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친구와 이포를 같이 가보기로 했지만, 녀석이 나오지 않아 파토가 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법. 이왕 파토나 버린 거, 전부터 생각해왔던 코스 하나를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그리하여 오전 8시 50분에 성남 가는 직행에 승차한 저는 오전 9시 42분에 모란역에 내려 3-1번을 타고 광주로 가게 되지만, 매산리는 날려먹고 맙니다. 사실 매산리 차 시간 자체는 맞았지만, 그걸 탔다간 학동리와 하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내게 된 것이죠.
이놈의 매산리는 참 인연이 안 닿는데, 광주에 도착한 시간도 애매해서 학동리 차를 환승으로 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기회에 회덕동을 해결해 보기로 하고 건너편에 가서 잠시 대기하니, 곧 회덕동,광주시청 행선판 끼운 버스가 모습을 드러내어 얼른 승차합니다. 버스는 31-3번과 똑같은 길로 회덕동까지 올라와 벽산아파트 쪽으로 우회전을 하여 언덕길을 하나 넘는데, 언덕을 넘자마자 바로 광주시청이 나왔으며 버스는 시청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 회차합니다.
어쨌든 이게 시내순환버스의 운행코스였으며 보건소에서 회덕동, 시청 쪽으로만 탄 것이었지만, 버스가 시청 건물 바로 앞으로도 온다는 것과 직동,목동 노선의 출발지도 이곳임을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하게 됩니다. 저는 화장실을 들른 후, 이제는 학동리 노선을 타야 했기에 서둘러 밀목사거리로 이동하게 됩니다.
조금 기다리니 차고지에서 오전 10시 55분에 출발했던 학동리행 버스가 등장하고 환승을 찍으며 승차합니다. 어라? 그런데 저번 하도평 기사와는 다른 분이었지만 이번에도 기사분이 아주머니시더군요. 이번에는 버스가 초월읍사무소를 지나 산이리까지 3번 국도 따라 내려가는데(용수리 갈 줄 알았더니 의외라는...;;), 오늘도 어김없이 길은 막히고 있었습니다. 산이리에서 늑현리로 빠져 학동리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벌써 오전 11시 25분입니다. 학동리 가면 바로 돌리것구만;;
결국 선동초등학교를 지나 학동리로 들어가게 된 버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아주머니 기사께서 학동리 노선 운전하시는 게 처음이신지(윽;;; 저도 학동리는 처음 가보는데), 먼저 학동3리를 들어가는데(학동리 노선은 ㅓ형이 있더군요) 멀쩡한 정류장 하나를 놓치십니다. 공교롭게도 이 정류장이 학동 3리 마을회관인 동시에 회차지점이다보니, 저는 학동3리 회차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게다가 학동3리는 광주로 돌아갈 때는 안 들른다고 하더군요. -ㅅ-;;
버스에 타고 있던 할머니들의 길 안내 덕에 간신히 학동3리를 빠져나온 버스. 운전기사가 실수를 해도 이해하고 길 안내도 해주는 풍경이 참 훈훈했습니다. 이번에는 학동리 종점을 향해 산쪽으로 계속 올라가는데, 오우 의외의 1차로 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건 지도에 표시된 것과는 전혀 다른 정보라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버스가 상당히 많이 갑니다. 한참 동안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역시 학동리 노선을 종점에서 타 보겠다고 했다가는 작살날 뻔했던 겁니다.
우산리 노선과 마찬가지로 왕복이 안 되는 경우 종점에서 다음 차 타고 나오는 수 밖에 없던 학동리. 이번에는 기사님께 미리 학동리 갔다가 늑현리에서 내린다고 양해를 구해두었습니다. 학동3리를 광주 갈 때 들렀어야 하는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 어쩔 수 없이 하차지점을 늑현리로 정해야만 했던 거죠(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같이 다니는 게 도움이 많이 될 지도 ㅋㅋ 학동리는 충분히 탈만한 가치가 있는 노선이었습니다).
학동1리 마을회관에 이르러서야 막다른 길이 나오는데, 버스는 그곳에서 시내로 나가려는 젊은이 몇 명과 어른 두 명을 태우고는 바로 돌아나갑니다. 학동3리는 역시나 귀로 시에는 경유하지 않더군요. 바로 선동초등학교를 거쳐 늑현리로 나와 버리고 저는 늑현리에서 하차합니다. 아주머니 기사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ㅎㅎ
늑현리에 내리니 오전 11시 57분이었고, 부지런히 곤지암 쪽으로 걸어가니 오후 12시 20분 약간 넘어 신대리 사슴농장 입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신대리는 이번이 두 번째지만, 다시 와보니 참 감회가 깊기도 하고 지금이 한낮이라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오후 12시 25분 남짓 되니 버스가 오는데, 로얄스타가 걸립니다. 오우 ㅋㅋ
매냐들이 보면 한번쯤 이야기 나올 소식 중 하나인 것 같군요. 곤지암 공영버스에 로얄스타가 2대쯤 투입이 된 것 같으니 말입니다. ㅋㅋ 버스에 올라 카드 찍으니 환승처리가 되는데(이건 솔직히 운;;) 기사아저씨께서 다행히 아무 반응 없으십니다. 버스는 저번에 탔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3번 국도로는 가지 않고, 바로 곤지암 시내로 들어가 운행을 마칩니다. 대망의 하품 노선을 타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이 얼마나 벼르고 벼른 하품 노선이란 말인가!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점심 해결을 하고 승차장으로 다시 나와보니 기사아저씨 한 분이 나오셔서 하품 행선판 꽂은 로얄미디의 문을 열고, 단말기 세팅을 하고 계셨습니다. 양평까지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삼합리 경유였던 탓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버스는 정확히 오후 1시 10분에 곤지암터미널을 떠납니다. 일단 하품 노선은 탔고, 과연 상품에서 오후 2시에 있는 여주행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궁금증 반 불안함 반(여주 차 놓치면 계획했던 게 좀 많이 꼬이는데...;;;)이었는데, 오향리에서 도로 공사가 있었는지 도로 한쪽으로만 차가 다닐 수 있던 탓에 4분이나 잡아먹고 맙니다. 하품은 왕복으로 타는 건 기대도 하지 않는데 왜 이러나 -ㅅ-;;
작년 여름 봉현리와 장심리, 이선리의 추억이 있던 만선리를 지나고, 유사리를 거쳐 삼합리로 들어선 버스. 광주의 남동쪽 맨 끄트머리에 있는 시골마을들 중 하나였지만 사람들이 꽤 많이 내립니다. 삼합리까지만 다니는 차는 고갯길 정상까지만 딱 가는 듯 싶고...... 그런데 고개라지만 생각보다 험하지는 않았으며 상품 방향으로는 내리막이었으니, 상품삼거리까지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천천히 걸어갈 만할 것 같습니다.
고개 치고는 짧은 편이었던 고개를 지나니 송현리였고 금방 상품농협이 나와 사람들이 다 내립니다. 하품리까지 가는 사람은 결국 저 혼자였죠. 버스는 상품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하품리 방향으로 쭉 직진해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오후 1시 45분에 하품 2리 마을회관 공터에서 회차합니다. 예상외로 문바위유원지 앞까지 들어가지는 않더군요...;;
아까 운전석에 있던 코스표를 슬쩍 보고선 설마 했지만, 그래도 버스에서 내리기 전 기사님께 곤지암으로 나가는 건 이게 막차냐고 물으니 맞다고 합니다. -ㅅ-;; 결국 하품 노선은 하루 1번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상품이나 만선리, 삼합리 가는 사람이나 이거 타지, 하품 사람들은 별로 타질 않는다고 합니다. 여주군 최고의 오지마을들 중 하나를 가는 차이기도 했지만, 버스 시간마저 이상하니 하품 사람들의 이용률이 저조할 만 했습니다. 시간대도 그렇고 곤지암에서 있는 저녁차는 곤지암으로 되돌아 오지도 않으니까요;;; 하품에서 자동차로 가면 그리 많이 멀지 않은 동네인 상호리나 장심리와는 너무도 비교가 됩니다. 문바위유원지 앞까지 가는 걸로 하고 아침, 저녁차 운행시간을 좀 바꿔주면 좋겠지만 아무튼 한마디로 안습이었습니다. 첫차 운행을 위해 차가 날아오는(※) 것도 아니니;;
※ 종점에서의 첫차 운행을 위해 차고지에서 종점까지 공차로(즉, 승객 승하차 없이) 바로 가는 행위를 날아간다 라고 합니다.
오후 2시까지 상품으로 가야 했던 저는 서둘러 하품2리를 나가게 됩니다. 버스가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한다면 상품까지만 간다고 양해를 구해라도 보겠지만, 오후 2시에 출발하는 걸로 바뀌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광속도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상품초등학교가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니 오후 2시였으나 지나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상품농협에 도착하니 오후 2시 5분이었고, 결국 여주 가는 버스는 놓치고 말았죠. -ㅅ-;;
여주 차나 이천 차나 상품에서 조발을 하는 게 아닐까도 싶지만,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다음 여주행 버스는 오후 6시가 되어야 오므로 이곳에서 여주 가는 차를 타는 것은 사실상 나가리가 되고 맙니다. 그 차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이포에서 이천 차로 갈아탈 수 있었고, 이천의 다른 동네들도 공략이 가능했는데 -ㅅ-;; 하품에서 상품으로 나와 여주 차를 탄다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긴 했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정말 대단한 속도로 상품으로 달려 나와야만 가능할까 말까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 여주차는 상호리를 지나 저 멀리멀리 가 버린 뒤일 테고, 이제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찰나 곤지암에서 출발한 양평행 버스가 나타나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걸 타고 양평전화국에 하차합니다. 하지만 양평에서도 딱히 할 만한 게 없었고 기왕 이 동네까지 온 거 용문터미널 시간표나 얻자는 생각에 양평시내 한 바퀴 다 돌고 온 용문,지평,곡수리 경유 여주 노선에 승차하여 오후 2시 50분에 용문터미널에 도착하지만 용문에서도 탈만한 게 마땅히 없습니다. 터미널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는 맨 용문사 행선판 뿐이더군요. 아놔;;
화전,삼성리 노선이나 망릉리 노선이 있기는 했지만(망릉리는 운행횟수가 좀더 늘어난 듯 하더군요), 아무래도 이번 시승은 뭔가 망한 것 같은 기분에 시도할 마음이 나질 않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양동, 여주 시간표 찾아볼 겸 해서 양동을 가기로 하고(본의 아니게 외부 시승만 하게 되네요 -ㅅ-;; 어떻게 보면 상품에서 완전 꼬여버린 이번 시승입니다) 오후 3시에 있는 용문~양동 노선에 승차하는데 2000-1번 차량에 행선판 달린 형태였습니다.
용문~양동 노선의 경우 양평발 양동행 노선과는 달리 용문~구둔~여주 노선과 똑같이 지평으로 가더니 월산리를 지나 광탄으로 나오더군요.... 이건 기존 양평발 양동행과 코스가 똑같을 거라는 저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죠. 아무래도 월산리 노선의 운행횟수가 안습이다보니 금강고속에서 양동 노선 신설하는 김에 월산리 쪽으로 차를 넣은 게 아닐까 싶더군요(그런데 코스표를 얻지 못한 건 살짝 눈물이 났죠. -ㅅ-;; 가뜩이나 이놈의 여주군내버스는 끝까지 제 속을 썩이는데 ㅠㅠ).
하지만, 전 그런 결과를 알아낸 것보다 월산리의 경치가 더욱 좋았습니다. ㅎㅎ 특히 월산저수지의 풍경은 정말 낭만적이고 멋있었죠..... 그분께서도 이 멋진 경치에 감탄을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쉽게도 맨 앞자리에 앉지 않았고 제가 앉은 자리 반대쪽으로 저수지가 있는 바람에 월산저수지의 사진은 못 건졌지만, 일단 월산리라는 동네를 눈으로 본 것 자체만으로도 단순히 GBIS 찍어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건졌다는 생각에 흐뭇한 웃음이 나옵니다(매산리는 아쉽지만 나중에 타봐도 되는 거죠 ㅋㅋ). 하지만 과연 내가 그분께 해준게 뭘까 하는 등의 생각은 여전한 숙제입니다(이래저래 마음을 모르니 영 답답합니다).
낭만적인 월산리를 지나고 바로 광탄으로 나오는데 이후부터는 양평발 양동행 버스와 노선이 똑같이 고송리를 지나 양동역앞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지나가는 고송리는 여주군내버스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대신, 양평군내버스의 운행횟수가 용문<>양동 노선으로 인해 대폭 늘어난 셈이었으니 생활권이 많이 바뀌어 버린 것 같더군요. 솔직히 고송리는 양동면이면서도 양동과는 뭔가 거리도 멀고, 자연히 여주에서도 먼 그런 동네였으니 정말 잘 되었다 싶습니다.
버스에는 10명 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에 오니 거의 다 내려버리고, 버스 안에는 저와 다른 승객 1명만이 남습니다. 오후 3시 50분 약간 안 되어 양동역앞에 도착을 하니, 하루 네 번 다니는 원주시내버스인 태창운수 58번이 양동역 앞에서 출발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시승 다니면서 처음으로 강원도 시내버스를 보는 순간 ㅋㅋ 농어촌 노선 축에 드는 58번임에도 불구하고 저상버스가 있어 느낌이 이상했는데, 58번을 보니 원주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표를 보니 계정리 노선과의 시간이 맞다보니 원주 버스는 과감히 포기해 버립니다.
※ 이상한 현실이지만 농어촌버스의 경우 저상버스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원주는 특수한 경우였죠). 계단 오르내리기가 불편한 노인분들 생각하면 오지노선에 저상버스가 다녀야 할 것 같지만, 저상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데다 길이 안 좋을 경우 차 바닥이 긁혀버리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돈" 이 문제였죠. -ㅅ-
양동역 신 역사가 공사중이어서 그런지 양동역전은 뭔가 허전했지만, 역 위치는 예전과 똑같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아마도 선로 이설공사 전이나 후나 역 위치가 똑같은 곳은 이 양동역이 유일할 것인데, 왜 굳이 위치를 바꿔서 생뚱맞게 만들어 놓는지 -ㅅ-;; 양동역의 위치를 옮긴다는 건 정말 양동 사람들 두 번 죽이는 처사입니다. -ㅅ-;;;
계정리 차가 오기 전에 버스 시간표를 훑어보니, 예전과 달리 여주에서 올라오는 차가 줄어든 듯한 느낌입니다. 막차도 빨라진 것 같고 말이죠. 양동이 가뜩이나 안습인 동네인데(면 전체를 통틀어 그 흔한(?) 국도 하나 없습니다), 더욱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아 좀 씁쓸합니다. 뒤에 나오지만 양동면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최근 폐교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전철을 양동까지 다니게 하자니 용문에서 양동까지 적은 거리도 아니고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양동의 경우 살아날 가능성이 생기는 여지마저 없어지는 게 아닐지 싶네요(용문과 비교하면 정말 빛과 그늘의 대비입니다).
역전 마트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고 나니 계정리행 버스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계정리 같은 경우 지금 해결을 봐놓지 않으면 나중에 뭔가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고(계정리는 똑같이 양동면에 있는 마을이지만, 양동역에서 계정리는 상당히 멉니다) 계정리도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 차가 계정리 찍고 내려 오면 오후 4시 40분이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내친김에 기사아저씨께 계정리 한번 가보고 싶은데 계정리 찍고 여주 가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십니다.
기사님께서 제가 왜 이렇게 다니는가 궁금하신지 말을 걸어 오십니다. 그래서 간단히 제 소개를 하니 웃으시며 몇 마디 대화가 오간 끝에 아드님 이야기를 하시는데(제가 아들 같아 보였나 봅니다 ㅋㅋ), 이럴수가 알고보니 아드님이 국가대표 선수라고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내신 분을 만난 셈이었으니 이것만큼 큰 영광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종목이 뭐냐고 여쭤보니 역도라고 하시면서 처음에는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어(특히 달리기를 잘 했다고 합니다) 공부 대신 운동을 시켰는데, 나이에 비해 상당히 뛰어난 성적을 보여줘서 여러 코치들에게 러브콜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드님 본인이 원해서 역도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전국체전과 선수권 대회에서 두 대회 모두 3관왕을 했다고 하네요. ㄷㄷ;;
그 3관왕도 2등과의 차이가 간당간당한 가운데 받은 것도 아니고 모두 뛰어난 성적으로 받은 것이라니(특히 용상의 경우 2등과 13kg이나 차이나는 기록이었습니다), 아직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장미란 선수를 이어 이름을 날릴 대단한 선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여간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건 시간문제였고, 국가대표로 발탁된 덕에 태릉선수촌에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본인이 원하지 않아 선수촌에는 아직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역도 경기는 여러 선수가 어떤 기록을 세울 지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봤었는데, 이제는 이 대단한 재목이 어떤 일을 낼 지 궁금하기도 하고 응원도 할 겸 해서 역도 경기를 볼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이 선수가 은퇴를 하는 그 날까지 말입니다(하지만, 이 만남 때문에라도 은퇴를 하든 말든 국가대표든 말든 상관없이 오늘 계정리 기사아저씨와 그 아드님을 잊지 못할 겁니다). 계정리 종점 다 와갈 때쯤 기사님께서 정식이가 나를 쏙 빼닮았어 하시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말씀하신 전부 그대로라 놀라움과 동시에 웃음이 났답니다.ㅎㅎ
버스는 양동에서 본인과 중학생으로 보이던 2명의 여학생을 태우고 여주 가는 길로 갈 듯 하다가, 좁은 굴다리를 지나 좌회전을 하여 산 속 깊이깊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길은 종점까지 All 2차로입니다), 횡성군 서원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거의 직전에 있는 계정1리 논골마을에서 회차합니다. 버스가 계정리 종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10분쯤이었는데, 양동에서 3시 50분에 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계정리는 양동역에서 정말 많이 멀었습니다. 분명 버스 탔는데도 가는데만 15분이나 걸리다니;;;
예전에는 하루 1번이라고 들었지만 계정리 너머 서원까지 여주군내버스가 갔던 적이 있었으니, 그 차를 탔다면 계정리를 지나 고개를 넘었겠지만 이제는 그 노선도, 고송리 노선도 없고 계정리만 살아 남아 있습니다. 여주에서 양동에 들어오는 모든 버스들의 종착지는 양동역앞과 계정리 이렇게 2군데로 줄어든 셈이었죠. 어쨌든 계정리 노선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일 뿐이었습니다.
논골에서 출발시간이 오후 4시 20분이라 기사아저씨와 같이 경치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주경찰서 소속 경찰차 하나가 횡성쪽에서 오더니 기사아저씨를 보시고는 여러 가지를 물어봅니다. 경찰관과 기사아저씨께서 이야기를 나누시다 보니 시간은 4시 20분이 다 되어버렸고, 버스는 다시 여주로 출발합니다.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 치매 노인 실종사건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이 인근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그만 치매에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식분들이 병원에 데려가려는데, 병원으로 가는 날 할머니께서 죄책감에 그만(왜 내가 치매에 걸렸을까)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 몰래 집을 나가 버렸다가, 돌아오는 길을 모르게 되었다더군요. 그런데 집을 나간 지 벌써 5일이나 지났으며, 금왕리 등등 인근 마을들을 다 뒤졌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고생이고 자식들은 자식대로 애가 타는 참 가슴아픈 사건인데, 얼른 찾게 되었으면 합니다.
기사아저씨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계정리의 경치는 건진 게 없었지만, 그래도 버스가 가는 길을 중간중간 보니 마을에 초등학교까지 있고 사람들이 꽤 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계정초등학교를 쳐보니, 이럴수가 학생수가 줄어들어 2007년에 폐교가 된 학교더군요. 일반인들은 흔히 지방 어디 시골 동네(특히 첩첩산중 두메산골 등등 "일반인들이 주로 생각하는 오지")에서만 인구가 줄어드는 줄 알지만 같은 경기도이면서도, 수도권에 속하면서도 이런 동네가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추억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가을 운동회지요. 2005학년도 가을 운동회, 2006학년도 가을 운동회, 2007학년도 가을 운동회.....이렇게 세월이 가도 매년 가을만 되면 운동회가 열리겠지만,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계정리의 경우는 2006년도 가을 운동회가 마지막이었던 겁니다. 특히나 시골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마을의 큰 잔치나 다름없으니 마을 주민들 모두가 다같이 운동회를 즐겼을 텐데 그런 즐거움도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이걸 생각하니 어쩌면 아까 계정리로 올 때 봤던 여학생 2명은 자기의 모교가 사라졌다는 아픈 사실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까지 모두 졸업할 때쯤 되면 계정리에는 학생이 하나도 없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직감도 들었습니다. 대학교 들어간 학생은 기숙사 들어갈 테고, 가끔씩 버스 시간 맞춰 버스 타고 집에 돌아오고 그럴 것입니다(지금은 이미 학교 졸업했겠지만, 아는 사람 중에 집이 목왕리였던 분이 하나 있었죠). 하지만 몇 년 지난 뒤에는 버스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지도 모르는데, 오래간만에 집에 가려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양동역으로 왔다가 운행횟수가 팍 줄어들어버린 버스시간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 지는 모르겠네요. -ㅅ-;;;
폐교가 되어버린 계정초등학교를 뒤로 하고 양동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5분인데, 다행히 버스가 양동역 출발시간인 4시 40분을 맞추는지 시동 잠시 끄고 기다리더군요. 버스가 양동역 출발시간을 맞추는 이 틈에 저는 얼른 역전마트로 들어가 음료수 한 병을 사서 버스로 돌아온 다음 기사아저씨께 드렸습니다. 계정리를 보여 주신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 주신 것이기에 말이죠. 그랬더니 기사님께서 무지 고마워 하십니다. ㅎㅎ
이윽고 출발시간인 오후 4시 40분이 되어 버스는 여주를 향해 출발하는데, 단석리를 지나 주암사거리로 나온 다음(여주~구둔~용문 노선 시승 때 지나간 경로 그대로였죠) 바로 북내로 내려갑니다. 고달은 안 들르는지 여쭤보니 아까 계정리 올 때 들러 왔다는 아쉬운 대답을 들어야만 했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잡으면 되니 굳이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북내 이후 지내리를 들린 덕에 지내리는 건졌구요(All 2차로 이지만 경치는 참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 했지만;;;).
지내리와 신륵사를 지나 여주대교를 건너니 바로 여주읍내였고 저는 하리 임협에서 기사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하차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주군내버스 시간표를 얻기 위해 광주에서 했듯 여러 정류장들을 돌아다녀봤지만, 몇 가지 노선의 시간표만 건지고 별 소득이 없었죠. 군청 홈페이지는 예전에는 시간표가 있더니 지금은 시간표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흐흠;;
시간표를 모르니 사람들이 무작정 기다리느라 고생하고(타려다가 포기할 지경일지도 -ㅅ-;;), 그 때문에 버스는 불편하다는 생각을 심어 준다는 건 왜 모르는가 싶더군요. 아는 사람이야 알고 타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시간표가 10년이고 20년이고 안 변하는 것도 아니니 말인니다. 허 회장님과 허 사장님 제발 다른 건 몰라도 시간표만큼은 공지 좀 잘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래저래 아쉬운 여주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머나먼 여주까지 와버린 덕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막하기도 했구요. 여주읍내의 여러 정류장을 뒤져도 내가 원했던 시간표는 전혀 얻을 수가 없었으니 참 냐잉합니다. 하지만 뭐, 시간표에 관대한 동네만 있는 건 아니니 또 다른 방법으로 공략을 들어가야 하겠죠. ㅋㅋ
오후 5시 50분쯤 여주터미널에 도착한 111번을 시작으로 이천과 곤지암, 그리고 모란을 거쳐 집으로 가는데 최대한 빨리 갔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9시가 넘어 있습니다. 정말 여주의 위력도 안성 못지않게 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하루기도 했군요.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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