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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0년~2021년

2021년 8월 20일 -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던 양평군 행복버스 시승기 2편(서종면이 클리어되다) [완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6.

[전편요약]

여름휴가를 맞아 행복버스를 타러 함께 양평으로 갔던 저와 석준형.

하지만 삼가리 선바위마을을 출발한 버스가 단월면사무소로 바로 직행해 버리는 사건에 이어 석준형의 핸드폰이 고장나는 일까지 생기는 바람에, 우리는 청운면 행복버스를 탄 이후 여러 고민 끝에 시승을 중단하게 되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양평으로 떠나게 된 저와 석준형.

석준형의 핸드폰은 말끔히 수리가 되어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운면 행복버스는 여물리만 남게 되어 청운면에서는 승전보를 울렸으나, 단월면 쪽은 삼가리에서의 어이없는 실패에 좀 막막한 상황.

 

그래도 타봐야 할 나머지 노선들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이번에는 오전 10시 40분까지 명성2리로 가야 했기 때문에 조조할인을 받아가며 버스 및 전철을 타고 양평으로 진입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욱 일찍 일어나야 하다보니 전철 안에서 잠을 자게 되었고, 용문역에 도착하니 오전 8시 44분이더군요. 내리면서 카드를 대보니 2000원이라는 압박스런 요금이 나가는데, 용문이나 여주나 요금의 차이가 안 나는 게 신기했습니다. ㅋㅋ

 

 

[경기고속 987-2번(여주~북내,일신~용문)][환승]
구 용문터미널 0850 출발 - 용문성당,용문터미널 0852

 

우리는 구 용문터미널을 오전 8시 50분에 출발하는 여주행 버스를 탔다가 용문성당까지 달랑 2분 타고 내리게 되었습니다. 용문터미널을 가려고 이 버스를 탄 것인데, 새로 지어진 용문터미널이 용문역에서 생각보다 많이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있어 그 정도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용문을 오전 9시에 출발하는 홍천행 직행버스를 타고 양덕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상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용문은 중간 정류장인데다 이쪽은 버스가 십중팔구는 늦게 오는 장소이므로 우리가 탈 직행버스 역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도착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요행을 바라다간 일정 자체를 말아먹기 딱 알맞았죠.  누구나 계획은 있습니다...... 쳐맞기 전까지는요. -ㅅ- ㅋ  죽기 딱 좋은 날이군

 

 

▲ 석산리행 군내버스. 석산리만 갔다가 오는 시간대라 명성리 쪽으로는 가지 않으니 탈 수가 없었습니다. ㅜㅜ

 

▲ 양덕원까지 타게 된 홍천행 버스. 이렇게 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승객 승하차를 하게 됩니다.

 

 

[금강고속 동서울~홍천(양평,용두리 경유)][3100]  ※ 동서울터미널 0800 출발
용문터미널 0907 - 광탄삼거리(귀궁다방앞) 0912 - 단월영업소 0917 - 용두리 0922 - 양덕원 0932

 

이전과는 달리 직행버스가 운봉마트에 서지는 않을테니 여러모로 좀 불편해졌지만, 아무튼 터미널로 들어가 표를 끊으니 양덕원까지는 3100원입니다. 그나마 여기서 타니 요금이 많이 다운됨을 느끼며, 우리는 오전 9시 7분에 도착한 홍천행 버스에 승차하여 양덕원까지 갑니다. 이 직행이 단월이나 용두리뿐만 아니라 광탄삼거리에도 정차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귀궁다방 앞에서 타더군요) 오래간만에 다시 와보는 양덕원에 내리니 오전 9시 32분이었습니다.

 

 

▲ 명성2리 입구로 가기 위해 이용한 현대교통 홍천군내버스.

 

 

[현대교통 홍천~비발디파크][1330]  ※ 홍천터미널 0930 출발
양덕원 0951 - 화전농공단지입구 0955 - 화전3리 0958 - 힐드로사이CC 1006(훈련장 기갑부대 행진으로 5분 지체됨) - 굴업교차로 1010 - 굴업리 1012 - 비발디파크 들어가는길 CU편의점앞 1014

 

이제는 비발디파크 쪽으로 가는 현대교통 버스를 타야 했는데, 오전 9시 50분이 되자 버스가 도착하여 바로 승차합니다. 그런데 홍천~양덕원이 20분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버스가 제때 잘 와주기는 했지만, 그리고 양덕원을 출발하자마자 백양치 쪽으로 우회전을 하여 쭉쭉 잘 달려주긴 했지만, 명성2리 입구까지 아무리 달려도 줄어들지 않는 거리에 점점 초조함이 밀려오고 있었죠. 첫 타자로 타기로 한 단월행복버스 명성리 노선은 명성리에 오는 기존 노선버스들과는 다르게 명성2리 안쪽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는데, 명성2리 입구에서도 안으로 30분 가량 걸어들어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전3리를 지난 버스가 더 달리지 못하고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오늘 훈련이 있었는지 기갑부대가 길을 막아섰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전차들이 지나가는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전차가 아니라 장갑차 같았는데, 말로만 듣고 소설에서만 보던 기갑부대의 행진를 두 눈으로 처음 보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이것 때문에 5분 넘게 잡혀 있어야만 했다는 점이 너무나 컸습니다. 그나마 백양치 터널이 완공된 탓에 버스도 터널을 이용하여 백양치를 넘어가는데, 1분 1초가 급한 현재 상황에서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 생각보다 험한 백양치를 넘었던 것은 그분, 그리고 석준형과 타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갑부대의 행진까지 있는 바람에 점점 꼬여만 가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 버스가 비발디파크 입구에서 명성2리 입구 쪽으로 직진하지 않고 우회전을 해서 오르막길을 넘어가는 겁니다. 오 마이 갓;;; 

 

이전과는 다르게 비발디파크 쪽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석준형도 이상함을 느끼게 되었고, 우리는 서둘러 기사아저씨께 말씀을 드려 버스에서 내리게 됩니다. 정류장은 아니었지만 내려주신 기사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버스에서 내려보니 CU편의점이 앞에 있더군요. 

 

 

▲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곳. 정류장이 아니었지만, 기사아저씨의 도움으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시간 오전 10시 14분.

결국 단월행복버스가 출발하는, 명성2리 파밀리아펜션 앞을 오전 10시 40분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납니다. 게다가 명성2리 입구도 못 온 지점에서 발이 묶였으니 정말 난감한 상황. 결국 우리는 택시를 생각하게 되었고, 택시를 부르기 위해 카카오택시 어플을 켜게 됩니다. 하지만 워낙 첩첩산중 시골이다보니 당연히 택시가 잡힐 리가 없었고, 그나마 지나가던 택시들도 죄다 사람을 태운 채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ㅅ-;;

 

 

[택시][8000]
CU편의점앞 1020 - 명성2리당의부락종점 1024 - 레몬그라스펜션 1028 (→ 파밀리아펜션까지 도보)

 

하지만 큰길가로 다시 걸어내려가던 우리에게 구세주가 등장했으니, 다시 탐색을 시작한 카카오택시가 택시를 잡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 택시를 기다렸다가 타면서 명성2리 안으로 간다고 했더니 기사아저씨께서 천만 다행히도 가주겠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이 그저 명성2리 입구가 아니다보니 석준형이 앞자리에 앉아 목적지까지 방향타 역할도 할 겸 기사아저씨와 대화를 하는데, 우리가 홍천 땅인 이곳에서 명성2리를 택시로 갈 수 있게 된 것은 알고보니 복귀를 위해 양평쪽으로 돌아가려던 택시를 잡았기 때문이더군요. 사실 우리가 있는 이 곳은 비발디파크 입구를 지나가는 도로 한가운데에 양평과 홍천 경계선이 있다보니 "도로 왼쪽은 양평 명성리, 오른쪽은 홍천 굴업리" 같은 식으로 행정구역이 나뉘는 장소였는데, 택시들도 그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겁니다. 워낙 첩첩산중 오지다보니 택시도 드물게 다니지만(그나마도 비발디파크 아니었으면 안 그래도 뜸한 택시가 더욱 없었을 겁니다), 어쨌든 행정구역이 이러니 양평 택시와 홍천 택시가 모두 지나다니는 구조였던 것이죠. 석준형의 대처도 돋보였지만, 만약 홍천 택시가 걸렸다면 거절당했을 게 분명했기에 우리는 정말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명성2리 종점까지는 생각보다 정말 멀었습니다. 

명성2리 입구 버스정류장이 있는 당의부락(명성리를 오는 양평군내버스의 회차지이기도 합니다)에서도 거의 5분 가까이 안쪽으로 계속 깊이 들어가는데, 이 정도면 정말 아까 현대교통 버스가 비발디파크 쪽으로 가버렸던 게 복이 되어 돌아오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계획대로 버스가 명성2리 쪽으로 먼저 갔다면 분명 10시 15분쯤 입구에서 내렸을 텐데, 그곳에서 행복버스 종점까지 25분만에 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오전 10시 28분에 레몬그라스 펜션 팻말 앞에서 내리게 됩니다. 택시요금은 8000원이 나왔지만, 오늘 첫 번째로 타려는 이 버스가 여러모로 타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 정도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죠. 더군다나 혼자도 아니고 둘인 만큼, 요금 부담도 절반으로 덜어지는 이점까지 있었습니다. ㅋㅋ

 

레몬그라스펜션 팻말에서 행복버스의 종점인 파밀리에펜션 입구까지는 금방이었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버스종점을 구경하게 됩니다. 진짜 깊은 곳이더군요.

 

 

▲ (3장 모두) 단월행복버스 명성리 노선의 종점인 명성2리 체육공원.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명성2리 체육공원 종점 정류장 앞에는 큰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게이트볼장으로 보이는 곳인지라 어르신들 몇 명이 건물 안에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정말 쥐죽은 듯이 고요했습니다. 그러나 오전 10시 38분이 되자, 어제도 탔던 바가 있는 단월행복버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지만 이 노선을 드디어 타게 되었기에 우리는 정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게 됩니다. ㅋㅋ

 

 

▲ 타기 어려운 이 노선을 드디어 타게 되니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ㅋㅋ



[단월행복버스 명성2,부안2][500, 현금]
명성2리 파밀리아펜션 1039출발 - 명성2리,당의부락 1044 - 굴업리 1049 - 명성1리,통골 1052(회차) - 부안2리,양의마을 1101(회차) - 단월파출소,단월영업소 1113

 

우리를 태운 버스는 단월을 향해 바로 출발하는데, 명성리 가는 양평군내버스 종점인 당의부락 정류장까지 나가는 데만 이번에도 5분이 걸리더군요. 정말 택시가 제때 잘 잡혀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나가는 도중에 당의부락으로 간다는 할아버지 한 분 태워 가는데, 비록 평일 한정 하루 2회지만 이렇게 버스가 다녀주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도 들었죠. 자동차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나중 가면 제 살 깎아먹기밖에 안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습니다(지금은 좋다고 자동차를 몰겠지만...... 여러분들이 늙는다면, 그때도 과연 일정 주기마다 받게 될 적성검사를 통과하여 운전면허를 계속 유지하며 운전이란 걸 할 수 있을까요?).

 

 

▲ (2장 모두) 행복버스를 타면 지나가볼 수 있는, 명성2리 안길.

 

▲ (2장 모두) 명성리 가는 양평군내버스 회차지인 당의마을. 행복버스 정류장 표지판도 잘 세워져 있었습니다.

 

 

명성2리를 빠져나온 버스는 군내버스가 가는 길을 따라 명성터널도 이용하며 그대로 단월을 향해 쭉 달려주었습니다. 같은 단월면이라도 명성리는 산 너머에 있는 머나먼 동네인 탓도 있었지만, 워낙 인구가 적으니 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교통체증 그런 건 남의 이야기라는 듯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었죠. 그나마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버스가 통골마을과 부안2리 안길도 빠짐없이 들러주더군요.

 

 

▲ 명성1리 통골마을 회차지. 군내버스와 달리,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이곳 공터까지 들어와 회차합니다.

 

▲ (2장 모두) 부안2리의 쩌는 1차로 길. ㅋㅋ

 

▲ 부안2리 회차지를 나오면서. 회차지는 사진으로 담지는 못하였으나, 양평군 단월면 부안리 540번지 바로 앞 삼거리 공터였습니다. 정류장 표지판 역시 있었죠.

 

▲ 부안2리 양안마을회관. 부안2리를 경유하던 군내버스는 행복버스 종점에서 딱 한 정류장 전인 이곳까지 들어온 후 회차를 했었습니다(2022년 6월 현재는 행복버스 때문인지, 군내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오늘 시승 덕택에 부안2리 경유 군내버스는 탈 필요가 없게 되었죠. ㅎㅎ

 

▲ 명성2리 단월행복버스 운행경로도. 명성2리 체육공원을 출발하여 통골, 부안2리 안쪽을 경유하여 단월로 옵니다.

 

 

어제의 일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탈 때부터 느낌이 좋았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또한, 군내버스로는 가볼 수 없는 곳까지 말끔히 해결이 되니 기분도 좋았죠. 삼가리에서의 석연찮은 일은 남았지만, 어쨌든 정말 까다로운 명성2리 노선이 성공적으로 클리어가 된 덕택에 우리는 어제의 실패로 인한 의욕상실을 극복하게 됩니다. ㅋㅋ

 

 

▲ 어제에 이어 다시 만난 홍천군내버스. ㅋㅋ

 

 

[금강고속 홍천~용문][1480]   ※ 홍천터미널 1040 출발
단월파출소,단월영업소 1121 - 마룡2리 1135 - 구 용문터미널 1140

 

이제는 서종 YP행복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단월면사무소를 나와 시외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오전 11시 21분에 도착한 용문행 버스를 타게 됩니다. 홍천에서 출발한 버스여서 그런지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도배된 경기도 버스와는 다른 색깔을 하고 있어 나름 산뜻했는데 용문까지는 1480원을 받더군요. 그런데 이 덕분에 저의 교통카드 잔액 10의 자리가 5가 되는 소소한 소득(?)이 생겨버렸죠. 양동에서 원주 가는 버스를 타면서 생겨버린 카드 잔액 10의 자리 찌꺼기(?)는 오늘로서 완전히 없어지게 된 겁니다. ㅋㅋ

 

그런데 문제는 단월에서 용문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는 것. 어쩐지 단월에 도착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 덕분에 우리는 용문역을 오전 11시 38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전철은 오후 12시 11분에 있었는데, 문호리를 1시 10분까지 가자니 시간이 맞는 버스가 없다보니 양수역에 도착하면 택시를 타고 문호리로 가야 할 판이더군요. 양수역에서 문호리까지 12000원 정도 나올 각이었지만, 이번에는 인원이 2명이라 서로 요금을 절반씩 낼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죠. 냐잉 -ㅅ-;;

 


[전철][1250]
경의중앙선 용문 1211 - 양수 1240

[택시][12100]
양수역 1252 - 문호리 1304

 

단월에서 양수리, 그리고 서종면 면소재지인 문호리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이 머나먼 거리를 이동한 우리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서종복지관으로 이동하였고, 사진으로만 보던 YP행복버스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YP행복버스는 양평 최초의 행복버스 노선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행복버스는 말이 좋아 행복버스지 사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노선이므로 서종보다는 양동에 먼저 생기는 게 맞건만, 그렇게 되지 못한 이유를 그분을 비롯한 우리에게 추측당했었기에 말입니다. -ㅅ- ㅋ

 

 

▲ 평일에만 운행하는 YP행복버스. 양평 최초의 행복버스 노선이기도 합니다.

 

 

차량은 첫 운행 때와 변함없이 똑같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기사아저씨께서 오셔서 시동을 거셨고, 우리는 그렇게 오후 1시 10분에 서종복지관을 출발하는 명달리 노선을 타게 되었죠. 오늘 이 차를 2번이나 더 타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좀 있었지만, 기사아저씨께서 비교적 친절한 편이었던 것이 참 다행이었습니다. 

 


[서종행복버스 문호리~용수사,명달리][500]
서종복지관 1310출발 - 수입3리 1326 - 이항로생가 1334 - 진대(회차) 1335

 

복지관을 출발한 버스는 곧장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문호리 북쪽은 이번에 처음 가보는데 북한강을 따라 길이 놓여 있어서 그런지 경치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도 길가를 따라 카페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북한강을 등지고 본격적으로 산 쪽으로 들어가니 초록빛 나무들, 그리고 병풍같이 둘러쳐진 산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기존 명달리행 군내버스와 달리 수입1리로는 들어가지 않았고, 수입2리 마을회관에서 우회전을 하어 이항로선생 생가를 향해 바로 질러가는 경로로 운행하였습니다. 수입2리에서 이항로 생가로 바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쩌는 편이더군요. ㅋㅋ

 

 

▲ (4장 모두) 수입2리에서 이항로생가로 바로 가는 쩌는 1차로 길. 행복버스만 이 길을 가더군요.

 

▲ 드디어 만나게 된 이항로선생 생가. 생가 오른쪽에 군내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으며, 군내버스는 그 정류장 앞에서 다시 돌아나가버립니다. 생가 왼쪽으로 나있는 도로는 YP행복버스만 지나가는 것이었죠.

 

 

산을 넘는 포스마저 풍기던 1차로 오솔길을 따라 계속 가니 드디어 이항로선생 생가가 보이게 되었고, 버스는 여기에서 우회전을 하여 또 오르막길을 올라가더니 좁다란 삼거리에서 회차를 하더군요. 이곳이 진대라고 하는데, 우리는 진대 간다고 말을 하고 버스를 탔었기에 이곳에서 내리게 됩니다. 진대도 ㅓ형이었기 때문에, 간다고 말 안하면 버스가 그냥 쌩까버릴 가능성이 있어서 이것도 나름 계획된 작전이었습니다.

 

 

▲ 이따가 내수입에서 다시 만나게 될 YP행복버스입니다. -ㅅ- ㅋ

 

▲ 진대 회차지. 단월이나 청운과 달리, 행복버스 정류장 표지판은 따로 없더군요.

 

▲ 진대에서 이항로 생가로 다시 나가는 길. 평일에 한해서지만 이 길로도 버스가 다니는 겁니다. ㅋㅋ

 

▲ YP행복버스 문호리~명달리 노선도. 이항로 생가 근처의 진대까지 탔습니다. 진대 이후로는 기존 명달리 군내버스와 운행경로가 같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부족함은 없을 듯했죠.

 

▲ 진대 인근 운행경로도.

 

 

[도보]
진대 1335 - 이항로생가(벽계정류소) 1343

 

첫 타자를 성공적으로 타게 된 우리는 버스가 들어왔던 길을 따라 이항로 생가로 다시 가서 멀찍이서 살짝 구경한 다음, 바로 생가 오른편의 버스정류장으로 가게 됩니다. 오후 1시 40분에 명달리를 출발하여 문호리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이게 오후 1시 50분 정도면 생가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죠. 버스 시간까지 30분도 남지 않다보니 생가를 대충 보고 지나가야 하는 점은 아쉬웠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 (2장 모두) 이항로선생 생가의 모습.

 

▲ 군내버스가 오는 이항로 생가 정류장. 버스는 이곳에서 차를 돌려 다시 왔던 길로 나갑니다.

 

▲ 드디어 도착한 문호리행 군내버스. 시골도 버스는 옵니다. 도시와 다르게 자주 보이지 않을 뿐...

 

 

[금강고속 88-4번][1450]   ※ 명달리종점 1340 출발
이항로생가 1352(회차) - 능곡 1357 - 석바탕 1358 - 수입3리마을회관 1403

 

오후 1시 52분이 되자 버스가 도착했고, 회차를 끝낸 버스에 승차한 우리는 문호리 쪽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들어왔던 길 다시 나온 버스는 갈문부락을 찍고 노문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수입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추후 가평 이천리에서 넘어왔을 경우 어디에서 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노문삼거리 바로 앞에는 정류장이 없기 때문에 정말 좋은 사전답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 멀어지는 이항로선생 생가. 그런데 여길 이따 또 지나가게 될 줄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죠.

 

▲ 이항로 생가로 들어가는 길이 의외로 쩌는 1차로였더군요. 오우 ㅋㅋ

 

▲ 노문삼거리. 왼쪽으로 가면 가평 이천리, 그리고 설악으로 갈 수 있습니다. -ㅅ- ㅋ

 

▲ 깨알같은 1차로가 있었던 수입2리 마을회관(석바탕)앞.

 

 

다음에 탈 행복버스 노선은 오후 3시에 내수입3교를 출발하는 노선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를 탄 지 달랑 11분만인 오후 2시 3분에 수입3리 마을회관 앞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렸더니 바로 앞에 구판장은 물론 의자까지 있더군요. 시골에서는 생각보다 드문 호사를 누리게 된 우리는 음료수도 마시며 갈증도 풀고 더위도 잠시 피하다가 수입3리 안쪽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죠. ㅋㅋ

 

 

▲ 서종 YP행복버스 시간표.

 

 

[도보]
수입3리마을회관 1415 - 내수입3교,산골마당앞 1435

 

우리는 수입3리 마을회관 버스정류장에서 문호리 쪽으로 살짝 가다가 안쪽으로 난 길로 걸어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수능리에 비해서는 좀 밀리는 듯하지만 수입리 이곳도 원래부터 펜션이 좀 있는 마을이었는데,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카페 열풍에 힘입어 이제는 여기에도 카페들이 보이더군요. ㅋㅋ 장사를 하면서 성공하고 싶습니까? 여자의 지갑을 열면 됩니다. ㅋㅋ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입3리. 한여름이라 물이 마르긴 했지만, 경치는 정말 죽이더군요. ㅋㅋ

 

▲ 드디어 만나게 된 내수입3교.

 

▲ 내수입3교에서 바라본 모습. 역시 산동네는 초록빛이 매력입니다. ㅎㅎ

 

▲ YP행복버스의 내수입 종점은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 내수입3교 종점에서 만난 행복버스 정류장 표지판 및 시간표. YP행복버스가 운행을 개시한 지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표지판은 어느새 낡아가고 있었습니다.

 

 

내수입3교는 수입3리 마을회관에서도 다리를 두 개 지나가며 안으로 더 들어간 장소에 있는 다리였지만(수입3리 마을회관 앞 큰길에서 가까운 순으로 내수입1교, 2교, 3교 이렇게 다리가 놓여 있더군요), 도보로 단련된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먼 곳이 아닌지라 오후 2시 35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종점은 내수입3교 바로 앞 공터였고, 버스 정류장 표시와 함께 시간표까지 걸려 있었죠. 이곳에는 그늘은 물론, 앉아있기 좋은 바위들도 있다보니 우리는 아까 수입3리 마을회관 앞 슈퍼에서 그랬듯 또 경치 보면서 그늘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생활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까지 했죠. ㅋㅋ

 

 

▲ 드디어 나타난 YP행복버스. 또 만났습니다. ㅋㅋ

 

 

[서종행복버스 문호리~내수입][500]
내수입3교,산골마당앞 1500 출발 - 수입1리 1507 - 서종면사무소 1517

 

오후 3시가 되니 버스가 도착합니다.

우리는 아까 이 버스 탔었느냐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500원씩 내고 타게 되었고, 버스는 우리가 걸어온 길 그대로 달려 문호리로 돌아갑니다. 가면서 보이는 펜션 및 카페에는 우한 폐렴 그런 게 있었느냐는 듯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그동안의 시승들을 통해서도 많이 목격했던 거지만, 정말 여러모로 현재의 시대상황 및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 내수입3교를 나오면서.

 

 

또한 이번 노선은 아까 명달리 노선과 다르게 수입1리를 경유하였는데, 한때는 청평 차도 이곳을 들러주었던 곳답게 소규모의 시가지가 있더군요. 이곳까지 와주었던 청평~삼회리 노선은 2010년대 들어 갑자기 첫차와 막차만 이곳 수입리를 들러주는 것으로 바뀌었다가(정말 설마했는데, 그분께서 정말 첫차와 막차만 수입리를 간다는 정보를 주셨던 바가 있었죠;;;) 결국 삼회리 야밀마을로 단축되고 만 역사가 있었던 겁니다. 삼회리 노선의 단축은 안타깝게 다가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방법은 있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던 적도 있었죠.

 

 

▲ 수입1리 시가지로 들어가는 길은 의외로 1차로였습니다.

 

▲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살던 수입1리.

 

▲ YP 서종행복버스 내수입 노선.

 

▲ 내수입 노선 확대도. 내수입3교에서 회차합니다.

 

 

그렇게 다시 서종면사무소로 돌아오니 오후 3시 17분이었고, 우리는 군내버스들이 시종착하는 문호리 버스종점까지 슬슬 걸어서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맞이방으로 들어가 작전 회의(?)를 하게 됩니다. 미스바기도원 노선은 지금부터 걸어가면 탈 수는 있지만, 문호리는 일부러 오지 않으면 생각보다 오기 매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이참에 제가 타지 못했던 노선들까지 뽕을 뽑아버리자는 석준형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이었죠. 공공버스도 있겠다, 용문~잠실 G9311번마냥 문호리~잠실도 공공버스로 뚫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ㅅ- ㅋ  (사실 문호리~잠실이 쉽게 운행될지는 미지수이기는 합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때문에 문호리에서는 서울을 많이 가는 편이지만, 문호리 그리고 서종이라는 이 동네의 이면을 생각한다면...)

 

 

[도보]
서종면사무소 1517 - 문호리종점 1520~1538 - 미스바기도원 1623

 

결국 제가 타지 못한 명달리, 서후리(이건 기존의 문호리~정배리 노선이 서후리 노선과 통합되며 순환 운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리고 목왕1리까지 해결지어버리는 뽕뽑기 계획은 완성되었고, 우리는 오후 3시 38분에 맞이방 문을 열고 나와 미스바기도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길이 오르막인데다 그게 계속 이어지는 탓에 생각외로 멀더군요.

 

 

▲ 누가 부자들이 전원주택 짓고 사는 걸로 유명한 서종면 아니랄까봐, 미스바기도원으로 올라가는 도중 찍어본 이곳 문호5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 전원주택들을 지나 계속 가니 쩌는 1차로 길도 등장합니다. 물론 버스가 진짜 이 길로 간다는;;;

 

▲ 아직도 종점까지는 1.4km가 남아있는 현실. YP행복버스 노선 중에선 이 다리골이 제일 어려울 듯;;;

 

▲ 결국 도착한 미스바기도원.

 

▲ 행복버스가 과연 회차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종점이었지만, 여기까지 오는 것은 맞으니 기다려봅니다. ㅎㅎ

 

▲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듯, 기도원은 허름한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이 8월 한여름인데다 하루 중 제일 덥다는 오후 3~4시 사이이기까지 해서 땀이 계속 흘렀지만, 꾸역꾸역 앞으로 전진하니 결국 오후 4시 23분에 미스바기도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문을 닫은 기도원인지 지도에서 언뜻 찾았을 때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기도원같이 생긴 곳은 이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죠. 근처에 수돗가가 있어 물을 틀어보았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고, 버스가 오려면 아직도 15분 남짓 남은데다 근처에 그늘이 하나도 없어서 나름 고행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오후 4시 40분 시간 맞추어 버스가 오는데, 다행히 버스는 갑자기 나타났던 포터의 방해를 뚫고 무사히 회차에 성공하고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출발합니다.

 

 

▲ 목마른 기다림 끝에 드디어 들어오는 YP행복버스.

 

▲ 어렵게 남겨본 정면주행 모습. 버스 노선치고는 짧지만 개쩌는 1차로길이었습니다. ㅋㅋ

 

▲ YP 서종행복버스 다리골 노선. 미스바기도원 앞까지 갑니다.

 

 

[서종행복버스 문호리~미스바기도원(다리골)][500, 현금]
미스바기도원 1640 - 문호리종점 1645

 

버스에 오르니 정말 시원했습니다.

중간에 타는 사람 없이 단 5분만에 문호리 종점으로 다시 돌아왔기에 타자마자 금방 내려야 했지만, 더위에 지쳐가던 우리에게 정말 단비가 되어주었죠. 어쨌든 저도 YP행복버스를 다 타보는 데 성공하였고(사실 노선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그것들은 기존 군내버스와 운행경로가 같아서 안 타도 됩니다), 이제 단월 그리고 청운면 행복버스 한 가지씩 남겨두는 상황이라 우리는 기쁨의 도가니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문호리종점을 오후 5시 5분에 출발하는 명달리행 버스를 타게 됩니다. 명달리는 타보려다 못 탈 수밖에 없게 되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드디어 오늘 타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죠. 하지만 버스를 탄 지 약 40분쯤 후, 헐떡이며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 드디어 타는 명달리 노선. 깊이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느끼게 해주는 노선들 중 하나였죠.

 

▲ 수입리로 가는 길 역시 경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승합차 차량으로 왔다갔다하다가 드디어 군내버스를 타게 되어 이렇게 찍을 수 있었네요.

 

 

[금강고속 9-1번(문호리~명달리)][1450]
문호리종점 1705 출발 - 서종중교 1708 - 문호4리,꽃대울 1710 - 수입1리마을회관 1715 - 수입교 1717 - 수입3리마을회관 1719 - 석바탕 1724 - 능곡 1727 - 노문리갈문부락 1728 - 이항로생가(회차) 1730 - 명달리,상산재 1734 - 명달생태마을입구 1736 - 명달리종점 1740

 

버스는 다시 한 번 감탄이 나오게 하는 북한강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까 YP행복버스로 지나갔던 수입1리를 비롯하여 이항로생가까지 아까 88-4번으로 지나갔던 길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서울~춘천 고속도로 서종IC 때문에 양수리 윗동네 지역인 서종면은 더 이상 가기 불편한 오지가 아니게 되었지만(이전에는 양수리 또는 신청평대교를 무조건 거쳐야만 했죠) 그건 도장리나 수능리, 정배리, 수입리 등 문호리와 가깝거나 접근하는 길이 나은 축에 드는 마을들 얘기고, 명달리는 그렇지 않다라는 듯 정말 가는 길마다 보이는 것은 산뿐이었습니다. 수입리를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갈수록 길가에 보이던 펜션이나 카페 등도 자취를 감추고 있었죠. 

 

 

▲ 다시 한 번 지나가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입2리 마을회관앞(석바탕) 버스정류장.

 

▲ 역시 다시 한 번 지나가게 된 이항로생가 버스정류장.

 

▲ 의외로 구석진 장소에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듯 하지만, 그 덕분에 멋이 나는 듯한 이항로 생가.

 

▲ 이항로생가를 나와 본격적으로 명달리로 향하는 버스. 오르막길이 꽤 있더군요.

 

 

이항로생가를 나와 본격적으로 명달리로 가니 고갯길이 등장합니다. 아까 노문리만 해도 첩첩산중이었는데 또 고갯길이라니, 명달리 노선의 정말 만만찮은 난도가 실감날 지경이었죠. 사실 명달리종점에서 서후리까지 고개를 2개나 넘어야 해서 그렇다는 것은 안비밀

 

고갯길을 넘어가니 여기가 명달리라는 듯 안내방송에도 드디어 명달리라는 지명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생태마을입구를 지난 버스가 별안간 왕복2차로 큰길을 버리고 1차로 길을 질주합니다. 서종면에서도 가장 첩첩산중에 외진 동네인 이 명달리를 가는 노선버스도 1차로 길을 달린다니 김천의 산골짜기 오지노선을 타는 듯한 느낌마저 살짝 들 지경이네요. ㄷㄷ;;

 

 

▲ 깨알같지만 생각보다 쩔었던 명달리 노선의 1차로. 문호리로 나가는 방향이 아니라서 안 들를까봐 걱정도 되었었다는 뒷이야기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버스가 이 길을 가주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ㅎㅎ

 

 

1차로 길을 달려서 버스가 경유한 곳은 마을회관이었는데, 여기에도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큰길로 그냥 종점까지 갈 줄 알았던 이 명달리 노선의 반전이었는데 석준형이 이걸 노렸던 듯, 저를 보더니 웃더군요. 오우~ 혁님~! ㅋㅋ

 

1차로 길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질은 1차로 길을 달리는 다른 동네의 오지노선들과 비교해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기에 더더욱 이 반전 매력이 다가오게 되더군요. 1차로 길을 나와 다시 왕복2차로 도로로 합류한 버스는 또 다시 급커브길을 한 번 지나고 난 다음 직진을 하더니, 고시원을 지나 제법 크게 지어진 기와집 있는 곳에서 종점이라며 멈춰섭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40분이었죠.

 

 

▲ 회차를 마친 버스. 여기가 명달리 종점입니다.

 

 

[도보]
명달리종점 1740 - 정배초등학교 1814 - 서후1리마을회관 1918

 

이제 올 것이 오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 서후1리 마을회관까지 빡세게 걸어가야 했던 겁니다. 서후1리 마을회관까지는 7.3km 거리였고, 서후1리에 버스가 도착할 시간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명달리 종점에 서있는 버스만 얼른 사진으로 남기고 바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명달리 종점을 지나니 금방 급경사 언덕길이 나오는데 경사도 표지판을 보니 10%더군요. 몇 발자국 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숨이 차서 참 엿같았지만, 그래도 이 만만찮은 고개를 넘으니 금방 내려가는 길이 나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이 이니셜 D에 나올 법한 엄청난 급커브라서 혀를 내두르게 되었죠. 

 

 

▲ 명달리에서 정배리로 내려가는 고갯길입니다. 여기가 경기도라는 게 실감이 나질 않더군요;;;

 

▲ 명달리 노선은 명달리로 타고 들어갔다가 걸어내려와야 합니다. 정말입니다. 와....

 

▲ 고개를 내려오며 바라본 정배리의 모습. 고저차가 진짜 미친 듯;;;

 

 

이 엄청난 고저차를 뚫고 고갯길을 내려가던 우리는 정배리 마을 쪽으로 나있는 길로 빠지게 됩니다. 이 길이 정배초등학교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길이므로 정배초등학교 앞 왕복2차선 도로로 나오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엄청난 고저차라는 단어가 헛소리가 아닌 듯, 이 마을길 역시 경사도가 10몇 %로 추정될 정도로 가팔랐기 때문에 내려오는 내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도 명달리 노선을 어떻게 탈까 계획하다가 알게 된 이 길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 건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더군요. 이 길을 통해 명달리로 올라가서 버스를 타는 경우의 수도 생각을 했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실행에 옮겼었더라면, 지금보다 배 이상 힘들었겠지만 말이죠. -ㅅ- ㅋㅋ

 

 

▲ 정배초등학교로 바로 이어지는 마을길마저 경사가 장난아니었습니다. 신발 앞창 뚫려버리는 줄;;;

 

 

신발 앞창이 뚫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팔랐던 마을길을 따라 전진하니 그래도 경사가 점점 완만해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정배초등학교가 보입니다. 분교장으로 격하되고 없어질 위기였다가 다시 학생수가 늘어 다시 본교로 승격되는 기사회생을 보여주고 있는 학교였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교생은 100명도 안 되지만 그래도 유지가 되는 것은 물론,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학부모까지 있을 정도였죠.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정배리에 위치한 정배초등학교. 수입초등학교와 더불어 문호리에 있지 않은 유이한 학교이며, 수입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기 때문에 시골 초등학교의 이점을 누릴 수 있기도 합니다.

 

 

사실 이 학교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자동차의 보급과 서울~춘천 고속도로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각종 개발이 지역에 마냥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사실 정배리는 의외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동네이며, 이곳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자동차 한 대씩은 꼭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 아이의 등교 문제도 자연스럽게 처리가 되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서종 지역 카페의 통학 관련 글들을 보면, 저의 말이 구라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거구먼요. ㅎㅎ). 하교할 때는 버스 시간 관련 문제도 있을 듯 싶지만, 어쨌든 지역의 발전은 결국 이런 것들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정배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을 지나 다시 서후리를 향해 가게 됩니다. 또 다시 경사도 10%의 고갯길이 우리를 반기는데, 석준형에게는 양평을 출발하여 중미산을 넘어 문호리로 가는 버스를 정배리에서 잡아타기 위해 서후리 종점에서부터 걸어 넘어왔던 기억이 있는 고갯길이기도 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도 더 지나버린 일이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했지만 석준형 역시 그 일이 생각나는 듯, 이 고갯길은 정말 저 때문에 너무 오래간만에 넘어본다고 하더군요. 사실 석준형의 입장에서는 또 갈 이유가 딱히 없을 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게 있어서는 정말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이 고갯길은 아까 명달리와 다르게 경사도 10%가 정말 길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살이 조금 빠진 상태지만 이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고, 아까 명달리에 이어 또 고개를 넘는 것이라 더욱 숨도 차고 덥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죠. 하지만 어차피 각오한 일인데다 도중에 무른다고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만치 앞에 있긴 했지만 석준형도 있으니 어떻게든 앞으로 계속 전진하게 되었고 결국 오르막길을 다 오르게 됩니다.

 

 

▲ 정배리에서 서후리로 넘어가는 서후고개. 고개 정상에 세워져 있으며, 결국 이 고개를 극복했다는 나름의 증표(?)가 되어주었습니다.

 

▲ 이제는 서후리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ㅋㅋ

 

 

고개를 내려오면서는 그늘이 많기도 했지만, 해가 슬슬 지고 있다보니 정말 시원했습니다. 이렇게 험한 산골짜기에도 자전거 라이더들이 찾아오는지, 자전거 사고 주의 표지판도 보였죠. 그런데 표지판을 보니 세워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아는 저였기에 한편으론 다른 의미에서 공포가 느껴지더군요. 결국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이런 곳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말이 진실이 될 것이었기에 말이죠. -ㅅ-;;;

 

 

▲ 다른 의미에서 공포로 다가온 자전거 사고 주의 표지판.

 

▲ 목적지까지는 아직 더 가야 했지만, 어쨌든 오후 7시 4분에 서후1리라는 지명을 드디어 보고야 맙니다.

 

 

산촌체험마을 입구를 지나 앞으로 걸어가니 서후1리(동점)이라 적혀있는 버스정류장이 보이는데, 때마침 이 정류장 맞은편에 허름한 슈퍼가 있더군요. 처음에는 다 쓰러져가는 모습이라 문을 닫은 것이 아닌가 했지만 다행히 문이 열려 있어서 우리는 포카리스웨트를 2병씩 사서 마시며 쉬다가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더위를 뚫고 고개를 2개나 넘은지라 정말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죠.

 

 

▲ 서후1리 교회로 나와있는 서후1리(동점) 정류장. 맞은편 슈퍼 때문에 기억에 남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우리는 슈퍼에서 5분 남짓 쉬다가 서후1리 마을회관을 향해 걷게 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굳이 걸어갈 필요가 없었지만, 기존 정배리 노선이 지금과 같이 서후리를 들러가는 순환으로 변경되고 나서는 서후2리를 안 들르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죠. 냐잉 -ㅅ-;;

 

그래도 딱 한 정류장 거리인지라 서후1리 마을회관은 오후 7시 17분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2분 뒤에 버스가 쩌는 1차로 길을 뚫고 나타납니다. 명달리종점에서부터 시작된 빡센 도보는 이로서 끝이 나게 되었고 우리는 결국 생존에 성공하게 되었죠. 시간 계산을 해보니 명달리종점을 오후 5시 40분에 출발하여 서후1리 마을회관까지 1시간 30분을 걸었더군요(단순 계산하면 1시간 30분이 넘지만, 슈퍼에서 쉬었던 5분 남짓한 시간을 빼야 합니다). 지도로 도보 거리 및 시간을 찍어보면 1시간 50분 가까이 나오는데 이걸 이렇게 걸어버린 우리도 참 후덜덜했습니다. -ㅅ-;; ㅋㅋ

 

 

▲ 서후1리 마을회관.

 

▲ 서후1리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

 

▲ (2장 모두) 서후1리 마을회관에서 드디어 만나게 된 버스. ㅋㅋ

 

 

[금강고속 9-2번(문호리~서후,정배~문호리)][1450]
서후1리마을회관 1919 - 서후2리마을회관(회차) 1924 도착, 1925 출발 - 서후1리,두터골 1926 - 정배리종점 1932 도착, 1935 출발 - 정배초교 1936 - 도장2리 1940 - 마진배,수능삼거리 1946 - 문호리종점 1949

 

우리를 태운 버스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 그대로 달려 서후1리를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아까 음료수를 사먹었던 슈퍼를 지나더니 우회전을 하더군요. 결국 이 노선도 서후2리를 경유하는 거였구나 싶었는데, 슈퍼에서 서후2리로 들어가는 길은 왕복2차로로 포장이 되어 있었지만 서후2리 버스종점 근처로 1차로 길이 아직 꽤 남아 있었습니다.

 

 

▲ 서후1리의 개쩌는 1차로 길. ㅋㅋ

 

▲ 우리가 음료수를 사먹었던 슈퍼입니다. 2022년 6월 현재도 잘 있었으면 싶더군요.

 

▲ 서후2리 종점.

 

 

서후2리에서의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버스는 손님을 내려주고 바로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다가 오후 7시 25분이 되자 바로 왔던 길을 다시 빠져나왔다가 우리가 걸어왔던 고갯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비록 현대버스가 대우버스에 비해 동력이 딸린다지만 그래도 어쨌든 버스는 버스인 만큼 금방 고갯길을 오르고 내려오는데, 정말 엔진음을 듣지 않는 이상 버스가 경사도 10%짜리 고갯길을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지경이더군요. 분명 나는 아까 전에 정말 낑낑대며 힘들게 넘어갔던 길인데...-ㅅ-;;

 

 

▲ (3장 모두) 버스 안에서 찍어본 서후고개. 아까 우리가 걸어넘어간 길인데, 분명 10%짜리 경사건만 버스 엔진소리를 듣지 않는 이상 실감이 안 나서 어이가 없었죠. -ㅅ-;; ㅋㅋ

 

 

아무튼 서후고개를 넘고 난 버스는 금방 정배리종점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중미산 노선을 통하여 지나가 본 바가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다시 와보는 정배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어두워지기 직전의 모습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도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아까 서후2리보다 더 오래 서있다가 출발합니다.

 

 

▲ 현재는 여기서 종착하는 버스가 없으므로 명칭만 남은 정배리종점이지만, 문호리를 출발하여 정배리를 왕복하는 노선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정말 여기가 종점이 맞았습니다. 서후고개를 넘어가는 노선버스는 없었었죠.

 

▲ 멀어지는 정배리종점. 바로 위 사진 속 버스정류장은 서후리 쪽으로 우회전하자마자 바로 세워져 있습니다.

 

 

정배리종점부터는 이미 낯익은 왕복2차로 길을 통하여 문호리로 들어왔습니다. 사실 아까 정배초등학교 바로 앞을 지나는 왕복2차로 짜리의 그 도로였으니 말이죠. 

 

지금 시간은 오후 7시 49분이었고, 우리는 이제 귀갓길에도 오를 겸 하여 오후 7시 55분에 문호리를 출발하는 양수역행 버스를 탑니다. 바로 양수역으로 질러가는 8-4번이 아니라 서후리와 목왕리를 경유하여 가는 것이었지만, 바로 이걸 타야 제가 들어가보지 못했던 목왕1리 수양관을 가볼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서후리, 목왕리 경유 양수역행 버스. 세월이 흘러 이것도 대형버스인 대우 로얄시티에서 소형버스인 카운티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걸 로얄시티로 탔었던 때가 참 엊그제 같은데, 11년 만에 다시 타보게 되네요. -ㅅ- ㅋ

 

 

[금강고속 8-5번(문호리~수능,서후~목양1리,수양관~양수역)][환승]

문호리종점 1955 출발 - 마진배,수능삼거리 1958 - 소나기마을 2000 - 수능리,수능삼거리 2005 - 서후1리,안산교 2008 - 서후2리마을회관(회차) 2012도착, 2015출발 - 서후1리마을회관 2018 - 수능리,수능삼거리 2022 - 목왕1리마을회관 2026 - 목왕3리,지장사앞 2028 - 양수리수양관(회차) 2035 - 목왕3리 2038 - 부용1리 2039 - 부용2리마을회관 2042 - 양수역 2044

 

문호리에서 양수역으로 가는 노선버스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북한강변 도로를 따라 바로 양수리로 질러가는 노선(8-4, 8-44번 등)과 서후리, 목왕리를 경유하여 양수역으로 가는 노선(8-5, 8-55번 등)이 있습니다. 둘 중에서는 개쩌는 서후리 쪽으로 둘러가는 후자가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에 저도 문호리를 처음 왔던 11년 전의 어느 날, 서후리, 목왕리 경유 노선으로 양수역으로 내려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 당시 버스가 원래는 목왕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수양관도 경유해야 했는데, 그냥 쌩까버렸었다는 겁니다. 문호리 방향이라면 모르겠는데, 양수역 방향인데도 들르질 않았으니 정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나 운이 없었던 거지만, 이것 때문에 수양관은 또 하나의 골칫덩이가 되어 있었죠.

 

그래도 요즘은 ㅓ형도 웬만해서는 들어가주는 추세여서(여주가 특이 케이스죠) 이번에는 11년 전 그날의 불운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었기에, 어차피 집에도 가야하니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타게 됩니다. 버스는 다시 정배리 쪽으로 달리다가 소나기마을 쪽으로 우회전을 하였고, 개쩌는 서후리도 찍고 나옵니다. 문호리를 출발할 때부터 이미 캄캄해진지라, 버스 맨 뒤 차창을 보니 그야말로 암흑이더군요.

 

타본 지 오래된 노선이었지만, 그래도 이미 탔었던 노선이기 때문인지 전혀 낯선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서후1리 쪽도 신작로가 생겼는지 이전에는 서후1리 마을회관을 찍고 서후2리 종점으로 갔었던 버스가, 신작로를 통해 서후2리부터 먼저 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는 길에 서후1리 마을회관과 개쩌는 길을 경유하는 것으로 바뀌었더군요. 날이 어두워서 실루엣만 보이는 수준이었지만,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서후리 신작로. 이 도로 때문에 버스는 서후2리부터 먼저 갔다가, 나오면서 서후1리를 들르게 되었습니다.

 

▲ 어둠 속에서 건진 서후리 1차로 길. ㅋㅋ

 

▲ 아까 1시간쯤 전 우리가 버스를 탔던 서후1리 마을회관입니다.

 

▲ 수능리에서 목왕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정상에 위치한 터널. 이렇게 찍으니 귀신 나오는 터널 같네요;;;

 

 

서후리 구간은 신작로 때문에 1리와 2리의 경유 순서가 기존과 달라졌다는 것을 빼면 그래도 크게 변한 것은 없었고, 버스는 막힘 없이 양수역을 향해 쭉쭉 달려주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가 여기서 양수역 나가는 막차인 탓에 타는 사람은 양수역까지 가는 내내 아무도 보이지 않았으며, 문호리에서 같이 탔던 승객들 대부분은 수능리에 내려버려 버스 안에는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고개를 넘어 목왕리로 들어오니 안내방송에도 목왕리라는 지명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과연 버스가 수양관을 들어가줄지 긴장이 되더군요. 비록 11년 전과 같은 불운은 없을 거라는 사실은 직감했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기는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버스는 이런 저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정말 자연스럽게 좌회전을 하여 수양관을 들어갔다가 나와줍니다. 좌회전해서도 3분 넘게 달려 차단기가 내려와 있는 곳 바로 앞에서 버스가 회차하는데, 이곳이 양수리수양관이었죠. 이전에 지도로 봐왔던 것과 같이, 정말 길 끝까지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시간상 밤에 들어가보게 되었지만, 실루엣이라도 보는 게 어딥니까 ㅋㅋ

 

 

▲ 겨우 건진 양수리수양관 버스 회차지.

 

 

결국 이렇게 수양관도 들어가게 되어 11년 전의 불운도 극복이 됩니다. 집안 어디엔가 흘리는 바람에 도저히 찾지 못했던 물건을, 집안 청소하다가 발견하는 그런 기분이었죠. 또한 저도 문호리 노선들은 한 번 이상씩 다 타보는 데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명달리종점에서 서후1리까지 정말 만만찮은 급경사 고갯길을 2개나 넘어야 하는 빡센 순간은 있었지만, 결국 타보지 못했던 것들이 전부 해결이 되니 대박이었고, 그리고 고마운 거랑께요. ㅋㅋ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한 우리는 양수역에 도착하여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목을 축이고, 오후 8시 59분에 도착한 문산행 전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집에는 엄청나게 늦게 도착하게 되었고 전철에서 내리면서 카드를 찍어보니 압박스런 요금이 나오긴 했지만, 이런 요금이 나오는 것도 이미 이골이 나버린 지가 오래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네요. 무엇보다 어제의 실패는 있었지만 오늘 정말 많은 것을 건지게 되어 이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시승이었고 말입니다. 아참, 그리고 이번 시승을 계획한 석준형에게도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ㅎㅎ  오우~ 서~~~억님~! 개쩌시는 거임료 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든 사람들 -

 

기획

석준형

 

작가

느티나무

 

조연출

느티나무

 

연출

석준형

 

도움주신 분들

경의중앙선 기관사님들, 금강고속 버스기사님들, 단월행복버스 및 YP행복버스 기사님, 홍천 현대교통 기사님, 양평 택시 기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