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미처 잡지 못한 오지노선을 마저 잡기 위해 오후 12시 40분에 집을 나서 부천으로 향합니다. 여름휴가땐 역시 밖으로 나가야 됩니다....ㅎㅎ 옆동네 인천의 오지노선 중에선 청라도를 가는 청룡교통 41-1번이 역시 제1의 목표였죠. 저번에 몇 분 차이로 놓쳐버렸던 아픔도 있었고요.
부천역에서 동인천급행을 타고 동인천역으로 가니 20분도 안 걸립니다. 역시 급행의 힘은 못 당하죠. ㅎㅎ
동인천역에서 약간은 어렵게(초행길이다보니...;;) 원창동 방향 22번을 탈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자꾸 매 정류장마다 타고 내리다보니 과연 오후 2시 10분까지 원창동 종점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원창동 종점에 도착하니 2시 5분이었고, 어렵사리 41-1번 시간 맞춰 원창동 종점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죠. 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청소년수련관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41-1번을 바로 타게 되는데, 이럴수가 버스가 3분이나 조발합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저번에 41-1번 타보려다 못 타본 것이 아닐지 싶었죠. .41-1번이 조발만 안 했어도 중간에 내려 41-1번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은 있었는데 ㅠㅠ
버스는 591번 왔던 길 그대로 삼화고속 종점 직전까지 가면서 중간에 할아버지들 4명을 태우고, 바로 청라지구로 이동합니다.
역시나 청라지구 또한 오류동과 마찬가지로 인천 북서쪽 끝의 한적한 허허벌판이었을 테지만 현재는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농협도 생기고 아파트로 보이는 수십 층 짜리 건물들이 적어도 10동 이상은 있는 것 같았는데, 좀 더 가니 또 수십 동의 건물들이 공사 중이더군요 -ㅅ-;;;
현재 20대들이 아무리 아르바이트 등으로 뽕 뽑을 때까지 일한다고 하더라도 내집 하나 마련하기란 높아지는 월세에 거의 불가능이라는 결론만이 나오고 있는데(한달 벌어 한달 겨우 사는데 뭔 돈이 모이남;;), 그냥 그들에게 미분양 아파트들 좀 주면 안 되나 -ㅅ-;; 멋진 풍경들은 풍경대로 사라지고 집 살 사람은 넘쳐나는데도 정작 지어 놓고도 미분양인 아파트들이 널린 걸 감안한다면, 아파트 숲이 영 보기 좋지가 않더군요(저런 동네에 익숙지 못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닭장 같은 아파트들만 보고 사는 삶은 끔찍했죠.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본인으로서는 그래서 시골마을 쪽으로 도는 것이 아닐지 싶었죠. 바람과 같은 삶 ㅋㅋ
그 동네 가서 볼 게 뭐가 있느냐?
필자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여행기를 읽게 된 독자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물론 시골 마을들이란 산이 있거나 들판 있거나 아니면 강이 흐른다거나 등등 크게 보면 풍경들이 다 거기서 거기죠. 그리고 가서 놀 거리라든가 유명한 것,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유명한 것이나 볼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것들을 바라고 시골 마을들을 방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맑은 공기 마시고 걸어보고, 이 마을은 어떤 곳일까 등등의 궁금증이 있어서 가는 것일 뿐이죠. 그렇다면 버스는 왜 나오느냐? 아주 현실적인 문제는, 운전할 차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을을 방문할 수 있을까?
시골 마을에 기차나 전철이라는 게 있을 리 없으니(있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마을에서 가까운 기차역들은 거의 100% 간이역들이라, 기차로 가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당연히 버스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자동차 타고 단순히 갔다 오는 것과, 버스 타고 힘들여서 방문하는 것은 느낌 자체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시골마을들로 가는 버스들은 하루 10번 다니면 꽤 있는 것이며 1시간 간격으로 있는 것은 완전 땡큐입니다. 즉, 시간 맞추어서 타는 것 자체가 일입니다. 본인이 힘들게 걸어서 도착한 재인폭포에서 허탕 치고(-ㅅ-;;) 다시 전곡으로 돌아올 때 탔던 대양운수 56번 버스 기사아저씨도 본인에게 그러더군요. 원래가 쉽게 찾아간 곳은 금방 잊게 되지만, 어렵게 찾아간 곳일수록 기억에 남는다고 말입니다. 쉽게 얻은 건 쉽게 잊혀진다는 것은 친구들과의 추억 등등과는 다른 의미로서 필요한 진리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노력이나 희생 등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죠.
또한 여행하면 외국 여행이나 생각하지 이런 여행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알 수 있는 기회 중 하나인데도 말입니다. 그 동네 가서 볼 게 뭐가 있느냐? 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한편으로는 젊을 때 내 나라 내 땅 곳곳을 감상해 둔다는데 그게 그렇게 할 짓 없어 보이나? 싶기도 합니다. 하기야 어느 나라에나 내놔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걸 활용하지 못하고 외국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데 어찌하겠습니까 ㅎㅎ
청라지구를 벗어나니 이번에는 서부공단의 일부분으로 추측되는 공단이 등장하고, GM대우자동차 주행시험장을 지나서부터는 굽은 길이 나옵니다. GM대우자동차 주행시험장이 화력발전소 가는 길 입구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나중에 발전소 종점에서부터 이곳까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하니 무려 17분이나 걸립니다. 버스로 큰길가까지 나오는 데에만 15분 남짓 걸리다니 허허;; 41-1번이 정말 생각보다 골치아픈 노선이었습니다. 지도 보니까 북인천IC까지 걸어서 공항좌석 타도 될 것 같아 보였지만, 그곳까지는 정말 멀었죠. 아무튼 점점 깊이 들어가는 버스에 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류장 표시는 당연하다는 듯이 있지도 않았지만, 버스는 중간에 내린다는 사람 알맞은 위치에 정차해서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같이 타고 있던 할아버지들은 실버타운 나오니 다 내려버리고, 기사님께서는 그제서야 저보고 어디 가냐고 물어보십니다. 발전소 앞까지 차가 간다길래 한번 타 보려고 왔다고 하니 고물이 되어가는 글로벌 900 차량의 엔진음이 귀청을 때립니다. 다시 발전소 쪽으로 가기 시작한 것이었죠. 중간에 아주머니 한 분이 길을 걸어가시길래 기사님께서 정류장이 아닌데도 차를 세우면서 왜 걸어가시느냐며 태워 주시는 것이 딱딱한 겉모습과는 달리 정이 있는 분인듯 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저 멀리 청라지구 공사 현상에서 일하는데 사정이 생겨서 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집으로 가기로 하고 버스 찾아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걷는 방향이 발전소 방향이었더군요. -ㅅ-;; 아주머니를 태운 장소에서도 한 5분은 더 달려서야 발전소 종점에 도착하는데, 때마침 시간이 오후 2시 45분이다보니 버스는 발전소에서 아주 잠깐 서 있다가 바로 돌아 나옵니다. 귀로 요금을 내려고 하니 기사님께서 받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청소년 수련관에 내리니 오후 3시 30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청라지구를 벗어날 즈음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나 싶더니, 비가 점점 거세지네요. 청소년수련관에 다시 도착하니 이건 뭐 아예 비가 아니라 물폭탄이었습니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은 홀딱 젖어버렸고, 이런 상태에서 운연동 노선까지 노리기는 무리인 듯 싶어 저는 22번 탈까 하다가 80번을 타고 작전역으로 간 다음 부천으로 해서 집으로 귀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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