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3년 3월 30일 - 홍천에 첫발을 담근 간단한(?) 홍천군내버스 입문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1. 12.

정말 오래간만에 시간이 나서 봄기운을 타고 동쪽으로 시승을 떠납니다. 이번 주말만큼은 치과에서 해방되어 좋더군요.
이날은 홍천이라는 정말로 먼 곳, 그리고 처음 가보는 동네를 가기 때문에 준비물 확인을 꼼꼼히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원래 오늘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수도권의 동네들 중에서 하나 골라 갈 계획이었는데 이전에 오지노선탐험가님이 마석 한번 같이 가보자고 했었던 게 생각이 나더군요. 때마침 이번에 시간도 되겠다 만나 같이 가보기로 하고 어젯밤에 이야기를 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강원도 홍천을 가보게 되어 판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갑자기 이것저것 살펴봐야 해서 정신이 없었죠. -ㅅ-;;;

 

그런데 최대한 집에서 빨리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늦는 바람에 구리 직행시간에 맞춰 터미널을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홍천 같은 데 가려면 집에서 3시간 넘게 걸리는데 중요한 직행을 날려먹으니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동서울로 가서 홍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하는데, 시간을 찾아보니 무정차 버스가 오전 9시 30분, 그리고 9시 50분에 있다고 하고 홍천까진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시간을 살펴보니 홍천에 오전 10시 50분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고, 저는 서둘러 전철역으로 이동하여 강변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10분입니다. 이로서 구리 직행은 굳이 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는데, 소요시간은 직행 쪽이 당연히 빨랐지만 그 시간 차이가 의외로 크지 않았던 겁니다.

 

아직은 여유시간이 있었지만 오전 9시 30분차를 타야 홍천에 오전 10시 50분 안으로 도착할 것 같았기에,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인파를 뚫고 얼른 동서울터미널을 향해 몸을 움직여 봅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인지라 잠시 두리번거리다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6600원 주고 홍천 무정차 표를 끊는데, 매표원이 9시 50분 차표를 주더군요. 아 이건 뭐냐??

 

완전 어이없는 느낌을 뒤로하고 오전 9시 30분차가 있지 않냐고 물어보니 매진이 되었다네요. 오전 9시 50분차는 느낌이 좋지 않아서 9시 30분차를 타려고 했었지만, 결국 타야 되는 버스를 눈뜨고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 ㅅㅂ;;; 
예상치 못한 이 변수에 허탈함이 밀려오지만 동서울터미널 잠시 구경하다가(승차홈이 정말 많았습니다. 36번홈까지 있었는데, 방면별 통일이 완전하게 안 되어 있어 헷갈리더군요) 시간 맞춰 얼른 버스에 승차해야 했습니다. 버스는 칼같이 터미널을 떠났지만 나쁜 일은 떼로 일어난다는 게 맞는 말인지, 길이 막히는 것은 없었지만 홍천터미널에 내리니 이미 월운리 버스는 가버린 뒤였죠. 오지노선탐험가가 세웠던 계획에 제가 수정을 하여 이루어진 이번 시승코스대로라면, 좌운을 제외한 동면 노선들은 대부분 타볼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ㅜㅜ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하는 월운리 버스를 놓치니 한숨이 나왔지만, 오전 11시 30분에 있는 방량리행 버스를 타기 전까지 편의점에서 점심 때 간단히 먹을 것도 사고 정말 처음 와본 홍천터미널 주변 구경을 해 봅니다. 터미널 입구 건너편에는 대한교통 차고지가 보였고, 이리저리 다른 곳들을 둘러보니 그 순대국집도 보이더군요. 홍천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홍천터미널을 처음 본 소감은 그야말로 양평터미널과 완전 붕어빵이었다는 겁니다. 금강고속이 장악한 동네들이니만큼 터미널 승차홈에 서 있는 직행버스들부터 군내버스에 이르기까지 금강고속 버스들만 잔뜩 보이다시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물마저 어쩜 그리 비슷하게 생겼는지 ㅋㅋ 지하층에 식당 등이 있는 것도 똑같더군요.

 

동면 쪽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대한교통 소속이었고 이번에 탈 방량리 노선 역시 그러한지라, 어디서 타야 하는지 주변을 둘러보니 터미널 출구쪽 맨 구석에 동면방향 홈이 있었습니다. 터미널 안에 있는 군내버스라고는 현대교통 차량 몇 대와 금강고속 차들밖에 안 보이다보니 과연 여기 대한교통이 오기는 하는지 반신반의하고 있으니, 때마침 대한교통 차고지에서 방량리 행선판 꽂은 버스 하나가 나오길래 어디로 가나 지켜보니 바로 그 동면 승차홈에 가서 서더군요. 이로서 이곳 홍천터미널 승차홈에 군내버스들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파악이 되었고, 버스에 올라 방량리 간다고 하니 기사님께서 방량리 어디? 하고 되물으십니다. 헐? 같은 방량리인데도 요금을 다르게 받나?

 

종점으로 간다고 하니 요금은 1800원이었고 오전 11시 30분에 칼같이 출발하여 5분 정도 뒤에 읍내를 벗어나 동면을 향해 달리는데, 바로 가는 길을 버리고 고갯길쪽으로 돌아 동면으로 가더군요. 버스가 가는 것을 가만히 보니 오지노선탐험가와는 동면에서 만나야 할 것 같았습니다.

 

 

▲ 동면 가는 노선을 타면 볼 수 있는 길. 고개도 넘었는데 재미있더군요 ㅎㅎ

 

 

고개 넘을 때 월운리 노선을 탔던 오지노선탐험가님에게 전화가 옵니다. 후동, 공주터 찍고 월운리 출발하여 아직 동면 못 왔다는데 방량리 차도 동면 가는지 궁금해하기에, 이전에 들어둔 것이 있었지만 제대로 확인 차 기사아저씨께 이 노선도 동면 들어가느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시기에 동면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했지요. 얼마 안 있어 성수를 지나고 동면농협에 도착하는데 여기에서 버스가 하나 나오더니 오지노선탐험가가 내렸고(손 흔들어 줬죠 ㅋㅋ), 제가 탄 버스가 동면 회차지를 돌아나와 다시 동면농협으로 나왔을 때 오지노선탐험가가 버스에 오름으로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 (2장 모두) 동면터미널. 방량리 노선은 여기까지 들어온 다음 다시 되돌아 나가 제 갈 길을 갑니다. 월운리 노선은 여기까진 안 오는 듯 하고...

 

 

동면에서 방량리까진 기본요금이었는데 가만보니 처음 보는 인물 한명과 같이 왔더군요. 어쩐지 의외의 손님이 있을지도 모른다 했었는데, 과연 누구일까? 일단 방량리 종점에서 물어보기로 하고, 버스가 가는 것을 보니 동면대교를 건넌 다음 삼현리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삼현리는 1차로였지만 방량리에서 다시 2차로로 바뀌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죠.
 

 

▲ (2장 모두) 방량리 노선의 1차로.

 

▲ 드디어 도착하는 방량리 종점.

 

▲ 강원도 홍천군 동면 방량리.

 

 

방량리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12시라 10분 정도 시간이 남더군요. 잠시 내려서 오지노선탐험가와 같이 왔던 "의외의 손님" 과 간단히 이야기를 해 보는데, 이분이 바로 흥안 117님이었죠.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는데, 저와 흥안님 모두 실제 나이와 매치가 안 되는 얼굴 탓에 서로 놀랐다는 기억이 있습니다(뭐, 저도 마음은 딱 20살 대학생 새내기였죠. -ㅅ- ㅋㅋ). 

 

 

▲ 방량리 종점에 서 있는 군내버스. 행선판에 꽂힌 지명은 홍천, 방량, 동면 입니다.

 

 

삼마치로 내려가는 길도 봐두고 허파에 바람을 넣은 뒤, 12시 10분에 아까 탔던 버스에 다시 승차하여 1200원을 내고 다시 동면으로 되돌아옵니다. 회차한 곳이 궁금하다고 하여 동면회차지까지 가서 내리게 되었는데, 다음에 탈 신봉리 노선이 홍천에서 오후 12시 30분이라 오지노선탐험가는 잔돈을 바꾸러 가고 저와 흥안님은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너편에서 웬 대한교통 버스가 하나 오길래 행선판을 보니 신봉입니다. ㅡㅡ;;;  원래대로라면 얼른 뛰어가 버스를 잡아야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보냈습니다. ㅜㅜ


뭐 이리 버스가 빨리 왔지 하고 시간을 보는데 알고보니 홍천 출발이 오후 12시 10분이었습니다. 시간확인을 잘못했던 것인데, 오늘 처음부터 되는 게 없더니 된통 당합니다. ㅠㅠ 이렇게 되어버린 거, 그냥 수타사 보고 나올까 했는데 오지노선탐험가가 홍천으로 갔다가 와동 노선을 타보자고 합니다. 시간과 경로를 보니 기본요금 선에서 끝날 것 같았지만, 홍천은 가는 게 돈인데 -ㅅ-;;; 그래도 오늘 홍천을 처음 와본 만큼, 뭔가 하나라도 타보기는 타봐야 하기도 했으니 와동 노선 타기로 의기투합했죠. 그래서 신봉리에서 나온 차 다시 타고 홍천으로 되돌아갔다가 오후 1시 15분에 출발하는 성산,삼포 노선을 타고 윗송정으로 갑니다.

 

그런데 막상 윗송정에 내리고 보니 와동,송정 노선이 우회전하는 그 장소더군요. 보통 교차로와는 다르게 조금 이상하게 생겨서 어디서 타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회전하는 모퉁이, 즉 다리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죠. 이윽고 오후 1시 45분이 약간 안 되어 버스가 오는데, 탄다는 신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그냥 가버리려고 하길래 뛰다시피 하여 버스를 쫓아가서야 겨우 탈 수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여기는 안 서는 데라는 투로 말씀을 하시기에 어디서 타면 되는가 물어보니 우리 기다린 곳 저 밑에서 타면 된다고 하는데, 아랫송정을 이야기하는 거 같더군요. 설마했지만 하차지점 선정이 문제였던 겁니다. -ㅅ-;;; ㅜㅜ


이런 중에도 버스는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굴운리를 지나고 와동리로 오는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 노선은 타보니 평범한 순환이었고(시간대에 따라 방향이 바뀌기도 하는;;), 오른편에 보이는 홍천강과 강 건너편의 도로가 이채로웠습니다. 강원도 홍천도 알면 알수록 정말 좋은 곳들이 많은 것 같네요.

 


오후 2시 약간 넘어 홍천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운행횟수가 적었던 원터 노선을 타보고, 이후에 시동 찍고 온 삼마치 순환차를 타고 홍천으로 돌아온 다음 오후 4시에 있는 동산,본궁 노선을 타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이 원터 노선의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잠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못 했던 점심식사 해결을 마저 하며 이야기를 나눴지요. 제가 말재주가 좋은 것도 아니요 말이 많은 인물도 아닌 탓에 흥안님과 어색하게 되진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지만, 같이 다니면서 보니 통하는 부분도 보이고 슬슬 서로 처음의 서먹함이 걷히는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버스 타며 시골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니까, 지금도 좋아 보이지만 앞으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관점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버스계의 각박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죠.

 

이윽고 시간이 되어 원터 노선이 승차장으로 들어오고 할머니들 대여섯 분들이 타시는데, 원터까지 요금을 물어보니 1400원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동면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터미널 나오자마자 우회전을 하더니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앞으로 달리는데, 매우 넓직한 도로에 정류장도 별로 없고 내리는 사람도 없어 버스가 정말 빠르게 달립니다. 버스는 솔골 입구를 지나 원터로 들어가는데 지도를 보니 삼마치리 끝까지 온 것 같았습니다. 삼마치까지만 가는 차는 여기서 돌리는 듯 싶었고, 우리의 원터 버스는 옆에 난 좁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원터회관 앞에서 차를 돌립니다.

 

 

▲ 막판에 등장하는 짧고 굵었던 1차로 길 ㅋㅋ

 

▲ 원터 종점에 온 군내버스.

 

 

이것도 시간이 남아 왕복이 가능했지만 시동에서 올라오는 차를 잡을 목적으로 그냥 보내기로 하고, 우리는 버스가 왔던 길 따라 천천히 원터입구 정류장으로 다시 걸어 나오는데 한쪽에 나무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더군요. 장작으로 만들어 쓰면 몇 년은 족히 쓸 수 있을듯한 엄청난 나무들에 할 말을 잃습니다. 홍천 와서 살아 있는 나무는 물론이고 잘려진 나무까지 정말 나무 하나는 실컷 본 것 같군요. ㅎㅎ

 

 

▲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삼마치리 원터마을회관.

 

▲ 버스가 이 길을 달려 원터마을 종점으로 들어온 겁니다. 짧지만 굵더군요. ㅋㅋ

 

▲ 저 나무들은 어디 쓰는 나무들인고?  엄청난 양의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홍천에서 오후 3시 10분에 있는 양덕원, 시동리 찍고 올라오는 차를 탈 차례입니다만, 버스를 기다리며 지도를 펴서 이 곳의 길들을 다시 살펴보는 순간 엄청나게 불길한 예감이 들더군요(사실 예감이 아니라 당연한 현실이었지만, 그래서 엄청 놀라기도 했네요). 시동리 찍고 올라오는 그 차가 오후 3시 45분에 원터 입구로 올 리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제 시간에 홍천은 절대 못 가게 됩니다. 으악;;;


제 입장에선 홍천은 사전에 지도로 봐둔 동네가 아니기도 했고 어젯밤에 급히 이것저것 살피느라, 그리고 어그러진 코스에 뒷수습을 위해 노선들을 급조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어쨌든 오지노선탐험가나 저나 큰 실수를 하고 만 겁니다. 설마 하고 넘어가지 말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것, 그리고 여유가 있어야 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정말 틀린 말이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ㅠㅠ

 

이렇게 된 거 오후 3시 40분에 시동리 찍고 양덕원으로 가는 차를 타고 양덕원으로 가서 대곡리를 타볼까했지만, 막상 건너편으로 가보니 여기는 정류장 표시고 뭐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버스가 서기에도 뭔가 어정쩡해 보이는 것은 물론, 마침 우리가 있는 원터입구 정류장도 고가 밑에 있다보니 버스가 그냥 고가 위로 달려가 버리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여기서 양덕원 방향 차를 타기는 영 글러먹었다고 판단, 다시 홍천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어차피 홍천 가서 직행 타고 동산으로 가면 오늘의 마지막 노선인 춘천에서 내려오는 밭치리가 낀 굴지리 행 버스를 노려볼 수 있었고, 홍천터미널에 있는 시간표나 인터넷 등에서는 죽어라 찾아봐도 안 보이던 홍천~춘천 직행이 동산을 경유하는 시간대도 이번 기회로 알아낼 수 있었으므로 마음을 비웠죠. 본궁은 놓쳐버렸지만 영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물론 실수는 다시 해서는 안 되지만).


양덕원 쪽으로 가는 버스가 고가 위로 슝~ 달려가 버리고 10분 뒤 드디어 시동리 쪽에서 버스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헐???  설마 했지만 정말로 우리가 있는 정류장 앞으론 오지도 않고 고가 위로 그냥 내달리고 있는 겁니다. 으악 진짜 큰일이다 싶어 우리는 얼른 고가도로 램프를 따라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서 급히 버스를 세웁니다. 천만 다행으로 버스는 정차했고, 우리는 기본요금 내고 홍천으로 되돌아왔지요.

 

 

▲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화전, 대곡리 노선. 여기서 타면 요금이 후덜덜합니다.

 


돌아오자마자 동산 직행표를 끊으니 요금은 1900원이었고, 오후 4시 30분에 차가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군내버스 타고 동산 가는 거와 요금차이가 별로 없는데, 표를 끊으며 매표원에게 전 시간대 동산 경유냐고 물으니 가는 시간대에만 간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죠. 일단은 춘천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면 되는 거라 춘천 행선판 꽂힌 버스에 다가가 동산 가냐고 물어보니 간다고 하기에 얼른 타게 되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북방을 지나 고갯길을 넘어 15분만에 동산에 도착하는데,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동산에 내리는 사람은 딱 우리 세 명뿐이었습니다. 오는 중간에 북방에서 금강고속 군내버스가 맞은편에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이후로 금강고속 군내버스는 우리가 동산에서 굴지리행 버스를 탈 때까지 계속 안 보이더군요. 이로서 본궁리 노선의 운행형태도 예상이 되었죠.

 

 

▲ 춘천 방향으로 찍어본 한적했던 동산 시내. 왼쪽은 역전평, 굴지리로 들어가는 길인데, 처음 와서 지도로 이 곳을 살펴보니 길이 매치가 안 되어 굴지리 버스 타는 장소 파악을 위해 방향감각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 (2장 모두) 이 당시의 춘천시 동산면 버스 시간표.

 

 

굴지리행 버스가 여기로 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시간표도 카메라로 박고 지도를 통해 주변 확인도 하며 버스 타는 곳을 봐두게 됩니다(확인차 가겟집 아주머니께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면사무소 쪽으로 들어가는 길 모퉁이에서 타더군요). 기다리는 중간에 장항리 가는 버스가 오는데 가만보니 아까 원터에서 탔던 그 버스더군요. 기사님이 같은 분 ㅋㅋ

 

오지노선탐험가가 장항리 차를 보더니 좀 아쉬워하긴 했지만, 장항리에서 다시 굴지리로 시간 내에 걸어나오기는 역부족이었던 탓에 그 차를 그냥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홍천으로 향하는 현대교통 버스 한 대 지나가고(시승기 쓰면서 시간표 보고 확인해보니 반곡에서 출발한 차겠더군요), 드디어 오후 5시 25분에 굴지리 가는 41번이 등장합니다. 의외로 시내에서 동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 -ㅅ-;;;

 

춘천 버스를 타보니 서울처럼 차 내에도 LED가 있었는데, 차 내 LED 활용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이번 정류장과 다음 정류장 안내는 물론, 이번 정류장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미터 단위로 거리표시까지 해주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그 LED에 아리수 광고 아직도 뜨려나요? 아니면 회사 이름 나오겠지만 말이죠. ㅋㅋ

 

안내방송도 잘 나와 주어서 여러모로 편했던 가운데 역전평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밭치리 쪽으로 먼저 가는데, 아... 그분께 들어둔 게 있었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입니다. 밭치리 입구에 도착한 버스가 거기서 바로 회차를 해 버렸던 겁니다. ㅠㅠ 이번에 탄 차가 대형차여서 만약 들어간다면 어떨까 그래도 나름 기대했었지만, 밭치리 마을이 없어졌다는 것이 정말이었음을 확인합니다. 망할 무릉도원 -ㅅ-;;

 

 

▲ 마을이 없어져서인지 이곳, 밭치리 입구에서 그냥 돌리더군요. 오후 5시 30분 약간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역전평사거리로 나와 굴지리로 달려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0분이었고, 오후 6시 정각에 간다고 합니다. 시간이 상당히 남아서 굴지리 구경도 간단히 하고 장항리 들어가는 길도 잠시 걸어봅니다. 산골이라 그런지 공기가 참 좋았고 역시 오늘 나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굴지리 버스종점. 저 길로 쭉 가면 장항리가 나옵니다.

 

▲ 불이 나 있었던 비닐하우스. 진짜 화재가 난 건 아니고,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잡초와 해충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불을 놓은 겁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고 5분쯤 뒤, 아까 봤던 현대교통 버스가 장항리 쪽에서 나오는 걸 봅니다. 이로서 장항리 출발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는데, 예상대로 저걸 탔다가 굴지리 출발시간 맞춰 걸어오는 것은 발에 모터가 달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실이 이런데 아까 동산에서 장항리 차를 타겠다고? -ㅅ-;;; 장항리가 하루 2회인지라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다음 기회에 타기로 하고 오후 5시 50분에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 (2장 모두) 굴지리 종점에 서 있는 춘천 41번 버스. 강화군내버스와 비슷한 느낌이 나더군요 ㅎㅎ

 

 

춘천으로 간다고 하니 시계외요금이 붙어 1650원을 받더군요. 오지노선탐험가 말로는 두미리 노선인 1번과 2번에 시계외요금이 없어지고 이 굴지리 노선에만 유일하게 시계외요금이 남아있다는데,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시계외요금에 대해 관대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저이기도 했지만(물론 시경계만 살짝 넘나드는데도 알짤없는 경우는 어딘가 좀 불합리합니다만), 어쨌든 저렴한 춘천버스인지라 느낌도 달랐으니까요. 사실 대한민국 모든 곳이 다 수도권과 같으리라는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솔직히 서울, 경기도, 인천 이 세 곳, 이른바 "수도권"은 요금면에선 정말 축복인 거죠. 

 

굴지리 종점을 떠난 버스는 빠른 속도로 역전평을 지나 조양2리와 동산에서 손님을 태우면서 춘천으로 가는데, 모래재와 원창리 고개가 장난아니더군요. 춘천에 고갯길 하면 배후령이나 오탄리, 느랏재 같은 곳만 생각했는데 춘천에서 동산면으로 오는 데에도 해발 240m에 불과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험난한 고개가 있을 줄은 몰라서 의외였습니다. 더불어 기사아저씨의 운전실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 때 일행들은 졸고 있어 아쉽기는 했지만, 둘 다 일찍 나왔던 터라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저도 새벽에 나오게 되면 겪을 후유증일 수 있으니 말이죠. -ㅅ-;;;

 

 

▲ 동산에서 춘천으로 오는 길은 고갯길이 정말 장난아니었습니다.

 

▲ 원창2리의 깨알같은 1차로.

 


원창리 고개를 넘고 나니 학곡리 종점이 나오는데, 춘천시내버스 시간표에 보이던 학곡리가 종점인 버스들이 여기까지 오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춘천시내버스에 대한 베일을 비록 종이 한장 두께 정도지만 조금이나마 벗길 수 있었군요. ㅎㅎ;;


이제 귀가를 위해 경춘선 전철을 타야 하는데, 41번은 남춘천역이나 춘천역 둘 다 안 가기 때문에 어디서 내려야 남춘천역으로 빨리 갈 수 있을까 지도를 펴고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법원 쯤에서 내리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에 관해 오지노선탐험가와 이야기하다가, 마침 기사아저씨께서 하차 장소와 가는 길을 잘 알려주셔서 우리는 그대로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기사아저씨의 말씀대로 양우아파트에 내려 조금 걸어가니 남춘천역이 나왔죠. 기사아저씨 정말 감사드린다능요. ㅎㅎ

 

 

▲ 경춘선 전철 개통이후 확 달라져버린 남춘천역. 옛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타보는 경춘선 전철.

남춘천에서 마석까지는 50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버스로 그렇게 가면 틀림없이 1시간 넘게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많이 빨랐습니다.


마석에 내리고 보니 딱 오후 8시였고, 저와 흥안님은 8002번과 M2316번 둘 중에 M2316번이 먼저 와서 그걸 타고 잠실역으로(중간에 흥안님은 65-1번으로 갈아탐), 오지노선탐험가는 1330-3번을 타고 귀가를 합니다. M2316번은 8002번과 마석 내 구간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잠실로 갈 때 수석~호평 민자도로를 타고 가더군요. 잠실역까지 딱 40분 걸리는데, 역시 가평을 갈 때는 잠실을 거쳐가는 게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죠.

 

예상못한 홍천 원정이라 실수도 여럿 있었고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사전 조사를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가평 및 춘천을 갈 때 최적 경로를 찾았다는 점에서(꼭 버스만 타야 될 필요가 없네요) 의미가 깊었던 하루입니다. 그리고 강원도의 매력도 알 수 있었던 시승이기도 하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