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내버스들을 타보고자 오전 8시에 집을 나서 3600원 주고 태화상운 직행버스에 승차합니다.
수인산업도로를 따라 수원까지 시속 100km로 쭉 쏴주니 정말 빠르게 수원시 땅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서수원터미널 사거리에서 길이 좀 밀리는 바람에 수원역에는 오전 9시 15분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오산역에서 9시 45분에 있는 24번 놓치는 건 아닐까 했는데, 때마침 도착한 천안급행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오산역에 도착하니 9시 44분이었죠. 서둘러 버스정류장을 향해 뛰어가지만 버스는 보이질 않네요 ㅠ
역시 버스는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땡이라는, 기회를 놓치면 그걸로 끝이라는 냉정한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 넣는데, 가만히 버스 도착 안내기를 보니, 어라? 24번이 15분 뒤에 도착예정이라고 뜨네요.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아서 도착시간이 늦어졌나? 하지만 냉혹한 시간표 버스의 특징상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죠. 시간표가 바뀌었나 싶어 오전 10시 10분이 되어 나타난 24번에 올라 시간표를 슬쩍 보니, 역시나더군요. 시간표가 바뀌었던 겁니다. 그것도 바뀐지 2달도 안 된;;;
시간표가 바뀐 덕에 오산에서 24번을 놓치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창리 노선을 공략하며 용인으로 가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ㅠㅠ
결국 24번 쭉 타고 저번에 갔던 방아리 다시 한번 보고, 92번 들어가는 길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죠(들어가는 길이 1차로이니 기대치는 UP!!).
용인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표들을 확인하니, 겉으로 보기엔 별로 시간이 바뀐 게 없어 보였지만 출발시간이 5분, 10분 앞당겨지거나 늦춰지는 등의 소소한 변화가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97번 역시 저번달에 확인했던 대로 더 이상 도척은 안 가게 되었으며, 추가로 91번 또한 더 이상 고삼을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탈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참에 마성 2리를 해결해볼 겸 해서 미리 점심을 먹고, 출발 대기중이었던 9번에 마성 3리 간다고 하고 승차합니다. 오전 11시 40분에 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유림동 주민센터 앞에서 좌회전을 하여 지장실로 올라갑니다. 곧 버드실을 지나 지장실을 가게 되는데, 기사아저씨께서 뒷자리의 여학생 2명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봅니다.
기사님 - 뒤에 2명 어디 갈 거야??
여학생 - 이거 유림동 가는 거 아니에요?
기사님 - 유림동?? 잘못 탔구만 ㅎㅎ 이거는 유림동 가는 차 아니야. 저기 종점 갔다가 큰길가까지 태워줄 테니 그냥 타고 있어.
여학생 - 그러면 종점에서 몇 시에 출발해요?
기사님 - (웃으시며)음... 지금이 점심 시간대니깐 거기서 밥 먹고 한 2시쯤? ㅋㅋ
여학생 - 헐 안돼요~~
물론 오후 2시까지 종점에서 대기타다 나올 리는 없었지만, 기사아저씨의 농담이 여학생에게 제대로 먹혔는지 여학생 2명의 얼굴은 잠시 동안 사색이 되었답니다. 인상과는 달리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며 저는 기사아저씨께 마성 2리 가는 길 여쭤볼 겸 말을 겁니다. 기사님께서는 여행 차 왔다는 저의 말에 의외의 반응을 보이셨지만(여행을 가려면 강원도 등등 좋은데 많은데 왜 여기로 왔어?), 지장실이라는 마을 이름도 특이하고 하니 궁금해서 타 봤다고 하니 웃으시며 마성2리로 가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끝에 하시는 말씀이, 지장실은 손님이 없어서 안 갔다고 합니다. 흐미;;; 비록 버드실에서 마성 3리 올라가는 길은 굉장히 쩔었지만 아아....지장실....지장실...ㅠㅠ
오후 12시 10분 약간 안 되어 마성 3리 종점에 도착하고(지장실 경유했으면 시간이 전혀 안 남았겠더군요), 저는 기사아저씨께서 알려주신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을 놀려 마성 2리로 걷게 됩니다. 그런데 똑같은 마성리였지만 기사아저씨의 말씀대로 정말 은근히 거리가 있더군요.
낚시터를 지나 마성 2리 올라가는 길을 따라 마성 2리로 가니 웬 경기,대원고속 차고지가 보이고, 그 앞에 정류장 표지가 있더군요. 여기서 마성 2리 노선을 잡아 마성 2리로 올라가기로 하고 버스를 기다리니 때마침 경남여객 카운티 하나가 오는데, 7번이었습니다. 얼른 손 흔들어 환승 찍고(;;) 승차하는데 얼마 안 가 마성 2리 종점이 나오더군요.
마성 2리는 마을 규모에 비해 버스가 너무나 많은 정말 특이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노선은 무려 다섯 개. 시간대만 잘 고르면 버스 2~3대가 출발 대기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오지가 아닐까 싶더군요(또다른 노선이 오지마을 회차지에서 출발 대기중인 모습을 보는 건 추곡리 이후 처음이라는;;). 하지만 마침 동백-마성리 간 도로 공사중이라 좋은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금어리를 이번 기회에 가보기로 하고 몇 분 뒤 도착한 2번에 환승 찍고 마성 2리를 빠져나온 저는, 2번의 생각지도 못한 운행경로에 입을 쩍 벌려야만 했습니다. 영문중학교 이후로 웬 아파트들을 지나 둔전으로 나오더니 이번엔 대대리, 정수리 가는 길에 있는 코아루아파트를 가질 않나, 인정프린스아파트도 들어갔다 나오질 않나... 2-1번과 비슷하게 가는 것 같은데 이곳 저곳 다 들르는 게 정말 장난아니었습니다. 이 정도면 술막다리에서 터미널로 바로 안 가는 건 보나마나 뻔했는데, 중요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후 버스 시간들을 생각했을 때, 12번 시간이 붕 떠버리더군요. -ㅅ-;;
그나마 이럴 때 지장실을 해결해 두기 위해 용인터미널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71번을 잡기로 하지만 이것마저 실패하고 맙니다. 유림동 주민센터에 내려 길을 건너려는데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 71번이 저만치서 슝~ 달려오더니 바로 지장실 쪽으로 좌회전 해버리는 걸 보아야만 했으니까요. -ㅅ-;; 결국 둔전~용인 사이에서 1시간을 그냥 보내버리고, 저는 용인에서 오후 2시 20분에 있는 85번에 승차합니다. 마성 2리를 갈 때는 우림필유 코스대로 갔다가 마성 2리로 간다고 알고 있어 처음에는 기대가 높았지만, 이게 웬걸 앞에 걸린 행선판도 그렇고 운전석에 있는 시간표도 그렇고 마성 2리 갈 때에는 당곡, 우림필유는 절대 안 간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데, 실제로도 결국 당곡, 우림필유는 가지도 않았습니다. ㅠㅠ 결국 마성 2리-둔전-용인 이동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버린 셈이 되었죠. 71번만 안 놓쳤어도 좀 나았을 텐데 -ㅅ-
버스에서 내리니 몇 분 지나지도 않아 곧 12번이 오는데, 아직까지도 실제 운행하는 노선임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습니다. 운전석에 붙은 시간표 카메라로 살짝 박아내고 시간 때우니 드디어 3시 10분에 버스는 출발합니다.
12번은 신원아파트까지 다른 노선들과 같이 가다가 갈라지는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예상했던 거지만, 버스에는 저 말고는 아무도 안 타더군요 ㅡㅡ;; 그나마도 타겠다는 손님이 하나 있긴 했는데 목적지가 터미널이라 기사님께서는 빠꾸를 먹이고, 여유 있게 버스를 운전하십니다. 시간표를 딱 봐도 12번은 정말 널널한 노선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리고 이 노선 덕분에 그 깊은 산골짜기 마을에서도 환승이 가능했지만, 12번은 왜 다니는 건지 싶은 의문이 진하게 들더군요. 12번은 딱 봐도 주민들 이동패턴 등의 면에서 아침시간대에 70번 보조 말고는 정말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겁니다.
신원아파트 이후 버스는 기껏 만들어 놓고도 장식품이 되어버린 용인경전철 교각 밑을 지나 금어리로 가는데 버스가 정말 깊게 들어갑니다. 비록 화순군내버스 가수 3리나 유마사 노선에 비하면 금어리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본인으로선 매 시승마다 지도로만 봐놨던 길 실제로 가보는 거니 이건 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이 한적한 마을에 스포츠 센터가 있더군요;;; 스포츠 센터같은 시설은 사람 많은 곳에 있어야 할 텐데, 용인시가 삼성의 영향으로 돈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삽질을 좀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길 끝까지 갈 수 있는 데까지 모두 올라간 버스는 큰 공터가 나오고(학동리 종점과 유사한 구조더군요) 그곳에서 회차를 하고는 저를 내려주고 바로 가버립니다. 70번 올 때까진 시간이 약간 남아 주변을 둘러보니 금어천이 옆에 흐르고 있었고, 대학생들이 놀러 왔는지 냇가 쪽은 시끌벅적하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정말 한적하니 살기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딱 드는 게 나중에 이곳으로 이사올까 하는 약간의 망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이윽고 오후 3시 50분이 가까워 왔고 곧 70번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지에서 버스를 보는 순간은 정말 신기함과 기쁨 그 자체인 것 같네요. ㅎㅎ
고마운 70번 덕분에 어렵지 않게 다시 인정프린스아파트로 되돌아 올 수 있었고, 아쉽게도 70번은 둔전이나 인정멜로디아파트 쪽으로는 가지 않기에 본인은 여기서 내려 서둘러 인정멜로디아파트 정류장으로 가야 했습니다. 바로 용인터미널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한 90번 때문이었는데, 잠시 대기하니 버스가 바로 와서 환승 찍으며 승차합니다. 버스 안은 카운티임에도 불구하고 입석까지 세운 상태였습니다. 90번은 에버랜드 입구만 경유하고 바로 신원리를 지나 모현으로 쏘는 노선이었는데, 신원리 안쪽 길이 쩔어 보여 기대를 했지만 버스는 큰길 따라 달리기만 할 뿐 신원리 안쪽으로는 가질 않더군요. 하지만 카운티로 운행하는 오지노선 치고는 2대나 다니는 걸로 보아(중간에 상촌 즈음에서 교행을 하더군요) 그래도 사람들이 꽤 버스를 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현면으로 가는 길에 등장하는 박석고개는 약~간 압박이었구요. ㅋㅋ
모현면사무소에 내리니 오후 4시 30분이 약간 넘어 있었는데 이상하게 버스 시간표들을 찾아봐도 시간표는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89번 시간 급해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4시 45분에 도착한 89번에 몸을 싣는데, 20번과 똑같이 가는가 싶더니 갈담리 안쪽 갈월을 먼저 들어가는데 길이 상당히 쩔었지만 잠깐 안쪽 들어가더니 삼거리 즈음해서 바로 돌려 나옵니다.
그렇다면 초부리 쪽은 어떨 것인가. 곧이어 초부리에서 휴양림 쪽으로 들어간 버스. 거의 길 끝까지 쑤셔 들어가고 나서야 휴양림 종점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왔던 길 그대로 큰길로 나갈 것인가?? 저도 예상치 못했던 크나큰 반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버스가 갑자기 왼쪽의 대단히 쩌는 길로 들어가는 겁니다. 와;;; 오르막도 가미가 되어 있어서 97번 도척 노선을 다시 탄 듯한 느낌마저 든 정도였는데, 용인에서 거의 막판에 지대로 1차로 노선을 타니 아까 지장실과 둔전에서의 뻘짓했던 좋지 않았던 일은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ㅎㅎ
초부리의 개쩌는 1차로를 거치며 용인공원묘원 입구를 지나 다시 큰길로 나온 버스는 용인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순간 맞은편에 20-1번이 지나갑니다. 헐;;;
89번 다음에는 용인에서 오후 4시 35분에 나올 20-1번을 탔다가 광주,팔당을 거쳐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그만 코스가 어그러지고 맙니다. 이건 또 뭐야 싶어 아까 찍어뒀던 시간표를 살피니, 이럴수가 오후 4시 35분이 아니라 오후 4시 15분에 용인 출발이네요. 게다가 운행횟수마저 하루 9번에서 8번으로 줄어들어 있었는데, 결국 내개일은 이번에도 인연이 안 닿습니다. 허허;; 이번 용인 시승은 시간표 때문에 울고 웃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게 정말 뷁입니다요 뷁!! 하지만 24번 같은 노선의 시간표가 바뀌었을 정도면 다른 노선들도 경남여객이 시간 변경을 안 했을 리가 없을 텐데, 그걸 그날따라 무슨 깡이었는진 모르지만 간과해 버렸던 본인의 실수가 컸습니다. ㅠㅠ
14번 시간표도 당장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14번을 타기도 그렇고, 구봉말을 노릴까 하다가 그냥 강남역을 거쳐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인정멜로디아파트에서 5002번에 승차하여(에버랜드 오니깐 사람들 무지하게 많이 탑니다...ㄷㄷ;;) 강남역에 내려 3200번을 기다리는데 3200번 대신 M6410이 오길래 그냥 그걸 타고 월곶에 내렸다 1번을 타는 것으로 이번 시승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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