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수산리 노선이 멀쩡히 잘 있음을 직접 확인한 충격에 수동면 쪽 공영버스들을 위주로 타보기로 하고 다시 마석을 향해 시승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잠실역으로 가는 동안 어플로 버스 위치 확인을 하니 M2316번이 연달아 우르르 오더니 떠나버리고, 저는 잠실역에서 20분을 기다린 오전 11시 50분이 되어서야 도착한 다음 M2316번을 타야 했습니다. 기사아저씨 말로는 20분 배차라는데, 20분 간격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리죠. 아까전에 연달아 우르르 오더니 우르르 가버리는 거 어플로 다 보고 있었고, 주말에도 한낮을 제외한다면 15분 간격이라면 모를까 20분 간격씩 할 노선이 아니라는거 다 아는구만...-ㅅ-;;;
쩝... 이유야 뭐 어찌되었든 제가 늦게 와서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날고 기고 땅으로 꺼져도 어쩔 수 없었지만, 마석에서 오후 12시 30분에 있는 축령산 노선은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쨌든 마석은 가야하니 에라 모르겠다 M2316번을 타고 마석으로 갑니다. 여기서 제가 8002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오늘이 주말이라 경춘고속도로가 밀려서입니다. 동쪽 동네가 참 좋은 게 많다보니 전 서쪽 동네 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동쪽 동네에서 살고 싶지만, 특히 주말 같은 날에 이쪽으로 갈 때 한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면 고속도로든 큰길이든 맨날 밀린다는 것이죠. 경기도는 그래도 강원도에 비한다면 "조금" 나은데, 강원도는 중앙선과 경춘선이 닿는 지역을 제외하면 철도편이 좋은 것도 아니니 도로로만 몰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축령산 노선은 놓치겠다는 예감이 정말 진하게 드는데, 마석시내가 아니라 중흥아파트에 내리는 마지막 수까지 써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몇 분 차이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평일이라면 마석에서 오후 2시 40분 차를 이용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주말이라 그 차가 운행을 안하기 때문에 정말 어쩔수가 없더군요. 불당골은 그렇게 날아갑니다. ㅜㅜ
축령산 노선은 다음에 산도 좀 구경할 때 겸사겸사 타보기로 마음을 비우고, 일단 330-1번이 오려면 25분 정도 남았길래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습니다(아 마석에 맛있는 집 하나 봐놨었는데 갈 틈이 없네요. ㅜㅜ). 그나마도 330-1번마저도 어플을 보니까 배차가 너무 벌어져서 아까 M2316번과 마찬가지로 배신을 때리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ㅅ-;;;
역시나 문제의 330-1번을 타보니 앞문에 낑겨갈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느릿느릿합니다. 앞차는 이미 비금리 들어가버린 뒤였고 바로 뒷차는 6분 뒤인 한숨나오는 상태였는데, 솔직히 330-1번은 타기가 싫었지만 지둔리 노선은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말 어쩔 수 없이 타야 했습니다.
오지노선탐험가(화랑)님 말로는 망우로 쪽 경기대원 노선들이 거의 다 저런다고 하는데, 문제의 노선들을 살펴보니 차산리영업소 쪽 노선들이 아직까지 예전 운행스타일을 대부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서 그렇더군요. 경기대원의 다른 영업소 노선들은 진작에 경기대원 특유의 그 저속 정책의 문제점도 알게 되어서인지 일부 노선에 한해 속도제한을 완화하여 빨라진 것이 있는데, 이쪽은 뭔가 참 이상하네요. 얘네들 노선이 교통량 많은 곳은 다 피해서 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ㅅ-;; (KD운송그룹이 워낙 크다보니, 본사 외에도 영업소별로 제각각의 지침과 특징이 또한 있다는 걸 고려해도 좀...;;;;)
330-1번이 느릿느릿한데다 내리는 사람도 많아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수동은 마석시내에서 20분 정도 걸렸고, 거기에서도 10분은 더 가서야 겨우 석고개삼거리에 내릴 수가 있었죠. 330-1번까지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제게 남은 여유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어버렸고, 저는 지체없이 지둔리 안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나마 시간 맞춰 버스종점에 갈 수는 있다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죠. 처음에는 지둔리로 가는 길이 왕복2차로더니 병원 입구를 지나고부턴 1차로였는데, 생각보다 멀긴 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캠핑장도 보이고 맑은 냇물도 흐르고 있더라구요. 공기가 참 좋습니다. ㅎㅎ
제가 지둔리 종점을 향해 열심히 걷고 있으려니 버스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저를 간단하게 앞질러 버렸지만, 저도 아장아장 걸어서 지둔리 종점에 도착합니다. 버스가 종점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시간대만 잘 잡으면 왕복도 가능하고 지둔리를 들어갔다가 바로 나올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이유는 내방지 때문이죠. 이게 무슨 말인지 그분이라면 아주 잘 아시죠. 아실거라 믿는다는 말은 필요가 없을 정도로. ㅎㅎ). 회차지에 서있는 버스를 보는 것도 나름 장관이었습니다. 비록 M2316번과 330-1번의 배신 때문에 축령불이 날아가고 냐잉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둔리 버스는 사수했죠.
회차시간인 오후 2시 10분이 되자 버스는 움직입니다. 쩌는 1차로를 감상하며 동영상도 하나 찍고, 지둔리입구인 석고개삼거리로 다시 나온 다음, 서둘러 길을 건너 봅니다. 석고개에 노선이 330-1번 외에도 3개나 더 오더군요.
아까전에 오지노선탐험가(화랑)님이 내방수 오후 1시 30분차를 탔다는 연락을 했었는데, 시간을 보니 이제 곧 만날 수가 있겠더군요. 과연 예상대로 얼마 안 있어 수산리 행선판을 꽂은 버스 하나가 왔고, 오지노선탐험가님과 오랜만에 상봉을 합니다. ㅎㅎ
이틀 전에 수산리 버스 사진을 직접 보고, 버스는 인터넷 상의 정보와 달리 수산리 안으로 들어갈 것 같다는 예상을 했던 저인데, 과연 우리가 가졌던 그 의문이 맞을 것인가? 그것도 곧 밝혀지게 될 순간이었죠. 수막입구에 오니, 버스는 과연 좌회전을 하여 수산리 안으로 들어가줍니다. 그분이 말씀한 그대로 수산리를 가더군요. 와...ㅋㅋㅋ
분명 멀쩡히 잘 다니는 이 내방수 노선이 왜 BIS에는 없는건지 궁금했지만 버스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상당히 잘 달리는 편이었는데, 수산리 여기도 나름 넓직한 1차로가 있네요. 버스는 수산1리 마을회관 앞에서 회차하는데, 수산리 버스는 내방리만 가는 것보다는 수산리 낀 걸 타는 것이 더 좋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죠. ㅋㅋ
이후에는 무엇을 탈까하다가 기왕에 마석 온거 마석에서 오후 3시 10분에 있는 창현리를 한번 더 타보기로 하고 마석으로 내려갑니다. 330-1번이 생각보다 빨리 비금리에서 출발한 것이 아쉬웠지만, 나중에 330-1번을 타면 한번에 다 해결될 곳이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수막입구에서 두 정류장 뒤에 내렸죠. 비금리 쪽으로 갈수록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ㅎㅎ
330-1번을 타고 마석으로 가는데 오지노선탐험가가 답내리로 선택을 바꿉니다. 창현리를 택하든 답내리를 택하든 이후 56번 재재기 지선을 타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둘 중 어떤 걸 택하든 상관없었죠. 다만 답내리를 선택한 덕분에 은행나무골을 탈 시간이 남겠더군요. 그런데 때마침 오지노선탐험가님이 그걸 타보자고 하기에 신도브래뉴아파트(가곡리입구)에서 중도 하차하여 은행나무골 안으로 걸어들어갔지요. 걸어가면 먼 것 같아도 둘이서 걷다보니 어느새 종점에 다 와지더군요. 종점이 넓직~하니 탁 트여 있어 제 마음도 트이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오후 3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나와 마석역 앞에서 내립니다. 창현리가 아닌 답내리를 타기로 한 덕에 마석역에서 시간이 꽤 남았는데, 바깥이 후덥지근해져서 역 안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죠.
오후 3시 45분이 조금 넘어서야 답내리 버스가 등장하는데 버스에 탄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습니다. 대성리 쪽으로 가다가 답내리 안으로 좌회전 틀어 들어가면서부터 펼쳐지는 1차로의 세계는 정말 쩔었죠. 또한 이번에는 경운기 하나가 길을 막고 있어 거의 5분이 지체되는 일이 생겼지만, 재재기 지선 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다행이었습니다.
답내리의 재미있는 길을 보고 ㅋㅋ 우리는 기사아저씨께 인사 드리고 다시 46번 국도변으로 나와 화광중학교에 내렸죠. 인심이 좋으신 분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는 미리 대성리에 가 있으면 되기에 길 건너서 30번을 타고 대성리까지 갑니다. 기사아저씨와 어쩌다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재미있게 말씀을 잘 하셔서 우리 모두 웃다가 대성리에 내렸죠. ㅋㅋㅋ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습니다.
대성리에서 오후 5시 10분에 있는 56번 재재기 지선 시간까지는 40분이 남는데, 돈을 뽑으려니 AT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길 건너 편의점의 ATM까지 갔다와야 했습니다. 아니 수수료도 1200원씩이나 받으면서 뭔 애로사항이 있는 건지, 이런 고비용 저효율 돈뽑기 같으니 -ㅅ-;;; 하고 욕도 해주었죠. 어쨌든 이번 기회에 우리는 경기대원 대성리영업소 근처 막국수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막국수는 강원도가 오리지널일 듯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막국수라 그런지 나름 먹을만 했습니다. 지인과 함께라니 더욱 그랬죠. ㅎㅎ
맛있게 잘 먹고, 버스들 나가는 거 구경하다 드디어 56번 카운티가 등장하여 출발하려고 하기에 승차합니다. 시간표가 차 내부에 없어서 찍어볼 수 없었지만, 재재기 가느냐고 물어봤더니 간다고 하는데 드디어 우리 일행의 또다른 목표였던 재재기 지선을 타보게 되는 순간이네요. ㅎㅎ
마석 쪽으로 갈듯한 버스는 샛터삼거리에서 바로 양수리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북한강이 나와 재미있는 그 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는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창문만 열어도 차 안이 시원했습니다. ㅎㅎ
이윽고 구봉마을에 이르니 차가 별안간 우회전을 합니다. 아 이게 재재기 가는 거구나 싶었는데 길은 왕복 2차로로 넓직하니 잘 닦여 있었지만 버스가 계속계속 앞으로 계속 들어갑니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도 지나가질 않나.... 입구와 재재기 종점 사이에 정류장도 하나 보였는데 진짜 여기서 타는 사람은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더군요;;;
재재기마을 회차지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4분이었고 예상대로 길 끝까지 버스가 가는데, 정말 많이 들어가는 버스에 저걸 걸어 내려온다고 생각하면 어찌될까 아찔했습니다. 여기에서도 타는 사람이 있었는데, 다들 등반객이었으며 운길산역으로 간다고 합니다. 버스시간을 알고 있었던 듯 아주 자연스러웠는데, 생각보다 마을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니 재재기 지선이 생긴지가 좀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죠. 쩌는 길은 없었다지만 정말 위력이 대단하네요. 어휴;;;;
재재기마을 종점을 나온 지 10분 후, 버스는 운길산역에 도착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을 내려주었고, 우리는 양수리 167번 회차지까지 타고 갑니다. 양수대교를 새로 놓아서 이젠 다리가 넓직해진 상태였으며, 기존 다리는 옆에 방치되어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 다리를 지나갔을 때의 느낌도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죠. 옛스러운 느낌, 그리고 폭이 좁은 탓에 잘못하면 강으로 추락할 듯한 그런 느낌까지 말입니다. ㅋㅋ
오랜만에 와보는 양수리는 변함없이 떠들썩하더군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두물머리든 세미원이든 가볼까도 했지만, 집에 가면 한밤중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대신 양수리 정류장에 시간표가 친절하게 붙어 있길래 전부 찍은 다음 양수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갓길에 오릅니다. 상봉에서 오지노선탐험가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집에 오니 해가 져 버린지 한참이 지났네요. 동쪽 동네의 유일한 단점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지만, 그래도 또 가보고 싶은 매력이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Thanks To
오지노선탐험가(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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