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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1년 3월 5일 - 여주군 금사면 시내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20.

※ 여주군의 시 승격은 2013년 9월 23일입니다. 이 당시에는 여주군이었던 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여주군 금사면(驪州郡 金沙面).

남한강변에 위치한 동네들 중 하나이며 이포나루로 유명했던 곳으로 요즘은 4대강 사업으로 시끌시끌한 곳 중 하나인 남한강 이포보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며 면사무소 소재지는 금사면 이포리. 이포리, 외평리 사이에 위치한 이포대교를 통해 이웃 대신면과 양평군이 연결되어 있는 이곳은 금사라는 면 이름보다도 면사무소 소재지인 이포리가 더 유명한 곳이라 이포라는 지명이 주민들과 외부인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동네입니다. 이 이포라는 동네에 들어오는 버스들은 여주군에 속한 곳이니 여주군내버스가 들어올 것 같지만, 실상은 이천시내버스가 여주군내버스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네이버 지식인에 이포 가는 방법 물어본 것에 대한 답을 보면 여주보다 이천에서 버스가 많으니 이천에서 타고 오라는 답이 있을 정도이죠.

 

분명 여주군 땅인데 이천시내버스가 많이 댕기는....사실 생활권 탓인 게 크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무튼 희한한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이곳에 들어오는 이천시내버스들을 타보기 위해 저는 오전 8시 30분에 집을 나서 9시 30분에 용산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급행의 힘을 이용했지만 출근시간대라 아무래도 시간이 좀더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막상 용문행 전철 시간을 보니 아직도 20분이나 남았던 현실. 시간표를 보니 용문행 전철은 30분 간격. 비록 양평,용문까지 수도권 전철로 갈 수 있게 되어 상당히 가기 편해지긴 했지만, 경부선도 그렇고 중앙선도 그렇고 선로 용량이 참 아쉬웠죠. 기왕이면 (전 철로에 걸쳐) 급행노선도 다양하게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을 텐데 중앙선은 전철이 일반열차와 선로를 같이 쓰고 앉았고 경부선의 경우는 급행이 하루 열 번도 안 다니는 현실. 지금이 뭐 1970년도 아닌데 전철은 여전히 완행 시대이니.....-ㅅ-;; 코레일이 이런 것부터 좀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뻘글을 남기게 되네요. ㅋㅋ

 

이리하여 저는 오전 9시 42분에 용문행 전철을 타게 되었고 11시 11분에 양평역에 내리게 됩니다. 양평터미널을 오전 11시 40분에 출발하는 곡수 경유 여주행 버스를 타야 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양평군내버스 시간표들을 확인할 겸 터미널까지 걸어가 시간표 확인을 하다가 승차장에 들어온 버스에 승차했죠. 버스는 오후 12시 10분에 천서사거리에 저를 내려주고는 여주를 향해 떠나버리는데, 웬일인지 기사아저씨께서 속도를 별로 내시질 않아서, 그리고 버스 안이 꽉 찰 정도로 입석까지 세워버리다보니 첫 타자인 장흥리 노선을 놓치는 게 아닐까 똥줄 타 죽는 줄 알았다는 여담이 있네요. -ㅅ- ㅋ

 

 

▲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에 위치한 천서사거리.

 

▲ 이포대교에서 바라본 남한강의 모습. 이포보가 건설중인 모습도 보입니다.

 

 

남한강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이포대교를 건너 이포로 가니 오후 12시 26분.

버스 시간에 늦지 않아 참 다행이었죠. 동시에 오늘 시승에 도움주신 태영님께 감사의 말씀도 드립니다(뒤에 나오지만 개군, 세월리 적힌 것은 말 그대로 개군 경유, 세월리 경유 양평행이었다는 거 ㅋㅋ)

 

 

▲ 세월의 흔적이 보이던 이포 버스정류장.

 

 

그런데 오후 12시 30분이 넘도록 장흥리 차가 오질 않습니다. 이포가 중간 정류장이기에 버스가 자로 잰 듯 정확히 오후 12시 30분에 나타날 수는 없었긴 했지만, 5분이 넘어가도 오질 않으니 타는 곳을 잘못 잡았나 하는 떨떠름한 느낌이 들더군요. 타는 곳을 물어봤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 느낌이 더 했을지도 모를 판이었죠. 그러다 오후 12시 38분이 되니, 드디어 장흥리행 버스가 도착합니다.

 

 

▲ 드디어 도착한 장흥리 노선.

 

 

버스 안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학생들과 몇 명의 노인분들로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외평리, 하호리에서 다 내려버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하나와 저만 남습니다. 버스는 하호리를 지나 하호 2리에서 장흥리 방향으로 좌회전 틀어 들어가는데 오우~ 1차로 길이 등장합니다. ㅋㅋ 

 

 

▲ 장흥리 노선의 1차로.

 

 

이포컨트리클럽을 지나니 2차로 길로 다시 바뀌는데 이 길이 주록리로 이어지더군요. 그런데 정작 이천발 오후 1시 50분 주록리행 버스가 없으니 나 이거야 원 -ㅅ-;;  주록리로 가봤자 오후 6시는 넘어야 도착할 상품행 버스가 오기 전까진 나갈 수가 없게 됩니다(이 당시에는 여주 버스가 주록리에는 아침에 딱 한번 왔었습니다). 어쨌든 버스는 오후 12시 50분에 장흥리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회차를 합니다.

 

 

▲ 장흥리 종점에 도착한 버스.

 

▲ 행선판도 한번 ㅋㅋ

 

▲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장흥리 버스종점.

 

 

금사저수지를 못 보는 아쉬움은 제쳐두고(아놔 그놈의 주록리 차 시간만 아니었어도;;;), 이제 다음 목표인 상호리를 잡아야 했기에 저는 서둘러 장흥리 종점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하호리로 걸어나오게 됩니다. 오후 1시 20분 조금 안 되어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 앞에 도착하는데, 상호리 가는 길과 장흥리 가는 길이 갈라지는 하호2리에서 탈 수도 있었지만 지도와는 다르게 실제로 가보면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할 지 상당히 애매하게 생겨서 안전빵으로 조금 더 걸었습니다. 가는 중간에 버스 만나면 어쩌나 걱정은 되었지만, 다행히 1시 30분이 지나니 기다리던 상호리행 버스가 나타납니다. 버스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하호리.

 

▲ 하호리에서 만나는 상호리행 버스. 오지에서 오지 가는 차를 세우다니....;;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우니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세요? 하고 물어오십니다. 상호리라고 대답하니 끄덕끄덕.

카드를 대니 그새 30분이 지났는지 환승은 찍히지 않았고, 버스는 곧 하호2리 삼거리에서 곤지암, 상품 쪽으로 가는데 이럴수가 하호2리를 지나자 마자 한눈에 봐도 한숨나올 고갯길이 나오더군요. 역시 상호리 종점 본다고 걸어갔다간 더욱 힘이 들 뻔했던 겁니다.

 

고갯길을 넘으니 윗범실이 등장하고, 버스는오후 1시 45분에 상호리 고갯마루 바로 앞에서 회차하더니 저를 내려주고 바로 이천으로 되돌아가 버립니다. 아까 장흥리도 그랬지만 이번 상호리도 산속 깊이 있는 마을이라, 여주 하면 떠오르는 여주평야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인 동네였습니다. 

 

 

▲ 생각보다 가팔랐던 상호리 가는 길

 

▲ 바로 이천으로 되돌아가버리는 버스. 다음 버스는 2시간 뒤에 있었죠.

 

▲ 상호리 버스종점. 저 길 따라 쭉 가면 상품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건 소유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제 저는 3번 타자인 소유리 노선을 잡아 이천시내버스 시간표도 확인할 겸(주록리에 낚이니 이전에 구해둔 이천시내버스 시간표는 영 믿음이 안 가더라는;;;) 이천으로 나오기로 하고 소유리를 향해 걷습니다.

 

소유리(巢由里).

언뜻 들으면 사람 이름 같아 보이지만 사실 마을 이름으로, 마을 모습이 새가 알을 품고 있는 것 같이 생긴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소유리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마을이며, 이곳 역시 여주군내버스가 아닌 이천시내버스가 들어옵니다. 정말 아무리 생활권 탓이라지만(이포는 여주읍내보다 이천시내가 더 가깝습니다), 한번 보고 두번 봐도 참 금사면은 희한한 동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산북면의 경우도 곤지암<>양평 차가 제일 자주 오는 버스고 여주읍내에서 오는 차는 꼴랑 하루 세번 뿐인데, 산북면과 금사면은 각각 (경기도) 광주와 이천에 줘 버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여주와의 괴리가 좀 상당한 곳이라는 걸 오늘의 여정을 통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죠.

 

 

이제 소유리 노선이 소유리에 도착할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소유리를 향해 부지런히 걷는데, 이럴수가 누가 삼면이 산골짜기로 둘러싸인 마을 아니랄까 봐 길 초입부터 오르막이 엄청나게 쩝니다. 여름에 왔으면 완전 땀범벅 될 판이었을 살인적인 오르막... 이 길 맨날 넘어다니면 운동 확실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만보기 따위는 정말 필요 없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 오르막이 좀 쩝니다...

 

 

문제의 이 오르막을 넘어 계속 발을 놀리니 드디어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소유리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경치가 펼쳐집니다. 다음에 올 때는 친구와 함께 와봐야지 할 정도였는데 정말 저 혼자 이거 보기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의 주변 인물들은(군대간 분 빼고) 딱 두 놈 빼고 이런 맛을 전혀 모르니 -ㅅ-;; 가끔은 허파에 시골 바람 좀 불어넣어 주고 걸어다니기도 하면 머리도 식고 굳이 여자친구나 술 등의 고민 따위는 안 해도 되는데 참 아쉬운 일입니다.

 

솔직히 술은 스트레스 푸는 도구가 될 수는 없고 막 먹어봤자 몸만 차츰차츰 나빠질 뿐이요, 이성친구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게 아닐 경우 만나다 싫으면 헤어지면 그뿐인 대상이 되는 수밖에 없는 거고, 결혼을 한다 해도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건 매한가집니다. ㅋㅋㅋ  처음엔 좋았다고 하지만 차츰 싸우고 어쩌고 이혼을 하고 싶어도 애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등등.... 뭐, 그래도 처음부터든 여러 번 싸움 끝에든지 간에 잉꼬부부같이 잘 살면 다행이겠지만, 지금 당장 살기도 힘든데 뭐 하러 고통을 사서 만드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오로지 지금에 집중하는 것!  하지만 이것의 참 의미는 아는 사람만 알아듣고 모르는 사람은 죽어도 모를 것이니 한편으론 참 짠한 일이었죠. -ㅅ-;;

 

 

▲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소유리의 모습.

 

 

소유리 종점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지도에 막거리라고 표시된 곳을 지났을 때였습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려는데 셰파트 비슷하게 생긴 들개 한 마리가 있더군요. 처음에는 줄에 묶여 있겠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묶여 있지 않았고, 자칫하면 녀석이 공격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ㄷㄷ;;  그냥 되돌아갈까 했지만 마침 놈도 저를 발견했는지 저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고, 저 또한 이곳을 지나가야만 되는 상황이라 그냥 앞으로 걷기로 합니다. 놈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천천히....;;

 

그 개도 저를 바라보며 제 쪽으로 다가올 듯 했지만 계속 노려보며 천천히 지나쳐 가니 더 이상 쫓아오지는 않더군요. 정말 머리털이 쭈뼛 서는 순간을 넘기고(오지여행의 큰 적은 역시 개입니다 -ㅅ-), 개를 만났던 지점에서 얼마 가지 않아 삼거리가 등장하는데 삼거리 가운데에는 정자와 함께 큰 공터가 있었습니다. 이때 시간은 오후 2시 5분이었고 여기까지 오는 데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 고요했던 소유리의 정자. 알고보니 저 정자가 소유리 쉼터였습니다

 

 

큰 공터가 있길래 버스가 여기서 돌리나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커다란 초록 물체가 다가오는 게 보입니다. 설마 버스? 카메라를 켜고 대기하고 있으니 소유리 행선판을 끼운 대원고속 8번 로얄시티가 종점을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이천시내버스라고 적힌 차량일 줄 알았는데 8번 차량이 행선판 꽂고 오다니 의외라는;;;;

 

 

▲ 어쨌든 소유리로 버스가 들어오는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입니다.&nbsp; 아침 첫차까지 생각하면 하루 다섯 번만 볼 수 있는 장면인 겁니다. ㅋㅋ

 

 

그런데 정작 버스는 제 예상과는 달리 정자 쪽으로는 오지도 않고 구석으로 쓱 들어가 버리더군요 -ㅅ-;; 

서둘러 버스를 뒤쫓아가니 생각보다 얼마 안 간 곳에 있는 공터에 버스는 주차되어 있었는데, 기사아저씨께선 전화 통화중이었죠. 아까 버스 들어올 때 보니까 아쉽게도 빈차였는데, 적어도 학생이 한 두 명은 있을 줄 알았더니 약간은 안타까웠습니다.

 

 

▲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소유리 버스종점.

 

▲ 이천에선 하루 4번 있는 소유리 노선. 이 당시에는 대박 쩌는 노선이었습니다.

 

 

오후 2시 10분에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는데, 그만 기대도 않던 환승이 찍히고 맙니다. 오지에서 환승을 받는 대박의 순간이었지만, 기사님께서 버스 밖에서 통화중이셔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이윽고 출발시간인 2시 15분이 되어 기사님께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타려는지 바쁘게 걸어오시는 게 보입니다. 덕분에 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사아저씨께서 할머니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 주시는 걸 보니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할머니께서 버스를 타지 못했다면, 다음 버스는 3시간 30분 정도 뒤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 볼일 다 보셨을지도 모르겠더군요. 이 할머니께서 이천시내에 내리셨으니 말입니다.

 

버스는 아까 그 정자를 지나자 마자 왼쪽으로 난 길을 가는데, 오우 1차로가 대박입니다. 미디가 와도 꽉 끼었을 길을 로얄시티가 달리고 있다니;;; 소유리 노선은 평범한 1차로 노선이라는 본인의 예상을 벗어난 대박 노선이었던 겁니다. 단지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이 노선을 좀더 옛날에 타 볼 수 있었더라면 하는 것이었죠. 틀림없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포장이었을 것 같은데(대박 노선 잡았으면서 욕심도 많기는...-ㅅ- ㅋㅋ), 저의 예상을 벗어난 이 대박길을 동영상으로 찍어둡니다.

 

하지만 이 대박의 소유리 길도 확장공사를 하려는지 입구는 벌써부터 공사판이었습니다. 확장 공사 되기 전에 얼른 또 타 두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제가 동영상을 찍는 걸 보고 계셨던 기사님께서 제 속마음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소유리 길 넓히는 공사가 조만간 진행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ㄷㄷ;;

 

 

▲ 이천을 향해 출발!

 

▲ 저 길을 버스 타고 달리는 겁니다. 타보고 싶지 않나요?? ㅋㅋㅋㅋ

 

 

▲ 소유리의 1차로. ㅋㅋ

 

 

버스는 개쩌는 1차로 길을 한참 달리다가 하호교 정류장 바로 앞으로 나오게 되었고, 오후 2시 25분에 이포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포를 나온 지 5분 만에 맞은편에서 이천시내버스 한 대가 오길래 행선판을 보니, 이럴수가 주록리가 적혀 있는 겁니다. 저게 틀림없이 이천에서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한 것일 텐데, 이렇게 주록리를 못 타게 된 것이 너무나 아깝더군요. 결국 태영님의 이포 시간표와 달리 이천발 오후 1시 50분 주록리행 버스는 감차 없이 잘 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ㅜㅜ;;  사실 주록리는 이천~상품 노선을 타면 지나가볼 수 있었지만, 그 노선은 상품에서 곤지암~양평 노선과 시간이 맞길래 집에 갈 때 타려고 했던 것이라 좀 아쉬우 따름이었습니다. 어쨌든 버스는 오후 3시 5분에 이천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죠.

 

재작년 이후로 두 번째로 와 보는 이천이었지만 터미널의 시내버스 시간표 관리는 영 부실했습니다. 정류장에 붙어 있던 시간표는 뜯어져 나가 없고, 더러운 옛 시간표만 덩그러니 있었으며 신둔면 방향 버스 타는 곳엔 시간표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던 겁니다. 시간표 확인을 한다는 목적으로 일부러 이천에 왔던 거였지만 결국 이천시내버스들 타는 곳이 어디어디인지 확인하는 데 만족하고, 점심을 해결할까 하다가 현재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3시 20분이라 계신리 노선과의 시간이 맞았습니다. 밥을 먹을까 계신리를 탈까 갈등을 때리던 찰나 오후 3시 25분에 계신리 행선판 꽂은 로얄시티 버스 하나가 나타나는데, 저는 엉겁결에 덜컥 환승을 찍으며 승차해 버리고 맙니다. 하여튼 이런 즉흥적인 목적지 정하기 버릇이 문제인 듯...-ㅅ-;;

 

계신리 노선은 이포를 가는 다른 이천시내버스들과 똑같은 길을 달리다가 백사를 지나 문장 2리에서 우회전을 하더군요. 복대리를 지나 이포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계신리를 가는데, 계신리 초입 큰 길가에서 돌리는 게 아닐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개쩌는 1차로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 (3장 모두) 쿵쾅거리며 달려가는 계신리행 버스. 대형차인 로얄시티라 더욱 쩝니다.

 

 

갑자기 1차로 길이 등장하니 이 노선의 종점은 어디일지 종잡을 수가 없더군요. 계신리 어느 깊숙한 곳까지 가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었던 가운데, 1차로 길을 쭉 달리다가 다시 큰길과 합류하여 야트막한 언덕 하나를 넘은 버스는 큰길 바로 옆 계신리 증송골 정류장에서 종점이라면서 멈춰서게 됩니다.

 

 

▲ 이천~계신리 노선(23-5)의 종점입니다. 여주군내버스와의 연계는... 시간만이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내리고 보니 바로 저만치에 금사면이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이포가 바로 지척에 있었습니다. 큰길가에 정류장도 있었는데 여주군내버스가 이곳에 서는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연계가 불가능하긴 했지만 이포라는 좋은 동네가 계신리에서 멀지 않았고 이천시내버스가 금사면 경계까지 바로 와준 덕분에 굳이 여주군내버스를 찾을 이유가 없었죠.

 

오후 4시 10분이 되자 버스는 이천을 향해 가 버렸고, 저는 이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 이포에서 밥을 먹고 상품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점심을 해결할 곳을 찾는 도중 이포,양평 행선판 꽂은 금강고속 뉴슈퍼 하나가 이포 시내를 쓱 훑고 지나가는 걸 목격하는데 이로서 이포에서 양평군내버스, 이천시내버스, 여주군내버스를 각각 어디서 타야 하는지 파악을 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으며, 태영님의 이포 시간표에 적힌 개군, 세월리는 개군경유 양평행, 세월리 경유 양평행이 맞다는 결론이 납니다(양평에서 이포행 버스라고 이포에 온 차가 다시 양평을 가면 갔지 중간에 끊어지겠습니까마는 직접 확인을 하긴 해야죠). 이제 과연 주록리를 경유하여 상품으로 가는 버스는 어떤 형태로 이포를 지나갈 것인가 궁금한 가운데 저는 일부러 이포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고, 오후 5시 10분이 되니 드디어 행선판에 주록리가 적힌 이천시내버스가 도착합니다.

 

 

▲ 드디어 만나는 이천~상품 노선. 지금 시간 1번만 운행합니다.

 

 

차량은 이번에도 변함없는 로얄시티.

그런데 주록리 바로 옆 칸은 종이로 가려져 있고 상품은 적혀 있지도 않습니다. 역시 KD운송그룹의 오지노선들은 번호로 노선들을 정리해 놓는다는 발상은 괜찮았으나, 이런저런 코스들이 많은 탓에 번호 낭비가 심했던 겁니다. 상품은 하루 한 번 짜리인데 꼴랑 한 번 운행하고 말 노선을 위해 행선판을 만들어 갖고 쓰자니 그것도 뭔가 애매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예전에 우산리 노선 시승 때와 비슷한 현상인 것 같더군요. 버스에 승차하니 학생 두 명과 아저씨 한 분이 있었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외지인 같아 보였나? 왜 이렇게 어디 가냐는 질문들을 하시지?  하여튼 상품이라고 대답하고 통과합니다.

 

곧이어 들어간 이포. 이 노선은 아까 장흥리, 소유리, 상호리 노선과 달리 이포대교 쪽으로는 가지 않고 이포 정류장을 지나자마자 좌회전을 하여 이포를 빠져나가버리더군요. 이로서 주록리 방향 노선은 이포대교 앞으로는 지나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는데, 주록리행 버스가 이포를 경유한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동네들의 위치상 이포는 들어갔다 나오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겠다는 느낌을 실제로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죠. 버스는 다시 이천 쪽으로 가다가 궁리에서 곤지암 쪽으로 우회전을 하여 금방 도곡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저를 제외하고 모두 다 내려버렸고, 도곡리를 지나니 험한 고갯길이 등장하네요.

 

 

▲ 주록리 고갯길 Start!

 

 

▲ 이포에서 주록리로 들어가는 방향입니다.

 

 

주록리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지리조건 때문인지 더없이 조용한 마을이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록리 계곡이 꽤 좋다던데 여름에 다시 한번 와봐야 할 듯했죠. 느긋하게 계곡물에 몸 좀 담그고 하다가 천천히 금사저수지를 보며 장흥리로 걸어가 버스 타고 나오면 좋은 거니까요. ㅋㅋ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곳은 산골이라 혹시 멧돼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 가더니 등장한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주록리. 산 속에 있는 마을 아니랄까 봐 나무들이 울창합니다. 여름에도 시원할 듯 합니다만 정말 주록리 계곡 못 보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죠. 주록리에 오는 버스는 지금 타고 있는 게 막차였던 겁니다. -ㅅ-;;

 

주록리를 지나니 다시 또 고갯길이 등장하는데, 작년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차 타고 지나갔던 길을 버스 타고 지나가니 참 감회가 깊기도 하고 사람이 원을 세우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참 무서운 말도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죠. 주록리 고갯길 언제 버스 타고 넘어 보나 했었는데....ㅋㅋㅋ

 

 

▲ 주록리에서 상품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쩌는 주록리 고갯길을 넘고 버스는 오후 5시 30분에 상품농협에 도착하는데, 농협 앞 공터가 버스 회차지점이었습니다. 여주읍내에서 하루 세 번 온다는 상품행 여주군내버스도 이 공터를 활용할 것 같더군요. 상품농협이 종점이라 저는 버스에서 내렸고 버스는 바로 왔던 길 다시 돌아가 버립니다.

 

 

▲ 떠나가는 이천-상품 노선. 고갯길이 쩔어서 대박이었죠. ㅎㅎ

 

▲ 상품으로 오는 노선들의 집결지인 상품농협.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 양평군 대부분이 그렇지만 세월리도 공기 좋기로 유명한 마을입죠.

 

▲ 세월리 고개. 곤지암<>양평 노선 중 삼합리 구간과 남이고개를 빼면 나름 키포인트인듯??

 

 

그리고 15분 정도 기다리니 곤지암에서 오후 5시 20분에 출발한 양평행 버스가 눈앞에 나타나 환승을 찍으며 타게 되었고, 오후 6시에 양평전화국에서 하차합니다. 그런데 오옷! 2000-2번이 맞은편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양평 갈 때 2000-2번은 정말 시간이 안맞아 맨날 못 타봤었던 노선이었죠. 뭐 어차피 2000-1번과는 아세아연합신학대 쪽에서만 차이가 있으므로 타도 그만 안 타도 그만이지만, 신학대 길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양평에서 전철 타고 집에 가겠다는 계획을 수정하여 서둘러 그 2000-2번에 승차합니다.

 

 

▲ 양평읍내를 벗어나며 찍은 사진. 안녕히 가시라는 의미인 것 같은 저 표시가 인상깊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오빈리를 지나고 복포리 쯤 해서 좌회전을 하여 귀벼울마을을 경유한 다음 다시 6번 국도길을 달리는데, 신학대 길도 남한강이 바로 옆에 흐르고 있다보니 꽤 운치가 있더군요(하지만 역시 수청리 노선을 따라올 수는 없었습니다. 수청리 노선이 참 좋았는데...ㅋㅋㅋ).  2000-2번을 이제서야 타 보다니 참 한편으론 본인이 운이 좀 없었다는 뻘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 신학대 길. 2000-2번은 타면 좋고 안 타도 아까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경치가 참 좋습니다(2000-1번과 비교하면 2000-2번이 더 낫긴 했지만 ㅋㅋ).

 

 

멋있었던 신학대 길을 지나 조금 달리니 국수리가 나오는데, 저는 국수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기로 하고 여기서 내려 국수역을 향해 걷습니다. 오우 그런데 국수리는 PC방에 호프집에 심지어는 연기학원까지;;; 리 치고는 없는 게 없어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이었죠.

 

국수역에 도착하니 때마침 용산행 전철이 온다길래 얼른 승차하여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남한강으로 대표되는 이포였지만 정작 그 안동네들은 남한강과 거리가 멀었으며, 여주 땅이면서 이천시내버스가 많이 다녀 약간은 희한했던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하지만 소유리라는 대박 노선도 건지고 상호리와 장흥리, 그리고 주록리를 볼 수 있었으며 경기도 여주군의 또다른 모습도 발견했던, 그리고 주록리 계곡과 상호리행 버스 등등의 각종 정보를 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여름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마저 팍팍 듭니다. 그것도 친구와 함께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