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0년~2021년

2021년 12월 4일 - 입구만 다녀온 광명동굴 방문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8.

이날은 오래간만에 광명동굴을 한번 갔다와보기로 하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습니다. 광명동굴 개발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소하동 쪽으로도 입구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쪽 입구로 들어가면 과연 학온동 쪽 입구와는 반대쪽으로 동굴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던 겁니다. 그동안 가까운 곳은 갈 기회가 없어서 오랫동안 궁금증을 묵혀둘 수밖에는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광명동굴도 오래간만에 구경하러 가는 겸 해결할 기회가 찾아왔죠.

 

이리하여 5602번을 타고 오후 1시 54분에 석수역에 도착하는데, 이전보다 느려진 속도에 좀 의아함을 느끼면서 내려보니 때마침 석수역 바로 앞에 1번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를 올라가려고 하니(횡단보도 신호등은 언제 바뀔지 기약이 없어서) 이 버스가 출발해 버리더군요. -ㅅ-;;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는 횡단보도를 건너게 됩니다.

이 1번 마을버스는 석수역 건너편에도 서기 때문에 기회는 한번 더 있으니,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었죠. ㅋㅋ

 


[자경마을버스 1번][환승]
석수역건너편 1358 - 기아자동차정문 1404 - 기아자동차남문,광명역역세권1단지후문 1406 - 광명경영회계고교 1408 - 개운아파트 1411 - 광명동굴3주차장 1418

 

과연 또 탈 일이 있을까 싶었던 이 1번 마을버스도 결국 다시 타보게 되네요. 이 마을버스도 소하동 쪽 광명동굴 입구 바로 근처를 지나기 때문에 타게 되었는데, 이곳은 철산역~서면초~광명역 라인에 속한 곳이라 화영운수 버스를 타도 충분히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왕 광명동굴 소하동 쪽 입구를 가는데 그렇게 가면 재미가 없죠. ㅋㅋ

 

 

▲ 제가 버스를 탔던 개운아파트 버스정류장. 정류장 표지판 맞은편으로만 버스가 오는 특이한 곳이죠. ㅋㅋ

 

▲ (2장 모두) 제가 석수역으로 온 이유, 그리고 1번 마을버스를 타고 광명동굴을 가려 했던 이유입니다. ㅋㅋ

 

▲ 광명동굴3주차장에서 찍어본 버스. 때마침 여기서 시간을 맞춰 가려는지 계속 정차해 있더군요.

 

▲ 광명 88번 마을버스가 개통될 당시 이용했던 정류장입니다. 현재는 이 정류장을 이용하는 버스가 없지만, 표지판은 아직 남아있더군요. ㅋㅋ

 

 

광명동굴3주차장에 내린 저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정차해버린 버스를 뒤로하고 광명동굴로 슬슬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미 들어가는 입구는 3년 전에 봐두었었기 때문에 찾아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과연 이쪽으로 가면 학온동쪽 입구와는 정반대로 동굴에 들어갈 수 있을지 ㅋㅋ

 

일단 입구쪽으로 슬슬 가보니, 코끼리차가 운행을 하는지 안내판이 걸려 있더군요. 여기에 코끼리차가 다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한 폐렴 때문에 운행을 중단했던 것 같은데, 다시 운행하는 것이었습니다.

 

 

▲ 광명동굴 코끼리차 운행 안내 및 요금.

 

▲ 코끼리차 무인 매표소. 이건 최근에 설치된 것인 듯;;;

 

 

코끼리차의 요금을 보니 2000원이더군요.

하지만 기왕 걸으러 왔는데 코끼리차를 탈 수는 없는 일.

때마침 오후 2시 30분에 열차가 있어서 출발시간도 다 되어갔지만, 그까이거 그냥 무시하고 나만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런데 금방 경사도 15%의 언덕길이 저를 반기더군요. 어이쿠야 ㅋㅋ

 

 

▲ 생각보다 급했던 언덕길. 숨이 차지만, 정말 숨"만" 차고 다른 곳은 쌩쌩하므로 열심히 올라가 봅니다. -ㅅ- ㅋ

 

▲ 광명동굴 가는 길과 누리길이 갈라지는 곳. 저는 광명동굴 쪽으로 가 봅니다.

 

 

급경사 언덕길을 넘어 계속 걸어가니 완전 등산하는 기분이더군요. 하지만 원래가 이러라고 있는 장소이고, 궁금해서 가보게 되는 장소였으며 운동도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에 기분좋게 앞으로 걸어가는데 광명누리길과 광명동굴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옵니다. 물론 저는 광명동굴을 갈 것이었기 때문에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곧 비포장 도로가 등장합니다. 

 

 

▲ 광명동굴로 바로 가는 길에 이렇게 비포장이 있다니 의외더군요. 걸어보기 괜찮은 길이었습니다.

 

▲ 만약 이 길로 버스가 다닌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ㅋㅋ

 

 

비포장 도로가 있었을 줄은 정말 예상외였는데, 이런 길은 맨발로 걸어도 괜찮을 법했습니다. 어싱(Earthing)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데서 하면 딱 그만인 것이었죠. 매일 여기까지 갔다가 오는 걸 반복한다면 건강도 따라서 찾아올 듯 싶더군요. 여기 근처에 사는 분들은 정말 괜찮은 장소가 이렇게 있으니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ㅎㅎ

 

비포장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니 아까 광명누리길과 길이 합쳐지는 듯 다시 포장도로가 나왔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니 목적지인 광명동굴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학온동쪽에서 왔을 때 보았던 그 장소 그대로더군요. 결국 광명동굴의 입구는 하나뿐이었던 겁니다. 혹시 소하동쪽으로도 진짜 입구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아 좀 아쉬웠습니다. 

 

 

▲ 제가 걸어왔던 길. 소하동쪽으로 가려면 저 왼쪽으로 난 길을 이용하면 되더군요.

 

▲ 광명동굴 입구. 그놈의 백신패스 때문에 저기 들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2차 이상 접종자들이었죠.

 

 

게다가 막상 동굴로 들어가보려니 그 좆같은 QR을 찍어야 했습니다. 저는 백신 2차 접종자였기 때문에 들어가볼 수는 있었지만, 정말 이걸 보는 순간 들어가볼 마음이 싹 사라지더군요. "중국은 큰 봉우리,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는 말로 이미 힌트를 주셨던 그 분이 있건만, 정말이지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었죠. QR을 찍는 순간 "누구누구가 모월 모일 몇시 몇분 몇초에 여길 왔다감" 하고 디지털 기록이 남는 것인데, 확진자 발생하면 이 QR 기록들 조회하고 검사 핑계로 압박하고 옥죄는 겁니다. 국가가 통제하는 장소(민통선 내부 등)를 간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데, 우리가 언제 국가에 어디어디 간다고 보고하고 허락을 받고 다녔는가 말입니다. 

 

사회에서의 착하다는 말은 좋게 말하면 당연히 바람직한 의미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덜떨어지고 아둔한 것인데, 이런 거 잘 알고 말할 인간들이 정작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없으니 정말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백신 백신 그러는데, 언제 그렇게 남들을 위한다 그러는지 참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렇게 남들을 위한다면서 정작 사기죄는 왜 그리 많은 것인지 -ㅅ- ㅋ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가 와닿는 현실이니 참 할 말이 없네요. 

 

김이 팍 새버린 저는 오래간만에 광명시장을 가기로 하고 77번 시간표를 보는데, 때마침 오후 3시 5분에 버스가 있었습니다. 버스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다, 운전 스타일이 전반적으로 매우 급한 노선이기 때문에 서둘러 버스정류장을 향해 내려가게 되었죠.

 

 

▲ 광명시장으로 가는 77번.

 

 

[화영운수 77번][1450]
광명동굴 1505출발 - 학온동주민센터 1508 - 광명역파크자이,동편정류장 1516 - 이케아,롯데아울렛광명점 1518 - 서면초,광명경영회계고교 1523 - 수자원공사,광명가압장 1527 - 밤일마을 1530 - 밤일로사거리 1534 - 광남사거리,광명교육지원청 1538 - 새마을시장 1540 - 광명사거리역6번출구 1542

오후 3시 5분이 다 되어 나타난 버스는 저를 태우자마자 바로 출발하는데, 역시나 1번을 제외한 화영운수의 다른 노선들과 달리 운전스타일이 급한 건 어디 안 가더군요. 시원시원하게 가는 것은 좋았는데, 안전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구름산터널을 지나 37분이 걸려 광명사거리역에 내리게 되었죠. 

 

 

▲ 이 당시의 화영운수 77번 시간표.

 

▲ 멀어지는 광명동굴 종점.

 

▲ 77번을 타야만 갈 수 있는 구름산터널. 몇 번째 지나가는 것인지 이젠 감도 안 오네요. -ㅅ- ㅋ

 

 

시장에 도착한 저는 전에 봐두었던 죽집에서 호박죽을 시켜 먹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는 재래시장이긴 했지만(사람들이 대형마트 휴무일에도 재래시장을 가지 않는 것은 왜 그런지, 상인들도 머리라는 게 있으면 생각을 좀 해야 할 거라능료 -ㅅ-;;),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분위기는 살아 있어서 좋더군요. 빠르고 편리하니까 디지털에 대해 환상을 가진 인간들이 많지만, 사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해 본다면 디지털이라는 건 마냥 좋은 것이 아닌 만큼 더더욱 그랬습니다. 오늘은 결과만 놓고보면 광명에 와서 등산아닌 등산을 하다가 죽 한 그릇 먹고 집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었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낫더군요. 맛있는 호박죽을 먹고 나서는 집에 갈 때 시흥경찰서로 노선이 연장된 39번을 타주면 아주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39번도 결국은 외부노선이므로 언젠가는 다 타게 되어 있는 것인데, 연장구간을 이용해보니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는 경원여객이 골치 좀 아플 것 같더군요. 저의 이 예상은 추후 530번이 39번에 비해 실제로는 밀린다고 보면 되는 그림이 나오면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데, 중국이 외교하는 것마냥 무조건 자신들만을 위해 박박 우기고 이웃에 대해 폐쇄적으로 나온 결과가 결국 자기 발등 찍는 걸로 돌아오게 될테니 나중에는 그 얼마나 한탄스러울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 역시 호박죽은 이래야 호박죽이죠.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