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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3년 8월 31일 - 동작구 마을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2. 18.

이날은 오지노선탐험가님을 만나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여르니님의 면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르니님이 진부령 정상과 화천, 영천 등등 하여간 그쪽 산이란 산은 골라서 다녔던지라, 산은 한동안 애증의 대상으로 남을 것 같더군요. -ㅅ-;;;


기나긴(?) 군생활도 어쨌든 몇 달만 지나면 1년이 되어가고 하니 힘들어도 하루하루 잘 버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군대 이후 남는 건 사람이고, 몸 건강히 나오는 것이 장땡이기도 하잖습니까. ㅎㅎ 사실 뭐뭐하면 장땡이라는 사고방식은 안 좋습니다만, 이번 경우만큼은 그래도 되죠. ㅎㅎ   그래도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마치기를 바라면서, 길어 보이지만 한편으론 짧기만 한 면회시간을 보내고...

 


오지노선탐험가님과 같이 부대 문을 나서면서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우니 동작구 마을버스 몇 개를 타보기로 하고, 동작 10번을 타보기 위해 현충원 건너편 근처에 위치한 효사정으로 걸어가서 기다립니다. 사실 동작 10번은 상도역~중앙대~노들역 노선이었지만, 상도역~중앙대 구간은 이전에 동작 01번을 대방역에서 중앙대까지 타 봤었기 때문에 나머지, 현충원~노들역 구간을 해결하기로 한 겁니다. 효사정과 바로 뒤에 흐르는 한강이 생각보다 풍경이 괜찮았지만, 생각보다 버스가 금방 안 오더군요. 서울 버스들은 배차 좋은 줄 알았는데 꼭 모든 노선이 다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ㅋㅋ


동작구 주민이었던 적이 있는 오지노선탐험가님이 동작 10번에 대해 알려주는데, 왜 배차간격이 긴 편인지 이해가 가더군요. 상도역에서 중앙대 정문까지는 동작 01번과 21번도 다니고 있었는데, 특히 동작 01번이 워낙 배차간격이 짧은 인기노선이라 동작 10번이 상대적으로 치이게 된 거였습니다. 노들역 인근에서도 동작 08번과 중복이 되구요. 사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잘 오는 것을 타려 하지, 잘 오지 않는 것은 정말 아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굳이 애써서 기다려가며 타려고 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오는 것과 똑같은 경로로 운행을 한다면 더욱 그렇죠. ㅋㅋ

 

오랜 기다림 끝에 동작 10번 글로벌900이 나타나서 승차하니 바로 노들역이 나왔지만, 우리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노들역 이후 펼쳐지는 본동 구간이 있기 때문인데, 오지노선탐험가가 이 점을 노려서 효사정에서 타자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역시 주민포스는 어디 안 가네요. ㅋㅋ

 

 

▲ 저 안으로 들어갑니다. ㅋㅋㅋ

 


중앙차로를 버리고 노들역을 지나간 버스는 곧바로 좌회전을 하는데 길이 좁더군요. 서울에서 한강 가까운 동네는 땅값 쩔고 좋은 동네라던데 이런 곳도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신동아아파트쪽으로 가면서부터는 버스도 올라가기 힘들듯한 급격한 오르막과 더불어 내리막길도 보여줍니다. 오우 ㅋㅋ


게다가 내리막을 내려오며 본동초등학교를 지나니 곧 다시 노들역이 나오는데 아까 지나갔던 곳 건너편입니다. 노들역 3번출구 앞이 종점이라고 하네요. 노량진이 지척인 이 동네, 이렇게 와보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ㅋㅋㅋ

 

 

▲ (3장 모두) 쩌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보여준 본동 구간. ㅋㅋ

 

▲ 본동 구간이 참 압박이었던 동작 10번. 바로 옆 중앙차로로 지나가는 수많은 버스들과 대비가 됩니다. ㅎㅎ

 

▲ 동작 10번 운행경로도. 빨간색이 단독 구간이며,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서는 본동초등학교에서 끊어져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노들역까지 운행합니다.

 

 

다음에는 뭘 탈까 하다가, 동작 03번을 타보기로 합니다. 이건 타는 위치가 5번 출구쪽이라 아까 동작 10번과는 살짝 달랐는데 우리가 타자마자 버스가 출발했고, 노량진역까지는 다른 파란버스와 똑같이 가다가 이번에도 골목길로 들어갑니다. 햐 역시 마을버스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ㅋㅋ

 

 

▲ 오늘 흐린 날씨가 아니었는데, 찍고 보니 음울해 보이는 정류장이 되었습니다. -ㅅ- ㅋ

 

▲ 골목길에서 교행장면을 보게 됩니다. ㅋㅋ

 

▲ 서울공고쪽으로 나가면서 찍어본 길. 동작 05, 05-1번도 이 길로 다닙니다. ㅋㅋ

 

 

중간에는 왠지 낯익은 정류장도 보이고(왜 그런가 했더니, 동작 05번을 타봤을 때 지나갔던 길이었습니다), 서울공고 뒤편 골목길을 헤집더군요. 그리고는 금방 종점인 신대방삼거리역이 나왔지만, 우리 일행은 어차피 회차지점 지나서 성남고등학교까지 갈 것이었기 때문에 그냥 타고 갑니다. 가는 것을 잘 보니, 동작 03번은 신대방삼거리역 기준으로 보면 큰길에 잠깐 빼꼼거리는 정도로만 오더군요.

 

 

▲ 회차지점에 도착한 버스. 앞차가 먼저 출발하는 모습도 함께 보입니다.

 


골목길로 다시 들어온 지점에서 몇 분 쉬면서 다시 시간을 맞춰 나갑니다. 사실 노선 구조로 보아서는 그냥 노들역에서만 시간 맞추고 신대방삼거리역 근방 한바퀴 빙 돌고 오면 그만이었지만 배차 때문에 그런 듯도 하네요. 다행히 차가 몇 분 쉬었다 가는 것에 뭐라고 하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예정했던 대로 성남고등학교에서 하차를 했는데, 아놔 ㅋㅋㅋㅋㅋ 조금 걸어가보니 아까 지나갔던 대림아파트 정류장이 나온 겁니다. 역시 주민 포스는 어디 안 갑니다. 덕분에 아주 절묘하게 엑기스만 쫙 뽑아먹었네요. ㅋㅋㅋ

 

 

▲ 회차지점 이후로도 길이 좁더군요. ㅎㅎ;;

 


이 대림아파트 정류장은 동작 05번도 오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번엔 그걸 타보기로 하는데, 아예 05-1번과의 차이도 보고자 05번부터 먼저 타서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05-1번을 타고 나옵니다. 이 동작 05번은 대방역을 출발한 이후 서울공고까지는 좁은 길을 지나다가 이후로는 보라매병원 쪽으로 먼저 순환을 하는데, 노선이 꼬여 있다보니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게다가 05-1번은 05번과는 반대로 도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약간 다르니 아직도 조금 미묘하지요. 물론 운행경로도 달라봤자 지도상으로 보라매역과 신대방삼거리역 사이의 골목길만 조금 다른 것일 뿐이긴 한데, 아주 약간만 다른 덕에 구별하려니 오히려 그게 어려울 정도입니다. 2013년 8월에 시승한 내용을 가지고 시승기를 이제야 쓰려니 참으로 헷갈리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 서울에서 버스 타고 이런 길을 가볼 수가 있다니 그야말로 정화가 되는 기분입니다. ㅋㅋ

 

▲ 동작 05번과의 교행샷 ㅋㅋ

 

 

암튼 05번과 05-1번의 차이를 보고자 뺑뺑이를 돌고 난 우리는 신대방삼거리역에서 동작 19번을 탔습니다.

신대방삼거리역을 출발한 버스는 바로 골목길을 들어가는데,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길이 오르막이기까지 해서 압박 그 자체이기도 했고, 정말 이거 없으면 여기 주민들의 불편이 장난 아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후문을 지나 쩌는 골목길을 끝까지 올라가주는 종로 08번을 다시 탄 듯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가는 중간에 웬 차고지 하나를 지나는데 알고보니 그 차고지가 이 노선의 기점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운행경로 중간에 차고지가 있는 케이스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ㅋㅋㅋ 

 

 

▲ 신대방삼거리역을 뒤로하고 들어가는 상도동 골목길 ㅋㅋ

 

▲ 그런데 쩌는 이 골목길에 또다른 마을버스도 다닙니다. 와;;;;

 

▲ 꽤 길게 이어지던 오르막길.

 

▲ 동작19번의 차고지.

 

▲ 여기도 재개발 문제로 말이 많은 듯합니다. -ㅅ-;;;

 

 

우리는 동작 19번의 나머지 구간이 있어 버스에서 내리질 않았는데, 다행히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서 우리들의 존재는 묻혀들어가게 됩니다. 그랬더니 버스가 골목길을 지나 웬 아파트 사잇길로 들어가 한바퀴 빙 돌고 나오더군요. 여기가 국사봉이라고 하는데, 오지노선탐험가의 안내 덕분에 오우 금방 이해가 됩니다. 중앙대학교 옆동네인 상도동에 이런 곳들이 있었다니...;;;;


게다가 중간에 동작 11번 등 다른 노선들을 몇 개 봤는데, 이런데서 환승을 하며 마을버스로 여기저기 다니는 방법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겠더군요. 또한 동작 11번이나 02번 등은 이곳 근방에서는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동작 19번 한 번만 타도 거의 해결이 되어버리는 점은 매우 나이스였습니다. ㅋㅋ

 

우리의 버스는 아까 보았던 그 차고지에서 운행을 마치더군요.

 

 

▲ 이 언덕길을 따라 저 밑으로 쭉 내려가면 큰길이 나오겠지만, 정말 경사 한 번 대단합니다.

 

▲ 오늘 시승의 끝판왕 동작 19번. 시간도 슬슬 끝판을 향해 가고 있어서 끝판왕인 것은 믿거나 말거나입니다(진지함과 농담을 오가는 드립 -ㅅ- ㅋ).

 

 

정말 오늘 시승에서 골목길이 무엇인지 오랜만에 보여주었던 동작 19번 마을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이번엔 오지노선탐험가님이 5538번을 타보자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곳이 바로 사자암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으며, 사자암에서 5538번 종점이 멀지 않더라구요. 정말 얼마 걷지 않아서 금방 5538번 타는 곳이 나옵니다.

 

 

▲ 5538번 회차지. 사자암에서 정말 가깝습니다.

 

▲ 5538번 회차지에 세워진 정류장 표지판.

 

▲ 회차하는 5538번.

 

 

그분이 타셨었을 때는 글로벌 900이었으나 이젠 카운티로 바뀌어버린지 오래인 5538번. 차 안에서 노선도를 보니 노선이 굉장히 짧아서 10분 정도면 왔다갔다 하겠다 싶더군요. 이제는 귀가를 해야 하는 저로서는 마지막 노선을 이걸로 낙찰해 주었죠.

 

사자암 회차지를 출발한 버스는 봉천역 앞 큰길까지 내내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줍니다. 걸어 올라가려면 빡센 그 길을 버스로 가니 이것도 대박입니다. 우와;;;

 

 

▲ 맨 뒤 차창에서 찍어본 사진. 사자암으로 가려면 저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진짜 경사 한 번 장난아닙니다. ㄷㄷ;;;

 

▲ 봉천역에서 찍어본 5538번 시간표.

 


남에게 맞아도 대항치 못하는 사람, 그리고 동네.

그런 동네 출신이었던 저로서는 6640번 단축 이후로 서울시내버스에는 정나미가 떨어져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서울에도 의외의 보물이 많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네요. 어쩌면 안양 마을버스들에서 느꼈던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안양도 사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그리 애착이 가는 동네는 아니었었다는 공통점도 있었죠.


봉천역에 금방 도착한 건 아쉬웠으나, 시내버스의 탈을 쓴 마을버스나 다름이 없던 5538번은 정말 타보기 괜찮은 노선이더군요. 봉천역에 도착한 저는 2호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오지노선탐험가님과는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그러나 다시 만날 날은 분명히 있으니 다행인 겁니다.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요. 그랬으니 오늘도 이렇게 만나서 같이 다녔지 않겠습니까? -ㅅ- ㅋ

 

동행 & 노선 소개를 해준 오지노선탐험가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이번 시승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오지노선탐험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