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천을 가서 백사,대월 쪽 노선들을 타보려고 했었는데 늦잠 때문에 코스는 흐지부지되고, 가학광산도 볼 겸 가까운 광명 쪽으로 동네구경을 가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지나간 시간 되돌릴 수 없으니 마음을 비우게 되었죠.
처음에는 철산 1동에서 오전 9시 20분에 있는 가학광산 노선부터 탈 계획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철산역이나 뒷골까지 그 시간 맞춰서 가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광명의 거의 유일한 오지노선이다시피한 7번도 해결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7번 시간도 잘 맞질 않았기에, 먼저 옥길동부터 해결을 보기로 하고 1번이 아닌 31-7번 → 39번 순으로 버스를 이용하여 오전 9시 43분에 승영사입구에 내리게 됩니다. 원래는 1번 타면 한번에 가고 빠른데 왜 두 번씩이나 갈아타면서 왔는가? 31-7번 차량 바뀌기 전에 구형 로얄시티도 한번 타보려는 것도 있었지만, 버스를 탈 때면 늘상 가는 길 대신 다른 길을 택하는 저의 성격 탓이었습니다. -ㅅ- ㅋ
승영사입구에서 부천 방향으로 난 길을 1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021번 마을버스 종점이 등장하는데, 가만보니 세풍운수 6614번도 여기가 종점이더군요. 이곳도 계수사거리, 범일운수 노온사동 차고지와 더불어 생활권이 완전 다른 동네로 연결되는 흥미로운 지점인 셈이었죠. 조금만 걸으면 생각지도 못한 동네로 가는 버스가 있다라는 이 느낌은 뭔가 코믹하면서도 아이러니합니다. 완전 시골 같은 이 동네에 6614라는 서울버스가 들어온다 라는 사실까지 있으니 더더욱 그랬죠.
매냐들이라면 시골길 가는 서울버스 이야기 나오면 분명 108번 이야기 늘어놓고 이젠 시골길 가지도 않는 6640번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했을 겁니다. 그러나 108번과 6640. 이야기는 거기까지 라는 게 보여서 뭔가 먹먹해지더군요. 버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중심은 분명 매냐들이고 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인 버갤 등등일 텐데, 돌아가는 것을 보니 뭔가 모르게 답답했습니다. 저야 고정닉 있었다가 때려 치운지 3년이 되어가니 그쪽에 신경 안 쓰면 그걸로 끝이지만 커뮤니티의 기능이 시원찮아진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거고, 그렇게 되면 나름대로 대가를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치르게 되어 있으니까요.
종점에는 021번 글로벌 하나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노선을 보니 여기를 출발해서 역곡역을 거쳐 함백마을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차에 걸려있던 시간표를 보니 15~20분 간격정도로 다니는 듯 싶었고, 6614번도 대충 15분에 한 번 정도로는 댕길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부천시 옥길동 이 동네 겉보기엔 영락없는 시골마을이었지만 실상은 버스들 은근 자주 다니는 쩌는 동네였네요. 조금만 나가면 광명 가는 차들 뻔질나게 다니기까지 하구요.
하여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021번 카운티 하나가 등장을 합니다. 카운티와 글로벌로 다니는 모양이었는데, 방금 왔던 카운티가 종점에서 회차를 하고는 바로 떠나려고 하길래 서둘러 그 버스에 탑니다. 버스는 부천/서울 시경계를 넘어 항동으로 들어가는데, 계수대로를 지나고 구로 07번과 만나는 정류장을 지나 골목길 좀 쑤시고 오전 10시 3분이 되어 역곡역에 도착합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였고(우와;;), 역곡역 오는 다른 버스들처럼 경인로 길가 정류장에서 타면 되겠더군요. 그런데 버스가 바로 떠나지 않고 잠시 짱을 박길래 기사님께 함백마을 간다고 하고 종점이냐고 여쭤보니 함백마을이 종점 맞다고 하고, 이 차는 거기서 오전 10시 30분에 나올 거라고 합니다. 혹시나 시간대별로 중간에 끊어지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건 없어서 다행이네요. 화영운수 본사에서 오전 11시 40분에 있는 7번을 타러 갈까 하다가, 함백마을이 어딘지 궁금증이 들어 그냥 이 버스 계속 타고 있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곡역을 출발한 버스가 다른 시내버스들과 비슷하게 범박동 아파트단지를 지나고 계수동까지 내려왔는데도 불구하고 함백마을이라는 곳은 나오질 않는 거였습니다. 심지어는 시흥시계가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내려왔는데도 함백마을의 함 자도 안 보이는데 버스는 계속 갑니다. 헐;;
완전 모르고 탄 거라 궁금증 반 불안함 반이었습니다. 오늘은 가까운 데 간다고 지도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느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버스는 웬 야산까지 하나 넘더군요. 그리고는 갑자기 1차로 길로 우회전 꺾어 들어가질 않나;;;
아니 도대체 이거 어디까지 가는 거야? 하고 당황을 하고 있는데, 입구에서 얼마 못 간 곳에서 회차를 하더니 여기가 종점인 함백마을이라고 합니다.
내리기 전에 버스 간격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이곳 종점은 큰 차(글로벌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가 들어올 수 없어 30분 간격이고, 저 앞에 산돌가든에선 15분 정도에 하나씩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나 산돌가든이나 정말 그 곳이 그곳이었지만, 큰 차를 탔었다면 이 1차로는 언감생심 놓칠 뻔했던 거라 잘 기억을 해 두며 기사님께 인사 드리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함백마을이라 해서 처음엔 무슨 아파트 이름인 줄 알았는데, 완전 예상외의 곳이었습니다. 가까운 데 간다고 지도 가지고 오지도 않았는데 당황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일단 버스는 자주 다니는 듯하니 다음 버스를 타기로 하고 산돌가든으로 슬슬 걸어가는데, 곧 갈림길이 등장합니다. 왼쪽은 아까 버스로 들어온 길인데, 오른쪽은 어딜까?
마침 가든 쪽에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셔서 문제의 오른쪽 길은 어디로 가는가 물어봤더니 광명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망설임 끝에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5분쯤 걷다보니 다리 건너에 아까 봤던 021번 두 대가 보이더군요. 엥?
다리를 건너 버스가 있는 장소로 가보니, 설마했지만 제가 온 곳은 처음에 021번 탔던 곳에서 딱 한 정류장 떨어진 부천남부생태공원이었습니다.
결론은 021번 버스 기점과 종점은 도보 조금만 하면 가는 곳이었네요. 출발하는 곳과 종점은 알고보니 서로 이웃 마을이었던 겁니다. 예상을 깬 정말 코믹한 마을버스에 웃음이 나오더군요. ㅋㅋ 이 마을버스가 광명 쪽으로 조금만 더 노선이 길어졌다면 광명/부천/서울 시경계를 헷갈리게 여기저기 쑤시는 더욱 웃긴 상황도 나올법했습니다. 그래도 여행기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 1차로 길 짧은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버스가 얼마 안 간 것이 다행이라는 섬찟한 느낌이 드네요. ㅋㅋ
환승을 받기 위한 목적이 있었지만, 부천남부역 인근 골목길 노선도 조금 보기로 하고 조금 뒤 도착한 6614번에 승차합니다. 6614는 아까 탔던 021번하고는 아파트 근처 삼거리에서 갈라져서 계속 2차로 골목길을 달렸는데, 여기 항동 안쪽 들어오는 단독노선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들 은근히 많았습니다. 인서울 끝자락 대학으로 알려진 성공회대도 봤는데 학교가 참 아담했다는 기억이...;;
이후로는 별 감흥없이 경인로를 따라 달려 오류동역에서 내린 후 인천 행 전철을 타고 부천역에 내립니다. 23-1번 탈까 20번 탈까 갈등을 때렸지만 정보가 그나마 확실한(옆동네 버스들도 자주 안 보면 조금씩 까먹는다는 -ㅅ-,;;) 23-1번부터 타보기로 하고 부천 남초등학교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75번이 오는데, 23-1번과 노선이 비슷해서 그냥 탔습니다. 제가 노린 건 부천 남초등학교부터 이어지는 골목길 그리고 높다란 언덕이었는데, 그 언덕은 예전에도 지나가본 적이 있지만 어우 그런 길을 큰 버스로 가니 정말 압박스러웠던 기억이 있었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더욱 놀란 것은, 75번의 경우 그 엄청난 언덕길을 부천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괴안동에서도 한번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매냐들이라면 75번 하면 장사도 시원찮다 등의 온갖 개소리를 늘어놓을 테지만, 제게는 소신여객 75번이 압박스런 경사의 언덕길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중에 또 그 언덕길 구경하러 가끔 이용해 봄직한(?) 노선이 되었죠. ㅋㅋ
중동역에 내리니 시간이 오전 11시 40분이었고, 20번을 탈 목적으로 송내역으로 가기 위해 큰길로 나가 88번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큰길로 나가는 도중 88번을 눈앞에서 놓치고 연달아 50번도 놓치는데, 그 이후로 5분이 지났는데도 송내역 방향으로는 버스가 하나도 안 보이더군요. 88번이 작년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은 노선이었는데, 연달아 차가 붙어가 버리곤 잠시 블랙홀에 빠진 모양입니다.
그런데 버스 기다리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차 지금 여기서 버스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7번이 화영운수 본사에서 오후 12시 50분에 차가 있었습니다. 가학광산행 7-1번은 오후 1시 20분에 철산 1동에서 차가 있었구요(더군다나 그게 막차입니다!!!). 그런데 20번을 지금 타면 7번과 7-1번을 못타게 됩니다. 그래서 서둘러 왔던 길 되돌아 중동역으로 가서 전철을 이용해 광명사거리역에 도착하니 오후 12시 10분이었죠. 가학광산 해결한 다음엔 20번 때문에 다시 부천으로 오게 생겼지만, 7호선이 있는 덕택에 부천에서 광명 가기가 정말로 편해서 다행입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화영운수 차고지를 가기 위해 11번을 타고 광명돔경륜장에 오후 12시 33분에 도착했지만 막상 도시에서 차 기다리려니 아까와는 달리 시간이 정말 안 갑니다. 게다가 7번이 본사를 나와서는 광명사거리 쪽으로는 가지 않고 바로 노온사동으로 가버리는 탓에, 큰길에서 기다렸다간 애로사항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돔경륜장~원광명~목감동 사이의 이 길은 범일운수 버스 빼곤 1차로로 버스가 그냥 가버릴 위험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화영운수 차고지로 그냥 걸어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11번 바로 앞에 오던 101번 걍 탈걸 -ㅅ-;;
화영운수 본사 차고지에 가보니 역시 배차 짧은 노선들이 많은 화영운수답게 여러 대의 버스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습니다. 오후 12시 50분이 되니 12번과 2번, 27번이 한 대씩 나오더니 바로 그 뒤에 7번이 나오는데, 물론 저 혼자만 이 7번을 타게 됩니다. 차고지를 나서자마자 바로 광명돔경기장 쪽으로 좌회전을 하는데, 돔경기장은 그래도 손님이 있나 없나 기사아저씨가 확인하는 것을 보니 거기서 기다려도 상관없는 듯했죠. 이럴 줄 알았으면 걍 거기서 기다릴걸 ㅋㅋ
화영운수 7번은 원노온사 안동네와 밤일을 경유하는 오지노선이었는데, 원노온사 안쪽과 밤일마을은 가겟집들이 예상외로 꽤 많았던 곳이었습니다.원노온사를 나오자마자 두 가족이 밤일마을 간다고 버스를 탔는데, 요금 문제로 일행 중 한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카드를 댔던 아주머니가 승차인원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카드를 대서 환승할인이 날아가버려 그런 듯 했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크게 소리를 지를 일인지;;; 아주 잡아먹을 기세더군요. -ㅅ- ;;
밤일 회차지에서 그 가족이 내리고 버스에는 다시 저 혼자 남네요. 기사아저씨께서 어우 그런 일 가지고 저렇게 소리를 지르나? 하시더군요. 그것으로 기사아저씨와 말이 트여 대화를 하다가, 가학광산 이야기를 꺼내니 거기 가는 7-1번이 철산 1동 우성아파트 뒤편 주차장에서 출발하고 철산역까진 8분정도 걸린다고 하시더군요. 7번이 2대 운행인데 그 중 1대가 낮 동안 그 7-1번 가학광산 노선 뛴다고 합니다.
시간을 보신 기사아저씨께서 철산역까지 가버리면 놓칠 가능성이 높으니 철산역 좀 못 와서 내린다음 길 건너 기다리면 맞겠다고 하시는데(이미 그럴 계획이었지만), 어느새 버스가 가리대를 지나 철산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탓에 금방 내려야 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건너편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니 드디어 7-1번이 등장하여 손 팍팍 흔들어 버스를 세웁니다. 오후 1시 30분 좀 넘은 시각이었지만, 이번 버스가 막차였던 탓에 꼭 타야만 했습니다. 7번 차량이었지만 노선은 달랐던 탓에 카드를 대니 환승이 됩니다. ㅋㅋ
가학광산행 버스는 아까 7번과 달리 밤일 쪽은 가지 않고 2, 3, 22, 75번 등 광명역 쪽으로 가는 일반버스들과 똑같이 가다가, 광명역은 경유하지 않고(광명역에서 이 버스 기다리면 새 된다는 거죠) 바로 서독터널과 뒷골을 지나 가학광산 이정표에서 우회전을 하더군요.
인적이 뜸해보이는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던 버스는 오후 1시 55분에 가학광산 주차장 "입구" 에서 종점이라며 멈춰섭니다. 여기서 광산까진 조금 걸어올라가야 했는데, 기사아저씨께선 오후 3시에 출발한다고 공지를 하시고 차를 돌리러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로서 1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남는데, 아마도 이 가학광산 노선이야말로 전국 시내버스들 통틀어서 쉬는 시간을 가장 많이 주는 노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듭니다 ㅋㅋ
이 7-1번의 시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7월 1일 이전의 시간표이며, 7월 1일부터는 가학광산이 상시 개방으로 바뀜에 따라, 7-1번은 40분 간격으로 고속철도 광명역~가학광산 간을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철산 1동 09:20, 11:40, 13:20
광산에서 11:00, 12:30, 15:00
※ 중간에 빨간색은 토요일에만 운행
버스종점에서 광산까진 5분정도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되었습니다. 때마침 광산 입구에 도착하니 관람객들 한 무리가 들어가려고 하길래 안내인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얼른 그 무리에 맨 마지막으로 끼어들었죠. 관람시간이 20분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개별 관람은 불가능, 가이드와 동행해야 함), 기왕 광산 보러 온 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보고 싶었던 본인인지라 시간관계상 이번에 꼭 같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광산은 듣던 대로 꽤 넓었고, 에어컨 틀어놓은 것 같이 매우 시원했습니다(본인이 느끼기엔 약간 추웠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보니 오후 2시 30분이 넘어 있더군요. 슬렁슬렁 다시 주차장 입구로 나와 버스에 다시 오르는데 카드를 대니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환승시간 30분은 이미 지난 지가 오래인데도 저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시간과는 상관없이 같은 차량을 타면 그러는 것 같더군요.
왠지 왕복으로 다시 카드 찍으며 타고 나오는 상황이 떠올라 좀 껄끄러워지지만, 기사아저씨께서 다시 1000원 찍게 해 주셨고, 오후 3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3시 30분이 되어 철산역에 도착합니다. 철산1동에서 광산 종점까지 40분 정도 생각하면 될 것 같더군요. 이제 부천남부역 인근의 골목길 노선인 20번과 6번을 해결하기로 하고, 철산역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송내역에 내립니다.
이번에 탈 성광운수 20번은 020번 마을버스로 다니던 노선이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20번이라는 시내버스로 다니지만 여전히 코스모스 차량으로 골목길 헤집고 다니는 인상깊은 노선입니다. 부천마을버스들 골목길이 나름 기대되는 만큼 성광운수, 부일교통, 청우운수 노선들 등등을 타봐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가까운 동네라서 인연이 안 닿는 건지 그러지를 못했네요. 그럴 시간에 먼 동네 한 번 더 갔다 와야지 하는 탓인가 봅니다.
아무튼 20번은 노선도 기대되지만 차량도 코스모스라는 구형 차라서 지금은 혹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노심초사가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쪽 지역에서 코스모스 차량이 다닌다는 다른 노선은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우운수 노선들 죄다 시내버스로 바뀌면서 코스모스가 없어졌고, 구로 04번에 운행중이던 코스모스들도 전부 어느 순간 무참히 신형 카운티로 바뀌어 버렸다는 걸 생각할 때(2010년에 천왕역에서 딱 한번 타본 게 마지막이었던 겁니다 ㅠㅠ), 과연 2012년 현재도 20번에 코스모스는 무사할 것인가? 장담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16-1번, 103번 지나가고 조금 뒤 8906번과 함께 20번이 나타나는데, 아직 코스모스는 살아 있습니다!! 가면서 본 20번 차들 모두 코스모스 그대로이기까지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환승 찍으며 승차했죠.
버스는 송내남부역을 나서자마자 부천쪽으로 좌회전을 하는 게 아니라, 의외로 인천대공원 쪽으로 직진을 했다가 인천중앙병원 앞에서 좌회전을 하여 골목길로 들어가더군요. 덕분에 부천/인천 시계를 보게 된 것도 범상치 않았는데, 이후로도 88번 가는 경인로하고는 완전 딴판으로 이쪽저쪽 골목길을 쑤시는 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는 아까 23-1이나 75번 가는 깊은구지도 가질 않고, 전혀 의외의 길인 부천남중학교 왼편 경찰서 쪽 길을 이용해 경인로로 나가는 거였습니다. 이젠 마을버스가 아니고 시내버스이므로 운행경로는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에서 검색해보면 다 뜨기야 하겠지만, 골목길 쑤시는 마을버스는 상세 경유지가 없는 한 노선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이후로는 경인로 따라 자유시장과 부천남부역, 소사역을 찍고 소사구청 뒤편의 SK뷰 아파트에서 버스가 멈춰섭니다. 차 내 노선도를 슬쩍 보니 이후로는 소사삼거리 지나서 바로 부천역으로 나간다고 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일단 차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내려가보니 파악이 되네요. 알고보니 소사역과 소사구청을 끼고 SK아파트 지나면서 한 바퀴 돌아 나가는 형태였던 겁니다(소사역,소사구청은 편도 경유였죠).
20번 노선과 코스모스에 감탄을 하고 슬슬 걸어내려가니 대보시장 정류장이 나오네요. 다음 목표는 전진아파트 노선이었기에 10분 뒤 도착한 23-1번을 타고 부천남초등학교에 하차합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부천남부역에 특히 차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6번이 올까 6-2번이 올까 지켜보다가 6번이 먼저 와서 승차하는데, 깊은구지까지는 75번과 똑같이 가다가 거기서 좌회전을 하더니 골목길을 지나 산까지 올라갑니다. ㅎㄷㄷ;; 올라가는 길은 넓은 편이었지만, 골목길은 버스 2대가 교행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매우 좁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부천남부역에서 탔는데도 버스가 정말 많이 갑니다. 전진아파트 여기 부천남부역 저 안쪽 산동네에서도 맨 꼭대기에 있을 듯했는데, 6번과 6-2번 없었으면 많은 불편이 예상되는 곳이었습니다.
아파트 바로 뒤에는 예상못했던 군부대까지 있었지만, 등산 한번 하는 셈치고 버스 대신 운동 삼아 걸어서 올라와도 될 법했습니다. 큰길에서는 꽤 떨어져 있었고 약수터는 없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요.
그동안 부천은 옆동네라 정말 뻔질나게 자주 갔었지만 전진아파트 가보기는 정말 이번이 처음인데, 부천남부역 쪽은 전진아파트 노선이 대박인 것 같네요. ㅋㅋ
조금 뒤 6-2번이 출발하길래 그걸 타고 자유시장으로 다시 나가 31-3번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예전에는 전진아파트 가는 노선이 6번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6-2번이라는 노선도 생긴 지 어언 3년정도 되었고, 6번과 6-2번 둘 다 잘 다니는 편이라 다행이었죠. 그런데 31-3번은 시흥교통으로 넘어가더니 매일 보던 BM090은 없어지고 대형차 노선으로 한순간에 환골탈태를 해버렸더군요. -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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