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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일 - 간단한 대구 구경 및 콩국 먹기
2023년 11월 2일 - 청도 운문사 단풍과 함께하는 청도, 밀양 버스 여행기(밀양의 미친 산길을 보여준 감물리 노선과 삼랑진 아리랑버스를 만나다) (이번 글)
2023년 11월 3일 - 경상남도 창원 진해마을버스(창원 350, 351, 352, 353) 일망타진 대작전
2023년 11월 4일 - 부산 다대롯데캐슬 몰운대아파트 마을버스 타보기 및 할아버지 찾아뵙기, 에필로그
오전 6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바로 여관을 나와 동대구역으로 향합니다. 새벽의 동대구역은 조용했지만 스토리웨이 등 일부 가게들은 벌써 문을 열고 손님을 받고 있더군요. 각자의 사연들, 할 일들을 가지고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세상을 이루고 움직이는 것은 역시 평등보다는 다름에서 오는 차이, 그리고 조화(Harmony)임을 느끼게 됩니다. 각자의 사연이나 할 일들이 판박이마냥 모두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평등이라는 사탕발림에 속아 뭐든지 똑같아야 하고 뭐든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알 수 없을 진리이기도 하죠.
스토리웨이에서 물을 사고 화장실도 다녀온 다음 부산방향 승강장으로 가보니 무궁화호 열차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기관차에 시동이 걸려있는지 특유의 찡~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오전 6시 40분에 출발하는 기차겠구나 싶더군요. 수도권 및 충청도, 대전 거주자의 경우 대구에서 1박을 하지 않으면 탈 방법이 없을 정도로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라(※) 빈 좌석이 많이 보였지만, 사람 몇 명이 이미 타고 있어서 저도 열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 2023년 11월 현재 서울에서 KTX 첫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하면 오전 6시 45분인데(아래 사진 참조), 대전에서 동대구역에 제일 빨리 도착하는 열차 역시 이 서울발 KTX 첫차입니다. 따라서 수도권 및 충청도, 대전에서는 대구에서 1박을 하는 방법 외에는 이 오전 6시 40분 출발 기차를 탈 방법이 없습니다.
[무궁화호(동대구→진주)][2600]
동대구 0640 출발 - 경산 0649 도착, 0651 출발 - 청도 0705
오전 6시 40분이 되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곧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3칸짜리 열차다보니 전철을 탄 것마냥 금방 속도가 붙는데, 꼭 중앙선 또는 충북선 무궁화호를 다시 타는 것 같더군요. 경산역을 지난 후로는 산밖에 보이지 않는데,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꽤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옵니다.
청도역에 내려 승강장 바깥으로 나와보니 황소 모형이 저를 반겨줍니다. 그러고보니 청도는 소싸움으로도 유명한 동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ㅋㅋ
역을 나와보니 추어탕집들과 롯데리아가 보입니다. 경상도의 추어탕은 수도권의 추어탕과 다르기 때문에(수도권의 추어탕은 전라도식입니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계획상 불가능했습니다. 마침 바로 근처에 추어탕 거리도 있었는데, 대구 및 부산과 그 인근 지역에서는 꽤 알아주는 곳이기도 해서 여기를 못 가본다는 게 참 아쉽더군요.
롯데리아 쪽으로 가보니 지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임시 터미널이 있는 것이 보였고, 저는 시간표를 확인하며 동곡 가는 행복버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몇 대의 군내버스가 지나가고, 출발시간인 오후 7시 20분 거의 다 되어서야 드디어 제가 타려는 동곡 가는 행복버스가 등장합니다. 예상대로 카운티로 운행중이었습니다.
[청도행복버스 4번(청도역~청도시장,원정2리,부야2,1리,<곰티재터널>,곰티,관하리,상평리,<돈치재터널>,(↔김전2리),김전교차로,사전1리,동곡2리~동곡터미널)][1300]
청도역 0718 도착, 0720 출발 - 청도시장 0721 - 원정2리 0724 - 능곡 0725 - 원정1리,원당 0725 - 원정1리 - 부야2리마을회관 0727 - 부야1리 0727 - 곰티재터널(무정차) 0730 - 곰티 0731 - 곰티회차지(무정차)(회차) 0733 - 덕산리 0734 - 관하리,관하초교 0735 - 금천리입구,관하삼거리 0735 - 관하보건소 0736 - 상평리입구 0737 - 돈치재터널(무정차) 0739 - 김전2리종점(회차) 0744 - 김전2리,신교동 0745 - 김전1리,김전교차로 0746 - 사전리,서촌 0748 - 학일 0749 - 사전1리 0750 - 동곡2리 0751 - 동곡터미널 0753
카드를 대니 여기는 요금이 1300원이었습니다. 사실 청도는 승차장소 및 행선지가 모두 청도군에 속해도 추가 요금이 붙는 것은 물론, 오지구간이라 하여 추가 할증까지 있어서 요금이 상당히 비싼 동네였으나, 이것들이 다 10몇년 전 과거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죠. 요금 단일화 전이었다면 청도에서 운문사를 오가는 것도 왕복으로 만원 가까이는 나왔을 테니, 운문사행 시외버스를 동대구에서부터 타고 가는 게 속편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라면 요금 차이도 크지 않았을 테니까요. -ㅅ-;;;
아무래도 아침 일찍인데다 읍내를 나가는 방향이라서 그런지 버스를 타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고, 버스는 안개를 헤치며 읍내를 떠나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청도군내버스는 의외로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원주나 공주, 청주, 제천, 부산 등에서 쓰는 것과 똑같더군요. 다만 이들과 차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번 정류장만 말해주고 끝이었다는 겁니다. 그래도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ㅅ- ㅋ
안개 때문에 경치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구요?
조침령터널을 걸어가보면서 경험해본 것이 있는지라 사실 아무 걱정도 안 되었습니다. 부야리를 지나니 곰티재터널이 나오는데, 이 터널을 지나니 예상대로 안개가 걷혀 있군요. ㅋㅋ
곰티재터널을 지난 버스는 곰티를 ㅓ형으로 경유합니다. 곰티재터널이 개통된 이후 이런 운행방식이 정착했겠거니 생각은 들었지만, 아침에 저 혼자밖에 탄 사람이 없었는데도 잘 들어가주는 버스에 고마움도 느껴집니다. ㅎㅎ
곰티 회차지를 나와 동곡 쪽으로 가니 두곡리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고, 금천리 가는 길과 갈라지는 관하삼거리도 보였습니다. 이 삼거리가 바로 시간표에 나오는 "관하" 였는데,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쪽 노선을 탈 때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관하삼거리에서 동곡 쪽으로 직진을 하니 상평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버스가 좌회전을 하여 상평리 안으로 들어가주더군요. 상평리는 전부 왕복2차로이긴 했지만 주변은 온통 산뿐입니다. 강원도 산골짜기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상평리와 돈치재터널을 지나는 동안 반대편에서 오는 차는 1대밖에 못 봤었다는 점에서 여기의 오지성 또한 체감이 됩니다. ㅋㅋ
돈치재터널을 넘어오니 다시 안개가 좀 끼어 있었지만 아까 청도역에서만큼 자욱하진 않았습니다. 내리막을 내려오니 김전2리가 나왔는데, 이 버스가 김전2리 안길을 들어가주더군요. 김전2리는 동곡에서 갈고개로 가는 노선이 ㅓ형으로 들르는 곳이라서 행복버스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의도치 않게 여기를 가보는 이득이 생기네요. 쩌는 1차로 길 역시 챙겨가구요. 오우 ㅋㅋ
김전2리를 나오니 곧 자인과 갈고개, 그리고 동곡을 잇는 왕복4차로 큰길이 보였고, 예상대로 버스는 동곡까지 그대로 직진을 해주었습니다. 경산을 향해 달리던 인터시티경산 시외버스도 보고, 사전리를 지나니 곧 종점인 동곡터미널에 도착하였죠. 대구에서 가까운 동네라 경상북도 북부 지역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경상북도 읍면 지역의 터미널을 이렇게 처음 와보게 되었습니다.
동곡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전 8시가 채 못된 시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청도로 가는 노선 외에도 밀양 상동역으로 가는 노선도 있는데다, 경산이나 운문사 가는 노선버스들이 무조건 들르는 장소인데도 이 모양이니 정말 인구 감소가 와닿을 지경입니다.
시간표나 좀 볼까 하고 매표소 쪽으로 가보니 그제서야 사람을 볼 수 있긴 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매표원이나 모두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게다가 표 끊는 모습을 보니 매표원이 현금을 받고 갱지로 된 승차권을 주더군요. 지금이 분명 2023년 11월임을 고려하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도 들었고, 비수도권에서도 오지인 곳들을 가면 어떤 느낌일지 체감도 되었습니다. 물론 저야 꿇릴 것은 없지만, 경험 없는 사람들이 오면 이질감이 장난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석준형이 울진이나 봉화, 영양 등의 버스를 정말 처음 탔었을 시점의 느낌도 읽힙니다. 휴;;;
오전 8시 10분이 다 되어가자 인터시티경산 시외버스가 승차홈으로 들어오는데, 과연 소형버스인 레스타입니다. 시간을 보니 경산 방향이었는데, 승차홈 근처에 있던 1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모두 이 버스에 몰리더군요. 헐;;;.
버스는 10명쯤 돼 보이던 어르신들을 모두 태우고 경산을 향해 떠났고, 오전 8시 13분이 되자 드디어 운문사행 군내버스가 들어옵니다. 운문사를 버스로 가보는 순간이 눈앞이었습니다. 그것도 청도가 아니라, 중간 경유지인 동곡에서 타고 말이죠. ㅋㅋ
[청도 3번(운문사) (청도역~청도시장,원정2리,부야2,1리,<곰티재터널>,관하리,하평리,동창(매전),남양1리,신지2리,동곡터미널,방지1,2리,대천정류장,방음리,오진리입구,소진리,신원리,운문사입구~운문사)][1300, 승차권] ※ 청도역 0740 출발
동곡터미널 0813 도착, 0820 출발 - 방지1리 0824 - 방지2리,구 방지초교 0825 - 대천정류장 0826 - 방음새마을동산 0833 - 오진리입구 0835 - 소진리 0835 - 청운정 0837 - 신원리 0837 - 문명분교앞,운문사입구 0838 - 운문사 0840
그런데 출발시간인 오전 8시 20분이 다 되어가길래 버스에 올라 카드를 대려고 했더니, 기사아저씨께서 정류장에서는 승차권을 끊어서 타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기사아저씨께서 말씀하시는 정류장은 터미널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곳 동곡터미널뿐만 아니라 바로 옆동네의 대천정류장이나 운문사 버스정류장에서 탈 때에도 표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청도는 환승할인은 없지만 봉화나 영양마냥 교통카드 자체가 안 되는 곳은 아니라서 다소 예상외였으나, 여기는 버스 탈 때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냐면서 표 끊어오겠다고 말씀드리니 기사아저씨께서 기다려줄 테니 얼른 표 끊어오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것으로도 외지인과 주민의 차이가 확 드러난다는 걸 생각하면, 기다려주신 기사아저씨께 감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얼른 1300원 주고 표를 끊고(군내버스는 청도군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승차권이나 교통카드나 똑같이 1300원이었죠) 버스로 돌아오니 바로 운문사를 향해 출발합니다. 짧은 사건이었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참 여러모로 생각해볼 게 많은 사건입니다.
동곡터미널을 나와 좌회전을 한 버스는 또 산을 하나 넘어갔고, 운문면이라는 이정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동곡터미널을 출발한 지 5분 남짓만에 운문면사무소 입구를 지나 대천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여기도 옆동네 동곡마냥 면소재지 마을 이름이 대표가 되어버린 곳이더군요. 수도권으로 치면 조암이나 덕소, 봉일천 등과 같았죠.
정류장 건물 바로 앞 공터까지 들어간 버스는 손님 한 명을 태우고 본격적으로 운문사를 향해 출발합니다. 대천터미널을 벗어나니 금방 운문호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진짜 장난아니게 멋집니다. 여기 정말 오길 잘했다, 경치 진짜 작살난다는 생각도 들었죠.
운문호를 따라 5분 넘게 쭉 달리니 신원리였는데, 여기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학교는 금천초등학교 문명분교장이었으며 폐교된 상태이긴 했지만, 한때는 여기에도 학생이 있었다는 걸 알 수는 있었습니다.
문명분교장을 지나니 곧 운문사 입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버스가 우회전을 합니다. 그대로 직진하면 삼계리마을과 운문령, 그리고 언양(울산에 있는 그 언양 맞습니다)이 나오지만, 그쪽은 시외버스로도 지나가볼 수 있으니 굳이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었습니다. 운문령에도 터널이 생겨서 버스도 운문령터널을 이용한다는 뼈아픈 사실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ㅅ-;;;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민박집과 식당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버스는 오전 8시 40분에 운문사 종점 주차장에서 회차합니다. 사진으로 보았던 운문사정류장 슈퍼 간판은 그대로더군요.
이렇게 결국 운문사를 와보게 되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안으로 걸어들어가는데, 바로 근처에 보이는 은행나무부터 단풍이 제대로 들어 있어서 진짜 멋지더군요. 아직 운문사 안으로 가보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이거는 정말 처음부터 끝났습니다. 오우~ 혁님~! ㅋㅋㅋㅋ
감탄을 하며 걸어가니, 오전 9시가 안 된 시간이라 그런지 운문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들어가는 길도 단풍이 들었고, 날도 시원해서 정말 이만한 날이 없었죠. 대전에만 살았어도 여기는 종종 와봤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주위의 단풍을 구경하며 앞으로 나아가니 드디어 운문사가 오른편에 보입니다. 왼쪽 길로 가면 사리암으로 가는데, 그곳은 여기에서도 3km를 더 가야 해서 오늘의 일정 상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가볼 날이 있겠지 하면서 운문사로 들어가 구경도 하고, 부처님께 인사도 드립니다. 절이 산의 단풍과 어우러져서 정말 멋있었습니다.
운문사의 은행나무도 유명하다는데 하필 통제구역 안에 있어서 멀리서밖에 보지 못했던 건 아쉬웠지만(※), 사진으로는 그럭저럭 잘 나와서 선방도 합니다. ㅋㅋ
※ 운문사의 은행나무는 통제구역 안에 있으므로 개방하는 날에만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개방하는 날은 1년에 2일 정도이며 날짜는 단풍 철에 맞춰 랜덤으로 정해지는데, 올해는 11월 4~5일입니다. 단 이틀 차이로 개방일을 못 맞추게 되니 이건 좀 아쉽더군요.
처음에는 절에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오전 10시 지나서부터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분명 오늘 평일이었는데도 어르신과 중장년층 외에 젊은이들도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데, 아직까진 미래가 밝은 거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끝내주는 단풍 구경 장소가 없어지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일이니까요.
감탄을 하며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오전 10시 40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밥을 먹지 않으면 저녁에 부산으로 갈 때까지 뭘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는 운문사와도 아쉬운 작별을 하고 버스종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걸어나오면서도 절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종점 근처에 도착하니 식당들도 영업을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보통 이런 곳에 오면 파전이나 비빔밥, 백숙 등이 있게 마련인데, 이곳 운문사도 용문사 입구와 비슷하게 카페 등도 생겨 있더군요. 하지만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만 했던 저의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파전에 비빔밥을 먹는 것이 좋았습니다.
식당들을 둘러보니 울산아지매집이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그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왕 여기에 왔는데 뭔갈 안 먹어보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그리하여 먹게 된 비빔밥과 파전은 꽤 먹을 만했습니다. 파전에 계란도 들어가 있어서인지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가 나름대로 긴 역사를 가진 맛집이었더군요. 오우 ㅋㅋ
맛있게 식사를 하고 운문사 버스종점으로 돌아가니 슈퍼 문이 계속 잠겨 있었습니다. 아까 왔을 때는 아침이라 주인이 아직 안 왔구나 했었는데 지금도 문이 닫혀 있다니, 오늘은 평일이건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싶더군요. 석준형에게도 승차권을 줄 겸해서 미리 표를 끊어 놓으려고 했더니만, 기사아저씨께 양해 구하고 카드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쩝 -ㅅ-;;;
오전 11시 39분이 되니 군내버스가 도착합니다. 청도군내버스는 과속을 하기보다는 군청 홈페이지 시간표에 맞춰 안정적으로 다니는 경향이 있는 듯했는데, 그걸 고려해도 차가 상당히 빨리 오더군요.
어쨌거나 이 버스는 오후 12시에 출발하니,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타기만 하면 됩니다. 운문사를 버스로 다녀오는 것이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었죠. 나무위키에서 운문사의 대중교통편을 설명하는 단락의 첫 문장은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방문하기에는 많이 빡세다." 이지만, 그 문장과는 많이 대조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하루 2~3번 다니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편이며 도보로 접근하기도 빡센 극한의 장소가 아닌 이상, 중요한 것은 시간 계산 및 계획, 마음먹기이지 배차간격이 아니니까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모르니 운행횟수나 배차간격을 보고선 겁쟁이가 돼버리는 것인데, 저도 버스로 시골 마을들을 다니다가 깨닫게 되었기는 하지만, 이렇게 관점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그분과 석준형에게도 고마웠습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니 기사아저씨께서 오셨고, 정류장 문이 잠겨 있어서 표를 끊을 수가 없는데 카드 대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도 정류장 슈퍼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았었는지, 그렇게 하라며 바로 OK하시더군요(혹시 운문사 정류장 슈퍼가 폐업을 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고, 주인이 오늘은 가게를 비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청도 3번(운문사) (청도역~청도시장,원정2리,부야2,1리,<곰티재터널>,관하리,하평리,동창(매전),남양1리,신지2리,동곡정류장,방지1,2리,대천정류장,방음리,오진리입구,소진리,신원리,운문사입구~운문사)][1300]
운문사 1139 도착, 1200 출발 - 신원리 1203 - 소진리 1206 - 오진리 1207 - 방음새마을동산 1209 - 대천정류장 1215 - 방지2리,구 방지초교 1216 - 방지1리 1217 - 동곡터미널 1221
오후 12시 정각이 되자 버스가 출발합니다.
오늘은 가보지 못하지만 오진리와 소진리의 쩌는 1차로 길이 시작되는 입구도 보고, 운문호의 개쩌는 경치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 와보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대망의 삼랑진 아리랑버스를 위해 밀양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다시 청도역으로 가서 기차를 탈 필요는 없었는데, 오늘 무조건 타야 할 감물리행 버스 때문도 있었지만 의외로 밀양이 영주와 똑같은 데가 있기도 해서입니다. 밀양역과 밀양터미널은 멀리 떨어져 있으며, 오지노선은 밀양터미널과 오지만을 오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밀양역을 경유하는 것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었죠. -ㅅ-;;;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저 느티나무가 아닙니다.
다음에 탈 버스는 동곡에서 오후 12시 30분에 출발하여 유천을 찍고 청도로 가는 버스(5)인데, 경부선 상동역 바로 앞도 간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 버스를 타고 상동역에 내리면 10분쯤 뒤에 도곡리종점에서 나온 버스가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정말 이보다 더 편하게 밀양 시내로 들어갈 수는 없었죠. 예상대로 버스는 오후 12시 30분이 되기 전인 오후 12시 21분에 동곡터미널에 도착하였고, 저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 표부터 끊었습니다.
사람이 워낙 없어서인지 매표원 할아버지도 다른 주민들과 함께 고스톱을 치고 있었는데, 2고에서 끝난 걸 보니 그냥 소소한 판이더군요. ㅋㅋ
아무튼 석준형에게 줄 것까지 2장의 표를 끊고 승차장으로 나와보니 카운티 말고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상동역 가는 노선은 그린시티가 다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척 하면 척인 것도 있었고, 승차장에 있던 카운티에 걸린 행선판에도 유천이 적혀 있어 이 차를 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스 안에는 이미 5명의 손님들이 타고 있었는데(물론 다 어르신입니다), 유천 가냐고 물어보니 예상했던 대로 간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청도 5번(동곡) (청도역~월곡1,2리,신도리,조들,(↔상동역),유호리,사촌1,2리,구촌리,지전2,1리,예전리,온막리,용산리,매전삼거리,금곡리~동곡정류장)][1300, 승차권]
동곡터미널 1230 출발 - 금곡리 1234 - 이름없음1 - 이름없음2 - 매전,매전삼거리 1236 - 매전복합체육센터 1237 - 북지리 1239 - 용산리 1239 - 온막리,장연리입구 1242 - 예전1리 1244 - 예전 1246 - 지전1리 1248 - 지전2리 1248 - 구촌리,덕정 1249 - 사촌2리 1251 - 사촌1리 1253 - 유호리 1255 - 옥산 1257 - 옥산교차로 1258 - 상동역 1300
오후 12시 30분에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바로 고개를 넘었고, 동곡 시가지는 제 시야에서 단 5분도 안 되어 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거리 신호 안 걸리면 ㄹㅇ 2분컷 나올 듯 옆동네 경산과 영천까지 포함하여 재미있는 노선들이 깔려있는 이곳 동곡을 또 언제 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참 아쉽더군요.
고개를 넘으니 강을 따라가는 도로가 나왔고, 매전면사무소 소재지 어귀에서 밀양 쪽으로 좌회전한 것을 제외하면 버스는 시종일관 직진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곡에서 탔던 어르신들이 용산리부터 슬슬 내리고 지전리에서 손님이 타는 등, 아주 소규모이긴 하지만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은 살아있더군요. 그리고 구촌리를 지나 언덕을 넘으니 사촌리가 나오는데, 예상대로 버스가 여기 지나간 시간은 오후 12시 50분이었습니다. 강 건너편 신곡리 양지마을까지 시간 내에 가는 것은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밀양교통 버스의 속도는 빠르다보니 오늘 일정에서는 도박조차 원천 봉쇄되어 그저 손가락만 빨 뿐입니다. ㅜㅜ
그렇게 강 건너편의 경상남도 밀양 땅을 아쉽게 바라보고 있으니 버스는 어느새 유호리 시가지를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손님들이 무려 3명이나 승차하는데, 이 사람들은 청도까지 그냥 쭉 타고 올라갈 것 같더군요.
손님들을 태운 버스는 좌회전을 하여 정말 상동역으로 가는데, 유호리 시가지를 빠져나오니 조그만 다리가 하나 보였습니다. 이 다리를 넘으면 경상남도 밀양시인데, 정작 경상북도/경상남도 경계를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가는 길이 아니라, 멀리 왕복4차로 큰길 쪽에만 도계 이정표 하나 있는 게 다더군요. 쩝 ㅋㅋ
아무튼 버스는 오후 1시 정각에 상동역 바로 앞에 저를 내려주고 떠났고(예상대로 저 말고는 아무도 안 내리더군요), 그렇게 저는 경상북도에서 경상남도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오후 1시라 도곡리에서도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출발했을 텐데, 10분 정도면 이곳 상동역에 도착할 수 있으니 그동안 역 구경을 간단히 해 보았습니다. 여기는 분명 집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대단히 먼 곳이었지만, 꼭 우리집 근처에서 버스 타고 온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역 주변에는 소규모 시가지가 있었는데, 시내로 나가야 하는 것도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조그만 면소재지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청도버스에서 내린 장소로 돌아와보니 밀양버스는 타는 장소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청도버스처럼 안쪽 길이 아니라, 바깥에 정류장 시설이 설치된 곳에서 승하차할 것 같았죠. 저의 이 예감은 적중하였고, 오후 1시 15분이 되자 드디어 밀양교통 시내버스가 도착합니다.
[밀양 도곡1번(밀양터미널~(→밀양시청,밀성제일고교),(←전통시장,동문고개,밀양소방서),교동주민센터,긴늪,가실,상동역,(←옥산),고정,고답,도곡회관~도곡리종점)][1450] ※ 도곡리종점 1300 출발
상동역 1315 - 평능 1318 - 긴늪사거리 1322 - 교동주민센터 1324 - 밀양소방서 1328 - 동문고개 1329 - 제일병원 1331 - 밀양터미널 1332
카드를 대니 1450원인데, 밀양시내버스에는 환승할인 개념이 없다고 하더니만 정말 앞문 쪽에만 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환승할인 없는 경기도 시내버스 꼭 진천이나 음성, 태안군내버스를 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기는 안내방송이 이번 정류장과 다음 정류장 모두 잘 나와주기는 하더군요.
버스는 긴늪을 향해 남쪽으로 질주하였고, 교동을 지난 이후 그대로 쭉 직진을 하며 밀양소방서를 찍은 후 우회전을 합니다. 그랬더니 성문과 함께 고개가 나오는데, 이게 밀양시내버스 시간표에 나오는 동문고개였구나 하는 감을 잡게 되었습니다. 긴늪 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들은 시내 운행경로가 시청 경유와 동문고개 경유로 나뉘는데, 방향 및 시간대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주의해야 했습니다.
사실 동문고개는 시내에 있으니 고개라고 하기 좀 애매하지만, 2023년 11월 현재도 경사가 나름대로 있는 편인데다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이전에는 길이 더욱 좋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고개 소리 들을 정도는 되더군요. 동문고개를 넘으니 전통시장이 나오는데, 오른쪽 차창으로 밀양 관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밀양시내에서 출발하는 오지 마을버스가 밀양 관아에서 출발한다는데, 과연 마을버스 한 대가 안쪽에 주차되어 있더군요. 동문고개를 넘어 밀양 관아를 지나니 곧 밀양 시내가 나왔고, 버스는 3분 만에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제가 예상했던 시간과 비교했을 때 상동역에는 5분 늦게 도착했으나 터미널에는 3분이나 빨리 도착한 것을 보면, 확실히 밀양교통 시내버스는 잘 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터미널에 내리니 사진으로만 보던 밀성여객 시외버스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시외버스이긴 하지만 밀양 버스들을 타보려면 활용해야 할 일이 생길 것이기에, 주차중이던 그 밀성여객 차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ㅅ-;;;
저는 얼른 바깥쪽 큰길의 정류장을 향해 이동해 봅니다. 감물리로 가는 버스는 오후 3시 40분에나 있었기에, 위양지로 가는 아리랑버스(28)를 타보기로 한 것입니다. 이 버스는 밀양역에서 출발하기에 시간 여유는 아직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인터시티경산 시외버스를 만났는데, 알고보니 이게 하루 한 번 다니는 노선이었더군요. -ㅅ-;;;;
그런데 이게 참 어떻게 된 것인지 버스가 올 때가 지났는데도 4-1번만 이따금씩 보일 뿐, 아리랑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밀양교통은 결코 느린 회사가 아닌데???? 이상한 느낌에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아차;;; 위양지로 가는 아리랑버스는 주말 및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노선이었더군요. 어쩐지 차가 너무 안 오는 게 이상하다 했습니다. -ㅅ-;;;
감물리행 버스는 아직도 2시간 뒤에나 있는 상황.
난감함을 딛고 바로 대체 코스 마련에 들어간 저는 오후 2시 10분에 출발하는 발례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엄광리 노선이라도 타야 했던 겁니다. 발례는 버스가 하루 2번만 가는 곳이라 종점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발례종점에 가는 순간 오늘 감물리와 삼랑진 아리랑버스는 무조건 날아가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발례종점으로 미리 걸어들어가든 종점에서 걸어나오든, 믿었던 밀성여객 시외버스도 불과 10~30분 이내로 시간이 맞질 않아서인데, 정말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ㅅ-;;;
[밀양 발례2번(밀양터미널~(→전통시장,동문고개,밀양소방서),(←밀양시청,밀성제일고교),교동주민센터,긴늪,정문,양덕입구,대촌,다원(산외면사무소),금곡,저전,작평,(↔소고,송백(산내면사무소),소고),임고정회관~발례종점)][1450]
밀양터미널 1410 출발 - 제일병원 1412 - 동문고개 1415 - 밀양소방서 1416 - 교동주민센터 1419 - 긴늪 1422 - 양덕입구 1425
서둘러 버스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문을 닫고 터미널을 출발합니다. 이번에도 동문고개 경유라 아까 상동역에서 탔을 때와 마찬가지 경로로 버스가 가는데, 이미 터미널에서부터 입석을 세운지라 시내에서 사람들이 타니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버스 안에 젊은이는 저 혼자뿐이니 어쩔 수 있나요. 서서 가야죠 뭐. ㅋㅋ
동문고개와 소방서를 지나니 다시 교동이었고 곧 긴늪을 지나는데,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건 바로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온 경로대로 버스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긴늪사거리에 이르니 버스가 좌회전이 아니라 우회전을 하는데, 사거리에서 꽤 떨어진 지점에 가서야 긴늪 정류장이 있더군요.
버스는 농협 하나로마트 앞길을 통해 산외면 가는 길로 합류합니다. 아무래도 이 노선뿐만 아니라 여기 오는 노선들 다 이렇게 가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저는 산외면 소재지로 가기 직전의 양덕 입구에서 하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저 혼자였고, 정류장이 있는 곳 역시 자동차가 가끔 지나다닐 뿐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도보]
양덕입구 1425 - (고속도로 밑 10분 휴식) - 양덕동 1448
저는 양덕동 마을회관 앞까지 슬슬 걸어갑니다. 버스는 오후 3시는 되어야 올 것이며 양덕동을 경유하는 방향이 틀릴 염려 또한 없으니, 11월 치고는 너무 따가웠던 햇빛을 제외하면 부담이 없었습니다. 사실 밀양은 카카오버스에 뜨는 운행경로만 믿어서는 안 되는데, 미리 밀양시 버스정보시스템을 통해 교차 검증을 해놨던 것이죠.
양덕동 마을회관 앞까지 올라가는 길은 살짝 오르막이었고 왕복2차로 도로 주변으로 공장들이 보였습니다. 공장들은 활발히 가동 중이었고 건물 앞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러고보니 오늘이 평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ㅅ- ㅋ
공장들을 보며 앞으로 나가니 고속도로(지도로 보니 대구부산 고속도로였습니다) 교각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양덕동 마을회관까지는 정말 지척이었기에 교각 밑에서 10분 정도 햇빛을 피하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마을회관 앞으로 가기 직전, 저는 뒤로 살짝 빠져야 했습니다. 할머니들이 회관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던 겁니다. 제가 그들의 시야에 들어가는 순간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게 돼 있으니, 굳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던 것은, 꼭 이럴 때면 버스도 늦게 온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밀양은 카카오버스에서도 실시간 위치까지 나오기는 하는데, 버스가 오후 3시 4분쯤 도착할 각이었던 겁니다. 사실 엄광리 종점 출발시간은 있지만, 밀양은 일단 종점에 빠르게 도착하고 보는 경향이 있던데 어떻게 된 거지 -ㅅ-;;; 하여간 저는 세상에서 가장 긴 것만 같은 5분을 버티고, 버스가 도착할 쯤 회관으로 가서 버스를 탔습니다. 밀양 오지에서 전기버스인 일렉시티를 타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ㅋㅋ
[밀양 6엄광번(밀양역~가곡삼거리,용두교,밀양여중,밀양초교,전통시장,밀양터미널,밀양시청,밀성제일고교,교동주민센터,긴늪,정문→양덕입구,양덕동,남가동,숲촌→엄광종점→숲촌,남가동→정문 이하 역순)][1450] ※ 밀양역 1435 출발
양덕동 1504 - 남가 1507 - 숲촌 1509 - 엄광종점(회차) 1514 도착, 1520 출발 - 숲촌 1522 - 남가 1525 - 정문 1527 - 긴늪 1530 - 교동주민센터 1533
버스는 1차로 길을 달리며 양덕동을 빠져나왔고, 엄광리 종점을 향해 산골짜기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버스 안에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엄광종점을 가는 동안 하나둘씩 내리고 있었습니다(숲촌에서 제일 많이 내리더군요).
종점에 도착하니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공터 한구석에 정류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버스는 그쪽으로 후미를 넣어 회차를 하는데, 정류장 이름을 보니 다촌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양덕동 마을회관에서 탔는데도, 그리고 양덕동 마을을 나온 이후로는 도로가 쭉 왕복2차로였는데도 엄광리 종점까지 10분이나 걸리니, 꼭 밀양시내버스 튜토리얼을 마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밀양의 오지노선들은 전체적으로 난도가 높은 편이라, 엄광리 노선 정도는 완전 천사 수준이었죠. 휴;;;
회차를 마치니 남아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내리고 저만 남았지만, 양덕동은 한 번만 들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탔는데도 한소리 하는 기사가 있다면, 그 기사 쪽이 병신이다 기사아저씨께서 쭉 운전석에 있었기에 버스에서 내려보진 못했지만, 어쨌든 회차지 사진을 남기는 데에는 성공합니다.
오후 3시 20분이 되자 버스는 다시 출발하였고, 일렉시티 특유의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립니다. 나가면서는 두어 명 손님을 받았고 그 상태로 시내를 향해 쭉 달려주었습니다. 긴늪 역시 아까 발례2번이 지나갔던 길 그대로 가더군요.
하지만 저는 시내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시내 어귀의 교동 주민센터에서 내려야만 했습니다. 이번에 타려는 감물리행 버스도 동문고개 경유였기 때문에, 터미널까지 갔다간 버스를 놓치게 되었던 겁니다. 시청 경유가 동문고개 경유보다 횟수가 훨씬 많은데 전부 동문고개 당첨이라니 참 후덜덜한 운빨입니다. -ㅅ- ㅋ
아무튼 근처 편의점에서 물을 산 저는 오후 3시 50분에 도착한 대망의 감물리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역광 때문에 사진이 만족스럽게 찍히지는 못했지만, LED에 분명 "감물리5"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밀양 감물리5번(밀양터미널~(→전통시장,동문고개,밀양소방서),(←밀양시청,밀성제일고교),교동주민센터,긴늪,정문,양덕입구,대촌,다원(산외면사무소),금곡,감물리입구,사촌,(→구미),안법,법흥,사지,(→중리),용소~당고개)][1450] ※ 밀양터미널 1540 출발
교동주민센터 1550 - 긴늪 1553 - 정문 1555 - 양덕입구 1557 - 다원,산외면사무소 1601 - 금곡 1606 - 감물리입구 1607 - 사촌 1610 - 구미(회차) 1612 - 안포동 1613 - 법흥 1617 - 사지,사지마을회관 1618 - 중리,감물리마을회관(회차) 1626 - 당고개 1630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타고 있었는데, 물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40대 정도 되어보이는 분들도 어느정도 있더군요. 감물리 노선도 긴늪사거리 운행경로가 아까 발례 노선 및 엄광리 노선과 100% 똑같았는데, 산외면 방향으로 가는 노선들 모두가 이렇게 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는 아까 내렸던 양덕입구를 지나 쭉 직진을 하였고, 곧 산외면 시가지가 나옵니다. 여기에도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초등학교라도 있는 게 다행일 정도로 동네가 작았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밀성여객 시외버스도 2개 노선이나 다니는데다(밀양~얼음골~석남사, 밀양~표충사), 여기서는 시외버스도 시내버스마냥 모든 정류장을 정차하므로 안동이나 김천의 산골짜기 면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았죠.
하지만 그것도 밀양에서 얼음골, 그리고 석남사로 넘어가는 이 도로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금곡리를 지나 감물리입구에서 버스가 우회전을 하여 감물리로 향하는데, 여기부터는 이 노선만 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노선의 종점인 당고개마을은 아직도 많이 멀었다는 사실은 비밀 아닌 비밀이었죠. -ㅅ-;;;
감물리 노선에는 ㅓ형이 2개 있는데, 지금 시간대에는 모두 감물리 방향으로만 들른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아직 한 명도 안 내리고 있어서 ㅓ형을 쌩까지는 않을 듯 싶었지만, 기사아저씨께서 "여 가는 사람 있습니까?"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러나 저의 걱정과는 달리 버스는 우회전을 해서 첫 번째 ㅓ형 회차지인 구미 정류장을 잘 들러주었습니다.
구미에서는 1차로가 있진 않았으나, 뒤이어 들어간 법흥리 안길에서는 1차로가 있었습니다. 약간의 오르막도 나와서 쩌는 정도가 더해집니다. ㅋㅋ
법흥리 1차로 길을 나와 다시 왕복2차로 도로에 접어드니 생각보다 경사가 급해지는데, 처음에는 그냥 빡센 고갯길 한번 넘고 말겠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좀 빡센 고개 수준의 이 오르막은 계속 끝도 없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당고개 종점은 얼마나 높은 곳에 있길래 이 미친 오르막이 끝도 없는 것인가? 버스가 엔진이 터져라 달리는데도 당고개종점까지의 거리는 이게 줄어들기는 하는 건가 싶다보니, 쩌는 1차로 길은 많지 않았는데도 미쳤다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감물리 노선은 대단히 쩌는 것으로 예상되는 삼랑진 아리랑버스를 타보기 위해 같이 타게 됐었지만, 너무나 대박을 건진 느낌입니다. 후아;;;;;
이 미칠듯한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던 버스는 두 번째 ㅓ형인 중리마을로 들어가는데, 여기에 감물리 마을회관이 있었습니다. 버스는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회차를 하였고, 남아있던 예닐곱 명의 승객들이 여기에서 거의 다 내려버립니다.
이제 버스에는 아주머니 한 분과 저만 남았습니다. 중리마을을 나와서는 또 오르막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니 그제서야 당고개 종점이 나오는데, 중리마을에서도 4분이나 걸리더군요. -ㅅ-;;;;
정말 미쳐버린 이 감물리 노선에 혼이 다 나갈 지경이지만, 대망의 삼랑진 아리랑버스를 만나려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므로 넋놓고 있을 겨를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버스종점을 사진으로 담고 가야 하므로 바로 출발하지 않고 잠시 멀찍이서 대기하고 있으니, 버스가 밀양을 향해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보]
당고개 1630 - 남촌 1655
다음 버스는 오후 7시 20분이 되어야 옵니다. 이제는 정말 결전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다행히 감물리 버스가 이 미칠듯한 오르막을 전부 올라와준 덕택에 이제는 내리막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일만이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리막을 내려가려던 저는 곧 장애물을 하나 만나게 되었습니다.
맞은편에서 시베리안 허스키같이 생긴 검은 개 한 마리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이럴 줄 알고 뿌리는 파스를 준비해 왔기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으니 저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가만히 그 개를 노려봅니다. 곧 녀석도 저를 보았는지 저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게 되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개가 저를 보자마자 덤벼들고 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아무래도 녀석이 계속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 같아서 난감하더군요. 이런 기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누가 이기는지 끝을 볼 수도 있었지만, 내리막길의 경사도 제법 급했던데다 삼랑진 아리랑버스가 저 고개 밑 남촌마을 회차지에 오후 5시 15분 약간 안 되어 도착할 것이므로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시간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개를 노려보던 저는 마침 오른쪽으로 샛길이 하나 있는 것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가는 척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봤습니다. 가만히 있던 개가 그제서야 움직이는데, 약간의 시간이 지나도 개가 제 쪽으로는 오지 않더군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원래의 길로 나와보니 그 개가 당고개종점 버스정류장 표지판 바로 근처로 가 있었는데, 제가 그쪽을 보니 개도 저의 시선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 저를 보고는 바로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 버립니다. 뭐지 이 녀석은?? -ㅅ-;;;
어쨌든 덕분에 길이 열려 저도 얼른 남촌 회차지를 향해 걸어내려갔고, 그 개는 도대체 뭐였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개도 정면에서 제가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람과 동시에 두려움도 느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개 입장에서도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제가 길을 터주니 그제서야 제 갈 길을 갔던 것이죠. 결국 서로 놀랐던 셈이었습니다. -ㅅ-;;;
아무튼 어이없음을 느끼며 걸어내려가는데, 내리막도 경사가 꽤 빡셉니다. 최소 성남 3-5번 마을버스의 배수지 종점에서 성일고등학교로 걸어내려오는 급 이상은 되었습니다.
길도 가팔랐지만 여기에서도 공사가 진행중이라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고, 일부 구간은 길 모양이 지도와는 달라져 있다보니 약간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길 모양이 바뀐 덕택에 도보 거리가 줄어든 점이 진짜 다행입니다.
아무튼 길이 지도와 다르게 나 있는 지점을 지나 아래로 계속 내려가니 곧 마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내려가면서 바라본 아름다운 경치와 험준한 산세에 정말 미쳤다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정말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는데, 그만큼 이곳은 산봉우리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았던 겁니다. 사실 높이 1000m짜리 험한 산들이 널려있는 영남알프스의 일부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말입니다. -ㅅ-;;;
정말 오져버리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며 아래로 내려가니 지도로 보았던 피자집이 보이고, 곧 목적지에도 도착하였습니다. 삼랑진 아리랑버스가 오는 남촌 버스 회차지에 말입니다. 지도로 삼랑진 아리랑버스의 운행경로를 보면 산 속으로 정말 깊숙히 들어가는 무시무시한 포스를 느낄 수 있는데, 대단히 어려워 보였던 이 노선을 이렇게 타게 되다니 정말 소름돋을 따름입니다.
오후 5시 13분이 되니 드디어 대망의 아리랑버스가 오르막길을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지도로 볼 수밖에 없었던 이 노선을 실제로 타보게 되다니 기쁨의 함성을 지르게 됩니다. 오우~ 혁님~~! ㅋㅋㅋㅋ
[밀양 아리랑버스5번(오후고정) (삼랑진역~큰검세,검세마을회관,벚꽃카페,벚꽃오거리,(동촌),벚꽃오거리,구남→남촌→구남→안촌마을회관,숭촌,안촌마을회관,구남→벚꽃오거리 이하 역순)][1450] ※ 삼랑진역 1700 출발
남촌(회차) 1713 도착 및 출발 - 구남 1717 - 안촌 1722 - 숭촌(회차) 1726 - 안촌 1731 - 구남 1735 - 벚꽃오거리 1738 - 작원교 1741 - 검세마을회관 1742 - 큰검세 1743 - 삼랑진역 1746
버스 안에는 여학생 한 명이 타고 있었고, 저를 태운 버스는 바로 남촌을 떠납니다. 차창으로 산봉우리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곳이 얼마나 첩첩산중이고 험준한 곳인지 말해주고 있는 듯했죠. 종점을 떠나자마자 펼쳐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정말 후덜덜합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굽이굽이 달린 버스는 4분만에 숭촌 가는 길과 남촌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인 구남에 도달했고, 여기에서 숭촌 방향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숭촌 역시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는데, 남촌과 숭촌이 적힌 이정표를 지나니 금방 오르막길이 등장합니다. 오르막길은 정말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엔진 또한 기름을 들이마실 정도로 계속 웽웽대고 있었습니다. 도로는 왕복2차로였지만, 정말 딱 봐도 엄청나게 험해 보이는 이 미친 고갯길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죠. 오우~혁님;;;;;
이 험한 고갯길을 5분 남짓 올라가니 안촌마을이 나오는데, 왼쪽 차창을 본 저는 놀람과 동시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도 높은 곳이다보니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아래에 쫙 깔려 있었고, 땅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질 않았던 겁니다. 또한 산봉우리들 사이로 저녁노을과 함께 해가 지는 모습도 보이는데, 진짜 절경이 따로 없습니다.
안촌마을을 지나 또 험한 오르막길을 굽이굽이 둘러 올라가니 이번에는 버스가 좌회전을 하는데, 1차로 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물론 미칠 듯한 오르막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정말 가공할만한 이 미친 노선에 혼이 다 나갈 지경이었죠. 사실 오늘의 여정은 운문사와 석준형이 낳은 나비효과인데, 오늘의 코스를 계획하면서 청도 오진리,소진리 행복버스와 이 삼랑진 아리랑버스를 두고 갈등을 하던 제게, 이 아리랑버스를 타보는 게 좋다는 의견을 주었던 겁니다. 사실 오늘 못 왔던 것은 아쉽지만 의견을 주었던 석준형에게도 고마웠던 것은 물론,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밀양을 가게 된다면 이 노선은 정말 꼭 한번 타봤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도 생기게 됩니다.
1차로로 좁아진 오르막길을 또 한참 올라가니 넓은 공터가 하나 나왔는데, 여기에도 정류장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이었는데, 이렇게 깊고 험한 곳에도 이런 버스정류장이 있다니 살떨릴 따름입니다. 그런데 피네타마을이라고 써있던 이 정류장에서 회차할 줄 알았던 버스가 안으로 더 들어갑니다.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오는 숭촌 회차지는 여기인데, 도대체 얼마나 더 들어간다는 것인지???
정말 여태까지 보여준 것만 해도 미친 노선인데, 도대체 종점은 또 어딘가 싶어 지켜보니 1차로 야산길을 질주하던 버스는 내리막길이 오른쪽으로 확 꺾이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지점에서 회차를 합니다. 그제서야 여학생이 버스에서 내리는데, 진짜 바깥에 한번 나가려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남촌이나 안촌, 숭촌마을은 이 지역 은퇴자들에게 꽤 인지도가 있는 곳이라, 그곳에서 살기 원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있다지만 말입니다. -ㅅ-;;;;
여학생을 내려준 버스는 바로 삼랑진역을 향해 출발합니다.
이제는 버스 안에 저 혼자 남아서 다소 쫄리긴 하지만, 이렇게 머나먼 곳에서 개쩌는 노선을 탔는데 동영상을 안 남기기도 그래서 과감하게 동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벚꽃오거리 쪽은 약간의 카페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봄에 오면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벚꽃오거리를 지난 버스는 우회전을 하여 삼랑진역을 향해 달렸고, ㅓ형으로 들르게 되어 있는 동촌마을은 쌩까버렸습니다. 삼랑진역으로 나오면서 들르게 되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ㅅ-;;;
그래도 동촌마을은 어차피 천태사 때문에라도 가게 되어 있는 곳이라 대단히 험한 고갯길을 걸어가야 하긴 하지만 사실상 타격은 없었습니다. 또한 검세리 안길은 잘 들러주었던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너무나 미쳐버린 남촌과 숭촌의 오르막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검세리의 1차로 길 역시 쩝니다. ㅋㅋ
검세리의 1차로를 빠져나오니 곧 삼랑진 읍내가 시야에 들어왔고, 오늘의 피날레이자 핵심이었던 삼랑진 아리랑버스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걸 타보는 날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1차로 길은 생각보다 적어도 고갯길이 진짜 너무 미쳤다보니 태안에 다시 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죠. 사실 이 노선은 동남권에 사는 사람이 타보기 정말 좋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수도권에 사는 제가 타보고 여행기를 이렇게 올리고 있는 현실이 좀 냐잉하긴 하지만(제가 부산이나 대구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탔었을 듯 ㅋㅋ), 이 여행기가 알려질 날이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분들이 타보고 감탄하며 동네들을 더 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듭니다. ㅎㅎ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여행기들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삼랑진역에 내리니 오후 5시 46분입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는 오후 6시 21분에 있어서 시간이 다소 남는데, 이 틈에 삼랑진 읍내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유튜버 갱스타의 멤버 한 명이 부산에서 대구까지 도보 여행하는 것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았던 대로 삼랑진 읍내는 정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무궁화호 열차가 꽤 많이 정차하는 역이 있는 동네 치고는 이상하게도 동네가 작고 낙후되어 있으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기까지 할 따름입니다.
복권방도 마침 하나 있길래 복권도 사고 구경을 마친 저는 역으로 돌아와 부산방향 승강장으로 슬슬 걸어갑니다. 조치원역처럼 지하 통로가 있었는데, 승강장에 나와보니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모두 부산으로 나가는 사람들인 듯했는데, 삼랑진역은 사실 경부선 열차만큼 빠르고 좋은 교통수단이 없다보니 삼랑진읍의 인구수 대비 열차가 정말 많이 정차합니다. 덕분에 저도 큰 불편함 없이 부산으로 넘어가며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죠. 어쨌든 오늘은 평일이기 때문에 여관 잡기도 어렵지 않을 것 같구요.
[무궁화호(서울→부산)][3100] ※ 서울역 1303 출발
삼랑진 1821 - 원동 1828 - 물금 1836 - 구포 1845 - 부산 1859
열차는 오후 6시 21분에 정시 도착합니다.
시간표를 보니 무려 서울역에서 오후 1시 3분에 출발했던 열차입니다. 무궁화호가 한국에서 2번째로 높은 등급이자 우등열차였던 시절은 역사가 되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철도에서 상징과도 같은 이 서울~부산 운행계통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경부선 무궁화호라고 해도 로컬의 느낌을 느껴보려면 대전~부산이나 동대구~부산 열차를 타는 것이 좋은데, 서울~부산 운행계통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구간이 아닌, 이런 부분 운행계통 열차가 지역 주민들의 근거리 이동을 위한 역에 보다 많이 정차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열차가 원동역도 정차하는 덕택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로컬 무궁화호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부산으로의 퇴근 시간과 맞물려서 정차하게 된 거지만, 저도 주민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어쩌다보니 옆자리의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면으로 간다는데, 부산의 역사와 함께한 분이나 다름없더군요) 더더욱 그랬습니다.
날이 어두워져 낙동강의 멋진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구포가 가까워질수록 불빛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주례동의 아파트 등도 곧 시야에 들어옵니다. 구포역에서 부산역까지 16.5km나 되다보니 부산역에 내리니 오후 6시 59분이었지만, 정말 반가운 부산의 모습입니다.
[전철][1450]
[부산1호선] 부산역 1917 - 자갈치 1923 - 서대신 1930 - 괴정 1934 - 하단 1939 - 신평 1942 - 장림 1947 - 다대포항 1953
저는 바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대포항역 근처로 간 다음, 여관을 잡았습니다. 내일 드디어 작은백일마을을 가보며 진해마을버스를 전부 소탕한다는 웅장한 계획도 있었지만, 마침 친척과도 일정이 엇갈리는 바람에 오늘은 집에 가봐야 의미가 없었던 겁니다. 다대포는 사하구에서도 남서쪽 끝에 있는 고립된 동네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굳이 가고 싶진 않았지만, 빈대 이야기도 있고 하단역을 오전 5시 50분까지 가야하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죠. 지하철 1호선 기준으로, 하단역보다 동쪽에 있는 지역들에서는 그 시간까지 하단역으로 갈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또한 하단이라면 몰라도 다대포라면 외국인이 굳이 찾아와 묵을 리는 없었습니다. ㅋㅋ
그리하여 묵게 된 여관은 쩝...
동대구역 근처에서 묵었던 여관이 훨씬 나았지만 어쨌든 누워 잘 곳은 생겼다는 생각에 안도하게 됩니다. 무사히 여관을 잡은 저는, 저녁을 먹을 겸 부평깡통시장에 간 다음 그 유명한 "깡돼후"에서 돼지갈비후라이드를 사서 저녁으로 먹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마무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행기 보기(글자 클릭 시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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