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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1년 8월 5일 - 용인시 남사면 시내버스 시승과 가마골에서의 환승(부제: 식금리 고갯길은 날라가다..)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25.

여름휴가를 맞아 용인으로 시승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용인은 집에서 가기가 좀 애매한 동네라 어떻게 가야 할 지 고민을 하다가 광주와 매산리를 들러 용인으로 가기로 하고, 오전 7시에 도착한 태화상운 직행을 타고 오전 7시 50분에 모란역에 도착합니다. 매산리 노선이 축협으로 오려면 오전 8시 30분쯤이 될 것 같아 얼른 3-1번을 타야 되었지만, 큰길 건너편으로 가려고 하니 3-1번 하나가 나타나더니 금방 떠나가 버리더군요. 결국 저는 5분 남짓 뒤에 도착한 다음 차를 타고 광주로 가게 되는데, 출근시간대라 그런지 버스 안은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섬마을을 지나고 나니 길이 밀립니다. -ㅅ-; 가다가 섰다가, 가다가 섰다가 정말 별로 가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산리를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또 언제 해결할 기회가 생길 지 모르는데, 이놈의 3번 국도 정체는 정말 곤지암 시승 때나 지금이나 제 발목을 잡네요. 그나마 웃긴 건, 가까스로 갈마터널 지나니 길이 뻥 뚫렸다는 겁니다. 도로에다 소화제 풀었나? 왜 길이 막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은 벌써 오전 8시 15분이 넘었고 거의 정류장 하나마다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내리는 형국이었지만, 그래도 3-1번은 기적적으로 오전 8시 30분에 축협에 도착합니다. 서둘러 건너편으로 이동해보니 곧 매산리행 버스가 등장하여 얼른 승차합니다.

 

매산리 노선은 광주시내에서 양벌리, 매산삼거리까지 다른 버스들과 운행경로가 같아서 그런지, 오지노선 치고는 승객들이 어느정도 타는 편이었습니다. 매산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특전사입구와 여러 공장들을 지나고(매산리는 무갑리처럼 공장들이 좀 있더군요), 드디어 버스는 공원묘지 주차장에서 회차합니다.

 

 

▲ 매산리에는 공장들이 여럿 있더군요.

 

▲ 매산리 노선의 1차로 ㅋㅋ

 

▲ 종점에서 찍어본 매산리 노선. 행선판은 교체된 상태였죠.

 

 

▲ 공원묘지가 보이는 매산리 종점.

 

▲ 광주공원묘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묻힌 곳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공원묘지를 버스 타고 들어온 소감?

글쎄요. 남들은 다 차 타고 들어오는 거 저는 목적이야 어떻든 버스 타고 들어와버린 셈이니 약간 특별(?) 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씁쓸합니다. 불가능한 바람이지만 이런 행선판 버스들도 이용객들이 많아졌으면 싶기도 하구요.

 

공원묘지를 걸어나와 매산저수지를 구경하며 왔던 길 되돌아 나온 저는, 모산마을로 넘어가기 위해 지도책을 펴들고 방향을 잡아 어느 공장 안쪽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런데 언뜻 봐서는 길이 보이질 않아서 한참 두리번거려야 했습니다. 그런다가 간신히 모산 가는 길을 찾긴 했는데, 며칠 전 엄청나게 내린 비 때문인지 길 상태가 정말 최악이었죠. -ㅅ-;; 게다가 진흙 안 묻게 조심조심 걸어가다가 큰 개와 만나기도 하고, 가뜩이나 아침 9시가 넘어서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판에 식은땀까지 쫙 나더군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시골 가면 꼭 있는 게 멍멍이인걸요. -ㅅ-;;

 

 

▲ 매산저수지의 모습. 며칠 전 왔던 비 때문에 흙탕물이 따로 없었죠.

 

▲ 공원묘지로 들어오다가 특이한 모습에 찍어본 약사사 입구 정류장. 처음에는 무슨 폐가인 줄 알았다는....;;

 

▲ 모산 가는 길은 온통 진흙투성이였죠. 덕분에 제 신발도 걸레가 되었다는....-ㅅ-;;

 

▲ 모산로라는 도로명 표지판이 보이는데, 용인 모산마을로 무사히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흙탕 길을 헤치고 겨우겨우 야트막한 야산을 넘으니 모산마을이 등장하긴 했는데(동시에 용인/광주 시경계도 얼떨결에 넘어 버렸다죠;;;), 버스가 과연 어디서 돌릴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주민 한 명 붙잡고 물어봐도 큰길 나가서 버스 타라는 대답만이 돌아오더군요. 14번의 존재는 모르시는 듯 싶었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용인터미널에서 오전 10시 40분에 있는 6번을 타는 것이었기 때문에 14번은 큰 미련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을 한쪽에 때마침 붙어 있던 14번 시간표를 카메라로 박아 두며 큰길로 나가는데, 상당히 가까웠죠.

 

모산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이었고, 길 건너 정류장에서 대기하니 곧 20번이 등장하여 승차하여 용인터미널로 갑니다. 용인터미널에 내리니 오전 10시였고, 승차장에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여러 버스들이 출발 대기중이었습니다.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시간표들을 훑어보다가 오전 10시 5분에 출발하는 93번을 타기로 하는데, 이번에는 용인대 → 상덕 순으로 경유하여 천리로 가는 때였으므로 6번을 타기에는 아주 타이밍이 예술이었더군요.

 

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용인시내에서 3명 태운 다음, 용인대학교 이후로 높은 언덕을 올라가는데, 내리막길 끝나가는 지점에서 정류장 하나가 보이더군요. 여기가 바로 상덕이었죠.

 

 

▲ 상덕 종점. 천리 → 상덕 방향으로 갈 때에는 버스가 건너편에 정차하게 됩니다.

 

 

길은 All 2차로였지만 주변이 온통 산이라서 그런지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아까 용인에서 탔던 3명이 내리고 시간 맞춰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버스를 타는데, 버스는 상덕에서 출발시간을 맞춰 오전 10시 25분에 다시 출발합니다. 천리삼거리에 도착하니 22-1번 등 송전 가는 차들이 다니는 길이 나타나는데, 시간이 벌써 오전 10시 35분이 넘어 있어 터미널까지 가기는 무리라고 판단, 신기마을 입구에서 내렸습니다. 괜한 뻘짓을 했던 추억이 있는 이곳도 벌써 거의 1년여만의 방문이었는데, 내린 곳 바로 건너편 정류장에서 몇 분 대기하니 곧이어 초록 떡칠도색이 된 6번 버스가 나타나 손 흔들어 승차합니다. 이 버스도 천리와 송전을 가기 때문인지, 차량은 소형버스인 카운티였지만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생긴 것부터 예사롭지 않던 경남여객 6번.

천리를 지나 덕성리로 진입하는데 갑자기 굴다리 쪽으로 우회전하더니 1차로 시골길을 쑤시더군요. ㅋㅋ

이 구간에서 손님이 무려 3명이나 타는데, 다시 큰길로 합류하기 위해 굴다리 앞을 다시 지나갈 때에도 버스를 타려는 사람이 있더군요. 덕성리 지나서는 곧 화산리였는데, 91번과 똑같이 화산리 안쪽을 들어갔다 나왔습니다만 미리내 갔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화산리에서는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공장들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런 것 치고는 화산리에 이미 91번도 있는데 버스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6번을 타면 맛볼 수 있는, 천리~송전 사이 개쩌는 1차로 길. ㅋㅋ

 

▲ 화산리 버스 회차지.

 

 

이후로는 91번과 마찬가지로 송전을 지나 난실리까지 내려가는데, 안성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바로 어비리로 진입합니다. 어비리는 드넓은 이동저수지를 끼고 있는, 용인에서 소문난 오지마을 중 하나인데 저수지를 끼고 버스가 달리고 있어서인지 풍경이 정말 장난아니게 멋졌습니다. ㅎㅎ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어비리. 용인은 에버랜드만이 다가 아니었죠. ㅋㅋ

 

 

가면서 수역이라는 곳이 어딘지도 확인을 하게 되는데, 가곡여객 11-1번 시간표에 나오는 수역이 바로 이 곳이겠구나 하고 감을 잡아 둡니다. ㅋㅋ  그런데 수역 입구에서 바로 남사쪽으로 가니 24번과 24-1번 다니는 방아리(중복동) 정류장도 등장을 하더군요. 정말 오지노선들을 타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놀라움이이었죠. ㅋㅋ

 

 

▲ 24-1번 다니는 그 방아리 1차로를 6번도 달리고 있습니다. ㅋㅋ

 

 

하여튼 방아리 왔으면 남사는 이제 다 왔죠.

남사에 도착하니 바로 오전 11시 30분이라 시간이 남지 않다보니 버스는 사람 두 명 태우고 바로 용인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저는 남사 정류장 주변을 둘러보며 11번과 11-1번 시간표를 카메라로 박아두고 시간 때웁니다. 그런데 가만보니 남사 정류장은 도로 구조상 버스들이 정류장 바로 옆 큰길에서 바로 우회전 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들어오지 않고 뒤편 길로 돌아서 들리기도 하는 탓에, 버스가 가는 방향에 신경 써서 타야 하는 신중함이 요구되더군요. -ㅅ-;;

 

 

▲ 남사에서 출발 대기중인 11-1번. 사실 11-1번은 남사에서 회차하는 시간대도 존재하죠.

 

 

이제는 남사에서 11시 50분에 있는 72번을 타야 하는데, 72번은 과연 어느 쪽으로 들어올 것인가?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 큰길만 쳐다보고 있으면 된다 라는....ㅋㅋ

 

이윽고 11시 55분 약간 안 된 시간에 거짓말처럼 등장한 72번. 북리와 완장리를 경유하여 용인으로 가는 버스라 저는 완장리 간다하고 얼른 환승 찍으며 승차하는데 완장리까지 오는 내내 아무도 안 탑니다. -ㅅ-;;  기사아저씨 빼고는 저 혼자밖에 없으니 전세낸 거나 다름없었죠. 어쨌든 북리 당하동마을의 1차로 산길 포스는 정말 쩔었다능 ㅋㅋ

 

 

▲ 이런 길을 버스가 가네요....ㄷㄷ;;

 

▲ 남곡초등학교에 저를 내려주고 떠나가는 72번. 6번과 더불어 정말 좋았던 노선으로 기억될듯 ㅎㅎ

 

  

비록 난생 처음으로 용인을 방문했던 탓도 있었지만, 24번과 24-1번만 생각했던 작년을 되돌아보니 왜 72번을 이제서야 탔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이게 방아리까지 둘러가는 24-1번과 훨씬 빠르게, 그리고 24-1번 따위만 찾는 사람들과는 다른 길로 남사를 갈 수 있는데 말이죠. 그분이 남사에 들어가는 경남려객 칠십번대 버스 이야기를 괜히 한 게 아니다 싶습니다. 말만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타보니 느낌이 팍팍 오는 게,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ㅋㅋ

 

당아래를 지나니 바로 남곡사거리가 등장하고, 조금 있으면 75번이 오겠다 싶어 얼른 벨을 눌러 남곡초등학교에서 하차합니다. 기왕이면 완장리 1차로를 좀더 감상했다가 내리고 싶었지만, 이번 75번은 진목리까지 가기 때문에(75번은 하루 3번 있는 진목리를 제외하면 모두 남사까지만 운행합니다) 안 타볼 수가 없는 노릇이었죠.

 

 

▲ 10분 뒤 바로 오는 버스. 날이 덥다보니 버스 안 에어컨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죠 ㅎㅎ

 

 

남곡사거리 이후로는 24-1번과 똑같이 가는가? 싶었지만 75번은 중복동 쪽으로는 안 가고 바로 후촌동으로 해서 남사로 쏩니다. 곧이어 도착한 남사에서 기사아저씨가 문을 여시며 어디 가냐고 묻길래 순지라고 말씀드렸는데, 간혹 순지까지 가버리는 승객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어디 가냐고 묻는 게, 어쩌다가 한번씩 물어보는 투가 아니라 항상 물어보는 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버스는 순지 간다는 여학생 2명을 태우며 바로 남사를 떠나 다리 앞에서 우회전을 하여 진목리로 진입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진목리.

진목리는 드넓은 들판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마을이었습니다. 게다가 순지 가는 길에 반대편에서 11번 마을버스도 달려오고 있었고, 기사아저씨들끼리 손인사까지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지만....아차! 그런데 저거 남사 가는 찬데 -ㅅ-;;

 

이제 이곳에서 남사를 가자면 순지에서 광속도보를 하여 오후 12시 35분에 오산역을 출발한 11번을 타야만 했습니다. 특별히 벨을 누르지 않았지만 순지에 도착하니 기사아저씨께서 문을 여시며 여기가 순지라고 알려주시는데, 현재 시간은 오후 12시 30분. 여기가 종점이 아니냐고 물어보니 종점은 조금 더 가야 된다고 하는데, 어쨌든 순지 간다고 한지라 저는 버스에서 내려야 했고 떠나가는 버스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버스가 지평선 저 끝까지 상당히 멀리 가더군요 ㄷㄷ;;

 

이곳이 GBIS상으로는 정류장 이름이 스마일슈퍼라고 되어있는 곳이던데 왜 스마일슈퍼지?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가까운 곳에 슈퍼가 있더군요.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진목리 순지마을 버스정류장. 스마일슈퍼는 어디에?

 

▲ 바로 이곳입니다. 날이 더워서, 봉명리까지 걸어가는 거 생각하면 땀이 절로 나는 상황이었지만, 인터넷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와보니 역시 시골의 정류장 이름은 주변에 실제로 있는 대상의 이름으로 짓는다는 사실에 웃음이 납니다. ㅋㅋ

 

 

오늘 일정도 있고 해서 종점은 못 보게 되었지만 그래봤자 아주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닐 터이니 미련을 버리고, 오산에서 남사를 가는 길 쪽으로 부지런히 걷습니다. 하지만 진목리 이 동네는 드넓은 평야지대면서 가로수라고 있는 것들이 죄다 폼으로 심어 놓은 건지, 길에 그늘이라곤 전혀 없었죠. 덕분에 몇 분 걷지도 않았는데 땀이 나더군요. -ㅅ-;;

 

순지에서부터 20분 정도 걸어가니 봉명리 버스정류장이 등장하는데, 설마 여기에 11번이 올 것인가? 싶어 지도를 보며 좀더 앞으로 걸었지만 이정표에 웬 통삼리가 나오더군요. 이건 뭔가 이상해서 지도를 다시 보니, 아까 봉명리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것이 맞을 것 같아(어차피 버스 시간도 다 되었고) 다시 봉명리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랬더니 오후 12시 55분이 되자 거짓말처럼 11번 버스가 등장하는데, 이 버스를 타고 남사로 복귀하니 오후 1시입니다. 만약 이 버스를 놓쳤다면 이후 코스도 그렇고 정말 큰일 날 뻔했죠. ㅎㅎ;;

 

 

▲ 제가 11번을 타게 된 봉명리 버스정류장.

 

 

남사에 복귀하니 곧 용인방향 24-1번이 오길래 승차합니다. 용인에서 오후 2시 20분에 있는 은이성지 노선을 타기에는 정말 충분한 시간이었기에, 여유있게 방아리와 완장리의 1차로를 감상하며 용인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72번에서 못 본 완장리도 자연스럽게 다시 보게 되어 아까 72번에서 완장리에 미련을 두지 않기를 잘했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버스에 오르니 기사아저씨께서는 할아버지 한 명과 이야기가 한창이셨습니다.

 

이번에 거의 1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완장리였지만 1차로 길은 그대로였는데,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더군요. 기사아저씨께서 할아버지께 완장리 1차로 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이 완장리 길은 2차선이 아니라 4차선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었고 아파트도 지을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공사인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영향인지는 몰라도, 하도급 업체들이 모조리 부도가 나버려서 공사가 무기한 지연되는 모양이더군요. 이 건설공사로 인해 어느 아저씨는 애지중지 가꾸던 고추밭을 하룻밤새 몽땅 잃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고추밭 위치를 기사아저씨께서 말씀하시길래 저도 옆에서 같이 보니 완전 묵밭이 다 됐습니다. ㅠㅠ

 

그나마 이 공사는 길 넓히는 것 말고는 경제성도 별로 없었는데, 인근의 송전리(이동면사무소 소재지)만 하더라도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완전 분양이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즉, 미달이 났다는;;; 집만 지어놓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닐 터인데 현실은 아파트만 맨 공사중.-ㅅ-;; 아무튼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고 잘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 (2장 모두) 방아리, 완장리 1차로 길. 당분간은 이 길이 계속 유지 될 것 같군요.

 

 

용인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5분이라(24-1번은 완장리 길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나, 소요시간은 24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간은 예상대로 널널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 틈에 점심과 화장실 해결을 하고 터미널 밖으로 나가보니 오후 2시 20분에 출발하는 84번 은이성지 노선이 있었고, 저는 이 버스에 승차를 하게 됩니다. 84번의 경우 시간대에 따라 행선지가 달라지는 노선이라 시간표를 반드시 보고 해당 시간대에 알아서 승차해야 하는 노선이었는데, 버스는 양지 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남곡리에서 1차로 길을 쓱 들어가 은이성지로 올라갑니다. 1차로 길이 은근 쩔더군요. 

 

 

▲ (2장 모두) 꽤 쩌는 1차로 길이 나와주는 은이성지 노선. ㅋㅋ

 

  

그런데 정류장 표시는 군데군데 있었지만 말 그대로 표시만 있을 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조금 난감합니다. 은이성지 입구에서 버스가 회차하는데 아쉽게도 회차지는 사진으로 박지 못하고, 오후 2시 30분 안 되어 저 혼자 탄 버스는 직진을 하여 양지사거리를 지나게 되었죠(은이성지로 들어올 때 길과 나갈 때 길이 중간에서 달라집니다 ㅋㅋ). 그런데 막상 금륜사에 이른 버스는 어디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입구만 가는 게 전부더군요. 그런데 금륜사는 입구만 가고 끝이어서 황당해 하고 있는 저에게 더 이상한 일이 생겼으니, 기사아저씨께서 갑자기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이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다냐?

 

여기가 종점 아니냐고 하니 골프장(아시아CC 였죠 -ㅅ-;;) 이 종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골프장 가겠다고 대답하니 언덕길을 향해 버스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돌박물관인가? 정류장 표시까지 있는 공터가 바로 앞에 있었지만 버스는 그것도 무시하고 그냥 언덕길만 묵묵히 올라갑니다. 박물관이 종점인 것 같은데 왜 골프장까지 굳이 올라가는 거지?;; 박물관 이후 시작된 고갯길은 커브가 장난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고개 정상에서 내려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그냥 대대리까지 걸어내려가 82번을 타고 양지로 되돌아 오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더군요. 아놔 그냥 양지에서 82번 올 때까지 기다릴 걸 그랬나? 거의 5분여를 위로 올라가기만 하던 버스는 제 예상대로 고갯길 정상에 이르자마자 종점이라며 멈춰섭니다. 아시아 CC 바로 앞에서.....

 

 

▲ 엉겁결에 내리게 되어버린 아시아CC. 84번은 여기에서 회차하여 다시 양지로 떠났습니다.

 

 

골프장에서 내리니 오후 2시 55분 약간 안 된 시간이었지만, 제가 내리니 버스는 바로 떠나가 버리더군요. 금륜사에서 시간 맞추나? 하여간 상황이 약간 엉뚱하게 전개가 된 덕택에 저는 대대리까지 걸어야 했습니다. 84번이 골프장까지 올라가는 줄 알았다면 이 고생은 안 해도 되는 건데 ㅠㅠ

 

그래도 버스가 고갯길 정상까지 올라와준 덕에 대대리까지 걸어가는 길은 전부 내리막이었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고마운 84번 덕분에 아시아 CC 입구(82번 돌리는 곳이죠)에 있는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고 무량골로 내려가보니 오후 3시 15분이더군요. 무량골에서 5분 남짓 기다리니 82번 아시아 CC 노선이 모습을 드러내 승차하는데, 환승은 찍히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찍히지 않는 게 더 나았죠.

 

 

▲ 정녕 이 길을 버스가 간다는 말인가;;;;

 

▲ 제가 버스를 기다린 대대3리 무량골 정류장.

 

▲ 기다리던 버스가 등장합니다. 98번 시승 때와 똑같은 감흥이 밀려왔죠.

 

 

곧이어 버스는 제가 내려왔던 고갯길 다시 올라가며 양지를 향해 달리는데, 제가 20여분 걸려 내려온 걸 5분도 안 돼 주파해 버리고 오후 3시 30분 시간 맞춰 양지농협에 도착합니다. 제가 일부러 슬렁슬렁 걸은 탓도 있긴 했지만, 인간이 이렇게 느리다니 -ㅅ-;; ㅋㅋ 하지만 고갯길 때문에 재미있는 82번 양지 노선에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은 참 안습이었습니다. 이거 타도 용인 가는데도 불구하고 양지 사람들에게는 속칭 "듣보잡" 취급을 받고 있었죠. 보나마나 하루 2번이라는 뜸한 횟수에다가 운행경로도 10번에 비해 돌아가기 때문이겠지만 말입니다. -ㅅ- ㅋ

 

 

오후 3시 35분에 양지에 도착한 10번을 타고 용인터미널로 귀환하니 97번 식금리 노선과 90번 신원리 노선이 출발 대기중이었는데, 둘 중 뭘 탈까 하는 찰나의 고민 끝에 식금리 노선을 선택합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식금리에서 가마골은 갈 수 있을까 하는 것과 환승은 먹힐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해결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97번 시간표가 바뀌어 있었던 것은 물론, 예전처럼 평창리 지나서 바로 식금리 가는 게 아니라 갑자기 웬 추계 2리를 경유한 다음 식금리로 가더군요.

 

어라? 예전에는 이 길로 안 갔는데 하면서 기사아저씨께 여쭤보니 ,요번 6월달부터 시간표도 바뀌고 용인터미널 오전 8시, 오후 4시 출발 차가 추계2리를 경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척은? 도척은 손님이 적어 더 이상 안 간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ㅡㅅㅡ;; 예상치 못하게 추계2리 경유 막차를 타게 되어 추계2리를 볼 수는 있었지만, 도척은 더 이상 안 간다는 사실이 아쉬웠죠. 곤지암~백암 노선을 이용하지 않아도 곤지암→백암,용인 이나 용인,백암→곤지암 갈 수 있는 길이 있는 셈이었는데(곤지암→도척→97번을 타고 평창리→10번 백암,용인 으로 이동 가능했죠) 이게 사라지다니... 무엇보다 식금리에서 도척 가는 길은 그분이 추천했었을 정도로 정말 멋있었는데...

 

 

▲ 추계2리 회차지. 버스가 더 이상 도척은 가지 않게 되었지만, 버스가 없던 마을에 버스가 들어가게 되었으니 추계2리 주민들에게는 기쁜 소식일듯 했습니다.ㅎㅎ

 

▲ 따끈따끈한 97번 시간표입니다. 도척은 더 이상 가지 않고 하루 2회 추계 2리 경유를 합니다.

 

▲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식금리 버스종점.

 

 

식금리 마을회관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8분.

식금리 출발시간인 4시 45분까지는 시간이 남더군요. 예전에는 식금리를 가든 도척을 가든 시간이 거의 안 남아 종점에서 고작 1~2분 쉬거나 바로 돌려오는 일이 잦았는데, 기사아저씨 입장에선 그나마 여유있는 시간대가 생긴 셈이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지도를 보며 가마골 가는 길을 찾는데, 지도도 부실했고 길이 중간에 끊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97번 가버리면 다음 차는 두 시간 뒤에 있는데;;; 길 옆에 나무가 우거진 곳이 많아 길은 낮인데도 어두운 편이었습니다. 중간에 길도 잘못 들 뻔했는데, 밭에서 일하시던 할아버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습니다. 가마골은 식금리 마을회관 이후로 쭉 직진만 하면 된다는 점, 그리고 가깝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일 지경이었죠.

 

중간에 약간 버벅이긴 했지만 식금리 마을회관에서부터 15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가마골 종점이 등장합니다. 식금리와 가마골은 도보 연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죠. ㅎㅎ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식금리의 논밭. 조금 있으면 벼가 누렇게 익겠죠?? ㅋㅋ

 

▲ 이 오솔길은 나무가 우거져 있어 어두운 편이었지만, 다시 한번 걷고 싶어지는군요....ㅎㅎ

 

▲ 제가 걸어온 길. 저 오른쪽 길로 가면 식금리로 갈 수 있습니다.

 

▲ 드디어 가마골 회차지에 도착!

 

▲ 가마골 종점 정류장 인증입니다. ㅋㅋ

 

 

그렇다면 과연 가마골에서 환승은 찍힐 것인가?

거의 1년 동안 묵힌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순간이 목전이었죠. 관1리 마을회관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오후 5시 10분에 드디어 버스가 옵니다!!!

 

 

▲ 가마골에 버스가 들어옵니다. 우하하하!!! 오전에는 식금리 방향으로(이곳에 내리자마자 식금리로 빨리 가야 합니다) 두 번, 오후에는 이 시간대에 가마골에서 한번 해서 하루 3번 환승을 찍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대 반 불안함 반 가운데 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니, 오옷! 환승이 찍힙니다!

그나마 환승이 찍혔는데도 기사아저씨께선 별 반응이 없어 저는 오히려 의아하기만 했지만, 어쨌든 이로서 곤지암~백암 노선과 97번 식금리 노선은 환승 찍힐 수 있는 타이밍이 존재하며, 실제로 그 타이밍에 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아마 아는 척, 구라 쩌는 ㄷㅎ군이 알면 좋아할 시승일 것 같네요. 외부 연결이고 환승 찍힐 수 있는 타이밍마저 있으니 구미가 당길 테니까요. ㅋㅋ (솔직히 ㄷㅎ 군은 본인이 정말 개실망한 사람 중 한 명이었죠. 아는 척 쩔었던 놈보다 더 나쁜.....)  하지만, 저는 몇몇 분들을 끝까지 지켜볼 겁니다.

 

 

가뜩이나 아무 말 없이 퍼가는 사람들이 보여 신경 쓰이는데 말이죠. 본인이 찍은 사진 날짜와 서명 지우지 말고 출처만 밝혀놓는다면 굳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퍼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퍼가는 조건도 거의 Free 아닌가요? 아마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가다 보니 이거 한 가지를 생각 못한 모양입니다. 서명,날짜 지우는 등 사진 편집하는 것보단 사진 그냥 올리고 출처로 링크 하나 달아주는 게 더 쉽고 간단하다는 것을 말이죠. ㅋㅋ

 

그러면 소중한 컴퓨터도 고생 덜 시키고 그만큼 이익일텐데, 잔대가리만 늘어나서 나쁜 데 쓰는 놈들은 이래저래 답이 없습니다. 솔직히 컴퓨터는 말이 좋아 사용자가 내린 명령을 수행해서 결과를 보여주는 기계지, 사람에 비유하자면 그 결과를 내고 출력하는 과정은 완전 중노동이거든요. 켜져 있는 동안 그 수많은 명령들과 과정들을 다 처리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도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이 해야 하니까 하는 거죠. 컴퓨터가 기계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인간이었다면 아마 미쳐버렸을 겁니다. 하여튼 지 꾀에 지가 넘어가 봐야 정신 차리지 -ㅅ-;;

 

 

가마골의 쩌는 길을 다시 한번 감상하며 곤지암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쯤 되었습니다. 곤지암 노선들은 막차시간대에만 있는 주록리, 세월리 등의 노선을 제외하고는 다 타봤으니 곤지암에서는 특별히 할 게 없었고(봉현리와의 시간도 맞질 않더군요 ㅠㅠ), 광주에서 오후 7시에 있는 팔당 노선을 타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그때까지는 시간이 넘칠 정도로 남기도 했고 집에 가면 늦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미련을 두지 않고 곤지암을 떠나 집으로 귀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는 곤지암천. 바로 얼마 전 범람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소나무만 한결 같은 존재가 아니더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