 해왔으며 특정 시간대에 몰배차를 하는 일은 없었던 겁니다. 산림욕장 기준으로 51번은 오전 10시 50분 이후로는 오후 4시 10분까지 차가 없는데, 이건 경원여객 노선에서는 정말 처음으로 보는 시간표 패턴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수요 감응형 시간표지만(옹기마을에 있던 공장들도 대부분 자동차로 출퇴근 해왔고 식사 해결도 했을 것인데, 51번으로 인해 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걸 기대할 수는 없죠), 그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사실 상록수역까지 노선이 가주면 더 좋은데도 그러지를 못하는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나마 51번을 탄 것 하나로도 큰 걸 한 날이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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