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었겠다, 정말 오랜만에 안양마을버스를 타보기로 하고 안양역으로 갑니다. 그동안 안양마을버스들을 마저 타서 해결을 봐야지 했는데 시간만 갔었네요. -ㅅ-;; ㅋㅋ
첫 타자는 안양역에서 임곡마을로 들어가는 3번입니다. 사실 3-1번이 걸리면 좋았지만, 3번과 3-1번의 배차간격 차이를 생각하면 3번이 걸릴 확률이 높다보니 3번이 첫 타자가 된 겁니다. 그리고 안양역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니 역시나 3번이 오더군요. 뭐, 3번 종점에서 3-1번 타고 나갈수도 있는거니 마음을 비우고 오전 11시 48분에 버스는 임곡마을 종점을 향해 출발합니다.
버스는 삼영운수 3번 가는 길 그대로 우체국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그런데 안양역에서 바로 임곡마을로 직통하는 것이 아니라 비산사거리를 지나 미륭아파트을 찍고 거기서 유턴을 하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에 방향판을 걸고 다니던 것이었구나 싶긴 했지만, 사실 이해가 가진 않았죠. 사실 임곡마을에서 비산사거리 나가는 건 7번도 있는데 3번도 여기를 굳이 들를 필요는 없었으니까요(안양역만 가도록 하기에는 수요가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다시 비산사거리로 돌아온 버스는 우회전을 하더니 1번 국도를 잠시 달려줍니다. 비록 대림대학 입구 딱 1정류장만 갔지만, 일부 시내버스와 성우운수 900번 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1번 국도에 이 마을버스도 오는 점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마을버스가 아니죠. 아예 대림대학 앞을 지나가니 말입니다.
자동차학과로 유명한 대림대학을 지나니 곧 임곡마을 종점이 등장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오후 12시 3분이었는데, 임곡마을 종점은 딱 종점 같이 생긴데다 버스들이 많은 안양인지라 슬슬 걸어들어와도 버스 이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곳에 오니까 안양 회사 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여기 산다고 했는데 지금은 뭐 하고 지내련지....
안양역에서 버스 탄 지 15분만에 임곡마을 종점에 오니 3번과 3-1번 시간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등산로가 있는지 산에 올라가는 분들도 간간히 보였는데, 나중에 지도로 확인해 보니 관악산 등산로 중 하나였네요. 암자도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씁.... 3-1번은 하필이면 오늘 차량 수리중이라 운행을 안한다고 합니다. -ㅅ-;;;
3번과 3-1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고 7번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양역으로 나가는 3번, 3-1번과는 달리 7번은 배차간격이 짧아 자주 보이는데, 임곡마을은 안양역보다는 비산사거리, 범계 생활권임을 알 수 있었죠.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오후 12시 15분에 도착한 7번을 타게 되는데, 사실 이곳 임곡마을은 막다른 종점이었지만 다른 노선도 들어오는 곳이라 환승을 받아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ㅋㅋ
나가면서 들리는 비산1동 안쪽 좁은 길도 보고 비산사거리로 나오는데, 도중에 사람들이 많이 승차하였고 비산사거리 신호가 길어 지나가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어쨌든 버스는 범계역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는데, 범계역에 다 와가니 갑자기 덕천마을이 생각나서 거기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범계역에 내려 10번을 기다리게 됩니다.
이전에도 범계역은 몇 번 가봤었는데, 버스차로가 있는 지금은 버스들이 뒤엉키는 일이 적어져서 전용차로가 생김으로 인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고 볼 수 있더군요. 매냐들의 평과는 다른데, 물론 지금 상태가 길이 조금 더 밀리는 듯한 감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고, 버스차로 있기 전에도 범계역 4-1번 출구앞 길은 막히는 일이 흔했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오히려 버스차로가 생기기 전에는 온갖 버스들이 도로 오른편에 뒤엉키는데 승하차 승객과 택시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정말 복잡한 곳이었으니까요. 이것이 전용차로로 인해 깔끔하게 정리가 되니 보기도 좋고 버스 타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것이죠. 물론 버스들이 한꺼번에 많이 오거나 사람들이 몰린다면 경인로 중앙차로 구간처럼 버스차로가 있든 없든 답이 없거나 버스차로가 걸림돌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버스 한번 타려면 차도로 나와 택시와 다른 버스들에 엉켜야 하는 막장상황은 많이 줄어들 수 있으며 질서가 잡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거죠.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덕천마을 들어가는 10번 기다리는 도중에 찍은 사진 중 몇 장을 올려봅니다. ㅎㅎ
10번도 자주 오는 버스이기 때문에 별로 안 기다리고 탈 수 있었습니다. 벌써 덕천마을 재개발 공사가 진행중이 아닐까 싶었지만, 10번의 백미인 덕천마을도 정말 오래간만에 지나가봅니다. 안양시내버스 노선 중에서 교행의 묘미가 있는 것 중 하나죠(다른 하나는 의왕역 인근 부곡동). 사실 전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10번의 덕천마을 구간은 마을버스급이기 때문에(똑같이 덕천마을 가는 5-3번보다 더 좋습니다) 예외이죠. ㅋㅋ
하지만 유토피아 아파트형공장(유천팩토피아)을 지나니 이미 재개발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진을 해야 할 것을 5-3번 마을버스 다니는 길로 우회전을 하여 준마아파트를 찍고 안양천변 도로를 따라가게 노선이 바뀌어 있었죠. 물론 이렇게 된 것은 한참 지난 일이고, 이전에 범계역을 왔을 때 관련 안내문을 보긴 했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더군요. 10번의 교행의 묘미도 사라져 버리고 덕천마을도 동생과 둘이 왔었던 때 봤던 게 마지막이었던 겁니다. 안돼~~ ㅜㅜ
아쉬움을 남긴 덕천마을을 지나고 저는 오후 1시 2분에 안양 1번가에 내린 다음 길을 건너 2번 마을버스를 기다려 봅니다.
목적은 10-2번을 끝까지 타 보는 것이었지만 기왕 버스 타는 거, 소곡마을도 가 보고 싶어서였죠. 10-2번을 만안구 쪽에서 타게 되면 꼭 소곡마을에서 타보게 되더라구요. ㅋㅋ
이번에도 중앙시장 안동네 손님들이 많았지만 소곡마을까지는 1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길 구경하면서 아직도 교문이 어딨는지 모르겠는 안양대학교를 지나 소곡마을까지 타고 갑니다.
여기는 두 개의 노선이 온다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까 임곡마을과 더불어 안양1번가~범계역을 재미있게 가볼 수 있는 코스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의 목적은 10-2번을 끝까지 타보는 것이었죠. 처음 10-2번을 탔던 이후에 10-2번을 몇 번 더 탄 적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범계역까지만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제서야 가보게 됩니다. 10-2번도 괜찮게 잘 다니는 차편이라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범계역까지는 10-1번과, 범계역 이후부터는 10번이 다니는 경로로 가던 버스가 별안간 좌회전을 하는데, 학원가가 슬슬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더니 매우 큰 도로와 함께 음식점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죠. 이곳이 바로 말로만 들었던 평촌 학원가 먹자골목인가? 마침 점심때겠다 배도 고픈데 점심은 여기서 먹어야겠다 싶었죠. ㅋㅋ
먹자골목을 지나니 금방 종점이 나오는데, 먹자골목 끝 고가도로 바로 옆 버스정류장이 종점이었습니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10번이 오는 정류장도 있었구요. 이로서 10-2번은 이곳 먹자골목 한바퀴 돌고 다시 소곡마을로 가는 거구나 싶어 그냥 여기서 내렸습니다.
음식점들을 보니 아무래도 생활수준이 좀 있는 동네라 그런지 음식값이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기왕 여길 왔는데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을 먹어보기로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시오라멘을 파는 집이 있길래 거기로 가서 시오라멘을 먹습니다. 먹어보니 의외로 뻘건 국물에 엄청 얼큰하더군요. 사전에 들어둔 게 있어서 그걸 생각하고 시킨 건데, 막상 여기서 먹으니 그냥 9000원짜리 짬뽕 먹은 기분입니다. 차라리 그냥 돈가스나 먹을걸 후회가 좀 됩니다. 크기가 진짜 왕 크던데....ㅜㅜ
오후 2시 38분에 도착한 삼영운수 52번을 타고 달랑 5분 걸려서 평촌역으로 갑니다. 생각외로 이 도로에는 안양 치고는 버스가 그렇게 잘 다니는 편은 아니어서 차를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이쪽은 22, 52번 라인인데 그 라인이 그렇죠 뭐...-ㅅ- ㅋㅋ), 안양 마을버스 중에선 배차간격이 긴 노선이 3-1번 말고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버스 걱정은 안 해도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이번에 타볼 노선은 5번 마을버스인데, 비산동 안길과 수촌마을 안쪽 좁은 길을 가기 때문에 노린 노선입니다. 평촌역 이후 회차를 위해 한바퀴 도는 구간이 있지만, 거기까지 굳이 갈 필요는 없어보여서 그냥 평촌역에서 타기로 했던 것이죠.
범계역과 인덕원역이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모두 많이 다니는 곳이라면 평촌역은 마을버스들 위주로 버스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평촌역은 범계역과 인덕원역이라는 엄청난 양대산맥에 끼어있다보니, 이 두 곳에 비하면 정말 한가한 편이었습니다. 평촌역은 주로 인근 아파트들의 4호선 환승수요로 유지되는 듯했는데, 평촌역을 경유하는 노선버스들은 4호선을 가운데 두고 여기저기 둘러 가는 노선들이 대부분인 것도 그런 맥락이었죠.
길 건너 조금 기다리니 오후 2시 55분이 되자 5번이 옵니다. 이전에 수촌마을 안을 잠시 가봤더니 차선도 없는 길에 이 5번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고 참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때 보았던 그 노선을 이제서야 타봅니다. 평촌역에서는 그저 그랬지만 범계역에 오니 사람들이 엄청 타는데, 역시 범계역은 안양의 잠실이라 봐도 손색이 없었죠.
범계역을 지난 버스는 비산사거리 쪽으로 가는 차랑 똑같이 가려는가 싶었는데, 다른 노선버스들은 전부 좌회전하거나(비산사거리 방향) 우회전하는(관양동 방향) 학운교사거리에서 직진을 해버리더군요. 여기부터 5번 마을버스의 단독구간인 듯 했습니다. 이 노선은 비산3동 안쪽을 쫙 훑는 노선이다보니 사람들 물갈이가 아주 끝내줍니다. 그동안 안양교통 버스만 가는 줄 알았던 안양종합운동장도 지났죠. 오히려 입구만 가고 말아버리는 안양교통 버스보단 이 노선이 운동장 바로 앞도 가주니 더 좋더군요.
비산3동을 훑은 버스는 드디어 대망의 수촌마을 안길도 경유를 합니다. 진짜 버스가 그 길을 가니 대박이더군요. 동시에 이 노선이 어떻게 가는지 파악이 잘 되었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관양동 종점도 나오는 것인데, 예상대로 관양동 안으로 들어가서 관양고 앞에서 운행을 마치더군요.
빙빙 도는 노선이라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관양동 종점에 내릴 수 있었지만, 안양의 골목길 마을버스로는 이 5번이 정말 괜찮더군요. 안양에서는 강력추천할 노선이 되었죠. ㅋㅋ (7번도 좋긴 한데, 이건 골목 구간이 잠깐뿐이라서;;;)
게다가 더욱 대박인 것은 여기에 5번만이 아니라 5-5번이라는 다른 노선도 온다는 거였습니다. 와 정말 안양 여기 마을버스만 잘 타도 뽕뽑을 수 있는 게 은근 많더군요(마을버스 회사들도 대부분 삼영운수와 보영운수 계열이다보니, 삼보영을 엿먹일 수는 없다는 건 함정이지만). 도시라고 해도, 파보면 보물이 나오는 게 이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5-5번도 그렇게 오래 안 기다려 올 것이지만, 이번에는 5-5번을 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인덕원역 가려면 그냥 큰길로 나가서 버스 타는 게 편하기도 했고, 노선이 딱 봐도 관양동~평촌역 직통이라 평촌역 인근 구간은 따로 타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서 패스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관양동 안쪽도 잠시 둘러보고(관양시장이 꽤 크더군요) 유유히 큰길로 걸어나와 버스를 기다리게 되는데, 큰길가 수촌마을 정류장에서 걸어들어가면 딱 좋겠더군요. 이곳에서 인덕원으로 가는 버스는 진짜 오질나게 자주 있었고, 아무거나 막 타도 인덕원은 다 가는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별로 안 기다리고 11-2번을 타고 인덕원역으로 갑니다. 이번엔 달랑 3분 탔을 겁니다. ㅋㅋ
다만 인덕원역 마을버스는 1303번 타는 곳으로 가야 하더군요. 지하도를 잠시 이용해야 했는데, 꼭 지하철 타러 가야 될 것 같아서 느낌이 좀 묘했습니다.
1303번 타는 곳으로 와보니 여긴 마을버스들 위주로 차가 다니고 있었고, 성남 넘어가는 1303번이나 303번은 들러리였습니다. 이곳 마을버스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무거나 타보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기왕이면 원터마을 들어가는 11번이 와줬으면 했지만 때마침 정류장에 붙어있던 시간표를 보니 시간이 맞질 않더군요(처음 보는 유형의 시간표여서 이상하기도 했고).
결국 오후 4시 5분이 되어서 먼저 온 것은 청계사입구까지 간다는 10-1번이었는데, 10번과 함께 엮어서 타보기로 하고 10-1번에 승차합니다. 사전조사에 의하면 10-1번은 10번과 청계사 입구까지 올라가는 중간에 지나는 청계마을 아파트단지 내에서 경유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알아볼 수 있게 되었네요.
버스는 성남 가는 버스들처럼 서울구치소를 지났고, 원터마을 가기 바로 직전의 고속도로 교각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청계마을로 들어갑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분 걸렸는데,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니 그야말로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나더군요. 10번은 10-1번과 통합하여 15분 정도에 한번꼴로 오는 듯했는데, 이런 곳에서는 정말 축복의 배차였습니다. 왕복하지 않으면 정말 답이 없을 정도로 엄청 많이 들어가는데 다음 차가 금방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이죠.
버스는 아파트를 지나서도 10분 정도 더 간 오후 4시 21분이 되어서야 종점인 청계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는데, 등산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등산객들 덕분에 저와 버스회사, 그리고 등산객 이렇게 셋 모두 꿩먹고 알먹고였던 겁니다. ㅋㅋ
청계사까지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 되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주변을 구경하는데 과연 풍경이 멋집니다. 청계산도 등산객들이 찾는 이유가 있었더군요. 다음에 오면 청계사도 구경하기로 하고, 10번을 타고 다시 인덕원역으로 나갑니다. 이번에는 10-1번과 다르게 고속도로 교각 앞으로는 안 가는데, 결국 10번과 10-1번은 고속도로 교각 앞 사거리로 가느냐 안 가느냐의 차이였던 겁니다. 근소한 차이였는데 아까 3번, 3-1번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거 다음에 원터마을 11번이나 백운호수 들어가는 05, 06번을 타보는 거였는데, 원터마을은 시간도 맞질 않았고 시간표에 A, B는 또 뭔지 의문이 좀 싸이더군요. ㅜㅜ 시간이 곧 저녁때가 되어가기도 해서 아쉽게도 오늘의 시승은 여기서 끝내야 했습니다.
백운호수나 원터마을은 다음번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인덕원역에서 4호선을 타고 집으로 귀가합니다. 그래도 쉽게 올 수 있는 장소여서 다행이었는데 아직 안양마을버스는 조금 더 파봐야 하긴 했으나(의왕 차들은 첫걸음 ㅋㅋ;;), 그동안 언제 타보나 했던 5번도 타 보고 인덕원역 마을버스들도 접하게 된 그런 계기가 된 시승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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