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이라 하루 쉬게 되었는데,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셔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곤지암을 다시 가보기로 합니다. 곤지암은 사실 먼 곳이라서 약간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두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곳이었으며, 시간표 조사 겸 곤지암 공영버스 차량 증차로 인해 생기게 된 연곡리 안동네 경유 만선리 노선도 타보기 위해 정말 거의 2년만에 다시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 저는 2900원 주고 15분 뒤에 도착한 태화상운 직행버스에 승차합니다. 작년 말부터 시내버스 요금이 죄다 올라서 태화상운 직행버스들도 요금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2900원 아직 그대로 받고 있다는 게 의외였습니다. 아직도 2900원이면 요금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안양에서 이 직행버스 탄다면 똑같이 안양에서 모란 가는 333번보다 쌀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안양에서 타면 모란까지 1500원이면 OK라서 ㅋㅋ). 그래도 2900원이든 3000원이든, 안양 경유를 하든 안 하든 간에 곤지암을 가려는 제겐 정말 소중한 버스였습니다. 정말 이거 없었으면 그동안 곤지암은 그림의 떡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오전 9시 15분에 버스는 모란역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곤지암 시간표를 놓고 계산을 해보니, 정오쯤에는 탈만한 것들이 죄다 시간이 안 맞아서 추곡리를 거쳐 곤지암으로 갈까 바로 곤지암으로 갈까 갈등을 하게 됩니다. 용인을 거치는 걸 택하면 개쩌는 시어골을 못가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던 겁니다. 시어골 이거 좋은 노선인데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어골이냐 용인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직행에서 내리자마자 500-1번과 500-2번이 연달아 맞은편에서 나타나더니 쓱 가버립니다. -ㅅ-;;;;
아유 나 지하도도 아직 안 들어갔는데;;;
길 건너편에 있었다는 이유로 버스를 놓치는 뭐 같은 상황. 학교 다닐때도 수없이 겪었지만 정말 허탈합니다. -ㅅ-;;
에라 모르겠다 건너편 버스정류장으로 가보니 때마침 3-1번이 오는데, 광주에서 20번 타고 용인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3번 국도를 달려 축협에 내린 후 20번 오자마자 냉큼 타게 됩니다. 그런데 기사님께서 문을 열더니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더군요. 20번 이거 축협 근처 한바퀴 돌고는 바로 용인 가 버리는데 왜 그러는 거지?
용인이라고 대답하고 통과는 했는데, 알고보니 20번이 역동사거리 나오기 전에 경안주차장에서 시간을 맞추더군요. 강남역 오는 빨간버스들처럼 종점도 중간정류장 취급하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몇 분 정차했다가 오전 9시 47분에 다시 출발을 하는데 모현에서 14번을 보게 되었고, 이 14번 덕분에 89번이 있다는 것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시간표를 살피니 때마침 시간이 맞아서, 초부리에 내리자마자 길 건너 안쪽으로 빠르게 걸어들어갑니다. 그런데 정류장 표시가 아무것도 없다보니 89번 저번에 타봤던 노선인데도 도대체 어디서 버스 탄다고 해야 되는 건지 영 감이 안 잡힙니다. 버스 올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정류장이 될만한 곳은 하나도 안 보이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결국 현대슈퍼 앞에 오니 버스가 저만치 뒤에서 달려오고 있었는데, 때마침 슈퍼 앞에 있던 아저씨 2명도 버스를 타려는 눈치다 싶어 같이 기다려보게 됩니다. 그랬더니 과연 아저씨들께서 버스를 세우는데, 카드를 대니 당연히 환승이 찍혔지만 아저씨들 타는 틈에 냉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튼 89번 승차 성공~! 하마터면 넋놓고 있다가 고스란히 20번만 타고 용인 갈 뻔했네요. ㅋㅋ
휴양림 매표소 앞까지 간 버스는 다시 아까 탔던 곳으로 되돌아 나왔고, 조금 있으면 쩌는 길 나온다 했는데 역시 동물나라 쪽 좁은 길 쪽으로 좌회전 틀어 들어가줍니다. ㅋㅋ
아쉽게도 대부분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어(게다가 포장한 지 오래되지 않은듯 보이네요 ㅠㅠ) 저번에 탔던 쩌는 시멘트길 보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89번의 1차로는 정말 압박스러웠습니다. 정류장이 없었지만 어느 건물 앞에서 할머니들이 알아서 버스 세우시고 우르르 타는 풍경도 보는데, 역시 최소한 3번 정도는 타 봐야 파악이 완벽히 되는 건가 싶었죠. 삼세번이라는 말은 백번천번 맞는 말입니다. ㅋㅋ
용인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50분이었고, 추곡리행 버스 시간까지는 30분이라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간단히 옥수수 수염차로 요기를 한 다음 물도 빼고 천천히 시간표들을 훑어보는데, 정말 다행히도 시간표 바뀐 노선이 하나도 없었죠.용인시내버스 얘네들 은근히 시간 자주 바꿔서 신경 쓰이는데 -ㅅ-;;
혹시나 추곡리 버스 시간이 바뀐 건 아닐까 지레 겁먹었지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이거 틀어졌으면 곤지암이 아니라 용인 버스들을 타게 됐을 테지만, 연곡리 안동네는 어쩝니까. 어휴;; 아무튼 오전 11시 20분에 추곡리행 버스는 저를 포함하여, 임원 간다는 분과 한터 간다는 할아버지 이렇게 3명을 태우고 터미널을 떠납니다. 한터 지나면 나 혼자일 텐데, 인생은 역시 혼자라는 건가? 하는 엉뚱한 상상도 조금 해 봅니다. ㅋㅋ
82번과 98번 회차지를 다시 복습해 두며 아시아 CC를 지나니, 드디어 그 쩌는 고갯길이 나옵니다. 비 오면 고갯길 내려올 때 시속 25km이상 낼 수 없는 급경사 구불구불 고갯길;; 저번과는 반대로 고갯길을 올라가는 건데, 올라가는 건 더 대박이었습니다. 올라갈 때 위쪽을 보니까 이건 뭐;;; 경남여객 95번이 정말 화끈한 고갯길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허휴;;
고갯길을 넘으니 바로 정수리였는데, 예전에 그분의 말씀이 불현듯 떠올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을 살피니 정수리 노선 회차지가 어딘지 예상이 되었습니다(바로 그 곳이네요 ㅋㅋ).
정수리 지나니 곧 추곡리가 나오는데, 길 공사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곡리 입구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44분이라 시간이 남더군요. 손님이 많이 없어 시간이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정말 힘겹게 알아냈던 사실 그대로, 경남여객 버스도 곤지암 차처럼 추곡리 안으로 들어가줍니다. ㅎㅎ
잠시 마을회관과 그 주변 구경하다 보니 95번은 승객 한 명 태우고 다시 용인으로 떠났지만, 안 와질 것 같던 깊숙한 산골마을 추곡리도 이렇게 와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추곡리 여기 곤지암 가려고 거쳐가는 동네였지만, 어쨌든 모란에서 곤지암 바로 가는 것을 택했다면 오늘 절대 용인 차로는 못 가볼 그런 곳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 여기서 잡소리 하나. 추곡리 여긴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시간만 잘 맞춘다면, 환승 찍기도 가능한 동네이기 때문에 곤지암~용인 노선에 목을 매야 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적어도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은 거짓말이나 아는 척을 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그런데 그동안 보아온 결과론 한터 간다는 승객들은 좀 있는 편이던데, 정오 전후 시간이라 사람이 적은 건가?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한터 지나서부터는 민가가 그렇게 많이 보이질 않았는데, 이건 추곡리 쪽으로 갈수록 인구가 적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추곡리 여긴 그나마 사람들이 꽤 살지만 이쪽은 곤지암, 도척이 가까우니 그쪽으로 갈 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곤지암~용인 직통노선은 하루 두 번밖에 다니지 않을 만 했습니다. 곤지암~용인 라인의 노선을 통일하자니 연선 인구수가 적었고, 용인시내라면 모를까 중간에서 누가 곤지암을 간단 말인가? 하는 문제까지 있었죠.
아무튼 곤지암 차가 이곳 추곡리로 올 때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고, 이번에는 추곡리 안쪽도 한번 구경해 보기로 합니다. 추곡낚시터라는 안내판이 있길래 낚시터 한번 보기로 하고 천천히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추곡리는 종점 앞보다는 조금 더 안쪽 들어간 곳에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네요. 그전엔 왜 이렇게 버스가 많지? 했었는데 이번에 그 의문도 풀리게 되었고, 낚시터에 가보니 나름 알려진 장소인 듯 승용차들도 많이 주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풍경이 상당히 괜찮았고 옆에 민박집도 있다보니, 낚시 한번쯤 하러 오기에는 딱인 것 같더군요.
게다가 버스종점에서 낚시터까지는 걸어서 7분정도 거리라 대중교통 이용을 해도 괜찮았죠. 어차피 누구나 좋은 것만 쏙쏙 골라 가질수는 없는 겁니다 오이를 아무리 얇게 썰어봤자 양면은 다 있는 것이니 만큼, 어느 쪽을 골라도 불편함은 다 있으니까요. 아무튼 나중에 추곡리에서 민박을 잡아갈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추곡리의 풍경을 담고 좋은 추억을 남긴 채 다시 느긋하게 버스 종점으로 걸어와 버스 기다리니 오후 12시 20분쯤 드디어 곤지암 차가 등장합니다. 오후 12시 3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10분 정도 시간이 남은 셈이었는데, 승차하여 카드를 대니 몇 분 차이로 그만 환승을 찍지 못하고, 1000원 다시 새로 찍히게 됩니다. -ㅅ-;;; 하지만 그렇더라도 돈이 정말 없을 때 빼곤 환승이 되면 어떻고 안 되면 어떠냐 하는 필자인지라 그냥 넘기고 버스 안에 앉아 있는데, 이번엔 버스가 3분 정도 조발을 합니다. 전에 탔던 경험으론 제 시간 맞춰 나갔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아무튼 추곡리 노선은 저번에 타 봤기에 어디로 갈 지 뻔히 예상이 되다보니 경치 한번 다시 감상하고 시간 체크를 해두며 곤지암에 내리니 오후 1시입니다. 내리자마자 시간표부터 살펴보니 예전 시간표와 비교하여 달라진 특이사항은 없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죠. 그런데 승차장에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알고보니 학생은 쉬는 날이 아니었으며, 중간고사 시험기간이 겹쳤더군요. -ㅅ-;;
오후 1시 10분이 다 되어가니 하품 행선판 꽂은 BM090 한 대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그 버스로 우르르 몰립니다. 만선리 여기 곤지암읍 구석에 있는 마을 치고는 버스가 상당히 많이 다니는 동네인데, 정말 KD운송그룹이 괜히 만선리에 버스 많이 넣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하품 차 떠나고 20분 뒤에 있는 만선리 버스에도 만선리 손님이 있었으니 말이죠. 아, 물론 전 여행자니까 빼고 ㅋㅋ
이번에 탈 노선은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연곡리 마을회관 경유 만선리행 버스입니다. 곤지암 공영버스가 증차되고 생긴 노선이었는데, 연곡리 마을회관을 간다길래 노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버스에도 사람들이 꽤 타게 되었고, 버스는 만선리 가는 다른 노선들처럼 똑같이 가다가 연곡리에서 안쪽으로 좌회전을 하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줍니다. ㅎㅎ
마을회관에서 4명정도의 손님이 내리는데, KD운송그룹이 정말 노선을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만선리 손님도 잡고 연곡리 교통편의도 도모하고 일석이조인 것이죠. 연곡리에서 만선리는 가까웠기 때문에 만선리는 금방 도착하지만, 이 노선의 종점은 유사리 입구, 즉 유사리,삼합리 가는 길과 양평 가는 길 갈라지는 삼거리가 종점이었죠. 만선리를 한바퀴 돌고 다시 되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니 할 수 없었고, 저는 오후 1시 47분이 되어 종점인 유사리입구에서 내리게 됩니다.
유사리입구에서 장심리 마을회관까지는 2.5km.
이제 정말 빡세게 움직여야 될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다음 목표인 장심리 노선을 장심리 마을회관에서 타야 했는데, 장심리에서 곤지암 갈 때 들리는 이선리 때문이었죠. 2.5km를 20분 만에 주파해야 하는 이런 건 정말 하기 싫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까 연곡리 마을회관 버스 타기가 나빠져 버리는 탓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장심리 종점으로 가는 길은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바로 시! 간! 시간이 없었습니다. 으아;;;;
장심리 입구까진 그 버스가 가지 않으며, 오래달리기는 못하지만 광속도보는 그나마 나았기에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경보모드로 돌입합니다. 앞으로~ 앞으로~
장심리에서 과연 버스 시간 맞출 수는 있을지 정말 장담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니까 최대한 해보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을 놀려 앞으로 전진합니다. 날씨가 더워서 어느새 등에 땀이 차오르더니 얼굴에서도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전에 장심리를 버스로 갔었을 때도 안쪽으로 꽤 가더만 그걸 걸어가니 언제 마을회관이 나올지 알 수가 없었죠. 생각보다 정말 머네 -ㅅ-;;
그렇지만 이미 계획을 실행에 옮긴 이상, 완전 개깡다구로 마을회관 쪽으로 계속 걸어가니 오후 2시 3분에 드디어 장심리 마을회관이 보이는 장소에 도착합니다. 이제는 고지가 눈앞이다!!
사진도 딱 서너 장 박아가며 부지런히 걸어올라가는데, 금방 도착할 것 같던 마을회관 내가 다가가면 점점 멀어지는지 좀체 가까워질 생각을 않더군요. 결국 오후 2시 8분이 되어서야 겨우 장심리 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죠.
지금 시간대에는 버스가 장심리 오면 2분 정도 시간이 남기 때문에 정말 곧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장심리 마을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버스가 나타납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버스 올라오는 장면도 찍지 못할 뻔했습니다. 휴;;;;
버스에 타자마자 단말기 시계를 보니 과연 오후 2시 8분입니다.
설마했지만 카드를 댔더니 환승처리가 되어버리는데, 커헉;;; 그냥 현금 낼걸 대략 난감 -ㅅ-;; 머리속이 하얘집니다.
기사아저씨 - 어디서 왔어?
저 - 곤지암 가는데 만선리에서 차 놓쳤었어요.
기사아저씨 - 응? 그런데 왜 여기서 타? 그냥 만선리서 기다리면 되는데.
저 - 거기서 기다리자니 시간이 남아서 걸어올라왔어요.
그러자 기사아저씨께서는 운동삼아 걸어왔구나 하시며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데, 가만보니 이 할머니께서 이선리를 간다고 하시는군요. 때마침 이선리 버스 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데 이선리 차시간이 많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이선리 오신 지 얼마 안 되신 분인듯;;;). 그래도 입담들이 좋으셔서 저도 끼어 같이 웃으며 궁금했던 것들을 알아냅니다. ㅋㅋ
필자 - 이선리가 하루 몇 번 있어요?
기사님 - 이선리가 좀 적어. 이선리 간다고 타는 사람도 없고.
할머니 - 내가 곤지암에서 17년 살았는데 정말 이선리는 처음 들어 봤어.
기사님 - 어유 그러시면 만선리 아시겠네요??
할머니 - 응 만선리는 많이 들어 봤지...만선리는 버스도 많더라구.
기사님 - 그렇죠. 장심리도 들어 보셨어요??
할머니 - 장심리도 들어 봤지. 거기도 사람들 좀 있던데 어쩌구저쩌구...(장심리가 그나마 사람들이 살다보니 버스가 어느 정도 들어가주는 것 같더군요)
기사님 - 아유 지금은 방금 장심리서 학생(저를 가리키는 겁니다) 탄 거 빼면, 사람들 그렇게 많이 타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할머니 이선리 가면서 여기저기 다 보시죠? 이거 시간만 맞으면 동네 자가용이에요. 자리도 많겠다, 앉고 싶은 데 가서 앉고. 게다가 크고 널널하잖아요. (할머니와 저 모두 빵 터졌습니다. ㅋㅋ)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이선리는 오전과 오후 각각 2번씩 차가 있는데, 4번 모두 장심리부터 먼저 찍고 곤지암 갈 때 이선리를 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듣다보니 버스는 어느새 만선삼거리에 도착하였고, 버스는 이선리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거의 2년만에 다시 찾은 이선리는 만선리에서 좀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조그만 산골입니다. 이번에도 버스는 이선2리부터 먼저 들어가는데, 정말 길이 쩔었습니다. 아스팔트 포장 비슷하게 포장은 되어 있었지만 이런 길을 버스가 가나 싶을 만큼 길이 참 좁았죠. ㅎㅎ;;
기사님 - 이선리가 저쪽으로 가면 나오는데, 갈 때 얼마나 걸릴지 한번 보세요.
할머니 - 알었어. 이선리 여기 정오쯤에라도 들어가는 차 있으면 좋을 텐데 차가 너무 없어...
기사님 - 이선리에선 두어 명 태우면 많이 탄 거에요. 사람도 적고 사는 사람들도 다들 차 갖고 있으니 한국 사람들은 버스 잘 안 타요. 저으기 나물 뜯으러 오는 사람들이나 외국인들 가끔 버스 타지. 이거 학생들 수송용이에요. 그러니 차 시간도 그럴 수밖에는 없구요.
이런 이선리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차가 한 번 더 들어가게 된 것은 참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시청 홈페이지에 있던 이선리 버스시간은 증회된 시간대를 표시한 것일 뿐이었고, 기존 시간은 아무 변동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극악인 건 매한가지니, 차라리 장심리 첫차는 그냥 곤지암으로 빼고 곤지암발 오전 6시 55분 차와 오후 12시 40분차를 이선리 경유로 돌리는 것이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와 기사님의 대화를 같이 듣다 보니 이런 1차로 길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길이 좁은 건 물론, 보수공사도 제대로 안 되는 것 때문에 언제 도로가 패여 밑으로 꺼져버릴 지 모른다며 기사아저씨께서 운행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시네요. 실제로 도로 끝부분이 조금씩 패이고 땅도 조금씩 꺼져들어가는 듯한 곳들이 좀 있었는데, 그분이 느꼈다던 1차로 길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저도 느낀 순간입니다. ㅠㅠ
이선2리 회차지에 오니 이번엔 승객 한 명이 버스 타려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기사님 말씀대로 외국인이었지만요.;;;
이선2리를 뒤로 하고 그 쩌는 길을 빠져나온 버스는 이번엔 2차로 길 따라 이선1리 마을회관으로 가서 회차를 했으며, 여기에서 할머니가 내리시는데(내 걸음으론 만선리에서 걸어와도 꽤 걸리것네 하십니다. 이선리의 버스편이 정말 안습이네요 ㅠㅠ) 오우 이번엔 할머니 두 분이 버스를 타시더군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곤지암으로 되돌아옵니다.
현재 시간 오후 2시 45분.
이번엔 오향리 경유 봉현리 노선을 타보기로 하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사실 아까 장심리 차 다음에 방도리 차를 탈 수도 있었지만, 하필이면 아까 타고 왔던 버스와 같은 차라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된 겁니다. 봉현리 차 타고 다시 온다 해도 왕복을 해야 된다라는 문제점이 있다보니 ㅠㅠ (은근히 시간대가 뻥 뚫려있는 때가 꽤 있는 곤지암입니다. 시어골도 그렇고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서 방도리는 다음에 타보기로 하고, 이제 시간 여유가 꽤 남다보니 밥 다운 밥으로 천천히 점심 해결을 하고 시내 구경 잠깐 하다 터미널로 다시 돌아옵니다. 처음에 봉현리 행선판 꽂은 버스가 있었지만 만선리 경유라 그냥 보내고, 오후 3시 45분에 신촌리 쪽으로 나가는 봉현리 차를 탑니다. 이 차는, 처음에 만선리 경유 차와는 달리 만선리는 가지 않고, 오향리에서 바로 봉현리로 직행을 합니다. 아 그런데 오향리에서 어떻게 부항 1리로 갔더라? 생각해보려 하니 막상 생각이 잘 안 나는 게, 오랜만에 오다보니 망각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그래서 복습을 해야 된다고 하는구나 ㅜㅜ
아무튼 이건 봉현리와 더불어 중간에 부항 1리 길이 개쩔기 때문에 탄 것이었는데, 부항 1리를 이번엔 낮에 가보는 거라 막차를 탔었던 저번과는 달리 많은 게 보였고(야산도 있고 공장도 있고 집도 있고 하네요 ㅎㅎ), 아까 그냥 보냈던 만선리 경유 봉현리 차와 교행을 하는 놀라운 장면도 보게 됩니다. ㅋㅋ
그런데 부항 1리 일부 구간은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하려고 하는지 길 상태가 좀더 안좋습니다. ㅜㅜ
길은 쩌는데 공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참;;; 그래도 막판에 마을회관 앞은 아직 그대로여서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부항 2리로 직행을 했죠. 골프장 안까지 들어가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마을회관까지만 버스가 가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두 명이나 이 버스를 탔지만 신촌리로 가는 길에 다 내려버립니다.
봉현리를 나와 신촌리 근처에 오니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더군요. 신촌리라고 대답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어어? 곤지암이 아니라 동원대 쪽으로 버스가 갑니다. 저번에 탔을 땐 곤지암으로 갔는데, 뭔가 이해 불가능이더군요. -ㅅ-;;; 다음 코스는 오후 4시 40분에 있는 중열미인데 그동안 연료 넣으러 잠깐 다녀오는 건가? 아무튼 몇 번 타봐도 가끔 이해 불가능한 구석이 있는 곤지암 공영버스였습니다.
곤지암을 오후 4시 30분에 가서 방도리 그냥 탈까했지만, 왕복도 싫고 귀가시간 문제도 있어 신촌리에서 탔던 1113-1번 그냥 초월읍사무소까지 타고 옵니다. 변속의 답답함은 있긴 했지만, 이전의 KD운송그룹답지 않게 시속 70km이상 속도를 내서 더욱 빨라진 느낌이 들었죠. 곤지암사거리 신호가 너무 길었던 탓에 똥줄이 타긴 했지만, 그래도 버스는 오후 4시 40분에 다행히 초월읍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서둘러 용수리 쪽으로 걸어들어가게 됩니다.
아으....한 정류장 왜 이렇게 멀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다급합니다. 왜냐하면 광주에서 오후 4시 30분에 선장골 노선이 출발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맨 처음부터 노렸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타기 어려운 선장골이 광주에 오는 제겐 자주 인연이 닿게 되는 기이한 상황이 나오네요. 어쨌든 기왕 귀가를 위해 광주로 가는데 그냥 1113-1번 타고 쭉 가면 재미가 없죠 ㅋㅋ
처음엔 이미 가 버렸나 불안했는데 정작 오후 4시 50분을 넘겨서야 버스가 오더군요. 그 이유가 뭐였는지 금방 밝혀지긴 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천천히 걸어올걸 ㅜㅜ
이번에도 용수리에서 사람들이 쫙 빠지고, 학동리 노선과 만나는 선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드디어 선장골을 들어갑니다. 곧 쩌는 길이 저를 반기는데, 오르막길에서는 기사아저씨의 운전스타일(3년 전 대부분의 KD운송그룹 기사아저씨들과 운전스타일이 많이 비슷하더군요. 속도 상관없이 5단까지 기어를 넣어버리고 그 이후 속력을 천천히 내는...) 때문에 더욱 힘겨워 보이는 상황 연출하구요.
선장골은 알고보니 3번째인데 질리지가 않더군요. ㅋㅋ
선장골 종점에서 행선판을 교체하고 다시 출발하는 버스. 신월리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데, 여기서 그냥 평범하게 광주로 가느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압박스러운 지월리 안쪽의 1차로가 남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런데...
지월 1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버스가 큰길 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그냥 큰길 따라 광주로 가버립니다. ㅠㅠ 분명 이 길로 안 갔었는데? 차창 너머로 그 쪽을 보고 있자니 현수막이 하나 눈에 띄었습니다.
지월지구 공사 -ㅅ-;;;;; 안돼애에~~~!!!
결국 공사 때문에 그쪽 길 안 들어가는 거 같네요. ㅠㅠ
지월리까지 봐야 선장골 노선의 진가가 100% 나오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그쪽 가달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아쉬움을 달래며 광주로 돌아와서는 이배재 고개를 오랜만에 넘어볼까 했지만, 역시 귀가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까 왔었던 길 그대로 3-1번과 태화상운 직행버스를 이용하여 집에 가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직행이 금방 와서 참 좋더군요(그전에 탈 땐 맨날 10분 이상은 기다렸던 기억밖에 없어서;;). 중간에 고속도로가 좀 밀리긴 했지만 그래도 1시간 정도만에 도착을 해서 참 다행이었죠. 이상 간단한(?) 시승을 마칩니다.
선장골은 조금 아쉽게 되었고, 장심리는 정말 빡셌지만 그래도 오늘도 많은 걸 보고 알게 된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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