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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1년~2015년

2013년 8월 28일 - 전무후무한 평일 어느날의 이천 시승(Feat. 개쩌는 1차로)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2. 17.

평일에 이천을 가는 제게는 정말 흔치 않은 기회가 생겨서 주말, 공휴일, 방학 중에는 운행하지 않는 노선을 중점적으로 타보기로 하고 이천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언제나처럼 충주행 직행버스를 탄 저는 하이닉스에 내린 다음 길을 건너려는데 의외로 여기 보행자 신호 간격이 길더군요. 얼른 신하리로 가야 했는데 생각보다 신호가 금방 안 바뀝니다. 게다가 신호 기다리는 틈을 타서 길 건너편으로 이천행 시내버스가 지나가 버리고는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버스가 오질 않네요. 아웈;; 그렇다고 걸어갈 수도 없고... -ㅅ-;;;

 
분명히 여유를 두고 왔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 버린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머피의 법칙도 겹치고 이렇게 안 도와주는 게, 꼭 급할 때면 그렇더군요. 어쨌거나 이천 가는 버스 하나가 목마른 기다림 끝에 오긴 했기에 이걸 타고 신하리에 내린 다음 다시 서둘러 길을 건너보았습니다. 휴 버스 갔으면 어쩌지?
어쨌든 기다려는 보는데, 천만 다행히도 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더 뒤에 현대 7차, 아미리가 적힌 행선판을 꽂은 버스가 등장합니다. 이건 아미리 안으로 들어가는 노선이라 그런지 신하리를 지나 바로 좌회전을 해버리더군요. 이번 기회에 아파트 노선도 타볼 겸 고른 것인데, 아미리 안쪽도 가고 아주 일석이조입니다. ㅋㅋ

 

 

▲ 이곳도 아미리였지만 8번이나 태평리, 장호원행 시내버스가 지나다니는 곳과는 완전 다른 세계였습니다.

 

▲ 오우~ 이 노선에도 1차로가 있더군요. ㅋㅋ

 

 

아미리 안쪽을 훑고 난 버스는 성우아파트단지로 갔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종점이라며 내리라고 하십니다. 이 차가 제가 내린 곳 이후로는 하이닉스로 나갈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그래서 신하리 윗쪽에서 이거 타고 하이닉스 간다고 말했다간 승차 거부가 있을 수도 있겠더군요;;), 다음 코스를 위해 아무 말 없이 바로 내렸죠. 이제 현대6차아파트를 가야 할 차례라서 편의점에서 빵 하나를 사먹은 다음 지도를 보면서 걸어갑니다.

 

 

▲ 하이닉스로 나가는 현대 7차아파트행 시내버스. 아파트 노선이라고 우선순위에 넣지 않았었는데 아미리 안쪽과 더불어 하이닉스 뒤편에는 뭐가 있나 보여주었던 고마운 노선이었습니다. ㅎㅎ

 

▲ 제가 내린 현대성우2단지 정류장. 저기가 종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과 차이가 있었던 정류장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 상으로는 성우 1단지라고 되어 있으나 보다시피 정류장은 성우 2단지였으니까요.

 

▲ 건설된 지 얼마 안 된 듯한 하이닉스 뒷동네의 현대성우아파트단지. 으리으리합니다~ ㅋㅋ

 

 

주변을 둘러보니 큰 고층아파트들이 길 주변으로 으리으리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정말 여기에 사람들이 다 살긴 살려나 싶을 정도로 컸습니다. 하이닉스와 OB공장의 영향력이 이 지역에선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사실 그 공장들이 없었다면 제가 보고 있는 이 아파트들을 애초에 짓지도 않았을 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사람들이 살 이유가 절반은 사라질 것 같았으니까요. 역시 직장과 상권, 그리고 주민들의 성향 등등에 따라 생활권과 지역경제가 형성되게 마련이었네요. 인문계열의 학문이 이런 데서 빛을 발할 텐데 싶었습니다. 건물만 올린다고 해서 도시가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했구요. 예를 들어, 상권도 위치에 따라 잘 되고 못 되고 그러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저 아파트들은 과연 잘 만든 것이었을까, 또 닭장같은 아파트 난개발은 아닐까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성우아파트단지를 지나 쭉 아래로 내려가니 삼거리가 등장했고 오른편 멀리 큰 도로가 보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갈림길이 참 친절하게 깨닫게끔 해주더군요. 모 아니면 도니까 하고 단순히 생각해서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될 때도 있고 하여간 아이러니의 연속이었죠.


지도를 펴고 살펴보니 왼쪽으로 가면 현대 6차아파트이길래 왼쪽으로 향합니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에 보이던 큰 도로의 정체도 알게 되었는데, 하이닉스 정류장 바로 앞에 지나가는 그 도로였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여기가 어디지 했는데, 알고보니 성우아파트 단지 있는 곳은 하이닉스 직행정류장 앞에 보이는 그 수많은 건물들 바로 뒷동네였더군요. 걸어나가도 되는 거리였던 겁니다. 나 참 ㅋㅋ


그렇게 현대 7차 노선은 간단히 해결짓고 현대 6차아파트로 올라가보니 정류장과 함께 시내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 현대 5,6차아파트 버스종점. 이천~현대 6차아파트 노선이 들어옵니다.

 

▲ 출발을 위해 회차중인 버스. 수도권에서는 정말 보기 힘들어진 BM090이더군요. ㅋㅋ

 


출발시간이 되어가자 사람들이 몇 명 모여들기 시작했고 버스는 이들을 태우며 이천을 향해 가기 시작합니다. 제가 걸어올라왔던 길을 지나 바로 3번 국도로 나와 하이닉스 정류장을 지나 신하리로 가더군요. 이리 되면 하이닉스에서 이천 가는 다른 버스편과 노선이 썩 다를 것은 없는 것이었고, 저는 신하리에서 하차합니다.

 

제가 다시 신하리에 내린 이유는 가좌리 노선을 타려고 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신하리 먼저 들렀다가 가좌리를 들어가는 시간대라 이번 기회에 타보기로 했던 겁니다. 때마침 센터장님 카페에서 가좌리 노선이 감회된다는 정보를 들기도 했었던지라 그동안 정말 입맛만 다셨던 노선이었는데 타보는 순간이 오기는 오는구나 참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신하리에서 가좌리로 들어가는 길이 뭔가 두루뭉실하게 그려져 있어 다시 주변을 둘러봐야 했습니다. 들어가는 길 자체는 금방 찾긴 했지만, 와 이런 길을 버스가 진짜 가나 싶다보니 맞게 찾은 건지 하는 느낌도 들었죠. 신중하게 둘러보고 기다릴 장소를 결정한 뒤 그곳에서 가좌리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슬슬 시간이 다 되어가니 가좌리 들어가는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제가 기다리는 장소로 오시더군요. 이로서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ㅋㅋ

 

 

▲ 가좌리 버스를 탈 수 있는 열쇠인 삼익아파트 돌땡이인데, 이래뵈도 나 정류장이다 라는 것 같네요. -ㅅ- ㅋ

 

 

이천에서 12시 5분에 출발한 가좌리 버스가 생각보다 늦게 오는데 제가 기다리는 장소 바로 앞에서 문이 열립니다. 가좌리 들어가는 길이 완전 헷갈리게 이곳저곳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고, 저와 할아버지가 타자마자 버스가 출발하는데 진짜로 제가 처음에 보고 의심했던 그 길로 갑니다. 바로 쩌는 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가좌사거리를 건너 마을회관을 찍더군요. 정말 신기했고, 타보길 잘했습니다.

 

 

▲ 가좌리 버스가 이 길로 간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 (3장 모두) 가좌리의 쩌는 길입니다. ㅋㅋ

 

▲ 멀리 보이는 OB맥주공장. 높다란 사일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보이지를 않았지만, 어쨌든 치느님의 영원한 동반자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을 듯합니다. -ㅅ- ㅋ

 

 

이천에서 하이닉스로 내려올 때면 꼭 지나가게 되어 있는 3번 국도 옆에 이런 데가 있었단 말인가;;; 1차로 길을 통과하고 나자 OB맥주 공장이 곧 등장하고 금방 이천터미널에 도착하여 하차했습니다.

 

이제 다음 차를 타기 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점심도 간단히 해결하고 시내를 잠시 둘러봅니다.
야인시대 이정재의 고향이라는 이천은 시내가 생각보다 넓더군요. 한내과 쪽 길로 해서 먹거리 골목을 둘러봤는데 가게들도 서울 명동거리 못지않게 늘어서 있는 것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분명 이 중에도 맛집이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ㅋㅋ

 

 

▲ 궁서체로 쓰여진, 정말 보기 드문 행선판이 있길래 찍어 봤죠. ㅋㅋ

 

 

오후 1시 20분 시간 맞추어 장호원 방향 버스 타는 곳으로 가보니 금방 이번 시승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가 될, 산내, 보뜰 노선이 등장합니다. 버스는 저를 포함한 손님들 다 태우고 바로 출발하는데, 제 상황에서는 정말 그림의 떡이기만 했던 이 노선을 드디어 타보네요.

 

 

▲ 평일에만 운행하는 산내,보뜰 노선을 드디어 타보게 됩니다. 오우 ㅋㅋ

 

▲ 오늘의 첫 하이라이트인 보뜰 노선입니다. 행선판도 함께 찍어봅니다. ㅎㅎ

 


은근히 북적거리던 이천시내를 벗어나니 왕복2차로 도로가 등장하는데, 모가면사무소가 있는 동네인 진가리를 처음 두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천 시내로는 나가야 좋은 걸 살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25번이 비교적 자주 다니는 데엔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 했습니다. 진가리를 지나니 기사님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기에 보뜰 간다고 말씀을 드리는데, 노선 구조상 안 물어볼래야 안 물어볼 수가 없을 듯 싶었죠.

 

 

▲ 이천~죽산 노선을 기다렸던 추억이 있는 대포동 정류장. 변함없이 그 장소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진가리를 지난 버스는 과연 지인분들의 말대로 산내리부터 가는데, 진짜로 고갯길이 등장하더군요. 여주이천 평야로 유명한 이천에도 고갯길이 있다는 것은 정말 생각외의 사실이었습니다.

 

산내리로 들어가는 길에는 어떤 유적지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었는데, 뭔지 궁금해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 좀 냐잉하더군요. 주록리 최시형 선생 묘도 그러더니,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죠. 실제 이 말을 느껴보면 참 냐잉한데, 어쩔 수가 없다는 점 또한 냐잉합니다. 석모도 옆에 있는 미법도가 인연이 되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섬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가기가 어려운 곳인데 왜 그런 말이 있는 건지 실감이 나네요. -ㅅ- ㅋ


오후 2시에 산내리 마을회관에 도착한 버스는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회차하여 바로 나가는데, 회차지가 정말 좁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을 대형버스인 로얄시티, 로얄스타가 들어왔었다니....;;

 

 

▲ 산내리로 들어가는 고갯길.

 

▲ 산내리로 들어가는 1차로. 진짜 쩌는 이 길을 대형차가 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다니 입이 벌어질 따름입니다.

 

▲ 저 곳이 산내리 종점입니다.

 

▲ 산내리 종점을 나가는 영상.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왔던 길로 나가다가 이번에는 논두렁길을 질주하며 보뜰로 들어가는데, 여기도 진짜 대박입니다. 와....;;;;

 

 

▲ 이제는 보뜰로 들어갑니다. 오우 ㅋㅋ

 

▲ 보뜰로 들어가는 길 운행영상.

 

▲ 보뜰....보뜰을 드디어 가고 있습니다!!;;

 

 

보뜰에서 노부부가 내리고 버스에는 저만 남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여기가 보뜰이라고 하십니다. 그분의 말씀에 따르면 여기가 종점이 아니었기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고봉 들어가냐고 여쭤보니 정말 간다고 하시며 그대로 버스를 출발시키더군요. 고봉 종점은 상봉3리 마을회관 앞이었는데, 여기에 오니 기사아저씨께서 자기는 태평리 쪽으로 가니, 좋은 구경하다 가라며 문을 여셨고 버스는 오후 2시 12분에 저를 고봉 종점에 내려주고는 바로 앞으로 전진하여 사라져 버렸습니다. 점심을 못 드셨을 기사아저씨가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 저를 내려주고 바로 공차회송을 해버리는 시내버스.

 

▲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상봉3리(고봉) 버스종점입니다.

 

▲ 고봉 버스정류장.

 

 

버스가 가버린 고봉 종점은 앞에 냇물 흐르는 소리 빼면 정말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이 산내, 보뜰 노선을 타보니 정말 지인분들 말 그대로더군요. 처음에는 산내리 먼저 들어간다니 거기서 타면 되겠지 했었는데, 그렇게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될 수 밖에요. 그와 동시에, 옛날의 이천시청 시간표에서는 보뜰에서 이천 손님이 있을 경우 서경1리에서 이천 행 버스로 인계한다는 소리가 있더만 센터장님 카페에서는 왜 그 말이 없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센터장님께도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 왔던 길 그대로 서경1리를 향해 슬슬 걸어나갑니다. 상봉리에서 태평리로 가는 차편은 시간이 맞질 않기도 했지만, 소고리 안동네라는 또다른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햇빛은 따가웠지만 여유도 있겠다 천천히 걷는데, 정말 타보기 힘든 노선을 실제로 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 고즈넉한 모습의 보뜰 정류장. 시간표에 나오는 보뜰이 여기입니다.

 

▲ 정류장 표지판도 있었습니다. 물론, 정류장 ID를 이용하여 전화로 버스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무용지물이지만요. -ㅅ-;;;

 

▲ 양파링의 원료인 양파입니다. 그런데 진짜 양파링엔 양파가 들어가나??  궁금증이 들더군요. -ㅅ- ㅋㅋ;;;

 

 

서경 1리 정류장에 와보니 정류장이 집같이 생긴 덕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네요. 버스 오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호텔급 정류장의 등장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더위도 피하고 여유있게 쉬기도 하면서 정류장 안에 앉아 있으니 오후 2시 50분에 25번이 지나갔지만, 쿨하게 그냥 보냅니다.

 

 

▲ 오우~ 호텔을 만났습니다. 무려 여기에도 버스도착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는 겁니다. ㅋㅋ

 

 

몇 달 전이었다면 그 25번을 타야 했겠지만, 소고리를 경유하여 이천으로 올라가는 차가 10분 뒤에 또 올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보기 어려운 대죽리를 갔다 온 상태일 테지만, 시간 상 대죽리는 다음에 가볼 수밖에는 없었죠. 25번이 지나가고 10분 후에 과연 이천 행선판을 꽂은 로얄미디 하나가 오는데, 이게 그 소고리 들어가는 차겠구나 싶어 얼른 손 흔들어 승차합니다. 이 노선이 생긴 덕에 이천시내~대죽리 이동이 매우 수월해졌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KD운송그룹 동네의 장점이자 단점은 다양한 중복노선들이 운행되고 있다는 것인데(서비스 노선이라 하는 것이 좀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ㅋㅋ) 노선들만 잘 알면, 그리고 오지노선 종점 동네를 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똑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노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비교적 넓은 구조였죠.


바로 10분 전에 25번이 지나가서 그런지, 진가리에서 소고리로 들어가는 사람 두 명 말고는 버스를 타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진가리를 지나 소고리 쪽으로 좌회전을 하는데, 처음에는 1차로가 있긴 한 건가 싶었지만 결국 말로만 듣던 좁다란 1차로 길이 저를 반겨주게 됩니다. 



▲ 역시 쩌는 소고1리 안길입니다. ㅎㅎ

 

 

소고1리 마을회관 같은 건물 앞을 지나는데,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어서 사진으로 찍고 살펴보니 이 노선이 개통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었습니다. 6월달에 개통한 노선이라는데, 개통된 지 2달 남짓 지나서 그런지 기사아저씨께서 노선을 묻는 승객들의 질문에 답해주시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제가 탄 이 노선이 개통되었음을 알리는 현수막입니다. 저 시간은 2014년 2월부로 조정이 들어갔죠.

 

 

저도 거기 끼어 잠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노선의 출발시간은 센터장님의 정보 그대로였고 변한 것은 아직 없었더군요.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25번 지나가고 10분 뒤에 이게 지나가니 손님이 너무 없고, 저번에도 한번 시간 조정을 하여 이 시간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서 다시 시간 조정이 들어갈 거라고 하시네요. 제가 봐도 시간 조정이 필요해보일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싶었는데, 과연 2014년 1월에 센터장님 카페에서 확인해 보니 시간이 바뀌어 있었죠.

 

이 노선을 타보니, 그야말로 경기대원의 서비스 노선이었지만 동시에 꼭 필요한 노선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천~대죽리, 이천~소고리(안동네) 노선은 너무나 운행횟수가 적었던 겁니다. 이천시내버스의 대대적인 개편은 좌절되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버스가 적어 불편했던 동네들 위주로 조금씩 조금씩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는데, 정말로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 노선이 개통되어서 축하한다고 마을에서 고사를 지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정겨운 느낌이 떠오릅니다. 버스 들어와줘서 고맙다고 그러는 것이 도시에도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기사아저씨께 인사 드리고 이천터미널에 내린 저는 신일아파트로 가기 위해 한내과 정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주록리를 갔던 날, 8번을 탔던 덕택에 정류장 위치는 쉽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신일아파트 가는 버스는 이 한내과 정류장에서 타야 했는데, 이건 10~20분 간격으로 자주 다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잘 목격하지 못했던 게 가만보니 이유가 있었네요. 이런 ㅋㅋㅋ


이천은 몇 번 왔어도 신일아파트는 처음 가보는데, 과연 듣던 대로 신일아파트 노선은 인기가 좋았습니다. 너도나도 서서 가는 분위기였고 자리는 선택받은 자의 것이었죠. 저도 물론 사이좋게 서서 손잡이 꼬옥 잡고 신일아파트로 갔습니다. ㅋㅋ

 

 

▲ (2장 모두) 신일아파트 버스종점입니다. 사람들 참 많았습니다.

 

 

신일아파트 종점에 와보니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오늘은 운행하겠군 ㅋㅋ
골짜기가 4개나 되는 전설의 노선을 타보려다 허탕 친 지인분들의 경험담이 있어 혹시 몰라 걱정도 했었는데 천만다행입니다.

 

 

▲ 오우~ 고마운 학생들입니다. 덕분에 제가 타려는 노선은 오늘 운행할 거라는 예감이 팍팍 치솟더군요. ㅋㅋ

 

▲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4골짜기의 궁극체 노선이 등장합니다. 오우~ 형님!!!

 

 

정말 지인분들 말 그대로입니다.
이 노선은 완전 시내버스의 탈을 쓴 스쿨버스더군요. 버스에 타고 보니 저와 기사아저씨를 빼고는 전부 학생이었던 겁니다. 이거 아무리 제가 동안인 척 연기해도 티가 다 나게 생겼더군요. 저는 싱싱한 젊은이였지만, 학생들이 노땅 취급이나 안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ㅅ- ㅋ

 

오후 4시 25분이 되자 기사아저씨께서 "아직 안 탄 사람 없지?" 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한 명이 안 왔다고 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출발합니다. 신일아파트를 출발한 버스는 도암리로 가는데, 도암리에서 학생들이 3분의 1 정도 내리고 첫 번째로 지석리 안길을 들어갑니다. 여기는 장동리 노선이 일부 시간대에 편도로만 들어가주는 곳인데, 제 상황에서는 저녁차를 타볼 수밖에 없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들어가보니 진짜 대박이네요. ㄷㄷ;;;

 

 

▲ 진짜 대박인 지석리 1차로.

 

▲ 지석리 마을회관. 여기 들어온 건 전적으로 제가 타고 있는 이 노선이 이곳을 들어가준 덕분입니다.

 

▲ 지석리 안길 운행영상. 쩝니다. ㅋㅋ

 

 


지석리 회차지에서 두어 명의 학생을 내려주고 다시 나오는 길에 장동리를 다녀온 로얄시티도 목격하는데(구형 로얄시티는 건재하군요 ㅋㅋ), 이번엔 수하리를 들어갑니다. 수하리에서는 내릴 사람이 없을 듯했지만, 정말정말 천운이었습니다.

 

 

▲ 수하리는 굴다리부터 완전 압박이었습니다.

 

▲ 수하리에서 나오면서 찍은 영상.

 

 

수하리를 나온 이후 드디어 장동리를 들어가는데, 와 이것도 장난아닌 1차로를 따라 안쪽으로 깊이깊이 들어가더군요. 지도로 보니 그래도 만만해 보이길래 장동리 차를 종점까지 타고 들어가서 걸어나올지, 아니면 그 반대로 해볼지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타보게 되니 그 생각이 쏙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ㅅ- ㅋ

 

장동1리 종점에 와서야 초등학생 한 명이 내리고, 이제 버스에는 여학생 한 명과 저만 남았습니다.

 

 

▲ 장동리 구간 운행영상. 영상 끝에 회차지인 장동1리 마을회관이 나옵니다. -ㅅ- ㅋ

 

▲ 3번째 골짜기의 끝 지점인 장동리 종점(장동1리 마을회관)입니다. 정말 깊이 들어가더군요. ㄷㄷ;;;

 

▲ 정말 쇼킹한 길 상태를 보이던 장동리 구간.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도봉리도 1차로 길이 압박이고 진짜 이걸 어떻게 운전하나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NEW BS 미디로 차들이 대부분 바뀌었다지만 이전엔 로얄시티 같은 대형차들이 들어갔었다고 하는데, 와.... 정말 할 말을 잃습니다.

 

 

▲ 한국인의 원천인 논을 끼고 달리는 도봉리 구간.

 

 

여학생이 내리고 나자 기사아저씨께서 저보고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기에 점촌 간다고 했더니, 이거는 돌아가니까 다음에는 다른 노선을 이용할 것을 권하시며 저를 점촌에 내려주시고는 떠나십니다.

 

사실 학생들밖에 안 타는 노선에 주민같지도 않은 웬 젊은이가 타니 이상할 법 했을 겁니다. 이런 것만 아니라면 나중에라도 또 타보고 싶은 대박 노선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통학용 노선도 이렇게 운행해 주는 경기대원의 서비스도 느낄 수 있었으므로 더 이상의 미련은 가지지 않고 이번에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다음엔 뭘 타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갑자기 그분의 글과 함께 도립리가 생각이 나더군요. 그러고보니 지금이 바로 경사2리 노선을 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 저도 그분의 코스대로 몸을 맡기고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정말 환상적인 그분의 코스. 끊어 타는 게 골든타임급으로 딱딱 확실하게 떨어지니, 여행기를 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혹시 이발사 하신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ㅋㅋ

 

 

▲ 경사2리 노선을 탔던 점촌교차로.

 

 

일단 길을 한번 건넜던 상황이라서 원래 버스 내렸던 위치쪽으로 다시 건너옵니다. 경사2리 노선도 아까 제가 타고 온 버스와 똑같은 길로 갈 것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인데, 큰길가에 정류장은 있었지만 거기서 기다렸다간 새될 것 같아서였죠. 기사아저씨께서 불편하지 않게 버스가 설 수 있을 위치를 찾아 도봉리로 들어가는 길 모퉁이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서 기다리니 곧 경사2리행 버스가 오는데, 그분이 탔을 때와 달리 NEW BS 미디가 옵니다. 어쩐지 주록리 갈 때에도 봤었지만 이천에 NEW BS 미디가 부쩍 늘어 있더라니....-ㅅ-;;;


그런데 버스는 제가 서 있는 곳이 아니라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서 멈춰서네요(정류장에서 기다렸다면 정말 눈뜨고 놓치는 거죠. -ㅅ- ㅋ). 기사아저씨께서 차 들어오는 것 때문에 조금 더 가서 세우게 되었다며 여기서 타면 된다고 하시는데, 경기대원 동네가 친절하다고 했던 말씀은 정말이었네요. ㅋㅋ  덕분에 저도 네 하며 (속으로는 감사함도 느끼면서) 종점인 경사2리를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 다시 가봐도 쩌는 도봉리 1차로. ㅋㅋ

 


아까전에 탔던 버스와 똑같이 도봉리를 가는데, 운행횟수도 그렇고 노선의 성격도 그렇고 실제로 승객들을 보니 도봉리 주민들은 거의가 이걸 타게 되어있더군요. 도봉리에서 타고 있던 손님들이 절반 정도 내리고, 도봉리를 빠져나온 버스는 이번에는 우회전을 하여 현방리 쪽으로 쭉 달립니다. 나중에 경사리~장동리 도보할 때 길도 봐둘 겸 큰길도 살펴봤는데 이 길이 이천에서 이포로 올라가는 버스 다니는 길보다 더 경치가 좋더군요. 다리품만 좀 팔면 멋진 데가 많이 있으니 우리나라 좋은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필살기는 역시 국산입니다!!" 

 

라는 말이 그렇게 웃겼나 봅니다.
이 말은, 전북익산으로 유명한 아르고님이 제작하신 동영상 중에 KOF 98의 한국팀 캐릭터 중 한 명인 김갑환이 필살기 쓰는 장면이 있는데, 다함께 외쳐봅니다 봉황 천무갇!! 그 때 등장했던 자막 중 하나이지요. ㅋㅋ

 

그렇게 1차로 길도 잠시 들어가던 버스는 종점인 경사2리 마을회관에서 회차를 합니다.

 

 

▲ 경사2리로 들어가는 길도 멋집니다. 초록(綠)과 함께하는 세상이었죠.

 

▲ 경사2리 종점에 도착한 시내버스. 주민 2명이 찍힘당했네요. 이런 -ㅅ-;;

 

▲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경사2리 마을회관. 1층은 벽돌집인데 2층은 나무집인 신기한 구조였습니다. ㅋㅋ

 


기사아저씨께서는 마침 마을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잠시 이야기하러 나가시고, 저는 다시 유유히 왔던 길 따라 경사2리를 나와 도립리로 갑니다. 도립리 쪽으로 가니 산이 등장하는데 이쪽으로 올수록 길이 경치가 좋더군요. 조용한 카페도 가는 길에 하나 보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걷다보니, 과연 두메산골 간판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 도립리종점을 찾을 수 있는 열쇠인 두메산골 식당 간판.

 

▲ (2장 모두) 도립리 종점으로 걸어가며 찍은 길입니다. 이 길로 버스가 과연 지금도 다닐지;;;

 

 

먹을 것을 좋아하다보니 저 식당의 음식맛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밥을 먹을 여유는 되지 않아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우 뭔 놈의 개들이 짖어대는지 시끄럽네요. 아무 짓 안 하고 그냥 조용히 지나갈 거구만 왜 그러는지...-ㅅ-;; ㅋㅋ


개 짖는 소리를 뚫고 앞으로 가니 도립리 종점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오니 버스가 오기까지 20분 정도 여유가 좀 있어서 이 틈에 육괴정 구경을 했지요. 산수유로 유명한 도립리지만 육괴정도 잘만 가꾸면 멋들어진 문화유산이 될 법 했습니다.

 

 

▲ 육괴정이 앞에 있었던, 아름다운 도립리 버스종점.

 

▲ 도립리 버스종점 바로 앞에 위치한 육괴정의 모습.

 

 

육괴정을 구경하다보니 버스시간이 다 되어 카메라를 켜고 대기하는데, 세상에나 이럴수가;;;;

버스가 제가 걸어왔던 길쪽에서 달려오는 겁니다.

게다가 대형차인 로얄시티였죠. 헐!!!!

 

 

▲ 제가 걸어온 길로 들어온 버스입니다. 어떻게 저 길로 올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 좁은 길을 진짜로 오다니 입이 벌어집니다. 믿기 힘들었지만 정말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사진으로도 남긴 장면이라 놀랍기만 했습니다. ㄷㄷ;;;


현재 시간이 오후 6시 13분이라 출발시간을 3분 넘긴 상태였던 버스는 저를 태우고 바로 출발합니다. 언제 또 올 지 모르는 육괴정과 도립리 종점과는 아쉬운 이별을 하고, 현방리로 나가면서 지나가는 송말리는 정말 진짜 압박스런 1차로 길을 보여줍니다. 와 진짜 이천에선 안 쩌는 노선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는 그분의 말씀은 정말 진리입니다. 오늘 탄 차들 중에서도 오전에 현대 6차아파트 빼고는 안 쩌는 노선이 없더군요. ㅋㅋㅋㅋ

 

 

▲ 공사로 인한 압박스런 길도 지나가 주고....

 

▲ (4장 모두) 봐도봐도 압박스런 송말리 1차로입니다. 이천은 정말 대단한 동네입니다. ㄷㄷ;;;

 


송말리를 빠져나와 현방리에 이르니 해가 점점 지고 있었습니다. 버스 타고 가면서 노을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제 9월 초하루가 되면 그때부터는 시승 나갈 시간이 없겠지만, 노을을 보니 에너지 충전이 되는 느낌이 들었죠. ㅋㅋ

 

곤지암을 경유하여 집으로 돌아가기로 가닥을 잡는데, 때마침 동원대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이 맞습니다. 114번 타기도 질리니 이 기회에 이천~동원대 시내버스를 잡아볼까 하고 18시 46분에 관고동에 내리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버스가 오질 않더군요. 여기서 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계속 기다려 봤지만 결국은 버스가 오질 않길래, 울며 겨자먹기(?)로 114번을 타고 동원대에 내린 다음 500-2번을 타고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타려던 그 동원대 노선은 건너편에서 기다렸어야 했지만요. ㅠㅠ

 

이번 시승으로 이천의 오지노선 중에서 정말 타기 힘든 노선들은 대부분 타보게 된 쾌거를 이뤘습니다만, 정말 1차로의 대향연을 보고야 만 날이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