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인천의 오지노선들을 시승하고자 주말이 되어 집을 나서지만 늦잠 때문에 뭉그적대다가 출발이 늦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운연동 노선인 535-1번은 아무래도 시간이 안 맞을 것 같아 영어마을 노선인 제물포교통 75번을 첫 목표로 잡고, 75번을 타기 위해 서둘러 귤현역으로 가게 되었죠.
75번이 귤현역에서 매 시 정각에 있다는 정보 하나만 믿고 무작정 달려간 것이었는데, 작전역에 도착하니 벌써 오전 11시 50분입니다. 귤현역에 12시 정각까지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귤현역에서는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 계양역에 내리게 되었지만, 계양역 플랫폼에 전철이 도착하는 그 순간 75번이 계양역을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불과 몇 분 차이로 어이없이 75번을 놓쳐버리고 첫 단추부터 꼬여버리니 기분 엿 같습니다. ㅡㅡ;; 설상가상으로 인천은 옆동네면서도 그동안 가 본 적이 없어 인천 땅은 완전 깜깜이였던 상황.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코스를 짜서 이번 시승을 나왔던 것인데...ㅠㅠ
어쨌든 75번은 놓치고 말았으니 원창동에서 오후 2시 10분에 있는 41-1번부터 타 보기로 목표 수정을 하고, 원창동으로 가기 위해 일단 81번이 오길래 승차합니다. 계양역을 출발한 버스는 바로 돌아나와 우회전을 하는데 버스가 가는 방향을 보니 부평역 방향이네요. -ㅅ-;; 81번이나 81-1번을 계양역에서 탈 때에는 행선판을 잘 봐야 하는데, 그만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걸 타 버린 것이었죠. 약간의 고민 끝에 청소년수련관에 하차하지만 반대편에 30번이 슝 하고 지나가 버립니다. 그냥 몇 정류장만 가서 내린 다음 반대편에서 30번을 기다리면 되었을 텐데, 인천시내버스에 너무 무지했던 저였던지라 너무 멀리 가서 내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10분 뒤에 도착한 다음 차를 타고 매립지 종점까지 가게 되었지만, 원당지구와 당하지구 경유에다 신호도 자꾸 걸려서 40분을 버스 안에 있어야만 했죠. 생각외로 오래 걸리네 ㅜㅜ
매립지 종점에 하차하니 곧이어 1번 버스 하나가 차고지에서 기어나오길래 서둘러 환승 찍으며 승차합니다. 요금은? 물론 0원이었죠. 예전 같았으면 인천 버스라서 고스란히 900원을 또 내야만 했을 텐데, 정말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인천시내버스에도 적용이 되니 요금이 확 줄어든 것이 느껴집니다. 인천시내버스를 평상시 동네에서 버스 갈아타듯 30분 이내에 탔었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먹힐 줄 알았던 환승이 안 되어 참 당황했던 기억이 있던 본인으로서는 정말 기분이 좋았죠. 나 자신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이지만(직장 다니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아무튼 수도권 통합요금제는 정말 괜찮은 제도입니다. ㅋㅋ
※ 수도권 통합요금제로 인해 버스와 지하철 간 상호 환승이 된다는 것 또한 축복입니다. 외국의 경우 버스와 버스 간 환승제도나 지하철과 지하철 간 환승제도는 있다고 하나 우리나라처럼 버스와 지하철 간 환승까지 다 되는 시스템은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다른 제도는 몰라도 이 수도권 통합요금제도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죠).
1번은 30번과 종점은 같았지만, 종점 근처의 고가도로 하나 지나고 나서는 완전 다른 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거의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안동포와 오류공단 삼거리를 지나니 1차로 길이 나오더군요. 사실 1번을 탄 것은 검암역으로 가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오류동이라는 동네도 궁금한 김에(서울 오류동 아닙니다) 이 1차로 길 때문이었는데, 길 폭은 완전 좁은 건 아니었지만 정말 배차간격 10분짜리 노선이 이런 길을 어떻게 다닐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천은 무려 "광역시" 인데도, 그리고 제가 타고 있는 1번은 간선노선인데도 1차로 구간이 있었다니 놀랍기도 했구요. 단봉초등학교에 이르니 길이 넓어지고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는데, 이곳이 오류지구인 것 같습니다. 고층 아파트들이 이곳저곳에 막 지어져 있는 게, 인천 북서쪽 끄트머리 드넓은 들판들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음이 실감났구요. 아쉽게도 타보진 못했지만 청룡교통 41-1번을 타면 볼 수 있는 청라지구도 틀림없이 그럴 듯 했습니다.
이후로는 검단사거리와 검단동을 훑는 다소 지루했던 이동을 하며 검단을 벗어나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저를 덮칩니다. 바로 엄청난 헬게이트였습니다. 신호 간격이 긴 건지 아니면 사고라도 난 건지 차들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데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30분이 지나 있네요. 원창동까지 2시 10분 전에는 가야 하는데 예상에 없던 똥줄을 타고 맙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원래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다,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및 경인아라뱃길 공사까지 겹쳐 매일매일이 정체인 곳이더군요. 검암역 입구에 내리니 때마침 591번이 바로 등장한 덕분에(배차간격이 20분이라 은근 부담스럽습니다) 원창동으로 이동하는 것은 무난하게 성공했지만, 역시 아까 그 정체와 더불어 591번에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았던 탓에 원창동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넘었습니다..ㅠㅠ
인천의 가장 외진 곳을 들어간다는 41-1번이었기에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지만...아쉽게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차는 오후 5시 40분에나 있으니 나중에 다시 시도를 해야 했죠...ㅠㅠ 정말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다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걸 몸소 깨닫게 해준 이번 시승입니다...
원창동 종점에서 밥이나 먹을까 하여 20분 정도 머물렀지만 마땅한 식당은 없었고, 22번을 탈까 했지만 22번은 필자가 다가가는 순간 떠나 버리는 바람에, 뒤이어 온 80번에 승차하여 작전역에 내립니다. 작전역에 내리고 보니 오후 3시 10분이 조금 넘어 있어 점심을 때운 후 다시 귤현역으로 이동합니다. 아까 놓쳤던 75번이라도 잡아 보기 위함이었고, 귤현역에는 오후 3시 45분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제 남은 건 75번을 기다리는 것 하나뿐이었는데, 저번주에 정말 미친듯이 퍼붓던 비가 지나가고 나니 날씨가 상당히 더웠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역 앞에는 차들만 왔다갔다 할 뿐, 가게라고는 하나도 없었기에 음료수를 살 수도 없었죠.
오후 4시가 되자 드디어 76번 차량에 75번이라고 번호만 대충 써서 붙여놓은 75번 버스가 등장을 합니다. 기왕이면 75번 정규 차량을 보고 싶었는데 -ㅅ-;; 하여간 버스가 오니 사람들 몇 명이 이 버스를 타려고 하더군요. 버스에 오르니 기사님께서 이거 76번이 아니고 75번이라고 하는데, 저는 당연히 이거 탄타고 하고 카드 찍고 유유히 승차했죠. 버스는 귤현역에서 저를 포함해서 2명의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는데, 귤현역을 지나자마자 바로 계양역이 나오는 겁니다. 역과 역 사이가 정말 부모님 심부름 다녀와도 될 정도의 거리였는데, 결국 이것 때문에 아까 제가 일부러 계양역에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75번을 놓친 거더군요. -ㅅ-;; 계양역 이후 바로 직진을 한 버스는, 계양역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외진 곳으로 들어갑니다.
목상동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예상 못했던 1차로 길까지 나옵니다. 오우~ 짧지만 굵었던 1차로 길을 헤치던 버스는 마을회관 건물에서 종점이라며 멈춰섭니다. 기사아저씨께 시간을 물어보니 귤현역에서 매 시 정각에 있으나, 오후 1시 차는 식사 관계로 없으며 영어마을에서는 매 시 30분에 나간다는 말씀만 하십니다.
기왕이면 시간표를 찍어 보고 싶었지만, "매 시 정각에 있으니까 외우기 좋은데 뭐 하러?" 라는 소리를 들으며 퇴짜를 맞습니다. 하기야 시간표가 조잡한 것도 아니었으니 시간표에 목숨 걸 이유는 없었기에, 저는 버스를 나와 원당지구 쪽으로 걷습니다. 중간에 개가 2마리 튀어나와 저번 소유리에서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유유히 걸어가니 곧이어 큰길이 등장합니다.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죠.
잘만 하면 41-1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다시 원창동을 가자니 시간이 늦을 것 같아 41-1번은 다음에 잡기로 하고 집으로 귀가합니다.
처음으로 가보는 동네나 다름없던 인천.
처음에 귤현역에서 삐끗하지만 않았어도 75번과 41-1번 모두 잡을 수 있었을 거라는, 그리고 일찍 나오기만 했어도 운연동 노선의 비밀도 파헤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드는 시승이었지만, 정말 생각한 대로만 일이 다 되는 건 아니며 준비를 어느정도 해 놓고 시도를 해야 함을 느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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