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별렀던 주록리 계곡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집을 나섭니다. 주록리 계곡이 좋다는 말을 듣기도 했었고, 실제로 주록리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보니 끌리더군요. 가기가 어렵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나중에 누군가와 같이 올 것을 대비하여 사전 답사 겸, 휴식 겸 힐링 컨셉을 잡고(계곡물에 발도 담가보고 ㅎㅎ) 작정하고 주록리를 찾아 가보려고 했죠.
그래서 저는 언제나처럼 전철을 타고 잠실역으로 향하게 되는데, 때마침 4월달에 잠실역으로 노선이 바뀌었다는 2000-2번이 잠실역에서 오전 10시 20분에 있었습니다. 2000-2번은 저와는 영 인연이 안 닿는 노선이기도 했기에, 이번에는 양평으로 갈 때 잠실역에서 늘상 애용하는 1670, 1700번을 버리고, 오전 10시 15분 조금 넘어 잠실역 7번 출구에 나타난 2000-2번을 타주기로 결정합니다.
처음에는 어플로 2000-2번의 위치를 보니 오전 10시 10분도 안 된 시간에 벌써 잠실역 근처이길래 놓치는 것 아닌가 했지만, 2000-2번이 잠실역에서도 시간을 맞추는지 대기하고 있었던 덕에 다행히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는 오전 10시 18분에 바로 출발을 하는데, 원래 10시 20분 출발이긴 했지만 회차지인 잠실역은 다른 버스들도 막 들어오는 곳이라 정시에 출발하기가 쉽진 않은 것이 사실이었죠. 운전석 쪽에 코스표가 붙어 있어 살펴보니 이미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와 같이, 잠실역 출발시간은 양평터미널 출발시간에서 1시간 20분 뒤였습니다. 회차지 시간도 어느정도 맞춘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죠.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길이 막힌다는 말씀을 하는 게 뭔가 석연찮습니다. 그래도 길이 막혀봤자 6번 국도가 밀릴테니 양수리까지만 타고 가서 전철을 타고 양평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만, 이 기대는 초장부터 여지없이 깨지고 맙니다.
처음엔 쭉쭉 잘 나갔지만 강일IC에서 막혀 10분 잡아먹히고,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에서도 차가 엄청나게 막혀 있습니다.
길이 너무 밀려 답이 안 나오다보니 결국 기사아저씨께서 우회하는 것을 선택하고 다른 기사분들과 전화 통화를 하시며 하남시내로 차를 몰았지만, 어휴 팔당대교 가는 길은 물론이고 광주로 내려가는 길조차 꽉꽉 밀려서 차가 정말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하남시내마저 몸살이라니 ㅜㅜ;;;
결국 팔당대교를 자주 오간다는 승객의 도움을 받아가며 어찌어찌 팔당대교로 오니 오후 12시 10분이었지만, 여기도 그야말로 답이 없었습니다. 팔당대교 말고도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근처에 하나는 더 있어야지 싶더군요. 주 5일제 실시이후로 관광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봤을 때, 가평이나 양평 등 동쪽으로 가는 수요 또한 이전보다 많아질 것이 뻔했으니 망리죠. 현재로서는 결국 다리 한 군데 놓치면 10km 이상 멀리 돌아서 가야 되는 일도 생기게 마련이었습니다. -ㅅ-;;;
원래대로라면 양평에서 오전 11시 40분에 있는 여주행 버스를 타고 천서리 가고 있어야 할 시간에 팔당대교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니 -ㅅ-;;; 정말 하남도 답이 없이 차가 밀릴 수 있구나를 느낀 그 순간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정을 대략 아셨던 기사아저씨께서도 안타까워 하셨죠.
팔당역이 저만치 보이길래 기사아저씨께 팔당역 이야기를 해보니 정류장이 없어서 세워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팔당대교고 6번 국도고 정말 모든 길이 전부 꽉꽉 밀려있어 도저히 답이 안 나왔기에, 결국 기사아저씨께서 팔당대교에서 6번 국도로 진입하는 램프쪽에 차를 세우시면서(자전거도로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좀 돌아가야 되지만 팔당역에 가려면 여기서 내리면 된다는 기적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여기는 정류장이 아니기 때문에 내릴 수 없었기에 감사함과 동시에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저 외에도 팔당역으로 가겠다는 승객 두 명도 같이 내릴 수 있었죠.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팔당역이 시야에 보이긴 했지만 도대체가 바로 앞 큰길을 건너갈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지척에 역을 두고 빙 둘러서 가야 되는 현실이 많이 안 좋았지만, 어쨌든 시간은 급하니 부지런히 자전거도로를 따라 걸어갈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면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지하통로가 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자전거도로로 진입하니 자전거 라이딩 오신 분들도 많이 보였고, 팔당 이쪽의 경치는 참 멋지기에 봐줄만 했습니다. ㅋㅋ
결과적으로는 일부러 1670, 1700번을 버리고 2000-2번을 택한 거였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전에 하던 대로 덕소 가서 전철 타고 양평을 갈 것을 괜히 다른 거에 혹하는 바람에 에이;;;; 이거 쩐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안 막히면 정말 제가 딱 봐도 빠른게 맞았지만, 막히면 진짜 답이 없기도 했고 장거리의 폐해도 존재하는 탓에 ㅜㅜ
역시 철도의 경쟁력 앞에 꽉꽉 막히는 도로는 못 당하는 겁니다. 물론 예외인 곳도 있겠지만, 역시 가평이나 양평 여기는 철도를 이용해서 가야 제맛이더군요. 이번에도 그 진리를 아주 확실하게 확인을 하게 됩니다. 이천에서 올라오는 장흥리 차와 상호리 차 날려가며 얻은 댓가이기도 했죠. 그나마 오늘은 기사아저씨의 인심 덕택에 소유리 차마저 못 타게 되는 상황을 면했네요. 2000-2번 기사아저씨께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ㅜㅜ
오후 12시 32분에 팔당역을 도착한 전철은 저를 오후 1시 2분에 양평역에 내려줍니다. 여주행 버스가 양평터미널에서 오후 1시에 있었기 때문에 정말 서둘러야 하더군요. 이런 순간은 정말 싫지만, 어쨌든 버스는 타야하니 저는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양평군청,양평역 정류장으로 전력 질주를 하게 되었고 결국 오후 1시 6분에 도착한 곡수, 여주 행 버스에 가까스로 탈 수 있었습니다. 이포대교 건너편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천에서 올라오는 상호리 버스는 놓쳤다고 봐야 했고, 시간표를 보니 오후 1시 30분에 상호, 하품, 주록 순환노선이 있길래 이거를 타고 상호리로 갔다가 소유리까지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천서사거리에 내리니 오후 1시 25분입니다. 저번에 이포대교를 건너갈 때도 막 뛰어갔었는데 이번에도 뛸 것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렇지만 기분은 기분이고 현실은 현실이기에, 저는 버스에서 내려 보행자신호가 초록불이 되자마자 건너편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습니다만 절반쯤 오니 숨이 차서 더 이상 못 뛰겠고, 이후로는 최대한 빠르게 걷고 걸어서 오후 1시 31분에 간신히 이포대교 건너편의 버스 타는 곳으로 가는 데 성공합니다. 이포대교가 언뜻 보면 좆밥같이 생겼지만 실상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갖춰진 다리이며 건너편까지 가는 데 꽤 멀었지만 어쨌든 다리 건너편으로 가기는 갔습니다. 좆밥 같으면 한번 건너보실래요? ㅋㅋ
정말 여기 오기 힘드네요. 허휴;;;
2000-2번 빠르다길래 탔더니 독박만 썼구만 이게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ㅅ-;;;
인천 800번에 이어 이번 양평 2000-2번도 제겐 흑역사로 남게 되었죠. 그나마 인천 800번 탔던 날은 강화도에 축제가 무려 3개나 동시에 열리는 진짜 재수없는 날이기라도 했지, 2000-2번은 어휴;;; 6번 국도에 대해 상당히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모로 좋은 감정일 수가 없게 되었네요.
그런데 버스 놓칠까 싶어 부지런히 뛰어왔구만 정작 오라는 여주군내버스는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더군요. 아 날도 더운데 정말 답답합니다. 결국 제가 타려다 놓친 상호리 버스가 이천 방향으로 가버리고, 오라는 여주군내버스는 오질 않은 채 시간은 지나가게 되었죠.
결국 오후 1시 50분이 되자 소유리 차가 오길래 어쩔 수 없이 이걸 타고 소유리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오지노선탐험가가 소유리 들어가는 길이 왕복 2차로로 길이 확장되었다고 그러더만 정말이었네요. 소유리 입구 삼거리 오기 직전에 소유리 이정표도 세워져 있었는데, 소유리 입구부터 소유리 종점 바로 아랫마을까지 전부 2차로로 확장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남은 1차로는 종점 직전 조금이었는데, 결국 소유리 차를 처음 타봤던 그날이 쩌는 길을 풀코스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날이었네요. ㅜㅜ
그래도 길이 좋아진 것은 주민들이나 기사아저씨한테나 모두 좋은 일이긴 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도 지금과 같이 로얄시티 대형차가 다녔지만, 그때 당시에는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좁았던지라;;
이번에는 오후 2시 정각에 소유리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합니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땐 오후 2시 5분에 버스가 들어왔었는데, 똑같은 거리를 가도 길이 좋고 안 좋고의 소요시간 차이가 이렇게 크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2년 좀 넘는 시간이 흘러 다시 오게 된 소유리 종점.
정말 여기가 경기도 맞나 의심가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고즈넉한 모습이 맘에 드는 곳입니다. 여기서 이천으로 나가는 시간은 오후 2시 15분이었기에 시간 맞춰 버스에 올랐더니 기사아저씨께서 호기심이 동하셨는지 이곳에는 왜 왔냐고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쉬는 날이라 주록리 계곡을 가려는데 버스시간이 좀 남아서 타봤다고 말씀드리고 요금도 다시 냈습니다. ㅋㅋ
오후 2시 15분이 되자 버스는 다시 이천으로 출발합니다. 버스에는 저와 기사아저씨 외에는 아무도 없다보니 오늘 제가 타지 않았다면 빈차로 들어왔다가 빈차로 나갈 각이었습니다. 아직 마지막으로 남은 1차로는 그래도 여전히 압박이었죠.
길이 넓어졌다고 말씀드리니 넓어진 지 한 2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이포로 나가 주록리 가는 차를 탄다고 말씀드리면서 전에 이거 타고 내려가다가 주록리 차를 맞은편에서 봤던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어유 시간을 외웠구만" 하시더군요. ㅋㅋ 사실 일부러 외운 건 아니지만, 버스 시간을 모르면 진짜 망하는 곳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없는 버스를 만들어 오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죠. -ㅅ-;;; 또한 그 사실이 기억날 수 밖에 없는 안습한 사연도 있었는데, 바로 그 2년 전에 소유리에서 버스를 타고 이천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주록리 버스를 보았던 겁니다. -ㅅ-;;;
이포대교를 지나 당당하게 벨을 눌러 이포에 내린 다음 길을 건넙니다.
내리려고 뒷문으로 가니 기사아저씨께서도 건너편에 가서 기다리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감사합니다 ㅎㅎ
주록리 가는 버스는 금방 도착하였고, 환승할인을 받아 바로 버스에 승차합니다.
제가 탄 장소에서 바로 좌회전을 하여 이포를 빠져나온 버스는 다시 이천 쪽으로 내려가다가 곤지암 방향으로 우회전을 합니다. 도곡리까지만 가는 차가 어디서 회차하는지도 예상해볼 수가 있었죠(제가 생각한 게 맞다면, 고개 바로 직전까지는 갈테니 도곡리는 전부 커버를 하는 셈이었습니다). 승객이라고는 주록리를 가는 듯한 어떤 젊은이와 저 딱 두 명 뿐이었는데, 낮 버스도 이렇게 사람이 적다니 주록리의 현실이 생각보다 좋지가 못했습니다. 상품까지 주말,휴일 운휴 없이 가던 시절에도 그게 주록리 들어가는 막차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록리 손님은 보이질 않았는데, 낮차도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ㅅ-;;;
어쨌든 버스로 넘어가서 더욱 신나는, 그러나 험난하기도 한 고개를 신나게 넘어가서 정확히 오후 2시 40분에 주록리 종점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가 주록리에 도착한 시간과 회차지 모두 저의 예상대로였는데 왜 이걸 제대로 알고 타지 못했었는지, 처음 이포 쪽 버스를 탔던 날과 비교해서 후회 조금 섞인 반성도 들었죠(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저런 예상도 못 했었지만;;).
아참 저와 같이 있었던 젊은이는 주록리 계곡에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후발주자로 오게 된 것 같더군요. 그런데 내리면서 다음 차 시간을 제게 묻는 걸 보니 좀 씁쓸합니다. 여기 버스 정말 적은 동네인데 차 시간 알고 다니는 건 필수인데 말이죠. -ㅅ-;;;
이제는 주록리 계곡을 둘러볼 시간.
슈퍼 뒷쪽과 안산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밑쪽이 다 계곡입니다. 비록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사람들이 꽤 많다보니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사람 많을 때만 피하면 정말 물에 발 담그면서 힐링 제대로 될 것만 같았습니다. 목이 말라 슈퍼에서 물 하나 사면서 물어보니 여름에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발 담그면서 편히 앉는 곳이 의외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좀 아쉽더군요. 발을 담그기는 했는데 앉아있을 만한 데가 없어 조심조심 움직여야만 했던 겁니다. 그래도 물은 시원하고 좋았지만, 다음에 올 때는 짧은 바지와 슬리퍼, 돗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계곡 주변 정비만 좀 잘 해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여주군청 아니 이젠 곧 시가 될 여주시청에선 주록리 계곡이 그래도 자기네 땅에 속한 명소인데 신경은 전혀 안 쓰는 걸까요? 가족들과 처음 주록리 고개를 차로 넘을 때 어머니가 은근 좁고 험난한 길을 보고 "여주군수는 이런거(험한 길) 신경 안 쓰나?" 말씀하셨던 게 왜 이리 생각이 나는지 -ㅅ-;;;
결국 이번에 여주는 시 승격을 하기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광주나 양평 둘 중 하나로 편입되어야만 할 것 같던 산북면(상품)이나 이천으로 되어야 할 것 같은 금사면(이포)은 책임 질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 동네는 여주군이 시가 되기 위한 야욕으로 이용만 당할 뿐, 땅만 여주군이지 정작 여주읍과는 괴리도 크고 혜택도 그닥 못 보는 거 같았기 때문이었죠. 금사면사무소 소재지인 이포리의 경우 여주 차가 그나마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와주긴 합니다만, 그 이후 안쪽 동네는... -ㅅ-;;;
그래도 발 담그면서 앉아있기 나름 괜찮아 보이는 포인트를 대충 둘러보고 하다보니 어느덧 오후 3시 10분이길래, 이포에서 오후 3시 10분에 출발하는 여주버스가 올까 싶어 다시 정류장으로 나가서 차를 기다려 봤습니다. 왠지 이번에도 여주버스는 안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제가 기다리는 이 이포~주록~하품~상호 순환노선은 물론 타보면 좋지만, 상품~상호리 구간을 제외하면 다른 노선으로 지나가봤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굳이 안 타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주버스가 안 오면 다시 주록리에서 쉬다가 오후 5시 30분 막차 타고 나가도 되었으니까요. ㅎㅎ
그런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여주 차는 오지를 않았습니다.
아예 정류장엔 친절하게 시간표도 붙여놨던데 이게 뭔지 -ㅅ-;;; 무슨 변동사항이 있나 싶어서 KD운송그룹 대표번호로 전화를 해봤더니 노선번호를 입력하라는데, 분명 번호랍시고 달고 다니는 그 번호를 입력했더니 없는 노선이라네요. -ㅅ-;;
회사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노선정보 이런 것은 영업소끼리 제각각 따로 노는 모양입니다. 어쩐지 버스피아 홈페이지에도 안내하는 노선이 정말 몇 개밖에 없더라니... -ㅅ-;;; 인터넷도 이런데 전화마저 이런 것을 보면, 정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는 말이 딱 맞더군요. 아니 시골 버스는 노선버스 아닌감? 운행을 하지 않았다고 따지려는 게 아니라, 공휴일엔 운행 안 하는 것인지 이유라도 알아보려고 전화해봤는데 얘네 정말 왜 이럴까요... -ㅅ-;;;
그래도 회사가 크니까 그렇게 영업소끼리 따로 노는 체계가 나을 수도 있겠지 한편으론 이해하며 대원고속 여주영업소 번호를 찾아 전화해 봤지만 받지를 않았습니다. 공휴일이라 다들 안 계신가?
분명 존재하는 노선을 없는 노선이라고 안내하는 걸 보니 KD운송그룹 얘네들도 이런 점에선 무언가 마음에 안 듭니다. 영업소끼리 따로 놀 거라면, 차라리 대표번호로 전화 걸어서 노선 문의 같은거 할 때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시/군을 고르게 하고(처음부터 영업소를 고르게 하면 알 리가 없으니) 그 다음에 해당 영업소로 전화 연결시켜 주는 방식이 좋을 수 있을텐데 다른 회사들 하는 것처럼 자동응답처리 시스템도 해 놨으면서 그걸 왜 이런 식으로는 활용할 수 없는지 좀 답답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타려던 이 노선은 공휴일엔 안 다니는 게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이천, 여주에 아주 정통하신 장호원센터장님이 계시니 집에 돌아가면 그분에게 여쭤보기로 했죠. 그래서 이 정보를 석준형과 센터장님께 쏴 드렸더니(센터장님께는 집에 돌아와 카페를 통해 알려드렸습니다), 다음날 센터장님께서 영업소에 확인결과 공휴일에는 안 다닌다는 답변을 주셨고, 석준형도 비슷한 답을 해 주었습니다. 센터장님께서 영업소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던 것에 어이없어했었다는데, 여주군청에선 상품 노선 운휴라는 이야기 있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여주군청 얘네들 그전에 홈페이지에다 시간표 알려주는 것도 어느 순간 그런 식이었더만(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 사이트만 달랑 링크시키는;;;) 마음에 썩 들지가 않네요 -ㅅ-;;;
정말 왠지 불길했던 저의 예감대로 여주버스는 이번에도 오지 않았지만, 어차피 여주버스는 타면 좋고 못 타도 상관 없었기에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ㅎㅎ 그래서 유유히 다시 주록리를 둘러보는데, 문득 장흥리에서 오후 4시 55분에 버스가 있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현재 시간은 오후 3시 40분.
주록리에서 장흥리 쪽으로 걸어 보고 싶기도 했고, 때마침 지금 가면 시간이 맞았기에 슈퍼에서 파워에이드 하나를 사고 오후 3시 45분에 장흥유원지 쪽으로 슬슬 걷기 시작합니다.
주록리를 벗어나니 고속도로 공사를 하는지(제2영동고속도로인 모양입니다) 장흥리로 가는 길 주변은 공사판이 따로 없었죠. 차라리 철도를 만들면 모르겠는데 대한민국에 더 이상 고속도로를 만들 이유가 있을지? 지금만 해도 경북 산악지대와 동해안 쪽 일부를 제외하곤 사방 천지에 고속도로가 깔려 있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상당한 의문이 드네요. 물론 거리가 멀어질수록 철도가 비행기에게 밀리지만 그건 땅덩이 큰 나라 이야기고, 우리나라같이 좁은 나라의 경우는 철도가 상당한 물류소화력을 보여 줄 수 있는데... -ㅅ-;;;
그렇지만 공사판을 벗어나 앞으로 걸어가니 지도로만 봤던 금사저수지가 실제 눈앞에 보입니다. 밤이 되면 암흑천지가 될 것이 틀림없었지만, 우와 이쪽의 풍경은 정말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있습니다. 좋은 포인트를 찾아 카메라로 사진 여러 장을 박는데 와 입을 다물수가 없더군요. 정말 다리 품 조금만 팔면 이런 멋진 것도 볼 텐데 ㅋㅋ
경치가 진짜 좋았는데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게 아쉽기만 했습니다.
저수지를 지나 앞으로 걸어가니 급커브 고갯길이 등장합니다.
제가 주록리에서 장흥리로 가는 입장이라 내리막길이었는데, 장흥리에서 걸어가려고 했으면 꽤 힘들었을 것이 어렵지 않게 예상되었죠.
사실 이 당시 기준으로 주록리에서 장흥리로의 막차 연계를 할 때에도 이 고갯길을 지나야만 했는데, 그분께서 왜 그건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하셨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사실 곤지암에서 오후 7시 40분에 있는 주록리행 버스를 타고 주록리에 도착하면 오후 8시 20분이 약간 안 되는 시간인데, 바로 장흥리로 걸어가면 장흥리에서 오후 9시 20분에 이천으로 나가는 막차를 탈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결행에 옮기면 무조건 성공해야만 하는데, 이 길에는 가로등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암흑천지의 산길을 1시간이나 걸어야 하니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죠. 이걸 시간표 보다 처음 알게 되었던 그 당시에는 정말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고개를 내려와 계속 앞으로 걸어가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집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어느새 장흥리 종점에 도착해 있었죠.
주록리와 장흥리는 아시는 분들께서는 매우 잘 아시다시피 직선거리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길이 구불구불하다보니 의외로 거리가 먼 편입니다. 지도로 재 보니까 대략 4km 정도였는데, 저의 경우는 걸음이 빠른 편이라 오후 4시 33분쯤 장흥리에 도착했지만 실제로는 1시간 잡아야 하죠. 오히려 전 1시간 잡고 왔는데 생각보다 좀 빨리 도착해서 놀랐었네요.
그리고, 역시 여주버스가 안 왔던 것은 복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여주버스가 왔더라면 오래간만에 하품과 상호리 등을 구경하며 이포 간답시고 탔을 테고, 그러면 저런 경치들은 볼 수가 없었을 테니까요. 장흥리에 들어오는 버스 사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장흥리 이곳 다시 와보니 상당히 괜찮습니다. ㅋㅋ
장흥리 노선은 이포까지 올라오는데 에지간히 지체되지 않는 이상 종점에서 시간이 남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다음 카메라를 켜고 대기하고 있으니 오후 4시 40분에 버스가 옵니다.
버스에 오르니 기사아저씨께서 오후 4시 50분에 출발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전엔 오후 4시 55분이더만 언제 또 5분 앞당겨졌지? 거참 모를 일입니다. 대월 쪽 노선들은 시간이 꽤 남던데 -ㅅ- ㅋ
버스 사진도 찍고 언제 또 올지 모를 장흥리 종점을 담아두며, 오후 4시 50분에 버스는 이천을 향해 출발합니다.
버스는 오후 5시 정각에 이포를 찍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이천으로 내려가면 되지만, 왠지 그냥 내려가기엔 아쉬워서 뭔가 다른 거 타볼 거 없나 살펴보니 이천에서 오후 4시 50분에 출발하는 내사리 노선이 있더군요. 시간상 좀 불안했지만 외사사거리에 내린 후 흥천 쪽으로 서둘러 뛰게 되었습니다. 장흥리에서 외사사거리까지는 20분이 걸리더군요.
내사리 종점에서 타고 나오기에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이 시간에는 내사리 노선이 상대리부터 갔다가 내사리를 가는지라 상대리 구간도 볼 겸해서 이렇게 한 겁니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아래 사진과 같은 다리가 보이는 지점에서 결국 상대리,내사리 행선판 꽂은 New BS 미디 하나가 나타나 할아버지 한 분 내려주고는 저를 앞질러 슝 가버립니다.
상대리는 나중에 가봐도 되니 미련 두지 않고 다시 되돌아나오는 버스에 환승을 찍고 승차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위험한 짓이었죠 금방 되돌아 온 것을 보니 상대리 회차장소가 그렇게 먼 곳은 아닌 듯 했지만, 내사리 버스가 10분만 늦었더라면 나름 괜찮은 코스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ㅋㅋ 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이포 쪽으로 올라간 버스는 곧 내사리입구에 도착하는데, 우와 진짜 그 좁은 길로 좌회전을 해서 버스가 들어갑니다. 그분과 석준형이 탔었을 땐 대형차였다는데, 워낙 길이 좁다보니 대형차가 이 길을 간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더군요. ㄷㄷ;; 내사리 마을회관에서 회차한 버스는 오후 5시 35분에서 1분 조발하여 다시 이천을 향해 출발하였고, 이번엔 조읍, 어산 노선을 잡기 위해 백사중학교에서 하차합니다.
이전에 내촌리 차를 탔던 기억이 있어 조읍1리까지는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고, 걸은 지 10분만에 조읍1리 마을회관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조읍, 어산 노선을 타면 마음놓고 이천으로 갈 수 있다는 석준형의 정보가 있어 기다리는데, 시간을 다시 확인해보기 위해 시간표를 살펴본 순간....으악;;;; 혹시나 싶더라니 역시나입니다. 전에 시간표를 살펴봤던 기억으론 이 노선의 특이사항으로 일요일, 공휴일 운휴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목요일이었지만 8월 15일 광복절이지요. 즉 공.휴.일 입니다.
결론은 지금 이렇게 걸어온 건 뻘짓이었던 겁니다. 으악;;; 왜 이걸 다시 확인하지 못 했었을까;;;
다시 왔던 길 돌아가기는 싫었기에 그냥 도지리에서 8번 타고 이천터미널로 가기로 하고 아예 왔던 길과는 반대쪽인 도지리를 향해 걸어갑니다. 날이 더워 힘들었지만 도지리 종점에 도착하니 곧 8번이 왔는데, 오후 6시 25분에 간다고 합니다. 도지리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았던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휴 ㅋㅋ
이번에는 8번을 타고 이천터미널을 향해 가는데, 처음엔 백우리 차와 똑같이 이천으로 가는듯 싶다가 이마트를 찍고 나오질 않나 처음 보는 길로 뱅뱅 돌아 이천터미널로 진입합니다. 터미널 가기 바로 직전에 안흥지가 있었는데 이천 안흥유원지가 이천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렸습니다. 터미널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을 줄이야 ㅋㅋ
게다가 이천터미널이라고 내려주는 장소도 달랐는데 다른 차들처럼 신둔홈이나 장호원 방향 쪽이 아니라 어디 골목길 쪽으로 들어가 내려주더군요. 정류장을 보니 이곳이 한내과입니다. 8번을 탄 덕에 터미널 오기까지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생각지도 못한 걸 보게 되어 좋습니다. ㅎㅎ
이천터미널에 와보니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버스들은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습니다. 기존 차량들과 더불어 새로 들어온 NEW BS 미디들도 속속 보였는데, 신차들이 이전에 비해 더 잘 보이더군요. 어디 다른 곳에서 운행하다 이곳으로 온 차든 신차든 간에 여기도 차량들은 좋아질 것이 틀림없었지만, NEW BS 미디의 숫자가 늘어난 걸 보니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NEW BS 미디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제 이천의 오지노선에 오늘 장흥리나 주록리 차 같은 구형 디젤 로얄시티, 즉 대형버스가 들어갈 일은 점점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대월 쪽 노선 타던 날 보니 송라리 차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로얄시티긴 했었는데, 그게 계속 이천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데에 이용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안산행 버스는 진작에 갔을 테고, 어떻게 집에 돌아갈 지 고민이 됩니다.
수원행 버스를 타봤자 그 복잡한 수원역을 또 거쳐가야 할 게 뻔했고, 수인선은 도대체 언제 생기는거냐 생각 끝에 3번을 타고 용인으로 간 다음 안산행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는 3번을 타고 용인을 향해 가게 되는데, 저번에 탔던 3번답지 않게 매우 빠르게 가서 놀라게 됩니다. 덕분에 용인터미널에는 오후 8시에 도착을 하는데, 이 때문에 오후 8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는 놓치고 30분 뒤의 다음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되었죠.
2000-2번과 여주버스 때문에 독박도 쓰고 허탕도 쳤지만 주록리 계곡과 금사저수지의 멋진 풍경도 보고, 내사리 노선도 타볼 수 있었던 나름 아름다운(?) 날이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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