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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11월 9일 - 궁평항, 조암 간단한 시승기가 되어버린 11월 초순 어느날의 여정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4. 11.

그동안 쭉 집에만 있었는데 잠시 바람도 쐴 겸 해서 궁평항과 조암, 안중을 다녀오기로 하고 오전 10시 1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사실 좀더 일찍 나갔어야 했지만 버스 시간 알아보고 하다보니 그만 늦었는데, 궁평항에서 오후 12시 15분쯤 있는 조암행 버스를 탈 수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수원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48분. 

결국 조암 가는 건 놓쳤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1004번 타는 곳으로 가보니 1004번이 한 대 출발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가 오후 12시가 되어야 출발할 것 같았는데, 불행히도 이 예상은 맞아들어가고 맙니다. ㅠㅠ

오후 12시에 정확히 수원역을 떠난 1004번은 세평지하도를 지나 남양 방향으로 쭉 달려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사거리에서 카운티 한 대가 신호 위반을 하려는지 좌회전을 하려는 바람에 충돌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그 차량을 화난 듯이 쳐다보는 건 기본 옵션이었죠. -ㅅ-;;;;

1004번은 비봉,원평을 정차하지 않기에, 서신을 가는 남양여객 버스들에 비해 무지하게 빠르게 서신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양여객 400-1번과 990번은 일반 시내버스로 전환되어 다들 초록색으로 도색이 바뀐 상태였는데, 서신에는 그동안 파란색 버스들뿐이었는지라 뭔가 색다릅니다. ㅎㅎ



서신에 도착해 궁평항 가는 버스를 찾으니, 오후 1시 10분에 있다고 합니다. 정말 조암행 버스는 놓친 것이 확정이었죠. 궁평항을 가야 했지만, 궁평항에 가는 버스는 궁평항 해수욕장이라는 판대기 앞에 걸어놓은 400번 좌석버스가 유일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기다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혹시 몰라 잔돈을 바꾸러 가게에 들어가니 그냥은 안 된다고 하더군요. -ㅅ-;;;;

그동안 가게에서 돈 한 두번 바꿔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거절당하기는 여기 서신터미널 앞 가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경기남부 지역에서 말이죠. -ㅅ-;;; 결국 마침 목도 조금 마르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바나나 우유 하나 삽니다. 가게를 나와 보니 커플 한 쌍이 근처에서 노닥거리고 있더라구요. -ㅅ-;;;


버스 시간이 되어 기사아저씨께 요금을 물으니 1600원이라고 합니다. 좌석버스였고 현금으로 요금을 내려고 했으니 1600원이 맞았지만, 여기서 궁평항까지 많이 멀지도 않은데 1600원 씩이나 내야해서 속은 상~당히 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금통에 2000원을 넣으니 100원짜리 동전 네 개가 돌아옵니다. -ㅅ-;;;

 

 

▲ 궁평항 가는 길. 이 당시에는 빳빳한 신차였던 등장한 뉴슈퍼 에어로시티 F/L이 걸렸습니다.



서신터미널을 떠나자마자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은 궁평항 방향이고 오른쪽은 제부도 방향이었습니다. 제부도는 가본 적이 있었으므로 이제는 왼쪽 길로 가볼 차례였고, 버스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안내방송은 궁평항으로 가는 동안 계속 나오지 않았지만, 서신초등학교를 지나니 시골 풍경이 다시 펼쳐집니다. 바닷가 바로 근처로 가는데도 의외로 구불구불한 길이 있었는데, 의외로 버스가 한참 가더군요. 

오후 1시 27분쯤 삼거리가 하나 나왔는데 기사아저씨께서 거기 구석에 버스를 세우더니 여기가 종점이니 내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저는 궁평항에 오게 되었습니다.


▲ 서신에서 온 궁평항행 버스의 종점은 이곳이었습니다. 궁평항은 여기서 내려서 조금 걸어들어가야 하며, 멀리 화옹방조제가 쭉 뻗어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ㅅ- ㅋ

 

▲ 회차를 마치고 출발 대기중인 버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와 배가 보일 걸로 생각을 했는데 의외의 모습에 놀랍니다. 하지만 조금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보니 궁평수산물직판장도 보이고 왼편에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마침 가게 앞에 궁평항행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길래 얼른 촬영을 하는데, 아침 출퇴근 시간에만 1시간 간격이고 그 외에는 전부 30분 간격이더군요.

 

▲ 궁평항 수산물직판장.

 

▲ 궁평항 버스 시간표. 400번 좌석버스가 서신에서 시간 맞춰 궁평항으로 운행합니다.

 


조암으로 넘어가야 했던 저는 가게에 들어가 조암 가는 버스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버스가 다닌다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진짜 다행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다니는지 안 다니는지 찾아도 안 나오길래 아직도 방조제 공사가 안 끝나서 안 다니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주인 아저씨의 한 마디는 저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조암 가는 버스가 다니긴 하는데, 한참 뒤에 있어. 오후 2시 50분에."

 

지금 시간은 오후 1시 28분이었습니다.

역시 12시대 버스는 가 버린 것이 맞았고, 오후 2시 50분까지는 1시간 20분이나 남아버린 상황입니다. -ㅅ-;;;

그래서 아까 타고 온 버스를 다시 타서 남양으로 나왔다가 발안을 찍고 조암으로 가볼까도 했지만 그 생각은 곧 접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많이 돌아가는 경로인데다, 그렇게 가더라도 조암까지는 1시간 넘게 걸릴테니 결국 그게 그거였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도 뭣했던 겁니다. 또한 지금이 아니면 궁평항에서 조암으로 가는 버스를 타볼 기회도 잘 나지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궁평항이나 구경하다가 조암 가는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구경하게 된 궁평항이었지만, 경치는 정말 좋았습니다. 


▲ 오른편은 갯벌뿐이었지만

 

▲ 왼편에는 시원한 바닷물이 있었습니다.

 

▲ 새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많이 있다보니 소리도 크게 들리더군요. ㅋㅋ

 

▲ 아득히 멀리 있는 바다 저편에는 흐리게 섬이 보였습니다.

 

▲ 제가 궁평항을 방문한 때가 썰물 때였는지 물이 쫙 빠져 있었습니다. 작업을 하는 어민의 모습도 보였죠.

 

▲ 여유로운 궁평항 앞 바다의 풍경. 여기서 일몰을 구경한다면 장관일 것 같습니다.

 

▲ 궁평항 쪽에서 본 화옹방조제. 한 시간 남짓 뒤면 저 방조제를 버스 타고 넘어가겠지요....

 

▲ 다음날 썰물 때 다시 와보면 물고기들이 퍼덕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 과연 이 게는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 인근 섬으로 운행하는 배 요금표. 하지만 매표소는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 궁평낚시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 2009년 11월 9일 촬영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의 푸른 하늘.

 

▲ 낚시터 입구.

 

▲ 궁평항 낚시터 안내문입니다. 이용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구경을 하다가 문득 핸드폰 시계를 보니, 그새 오후 2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20분 뒤면 조암행 버스가 올 텐데, 이번 차마저 놓치면 또 한 시간 이상 여기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둘렀습니다.


▲ 얼른 저 근처로 가야 하는데, 빠르게 걸어갔지만 좁혀지지 않습니다. -ㅅ-;;;



시간이 시간인지라 얼른 걸어갑니다만, 조암행 버스를 타는 곳이 의외로 멀었습니다. 게다가 길에 자동차와 사람들로 뒤엉켜 속도도 더뎌지고 있었는데, 이러다 버스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죠.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저는 오후 2시 45분에 미리 봐둔 조암행 버스 타는 곳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궁평항에서 조암 가는 버스는 이곳에서 타야 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니 의외로 조암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저 말고도 또 있더군요. 버스 시간이 다 되자 몇 명의 사람들이 속속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나타났고, 이윽고 오후 2시 48분이 되자 저 멀리 건너편에서 드디어 경진여객 시내버스가 옵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버스였기에 정말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올라 보니 출입문에 DJ처리와 함께 아자아자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ㅋㅋ

 

▲ 조암 가는 버스에 붙어 있던 "DJ처리와 함께 아자아자" 스티커. 여기에도 아자아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윽고 오후 2시 50분에 정확히 버스는 조암을 향해 출발하였고, 바로 화옹방조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 도저히 끝을 알 수 없던 화옹방조제.

 

▲ 방조제 옆으로는 서해 바닷물이 있었습니다.

 

▲ 버스가 정말 대단한 속도로 5분 이상 달렸는데도 끝은 보이질 않고 있었습니다.



화옹방조제는 정말 장난 아니게 길었는데, 이 노선의 대부분이 방조제 구간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궁평항에서 저 방조제 끝까지 전부 걸어서 건너간다면 진짜 대단한 분으로 인정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버스가 멈춤 없이 계속 빠르게 달렸는데도 방조제를 넘어가는 데  10분 이상이 걸렸더군요. 정말 궁평항까지 다니려면 기름값 안 아까울지, 기름값은 벌긴 버는 걸까 싶습니다. 방조제를 넘어가니 우정읍 매향리였고, 버스는 매향2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손님들을 태워 조암을 향해 갑니다.


▲ 고요하기만 했던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2리.



매향리에서 조암은 그리 멀진 않았습니다. 10분 정도 뒤에 조암 시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 조암에 다 와간다는 신호였던 조암삼거리.

 

▲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조암리. 우정이라는 지명보단 조암이란 지명이 더 인지도 있죠.

 

▲ 제가 타고 온 조암~궁평항 노선입니다. 화옹방조제의 그 어마어마한 길이가 압박이지만 정말 탈만합니다. 한때는 방조제 공사 때문에 궁평항에 가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궁평항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조암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입니다. 그런데 막상 어렵게 도착한 조암에선 할 게 너무 없었습니다. 그분께서 했던 방법으로 안중을 가볼까 했지만, 시간이 맞질 않았던 겁니다. 결국 발안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조암터미널을 둘러봅니다.


▲ 굉장히 분주했던 조암터미널.

 


조암터미널은 화성시 우정읍의 각 마을들로 연결되는 관문인 덕택에 정말 매우 분주했는데, 어르신들과 학생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터미널 그 자체도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영락없는 시골 터미널의 모습이었는데, 그저 초록색으로만 칠해진 시내버스들과 수원으로 가는 시외버스, 그리고 발안과 봉담을 거쳐 사당역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는 게 진짜 시골 버스터미널과의 유일한 차이점이었습니다. 터미널 한편에는 시간표가 붙어있었는데, 발안~구문천리 버스 시간표도 적혀 있었습니다. 아니 시간표가 정작 필요한 데는 있지도 않고 왜 엉뚱한 데에만 적혀 있는 거여??

 

 

▲ (9장 모두) 이 당시의 조암터미널 시간표.

 

 

시간표를 찍은 저는 시외버스 대신 33-1번을 타려고 33-1번 타는 장소를 찾았지만, 두리번거리던 그 짧은 틈에 33-1번 한 대가 약올리듯 발안을 향해 도망가 버립니다. 조암농협엔 서지도 않았죠. ㅜㅜ

결국 저는 눈물을 머금고 마침 출발하려던 수원역행 시외버스에 승차하여 발안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남양으로 올라가는 50-1번은 언제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 다른 노선들 모두 한참 뒤에나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더군요. 발안까지의 요금은 1100원이었는데, 발안까지는 만나는 모든 정류장에 정차하는지 안내방송이 금방금방 나옵니다. 안내방송은 잘 나와주었지만, 막상 발안이라길래 내렸더니 바다마트가 아닌, 발안시내였지만요. -ㅅ-;;;

알고보니 한 정류장 잘못 내린 것이었지만, 오히려 잘못 내려서 알게 된 정보도 있었습니다. 조암, 그리고 안중 가는 시외버스는 발안삼거리에서 골목길로 들어가 좁은 다리를 지나 발안시내로 들어온다는 것. 그리고 발안 시내가 겉보기와는 달리 규모가 컸다는 것이었죠. 역시 발안이 괜히 향남읍의 중심지가 아니었던 겁니다(※).

※ 이 때 당시에는 향남신도시 아파트들이 건설 중이었기 때문에, 거기 입주한 주민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발안에서 33-1번 타는 곳은 어디인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채, 저는 발안삼거리로 슬슬 걸어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발안삼거리 앞 버스 주차장이 유난히 북적거리네요. 여태껏 못 봤었는데, 원래 이 시간이면 이런가??


▲ 오늘따라 버스 주차장은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 경진여객 시내버스도 이 공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4시 40분이 되자 발안시내버스정류장에 수원여객 32번이 도착했고, 저는 수원역으로 돌아가 전철을 타는 것으로 오늘 시승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