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월 쪽 노선들을 타보기 위해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는 충주행 직행버스에 승차합니다.
첫 타자는 장평리 노선이었는데, 하이닉스 쪽으로 해서 태평리, 장호원 내려가는 차가 생각보다 잘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장평리에서 차를 타고 나오기로 코스를 짰습니다. 저를 도와줄 버스는 이천에서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하는 28-1번 태평리 행 버스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호법분기점 쪽에서 갑자기 길이 밀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조금 늦은 오전 9시 40분에 하이닉스에 도착하고 맙니다.
대월면은 처음 도전하는 동네라 지도와 시간표만 보고서 소요시간 예측사격을 해야만 했는데 터미널에서 하이닉스까진 15분 정도 걸릴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28-1번 갔겠다 싶어 장평리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럴수가 28-1번과 장평리 차가 같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찰나의 고민 끝에 저는 장평리행 버스를 타게 됩니다.
사동리에서부터 큰길을 버리고 지방도로를 달리는데 주로 신작로보다는 구길을 많이 이용하더군요. 그런데 대월면사무소가 있는 초지리는 동네가 좁은 1차로 구길에 형성되어 있는 탓에 버스들이 전부 그쪽으로 들어가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초지리의 거리들은 시간이 멈춘듯 한 좁은 골목길들이었구요. 장평리 노선은 농협에서 좌회전을 한 뒤 바로 부필리를 거쳐 장평리로 가는데 막바로 직진을 하니 눈앞에 들어오는 건 1차로 길입니다.
버스가 가나 싶을 정도의 길을 경기대원 로얄미디는 잘 헤쳐 나가고 있었고, 오전 10시 5분을 지나 종점인 장평1리 마을회관에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기에 장평1리라고 하니, 알았다면서 문을 닫으시는데 엥? 버스가 회차를 하지 않고 안쪽으로 더 가는 거였습니다. 마침 제가 가려는 방향으로 버스가 가버리는 탓에 저건 또 뭐야 싶어 천천히 걸어나가는데, 그러고 보니 KD운송그룹 대월차고지가 장평리에 있다는 게 생각이 났습니다. 차고지 가려고 그랬던 것 같더군요.
장평리 종점에서 시몬스침대 공장을 지나 5분을 걸으니 태평리, 장호원 버스 다니는 3번 국도가 나왔고, 신해2리 흔바디 버스정류장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흥리를 잡기 위해 태평리에서 올라오는 28-1번을 기다리는데, 오전 10시 25분이 되자 아까 탔던 장평리 버스가 이천 쪽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제가 걸어나왔던 길 그대로 다시 들어가 버리는 것을 봅니다. 역시 차고지 갔다 왔구만 ㅋㅋ
어쩐지 장평리라는 지명 부터가 차고지 냄새가 슬슬 난다 싶더니만, 장평리 노선은 차고지 있는 안동네 교통편의 도모와 더불어 겸사겸사 차고지 들렀다 오라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장평리 출발시간 또한 장평리 종점이 아니라 차고지 시간인 것 같았구요. 어차피 출발시간을 차고지에서 맞추나 종점에서 맞추나 거리가 가까워서(흔바디에서 대월차고지까지 딱 한 정류장;;) 그게 그거였죠.
오전 10시 30분에 드디어 태평리에서 올라온 28-1번이 도착하였고, 13분 뒤 하이닉스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8번이 아까 두 대 지나가더만 다음 차가 도무지 올 생각을 하지 않아 초조한 가운데, 오전 11시가 되서야 겨우 한 대 나타난 걸 보니 매냐들이 말하는 크롬시티더군요. 이천에도 차량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만, 그것보다는 오전 11시 25분에 대흥리에서 출발하는 버스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가 중요했습니다. 하나라도 삐끗 하면 아작나기에 -ㅅ-;;;
8번 종점이 하이닉스 뒤편에 현대사원아파트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목적이 8번 종점 오는 것도 아니었고 초행길이라 시간 여유를 좀 더 둬야 했습니다. 다행히 8번이 제때 와줬고 사원아파트 종점까지는 정말 5분도 안 걸린 덕택에 사원아파트를 뚫고 대흥리로 걸어내려갈 수 있었죠.
사원아파트 쪽은 좀 시끌시끌했던 것에 비하면 대흥리 쪽으로 오니 경치도 좋고 조용하더군요.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바로 삼거리가 등장하는데, 대흥리 노선의 종점이 이 근처라는 건 알았지만 주변을 살피니 삼거리 비슷한 게 하나 더 있는 것 같아 차가 이곳에서 돌리는지 저 쪽 삼거리에서 돌리는지 확신이 안 서는 상황이 되더군요. 지도를 살펴도 제가 있는 부분은 삼거리도 아니었습니다. 지도의 부실까지 겹쳐서 나원참 -ㅅ-;;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 계셔서 물어보니 여기서 돌린다고 하는데, 뭔가 좀 떨떠름한 느낌이 들어 때마침 반대쪽에서 사람 두 명이 걸어오길래 그들에게 물어봤더니 버스 저만치 삼거리에 서 있다고 하더군요. 그분들의 도움 덕분에 대흥리 종점은 간단히 찾아내고 당당히 카드 찍으며 버스에 승차했죠. 그런데 단말기가 이상한지, 환승 처리는 됐지만 "환승입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흥리 노선은 8번과 다르게 대월 쪽으로 돌아서 사원아파트 뒷동네인 대흥리로 오는 것이었는데, 대흥리 종점에서 사원아파트까지는 가까운 편이었지만 길이 오르막인 탓에 어르신들에게 특히 필요한 노선인 것 같았습니다. 대흥리 아랫동네인 대대리 주민들에게도 물론이구요. 8번이 조금 연장된다면 좋겠지만 연장된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닌데다, 사원아파트에 막혀 그럴 수도 없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슬슬 오전 11시 30분 다 되어가서 난감하던 가운데 버스는 대대리를 지나 대월 쪽으로 향하는데, 왕복 2차로 길로 갈 줄 알았더니 웬 1차로 길을 달리는 겁니다. 좁은 골목길도 질주하지 않나... 오 놀라워라;; 지도만 언뜻 봐선 평범하다고 넘겨버리기 쉬운 예측불허의 노선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ㅋㅋ
이번에는 계획상 대월농협까지 가지 않고, 대월초등학교 골목길에서 내려 지도를 보면서 도리리 가는 길을 찾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어느새 오전 11시 30분을 넘었건만, 큰길로 나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겨우 큰길을 찾아 그 길 따라 도리리 입구 주유소에 도달하니 오전 11시 43분인데, 도리리까지는 아직도 1.9km나 남아서 한숨이 나옵니다. 그냥 농협까지 가서 도리리 차 타고 들어갈 걸 싶더군요. 시간도 딱 됐는데 ㅜㅜ
그런데....그런데....!! 도리리 입구 400m정도는 도로 확,포장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공사 마무리가 안 되었는지 노면도 평평하지 못하고, 한 차로를 막아버린 곳도 있더군요. 아... 공사 때문에 버스가 도리리에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버스 타고 그냥 들어가야 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종점까지 걸어가기엔 시간이 빠듯했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도리리는 타기가 나빠지는 탓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일단 혹시나 싶어 공사장 아저씨께 버스 같은 거 안으로 들어갔냐고 여쭤보니 시내버스 아까전에 들어갔다고 하십니다. 아아아악~~!!
정말 어쩔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포기하기도 뭣하니,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가보는데 장난 아니게 멉니다. 공사현장을 지나니 다시 1차로 길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가도가도 끝없는 길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도리리에서 나오는 차가 오후 12시인데 그 때까지 갈 수 있을지;;; 이번 코스에서 제일 빡센 순간입니다.
날씨마저 저를 도와주지 않더군요.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어마어마한 불화살들을 피할 곳조차 없습니다. 게다가 날씨만 더우면 괜찮은데 길 옆 논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얼굴에선 어느새 땀이 나오고 목도 말라오기 시작합니다. 아까 하이닉스에서 사 뒀던 생수는 다 마셔버려서 빈 병만 남았는데, 도대체 버스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래도 하늘이 도왔는지 오후 12시 약간 안 된 시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교회 쯤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별안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아까 대월에서 헤맨 게 결국 결정타로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농협에서 내릴 걸.... ㅜㅜ 도리리 종점은 결국 보지 못하고 이천으로 나가는 버스 세워서 타고 나와야 했습니다.
카드 찍자마자 앞자리에 퍼집니다. 카드 대니 환승이 찍혔고, 오지노선탐험가에게서 "도리리 탔어요?" 하고 문자가 왔지만,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정신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땀 범벅에다 날도 덥고 정말 일사병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ㅅ-;;
그렇지만 마냥 퍼져있을 겨를은 없었고, 이번에도 저는 이천까지 가지 않고 하이닉스에서 하차합니다. 이천에서 오후 12시 15분에 출발하는 송라리 노선을 타야 했던 겁니다. 이 송라리 노선은 장평리와 더불어 시승 순위권에 들어 있었고, 이 오후 12시 15분 버스는 빨간 날에 운행을 안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타서 나쁠 건 없는 시간대였습니다.
이번에는 환승횟수 계산 상, 그냥 1200원 돈통에 넣고 탑니다. 태평리까지 오후 1시 50분 전에만 가면 되기 때문에, 송라리에서 태평리까진 걸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장평리나 송라리나 쩌는 길은 물론이지만, 태평리로 운동삼아 걸어가도 될 거리였죠.
송라리 노선 또한 장평리, 도리리와 마찬가지로 왔던 길 그대로 대월농협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큰길 따라 아까 걸어서 지나갔던 도리리 입구를 지나 밑으로 쭉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부필리로 해서 갈 줄 알았더니 그냥 구시리까지 큰길로 갔다가 송라리로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구시리 정류장 바로 앞에서 좌회전을 한 버스는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1차로 길을 질주하는데, 길도 쩔고 예상외로 굉장히 많이 가서 정말 기분 나이스였습니다. ㅋㅋ
오랫동안 구시리를 헤집던 버스는 드디어 송라리 마을회관에서 멈춰섭니다.
그런데 그만 여기서 큰 실수를 하나 하고 말았습니다.
그만 하차할 때 카드를 대 버린 겁니다. 하차할 때도 카드 대는 습관이 배여버려 분명히 "현금 내고" 탔는데도 불구하고 평소 내릴 때 처럼 카드를 대버리는 바람에 1100원 찍혔습니다. 이런;; 제가 당황해서 이걸 어쩌나 하는데 나름 아리따운 여기사님께서 조치를 취해주셔서 환승 받을 수 있게 찍고 내리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돈 돌려받아야 되는 게 맞지 않나 싶어 마을회관 앞에서 회차하는 버스로 다시 다가가서 아까 실수로 1100원 찍은 거 다시 동전으로 돌려줄 것을 이야기했지만 돌려주지도 않으십니다. 이것도 기회겠다 어차피 돈 낸거 이따 다시 타고 나가도 되는지 말을 꺼내봤지만 이것도 통하지 않았구요. 따지고보면 제 잘못이지만 이런 경우를 겪으니 기막히더군요.
아까운 1100원 날리자니 돈이 아까워서 시간표를 다시 살피니 송라리를 거쳐 태평리로 가는 차가 설성에서 오후 1시에 있었습니다. 원래 걸어갈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어이없이 날린 1100원 환승이라도 여러 번 찍자는 생각으로 이 버스를 타고 태평리로 가기로 했는데, 송라리 입구로 나와보니 설성 쪽으로 가는 방향은 길도 굽어 있는 데다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있어 시야 확보가 잘 안 되더군요.
기사아저씨가 그나마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니 20분쯤 후 여주군내버스가 한 대 옵니다. BM090 로얄미디였는데 정말 이런 옛날 차 타보는 것도 복이었죠. BM090 이젠 안산, 시흥에서는 시흥시 1번 마을버스에 두어대 말곤 하나도 안 다니는데, 현재 추세를 보면 KD운송그룹이 구형차 굴린다고 까기 이전에 이 차들을 타두는 게 효율적입니다. 아무튼 버스를 탔더니 태평리터미널은 5분도 안 되어 도착했죠.
태평리에서 시간표 확인들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동네가 큰 편이었습니다. 괜히 태평리 태평리 하는 게 아닌 것이, 태평리 하면 이천과 여주 사람들 그리고 버스매니아들을 제외하고도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들이 생각외로 많을 것 같았습니다.
송라리에서부터 타고 온 그 군내버스는 본두리 경유 여주로 행선판을 바꾸고 오후 1시 40분에 여주로 떠났고, 28-1번은 오후 1시 50분에 있었습니다. 목도 축이고 터미널 구경 잠시 하다가 승차장으로 나가보니 여주군내버스, 보라색 직행버스들과 함께 이천시내버스 BM090 로얄미디 하나가 이천 행선판을 꽂고 오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천행 버스로 몰렸고, 이천으로 올라가면서 슬슬 입석까지 발생했지만 도로는 막힘 없이 쭉쭉 뻗어있었습니다. 그 덕에 직행좌석버스나 경기순환 같은 일부 노선만 슬쩍 차량 제한속도를 올려놓는, KD운송그룹의 눈가리고 아옹 식 스피드 상향 정책으로 인한 시내버스의 여전한 저속 주행에도 불구하고 20분도 안 되어 하이닉스에 도착을 했죠. 아직 상활리 차 시간이 남아서 신하리 OB공장앞까지 가서 내리게 됩니다. ㅋㅋ
과연 명불허전 OB 공장답게 공장의 큰 규모가 입구에서부터 티가 팍팍 납니다. 그런데 이천 OB공장까지 왔건만, 친구가 전에 맥주공장 견학 갔을 때 봤다던 그 아파트 20층짜리만한 동양 최대 사일로(?)는 안쪽에 있는 모양인지 보질 못했습니다. 여행기 쓰면서 찾아보니 이천이 아니라 하이트맥주 공장이었나? 아무튼 나중에 다시 물어봐야 겠네요. -ㅅ- ㅋ
아까 하이닉스에서 8번을 기다리며 지켜본 바로는 이천 쪽에서 오는 버스들이 하이닉스까지 생각외로 시간이 꽤 걸려 내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20분은 걸리는 것 같았죠). 왜 그런가 신하리까지 올라와보니 감이 왔습니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이천 시내 한바퀴 돌고 나서 하이닉스로 내려오는 데다, 시내를 나와서도 하이닉스까지 신호도 많고 교통량도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28-1번 같은 간선급의 경우 사람들도 곧잘 타다보니 오지노선들에 비해 하이닉스로 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었구요.
이번에 탈 상활리는 오후 2시 10분에 이천을 출발하여 제가 있는 신하리 OB 공장앞에는 오후 2시 25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가 상당히 기어갑니다. 저러다 시동 꺼지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차도 부들부들거리고 있었는데, 가만보니 이건 노선이 짧더군요. 그래서인지 상활리 종점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았죠.
가산리까지 28-1번과 똑같이 가다가 이화아파트 뒤편으로 버스가 갑니다. 상활리 여기는 영동고속도로 아래의 조그만 오지마을이었는데 알고보니 여주군에 속하는 곳이더군요. 지도를 보니 이화아파트 근처로 이천/여주 경계가 갈리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화아파트 뒷길은 중앙선도 그어져 있고 상당히 깨끗합니다. 도로 확/포장공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인데, 좀만 더 빨리 올 걸....-ㅅ-;; ㅋㅋ
이제는 양거리 VS 본두리라는 정말 중요한 양자택일을 해야 했는데, 저는 태평리로 갔다가 본두리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택하여 3번 국도변 이화아파트 정류장까지 20분을 걷게 됩니다. 그런데 오후 3시 40분까지는 태평리로 가야 되는데, 직행들은 금방금방 나타나 슝슝 지나다니건만 이놈의 버스는 오후 3시 20분이 넘어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아 슬슬 급해집니다. 저의 애간장을 녹이던 28-1번은 오후 3시 26분이 되어서야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8분만에 태평리터미널에 다시 내릴 수 있었고 본두리 경유 여주 행 버스에 여유 있게 환승 찍으며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걸 타고 여주까지 그냥 가느냐?
태평리 쪽은 처음이다보니 그럴 만하긴 했지만, 여주에서 오후 3시 50분에 오계~능서 순환버스가 있어서 그걸 타기로 했습니다. 이 노선은 하루 2번뿐이었고, 이번 시간대에는 오계리 → 능서로 돌기 때문에 꼭 잡아야 했습니다. 그거 때문에 오후 3시 30분 양거리, 그리고 하루 몇 없을 듯한 왕대리를 버리는 거였으니까요.
오후 3시 40분이 되자 버스는 드디어 출발하였고, 5분 뒤 삼군리, 10분 뒤 본두 3리를 거쳐 오후 3시 58분에 이천거리를 지나 푸른유치원에 도착하게 됩니다. 버스에서 얼른 내린 저는 길을 건너게 되었고, 이제는 이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면 오늘 일정은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4시 10분이 지나고 20분, 그리고 30분이 되었는데도 여주 쪽이든 태평리 쪽이든 버스가 한 대도 안 지나가는 거였습니다. 어라 이렇게까지 버스가 늦을 리가 없는데?
여주 쪽을 보니 저 멀리 사거리가 있는지 이정표도 있었는데, 그쪽으로 걸어가보니 좌회전하면 오계리였습니다. 여주방향으로 조금 더 위에는 공사중인 육교와 함께 연라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이 있었구요. 이정표를 본 순간 버스가 제 쪽으로는 안 오고, 이 길로 바로 오계리 들어간 건 아닐까 하는 직감이 들었죠. 으아아아악!!!!!!!!
성공만 했다면 태평리에서 여주 안 거치고 바로 능서 가는 시승이 나올 뻔 했지만, 정말 마지막에 삑사리가 제대로 나 버렸습니다. 여주 안 거치고 태평리에서 능서 가는 것이고 뭐고간에 그 차 하루 2번인데....아..... 정말......입니다. ㅜㅜ
요즘 유행어로 데꿀멍 상태가 되었습니다.
오지노선탐험가에게 버스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니 이런저런 대화 끝에 영업소에 전화를 해본 모양입니다(고마웠지요. 전 전화번호도 몰랐는데ㅠㅠ). 차가 안 보이는 이유가 차가 광대리에서 고장나 수리중이라고 하더군요. -ㅅ-;;
이천거리 안 가고 연라초등학교에서 오계리로 슬쩍 바로 빠져버렸을까? 분명 센터장님이 자세하게 조사한 노고가 들어간 시간표인데 방향이 틀렸나? 시간표 옮겨 적을 때 잘못 적었나? 정말 별의별 생각 다 들었죠.
오지노선탐험가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되는지 이천에 가서 산내리, 보뜰 타본다고 하길래, 제가 전대미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적극 타볼 것을 권유했었습니다. 그래서 오지노선탐험가가 며칠 전에 보뜰 노선을 시승했었는데 센터장님이 보뜰 차 바로 전 코스에 탔었다고 하더라구요. 직접 타보면서 알아보시고, 지금도 직접 뛰고 계시는구나.....
그렇게 자세하고 정확한 시간표는 장호원 버스정보센터 카페 말고는 어디를 가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죠(여주군청, 이천시청보다 한수 위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입니다 ㅋㅋ).
나중에 오지노선탐험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시간표들을 확인해 보니 정말 설마했지만 제 느낌이 맞았습니다. 이천거리는 가지 않고, 연라초등학교에서 바로 오계리로 간다는군요. -ㅅ-;;; 어쩐지 방향은 맞는데 경유지에 가업,월송리는 있어도 이천거리(연라2리)는 안 써있더니만.... 확인을 제대로 안 한 탓에 마지막에 너무나 커다란 삑사리가 나버린 거였습니다. 오계~능서 순환노선도 광대,매류리 경유 태평리 노선처럼 이천거리 삼거리로 해서 오계리로 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던 겁니다. 아 이걸 어떻게 다시 메우나....;;;
서둘러 시간표를 다시 확인하니 여주에서 오후 4시 20분에 본두리 경유 태평리 행 버스가 있었습니다. 오후 4시 40분에 도착했는데 여주시내버스 적힌 차더군요. 아까 탔던 거 또 타는 거지만 귀가시간 문제에다 여주에서는 안산 행 직행버스가 없었고, 지금 오는 차를 보내면 다음 버스는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올 것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타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연라1리를 경유하는 때라(마침 오지노선탐험가도 그 이야길 했었고) 아까 그냥 직진으로 지나갔던 연라1리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여 연라1리를 찍고 나오는데, 그거라도 타본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지만 오계-능서 순환노선 실패한 것은 보상이 되질 않네요. ㅠㅠ
설상가상으로 기사아저씨께 돌려말하는 식으로 여기서 신지리 가는 노선을 물어보니(능서 간다고 했다간 태평리 내려가는 차 이미 타버려서 일이 꼬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르시다가 재차 말씀을 드리니 그건 대원고속 여주공영버스에서 관리하는 거라는데 우리는 태평리 경기고속 차라면서 부서가 달라 잘 모르시는 눈치였습니다. 여주 "시내버스" 와 여주 "공영버스" 는 알고보니 다른 개념이었구요. 결국 저는 아까 왔던 길 그대로 달려 오후 5시에 태평리터미널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알려주신 기사아저씨께는 고마웠습니다.
태평리 시간표를 보니 오후 5시 10분에 안산 행 버스가 있었습니다. 5000원 주고 표를 끊은 저는 오후 5시 10분 약간 넘어 도착한 대원고속 직행버스에 몸을 싣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사를 오니까 이전에 살던 곳보다 먼 동네를 가는 여건이 좋아졌음을 실감하게 된 시승이었습니다. 터미널에서 직행버스 타니까 빨리 가고 시간 여유도 조금 더 생긴듯 해서 좋네요.ㅋㅋ
연라리에서의 치명적인 삑사리는 많이 아쉬웠지만, 저의 하차 위치가 문제였을 뿐 코스 자체는 가능하다는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그리고 장평리와 송라리, 도리리 등 재미있는 노선들도 타서 좋았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장호원센터장님, 석준형, 그분, 오지노선탐험가
'버스 기행문 > 2011년~2015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9월 15일 - 전화위복, 그리고 삑사리의 이천 시승(능북을 해결하다) (0) | 2022.10.07 |
---|---|
2012년 8월 11일 - 삼인방이 함께한 여주군내버스 탐방기 (0) | 2022.10.03 |
2012년 7월 7일 - 경원여객 32번의 노선 연장 전날 마지막 좁은 길 시승 (1) | 2022.10.03 |
2012년 6월 9일 - 광명 가학광산, 부천 시승기 (0) | 2022.10.03 |
2012년 5월 12일 - [에코피아 가평] 가평군내버스와의 본격적인 첫만남 (0) | 202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