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이라 회사가 쉬는 덕에 시승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가까운 대부,영흥도로 가기로 했는데 대부도와 영흥도 노선들 전부 한번에 타볼 겸, 그분께서 서신에 다니는 스타렉스 버스의 비밀을 밝혀주길 원하셔서 대부,영흥도,서신을 패키지로 묶어 가게 됩니다. ㅎㅎ
오전 8시 40분에 오이도역을 도착한 790번을 탐으로서 이번 시승은 시작됩니다.
시간표 상에는 오이도역 시간이 오전 8시 45분이지만 시간 맞추는 것 없이 가는 걸 보니 역시나 참고용 시간일 뿐이었죠. 설마 했지만 버스 안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오이도역에서 저와 함께 다른 사람들도 우르르 버스에 몰리는 바람에 통로에도 사람들이 들어찬 초만원 버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덕분에 시화방조제를 넘어 대부동 주민센터까지 약 35분 간을 서서 가다가 대부동 주민센터에서야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덕택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오늘 근로자의 날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많네요 -ㅅ-;;
대부동 주민센터와 선재대교 사이의 정류장들을 유심히 봐두며 영흥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이 약간 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경리나 십리포 노선은 790번 승객들 다 받고 출발하므로 버스 놓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여유 있게 첫 타자인 십리포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님께 여행 삼아 왔는데 한바퀴 돌아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죠. 기사님께선 다행히 이거는 십리포 가는 차고 저 옆에 차(장경리 써진 그 미디)는 장경리 간다고 하시며 허락해 주십니다.
십리포 노선은 저번에 여르니님과 타본 적이 있지만 그래도 복습 차 다시 탔습니다. 10분 뒤 십리포에 도착하고 곧 쩌는 1차로 길도 나왔죠. ㅋㅋ
나름 험난한 고갯길도 지나 장경리로 가는데, 역시나 버스는 이번에도 장경리 후문 비포장길 시작되기 딱 직전에서 회차를 합니다. 비포장 갔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운행경로가 그렇다니 하는 수 없었죠.
이후로는 여르니님과 같이 탔을 때 갔던 그 길 그대로 운행하였고, 터미널로 돌아오니 오전 10시가 약간 넘어 있습니다. 저번엔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조금 넘게 걸리더만, 승객이 별로 없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터미널에 가보니 아까 타고 왔던 790번 버스가 출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플을 돌려보니 다음 790번이 이 곳으로 오려면 거의 40분 정도 기다려야 되었습니다.
790번만 오나 안 오나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 놓칠 걱정은 전혀 없지만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 790번이 오기 전까지는 눈 앞에 버스 두고 계속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미리 버스를 타봤자 790번이 오기 전까지는 출발할 생각도 안 할 것이므로 부질없는 짓이었죠. 하지만 버스는 석준형의 말대로 여행객 환승보다는 현지 주민들 위주로 움직이게 되어 있는 것이었고, 어차피 저도 기다리는 것말고는 할 게 없었으니 터미널 주변 구경하면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하기도 했구요. ㅎㅎ 아직은 봄날이라 바람이 자주 불어 시원합니다.
오전 10시 35분이 되자 드디어 790번이 도착했고, 저는 출발 대기중이던 장경리 노선에 승차합니다. 이번에는 아까 십리포와 달리 장경리 가신다는 할머니분들이 승차하셔서 버스 안이 떠들썩합니다. 이걸 어떻게 탈까 고민은 되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하고 앉아 있기로 합니다.
이 노선은 십리포와는 정 반대 방향으로 터미널을 떠나 외3리 용담마을을 먼저 ㅓ형으로 들어가줍니다. 그런데 길이 좀 좁아진다 싶은 지점에서 바로 회차해서 나가더군요. 오우 쩌는 길 나오는데~ 하려다 김칫국 마시는 느낌이랄까? 마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죠. ㅠㅠ
그리고 장경리 쪽으로 올라가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외1리를 들어가는데, 길은 전부 2차로였지만 이쪽은 빌라도 여러 채 있고 사람들이 꽤 사는 편이었습니다. 장경리 차는 왜 십리포처럼 타운이 아니라 미디였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곳을 보니 의문이 풀렸죠.
외1리를 나온 버스는 화력발전소 쪽으로는 가지 않고, 업벌마을을 지나 장경리로 좌회전을 하여 언덕을 올라갑니다. 이제 슬슬 제가 내릴 금강찜질방이 가까워져 오는 것 같은데, 막상 바깥을 보니 찜질방이라는 간판도 보이질 않아 어디가 찜질방이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장경리까지 찍고 나서 내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기회는 한번 더 있기는 했지만요.
언덕을 넘으니 금방 장경리해수욕장 앞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손님 내려주고 바로 돌아나갑니다. 영흥터미널에서 이곳까지는 20분 정도 걸렸는데, 십리포처럼 해변이 참 아름답다는 장경리를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충분치 못해 어쩔 수 없이 입구만 찍고 떠나는 게 못내 아쉽더군요. 장경리 노선 역시 비포장은 가지 않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장경리 해변 가로질러 환승해도 되니 나중에 그걸로 퉁쳐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버스가 다시 영흥터미널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금강찜질방은 도대체 어딘가 고민을 하게 됩니다(지도에는 안 나와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내릴 장소를 찾는데, 언덕을 넘어간 지점에서 멀리 왼편에 어디서 많이 본 버스가 하나 주차되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순간 저기가 찜질방이구나 하는 직감이 든 저는 기사아저씨께 부탁을 드려 버스에서 하차합니다. 영흥도 기사아저씨들이 인심이 좋으셔서 다행입니다. 십리포와 장경리 기사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ㅎㅎ
버스에서 내려보니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여기 아까 지나갔던 덴데 이럴수가;;;;
지도로 아까 지나갔던 경로도 확인하다가 오전 11시 10분이 되어 버스에 타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정말 귀신같이 하나둘씩 사우나에서 나와 버스를 이용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시동을 거시길래 잠시 기다린 다음 카드를 대니 환승이 찍하는데, 사실 처음에 왔을 때 장경리부터 타야 정상이지만(장경리는 못 타봤어서;;;), 이것 때문에 일부러 장경리를 나중에 탄 거였습니다.
오전 11시 20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는데, 이게 웬걸 이 노선도 장경리 차가 지나갔던 경로 그대로 운행합니다. 졸지에 외리를 두 번이나 들어간 셈이었는데, 외3리 용담마을 회차지에서 아까 탔던 장경리 버스와 딱 만나는 것까지 보게 되니 느낌이 여러모로 묘합니다. 그런데 그냥 큰길 따라 터미널로 가겠지 싶었던 버스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여 좁은 언덕길을 올라가는 겁니다. 깜짝 놀라 구경하고 있으니 영흥면사무소가 왼편에 보이더군요.
면사무소로 올라가는 길이 좁았던 것은 물론, 면사무소 앞에도 버스가 가는 줄은 몰랐던 터라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면사무소를 찍은 버스는 곧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다시 할머니들 여러 명이 승차하고 저랑 같이 찜질방에서 탔던 분들이 내리더군요. 물갈이가 끝내줍니다. ㅋㅋ
할머니들의 수다로 떠들썩한 가운데 버스는 드디어 선재도로 갑니다. 정류장 표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보니, 내려달라는 데가 곧 내리는 곳이었습니다. 선재대교를 넘어 넛출입구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들어가는 길 입구에 대형버스 진입 금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어 웃음이 나오네요. 제가 탄 것은 버스 아닌감? ㅋㅋ
선재도의 이 1차로는 정말 쩝니다.
영흥도 노선 중 운행횟수는 제일 적지만, 그만큼 정말 포스가 강력하네요.
종점인 선재도 어촌체험장 앞에 내리니 오전 11시 55분이었고, 이로서 영흥도 모든 노선들이 한큐에 해결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영흥터미널에서 오후 12시 10분에 출발하는 790번을 타야 했는데, 790번을 타고 가다가 정류장 표시가 없는 곳에서 내려야 했기 때문에 어디서 내려야 할 지 감이 안 잡혀 걱정이 되지만, 일단 790번 시간까지 꽤 남다보니 그 걱정은 잠시 제껴두고 선재도 바닷가 구경 좀 하게 됩니다. 여유있게 선재대교 큰길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올라가 790번을 기다렸지요.
오후 12시 18분이 되자 790번이 도착합니다.
환승할인을 받고 선재대교를 신나게 넘어 대부도로 들어갑니다만, 도대체 어디서 내린다고 해야 할지 몰라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대부동 주민센터와 선재대교 사이는 정신 안 차리면 정류장이 있는지도 모를 구간인데,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이 구간에 아무 정류장도 없다고 되어 있어 인터넷에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가본다 해도 정말 특별히 눈에 띄이는 표지가 거의 없다보니 십중팔구는 놓치기 십상인데 동네 주민 아닌 이상 내리는 사람 없는, 아니 정류장인지도 쉽사리 알기 힘든 이런 곳에 내리려고 하니 정말 냐잉하더군요. 여긴 정말 내려달라고 하는 데가 곧 정류장일 정도로 오지인데, 거기 사는 사람 아닌 이상 이런 데에 누가 내리려고 할지요. 내리는 제가 이상한 놈이죠. 어휴;;;
물론 저번에 예상했던대로 남리교회 표지판 있는 곳에 내리면 되기는 하므로 그나마 낫지만, 아까 오면서는 남리중대라는 표지판만 언뜻 보고 남리교회 표지판을 못 봤던 탓에, 표지판이 사라졌나? 남리중대 표지판 있던 곳은 제가 봐둔 곳과는 다른 데가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겹쳐 막상 이걸 기사님께 설명하자니 참 어렵더군요.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선재대교, 그리고 고갯길을 지나자마자 앞을 뚫어져라 보는 수밖에요. 흥성리 들어가는 사거리를 지나 일단 벨을 누르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저 앞에 신호 있는 곳에서 내릴 거냐 하시기에 일단 그렇다고 답합니다. 그랬더니 금방 버스가 정차하는데, 선재대교에서 탄 지 단 5분만에 버스에서 다시 내리게 되었죠. 그런데 막상 내리고 보니 남리교회 표지판은 온데간데없고, 건너편에 흥성교회라는 팻말이 보이는 겁니다. 순간 잘못 내렸다는 직감이 들어 지도를 보는데, 한 정류장 앞에서 내렸더군요. -ㅅ-;;
그래도 저 멀리서 잘못 내린 것보다야 나으니 마음을 고쳐먹고 남4리를 가기 위해 일단 큰길 따라 앞으로 걸어가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남리교회 표지판이 보입니다. 남리교회 표지판은 아까 봤던 남리중대 표지와 같은 곳에 있었는데, 저번에 여르니님과 지나갔을 땐 녹슨 채로 있더만 그새 표지판을 교체한 모양인지 깔끔하게 새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전 표지판만 생각하다보니 발견하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ㅜㅜ
오후 12시 30분이 되어 남리교회 표지판이 가리키는 길 쪽으로 들어가는데, 갈림길마다 남리교회 이정표는 잘 세워져 있었지만(중간에 엉뚱한 샛길로만 안 가면 됩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개들이 있었고 절 보는 족족 짖어댑니다. 묶여 있지 않은 개도 만났고 개 사육장 앞까지 지나야 했는데, 나름대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죠. 사육장 안에는 평범한 누렁이 다섯 마리에 큰 진돗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모두 저를 따라 뛰어오며 짖어댑니다. 철조망 때문에 당연히 제 쪽으로는 올 수가 없으니 전 짖든지 말든지 가던 길 계속 걷는데, 가만히 소리를 들어보니 큰 진돗개 녀석이 철조망을 넘어오려고까지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생각보단 철조망 높이가 그렇게 많이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만약 철조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좀 아찔했습니다. 이 동네 개들이 좀 호전적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왕짜증입니다. -ㅅ-;;
개 사육장을 지나 언덕을 하나 넘으니 깊 옆에 밭이 있었는데, 때마침 할아버지 한 분이 일하고 계시기에 버스 종점이 어디냐고 여쭤보니 저 앞에 언덕 하나 넘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대로 앞으로 쭉 걸으니 갈림길 하나와 함께 왼쪽에는 남리교회가 있었고, 오른편에는 언덕이 있었습니다. 교회 뒤편에는 큰길이 있길래 교회쪽으로 해서 큰길로 나갈까 하다가 그냥 오른쪽 길을 선택해서 언덕을 넘어가는데, 흘곳길이라는 이정표를 볼 수는 있었지만 여기서도 묶여 있지 않은 개의 방해가 있었습니다. 물론 상큼하게 무시해주고 갈 길 가니 개도 어디론가 쪼르르 가 버리긴 했지만, 이것 때문에 신경이 쓰여 흘곳길이라는 이정표를 사진으로 제대로 찍진 못합니다. ㅠㅠ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남 4리 흘곳경로당 버스종점 바로 옆에 난 길쪽으로 나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덕을 넘으니 바로 흘곳동 종점이 등장하는데 흥성리 내린 곳에서부터 35분만에 이렇게 남4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다 되었지만 버스가 벌써 종점에 와 있었습니다. 남2리 말부흥 출발시간이 오후 2시가 아니라 2시 30분이기 때문에, 어 이러면 백미리 차 놓칠 수도 있는데? 하는 걱정은 들었지만 일단 여기서 버스 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으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계획대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지도로 왔던 길 대략 확인하고 시간이 되어 버스에 오르는데, 기사아저씨께서 다른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래간만에 기사아저씨 뵐 겸 해서 왔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지?
어쨌든 기사아저씨께 사강을 간다고 말씀드리니, 727번 노선대로 한바퀴 돌고 말부흥으로 갔다가 사강으로 갈 거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저야 당연히 괜찮다고 말씀드리고(저야 당연히 괜찮죠. 멍멍이들 만나가며 일부러 여기까지 걸어와 탄 건데 ㅎㅎ) 일단 카드를 찍습니다. 오후 1시 20분에 종점을 떠나는데, 소요시간을 보니 시간표에 적힌 그대로 움직이더군요. 정확히 오후 1시 30분에 대부동 주민센터에 도착하였고 여기 와서야 두어명이 버스를 탑니다. 그런데 북동삼거리쯤 오니 길이 밀리더군요. -ㅅ-;;;;
아니 오늘 평일 한낮인데 왜 이러지 싶었는데, 근로자의 날이라고 다른 분들도 이쪽에 놀러오셨나 봅니다. 그래도 차들이 아예 앞으로 안 가는 건 아니니 강화도보다야 낫지 하고 기다리는데, 기사아저씨께서도 오늘 뭔 날인가 궁금하신 듯 제게 질문을 하시더군요. 근로자의 날이라서 사람들이 놀러왔던 것 같다고 대답하며 대화를 하는 가운데, 북동삼거리 정체를 뚫고 드디어 버스는 북동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합니다. 오우 이쪽은 처음 가보는 곳인데 드디어 두우현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ㅋㅋ
두우현은 집들이 꽤 보이는 편이었지만 123번이 그쪽으로는 안 가는 바람에 대중교통으로는 버림받은 그런 동네였습니다. 지도로 나중에 확인해 보니 두우현 사람들은 123번이 다니는 대부중,고등학교 쪽으로 걸어나와 버스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노선도 영전을 경유하는데 영전을 지나면서 손님들이 내렸고, 대부동 주민센터에서는 아까 두우현에서 탔던 사람들이 내림과 동시에 할머니들 열 명이 이 버스를 탑니다. 정말 아침, 점심, 저녁에 각각 한번뿐인 오지노선이지만 물갈이가 끝내줘서 신기했습니다. ㅋㅋ
그리고 영전에서 나올 때 원래는 도로에서 우회전해야 정상인데 1차로 길 쪽으로 우회전해서 질러가신 것도 나름 압박이었습니다. ㅋㅋ
아참, 이 기사아저씨께서는 123번 탔을 때 언뜻 봤던 것 같은 분입니다. 고정 기사아저씨와 비슷한 연배인 듯 했는데, 이분도 고정 기사아저씨 못지않게 친절한 분이더군요. 영전을 지날 때 여기 버스가 몇 번 오냐는 승객분의 질문에 하루 다섯 번 들어오는데, 사강 나가는 건 하루 두 번이라고 알려주시고 승객들과도 이미 아는 사이이신지 서로 인사도 주고받으십니다. 태화상운에 대한 평은 좋지 않은 편이라는데 제가 탄 이 727번도 태화상운이 운행하는 노선이지만 그런 건 정말 바다 건너 머나먼 이웃나라 이야기더군요. ㅎㅎ
버스요금 1200원을 내야 하는데 동전이 안 보여 의자에서 한참 헤매시던 할머니의 돈을 받아 돈통에 넣어 드리고, 버스는 다시 왔던 길 그대로 남4리를 가다가 대남초등학교 지난 곳에 있는 고갯길 너머 고랫부리와 흘곳동 가는 길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회차를 합니다. 여기서 할머니들이 다 내리시더군요. 저도 여기서 다시 카드를 찍었죠.
기사아저씨께서 말부흥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데, 원래 와야 되는 시간보다 10분 늦었다고 합니다. 흘곳동은 가지 않고 그 삼거리에서 바로 되돌아나와 이제 남2리 말부흥으로 갈 차례인데, 과연 고정 기사아저씨께서 알려주신대로 4리에서 2리쪽으로 버스가 갑니다. 좁은 길과 더불어 비포장 길을 곧 보겠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더군요. ㅋㅋ
그런데 돌발상황이 하나 터집니다. 좁은 길을 따라 가는데 앞에 자동차 한 대가 길을 막고 서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이 차가 싼타페였다는 것이고 주차가 되어 있는 차였다는 것이죠. 정말 진퇴양난이었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옆으로 지나가려 시도하셨지만 길 끝에는 도랑이 있던 탓에 차를 밀어낼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기사아저씨께서 앞문을 여시며 제게 앞바퀴를 좀 봐 달라고 하여 제가 바퀴를 보면서 유도를 하게 되었는데, 바퀴가 도랑 끝에 닿아 있는 정말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갔으면 진짜로 빠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하늘이 도왔는지 다행히 도랑으로 바퀴가 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저나 기사아저씨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포장 길은 정말 쩔었지만요. ㅋㅋ
이후로는 손님도 없었던 데다 방해물도 없으니 기사아저씨와 이야기하기 좋은 상황이 됩니다. 제가 고정 기사아저씨 오늘 쉬는 날인가요 하니 기사아저씨께서 그분은 개인택시를 하게 되셨다고 하네요. 헉!!! 의외의 말씀이라 놀랐지만 대부도에서 택시 하시겠다고 말씀드리니 그렇지는 않고, 발안에 계신다고 합니다. 발안이 장거리 손님이 꽤 있어 돈이 잘 버린다는데, 개인택시 자격조건이 운전경력 무사고 10~15년 이상이라 아무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축하해드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뵈러 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멀리 가 버리시다니 ㅠㅠ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는 어느새 중부흥으로 나와 말부흥을 향해 달립니다. 제가 탄 차가 오후 2시 30분에 말부흥을 출발하니 이번에는 말부흥을 안 들어갈 리가 없죠. 역시나 저번에 회차했던 수양관을 지나 계속 안으로 들어가는데, 곧 베르아델 승마클럽이 보이고 버스는 말부흥 종점에 도착합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25분이어서 정말 천만 다행이었죠.
어쨌거나 저는 말부흥을 드디어 버스로 와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버스로는 들어와보기 어려운 곳인데, 여기를 오는 데에는 기사아저씨의 인심이 매우 컸지요. 말부흥 종점은 승마클럽 지나서 조금 더 안쪽에 있었는데 더 이상은 도로가 없는 막다른 곳이었습니다. 여기도 버스종점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본격적으로 마을이 나오는 모양인지 버스 다니는 길 주변에는 집들이 많이 보이지 않더군요. 내려서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막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버스로 오신 기사아저씨께 아까 영흥도에서 산 박카스 한 병을 드렸더니 때마침 박카스가 다 떨어졌었다며 고마워 하십니다. ㅎㅎ
말부흥에서 여자분 한명 태우고 오후 2시 30분이 되자 버스는 출발합니다.
사강 나가는 이 시간대가 제일 바쁜 때라고 합니다. 대부도 안에만 도는 게 아니라 멀리 원정 나가야 하니 그럴만도 했습니다만...
그러다 기사아저씨와 군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제 이야기를 하고 기사아저씨께도 질문을 드리니 병참부대에 있었다고 합니다. 오뚜기부대를 나오셨는지 8사단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이 군대 갔을 시절은 다 그랬지만 원산폭격 등 가혹행위와 구타 등등이 판을 쳤다는데, 기사아저씨께서도 그 때의 후유증으로 제대 후 괄약근이 약해져서 그것이 나와 버리는 현상(실금이라고 하죠. 여기서는 대변실금...)을 오랫동안 겪었다고 합니다. 치료 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역시 한번은 가도 또 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 군대겠다고 말씀드리니 웃으십니다. 바로 며칠 전에 강화도에서 그 동검리 차 승차 거부당한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었던 찰나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되니 오우 기분이 좋습니다. ㅋㅋ
다행히 이번에는 밀리는 곳이 없어서 순탄하게 가는데, 태화상운 하면 떠오르는 스피디한 운행과 전혀 걸맞지 않는 여유있는 속도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표에 적혀진 시간 그대로 정확히 그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저와 여르니님이 걸어갔던 전곡항 큰길도 다시 지나 사강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이었죠. 사강정형외과 종점에 오니 717번을 처음 탔던, 그리고 고정 기사아저씨를 처음 뵈었던 그 날과 마찬가지로 사강↔대부도 태화여객 이라 적힌 녹슨 표지판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종점에 내려서 인사 드리려니 기사아저씨께서 이따 다시 타고 올라갈 거냐고 물어보셨지만(오후 4시 50분 차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ㅋㅋ), 오늘의 일정 상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기사아저씨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나니 이제 어찌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아무래도 시간상 백미리 버스는 놓친 거 같은데, 그래도 어쨌든 서신에는 가보기로 하고 오후 3시 25분에 도착한 330번을 타고 서신으로 내려갑니다. 사강에서 서신까지는 10분이 걸려 오후 3시 35분에 서신터미널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주신 정보를 바탕으로 타는 장소를 살펴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 반 미련 반 해서 그 자리에서 계속 서 있는데, 어라? 제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 말로만 듣던 경기도 마을버스 도색이 된 스타렉스 하나가 제부도 쪽에서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가 버린 줄 알았는데????
믿기지 않았지만 일단 버스가 오기는 왔으니 손 흔들어 백미리 간다하고 승차합니다. 버스 안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8분이었는데 그분의 말씀대로 카드 단말기는 없었고, 요금은 1000원이었습니다. 스타렉스가 이렇게 다닌다는 게 신기한지라 기사아저씨께 스타렉스가 다녀서 신기하다고 말씀드리면서 이야기를 몇 마디 해 봤는데(제부도 같은 데를 가야지 하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어쨌든 이야기 도중 양해를 구하고 왕복으로 탄다고 말씀드리고 돈은 1000원 더 냈습니다) 다행히 기사아저씨께서 잘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서신에서 출발시간은 0730, 0930, 1530, 1730 이렇게 하루 네 번인데, 백미리에 도착하면 시간 상관없이 바로 돌린다고 합니다. 노선은 서신에서 백미리까지이며 차고지는 제부리라고 하구요. 이 스타렉스가 혹시 다른 데도 가는가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고 백미리 노선만 운행하는데, 길이 좁기도 하거니와 사람도 많이 타야 서너명뿐이라 스타렉스로 다닌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닌 지 몇 년 되었다는 것도 덧붙여 주셨는데 결론은 이 스타렉스 마을버스가 서신-백미리 노선을 운행하는 차량이었던 것입니다. 예비차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제부도 들어가는 마을버스에 예비차랍시고 스타렉스를 운행한다는 것은 승객 숫자상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백미리 시간표 사이에 시간 비는 때에는 제부도 들어가는 마을버스를 운전한다고 합니다. 기사아저씨 한 명이 차량 2대로 2개 노선을 운전하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백미리가 껴 있는 시간대에는 좀 빡셀 것 같았습니다. 이 차가 백미리를 가면 바로 돌려버리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그러고 보니 이 스타렉스는 화성시의 마을버스 회사 중 하나인 매봉여객 소속이었습니다. 이건 타자마자 기사아저씨 명판이 돈통 쪽에 있다보니 알 수 있었는데, 나중에 이 스타렉스의 뒷모습을 보니 과연 그분이 타셨던 그 차량은 맞았지만 제부여객 사명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어쩐지 전에 제부도 마을버스가 제부여객에서 매봉여객으로 옮겨졌다고 누가 그러더만 이 스타렉스도 시일이 지나 매봉여객으로 넘어온 모양입니다.
제가 이 스타렉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시점은 이 차량이 제부여객에 있던 시절이었는데, 정말 이 스타렉스에 대해서는 예비차로 굴린다 어쨌다 하는 말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있었던 제부여객 특유의 막장성(;;;;)과 결합되어서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그런 존재였습니다. 당장 제부여객 1000번만 해도 처음엔 하루 1번이었다가 3번으로 증회, 그리고 다시 1번으로 감회되었다가, 이젠 제부여객이 용남고속 계열로 바뀌면서 회사가 좋아졌으니 다시 하루 3번으로 다닐 거라는 심증만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죠. 이 1000번은 로얄시티였다가 미디, 카운티 그리고 다시 미디로 차량도 자주 바뀐 편이었으니 스타렉스는 어떻게 다닐지 참 알 수가 없었죠. 아무튼 이 문제의 스타렉스에 관해서는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었으며 이쪽 동네는 당시에는 안 끌리는 곳이었다 보니 그냥저냥 시간만 흘러갔던 겁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버스를 탔던 것은 기사아저씨의 말씀을 듣고 보니 완전히 천운이었습니다. 앞에 지게차가 길을 막는 바람에 8분이 늦었는데, 그 덕분에 이 차를 타게 된 거였으니 말이죠.;;;
버스는 15시 44분에 백미리 마을회관을 찍고(여기가 종점이라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어촌체험장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곳에서 바로 회차하여 다시 왔던 길 따라 서신에는 15시 50분에 도착합니다. 내리기 전에 기사님께 박카스 한병 드리고 인사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죠. ㅎㅎ
기사아저씨께서 이번 시간대에는 타는 사람이 그닥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버스에 탄 사람은 시종일관 저 뿐이었습니다. 아참 그분 말씀대로 길은 정말 좁더군요. ㅎㅎ;;; 스타렉스로 달린다는 것 자체도 뭔가 신기했구요. 노선은 짧았지만 역시 대박아이템이었습니다. ㅋㅋㅋㅋ
다만 스타렉스 정면은 못 찍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차고지가 제부리라고 하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스타렉스 사진도 기회봐서 다시 박을 겸 제부도도 한번 가보기로 하고, 수원에서 내려온 1004번을 타고 제부도입구까지 갑니다. 아직 여유시간이 남아 있어 다행히 환승을 찍을 수 있었는데, 제부도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다 되었습니다. 도로 공사로 인하여 주변이 조금 변해 있었는데, 제부여객 차고지로 가는 길이 넓직하니 잘 닦여 있었습니다. 때마침 제부도 마을버스가 있길래 타보려고 했는데, 이럴수가 과연 아까 백미리 차와 같은 기사님이었습니다. 아 이런...
일단 그 차는 그냥 보내고 다음 차를 타보기로 하지만, 막상 이상하게도 계속 기다리는데 1000번과 함께 330번, 1004번이 지나가더니 잠시 뒤 다시 330번과 1004번이 지나갈 뿐 제부도 마을버스는 오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30분 정도 있으면 돌아오겠지 하며 기다려보니 과연 오후 4시 30분이 지나 제부도 쪽에서 마을버스가 다시 되돌아오는데 어어?? 제부도 입구 삼거리에서 그냥 유턴하여 대기할 줄 알았던 버스는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구석탱이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그래서 급히 버스를 뒤쫓아가보니 제부도를 다녀온 로얄미디 차량이 주차되어 손님들을 하차시키고 있었고 그 옆에는 타운이 있었는데, 뒤편 구석에 오늘의 주인공인 스타렉스가 있었습니다.
가만보니 이 곳이 차고지인 듯 했는데, 주변을 살피니 제부도 가는 버스 타는 곳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더군요(그런데 왜 난 못 봤지?? -ㅅ- ㅋㅋ). 이 새로운 변화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그만 기사아저씨와 눈이 마주치고 맙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먼저 놀라시며 "어유 여기엔 왜 왔어??" 하시는데, 아무래도 제부도 보러 왔다는 이야기밖에는 할 말이 없겠더군요. 뭐, 사실 여기까지 왔는데 제부도 안 보고 가기에도 좀 그랬지만요. ㅋㅋ
그래서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제부도도 구경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웃으시더군요. 그렇게 전 제부도 들어가는 이 로얄미디 마을버스에 오르게 되었고 제부도 한 바퀴 도는 것도 자연스럽게 콜이 되어버렸습니다. 차 안에는 시간표와 더불어 노선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노선도가 수제 노선도였고 정류장 이름들은 펜션 이름으로 추측되었죠. 시간표를 사진으로 박고 나서 관찰해보니 한 시간마다 차가 있었습니다. 30분마다 한 번일 줄 알았는데 의외더군요.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후 4시 40분에 기사아저씨께서 오셨는데 이 지역의 노선들과 제부도 마을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표 옆에 있는 수제 노선도는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노선도에 적혀 있던 정류장 이름들은 과연 펜션 이름들이었으며, 길가에 보이는 거 기준으로 적은 거라고 하더군요.
1000번도 하루 세 번 다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다만 1000번의 시간표는 알 수 없었습니다. 뭐 이건 어쩔 수 없지만 ㅠㅠ), 물어볼까 말까 했었던 전곡항까지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 걸립니다. 전곡항은 수원에서 오는 1004-1번이 하루 6번 들어가는데, 그 외에 백미리 행 첫차인 오전 7시 30분차가 백미리 들렀다가 전곡항을 갔다 온다고 합니다. 이게 석준형이 이야기했던 그 제부여객 마을버스 전곡항 노선인 듯했는데, 아쉽게도 그 오전 7시 30분 첫차 딱 한 번만 전곡항을 간다고 합니다. ㅠㅠ 그렇지만 그 시간대에 버스가 없다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지, 정말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시승기 쓰면서 생각해 보니 지금 궁평유원지 들어가는 마을버스가 중간에 전곡항 들어갔다 나와도 될 것 같았지만,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듯 했죠. 버스노선이라는 게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부도 버스 타는 데가 바뀌었다고 말씀드리니 여기 제부도와 전곡항을 잇는 도로가 확장 및 포장공사가 되고 있는 중인데, 이쪽은 공사가 끝나 도로구조가 바뀌어서 아예 이쪽으로 타는 장소를 옮긴 것이라 합니다. 또한 이 차고지가 있는 땅은 회사 소유가 아니고 바로 앞 식당주인 소유인데(스타렉스 바로 뒤에 식당 건물이 있었는데, 그 식당인듯 했습니다), 그분이 무상으로 땅을 내준 덕에 이렇게 버스를 주차해 놓을 수 있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 덕분에 식당 이용객이 늘었다고 하는데, 역시 상극이 아니라 상생을 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땅 주인이자 식당 주인이 버스를 위해 땅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제부도를 찾았던 손님들이 도로에서 약간 떨어진 이 곳까지 굳이 올 리가 없었을 테니 말이죠. ㅎㅎ
아까 탔던 백미리 노선은 한 탕 기름값이 4500원인데 매번 기름값조차 벌지 못하고 있으며, 제가 탄 시간대에는 사람이 없는 때라 아무도 안 탄다고 합니다. 또한 제부도 마을버스도 생각외로 여건이 좋지가 않았는데 하루 11회 운행하면서 한 탕 기름값이 6600원이라 거의 7만원 정도가 하루 기름값으로 나가지만, 정작 하루 전체 이용객은 4~50명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이것도 요금은 1000원인데 학생,성인 구분 없이 1000원입니다). 정말 예상외로 이용객이 적다보니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저의 반응에 기사아저씨께서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신 듯, "사람들 잔뜩 타니까 돈 많이 벌리는 거 같죠? 안 그래요. 운수업이 원래 이래요." 하시며 일당이 8만원인데 저런 비용들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힘없이 말씀하십니다. 게다가 제부도 들어가는 노선은 바닷물 때문에 차량이 금방 녹이 슬어 부식되어 버리니 2년에 한 번은 차를 바꿔야 했는데, 막상 아까 제가 탔던 백미리 노선이나 이 제부도 마을버스는 시에서 지원을 받는 공영노선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그나마 매봉여객의 다른 노선들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이 제부도 노선이 유지되는 거였는데, 버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화성시의 특성상 회사 사정이 어떨지는 이미 대충 견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여건이 매우 좋지가 않겠더군요.
이런 환경이니 카드 단말기 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 포천 농협버스가 카드 단말기가 없던 이유를 석준형의 시승기에서 봤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왜 이렇게 생각이 나는지;;; 그러고 보니 아까 아침에 탔었던 영흥도 공영버스들도 차 내에 카드 단말기가 달리고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편입된 것이 그렇게 오래 전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 카드 단말기 문제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 때문에 시에도 민원이 많이 들어가고 말이 많았던 모양이지만, 화성시도 매봉여객도 그것까지 신경 쓸 수 있을 여력도 명분도 없으니 지금까지 카드 단말기 없는 노선이 되어버린 듯 하더군요.
저를 포함한 손님 열 명 정도를 태운 채 요금 1000원을 내고, 17시가 되자 버스는 출발합니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데만 5분이 걸리더군요. 제부도 마을버스는 전에 친구들과 제부도 갈 때 한번 타 본 적이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로 들어가는 거기는 하지만 바다에 잠기는 그 길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제부도로 들어와서는 오른쪽 길로 들어가는데 한바퀴 돌다 보니 친구들과 같이 갔었던 펜션, 그리고 노래방도 보여서 그 때의 일이 생각나 감회가 깊었습니다.
중간중간 손님들이 내리고 그만큼 손님들이 타는데, 카드로는 요금 지불이 불가능했기에 지갑을 찾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매냐들이 본다면 "카드도 안 되고 뭐야 이거" 하고 신기함 반 불편함 반이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되기도 하거니와, 사실 수도권 통합요금제 그리고 환승할인이라는 이 제도가 생긴 지는 이제 겨우 10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며 그 전에는 버스 갈아탈 때마다 일일이 다 현금 내고 그랬는데 말이죠.
그리고 사실 수도권 통합요금제와 교통카드 생긴 거 때문에 환승할인이 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 하는 사람들 많은데, 엄청난 착각입니다. 물론 저도 덕을 많이 본 아주 좋은 제도이지만, 그런 제도가 실시되고 운영되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버스회사에 주는 환승 보조금의 정체는 우리가 낸 세금이며, 당장 그 보조금 하나만 없어도 이 환승할인 제도는 붕괴가 되죠.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겠습니까? 환승할인으로 인하여 버스들을 공짜로 타는 거나 다름없는데, 회사는 돈 들어오는 게 없으니 보조금이 없다면 제도가 유지될 리가 없죠. 추가요금이 붙는다지만, 이것마저도 에지간히 장거리를 가지 않는 이상은 승차한 버스의 기본요금에 비하면 훨씬 싸게 먹히는데 이것마저 아깝다는 분은 글쎄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2009년~2010년 즈음에서 경기도가 안내방송을 통하여 수도권 통합요금제 그리고 환승할인 제도로 최대 50%까지 교통비 절약을 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엄청나게 광고한 적이 있는데, 이건 과장광고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환승할인을 받는 경우와 현금으로만 요금을 일일이 내는 경우 모두 계산기를 이용해 직접 요금계산 및 비교를 해본 적이 있는데, 진짜 50%까지 절약되는 게 맞았으니까요. 경기도가 호구냐?? -ㅅ- ㅋㅋ
노선은 순환이었으며 섬을 한 바퀴 돌고 난 버스는 제부도 바닷길로 다시 합류하여 처음 출발한 장소로 되돌아옵니다.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이 약간 안 되었는데, 이제 백미리 막차가 출발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기사아저씨께 혹시 백미리 노선을 제부도 입구~서신 구간에서도 타는 것이 가능한지도 물어봤는데, 그건 안 된다고 합니다. 노선이 서신에서 백미리까지여서 제부도입구~서신은 공차회송이었기 때문이죠. 서신에서 출발시간 맞춰 백미리로 가기 때문에 제부도 입구에서 그 전에 미리 출발해야 한다고 하는데, 때마침 가는 김에 서신까지 태워 주겠다는 기적과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ㅋㅋ 기사아저씨께서 간단히 정리를 하고 난 다음 스타렉스의 시동을 거셨고, 덕분에 저는 이 스타렉스를 타고 서신까지 가보게 되었습니다. 본의아니게 날아가는 차를 타게 된 셈이라 기분이 묘했죠.
기사아저씨께서는 운전경력이 35년이어서 그야말로 운전과 함께 살아오신 분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운전병을 하다가 1976년에 면허를 취득하여 버스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서울에서 태릉에서 후암동을 이었던 46-1번을 이거 운전하다가 신화여객(수원에 있다가 망했다는 그 신원여객과 관련된 회사인데, 신원여객의 시외버스 노선을 신화여객에서 운행했다고 하더군요)에서 10년, 경남여객에서 66번 등등 운전하면서 10년, 그리고 제부여객에서 8년간 있으면서 1004번을 운행하다가 정년퇴직하여 이리로 오신 거라고 합니다. 이에 실례를 무릅쓰고 연세를 여쭤보니 예순 셋이라고 하시는데, 실제 연세를 듣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4~50대이신 줄 알았는데;;;
연세에 비해 젊어 보이셔서 놀랐다고 말씀드리니 껄껄 웃으시며, 지금 여기(매봉여객)는 정년이 없어 여기서 운전하고 계시는데 개인택시를 몰 수도 있지만 아직 자격조건이 2% 부족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주셨습니다. 그 자격조건은 다름아닌 연고지 문제였는데, 연고지에서 운전을 오래 해야 개인택시 면허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운전은 화성에서 하고 있는데 연고지는 화성이 아니니 누가 면허를 주겠냐는 거지요. 그래서 요번에 화성으로 연고지를 옮겼는데, 연고지에 2년 이상 거주라는 조건도 있는 모양인지 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개인택시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 돈을 그렇게 썩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자기가 힘만 있으면 오래도록 할 수 있어서라고 하네요. 개인택시 하면서 버는 돈은 세금도 안 떼이며, 버는 돈으로 손주들에게도 까까 사주고 세뱃돈 주고 하는 등등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구요. 자식들과 손주를 둔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해졌는데 그 대부도 고정 기사아저씨도 그와 같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서신에 도착하니 10분이 걸린 오후 5시 32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제부도 한바퀴 돌았다가 바로 스타렉스로 옮겨 타서 운전을 해야 되니 백미리 노선은 정시 운행이 쉽지 않을 것 같더군요. 기사아저씨께 인사 드리고 전 330번을 타고 귀가길에 오릅니다.
오늘은 정말 기사님들의 인심이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영흥도 기사님들과 대부도 727번 기사님, 그리고 백미리 스타렉스와 제부도 마을버스를 운전하신 매봉여객 이OO 기사아저씨까지 모두모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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