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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2년 2월 25일 - 전화위복의 강화섬 버스 여행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0. 2.

겨울 끝물이 되어 오랜만에 시승을 떠나는데요.

오전 8시 30분에 집을 나선 저는 강화도를 가기 위해 계양역을 거쳐 김포고등학교로 가게 되었고, 오전 9시 55분에 김포고등학교에 도착한 3000번, 즉 구 신촌직행에 오르게 됩니다. 강화도는 96번, 88번 등의 시내버스는 있지만 워낙 중간중간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은데다, 48번 국도마저 엄청 밀렸던 최악의 기억이 있어 잘 안 가게 되는 곳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강화와 김포를 먼저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강화도를 시승장소로 정한 겁니다.

 

강화운수의 밥줄이었던 신촌~강화 시외직행버스. 3000번으로 바뀐 지금도 시외직행 시절과 마찬가지로 아주 잘 다니고 있었고, 정차 정류장이 조금 늘긴 했지만 그래도 시외버스 시절 정차하던 그 정류장들만 정차하는 거나 다름없어 대박 빨랐습니다. 덕분에 강화터미널에는 오전 10시 40분에 도착하는데, 그나마 신호 때문에 조금 늦어진 듯했죠.

 

일단 버스에 오르면 식사 시간이 안 나오기에 터미널에서 약간의 먹을 것을 사두고, 오지노선탐험가님의 시간표를 토대로 터미널의 시간표 확인을 해둔 뒤 동검리행 버스를 겨우 찾아내 승차합니다. 강화군내버스들에 노선번호가 다 붙은 건 좋은데, 그러면서 행선판을 없애버리는 바람에(LED가 설치되지 않거나 고장난 차만 행선판을 쓰더군요) 정말 그 차들이 다 그 차들이 되어버려 구별이 하나도 안 되었던 겁니다. -ㅅ-;;

 

 

▲ 정수사를 간다는 41번. 그런데 동검리행 버스는 어디에???

 


오전 11시에 드디어 동검리행 버스는 출발하였고 선원과 불은, 온수리를 거쳐 가는데, 강화도 시승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장소 체크를 하랴 풍경을 보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버스가 온수리와 전등사를 지나니 드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 여름에 오면 참 시원할 것만 같던 동검리 가는 길.

 

 

썰물 때인지 물이 빠져 갯벌이 다 드러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동검도. 갯벌 위에 다리가 놓여 있는(물에 잠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인상적인 장면을 보고 섬으로 들어가는데 꽤 쩌는 1차로가 저를 반깁니다. 섬 입구부터 종점까지 쩌는 1차로에 산 하나를 넘는 듯한 오르막길까지....오우 형님~~!!

 

 

▲ 동검도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좌우에 바닷물이 있는 것 같지만, 갯벌이었죠.

 

▲ (2장 모두) 동검리의 아찔한 산길. ㅋㅋ

 

▲ 동검리 종점.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버스종점. 의외로 공터가 좁아 잘못하면 저 정류장 박아버릴 듯했습니다.

 

 

동검리 종점에는 오전 11시 40분에 도착합니다. 잘못하면 정류장을 박아버릴 듯한 정도의 좁은 곳이었지만 기사아저씨께선 간단히 차를 돌려놓으시고 뒤편으로 가셨고, 저는 바닷가에 갈까 하고 걸어가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 출입금지라는 팻말만 보고 물러나와야 했습니다(딱히 내려가는 길이 없더군요). 처음에는 동검리 종점에서 장흥리까지 걸어가기로 했으나, 아까 들어올 때 삼거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그냥 다시 타고 동검리 입구로 가기로 하고 카드를 댔죠. 환승횟수 5회까지 다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처리되었다는 멘트가 나왔지만, 기사아저씨께선 그냥 단말기 조작을 해서 1000원 찍게 해 주시더군요. 오전 11시 45분이 되어 버스가 강화를 향해 되돌아가는데, 아쉽게도 그냥 왔던 길 그대로 나가버리고 그게 끝이었습니다. 냐잉 -ㅅ-;;

 

 

▲ 동검리입구 버스정류장. 이곳에서부터 저는 장흥리까지 걷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검리의 그 쩌는 길은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ㅋㅋ

동검리 입구에 하차한 저는 두 번째 목표인 초지진 경유 장흥리 노선인 57번을 잡기로 하고, 도대체 온천스파라는 건 어디 있을까 의문에 싸인 채 장흥리를 향해 바닷가에 난 길을 따라서 걸어갑니다. 바다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 한번 정말 지독하게 불더군요.

 

게다가 황산도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가면서부터는 뭔 개들이 그렇게 많은지, 가는 내내 길가의 집들 하나씩 둘씩 지나갈 때마다 개 짖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어떤 곳에서는 풀어놓은 개들도 있었는데, 두 마리가 제 쪽으로 자꾸 따라와 바지가랑이를 물어댈 기세로 학학거리며 짖어댔죠. 그래도 동검리 노선과 이 도보 덕분에 선두리,장흥리 순환선을 퉁칠 수 있었지만, 아 정말 그놈의 개 신경 쓰이더군요. ㅡㅡ;;

 

그렇게 오후 12시 25분에 가까스로 장흥삼거리에 도착하니 온천스파와 장흥 2리 마을회관이 보입니다. 마을회관쪽에 큰 공터가 있는 걸로 보아 버스는 그곳에서 돌리는 듯 싶었습니다.

 

 

▲ 장흥리 스파가 어딘가 했더니 여기였네요.

 

▲ 57번의 종점인 장흥삼거리.

 

 

버스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코스를 다시 살펴보며 시간 보내니 오후 12시 50분에 해안관광 1번이 제가 걸어온 쪽으로 슝 지나가고 어느덧 오후 1시인데, 이상하게 5분이 넘어가도 차가 안 나타납니다. 어라 이게 뭔 일이다냐 싶어 디카로 찍어뒀던 터미널 시간표를 보는데, 으악 이럴수가 토요일도 평일 시간표대로 운행이었던 겁니다. 전날 계획했던 코스는 다 어그러지고 마는 순간입니다. 젠장!!!!   (공휴일 시간표는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죠 -ㅅ-;;)


알고보니 아까 탔던 동검리는 마침 평일이든 주말이든 터미널 출발시간이 같았기 때문에 문제없이 탈 수 있었던 거였지만, 이번 초지리 경유 장흥리 노선은 오늘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오후 1시가 아니라 몇 시간을 더 기다린 뒤에야 이곳으로 올 예정이었습니다!  이런 날벼락이;;;


이렇게 되면 흥왕리행 버스를 타야 했으나 그러려면 온수리로 가야 했는데, 거기까진 또 3km더군요. 나원참;;
그래도 걸어가면 버스 시간 맞추겠지 하고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온수리를 향해 걷는데, 때마침 터미널에서 오후 12시 50분에 나온 해안관광 2번이 조금 있으면 이 곳으로 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후 2시까진 화도에 가야 할 텐데 하며(거기서 오후 2시에 있는 강화 가는 차를 잡아야 산문,건평을 잡고 할 텐데....) 강남상회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니 오후 1시 30분에 드디어 빨간색 칠한 2번 버스가 나타납니다. 이런 곳에서는 버스가 나타나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겁니다 정말ㅠㅠ 

 

 

▲ 제가 버스를 탔던 강남상회. 여기서 버스를 탄 건, 참 다행이었습니다.

 

 

버스 안은 따뜻했지만, 그동안 바람을 많이 맞은 탓에 손이 완전 시뻘개져 있어 메모를 하려해도 잘 되지를 않았습니다. 어쩐지 아까 걸어오면서 보니까 저수지 비스무리하게 생긴 곳들의 물들이 죄다 얼어 있더라니;;

 

아 그런데 이 버스 온수리는 안 갈 것도 같았지만 결국 ㅓ형으로 온수리를 들어갔다 나왔고, 나오면서 신호에도 걸려 벌써 10분이나 시간을 까먹습니다. 아직 흥왕리나 장화리도 안 갔는데 ㅠㅠ 아무래도 오후 2시까지 화도에 가기는 어려울 듯 싶어 동막해변과 흥왕리 쪽만 대충 건지고(그래도 이걸 탐으로서 흥왕리 구간을 해결하고 정수사 노선의 종점을 보았다는 점, 화도도 온수리처럼 ㅓ형으로 경유한다는 등의 여러 정보를 얻은 것은 위안이 됩니다만), 상당한 시간 동안 버스 안에만 있다가 이 기회에 망월리를 해결하기로 합니다. 

 

 

▲ 정수사 41번 버스종점. (회차공간만 있었더라면 쩔었을 테지만, 역시 절은 걸어서 올라가야 제맛이죠 ㅎㅎ)

 

▲ 겨우겨우 건진 동막해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흥왕리행 버스 말고도 여기를 오는 차가 또 있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나중에 해변 구경하다가 저기서 버스나 기다렸다 타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ㅋㅋ

 

 

오후 2시 33분이 되니 때마침 망월리 입구를 지나길래, 지도로 적당한 지점 보아둔 곳에서 하차합니다. 그런데 망월리 노선이 명신초등학교를 경유하길래 그쪽도 같이 해결을 보기로 하고 신삼리 쪽으로 걸어가니, 제가 봐둔 지점에 다운마을이라는 정류장이 딱 있길래 거기서 기다립니다.

 

 

▲ 제가 망월리 노선을 타게 된 다운마을 버스정류장.

 

▲ 망월리 노선은 여기서 명신초등학교로 가게 되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의 모습은?

 

▲ 이렇습니다. 저 쩌는 길을 버스가 가는 겁니다. ㅋㅋ

 

▲ 드디어 버스는 도착하고.

 

 

이윽고 오후 2시 53분이 되자 33번 버스가 등장하는데, 제가 서 있던 곳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좀 떨어진 곳에 세워주는 탓에 가까스로 승차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기에 망월리 간다고 하, 왜 거기서 기다리느냐, 방금 세워줬던 곳에서 기다려야지 안 그러면 그냥 간다며 준엄한 목소리로 타박을 하십니다. 힘 아끼려 강화나 부근리 간다고 했음 단칼에 빠꾸 먹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ㅅ-;; 


그런데, 버스가 과연 그 좁은 길을 들어가니 짧고 굵었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망월리 노선은 명신초등학교 이후로는 아까 2번으로 지나왔던 큰길을 잠시 이용하여 망월입구를 지나고, 평야를 따라 난 반듯하고 평평한 길을 따라 망월 3리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입구에서 꽤 들어가는 듯 싶더군요. 망월 3리 마을회관에 이르자 버스는 오후 3시 4분에 회관앞 공터에서 회차를 합니다.

 

 

▲ 오오 설마 했는데 그 좁은 길을 버스가 갑니다. ㄷㄷ;;  (짧지만 굵습니다)

 

▲ 망월리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찍어본 사진. 산 위에 있는 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ㅅ- ㅋ

 

▲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망월3리 마을회관.

 

▲ 망월 종점. ID는 있지만 아직까진 거의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출발시간까지 고작 1분밖에 안 남은 탓에 버스는 제가 내리자마자 금방 나가버리고 이제 황청리로 넘어가는 길을 찾는데, 망월리가 평야 한가운데 허허벌판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이라 길이 꽤 복잡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나마도 길을 찾아 헤매는 그 순간에도 집에 있던 개들이 저를 보았는지 멍멍 짖어댑니다. -ㅅ-;;


지도로 적당히 위치를 봐가며 겨우 망월리를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허허벌판 논두렁길이 나오는데, 먼 곳을 보지 않고 가까운 곳만 보면 그 길이 그 길이다보니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 잡힐 지경이었습니다. 뒤는 망월리요 앞에는 허허벌판에 지평선 저 끝 근처에서야 마을 비슷한 게 하나 보이는 판이라 지도를 봐가며 이동을 합니다(지도에 없는 길들도 보이네요). 그나마 풍경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지만, 여기도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 바람이 정말 장난 아니게 불어대는 바람에 외투의 모자를 쓰고 이동합니다. 이거 없었음 머리마저 동태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여름에 왔다면 그늘이 하나도 없어 겨울보다 더 힘들 것은 뻔할테니 그나마 이게 다행인 거였죠. -ㅅ-;;

 

 

▲ 생각 외로 날씨가 추웠는지 물이 얼어 있었습니다. 바다 바로 근처라 그런지 바람 정말 무지하게 부는데, 안산 칼바람만 유명한 게 아니었죠.

 

▲ 여러분은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이 길 끝에는 뭐가 나올까 궁금함과, 지금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진리가 먼저 생각나네요.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논두렁길을 걸어가다 보니 드디어 황청리 노선과 만나는 도로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벌써 오후 3시 35분이다보니 황청리 종점 못 보고 갈까봐 부지런히 걸어봤지만, 황청리 종점은 결국 보지 못 하게 됩니다. 망월리에서 조금 지체한 걸 제외하면 최대한 빨리 걸었지만, 중촌에 오니 버스가 황청리 쪽으로 슝 지나가 버렸던 겁니다. 걸어가는 거야 가도 되지만, 걷다가 버스 만나버리게 되니 더 이상은 종점 본다고 걸어가 봤자 소용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중촌 바로 옆인 국촌까지만 걷고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번 차는 국화리를 경유하기 때문에 꼭 타봐야 했으므로 더더욱 그랬습니다. 국촌에서 잠시 기다리니 곧 종점에서 나온 버스가 등장하고(이렇게 빨리 온 걸 보면 황청포구 쪽이 종점인 것 같았습니다), 이 버스를 탔더니 오상리 입구를 지나 내가를 ㅏ형으로 경유한 뒤 고천리 쪽으로 가더군요.

 

 

▲ 중세시대 성을 연상케 하던 황청2리 국촌마을회관

 

 

고천리 여기도 1차로가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쩔어지는 1차로였습니다. 기사아저씨께 황청리로 갈 때도 여기 들리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듯 간다고 하는데, 오히려 어디 가느냐고 되물어보시기에 저는 국화리라고 답하게 됩니다. 고천리를 나온 버스는 곧 국화리로 가는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는데 은근 구불구불하고 급커브가 많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오후 4시 18분에 국화2리 낚시터 매점에 하차하게 됩니다.

 

 

▲ (2장 모두) 개쩌는 고천리의 1차로입니다. ㅋㅋ

 

▲ 국화리 고개도 버스로 넘어보니 구불구불한 게 장난 아니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건너편으로 가니 금방 선행리로 가는 버스가 등장하는데, 선행리행 버스가 오기까지의 그 몇 분 동안 개 짖는 소리를 2중주로 듣게 됩니다(하필이면 정류장 양 옆으로 개가 한 마리씩 묶여 있었는데, 둘 다 절 보더니 짖어대네요). 오늘 정말 개하고 뭐 있는 날인가?

 

버스에 올라 카드를 대니 환승이 되었지만 신경 쓰지도 않으시는 눈치라 다행이었고, 선행리는 2차로 길만 따라 달리다시피 한 평범한 노선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사아저씨께서 시간이 없는지 커브길에도 아랑곳않고 정말 대단한 속력으로 버스를 운전하십니다. 그래서 노선 구조만 대략 파악을 해 두어야 했는데, 이건 바로 터미널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보건소와 수협을 들르고 터미널로 가더군요(나중에 보니까 국화,신원,온수리 쪽에서 올라오는 차들 다 그 길로 가네요).

 

그러고보니 강화도 군내버스도 운행시간이 은근 빡센 듯한데, 동검리와 망월리 빼곤 오늘 타본 거의 모든 노선들이 밟더군요. 수협에서 내려도 금방일 것 같아서 그냥 수협에서 내려 터미널로 걸어오는데, 의외로 강화읍내와 터미널 간의 거리가 꽤 있어서 10분 정도 걸어서야 터미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중간 경유지가 지도에 없어 어디가 어딘지 아리까리하기만 했지만 오후 4시 50분에 출발하는 용정리와 시간이 맞길래 때마침 승차홈에 주차되어 있던 용정리행 버스를 타게 됩니다. 버스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방향을 틀어 강화병원 바로 앞과 주변 골목길을 누비는데, 이 길이 의외로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자동차도 꽤 다니다보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동네 골목길 모습이라 꼭 마을버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초장부터 생각 외의 좁은 길을 들어가주시는 용정리 노선. ㅋㅋ

 

▲ 마을버스를 타는 느낌을 받았던 강화읍내 골목길.

 

 

윽고 갑룡초등학교를 지나고 본격적인 시골 풍경이 나오려는 찰나에 어느 삼거리에 도착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종점이라며 앞뒷문 모두 여는데, 여기서 내렸더니 버스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그래서 같이 내렸던 할머니께 버스종점의 위치를 물으니 여기가 맞다고 하기에 궁금한 것들을 물어 해결합니다.

 

 

▲ 용정리 종점. 정류장 옆에 할머니가 서 있는 게 보입니다(저분 덕분에 48번 국도는 못 넘어갔지만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준 분이었습니다).

 


뒤이어 할머니께서 버스 잘못 탔나벼? 하시기에 김포 가려고 하는데 와보니까 여기였다고 답하니 조금 있으면 차 다시 오니까 맞은편에서 기다리라고 알려 주시는데, 종점 옆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48번 국도쪽으로 난 길로 걸어가시더군요. 이게 신경이 쓰여 결국 당초 계획과는 달리 48번 국도로 나가지는 못하게 됐습니다. 숭뢰리 버스 시간도 있는데 ㅠㅠ


용정리 종점에서 잠시 망설이던 찰나에 여성분이 운전하는 마티즈 하나가 옆에 멈춰서더니 제게 길을 묻는데, 모른다고 답하고 그냥 보냅니다. 그런데 제가 마침내 갈 길을 정하고 걸어가는데, 그 마티즈가 저만치 앞에 멈춰 있더군요. 그냥 모른다고 하고 보내버린 게 좀 그래서, 아직 못 찾으셨나 봐요? 하면서 말을 걸었더니 그렇다고 하시면서 여기에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하는 질문을 하시기에 사정을 대충 설명하니 자기는 읍내 가는데 큰길에서(48번 국도) 내려주겠다고 하십니다. 의외로 강화도 용정리에서 처음으로 히치를 하게 되었네요 ㅋㅋ;;  덕분에 어렵지 않게 48번 국도로 다시 나올 수 있었고, 숭뢰리 버스 시간에 맞게 터미널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티즈 주인 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

 

 

▲ 풍물시장 건너편에 따로 설치된 정류장에서 대기중이던 대산마을버스.

 

 

대산마을버스 타는 곳을 봐두고 터미널로 들어가니 숭뢰리 노선이 대기중이었습니다.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얼른 승차하는데, 의외로 이번에는 터미널에서 저 포함 3명밖에 안 탑니다. 그래도 이게 가면서 읍내를 지나가니 거기서 사람들이 좀 타겠거니 싶었는데(의외로 터미널과 읍내 간에 거리가 좀 있응께), 정말 읍내 지나가면서 7명이나 더 이 버스를 탑니다. 사람이 많아진 버스는 송해 쪽으로 달리는데, 손님들은 호박골과 송해면사무소 쪽에서 대부분 내리고 당산리 가는 길로 접어드니 곧 숭뢰2리 마을회관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바로 우회전 틀어 1차로 길로 들어가는데, 오우 1차로가 양도 꽤 되고 정말 쩝니다. ㅋㅋ

 

 

▲ 숭뢰리로 Go~!

 

▲ 미디도 꽉 낄 것만 같은 숭뢰리의 1차로입니다

 

 

게다가 호박골을 지나 그 좁은 길 그대로 홍의로 들어가버리는 버스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홍의에서는 그 쩌는 1차로에도 갈림길이 꽤 있다보니 처음 와보면 어디로 가는지 헷갈릴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숭뢰리 종점은 정확한 시간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별로 안 남는지 버스가 빠르게 달립니다. 오늘 하루 차가운 바람과 길가의 개, 그리고 시간표 때문에 허탕치고 시달림의 연속이었으며 정말 초반 좋은 끗발은 개끗발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는데(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거죠...ㅠㅠ), 국화리, 용정리, 숭뢰리 덕분에 그 모든 게 해결되어 버려 기분이 좋네요. 강화에 올 이유도 늘고 ㅋㅋㅋ

 

 

▲ 숭뢰리에서 보는 저녁노을.

 

▲ 숭뢰리,홍의 노선은 강화도의 본좌 중 하나로 임명해야 합니다 정말....ㅋㅋ

 

▲ 오늘의 킹왕짱 숭뢰리,홍의,부근 노선. ㅋㅋ

 

 

어느덧 버스는 부근리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뻐길까 했지만 때마침 단말기에 문제가 생겼는지 삑삑거리고 자꾸 뭐 확인하라는 이상한 소리를 해 싸서(강화군내버스도 인천시내버스처럼 자판기 같은 단말기를 쓰는데 지폐 넣는 방법이 말 그대로 자판기에 천원짜리 지폐 넣는 거랑 똑같아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그냥 부근삼거리를 지나자마자 바로 내립니다. 부근삼거리로 가보니 여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것도 설치가 되어 있었는데, 가만보니 송해면 쪽에는 도착 안내기가 몇몇 군데 설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작 남쪽에서는 온수리,화도터미널 등 정말 주요 동네 정류장 딱 한곳에서밖에 안내기를 못 봤던 걸 생각하면 대조되는 모습이었죠. 

 

당초에는 오후 6시에 창후리를 출발한 버스를 타고 강화로 돌아가기로 했었는데, 막상 안내기를 보니 2번과 망월리 다녀온 33번이 5분 뒤 도착이라고 뜨더군요. 시간이 흘러 33번이 먼저 와서 그걸 타고 부근삼거리에서 강화까지 길을 쭉 보며 강화로 복귀하니 오후 6시 20분.


이번에는 때마침 고시기 노선이 오후 6시 30분에 있었는데, 시간표를 보니 종점 가는 데 10분? 경유지를 살피니 노선이 정말 짧은 듯했고, 거기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48번 국도라는 고마운 정보도 있기에 오늘 공략해보려다 실패한 산문,건평 노선의 유혹을 뿌리치고 마지막 노선은 이걸로 낙찰합니다. 그런데 버스에 오르니 황청리에서 뵈었던 그 기사아저씨가 걸리네요. 어쨌든 어디 가는지 질문이 들어오기에 저는 고시기라고 대답하고, 간단하게 1000원 찍고 승차합니다.


오후 6시 30분에 버스는 터미널을 떠나는데, 승객은 저 혼자였고 가는 내내 아무도 안 탑니다. ㅡㅅㅡ;; 

버스는 창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바로 고시기 쪽으로 가는데,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10분도 안 되어 고시기라고 적힌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가 회차를 합니다. 회차를 끝낸 기사아저씨께서 종점이라며 내리라는 뜻으로 앞문을 여시더군요. 그분께서 타셨을 때는 쩔었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길이 확장되어 버렸는지 노선의 재미가 떨어져 버립니다. ㅠㅠ

 

 

▲ 고시기 종점. 제가 내리자 마자 버스는 나가버렸고, 2차선 도로의 한쪽 귀퉁이에 저렇게 정류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고시기 종점이었지만, 여기도 버스 오는 곳이라는 증거가 되는 소중한 정류장이었죠.

 

 

버스에서 내리니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어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지만 불빛과 방향감각을 따라 48번 국도로 걸어나갑니다. 48번 국도에 나와보니 3000번이 서는 정류장이 가까이 있었는데, 오후 6시 55분에 도착한 3000번을 타고 오후 7시 30분이 되어 사우고교에 내린 저는 금방 9008번이 도착하는 걸 보게 됩니다(우와 운 좋았다;;;). 9008번이 듣기로는 주말에는 1시간 간격이라 들어서 시간표를 얻고자 타게 됐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재미있으신 분이라 시간표 물어보려고 질문했다가 9008번의 속사정과 기사아저씨의 인생 이야기 등등 부천까지 오는 내내 대화하면서 오게 되었죠. ㅎㅎ 

(9008번은 평일 25분, 토요일 30분, 일요일과 공휴일 35분 간격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안전운전 하시고, 본인이 선택하여 하게 된 일이니 즐겁게 하자는 마인드 정말 변치 않기를 기원합니다. 부천에 내린 저는 마지막으로 61번을 타고 귀가합니다. 오랜만에 걸었더니 다음날 허벅지 옆 부분이 조금 땡기네요. 어휴;;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