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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3년 3월 9일 - 안산 탐험과 더불어 이루어진 충격과 공포의 비포장 버스 시승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1. 7.

※ 이 당시에는 727번이 남4리 흘곳동마을에서 출발하여 종현동, 두우현, 영전 순으로 하루 3번 순환 운행하는 노선이었고, 727-1번은 남2리 말부흥마을에서 사강까지 갔던 노선이었습니다. 2022년 11월 현재도 727번과 727-1번은 대부도에서 잘 운행중이나, 이 당시와는 노선 운행체계 및 운행횟수 모두 큰 차이가 있다는 점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년 11월 이후 아무 데도 안 나갔던 제게 드디어 잠시 나갔다 올 틈이 생겨 정말 오래간만에 시승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먼 동네를 주로 가다보니 가까운 동네는 좀 소홀했던 감이 있지 않았나 싶어 이번에는 안산의 버스들을 타보기로 합니다. 안산의 버스들은 그간 이용한 경험이 많았지만 아직 버스로 못 지나가본 데도 좀 있었기 때문에 그쪽을 가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선 순위는 현재 1-1, 3-1 등의 번호로 다니는 구 안산마을버스들이었죠.

 

일단 오후 12시 30분에 안산역에 도착한 저는 카드 충전을 한 다음, 1-1번을 타기 위해 경원여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평일에는 1-1번이 그래도 좀 보이는 편이지만 주말에는 영 보이질 않는 듯하여 혹시 주말엔 운행을 안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오늘 운행하냐고 물어보니 1-1번은 주말에 운행을 안 하고 2-1번은 1대로 운행을 한다고 합니다. 2-1번 이거 태화상운이랑 1대씩 공동배차하는 노선이니 평일이든 주말이든 경원 차는 원래 1대 아닌가?

 

 

[경원여객 2-1번]

 

안산역 1240 - 원곡기숙사삼거리 1248 - 기숙사단지 1250 - 땟골삼거리 1252 - 선일초등학교 1253 - 석수초등학교 1256 - 경일고등학교 1257

 

통화하다 보니 2-1번이 별안간 나타납니다. 회사 말만 믿기에는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들었지만 1-1번은 운행을 안 한다는 결정적인 정보를 들은 뒤라 1-1번은 다음에 타보기로 하고 오후 12시 40분에 안산역을 출발하는 이 2-1번에 승차합니다. 이 2-1번은 예전에 한번 타 본 적이 있었지만 저녁때 탄 것이라 노선 복습차 다시 탄 것인데, 차량을 보니 그린시티라서 경원여객 차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태화상운 차는 미디였죠).


안산역을 출발한 버스는 곧 유턴을 하는데 이럴수가 반대편에서 1-1번이 옵니다.

응?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여? 주말엔 운행 안 한다며?

 

가만보니 안에 승객들도 타고 있더군요. 정상 운행하는 모양이었는데, 어플을 돌려보니 저 차가 잡힙니다. 아까 안산역 올 땐 뜨지도 않더니 아...ㅅㅂ;;  정말 황당함과 짜증, 그리고 허무함이라는 세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오더군요. 경원여객 여기 다른 데도 아니고 우리동네 버스회사인데 얘네 왜 이러지?

 

이미 2-1번을 타고 있었던 데다 또 건너편으로 이동할 상황이 안 되어서 1-1번은 뒤로 미뤄야만 했는데, 참 냐잉했지만 그 느낌을 뒤로하고 버스는 열심히 달립니다. 안산역 건너편을 지난 이후 거모동 쪽으로 갈듯 했지만 주유소 쪽으로 곧 우회전을 하여 땟골을 경유하는데, 가는 길이 좁은 편이더군요. 저 멀리 신길지구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는 것도 나름 이채로웠습니다. 저렇게 가까이 있는 동네이지만, 여기서 저곳으로 바로 가는 버스편은 정말 언제 올지 모르고 주말, 공휴일엔 운행 안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33번 그거 하나밖에 없어서 가깝고도 먼 동네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죠. 33번도 여러모로 궁금한 노선인데 보기만 했지 타보질 못해서 언제 노가다를 뛰어서라도 잡아봐야 겠네요. 좁은 길로 갔다가 땟골로 가는 것을 가만 보니 20-1번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20-1번은 다른 노선들처럼 원곡동 경유니).

 

 

▲ 땟골로 가는 도중 지나는 길인데, 버스끼리 교행 할라치면 조금 난감할 듯했습니다. 정면 멀리 보이는 키 큰 아파트들은 신길지구 아파트단지이죠.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 땟골마을입니다. 이 2-1번 외에도 33, 33-1, 501, 20-1번도 여기를 들어오지만, 제일 자주 다니는 것은 2-1, 20-1번 둘뿐인 것은 함정입니다. -ㅅ-;;;

 

▲ 2-1번이 우회전해서 들어가던 골목.

 


이후로도 62번과는 전혀 상관없이 버스는 골목길만을 헤집습니다. 선부동은 선부동인데 여기가 뭐 어딘지 지도 없이는 정확히 감잡기가 어려운 가운데 오후 1시 조금 안 되어 석수초등학교에 도착하더군요. 이 노선의 종점은 77번이나 511번 오는 그 경일고 버스정류장이라 여기 오면 내리라고 하기 때문에, 경일고 가기 전에 기사아저씨께 시간표를 얻어보고자 시간을 물어보니 주말 시간표는 지금 없고 평일 시간표와는 좀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평일 시간표라도 얻을 수 없을까 해서 양해를 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자주 다닌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간격이라서 참고삼아 알아보려 한 것뿐인데 안 된다니 할 수 없었죠. 에잉 -ㅅ-;;

 

 

▲ 차고지를 향해 떠나가는 2-1번. 경일고등학교에서...

 

 

경원여객이 참 시간표는 아쉽기만 하더군요. 동시에 오늘 1-1번에 관련해서 낚인 일 때문에 영 찝찝합니다. 사실 이렇게 안산의 버스들을 타보게 된 데에는 33번이나 76번같이 배차간격이 긴 노선들의 시간표도 얻으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 동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배차간격 긴 버스들은 직접 기다려서 타보지 않으면 시간표 얻기가 어려운데, 기사아저씨라는 또 하나의 관문도 있습니다. 시간표 촬영을 거부당하면 실패인 거죠. 이상한 데다 쓸 생각도 없는데 에잉;; -ㅅ-;; 그나마 여기서 예외인 건 창문에도 시간표를 붙여주는 33-1번 그거 딱 하나뿐입니다. 정말 다른 건 다 좋은데 이건 정말 먹먹함마저 밀려오더군요. 배차 긴 노선들은 시간표 안내를 좀 해주면 좋을 텐데 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민 사장님 ㅜㅜ

 

찝찝한 느낌을 뒤로하고 시간을 보니 오후 1시더군요. 20분만에 경일고 종점에 도착한 것이었는데, 평일 저녁에 타봤을 땐 거의 40분 잡아야 되더만 지금은 주말 한낮이어서 그런지 저 말고는 승객이 아무도 없어 빨리 온 것 같았습니다.

 

이제 77번을 타고 초지역으로 가기 위해 저는 선부동차고지까지 걸어서 이동합니다. 77번은 안산의 52번에 가려진 빗자루 노선 중 하나이므로 배차간격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그동안 타볼 일이 없던 버스라 이번에 한번 타보기로 했던 겁니다. 또한 혹시 구형 로얄시티가 아직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죠. ㅋㅋ

 

 

[경원여객 77번]

선부동차고지 1310 - 경일고등학교 1312 - 천산교회(기사촌사거리) 1314 - 동명아파트 1320 - 한도병원 1323 - 현대연립 1330 - 초지역 1333

 

미리 봐둔 경로로 선부동차고지로 걸어가니 골목길 한두블럭 거리라서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나갔다 것보다 짧았습니다. 차고지는 생각보다 작은 편이었는데, 때마침 110번과 더불어 77번이 나가려고 하길래 서둘러 승차하니 태워주시더군요. 안에 승객 두 명도 타고 있었는데, 시간표는 아쉽긴 하지만 경원여객의 이런 서비스는 오이도차고지, 본사 차고지로 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참 좋습니다. 차고지 승하차 안 된다고 하는 회사도 있는 걸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었던 겁니다. 아참 차고지 갔다고 해서 혹시 제가 출사 목적으로 차고지 간 거라고 생각할 분은 여기 없겠죠? 단지 버스 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장소가 차고지여서 그리로 갔던 것뿐이지 전 670같은 인물이 아닙니다. ㅎㅎ


경일고등학교 이후 가는 걸 보니 511번은 바로 쭉 직진했다가 동명아파트 쪽으로 좌회전해서 내려가는데 77번은 공작한양아파트 쪽으로 샜다가 동명아파트로 우회전 해서 진입을 하더군요. 동명아파트로 오면서 입석이 생기고, 또 거기서 엄청나게 물갈이가 되고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조금씩 타고 내리는데, 이로서 선부동에서는 77번과 101번, 320번의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안산~수원 간 좌석버스들이나 예술인아파트 쪽으로 가는 노선들을 탈 수 있는 거점이 되는 현대연립을 지나 초지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3분이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물갈이가 되었고 전 다음 코스를 위해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내립니다. 비록 고잔신도시, 중앙역 구간을 타봐야 하기는 하지만 77번이 괜히 빗자루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된 사실은 이제는 더 이상 77번에 구형 로얄시티는 없다고 봐도 된다는 거였습니다. 역시 시간 앞에선 장사 없고 인생은 타이밍이었네요. 좀만 더 빨리 타볼걸 ㅠㅠ


초지역에 곧 도착한 전철을 타고 고잔역으로 딱 한 정거장 이동하니 10분 뒤 6-1번이 온다고 뜨는데, 주말이다보니 97번이 오후 2시 15분 다음에는 오후 3시에 능곡지구를 출발하는지라 시간을 어찌 맞출까 조금은 난감하더군요. 하지만 능곡지구를 가는 버스들은 신호 때문에 거의 무조건 10분을 잡혀 있는다는 점을 착안하여 여유를 가지고 고잔역에서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하는 6-1번에 승차합니다.

 

 

▲ 6-1번의 출발지인 고잔역 앞. 98번이나 99-1번도 여기를 들어오는데 방향판을 꼭 보고 조심해서 타야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대우푸르지오 6차아파트(고잔신도시) 방향 98번. 98번이 주말, 공휴일에는 잘 안 다니기 때문에, 여기서 98번을 봤다는 것 자체가 나름 운이었습니다.

 

 

[경원여객 6-1번]

고잔역 1350 출발 - 고잔역건너편 1354 - 고잔1동사무소 1400 - 강서고등학교 1404 - 와동체육공원 1408 - 화정7교 1411 - 화정동종점 1416

 

6-1번은 고잔역에서부터 북쪽으로 올라가는 노선이라, 안산의 북쪽 끝 변두리 동네나 다름없는 화정동이나 와동에서 전철역으로 올 때 정말 유용한 노선같았습니다. 항상 보면 고잔역에서 내리고 타는 인원이 생각보다는 많다 싶었는데 그 중에 화정동, 와동 사람들도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네요.

 

안산 문화예술의전당과 강서고등학교, 그리고 101번과 딱 연계가 되는 화정초등학교를 지나 계속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드문드문 내리고 신호 연동마저 잘 안 되다보니 화정동입구에 오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오늘은 고잔역에서 26분만에 화정동입구 바로 근처로 올 수 있었지만, 사람 많을 때에는 화정동입구까지 오는 데 35분 정도는 생각해야 넉넉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데 고잔역에서 화정동을 잇던 6번 마을버스가 시내버스로 바뀌면서 노선이 바뀌었나 봅니다. 마을버스일 때에는 화정동종점부터 먼저 찍고 영어마을로 순환하더만, 이번엔 97번 가는 길쪽으로 갈듯 하다가 영어마을로 들어가 화정동 종점에서 운행을 마치더군요. 화정동 마을버스 타볼 때 처음 예상했던 그 경로였는데, 그 때문에 신고식을 치뤘던 기억이 떠올라 뭔가 씁쓸해집니다. 그닥 변한 건 없는 화정동 종점에 내리니 오후 2시 16분이었고 정류장에는 시간표가 붙어 있었는데,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과연 기사님께서 버스에서 나와 어디론가 사라지시더군요.

 

 

▲ 화정1동(영어마을)과 화정2동(화정동 종점)을 가르는 굴다리. 여기를 지나면 느낌이 확 달라지죠.

 

▲ 화정동 종점. 마을버스 시절에는 여기부터 먼저 찍고 영어마을을 경유하여 다시 고잔역으로 되돌아갔는데, 이제는 그 순환회차가 사라졌습니다.

 

▲ 이 당시의 6-1번 시간표(버스 안에 있는 게 정확한데 찍을 기회가 없어서 이걸로 대체를 ㅠㅠ).

 

▲ 잠시 휴식중인 6-1번.

 

▲ 오리와 닭이 같은 집을 쓰고 있었네요. ㅋㅋ

 

▲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오른쪽 길로 쭉 올라가면 안산/시흥 시경계가 나옵니다.

 

▲ 저 안으로 걸어가면 화정동 종점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왕복도 가능할 것 같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왔던 길 따라 꽃우물마을로 얼른 뛰어가게 됩니다. 그나마 꽃우물마을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이 참 다행이었죠. 저는 무사히 오후 2시 27분에 도착한 97번에 승차합니다. 

 

 

[시흥교통 97번]  ※ 능곡중학교 1415 출발

꽃우물마을 1427 - 선부중학교 1430 - 선부초등학교 1437(신호 2번 걸림) - 동명아파트 1439

 

가는 동안에 신호가 많았지만, 화정동 입구에서 동명아파트까지 소요시간을 재 보니 15~20분 사이로 잡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97번과 6-1번은 똑같은 동네를 가지만 운행경로가 조금 달랐는데, 6-1번은 화정동에서 직통으로 고잔역을 가는 반면 97번은 동명아파트를 거쳤다가 고잔역으로 가는 구조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97번 때문에 6-1번이 피해만 본다고 생각한 건 잘못된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네요(이러면서 조금씩 발전이라는 걸 하는가 봅니다).

 

저는 20-1번 동명아파트 이후 부곡동까지 구간을 해결해보기 위해 동명아파트에 하차합니다. 안산 선부동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서 10분 기다리니 20-1번이 나타나 승차합니다. 이 노선은 안산시 북서쪽에 위치한 선부동과 북동쪽에 위치한 월피동을 잇는 유일한 일반시내버스라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사실 선부동~월피동은 직통으로 운행하는 33번을 이용해도 되지만, 이건 언제 올 지 모르는데다 주말,공휴일엔 운행을 안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33번 시간표를 모르는 현재로선 버리는 카드가 될 수밖에 없었죠.

 

 

[시흥교통 20-1번]

동명아파트 1447 - 쌍용연립 1453 - 삼성중앙빌라 1455 - 서울예술대 1459 - 금산슈퍼 1501 - 부곡중학교 1509 - 부곡가운길 1510

 

20-1번이나 320번(이건 요금이 비싼 대신 와동도 구경하는 옵션이 있습죠 ㅎㅎ)을 타는 것 말고는 선부동에서 월피동을 환승 없이 한번에 가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되는 상황인데, 안산의 번화가와 주거지의 위치 상 생기는 정말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선부동 동명아파트를 오는 다른 노선들은 삼성중앙빌라를 지나 안산시청 쪽으로 죄다 내려가 버리고 99-1번은 삼성중앙빌라 쪽으로는 안 가기 때문에 20-1번이 선부동~월피동 이동에 있어서는 나름 중요한 버스편이지만, 이런 이유로 20-1번은 다른 차들에 비해서는 이용객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닐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만 서울예술대학에서부터 시작되는 월피동 뒷쪽길은 2차로 골목길이라 나름 압박입니다.

 

 

▲ 30번과 30-7번의 종점인 금산슈퍼 앞입니다. 2차로 골목길인데 노선이 네 개나 오네요 ㅋㅋ

 

▲ 20-1번과 77번의 종점인 부곡가운길. 원래는 바로 다음 정류장인 좌석버스 다니는 부곡중학교 큰길가 정류장이 이들 노선의 종점이지만, 실질적인 종점은 이곳입니다. 여기서 안 내렸다면 어디 가냐는 질문을 분명 받았을 듯....

 

 

중간에 70번이 양상동으로 가는 것도 보고(기사아저씨가 바뀌었네요 ㅠㅠ) 부곡동 종점에 내리니 오후 3시 10분입니다. 저는 99-1번을 탔다가 상록수역에서 71번과 71-1번을 모두 잡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성포중학교까지 가기로 합니다. 99-1번을 여기 부곡동에서 타서 상록수로 내려가도 되지만, 성포중학교에서 타야 석탑마을 한바퀴 도는 걸 구경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곡중학교에서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하는 77번을 탔지만, 수인산업도로 입구에 이르니 99-1번이 반대편으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차가 아직 중앙초등학교에서 미적대고 있더군요 -ㅅ-;;;

설마 했는데 99-1번의 블랙홀에 걸리고 말았죠. 이번 차가 오기까진 20분 넘게 기다려야 되었는데, 지나가는 길에 신호도 많고 중앙역 인근의 정체가 쩔다보니 생기는 현상이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상록수역을 가보기로 하고, 부곡동에서 8분 걸려 하차한 성포중학교에서 10분을 기다린 끝에 수암동에서 내려온 314번에 승차하는데 등산객들이 많더군요. 오늘 날씨 따뜻하다고 수암봉에 등산들 다녀오셨나 봅니다. 나중에 3-1번 타고 그 쪽 한번 가봐야지 ㅎㅎ

 

314번이 그렇게 자주 다니는 노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시간표를 봐놓아야겠다 싶어 버스가 잠시 멈춘 틈에 어렵게 카메라로 박아냅니다. 2009년만 해도 25분 정도 간격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간격이 늘어났더군요. 40분 정도 간격이라 놓치면 난감할 것 같지만, 중앙역~수암동 간은 3-1번도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 먼저 오는 거 이용하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 이 당시의 경원여객 314번 시간표.

 


슬슬 차가 예술인아파트에 다 와가길래 예술인아파트 가서 101번을 종점까지 타볼까 하는 갈등도 들었지만 갈등하다가 못 내리고, 결국 전철 타고 상록수역으로 가야겠다고 가닥을 잡고 중앙역에 내리기로 하는데 바로 앞에 123번이 보입니다. 그런데 차를 보니 덜덜거리는 구형 로얄시티입니다. 이야 이거 경기도 서부 지역 통틀어서 정말 안 보일 게 틀림없는 대박아이템인데....;;;


게다가 때마침 저번에 그분께서 귀띔해주신 727-1번 이야기가 생각이 났는데, 이번이 타볼 기회겠다 싶어 덜컥 바로 앞에 있던 123번에 환승 찍고 승차합니다. 그분께 문자를 드리니 기대가 되시는 듯, 좋은 시승하고 오라면서 응원해주시네요 ㅎㅎ

 

 

[태화상운 123번]  ※ 중앙역에서 탄 시간은 기록하지 못함;;

중앙역 ?? - 안산시청 1552 - 초지역 1600 - 안산역 1602 - 유천아파트 1610 - 이마트 1615 - 동보아파트 1621 - 오이도입구 1627 - 조력발전소 1635 - 방아머리횟집 1638 - 북동삼거리 1643 - 대부동 주민센터 1651 - 대동초등학교 1654(앞에 큰 트럭 2대가 느리게 가서 지체 있음) - NCC골프장 1656 - 용사촌 1702 하차


727-1번은 예전의 717번 좌석버스였는데, 이 좌석버스가 시내버스로 바뀌고 남2리 말부흥마을로 노선이 연장되어 다니다가 대부도 내 순환버스인 727번과 노선 통합이 된 역사가 있었습니다. 노선 통합 이후, 차량 1대로 727번과 727-1번을 모두 운행하는 지금의 체계가 된 그런 노선이었죠. 당시 717번이 말부흥 마을로 노선 연장이 되었던 것은 긍정적인 일이었는데, 그전에는 말부흥으로 가는 버스 자체가 공식적으로 아예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그쪽 동네에 있는 버스라고는 아침에 남 2리에서 출발하는 717번 딱 하나뿐이었던 겁니다(아래 시간표 참조).

 

 

▲ 2009년 6월 5일에 찍은 당시 대부동 주민센터-사강 간 717번(좌석)과 대부도 순환노선인 727번 시간표.

 

 

이건 이번 시승 이후에 추측한 것입니다만, 717번 대부도 방향 차만 비공식으로 남2리를 갔을 겁니다(마치 그 동네를 보는 듯했습니다만, 그래도 그곳은 저녁차라도 시간표에 써 있기라도 하지 남2리는;;;). 진실을 100% 제대로 아는 분은 지금 727번 기사아저씨이지 않을까 싶은데, 당시에 그 차를 남2리 가본답시고 타는 건 모험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유력한 후보인 저녁 막차는 탔다간 대략 뷁~~;;;; 


이 727-1번의 시간표는 저번 10월달에 탄도 갔다가 때마침 시간이 맞아 타보면서 알게 되었었는데, 그분과 석준형이 한번 타봤다가 작년 11월에 타보려다 실패했던 건 전화위복이라며 이번 시간대에 타볼 것을 강력 추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때마침 오늘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예정에 없던 대부도를 가게 된 것이죠. 겸사겸사 이제 가실 날 얼마 안 남은 구형 차도 타 보구요. ㅎㅎ


중앙역에서 탄 시간을 보니 이게 푸르지오6차에서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한 차더군요. 경험상 안산역까진 30분 걸리고 탄도 종점에는 오후 5시면 도착하므로, 그럭저럭 시간은 맞출 수 있었습니다. 중앙역을 빠져나오면서 좀 지체가 있었지만 안산역에는 오후 4시 조금 넘어 도착했으니 순탄한 편이었죠. 그런데 방조제에서 문제가 생겨버립니다(추가로 동보아파트와 방아머리 사이에 있는 오이도입구 정류장 등에도 123번이 정차함을 목격했습니다. 다만 그런 곳에서 버스를 타기란 정말 어려울 듯;;).

 

 

▲ 시화방조제 입구 도로 공사로 인한...좁은 길입니다. 공사 때문에 잠시나마 좁은 길을 가보게 된...;;;

 

▲ 123번 시화방조제 질주영상. 가실 날 얼마 안 남은 구형 로얄시티로 시화방조제를 넘는 순간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찍게 되었습니다. 속도는 얼마 안 되어 보일지 모르지만 운전석 속도계를 보니 100~110km/h 정도 되었습니다. 밤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섭게 달리기는 하더군요;;

 

▲ 시화호 조력발전소 휴게소 버스정류장입니다. 이게 생긴 이후로는 123번과 790번 모두 방조제 전구간을 전처럼 막 밟기는 약간 힘들게 됐습니다.

 

▲ 시화호 조력발전소 휴게소.

 

 

가만보니 주말이라 그런지 대부도 들어가는 길에도 차들이 많았던 겁니다. 이러면 저번처럼 탄도에서 탄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기 때문에, 일단 내려갈 수 있을 때까지 내려가면서 기회를 보다 보은용사촌에 하차합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계시는데, 사실 이번 노선의 중요도를 생각했을 때 대부도 주민센터에 내리는 것이 제일 안전빵이지만 거기서 내렸다간 영전을 못 들어가보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좀 더 내려갔던 겁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어플을 돌려보니 727-1번이 출발하고도 남은 시간임에도 위치가 뜨지 않더군요. 727번이 시간표 얻을 때 타봤던 날 보니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 미디 사진 속 차가 운행하는 게 아니라 가실 날 얼마 안 남아보이는 로얄시티였기 때문에 혹시 차 고장난 것은 아닐까 좀 껄쩍지근했지만 이 버스도착 안내어플의 헛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터라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습니다. 믿을 건, 그리고 제일 확실한 건 오로지 시간표 뿐이었죠. ㅎㅎ

 

 

▲ 탄도를 향해 떠나는 123번 구형 로얄시티. 대박아이템 탑승 인증합니다. ㅋㅋ

 

▲ 보은용사촌 버스정류장에서 촬영한, 2013년 3월 4일부터 시행되는 태화상운 123번 시간표입니다.

 

▲ 727-1번을 기다리며 찍어본 보은용사촌 버스정류장.

 

▲ 탄도 방향으로 찍어본 모습. 사진에 보이는 건 온통 펜션뿐이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123번이 올 때였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일단 버스가 나타나자마자 손을 흔들어 세운 다음 기사아저씨께 남4리 가냐고 물어보니 안 간다고 하고 그냥 가버립니다. 아주머니께서도 차 금방 올 거라며 기다리면 된다고 하시는데, 염려했던 일은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후 5시 10분이 넘으니 드디어 727번이 등장하는데, 기사아저씨도 차량도 그 때 그대로입니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기에 남4리 간다고 하니 타라고 합니다. 지금은 남2리 가는 때라면서 그쪽 갔다가 4리로 간다고 하시더군요. 저야 뭐 오케이였죠 ㅎㅎㅎㅎ

 

버스에 타고 보니 저 외에도 다섯 명 정도 손님이 더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저 외에도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이 노선은 하루 10만원 정도 적자를 본다고 합니다. 하루에 버는 돈은 3만원이지만 하루에 드는 기름값은 13만원이라면서요. -ㅅ-;;;  게다가 단말기까지 고장나버린 바람에 기사님께서 중간중간 단말기를 만지시는데 이 때문에 어플에 현재 위치가 전혀 안 떴던 거더군요(어쩐지 출발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위치가 안 뜨나 했습니다 ㅋㅋ). 그래도 돈 벌려고 있는 노선이 아니라 위에서 가라는 데로 가는 노선이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으며 여유있게 운전하십니다. 가까운 동네 사는데 아는 분들 소개로 한번 타보고 싶어 왔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군요(다만 손님들도 있고 해서 기사아저씨와 단 둘이 이야기할 타이밍은 생각외로 적었습니다 ㅠㅠ).

 

기사아저씨께서 귀가 좀 안 좋으시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말은 잘 안 들리니 내 말만 혼자 떠들게 된다고, 오히려 그러니까 편하다고 웃으시면서 뒷자리에 타신 할아버지 한 분을 가리키며 "저 사람도 귀가 잘 안 들려" 그러시는데 서로 소리가 안 들리다보니 목청높여 대화를 하신다고 하네요(알고보니 그 할아버지께선 보청기 하고 계셨는데 상당히 비싼 거였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탔던 아주머니와 기사님이 대화하시는 걸 들어보니 보청기는 제작해서 달기까지 의외로 몇 달씩 오래 걸려서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이에 버스는 영전을 지나 오후 5시 30분 약간 안 되어 대부동 주민센터를 찍는데, 영전에서는 아무도 안 타고 대부동 주민센터에서야 여학생 2명과 할머니 몇 분이 승차했죠.


그런데 아까 보청기를 끼우신 그 할아버지께서 볼일이 급하신지 잠깐 내렸다 탄다고 하시더군요. 기사아저씨께선 남2리 갔다가 여기 안 오고 바로 4리로 갈 거라며 종점까지 참으라고 만류하시고, 할아버지께서 자리에 앉자 버스를 출발시키십니다. 곧 영흥도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고 말부흥을 향해 버스는 달리는데 안산에도 이렇게 들어와보기 힘든 오지가 있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라 신기하기 그지없었죠. 다만 단말기가 고장인 탓에,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ㅠㅠ 그렇지만 이 노선도 가만보니 정류장이 정해진 게 아니더군요.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에 뜨는 정류장들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가는 길에 칼국수집은 커녕 중부흥 슈퍼말고는 가겟집이 한 군데도 안 보이더군요. 그런데 생뚱맞은 정혜칼국수는 웬 말인지;;


중부흥 슈퍼 못 간 지점에서 할머니 한 분 내리시는데 결국 할아버지께서 일이 터지신 모양입니다. 기사아저씨께 잠깐 소변 좀 보고 온다고 양해를 구하는데, 기사아저씨께서 흔쾌히 수락하고 일 다 보실 때까지 기다려 주시더군요. 도시의 버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훈훈함을, 그것도 가까운 안산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ㅎㅎ

 

중부흥 슈퍼를 지나 꽤 달리던 버스는 교회 수양관 앞에서 여학생 한 명 내려주고 거기서 회차를 합니다. 여학생에게 뒤로 내리지 말고 인사 하면서 앞으로 내리라는 말씀을 하시면서요. ㅎㅎ 

그런데...그런데...

 

 

▲ (2장 모두) 오늘 제가 탄 버스는 이곳에서 회차합니다.

 

 

버스가 여기에서 회차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헐??  아직 말부흥 안 간 거 같은데;;;;

기사아저씨께서 원래 남4리로 바로 가야 하는데, 저 여학생 때문에 여기까지 왔던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번에 타면서 말부흥도 보겠구나 했었는데, 가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로서 사강발 오후 4시 50분 막차는 대부동 주민센터 이후 손님 있는 곳까지만 운행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어쩐지 시간표 상에 사강에서 출발한 차가 남2리에 도착하는 시간이라든지 이 시간대쯤 남2리에서 나가는 시간 같은 것은 전혀 안 적혀 있더라니;;; 가만히 이 시승기를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대부동 주민센터에서 남2리로 들어가는 방향은 손님 있는 곳까지만 가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과연 그분께서 말씀하신 그 길은 갈 것인가?

궁금증이 커져가는 가운데 버스가 중부흥 슈퍼 못 가서 별안간 좌회전을 하는데, 그 이후 펼쳐진 것은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쩌는 1차로 길과 더불어 조금 들어가서 정말 놀라운 것을 보았던 겁니다. 그것은 바로...비포장...비포장이...우리집에서 가까운 이 동네에도... 비포장 버스노선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길은 사실 회송을 위해 지나가는 길이므로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에 절대 나올 리 없는 비공식 코스였지만, 그 충격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했습니다. 로얄시티 대형차로 비포장을 질주하고 있었으니 더더욱 그랬죠. 생애 처음으로 타보는 이 비포장 노선... 쿵쾅대며 덜컹대는 것이 정말 너무나 쩔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높은 확률로 미공개되어야 할 비밀 정보였으며, 이걸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정말 복이었습니다. 사진을 디카로 찍는 탓에 폰으로 사진들을 보낼 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비포장을 동영상으로 남기며 제가 속으로 생각한 말은 딱 한마디입니다. 오우~ 형님~!!

 

 

▲ 이 집 앞에서 좌회전을 틀었습니다. 하트 어쩌고 하는 팬션 간판말고는 특별히 여기를 표현할 방법이 없더군요 ㅠㅠ

 

▲ 1차로가 있다는 건 정말 뜻밖입니다. 그러나...

 

▲ 비포장이...나온다는 건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오우 형님~~!! 

 

 

이 쩌는 길을 감상하다 보니 대부남동 보건진료소가 나왔고, 곧 대남초등학교를 지나 무슨 고갯길 하나를 넘더니 오후 6시에 버스는 남4리 흘곳동 종점에 멈춰섭니다. 오는 중간에 저랑 같이 탔던 아주머니께서 병 모아놓은 거 가지고 간다고 하셨는데, 버스가 그 장소를 지나친 탓에 조금 미적댄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더군요. 아주머니께서도 다시 나갈 때 병 갖고 간다고 하시고 버스에 계십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오후 6시 10분에 다시 나간다고 하셔서 잠시 버스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저녁노을이 지는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죠.

 

 

▲ 남4리에서 보는 바다의 모습. 여기도 버스로는 들어와보기 힘든 오지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남4리 흘곳동 종점. 지도를 보니 저 길 따라 안으로 쭉 들어가면 메추리섬이 나온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 차량은 분명 구형 로얄시티입니다. 이제는 차량이든 노선이든 모두 역사자료로 남게 되네요.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남4리 흘곳경로당. 이 당시에는 버스가 하루 3번 들어오는 곳이었습니다.

 

▲ 알고보니 여기가 대부해솔길의 일부였습니다. 스탬프가 혹시 있나  싶어 아래 뚜껑을 열어봤는데 스탬프는 없더군요. 가져갈 게 없어서 그런 걸 가져가다니 사람들 참 어지간합니다. -ㅅ-;;;

 

▲ 대부해솔길 안내도. 대부도 해안선 전체가 해솔길로 지정된 것이었습니다.

 

▲ 남4리에서 본 저녁노을과 마을, 그리고 바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가자 저는 버스로 다시 되돌아와 1100원 찍고 다시 탑니다. 메추리섬이나 쪽박섬은 종점에서도 거리가 있던데다, 버스 시간 탓에 못 가보는 게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었죠. 요금은 굳이 안 내도 될 것 같았지만 이 노선이 없어지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카드를 댔습니다.

 

버스는 오후 6시 10분에 할머니 한 분을 더 태운 채로 다시 대부동 주민센터를 향해 떠납니다. 오늘의 727번 막차였지요.

가는 도중에 아주머니께서 모은 병을 버스에 싣는 걸 도와 드렸는데 아주머니께서 대남초등학교 좀 지난 곳에서 내리셨고 병을 다시 날라 드리니 도와줘서 고맙다면서 다음에 또 보자며 손을 흔드십니다. 그 동안 버스는 그 옆에 묵묵히 서 있었구요. 정말 도시 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정을 느낀 순간이어서 뭔가 모를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아까 지나온 그 좁은 길은 버리고 2차로 도로 따라 대부동 주민센터로 곧장 가는데, 가면서 그 좁은 길은 몇 번 가는지 여쭤보니 아침 8시대에 남4리에서 2리로, 낮에 또 4리에서 2리로, 그리고 아까 제가 지나갔던 시간대, 지금 727번 막차 운행 종료하고 남2리로 갈 때 이렇게 하루 네 번이라고 합니다.

결국 남4리에서 2리로 가는 게 대부분이었고, 오늘 가본 남2리에서 4리로는 그분과 석준형, 그리고 제가 탔던 시간대 하나뿐인 셈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흥도와 대부도를 패키지로 묶어 재미있는 코스를 만들 수도 있겠더군요(영흥도-->대부도 순으로 가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사실 신강교통 790번은 이 당시의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과 어플, 그리고 포털사이트 지도상으로는 대부동 주민센터 바로 다음 정류장이 선재대교 너머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에 정류장이 3~4개가 더 있기 때문에 선재도에서부터 걸어올 수고를 굳이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이건 작년 11월에 여르니와 영흥도를 가면서 확인했던 것인데, 당시에는 만원 버스 안에서 서서 가던 중이었고 정류장이 될만한 곳을 남리교회 말고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는 점은 사실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790번이 남리교회 표지판 있는 곳에 정차하는 것은 확인했으며 이곳에 흘곳동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 곳으로 보이기 때문에, 790번과 727번은 연계가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죠.

 

이런 사이 버스는 오후 6시 25분이 약간 안 되어 대부동 주민센터에 도착했고, 전 여기서 다음 번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다고 인사드리고 하차합니다. 오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 주신 기사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계속 건강한 모습으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이 대박 정보를 주신 그분과 석준형에게도 감사드립니다 ㅎㅎ

 

 

▲ 최고의 구형 로얄시티로 기억될 태화상운 727번. 구형 로얄시티 비교적 최근까지 많이도 탔었지만 저것만큼 기억에 남을 차는 없을 듯 합니다...

 

▲ 작년 10월에 대부동 주민센터에서 찍은 727번 시간표입니다. 버스 안에서 기사아저씨의 허락을 받아 시간표를 찍었었는데, 대부동 주민센터에 내려보니 여기에도 시간표가 붙어 있어서 다시 촬영한 것입니다. 물론 2013년 3월 현재는 이 장소에 시간표 안 붙어 있지만요. -ㅅ-;;;

 


비록 두우현이나 말부흥은 못 가보게 됐지만, 그것들보다 여러모로 큰 것들을 얻고 10분 뒤 도착한 123번을 타고 대부도를 떠나 귀가길에 오릅니다(주말이라 그런지 해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조제는 여전히 밀려서 집에 가는 데는 정말 오래걸렸네요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