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운이 천지를 뒤덮어가고 있던 9월 하순.
(결과를 보면 당초 목적과는 다른 시승이 되고 말았지만) 저는 재인폭포를 보고자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안 가고 있었던 연천을 가기로 하고, 당초 예상보단 좀 늦게 도착한 소요산행 전철에 승차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곡에서 오전 10시 20분에 있는 하늘아래첫동네 노선을 타기엔 좀 위험한데;;; 어쨌든 소요산역에서 53번을 타고 전곡터미널에 내리니 이미 시간은 오전 10시 25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거 연천교통 공영버스를 한번 타보기로 하고, 전곡시외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합니다. 물론 그 전에 대양운수 터미널 승객 대기실에 있던 시간표들을 전부 카메라로 박아두는 것을 잊지 않았죠. 55번, 56번, 58번, 091번 등등...
그런데 이번 시간표 변화는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본인이 타려고 했었던 하늘아래첫동네 노선이 생기고(대양의 삽질 중 하나이지만, 56번 전곡~연천 지선이 없어진 건 정말 잘 된 일 ㅋㅋ) 전곡~적성 간 61번에 적암리 마을이라는 새로운 중간 경유지도 생겼더군요. 62번 시간표 또한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오늘이 전곡 장날입니다. 62번이 어떻게 생겼나 볼 수 있겠더군요(하지만 시간대별 경유지들 보니 58번과 별 차이가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오후시간대에 석장리를 간다면 그래도 타봐야겠다 싶지만, 현실은... 허허;;;).
전곡시외버스터미널에 가보니 때마침 본인이 타려던 버스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은 법수동을 가는 때였는데, 이 공영버스의 코스들을 쭉 보니 지역주민들 위주로 만들어진 듯했죠. 일단 동네이름들부터가 지도책을 한참 쳐다봐야 겨우 발견할 만큼 생소한 지명들이 많았습니다. 법수동, 선녀상회, 연못골, 보리밥, 고포리...;;; 하여튼 용감하게 버스에 올라 법수동 간다 하고 앉아 있으니 10시 40분이 되자 바로 출발하는데, 버스는 학담을 지나 초성리역까지 갈 듯 하다가 신북온천 방향으로 가서 선녀상회를 조금 지난 곳에 있는 공터에서 회차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분이 안 걸렸을 정도로 노선은 무지하게 짧았고 별 특이한 점도 없이 평범했습니다.
이제 전곡에서 오전 11시 10분에 나올 연못골 차를 잡기 위해 서둘러 초성초등학교 앞으로 걸어가는데, 학교 거의 다 와가서 버스가 갑작스레 나타납니다. 헐레벌떡 초등학교 교문 앞까지 뛰어가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우느라 버스 사진은 담지 못했죠. 버스 안은 집으로 돌아가시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떠들썩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도 할머니 두 분과 이야기 중이셨죠. 카드를 대니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하는 말이 나오고야 말았는데, 기사아저씨께선 "아니 법수동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어? 20분은 걸릴 텐데 빨리 왔네...잘못 탔으면 말을 하지" 하시며 웃는 낯으로 간단히 카드 단말기를 조작하여 900원 찍게 해 주시더군요. 하지만 이번 차가 때마침 망향국수를 가길래 거기서 점심 먹고 천천히 전곡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 저는 그냥 1000원을 돈통에 밀어넣고, 망향국수 간다고 간단히 말씀드리고 뒷자리로 가서 앉습니다.
이번에는 버스가 초성초등학교 이후로 백의리 쪽으로 올라가면서 대전리를 경유하였습니다. 정류장 표시도 없는 곳에서 한명씩 두명씩 승객들이 내리는데, 기사아저씨께서도 적당한 하차지점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주고 계셨습니다. 하차벨도 없는 이 버스를 타보고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승객이 적당한 지점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거기가 곧 정류장이 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진정한 공영버스다 라는...;;;
기사아저씨와 승객들 간의 훈훈한 정을 느끼며 대전리를 지나 야트막한 고개 하나 넘으니 예상외로 바로 망향국수가 나옵니다. 예전에 홈페이지 약도 보고선 포천시 땅에 있을 줄 알았더니 제가 완전히 위치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내리기 위해 앞문에 서 있으니 기사아저씨께서 맛있는 점심 되라고 이야기해 주시더군요(감사합니다 ㅎㅎ).
그분 덕분에 알게 된 망향국수. 말로만 맛있다 들어서 언젠가 한번은 가야지 했었는데 오늘 딱 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버스 타고 말이죠. ㅋㅋ 과연 맛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에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직 오후 12시도 안 됐는데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40년 전통에다 국수집 바로 앞은 대중교통으로는 오기가 쉽지 않은 곳인데도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다 온 걸 보면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싶더군요. 보통 음식점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돈부터 받고 음식을 준다는 게 특이하긴 했지만, 어쨌든 시켜놓고 조금 기다리니 국수 등장....
시험삼아 곱배기로 시켜봤더니(원래는 처음 먹어볼 땐 보통으로 시키게 마련인데;;) 양이 제게는 은근히 압박스러워서 간신히 한그릇을 비웠습니다. 국수에 김치가 있어 색다르긴 했지만, 맛은 정말 끝내줬습니다. 다음에 연천을 오게되면 여기 또 와봐야지 ㅋㅋ
맛있는 이 망향비빔국수 한 그릇 잘 먹고 밖으로 나오니 오전 11시 45분 약간 넘어 있었습니다. 지도를 펴고 이곳 위치를 대충 찾아보니, 조금만 걸으면 56번과 59번이 다니는 도로가 나오더군요(국수 한 그릇 먹고 다른 버스 타러 나가려면 걸어서 한 30분 걸릴 줄 알았더니;;). 한 10분 남짓 걸으니 곧 궁평리 정류장이 등장하여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백의리에서 오후 12시 정각에 출발한 59번이 곧 나타나 승차하는데, 장탄리 경유입니다. 예전엔 장탄리 경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대양운수에서 장탄리 안쪽에 버스를 넣은 것 같았습니다(대양운수의 지선노선 보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번에도 본선 외에 지선 개수가 또 2개 늘어난 셈이니). 장탄리 길은 All 2차로였지만 중간에 정말 2차로가 맞나 싶은 좁은 길도 좀 섞여 있어 그 희소성까지 고려하면 장탄리 낀 걸 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망향국수를 먹고 오후 12시 17분에 전곡에 돌아온 저는 전곡-적성 간 버스와 58번 등 다른 노선들 시간을 보는데, 이놈의 버스 시간이 참;;;; 시간표를 찬찬히 보니 중간에 내리기도 그렇고 참 애매한 것이, 내가 원하는 건 전곡~적성이나 전곡~백학 이딴 게 아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별다른 소득도 못 얻고 그저 적성이나 백학 왔다리갔다리만 하다가 오늘 시승 끝나게 생겼더군요. -ㅅ-;;
일단 버스 시간 때문에 저는 전곡에서 1시간 짱박습니다. 중간에 고포리 한번 갔다와볼까 했지만 다시 한번 민망함을 감수해야 했기에 그냥 포기하고(고포리 갔던 차는 오후 1시 20분도 안 되어 다시 전곡으로 되돌아오더군요),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대양운수 61번에 승차합니다. 이번 시간은 웃양원리와 적암리 마을을 경유하는 때였죠. 그래서 원래는 양원리 정류장 이후에 바로 좁은 다리를 건너 전곡-적성을 잇는 큰 도로로 합류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 정류장 앞에서 좌회전을 하여 깊이깊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거의 길 끝 어느 정류장 바로 근처에서 돌아 나옵니다. 여기까지 6분정도 걸린 듯;;;
웃양원리 경유 노선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거의 2년전에 타 보고선 한번도 탄 적이 없었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려던 찰나여서, 이번에야말로 웃양원리 종점 위치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어우 기사님께서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꽤 밟으십니다....;;
이번에는 "적암리 마을"을 경유할 차례. 적암1리 정류장 바로 앞에서 좁은 길쪽으로 좌회전 꺾어 들어가 1.5차로 정도 길을 달리더니 적암상회 앞 넓은 공터에서 돌리는데 이건 구간이 좀 짧은 편이었죠. 하지만 그것도 버스 등 자동차로 갔을 때 얘기고, 적암리 마을 회차지에서 큰길까지는 걸어가기에는 멀었으므로 이곳은 61번의 빡센 시간 가운데서도 대양운수의 서비스를 볼 수 있는 곳이었죠(주민들의 요구로 회사가 버스를 이곳에 넣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암리 이후로는 오후 1시 57분에 어유지리,봉화촌 들렀다가 바로 적성으로 갑니다. 그런데 어유지리 삼거리에 웬 시내버스 하나가 주차되어 있는 걸 목격합니다. 어라? 이 시간에 여기서 웬 버스지? 자세히 보니 신성교통 92번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92번 어유지리 지선이 어유지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다고 들었는데...;;; 92번 어유지리 지선은 어유지리 삼거리까지 오는구나 하는 걸 파악해 둡니다. 저걸 타볼까 하는 유혹이 잠깐 들었지만 어차피 적성까지 가는 경로는 지금 61번과 별 차이도 없을 테니 그냥 보내고, 본인은 오후 2시 20분 약간 안 되어 적성에 도착합니다. 여기도 거의 2년 만의 방문이었죠.
이제 다음 목표는 적성을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하여 전곡으로 가는 091번입니다. 전곡 가는 길에 객현리, 장현리를 경유하는 노선이었죠. 이놈을 타려면 적성 와서도 전곡에서처럼 또 1시간 짱박아야만 했는데, 이 틈에 092번과 58번도 공략을 해볼까 하고 머리를 굴리지만 이것도 여의치가 않더군요. 연천은 외부 속성이 강한 동네다 라는 그분의 말씀이 왜 그렇게 와 닿던지 ㅠㅠ
결국 적성에서 092번 시간표와 운행 형태를 대충 봐놓고 1시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전곡행 버스는 등장하고, 과연 객현리와 장현리는 들어갈 것인가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저 외에 4명의 사람들을 더 태운 채 버스는 전곡을 향해 출발하는데, 여기서 잠시 고백(?)을 하자면 전곡 → 적성은 꽤 탔지만 적성 → 전곡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ㅋㅋ
구읍리를 지나 드디어 객현 2리 정류장이 나오는데, 버스가 우회전을 합니다. 와우 ㅋㅋ
객현리의 1차로 길을 실제 두 눈으로 보는 순간이었죠. 버스는 객현2리 마을회관 앞에서 회차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게 왔던 길 그대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갑자기 엄청나게 좁은 길쪽으로 우회전을 했던 겁니다. 이건 또 뭔가요?? 길 상태는 카운티마저 꽉 껴버릴 정도니 정말 대박입니다! 게다가 길 상태가 그런데도 그 좁디좁은 길 따라 야트막한 야산을 넘기까지 합니다;;;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객현리는 정말 대박 쩔었던 것이죠. 우어어어;;
야산 하나 넘으니 객현1리더군요. 여기는 마을회관 갔다가 끝이었고, 그보다 안쪽은 버스가 갈 것 같긴 한데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쪽으로 가는 사람 없냐며 기사님께서 승객들에게 슬쩍 물어보시는 걸 보니 원래는 분명 차가 갈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걸 또 굳이 가달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참 ㅠㅠ 금방 뒤에 나오지만 그 느낌은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ㅅ-;;;
객현1리를 빠져나와 큰길로 되돌아온 버스는 이번에는 장현리를 들어갔다 나옵니다. 이곳도 객현리의 그 포스 쩌는 길보단 못했지만(정말 쩌는 곳부터 본 부작용인듯 -ㅅ-;;) 그래도 어엿한 1차로 길이 존재했습니다.
장현리 이후로는 지겹도록 왔다갔다 했던 길 그대로 가는 거라 가만히 시간표들을 훑어보는데, 그 사이 봉화촌 종점에 차를 대놓은 기사님께서 출발시간을 맞추는지 시동을 끄십니다. 그런데 이때 61번 시간을 보니 적성 방향으로 봉화촌에 올 것 같은데, 그것도 삼화리 경유였습니다. 삼화리 찍고 그냥 적성 가 버릴까 하는 유혹에 갈등이 일어났죠. 그런데 그렇게 갈등을 하던 찰나에 61번이 오더니 승객 하나 태우곤 슝 달려가 버립니다. 그냥 저거 탈 걸 그랬나?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연천이었고 삼화리는 나중에 해결이 가능했기에, 그냥 091번 계속 타고 오후 4시 13분에 전곡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다음 목표는 군남에서 오후 5시에 있는 부처고개 경유 전곡행 버스입니다. 일단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55번에 승차하는데(오우~ 차가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듯 상당히 깨끗합니다), 부처고개 버스 시간까지는 꽤 여유가 있어서 내친김에 북삼리도 들어갔다 나온 다음 오후 4시 50분에 군남삼거리에 하차합니다. 북삼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번에 타보고서야 어떻게 버스가 갔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정말 특이한 형태의 ㅓ형 ㅋㅋ
군남삼거리 정류장에서 10분 기다리니 드디어 기다리던 100번 버스가 등장하고, 제가 타자마자 전곡을 향해 출발합니다. 군남을 지나 부처고개를 넘는데, 시작부터가 정말 예술입니다. 카운티마저 꽉 끼는 엄청 좁은 길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객현리뿐만 아니라 이 길 또한 정말 갑이었던 겁니다....허헐;;;
버스는 쿵쾅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데 그 쩌는 길만큼은 잊혀질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쩌는 부처고개 길도 비록 군남에서 얼마 안 되는 지점까지 해당되긴 했지만, 확장공사를 하려는지 땅이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군남을 출발하고 거의 5분간은 길 상태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지만 아무튼 공사 되기 전에 얼른얼른 타둬야 겠다는....ㄷㄷ;;
이번 차가 전곡 나가는 막차여서 그런지 부처고개에서는 타는 사람이 없었고, 왕림리에 와서야 한 두명씩 사람들이 버스를 탑니다. 그런데 어느 군부대 앞을 지날 때, 위병소에 있던 군인 한 명이 갑자기 "버스아저씨!" 하며 기사아저씨를 소리쳐 부르며 버스를 세우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뭔 검문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면회 온 친구의 귀갓길을 위해 버스를 잡아준 것이었습니다. 이에 기사아저씨께서도 웃으시며 면회 왔던 친구가 버스에 탈 때까지 기다려 주시는데, 친구의 우정과 여유로운 시골버스가 어우러져 펼쳐진 훈훈한 풍경이었죠. 어쨌든 정말 단순히 오지노선 타는 건데도 유혹이라는 게 있고, 이걸 조심해야 하는 걸 느끼게 해 준 시승입니다. 만약 봉화촌에서 그냥 삼화리 탔었다면 오늘 부처고개는 타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렇게 쩌는 길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며, 이런 훈훈한 풍경마저 놓치는 것이니 말입니다.
전곡에 도착하니 오후 5시 20분입니다.
이번에는 적성으로 해서 집으로 가기로 하는데 자꾸 삼화리가 마음에 걸립니다. 이번 61번도 삼화리를 가기는 했지만, 적성에서 전곡으로 돌아올 때만 삼화리를 들르는 때였고 삼화리까지 가버리면 귀가시간이 너무 늦어졌던 겁니다.
하지만 52번과의 연계, 그것도 지도로 대충 봐도 희소성 말곤 메리트 없어 보이긴 했지만 마전리가 낀 시간이었던 데다, 이번에 삼화리까지 한번 가보지 않으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었기에(재인폭포 간다고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도 정작 재인폭포는 가지도 못했죠 -ㅅ-;;;) 오랜 고민 끝에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고 삼화리를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사정상 전곡터미널에서 61번을 타지 못하고 농협사거리에서 타게 되었는데, 장에서 사 온 물건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버스는 조그만 카운티임에도 불구하고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북적거립니다. 장날에만 볼 수 있는 시골버스의 풍경이 아닐지....ㅋㅋㅋ
일단 적성을 갈 때엔 이번 시간대에도 웃양원리와 적암리 마을을 가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은 웃양원리와 적암리 마을을 두 번이나 들르네요 ㄷㄷ;; 웃양원리에서는 하늘아래첫마을 다녀온 56번도 보게 되고, 어유지리에선 그 보기 어렵다는 신성교통 92번 어유지리 지선을 또 봅니다. 이게 오후 6시 막차인듯 했는데, 이번에는 환승할인 생각해서 걍 저거 타고 적성 갔다가 다시 61번 탈까 했지만 그냥 어유지리에서의 연계시간 알아낸 것으로 만족하고 봉화촌 찍고 다시 나와 오후 6시 17분에 적성에 도착합니다.
전곡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때까진 3분이 남아 저는 화장실을 급히 다녀온 다음(터미널에서 가까운 화장실이 이번엔 잠겨있는 바람에 다른 곳을 급히 찾아야 했답니다) 아까 타고 왔던 61번에 다시 승차합니다. 시간을 가만히 보니 삼화리에서 52번과 환승을 찍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삼화리까지 기사아저씨에게 요금을 물어보니 1200원이라고 하길래 돈통에 1200원 그냥 넣습니다. 연천군 미산면 삼화리 환승은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실제로 해보지 않더라도 환승 찍을 수 있는 시간대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오지에서 환승이 찍히는 게 참 신기했었는데(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환승 찍어보려고 오지 다니는 것이 아니니 환승 찍기라는 행위에 의미를 굳이 둘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제가 아까 바로 전에 적성 온 사람인지는 신경 쓰지도 않고 유유히 버스를 운전합니다. 이번에는 전곡으로 돌아가면서 삼화리와 객현리를 경유하는 때였죠. 역시 장날의 힘인지 손님 없으면 그냥 넘어가 버릴 듯한 객현리를 61번도 경유를 하였고, 아까 091번이 안 들어갔던 곳 역시 들어갔다 나옵니다.
객현리 길을 다시 한번 잘 감상해두고 삼화리 회차지점인 삼화리 3반에 내리니 오후 6시 47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시간을 맞추는지, 61번이 바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옆 공터에 잠시 짱박더군요. 사실 시간표대로 안동네 일일이 FM대로 경유하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기사아저씨 입장에서는 쉬는 시간이 줄어드니 고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안동네는 심심하면 안 들어가곤 하는 것인데, 그래도 출발시간은 지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오후 6시 50분이 되어 61번이 전곡으로 돌아가려고 출발하려는 바로 그 때, 52번이 저만치서 달려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이었죠(으음...그런데 재작년만 해도 똥차 다니던 52번에 크롬미디 신차가;;;).
여기서 지금 타면 승차거부가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버스를 세우고 보니 기사님의 표정도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저는 동두천 가려는데 기다리기 심심하다고 하면서 카드 찍고 그냥 탑니다. 그런데 이 버스, 마전리에서 오후 7시에 출발일 텐데 시간이 남기 때문인지 마전리로 가기는 커녕 바로 근처 공터에 그냥 우뚝 서버립니다. 알고보니 시간도 남고 해서 버스 청소를 하기 위해 멈춘 것이었는데, 기사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한 마디 합니다.
기사님 - 내가 왜 이거 안 태우려고 했는지 알아??
본인 - ?? (너무 막무가내 식으로 나와서 그랬나?? 아무튼 긴장되는 상황...)
기사님 - 돌아 나오는 거 타라고 그냥 기다리라고 할 수도 있는 거 어차피 돌아나오는 거 타나 지금 타고 돌아 나오나 그게 그거니까 태워는 주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꼭 있어. 피곤해서 잠시 종점에서 발 뻗고 쉬는데, 그리고 청소를 해야 되서 종점에 잠시 차 세워 놓고 청소하는데 그거 가지고 신고하고 뭐라 그런다. 태워 줬으면 고맙게 생각할 줄 알아야지 -ㅅ-;;;
가만히 들어보니 종점에서 시간이 남아 버스 청소하는 것, 그리고 맨날 운전만 하려면 피곤하니까 시간 남았을 때 피로도 풀 겸 운전대에 발 뻗고 누워 쉬는데 그걸 가지고 승객들이 회사에 불평을 하여 기사아저씨꼐서 짜증이 나신 듯 했습니다. 기사아저씨가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쉬는 시간에 청소를 하거나, 비록 보기에는 그닥 좋진 않겠지만 발 뻗고 잠시 쉴 수도 있는 걸 가지고 회사에 클레임을 건 승객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기사라는 직업은 주구장창 운전만 해야 되는 직업. 그리고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테지만, 일하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이라는 것이 그 얼마나 소중합니까! 허허 참;;; 그래서 저는 이 점을 기사아저씨께 말씀드리며, 저도 직장인이라 쉬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데 그런 걸 가지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겠냐며 기사아저씨를 안심시킵니다. 청소를 도와 드릴까 했지만 됐다고 하시기에, 방해되지 않게 잠시 버스 밖으로 나와 있다가 청소가 끝난 뒤 다시 승차하였습니다.
오후 7시에 버스가 출발하여 마전리를 들르는데, 다리 건너 오른편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정류장 하나 경유하는게 다였습니다. 완전히 어두워져서 그런지 마전리라고 적힌 돌덩이와 슈퍼 비슷한 가겟집 두어 채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였죠. 아무튼 예상했던 대로 상당히 드물다는 것 빼곤 그닥 메리트는 없는 마전리 지선이었지만, 이 시간대에도 그곳에서 손님이 무려 4명이나 탑니다.
마전리 버스정류장을 뒤로 하고 버스는 다시 삼화리로 돌아와 아까부터 기다리던 손님 3명 태우고 봉화촌을 거쳐 동두천으로 향합니다. 적암리까지는 61번, 091번과 같았지만 그 이후로는 전곡 가는 길이 아니라 의정부 가는 길로 봉암리까지 쭉 내려왔고, 봉암터미널을 거친 버스는 오후 7시 44분에 구 터미널에 도착하여 운행을 마칩니다. 동두천은 2년만의 방문이었기에 혹시 시간이 변한 게 있나 싶어 시간표 갱신을 위해 구터미널 정류장을 살피니, 이럴수가 예전에 시간표들이 붙어 있던 자리에는 웬 큼지막한 지도와 버스도착 안내기 등등의 물건들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시간표는 딱 4개 노선을 제외하곤 전부 사라져 버리는데, 나참;; 오지노선 시간표가 무슨 국가 기밀이라도 되남?
그래도 동두천시나 연천군은 홈페이지에 버스시간표 업데이트를 워낙 잘 해주는 편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바로 이웃의 포천은 정말 말도 안 나올 정도로 시원찮은데 그러지 않아서 정말 Good! (포천시 공무원 여러분들, 관내 시내버스 현황 안내는 좋은데, 정작 중요한 시간표가 빠졌잖아요~! 그나마 그것조차 없는 화성시 보단 낫지만 그게 뭡니까?)
아무튼 구터미널의 아쉬운 시간표를 뒤로 하고, 저는 동두천중앙역에 오후 8시 15분에 도착한 인천행 전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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