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의 왕모대 노선을 해결짓기 위해 이번에도 화성으로 떠납니다.
왕모대 이 노선에 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고배를 마시게 되는데, 정말 이놈의 왕모대 그 이후로도 타보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좌절되어 이번에는 꼭 타보겠다는 생각으로 갔습니다. 생각보다 타기가 어려운 노선이었고, 평일에만 다니기까지 하므로 기회 될 때 타보지 않으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사강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사는 제가 총대를 빼들었죠. (아 그런데 이번 시승기의 소요시간은 실수로 유실되어 못 올리네요 ㅠㅠ)
사실 왕모대 이 노선 타면서 사강의 다른 노선들도 해결을 보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핸드폰 배터리 주문했던 게 오늘 온다고 해서(화요일날 사러 갔더니 이미 재고가 없다며 주문해야 된다 했었죠. -ㅅ-;;;) 진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저녁 늦기 전에 서비스센터엘 들러야만 했습니다. 원래는 그냥 내일 아침에 잠깐 갔다오면 되지만, 때마침 내일은 그분과 함께 조암의 못타본 노선들을 타보면서 호곡공단 노선을 타기로 약속했던 날이라서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왕모대를 가보려면 사강에서 오후 2시에 있는 버스를 타는 것뿐이었는데, 시간을 보니 정말 왕모대 하나 작정하고 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더군요. 하지만 사강을 가도 버스 시간이 많이 남는데, 그렇다고 다른 걸 타기에도 참 애매하다보니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이 기회에 매송농협에서 출발한다는 매송농협버스를 한 번 타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건 카이저님 블로그의 시간표에 의하면 오전 11시 50분 출발이므로 시간이 맞더군요. 일단 330번을 타고 비봉에서 내린 다음, 어천리로 가기 위해 수원으로 가는 400번 버스에 승차합니다.
어천에 내려보니 이전에도 그랬지만 동네가 참 황량합니다. 수인선이 폐선된 이후 몰락한 동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죠. 그나마 정류장 바로 근처로 새로운 수인선 어천역이 공사중이었는데, 철도역같은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는 있었습니다. 솔직히 수인선이 송도에서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오이도역까지만 가고 끊겨버린 것은 참 애매하게 끊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수원까지 연장이 된 후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지게 되니 얼른 수인선이 완공이 되었으면 싶더군요.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농협을 향해 슬슬 걸어가보니 농협 뒤쪽에 버스정류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전 11시 50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10분이 흘러도 버스가 오질 않습니다. 어라???;;;; 매송농협버스는 여기서 타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걸까;;;; 결국 버스정류장과 농협 건물 달랑 두 개 보곤 다시 나와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환승시간도 슬슬 다 되어 가는데 어플로 위치를 조회하니 사강 가는 버스는 오려면 10분이나 남아있었으며, 정작 원하지도 않는 400-4번이 금방 오는 상황입니다. 예전에는그냥 400번대 아무거나 버스 타면 되었지만, 이제는 남양여객이 노선개편을 한 뒤라 400-4번은 사강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무턱대고 타면 큰일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사강 가면 딱 환승이 끝나도록 타는 것이 여러모로 낫기에 일단 400-4번을 타서 환승유지를 합니다. 마도산업단지로 가버리는 노선이지만 남양까지는 다른 버스들과 노선이 똑같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모두의마블을 하며 여유있게 갈 수가 있었죠. 저의 주캐릭터 제시카가 25렙 만렙을 찍고 나니 성능이 완전 좋습니다. ㅋㅋ
어차피 사강을 가도 시간이 남으니 남양에서 다시 1004번으로 환승하여 그냥저냥하게 사강을 갔죠. 오후 1시 10분 홍법리 차를 타버릴까 아니면 걍 오후 2시까지 개기다가 타고 들어갈까 고민은 되었지만, 일단 여유있게 점심을 먹는 것을 택했습니다. 이번에는 밥이 먹고 싶어서 불짜장이 아니라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느긋하게 먹고 일어나도 오후 1시 5분 조금 넘었더군요.
홍법리행 버스 안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승차해 계셨고, 금방 출발하려고 하길래 탈까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시간도 남는데 슬슬 사곶리 걸어가서 왕모대 차 타지 뭐 싶어서 걍 타버렸습니다. 출입문 바로 오른쪽에 역방향으로 돌려진 자리가 하나 남길래 거기 앉아서 가는데 레스타를 역방향으로 타고 가는 것도 나름 재미나더군요. ㅋㅋㅋㅋ
마도에 오니 어르신들이 많이 승차하여 자리 양보를 해 드리고 서서 홍법리까지 갑니다. 홍법리 가는 버스는 일주일 전에 탔지만 다시 또 타보게 될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어쨌든 홍법리행 버스가 마리실을 가는 노선인 탓에 50-2번과 같이 마도 안으로 오는 다른 노선들과는 전혀 다른 길로 들어오고 나가서 재미있었습니다. 기왕 탈 거면 마리실을 택하는 게 낫긴 했죠 사실. ㅋㅋ
청원초등학교를 지나고 제가 탔던 정류장을 지나 백곡2리까지 쭉 달리는데, 어르신들이 백곡2리에서 쫙 내리더군요. 백곡2리에서 회차한 버스는 마도 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 하다가 우회전을 하는데, 이때 나오는 고모리의 1차로는 정말 압박입니다. 카운티와 레스타도 버거워 보이는 길은 진짜 클라이막스였구요. ㅋㅋ
그분과 제가 금당 2리 간다고 열심히 걸었던 길을 다시 한 번 지나 오후 1시 40분 조금 넘어 홍법리 마을회관에 하차합니다.
사실 왕모대 종점까지 가는 게 이상적이긴 했지만, 제가 아무리 걸어봤자 저보다는 버스가 당연히 빠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사곶리까지 가보는 게 최선이었기에 사곶리 마을회관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바람은 슬슬 불긴 했지만 날씨가 좀 덥더군요. 그분과 저의 심장을 쿵쾅대게 만들었던 운명의 삼거리도 지나가고 사곶리 마을회관에는 오후 2시 17분에 도착합니다.
궁평유원지 버스를 타고 여길 지나갔을 때 마을회관 앞에서 탄다고 하면 세워줄 것 같다는 걸 포착했었기에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데, 마침 사곶리 마을회관 버스정류장 표지판도 구석에 보이긴 하더군요. 햇빛이 따가웠지만 그래도 몇년 전 9월의 늦더위보다는 나은 편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윽고 오후 2시 25분이 지나가고,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버스가 저와 그분이 예측한 그대로 등장합니다. 오우~ 형님~!! ㅋㅋㅋㅋ
이 기쁨에 얼른 1000원 찍고 승차했죠.
기사아저씨는 그분과 같이 타러 갔었던 날 만난 그 분 그대로였는데, 고정기사인듯 했습니다.
왕모대 노선의 존재를 여르니님과 시승 갔던 날 알게 된 후(2014년 8월 26일 시승기 참고),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동원해서 그분과 이 노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사곶리에서 왕모대로 곧바로 가는 길은 있으나 버스가 그쪽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는데 진짜 사곶리를 지나서도 한참 궁평리 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렇다면 역시 "그 곳"에서 들어가는 것인가? 싶어 지켜보니 용두1리를 지나고 도로 이정표에 왕모대가 나오는데 버스가 그리로 갑니다. 나이스~~!!! ㅋㅋㅋ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은데 가는 길도 진짜 대박 쩔고 많이 가네요. 강추할만한 노선이었습니다. 오우~ 형님~! ㅋㅋ
종점에는 시간표보다 2분 늦은 오후 2시 37분에 도착했는데, 종점은 다 쓰러져가는 횟집 앞이었습니다. 여기는 화옹방조제 때문에 어업이 안 되어 망한 듯??;;;;
여기에 오니 어르신 두 분이 내리고 저만 남는데, 기사아저씨께서 그 은은한 목소리로 어디 가느냐고 물어오시더군요. 그래서 사강이라고 대답했더니 바로 출발하십니다. 인심이 좋으신 분이어서 다행이었죠. ㅎㅎ
나가면서 다시보는 왕모대 길은 진짜 오우~ 형님~!!! 입니다 ㅎㅎ
그분이 쉽사리 타기가 어렵다는 평을 남겼던 만큼 정말 대박입니다. 들어오는 길은 동영상으로 남기고, 나가면서 쩌는 길을 몇 장 찍었죠. 이로서 진짜 악연이었던 왕모대도 타게 되었고 홍법리를 들러주면서 무난하게 사강으로 입성합니다. 기사아저씨께 고마웠지요(그래서 1주일 뒤에 다시 만났을 때 음료수 한 병 드렸습니다. ㅋㅋ).
이제 집으로 가야 하는데 또 330번 타기는 싫고, 727-1번이 와 있었지만 출발시간이 오후 4시 50분이기 때문에 그거 타면 시간이 늦습니다. 하지만 1004-1번 시간이 맞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거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기사아저씨께 미리 탄도항 간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그렇지 않으면 전곡항에 끌려들어갈까 봐서;;;).
1004-1번 막차를 타서 탄도항 경유의 비밀을 알아내고 123번 연계에는 성공했지만, 하마터면 대부도에 갇힐 뻔했던 날이 얼마전이었는데 또 타게 되니 느낌이 좀 묘하네요. 그때 탔던 123번이 북동삼거리에 이르기 전에 갑자기 멈춰섰었는데,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서 과연 갈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790번은 영흥도에서 출발하는 막차시간이 10분 당겨졌는지 이미 저멀리 앞서간 뒤였고, 지금 이 123번이 대부도를 나가는 최종 막차였기에 정말 똥줄탔었다는 기억이었죠(하마터면 동보아파트까지 거의 15km를 도보로 떼울 뻔했다능 ㄷㄷ;;;).
탄도항에 도착하니 바로 123번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시간표를 보니 출발시간까지 딱 5분이 남았더군요. 무난하게 환승을 찍고 버스를 타서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매송농협은 미궁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악연의 왕모대를 해결한 기분좋은 나날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필로그>
123번을 타고 신나게 시화방조제를 달리고 있는데, 부사장님에게서 카톡이 오더군요.
왕모대를 타러간다고 하는데, 제가 탄 바로 다음 차이자 막차인 18시차를 탄다고 합니다. 타봤더니 대박 쩐다고 좋아하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죠. 보내주신 사진 덕분에, 저도 다음엔 아예 왕모대 종점에 내려 구경하고 걸어 나와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오우~ 형님~!! 보내주신 사진 감사드리는 거구먼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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