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강화도가 가고 싶어 준비물을 챙긴 뒤 여행길에 오릅니다.
저번 주에는 비가 오더니 이번 주에는 날씨가 참 좋더군요.
이번에는 색다르게 인천터미널에서 오전 9시 정각에 출발하는 800번을 타고 강화로 가기로 하는데, 800번이 인천~강화 급행격인 노선이라 얼마나 빠른지 궁금증이 들었던 겁니다. 제가 탄 4호선 전철은 8시 5분 약간 안 되어 오이도역에 도착하고 바로 8시 10분에 출발하는 수인선 열차로 환승을 했지만, 수인선이 오이도역까지만 운행하고 끝이어서 불편하더군요. 사실 환승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금 오이도역에서 4호선과 수인선 간의 열차 다이어가 안 맞아서 문제인 것이죠. 기왕 환승하는 체계라면 열차 다이어라도 제대로 맞춰줬으면 좋겠는데, 일부 시간에는 승객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 문제였지요. 수인선 열차가 도착하니 4호선 열차가 "나 잡아봐라 메롱~~" 하고 출발해 버린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 그리고 열차 갈아탈 여유시간이 양심없는 수준이라 계단으로 올라가 승강장 이동하는 사이에 열차가 떠나는 때가 실제로 종종 있습니다. 저도 이런 "나 잡아봐라 메롱~~"에 당한적이 있는데, 뭐 다음 전철 타면 되기야 하지만 여러모로 허탈할 수밖에 없죠. 다행히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이 매끄러운 환승이 가능한 시간대였지만, 시승하면서 그런 안습한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수인선이 수원역까지 완공이 된 이후에야 4호선과 같은 선로로 열차가 달릴 거라는데, 그날은 과연 언제일까 의문이었죠.
원인재역을 거쳐 오전 8시 37분에 인천터미널역에 도착한 저는 800번을 타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건너편 정류장으로 여유있게 슬슬 걸어가려는데, 아놔;; 모닝X이 나온다는 신호가 옵니다. 가는 중간이라 정말 난감한데;;; 지하철역 화장실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못하여 바깥으로 나가 잠시 헤매다가 겨우 화장실을 찾아 볼일 해결을 하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나오니 오전 9시가 다 되어갔죠.
오전 9시가 넘자 금방 800번이 오는데, 근처의 농수산물시장에서부터 출발해서 그런지 손님들이 몇몇 타고 있더라구요. 저를 포함해 손님 몇 명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과연 급행버스답게 길병원이나 인천시청 후문, 석바위 등등 몇몇 정류장만 정차하더군요. 그 덕에 인천 한복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금방금방 가는 것은 참 좋았는데, 인천의료원에서 중년 배낭부대들이 몰려 서서 가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더군요.
게다가 예상대로 손님들이 정말 안 빠지는데 검암역에서 사람들이 내릴까 싶었지만 헛된 생각이었고, 오히려 정차하는 정류장들마다 손님들이 한두명씩 타는 통에 만원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기사아저씨께서 앞차 기사아저씨와 통화를 하시는 듯하여 가만 들어보니 군하리부터 시작해서 강화대교가 엄청나게 밀린다고 하는데, 지금 버스도 25분이나 늦었다고 합니다. -ㅅ-;;;
처음부터 충분히 여유를 둬서 오전 9시 차를 탔던 거였고 검단까지 그럭저럭 잘 왔기에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버스가 오전 10시 35분에 마송을 찍고 오리정을 지나니 과연 무지막지한 차량행렬이 보입니다. 어 이러면 강화에서 오전 11시 20분에 있는 황청리 차 못 탈 수도 있는데? 엄청난 교통체증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운전하시는 기사아저씨께서도 외포리에 꽃게탕 잘하는 집에 대해 이야기 중이셨지만(그 식당 하나때문에 길이 막힌 적이 있다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합니다. 꽃게탕이 잠시 눈앞에 아른거렸죠 ㅋㅋ), 도로 정체 때문에 힘겨워 보였죠. 강화에서 오전 7시에 나와 인천터미널에는 1시간 30분도 안 되어 금방 왔다고 하는데, 문제는 강화에 갔다가 연료 넣고 오전 11시에 다시 나가야 된다는 거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이 점심시간이라고 하더군요. -ㅅ-;;; 그래도 묵묵히 운행을 하는 기사아저씨의 모습에 존경심마저 느껴졌죠.
그렇지만 차량이 너무 많아 48번 국도는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었고(가평,양평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결국 터미널에는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합니다. 기사아저씨의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단 1분도 없게 된 겁니다. ㅠㅠ 기사아저씨께 인사 드리고 얼른 터미널로 가보니 엄청난 배낭부대들이 버스 승강장을 메우고 있네요. 그런데 그들 중 몇 명이 버스 시간표를 들고 있길래 저도 얼른 관광안내소로 가서 시간표를 한 장 얻어서 옵니다. ㅋ 시간표를 살펴보니 기존과 바뀐 건 없어 보이지만, 비선,외포,황청리 노선(37번)이 강화로 갈 때는 외포리 시내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강화로 간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 첫 목표는 오전 11시 20분에 출발하는 황청리 노선이었습니다. 황청리 노선은 국화리 경유로 타보긴 했는데 종점을 못 봤다보니 말이죠. 이번 기회에 종점 구경도 여유롭게 할 겸 타보려고 했는데, 이놈의 교통체증 때문에 800번이 늦어버려 언감생심 물건너 가버렸습니다. 일단 오전 11시 20분 황청리도 대체 코스인 오전 11시 30분 비선,외포리도 전부 날아갔지만, 황청리로 가기 위해선 외포리를 먼저 가야만 했기 때문에 그 다음 차인 오전 11시 40분 출발하는 하점 경유 외포리를 타게 되었죠. 그런데 이럴수가 이 버스에도 엄청나게 손님들이 몰리는데, 출발시간을 5분이나 넘겨서 터미널을 나왔지만 읍내로 들어가는 길마저 엄청나게 막히는 거였습니다.
이대로는 뭔가 엄청나게 힘들어 보여서 결국 오후 12시에 출발하는 황청리 차를 타기 위해 미련없이 군청에서 하차한 다음, 터미널 바로 밑에 있는 창리 버스정류장으로 서둘러 걷게 됩니다. 터미널로 갔다간 내가 탈 버스 떠나가는 걸 눈뜨고 구경만 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아예 밑으로 더 걸어간 겁니다. 터미널 맞은편에 이르니 오후 12시 정각이었고 창리에는 12시 5분에 도착했으며, 걷는 동안 군내버스가 가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버스는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이번에는 버스가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습니다. 코스를 오두리로 변경할까 했지만 오두,덕진 노선 역시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옵니다. 그나마 오는 차들도 외포리, 도장리... 아무 도움도 안 되더군요. -ㅅ-;;; 맞은편엔 더리미를 다녀온 버스가 지나가는데, 그냥 더리미나 타볼걸 그랬나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ㅠㅠ
결국 오후 12시 35분이 넘어서도 차가 오질 않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져 결행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서둘러 터미널로 다시 걸어옵니다. 이렇게 되면 오후 12시 50분에 출발하는 해안관광 순환버스 2번이라도 타야 했던 겁니다. 이 해안관광 순환버스는 별로 타고 싶지 않았지만, 진짜 답이 안 나오다보니 "황산도라도 다시 봐야지" 할 수밖에는 없었죠. ㅜㅜ
다행히 오후 12시 50분차는 운행을 하는지 승차장에 들어오길래 얼른 탔습니다. 이 해안관광 순환버스도 외포리나 화도를 가기는 하지만, 가려면 너무 오래 걸리는 탓에 기사아저씨께서 외포리나 화도 손님은 빠꾸를 먹이느라 약간 늦게 터미널을 출발하게 되었죠. 하여간 터미널 빠져나가는 것도 일이었는데, 오늘 정말 왜 이렇게 차가 많지 싶었습니다. 강화 장날에다가, 고려산 진달래 축제 한다고 하긴 하더만;;;

좌우간 이 해안관광 노선도 시간을 그리 많이 주는 노선이 아니기 때문에 부지런히 달리는데, 오우 이게 광성보 주차장을 들어갔다 나오더군요. 광성보 주차장은 강화군내버스를 처음 보았던 2005년 여름의 그 장소였는데, 지금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노선으로(※) 들어오는 거였지만, 오랜만에 와서 감회가 깊습니다.
※ 2005년 당시에는 광성보에서 1시간을 기다려 버스 탔었는데, 버스를 기다린 지 30분 만에 버스가 와서 타려고 했더니 온수리 간다며 빠꾸 당하고 다시 30분 뒤에 아까 그 버스를 타고 강화터미널로 갔던 역사가 있었던 겁니다. 이걸 봤을 때, 당시의 노선은 강화~광성보~온수리 였던 듯 -ㅅ-;;;
해안관광 노선이 광성보 주차장을 찍고 나온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는데, 이로서 하루 2번 있는 오두,덕진,광성보 노선은 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덕진진을 갔었던 추억을 상기하며 황산도도 곧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저번에 가봤던 그 어판장 회차지는 안 가더군요. 뭐지? 황산도에선 안쪽 깊숙히 들어가서 버스 기다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온수리에 내리니 오후 13시 35분이었으며, 저는 오후 13시 50분에 이곳을 출발할 길직리 경유 강화 행 노선을 타기로 합니다. 길직리를 노리고 해안순환을 탔던 거기도 했는데 일단 시간이 잘 맞아서 다행이더군요. 그걸 타고 강화로 가서 오후 2시 30분쯤 도착할 흥안님을 만날 계획이었습니다....만!!
이 계획은 곧 무참하게 깨지고 맙니다. 오후 1시 50분이 지나고 2시가 지나도록 길직리 경유 강화 행 버스는 당최 나타나질 않았던 겁니다. 벌써 두 번째 허탕을 치네요. 으아 -ㅅ-;;;;
흥안님도 강화대교를 건너기 전이라는데, 길이 무지하게 밀린다고 하네요. 오후 2시 35분에 출발하는 인화리를 타기로 했었는데 저부터가 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후 1시 50분 버스를 놓치면 온수리에서 강화로 가는 버스가 한동안 없기 때문에 진짜 고민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700, 700-1번은 이전에도 느낀 거지만 노선만 길 뿐 정말 도움이 하나도 안 되었죠. -ㅅ-;;;
그나마 700번이 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거의 20분은 더 기다려야 올 판이네요. 이를 어쩌지 하다가 오후 2시 조금 넘어서 나타난 60-2번을 타고 일단 화도로 가보게 되었죠. 거기서 해안관광 순환버스를 타고 외포리로 넘어가기 위해 머리를 굴려본 겁니다. 하지만 단 몇 분 차이로 해안관광 순환버스를 타는 것은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아서 정말 냐잉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인화리 노선을 타고 올 흥안님을 만나려면 일단 외포리에서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하점 경유 강화행 버스를 타야 했는데, 아까 그 해안관광 버스를 놓쳐버리는 바람에 화도에서 발이 묶이게 되었던 것이죠.
화도에 내리니 오후 2시 20분이라 여유시간은 10분입니다. 버스들이 다 떠나버린 화도터미널은 황량하기 그지없었고, 결국 저는 외포리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죠. 기사아저씨께 오후 2시 30분까지 외포리로 갈 수 있느냐고 부탁을 드리니, 원래는 10분이면 가는데 오늘은 차가 많아서 10분만에 가능할지 의문을 표하시더군요. 좌우간 택시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승차...
건평리를 지나 외포리 시내가 보이는 장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이었는데, 역시 시골 택시가 인심이 좋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외포리까지의 요금만 받을 테니, 버스가 출발했다면 쫓아가주겠다는 말씀까지 하시더군요;; 그렇지만 군내버스가 한 대도 안 보이길래 저는 외포리 버스정류장까지 간다고 말씀드리게 되었고, 곧 외포리 버스정류장에 내리게 됩니다.
요금은 12100원이었죠. 뜨헉 ㅡㅅㅡ;;;;;
그래도 여러모로 힘겨운 부탁만 드린 것 같은데, 오히려 100원 절사해주시고 버스 못 탈까 걱정해주신 기사아저씨께는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쨌거나 저는 외포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버스가 도무지 나타날 기미가 안 보여서, 마침 정류장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들께 군내버스 안 지나갔었냐고 물어봤습니다. 아직 안 지나갔다고 하시길래 언제부터 기다리셨는지 다시 질문을 드리니 오후 2시 안 되서부터 계속 기다렸다고 하더군요. 헉;;;;
상상을 초월한 말씀에 먹먹함이 밀려옵니다. 일단 어플을 돌려보니 하점 경유 외포리 노선은 아직도 서문 조금 지나서 미적대고 있는데 진짜 어찌 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예상대로 하점 경유 강화 행 버스를 타고 외포리를 나가는 것 말고는 마땅히 답이 안 나오더군요. 이윽고 오후 3시 5분이 되니 하점 경유 강화 행 버스가 내가면에 도착했다고 나오는데, 이때 흥안님에게서 25번 인화리 가는 게 승차장에 들어왔다는 연락이 옵니다. 순간 뭔가 떠오른 저는, 얼른 그 인화리 차를 타라고 했죠.
아 정말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700번이나 타고 강화 갈 걸... -ㅅ-;;;
축제로 인한 심각한 교통체증 탓에 버스 시간표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버려 버스가 도대체 언제 올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벌어진 촌극이었지만, 수업료가 참 비쌉니다. ㅜㅜ
오후 3시 10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오는데 하점 경유 강화 행 버스입니다. 뒤이어 비선,외포,황청 37번도 오더군요. 당연히 전 하점,강화 노선에 승차했지만, 기사아저씨께서 이건 강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31번이나 37번 같은 걸 타라고 하시는 바람에 대부분의 손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분들도 버스편과 노선 정보를 알고 왔었더라면 저럴 필요가 없었을 텐데.... 정보가 퍼져 있었더라면 그 사람들도 어느정도 참고는 하고 왔을 터인데... 동시에 이런 것들이 널리 퍼지기 힘든 현실에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나는 앞으로 어찌 해야 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버스는 외포리 정류장의 인파들을 뚫고 내가 쪽으로 올라갑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이 차가 외포리에서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였는데 40분이 늦었으며, 지금 고인돌 축제 때문에 길이 밀리니 강화까지는 1시간 30분 생각하라고 승객들에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흥안님에게서 인화리 차 탔다는 메시지도 왔구요.


전 신봉리에서 내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강화까지 얼마 걸리느냐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신봉리까지 가는 동안 길이 밀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는데 무사히 내가와 창후리 입구를 지나 15분 정도만에 신봉리에 도착했기 때문에 본인은 여유있게 신봉이발관 앞에서 내립니다. 안내방송에 "이발소" 라고만 나오는 곳이었는데 방송 들어보니 웃기더군요. 어쨌든 이제 인화리 차는 딴짓만 안 하면 안 놓치는 겁니다. ㅋㅋ


건너편에 아까 오후 2시 35분에 출발했던 인화리 차 지나가고, 고인돌 축제의 여파로 길이 밀린 탓에 제가 기다리는 인화리 버스는 오후 3시 40분이 되어서야 나타납니다. 환승 찍고 승차하여 흥안님과 드디어 만나게 되는데, 저도 흥안님도 이런 곳에서 만난 묘한 느낌에 서로 웃었죠. ㅋㅋ
서로 이야기하다가 곧 검문소를 지나고 인화성 마을에서 버스가 회차하는데, 교동연륙교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더군요. 곧 들어온 길과 나가는 길이 달라지는 지점에 왔고 버스가 드디어 1차로 길을 질주하는데, 흥안님이 놀라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이거 같이 타보길 잘했다는 느낌과 더불어 선취골 넣은 선수마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매냐들 하는 것처럼 백날 해안관광 순환버스만 타서는 보지 못할 장소도 구경하게 된 셈이라 더더욱 그랬죠. ㅎㅎ
덕하3리도 찍고 여러 설명을 해주며, 송해면사무소 지난 지점부터 시작된 헬게이트를 뚫고 우리는 오후 4시 50분에 수협에서 내리게 됩니다. 오후 5시에 있는 동검리 차를 노릴 목적이었는데, 길이 하도 밀려서 터미널 간다고 죽치고 있으면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았던 겁니다. 버스보다 사람 걷는 게 더 빠르다는 아이러니함... 장날에다 고인돌 축제, 그리고 진달래 축제까지 트리플로 겹쳐서 강화도가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빚어낸 것이었죠. 포커에선 트리플도 그렇게 잘 안 나오는데 -ㅅ-;;; 저번주엔 비가 와서 못 가고, 이번주엔 가야지 했는데 날이 참 안 맞습니다. -ㅅ-;;;
좌우간 터미널 승차장 가보니 역시나 오후 5시가 넘어도 동검리 가는 차는 보이질 않았지만, 마침 길직리 가는 차가 승차홈에 들어오더군요. 온수리 가야 됐는데 이게 웬 떡이지? ㅋㅋ
저는 흥안님과 얼른 그 버스를 타게 됩니다. 이 노선은 온수리 내려가는 다른 차들과 불은 이후로 다르게 간다고 알려주는데, 불은 이후 곧 저와 흥안님은 엄청나게 쩌는 그 길을 버스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강화도의 본좌다운 포스에 속으로 오우~ 형님!! 을 연발했죠. 흥안님도 대박 지린다고 이야기했습니다. ㅋㅋ



온수리엔 오후 5시 25분에 도착합니다.
3100번이 화도에서 오후 5시 30분에 있었기에 과연 장흥,선두리 순환이 올지 의문이 들었지만, 안 나타나면 3100번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의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웬걸 장흥,선두리 순환이 오후 5시 40분 조금 넘은 시간에 등장을 합니다. 오늘은 시간표가 큰 의미가 없어져버린 상황이라서 이 노선도 결행할 줄 알았는데 예상못한 등장에 놀랐습니다. 좌우간 이번 차는 동검리도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아싸 고도리~ 얼른 버스에 오르려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느냐고 잡습니다. 아놔 뭐야 이거?
가만보니 전에 망월리와 산문건평, 숭뢰리에서 뵈었던 그 무뚝뚝한 분이더군요. 준엄한 목소리를 가지신 분이죠. 으악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이 동네는 그리 관대한 곳이 아닌데;;; 원래대로라면 선두리에 간다고 이야기하면 되었지만 3100번 시간도 걸렸고 혼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선두리에 간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상황입니다. 결정적으로, 내릴 장소를 선두리 어디 뭐라고 설명해야 알아 들으실지 말문이 막히더군요. 여러모로 생각이 꼬여버린 탓에 일단 한바퀴 돌면 안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아니 왜 그 말이 나와?? -ㅅ-;;).
그랬더니 기사님께서 이거 한바퀴 돌라고 있는 거 아니야 도는 거 아니라고 하시면서 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돈 안 낸다면 모를까, 한바퀴 도나 그냥 내리나 똑같은데 ㅡㅅㅡ;;
머리속이 하얘져서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다시 내려야 했습니다.
가뜩이나 오늘 그놈의 축제 때문에 피 봤는데, 마지막에 제일 중요한 하이라이트가 펑크나 버리니 참 미치겠더군요.
쳇 그런다고 누가 못 탈 줄 아나? 그렇잖아도 저도 이렇게 타기 싫어서 코스 다 짜놨는데 무용지물이 되어버려 황당하구만 -ㅅ-;;; 동검리는 전에 가본 적이 있지만, 참 악연으로 다가오는 동검리 순환 노선이네요. 그분이 저였다면 뭐라고 말씀을 드렸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동검리 저도 오랜만에 타볼 겸해서 흥안님도 태워주고 싶었는데 실패해서 좀 아쉽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저와 흥안님은 곧 도착한 3100번을 타고 염창역으로, 거기서 다시 60-3번을 타고 영등포역까지 가는 것으로 이번 시승을 마칩니다. 여러모로 우리에겐 냐잉한 날이었지만 어쨌든 멀리 강화까지 와서 시승 함께한 흥안님께도 고마운 날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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