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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5년 8월 22일 - 간단한 시흥교통 36번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2. 25.

※ 이 시승기를 쓰려니 남아있는 사진이 보이지 않는 탓에, 사진은 없습니다.

 

 

부천에서 방산동을 거쳐 신현동 주민센터까지 운행하던 역사와 전통의 31-5번이 36번으로 번호가 변경됨과 동시에, 부천역을 더 이상 가지 않게 된 일이 얼마 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17일부터, 시흥시의 최초 시내 순환노선이었던 36번과 37번이 통합되어 36번으로 운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새로운 36번은 기존 신현동 주민센터~시흥보건소 구간과, 대흥중학교~은행단지~신천중학교 구간이 통합된 것이더군요. 시내순환 노선이던 36번과 37번은 37번으로 타 본 적이 있었는데, 노선이 이렇게 바뀌어버리니 기분이 좀 묘하네요.


아무튼 저도 새로운 36번이 궁금하기도 했고, 때마침 여르니님과도 만날 시간이 되기에 바람도 쐴 겸 여르니님에게도 이 노선을 태워주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죠. 그래서 이날의 시승은 오후 1시 27분에 안산역에 도착한 707번에서 여르니님이 내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여르니님을 만나는 것도 오래간만이더군요. 그가 다니던 학교인 충남대학교에 가본 게 엊그제 같았는데 말입니다.

 

 

[경원여객 30-7번]

안산역 1328 - 시흥고등학교 1353


하지만 여르니님을 만난 기쁨도 잠시, 우리는 천만 다행히도 금방 도착해준 30-7번에 얼른 타게 되는데, 뉴슈퍼인 걸 보니 경원여객 차량이더군요. 기왕이면 근처까지 한 번에 가는 61번이 왔으면 좋겠는데, 61번은 10분 넘게 기다려야 오는 상황이어서 30-7번이라도 타야 했던 겁니다. 제가 서두른 이유는 36번의 출발지인 신현동 주민센터의 위치 때문인데, 여기는 안산에서 가기가 생각보다 좋지 못하고 소요시간도 오래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2018년 9월 현재는 서해선 신현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땡이지만, 이 당시에는 서해선 전철이 없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오래 이동해야 갈 수 있던 곳이기도 했죠.


우리가 30-7번을 탄 시간은 오후 1시 28분이었고 36번은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할 것이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록 시흥고등학교까지밖에 안 가는 노선이긴 하지만, 30-7번이 얼른 가주기를 바랐죠. 거기 가서 61번을 타도 되고 31-3번을 타도 되는 거였으니까요.

 

우리는 오후 1시 53분이 되어 시흥고등학교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안산역에서 40분 걸리는 곳이지만, 사람이 진짜 없는 한낮인데다, 장곡동만 올라와도 사람들이 30-7번은 61번에 비해 잘 타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30-7번이 시흥고등학교까지밖에 안 가기 때문이죠) 25분만에 올 수 있었네요.

 

게다가 부천방향 31-3번이 10분 뒤에 오는 상황이라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이 시간대에는 31-3번도 20분 간격이나 다름없지만, 31-3번을 탄다면 포동입구에서 걷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61번이 금방 온다면 걍 61번을 탔겠지만 포동입구에서 걸어들어가야 했을 거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싶네요 ㅋㅋ 

 

 

[시흥교통 31-3번]

시흥고등학교 1353 - 신현동주민센터 1416


오후 2시 3분에 도착해준 31-3번을 타고, 신현동 주민센터에는 13분 뒤인 오후 2시 16분에 내렸습니다. 우리가 31-3번을 탔을 때는 연꽃마을 금호아파트 루프구간을 아직 안 들렀기 때문에 거길 들르느라 시간을 좀 잡아먹혔지만, 그간 경험상 신현동 주민센터는 시흥고등학교에서 15~20분 정도면 가는 곳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같은 장소를 두 번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승차거부 등이 전혀 없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주민들도 크게 불평하지 않고 기사아저씨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인데, 모든 동네들이 다 이렇지는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흥은 정말 천국이다 싶죠. ㅎㅎ

 

 

아무튼 우리에게 있어 가장 최적의 시나리오대로 된 덕택에 신현동 주민센터에 아주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천만 다행히도 36번 출발시간까지 시간을 꽤 남겨두고 도착한 덕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세수도 할 수 있었네요. 우리는 정류장에 36번 노선 변경 안내문이 있기에 그것도 다시 읽어보고 때마침 주차되어 있던 36번 차량도 보며 시간 때웁니다.

 

 

이제는 36번도 카운티가 운행하는 노선이 되었건만, 막상 우리가 타려는 차는 그린시티였습니다. 사실 카운티를 기대하고 온 거여서 잠시 아쉬움도 느껴지긴 했으나 그 생각은 금방 접어버렸습니다. 어차피 36번에 카운티는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테니까요. ㅋㅋ

 

 

[시흥교통 36번]

신현동 주민센터 1440 - 신촌 1443 - 고잔 1444 - 삼미시장 1457 - 백제당약국 1505 - 극동아파트 1508 - 은행초등학교 1517 - 대흥중학교 1523


이윽고 오후 2시 40분이 되자 버스는 출발합니다.
저는 워낙 많이 다녀본 길이라 익숙해지긴 했지만, 새우개를 지나고 시작되는 1차로 길은 여전히 쩔었죠. 고향 동네에 왔을 때 틈만 나면 이걸 타려 들었을 정도인데, 고향에는 쩌는 노선이 이것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자기위안(?)도 해봅니다. 그리고 여르니님도 이걸 타게 되었고, 타고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기분이 좋았죠. 사실 여르니님은 시외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저 때문에 시승 스타일도 바뀌게 되었던 것인데(그의 블로그에 등장하는 노선들이 시외버스에서 시내버스로 달라진 것이 바로 저 때문이죠), 여르니님의 이 모습만큼은 높이 평가했던 저였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개념인이든 무개념인이든 상관없이, 시외버스 위주로 타고 다니는 매니아들은 시외버스만 타고 다니다가 끝난다는 것을 보아왔기에 말이죠.

 

 

그런데 황골을 빠져나온 36번은 다소 생소한 경로로 신천동 안동네를 돌았는데, 덕분에 그동안 버스가 가지 않던 동진 1,2차아파트 골목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가 살았던 곳도 지났기에 나름 감회가 깊었습니다. ㅋㅋ
다만 삼미시장에서 신천중학교 쪽으로 가는 길을 보니, 아까전에 방산동에서 넘어오면서 지나갔던 사거리를 또 지나게 되더군요. 기존 36, 37번과 단순히 노선 통합만 해버려서인지 이상한 경로가 되었죠(물론 2018년 9월 현재는 노선변경이 되어 있어 이 시승기에 나오는 경로로 운행하지 않습니다). 사실 승차거부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었지만, 대흥중학교로 간다는 명분도 있는데다 이 동네 시내버스의 특성은 누구보다 잘 아는 저이기에 별 걱정은 되지 않았죠. 다소 이상했던 신천동 안동네 운행경로였지만, 그 덕분에 고향동네 있을 때 종종 가봤던 길들을 다시 구경할 수 있어 감회도 깊었고 여르니님도 좋은 구경 하고 간다는 일석이조를 건질 수 있던 것은 좋았습니다. ㅋㅋ


이후로는 녹색교통 1번이 다니는 길 그대로 가다가 은행단지를 찍고 대흥중학교에 도착하는데, 옛날 가스안전공사 있던 자리에서 회차를 하더군요. 대흥중학교 정문에서는 버스 회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곳으로 오는 것인데, 사실 정문 앞 육교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은데 이 곳은 정문에서 좀 떨어져 있다보니 학생들이 이 버스를 타기에는 약간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그렇다고 대흥중학교 정문 회차로 하자니 다시 돌아나가는 게 문제입니다. 정문 앞 큰길이 출퇴근 때면 늘상 밀리는 도로인 것도 그렇고...)

 

 

 

대흥중학교 종점에 내리니 오후 3시 23분이었고, 버스는 대흥중학교 출발시간보다 3분 늦은 탓에 우리를 내려주자마자 바로 돌아나가 버립니다. 솔직히 36번이 40분만에 대흥중학교로 간다는 건 다소 빡세긴 했지만, 그래도 경원여객과 시흥교통은 운행시간을 빡빡하게 주는 개양아치 회사가 아니라는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간표도 조만간 조정될 것으로 예상이 되었죠(실제로 나중에 조정이 되었답니다).

 

아무튼 우리는 저의 모교이기도 한, 대흥중학교 바로 근처에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학교 안에 가봤자 아무도 없을 것은 뻔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학교 한 번 둘러보고 옵니다. 그런데 학교는 분명 학생 때 그 모습 그대로이건만,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와보니 학교가 작아진 느낌이 들더군요.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자신들의 모교를 성인이 되어 방문할 때 학교가 작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겁니다. 먼저 살아온 분들의 생각도 공감하게 될수록 무언가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물론 현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잘못한 것들도 있는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이 현재와 같이 성장한 것은 그분들의 노력 덕분이고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제가 졸업한 중학교와 초등학교, 그리고 제 고향집도 둘러보니 초등학교 앞 문방구점은 20년이 넘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그렇게 추억에 잠겼던 저였지만...
태어난 이후 20년 넘게 살았던 고향 동네여도, 이제는 집이 이곳에 있지 않으니 무한정 있을 수는 없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르니님과 함께였기에 그 아쉬움도 좀 덜어지는 느낌입니다. 2018년 9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대단히 피곤한 인성의 소유자와 함께했던 셈이라 정말 섬뜩했지만 말입니다.

 

 

 

[경원여객 38번]

삼미시장 1618 - 부천남부역 1638

 

[부일교통 53번]

부천남부역 1647 - 상동역 1710

 

아무튼 이후로는 버갤레이서님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역시나 제가 외부 세상으로 나가는 창구였던, 그리고 한때는 서울버스도 들어왔던 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부천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생겨서 결국 저는 부천터미널에서 61번을 타고, 여르니님은 시외버스를 타는 것으로 귀갓길에 오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