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용문사도 가볼 겸, 용문사를 들렀다가 주읍리 노선과 명성/석산 노선, 성덕/항금 노선을 잡아 광주로 해서 집으로 오기로 하고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섭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청량리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용산역에서 금방 출발예정이었던 중앙선 전철에 숭차를 합니다. 하지만 청량리역에 내려보니 오전 8시 56분이었기에 저는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뛰어야만 했습니다. 작년에 동아리 MT 갈때 열차 시간때문에 허겁지겁 뛰었던 악연이 있는 그 계단이었는데, 이번에도 변함없이 높기만 하더군요. 저는 매표소로 얼른 뛰어가 3600원 주고 용문까지 표를 끊은 다음, 다시 계단을 뛰어내려가 열차에 승차합니다. 계단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모두 전력질주를 해야 했지만, 매표소와 승강장이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열차에 올라 시계를 보니 8시 58분이었는데, 3분이 지나니 출입문이 닫히는지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열차가 슬슬 움직입니다. 정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숨을 고르기 위해 20분쯤 앉아 있다가(그새 덕소역을 지나가더군요), 열차 안을 둘러보기로 하고 이동 중 좋은 곳을 하나 발견합니다.
이곳으로 들어가보니 예상대로 따뜻한 음료를 팔고 있었고, 한쪽에는 게임기와 인터넷 좌석도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훑어본 저는 녹차를 주문했지만, 아쉽게도 녹차는 안 된다는 말에 그냥 "원두" 커피 먹습니다. 이럴 땐 녹차가 딱인데 -ㅅ-;;;
어쩌다보니 녹차 대신 커피를 마시게 되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커피도 맛이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열차가 양수리를 지나는지 멋진 북한강의 모습이 펼쳐지는데, 달리는 열차 안에서 커피 마시며 경치 구경하는 것도 나름 죽이더군요. ㅋㅋ
청량리역을 출발한 이후 쉼없이 달리던 열차는 양평에 정차한 이후, 오전 9시 58분에 정확히 용문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용문역도 옛 역사는 헐어 버리고 새로 지었는지 승강장이 여러 개였고,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승강장을 나가려면 이걸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죠. -ㅅ-;;;
열차에서 내리니 학생 두 명이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는데, 일행이 있었는지 여객전무에게 기다려 달라며 사정을 합니다. 그래서 여객전무가 기다려 주다가, 아무래도 출발시간이 지난지라 출발하려던 찰나에 간신히 그 한 명 뛰어와서 타더군요. 이것 때문에 2분 정도는 지연되었을 듯한 그 열차는 서둘러 용문역을 떠났고, 저는 용문사행 버스를 타기 위해 용문터미널로 향합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용문역을 떠나 터미널로 슬슬 걸어가니, 여주로 가는 금강고속 군내버스 하나가 들어와 사람들 몇 명을 태우고 다시 터미널을 떠납니다. 차량은 동네에서 맨날 보는 디젤 로얄시티였습니다. ㅋㅋ
일단 용문에 온 김에 용문터미널 시간표도 다시 확인을 합니다. 다행히 버스 시간 변동은 없었지만(8월 5일에 겪었던 블랙홀도 계속 존재했습니다. -ㅅ-;;;), 딱 한 가지 변화는 있었습니다. 지평, 구둔 경유 여주행 시내버스 시간표도 적혀 있었다는 것. 그동안 멀쩡히 잘 다니는 노선인데 왜 시간을 안 알려주는지 참 어이가 없었지만 개선이 되어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용문사는 용문사행 버스 종점에서도 좀 더 걸어 올라가야만 할 것 같다보니, 터미널 바로 옆 가게에 들어가 500원 주고 생수 한 병을 삽니다. 버스는 오전 10시 20분에 정확히 용문터미널을 떠나는데, 마룡리를 지나 용문사입구 정류장에서 용문사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제가 탄 버스는 조현리를 경유하여 용문사로 가는 차였습니다. 용문사로 가는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조현초등학교 이정표가 있던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는데, 처음에는 평범한 길이었지만 어느 순간 1차로가 나옵니다. 조현 경유 노선만 이 길을 가는 것 같았는데, 과연 용문사 가는 데에는 그냥 용문사보단 조현 경유 용문사가 더 나을 듯 합니다. ㅋㅋ
조현리 1차로를 계속 질주하니 바로 신점리가 나와지고 버스는 10시 37분에 용문사에 도착합니다.
용문사에서 용문으로 나가는 다음 버스 시간은 11시 40분.
본인은 용문사를 보고 가기 위해 슬렁슬렁 그러나 빠르게 용문사까지 걸어갑니다. 용문산 공원을 가로질러 용문사 일주문까지 가는 데에는 별로 안 걸렸는데 용문사까지 거리를 보니 1km입니다. 15분이면 가겠지 싶어서 여유있으면서도 빠르게 올라가는데, 이런 세상에 1km 라면서 은근히 시간 걸리더군요. -ㅅ-;;; 기왕 용문사 오는데 되도록 천천히 둘러보고 내려가고 싶었는데 시간은 그것도 허락을 해주지 않습니다. 사실 용문사 좀 보고 다른 것도 좀 보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하면 양평에서 오후 12시 30분에 있는 주읍리 노선을 못 타게 되니....ㅠㅠ
그렇게 걸어 올라가면서 등산객들도 몇 명 봅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등산을 하남요??
일주문에서부터 부지런히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용문사에 도착합니다. 절에 걸어가려면 꼭 넘어야 할 것이 하나 있지요.
바로 계.단.
역시나 용문사 바로 앞에도 계단이 있었습니다. 그 계단을 올라가니 용문사의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아무튼 청량리에서 9시 출발 기차 시간 맞추느라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용문사. 계단을 올라가니 바로 정면에 대웅전이 보이고 그 안에서는 스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근디 지금 점심밥 안 주남요? 그새 점심때라고 배꼽시계가 울린다능~
용문사의 규모는 작은 편이었지만 본인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용문사 하면 은행나무만 생각하는데 은행나무만 생각했다면 본인은 용문사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본인이야 겨울도 사계절의 일부이니 만큼 나무도 이파리 달려 있을 때만이 아니라 나뭇가지만 앙상한 겨울 때라도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이라면 겨울이라 이파리도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밖에 없는데 뭣 하러 오겠습니까? 용문사는 은행나무 말고도 충분히 감상해볼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단촐하지만 아담하고 운치있던 용문사를 둘러보고,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데 그냥 가기에는 아까웠던 찰나에 기념품 가게가 딱 보입니다. 뭐를 사갈까 보니 손수건이 보이는데, 가격을 보니 60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쓸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6000원 내고 손수건을 하나 삽니다.
아차!
용문사 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용문사 은행나무일 겁니다. 그런데 용문사 은행나무는 어디 있느냐고요?? 사실 용문사 대웅전에 이르는 계단 입구에 은행나무가 있었습니다. 저도 용문사 안내도를 보고 은행나무가 어디 있나부터 찾았는데 알고보니 바로 옆에 있더군요. 그래서 제일 먼저 은행나무부터 사진에 담았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정말 크기가 장난아니었습니다.
다시 한번 용문사의 풍경을 감상하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아쉽게도 오전 11시 10분입니다. 버스 출발시간인 오전 11시 40분에 늦지 않으려면 지금 내려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물좀 빼구요. ㅋㅋ
이번에는 내려가는 길이라 올라가는 것보다는 시간이 조금 덜 걸릴 거 같아 이번에는 천천히 걷는데, 용문사 입구에 있는 다리를 넘고 조금 가다가 생각해보니, 손수건을 하나 더 사야 되지 싶었습니다.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버스 시간 맞추기 조금 빡빡해질 것을 각오하고 용문사 대웅전 앞 기념품 가게까지 다시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간 다음, 손수건 하나 또 사서 바로 용문사 고갯길을 내려옵니다.
다행히 일주문에는 오전 11시 29분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느긋하게 걸어도 7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이제는 안전했죠. 시간상 친환경농업박물관에는 못 들어가 본다는 게 아쉽기만 할 뿐이었죠. 다음 번 올 때 들어가 볼까;;; 게다가 용문사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는 음식점들이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다 먹어보고 싶지만 역시 이번에도 돈과 시간이 문제입니다. -ㅅ-;;;
그런데 정류장까지 100m쯤 남았는데 버스가 도착합니다. 혹시 조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정류장으로 뛰어가 버스를 타는데, 다행히 현재 시간이 오전 11시 35분이어서 버스는 제가 탄 후에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어쨌든 양평을 오후 12시 30분까지 가는 건 성공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아직 차 시간 남았는데 왜 뛰어왔느냐 하시는데, 이러면서 기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기사아저씨께서 갑자기 양평 갈 거냐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이번 차 용문 갔다가 바로 양평으로 간다면서요. 저는 물론 아싸 고도리였죠. ㅋㅋ
용문사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알고보니 용문을 거쳐 양평까지 한방에 가는 버스였습니다. 용문사 정류장 시간표에는 적혀 있지 않았던 비밀 시간대를 알아낸 순간입니다. ㅋㅋ 기사아저씨께서 용문에 도착한 후 카드 찍은 다음 200원을 더 내라고 미리 말씀을 하셨고, 오전 11시 40분이 되어 버스는 달랑 저 한 명 태운 채 용문사를 출발합니다. 손님은 저 혼자뿐이었으니 자연히 기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용문사~양평 노선이 왜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양평터미널에서 연료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용문사~양평 노선의 시간표는 연료 소모를 고려한 절묘한 시간이었던 것이죠.
양평에서는 기사아저씨와 승객들, 심지어는 길가의 행인마저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용문사 정류장을 빠져나가다가 도로를 걷던 분과 기사아저씨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걸어가던 분이 칡즙을 한 잔 기사아저씨께 드리기까지 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서 그걸 반 잔씩 나눠서 제게도 칡즙을 주시는데, 뜻밖에 저도 칡즙을 먹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라 술술 들어가는데, 기사아저씨께 정말 감사합니다. ㅋㅋ
이번에 탄 버스는 조현리를 경유하지 않았던 덕에 아까와 같이 1차로를 다시 볼 수는 없었고, 용문까지 왕복2차선 도로를 따라 쭉 달립니다. 그냥 바로 용문사로 가는 노선은 역시나 조현 경유 용문사보다는 재미가 없었죠. 그런데 용문 다 와가니 기사아저씨께서 웬 리모컨을 손에 들더니 버튼 몇 번 누르시는 겁니다. 이건 뭔가 궁금해서 여쭤보니 LED 조작하는 건데, 이제 양평 가니까 7번이 나와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도 자연스러운 솜씨에 순간 저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저 - 아니 버튼 몇 번 딸깍거린 것 뿐인데 맞게 표시되는지 어떻게 알아요?
기사님 - (허허 웃으시며) 그러면 용문 갔을 때 한번 확인해 봐.
버스는 오전 11시 56분에 용문터미널로 도착하였고, 기사아저씨께서 한번 확인하고 오라면서 마침 터미널에 대기하던 손님 한 명 태울 겸 앞문을 여셨습니다. 그래서 아까 들었던 말씀대로 하차태그를 하고 잠깐 버스에서 내려 LED를 쳐다봤더니, 이런 세상에 정말 "용문터미널▶ 7 ▶양평터미널" 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운전석에서는 전면 LED가 어떤 내용이 표시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는데 정확하게 출력되니 놀랍기만 합니다. 저는 기사아저씨께 맞게 표시되었다는 뜻인 OK 사인을 보내고 다시 버스에 오르면서 200원을 돈통에 넣었습니다. 버스는 바로 용문터미널을 떠나 양평을 향해 달려갑니다.
용문에서 양평까지는 다시 기사아저씨와 대화를 하며 갑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아들이 두 명 있으며 큰아들은 대학생, 작은아들은 고등학생이라 하는데, 항공고에 들어간 친구분 아들 이야기를 하시며 자기 아들도 거기 들어갔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 하시더군요. 요즘엔 차라리 기술 하나 배워 자기 밥벌이 정도는 하고 사는 게 더 나은 시대라 그런지, 기술 관련 인력 수요와 맞물려 항공계통 고등학교도 생겼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도 성적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을 듯 했지만,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군대 시절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 스타 운전병이었다고 합니다. 와;;;; 장군님 차를 모는 운전병이 된다는 것은 분명 운전병에게 있어 영광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 운전병이라고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물론 몸은 편한데, 고생한 기억 등이 없으니 추억으로 남지를 않는답니다. 음....
대화를 하다보니 버스는 벌써 양평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시간은 오후 12시 15분이었고, 기사아저씨께 아쉬운 작별인사를 드리고 버스에서 내려야 했죠. 기사아저씨께서는 좋은 여행 되라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용문에서 양평 가는게 은근히 블랙홀이었는데 의외로 잘 풀리는 등, 오늘 시승에 크게 도움을 주신 기사아저씨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1박 2일에도 나오고 개그콘서트에도 나오는, 이름 대면 누구나 아는 개그맨. 그 이름하여 이수근.
그 이수근의 고향이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주읍리라는데, 드디어 그분의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주읍리 노선을 타기 위해 터미널 승차장에 나가보니 백안3리 가는 버스 옆에 제가 타고 갈 주읍리, 곡수 판대기 꽂힌 차가 있었는데(주읍리를 경유하고 곡수로 갑니다), 백안3리도 하루 3번밖에 없는 희귀종이라 잡아보고도 싶었지만 역시 주읍리가 더 끌렸기 때문에 저는 주저하지 않고 주읍리를 기다립니다. 오후 12시 29분이 되어서야 그 주읍리,곡수 판대기 꽂힌 차가 승차장으로 들어와 카드를 찍는데, 분명 용문에서 11시 55분에 카드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환승이 되네요. 사실 30분에서 몇 분 더 준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환승할인의 위력은 쩝니다. ㅋㅋ
버스는 오후 12시 30분에 정확히 터미널을 출발하였고, 양평군청, 양평읍사무소를 경유하며 저와 더불어 할머니들을 가득 태운 채 바로 개군으로 달립니다. 오후 12시 49분에 개군터미널에 도착하여 터미널에서 할머니 세 분이 타시는데, 버스가 잠시 대기하더니 손님이 없자 그냥 출발합니다.
그런데 곧이어 나온 삼거리에서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개군 어귀의 삼거리는 좌회전이 불가능했는데 버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좌회전을 했던 것입니다. 개군터미널의 위치와 운행경로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상당히 뜻밖이었죠.
이윽고 산수유마을을 향해 들어가는 버스. 왕복2차로 도로 그대로 부1리와 자연리를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주읍리가 가까워져 오니 정말 개쩌는 1차로 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야 ㅋㅋ
정말 개쩌는 1차로 길로 버스가 가는데, 맞은편으로 오던 승용차 하나 만나서 시간을 조금 잡아먹습니다. 이따금씩 과속방지턱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거길 지날 때마다 버스가 엄청 흔들리네요. 후아;;;
버스 하나 지나가기 벅찬 1차로 길을 쑤시던 버스는 마침내 주읍리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주민 몇 명을 태우고 바로 돌려 나갑니다. 버스는 다시 한번 아까 들어왔던 개쩌는 길을 제게 선사해 주고는 바로 이웃한 수곡리를 향해 달립니다.
주읍리에서 3분쯤 달려 도착한 수곡리. 수곡2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더니 또 한번 쩌는 길을 버스는 달립니다. 정말 주읍리 노선은 대박이었죠. ㅋㅋ
논두렁길을 질주한 버스는 조그만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언덕을 올라갑니다. 중형 미디였지만 그럼에도 만만찮은 길이네요. 와;;;;
버스는 좁은 1차선 길을 따라 수곡2리 마을회관까지 들어와서 회차를 합니다. 여기는 아까 주읍리 마을회관 앞보다 공터가 더 좁다보니 이걸 어떻게 돌리나 싶더군요. 하지만 우리의 기사아저씨께서는 극악 회차의 진수를 보이는데,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곡리를 빠져나와 다시 큰길로 진입한 버스는 그동안 참아왔던 힘을 폭발시키려는지 곡수리를 향해 신나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오후 1시 10분이었고, 5분 후 곡수리에 도달했죠. 이제 곡수삼거리가 가까워졌기에 교통카드를 찾는데, 이럴 수가 카드가 안 보입니다.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졌는데 안 보입니다. 게다가 제가 내릴 곡수삼거리는 가까워 오고 있었죠. 다시 이 머나먼 곳에서 또 카드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인가;;;; 이번엔 카드 산 지 8개월밖에 안 됐는데 ㅜㅜ
하지만 안절부절못한 상태로 내리는 문으로 가려고 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카드 의자 아래에 떨어져 있다고 알려주셔서 정말 천만 다행으로 카드를 찾아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는 정말 감사합니다. ㅜㅜ
이제는 용문에 오후 2시 정각에 도착할 석산리 노선을 타야 했습니다. 여주에서 출발해서 이곳 곡수삼거리까지의 소요시간을 고려하면 용문 가는 버스가 오후 1시 30분쯤 올 것 같았는데, 과연 그러면 30분 안에 용문까지 갈 수 있을지가 문제였죠. 하지만 막상 오후 1시 30분이 지나가도 버스가 안 옵니다. 용문 가야 되는데 -ㅅ-;;; 반대편에는 개군을 거쳐 온 듯한 여주행 버스가 잠시 정차했다가 가버렸고, 결국 오후 1시 30분을 지나니 예상대로 버스가 도착하더군요.
드디어 버스가 온다는 기쁨에 버스가 제가 있는 곳으로 오겠지 하면서 여유있게 기다립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는 제가 있는 정류장 쪽으로는 오지도 않고, 삼거리에서 바로 직진하여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헐;;;
저러면 용문 안 가고 개군으로 해서 바로 양평 올라가버리는데 -ㅅ-;;; 정말 꼭 타보고 싶어 계획했던 석산리 노선은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저는 어쩔 수 없이 차도를 건너 얼른 그 버스에 승차하여 양평까지 타고 옵니다. 양평에는 오후 2시에 도착했습니다. 아놔 그새 여주~대신~양평 시내버스 시간이 바뀌었나?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안 것이지만, 불행히도 제가 그때 시간표 보면서 하나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오후 1시 정각에 여주터미널에서 양평행 시내버스가 출발하긴 하는데 용문경유 양평행이 아니었으며, 그 다음 버스인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이 용문 경유 양평행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곡수삼거리에서 오후 1시 30분에 용문 경유 양평행이 오지 않았던 것은 아주 당연한 거였죠. ㅜㅜ
기왕 석산리 노선을 못 타게 되었으니 다른 거 뭘 타볼까 하고 터미널에 붙은 시간표를 보는데, 이상하게 오후 2시~3시 사이에선 도저히 뭐 할 만한 게 없더군요.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하나 있었습니다. 오후 2시 20분에 있는 원덕 노선이었죠. 승차장으로 나가보니 벌써 원덕 판대기 끼워진 차 하나가 있습니다. 마침 그 차에서 기사아저씨께서 나오시길래 왕복으로 탄다고 양해를 드렸더니 20분에 출발한다는 말씀을 하고는 어디론지 가버리십니다.
출발할 때가 되어 버스에 올라 요금을 현금으로 냈는데 원덕까지는 1100원이라고 하여 2200원을 냈습니다.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왜 2200원 내냐고 하시는 겁니다. 아니 편도가 1100원이면 왕복이니까 2200원 맞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갸우뚱하고 있으니, 이 노선은 가면서 한 바퀴 빙 둘러 오니 1100원을 더 낼 필요가 없다고 하시며 500원짜리 두 개, 100원짜리 하나로 간단히 1100원을 다시 돌려 주셨습니다. 원덕 노선을 타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라 막연히 종점 갔다가 돌려 오는 식으로 가겠지 했는데 순환이라니 정말 뜻밖이었죠.
조금 민망한 상황이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버스는 오후 2시 20분에 터미널을 떠나 용문 방향으로 가는 다른 노선들과 똑같이 양평읍내를 돌고는 용문쪽으로 쭉 달립니다. 처음에는 그동안 용문 갈 때 많이 지나다녔던 길이 나와 식상했지만, 그 길만 쭉 가면 원덕 버스가 아니죠. 봉성2리에서 우회전을 합니다. 처음엔 왕복2차로 길이었지만 다시 1차로 길이 저를 반기더군요. ㅋㅋ
버스는 원덕역을 지나 계속 개쩌는 1차로 길을 달립니다. 1차로 길을 계속 지나가니 조그만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개군면 표시가 나옵니다. 이젠 읍면까지 헷갈리게 경계를 막 쑤시더군요. 뜬금없는 개군면 이정표에 의아한 가운데 버스는 그동안 많이 보았던 큰 도로로 나와졌고, 곧이어 나타난 양평읍 이정표를 뒤로하고 버스는 다시 양평을 향해 달립니다. 원덕 노선의 구조가 파악이 되었죠. ㅋㅋ
순환이면서 정말 개쩔었던 원덕 노선. 짧은 편이었지만 굵었던 그런 노선이었습니다. 다시 읍내로 돌아와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정각이었고, 기사아저씨께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고(다행히 기사님께서 고개 끄덕여 주십니다) 버스에서 내렸죠. 서둘러 터미널 근처 편의점에서 요기를 한 저는 이제 뭘 타지? 고민하다가, 날 추운데 집에 들어오는 게 낫지 않겠냐고 집에서 전화도 오고 하여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6번 국도를 통해 식상하게 집으로 가긴 또 싫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오후 3시 40분에 설악을 가는 버스가 있길래, 설악을 찍고 청평에 가서 기차를 타기로 했죠. 오래간만에 설악도 가 보고, 청평터미널 시간표 갱신도 시킬 수 있으니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양평에서 설악으로 가는 노선은 저번에 탔던 청평~양평 노선의 단축 버전인데, 이번에는 반대로 양평에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정말 압박스러운 높은 고갯길을 반대로 올라가는 느낌은 또 어떤지 궁금하더군요. ㅎㅎ 오후 3시 30분이 되자 양동행 버스가 출발 직전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보내고, 조금 더 지나니 드디어 설악행 버스가 승차홈으로 들어옵니다.
양평에서 설악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4번 있는데, 첫차와 막차는 진흥고속 군내버스가 청평에서 출발하여 설악을 찍고 양평에 오는 것이고 그 사이 2번은 금강고속 군내버스가 설악과 양평을 오가는 체계였습니다. 제가 타는 버스는 설악까지만 가는 금강고속 군내버스의 막차인 셈.
버스는 오후 3시 39분에 저 외에 3명을 더 태우고 터미널을 떠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읍내를 돌고 가는 게 아니라 터미널 바로 터미널 뒤편 도로로 직진을 하더니, 설악,청평 쪽으로 우회전을 해 버리네요. 덕분에 버스 탄 지 5분도 안 되어 양평읍내는 보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헐;;;
이제는 곧이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신애리를 지나 계속 북쪽으로 달리는데, 신복리를 지나니 드디어 이 노선의 백미가 등장합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고갯길의 입구가 등장한 겁니다. 이제부턴 산봉우리를 몇 개는 넘을 것 같네요;;;
이 고개는 5월달에 청평~양평 시내버스를 타면서 넘어왔던지라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 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지나간다는 차이가 있었는데, 버스는 고갯길 입구부터 시작해서 정말 끊임없이 올라가기만 합니다. 덕분에 기어 변속 한번 잘못했다가 시동이라도 꺼먹으면 바로 죽음인 아찔한 순간이 찾아왔죠. 기사아저씨께서 버스가 힘이 딸리는 것 같으면 다시 저단 기어로 바꾸며 악셀을 밟는데, 정말 힘들겠다 싶습니다.
U자형 코너링에 경사도가 10% 이상 되는 고개를 오랫동안 달리다가 갑자기 평지가 나오는데, 아직 중미산휴양림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고개의 정상은 가평/양평 군계였으니 더 올라가야 되겠다 싶었는데, 문호리 쪽으로 가는 길 갈라지는 지점을 지나니 역시나 급한 오르막이 다시 시작됩니다. 정말 청평~양평은 끝도 없이 올라가는 이 개쩌는 고갯길이 키포인트인 것 같네요.;;;
정말 끝도 없이 올라갔던 개쩌는 고개.
가평/양평 군계를 넘으니 곧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내리막도 정말 개쩝니다. 드리프트는 기본 옵션이고 정말 고개가 많이 험하더군요. 고개를 처음 올라갈 때부터 내려갈 때까지 민가는 하나도 없었고, 정류장 간격도 정말 멀었습니다. 순간 포천의 광덕고개는 얼마나 험한지 궁금해졌지만 그건 나중에 포천 가서 풀기로 하고, 끝없는 오르막과 끝없는 내리막의 이 고개를 감상합니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하니 유명산입구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양평으로 가는 진흥고속 로얄미디 하나가 맞은편으로 슝 지나갑니다. 양평 가는 버스 막차였죠. -ㅅ-;;; 유명산 삼거리를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민가가 등장합니다.
그러고보니 청평에서 양평을 갔던 날, 제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던 그 할머니께서 천안리에 사시던 것 같았는데 지금도 잘 지내고 계실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그러잖어도 요즘 날씨 추운데 월동 준비는 잘 하셨을지 싶습니다. 아무튼 버스는 대단한 속도로 설악을 향해 달려주었고, 천안리를 지나 오후 4시 20분에 설악에 도착합니다.
설악은 6개월 만에 다시 와보는데, 무지하게 추웠습니다. 벌써 해가 넘어가려는지 하늘은 이미 빨간 빛으로 물들고 있더군요. 제가 탔던 버스가 어디서 회차하는지 확인을 하고 설악터미널 시간표를 카메라로 잘 박아두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여기서 청평으로 나가는 버스가 1330-5번과 공영버스들 모두 통틀어도 오후 5시 25분 이전에는 버스가 없었던 겁니다. 설악에도 블랙홀 타임이 -ㅅ-;;;
날씨가 추웠던 탓에 기왕 이렇게 오래 기다릴 바에야 차라리 다른 오지노선을 타볼 겸, 아무거나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왕복으로 타고 나오기로 하고 시간표를 살피니 모곡 가는 게 오후 4시 30분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가 보지 않았던 모곡도 가 볼 겸 이 버스를 타보기로 했죠.
버스가 곧 올 예정이라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드디어 모곡 판대기가 끼워진 진흥고속 글로벌 900 차량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번에는 카드 찍고 버스를 타는데, 모곡은 경기도가 아니라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있는 동네였기에 저는 졸지에 도 경계를 넘어가는 경기도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집으로 들어가려는 듯한 느낌이네요. -ㅅ-;;;
설악에서 모곡으로도 버스가 간다는데, 도대체 어떤 길로 모곡으로 가는 건지 오늘 그 궁금증을 풀게 되었습니다. 설악면사무소 앞 로터리에서 홍천,모곡 쪽으로 가더군요. 마침 버스 안에 시간표가 있어서 그걸 슬쩍 살펴보니 청평~모곡 군내버스는 하루 6번 다니는데, 모곡에서 조금 더 간 곳에 있는 개야리에도 하루 2번 들어간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대를 살펴본 저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번 차가 청평에서 오후 4시 10분에 출발한 버스였는데, 개야리 들어가는 시간대였던 겁니다. 모곡에 이어 개야리까지 구경하게 생겼더군요. 헐;;;;
버스는 창의리와 위곡리를 지나 동쪽으로 달립니다. 위곡3리는 아쉽게도 들어가지 않는데, 위곡리를 지나니 갑자기 고갯길을 올라가는 겁니다. 이 고갯길은 생각외로 매우 험했는데, 청평~양평 군내버스를 또 탄 것 아닌가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와;;;;
정말 험했던 고개를 넘으니 바로 동막리가 나오는데, 한쪽에는 길곡리까지 1.5km라는 이정표도 나옵니다.
그런데 시간은 아직 오후 5시도 되지 않았습니다. 모곡에 도착해도 5시 될까말까일 것 같았는데, 막상 개야리 출발시간을 보니 오후 5시 30분이더군요. 개야리에서 오래 쉬다 가는 건가?
모곡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다 내리고 저만 남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무뚝뚝하게 보여 각오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올 때가 온 것입니다. 사실 타면서 말씀드려야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지도 못했었죠. ㅜㅜ
역시나 기사아저씨께서 왜 안 내리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대로 설명을 드리며 청평까지 다시 왕복으로 타고 나간다고 말씀 드리니 별로 탐탁치는 않아 하시더군요. 그래도 방해되지 않게 한번 보고 나온다고 하니, 오후 5시 30분까지 개야리에서 쉬었다 간다고 하십니다. 한참 뒤에나 다시 출발할 건데 그래도 괜찮겠느냐는 말인 거 같아 괜찮다고 대답하니, 버스는 바로 다리를 건너 인적도 없는 강변도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로서 설악에서 개야리 종점, 그리고 개야리에서 청평까지 바로 타고 나오는 뽕뽑기 시승을 하게 된 셈이 되었네요. -ㅅ-;;;
버스는 강변도로를 따라 대단한 속도로 달립니다. 이젠 개야리라는 곳도 가보는구나 싶어 참 후덜덜합니다. 그것도 하루 두 번뿐이었으니 말이죠. -ㅅ-;;
카드 단말기에서는 노선 이탈 운행중이라고 계속 떠들어 댑니다. 하루 두 번 들어가는 엄연한 지선인데도 노선 이탈 취급을 받아 저런 소리를 매번 들어야만 하는 기사아저씨께서는 얼마나 짜증나실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들었습니다. 개야리 노선은 끝없이 뻗어 있던 인적 드문 강변도로의 압박과 더불어, "노선 이탈" 소리가 정말 압박이었다는 기억이네요. ;;;
이윽고 모곡을 떠나고 조금 뒤, 개야사거리라는 이정표가 등장하고 버스 정류장이 보였습니다 .여기가 개야리구나 하는 직감이 딱 오려는 찰나, 이곳 개야사거리가 종점이라며 버스가 멈춥니다. 적어도 마을회관까지는 들어갈 줄 알았는데 마을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않더군요. 개야리 노선은 하루 2번이라는 희소성에 큰 의의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사거리 하나에 주황 불만 깜빡이는 신호등, 그리고 도로 주변으로 보이는 집 몇 채가 전부였으며 아주 가~~끔 자동차가 왔다갔다 하는 것만 빼면 그저 적막하기만 했던 강원도 홍천군 서면 개야리 정류장. 개야사거리 왼편과 오른편에 모두 마을이 있었습니다. 개야리 종점을 둘러보다가, 문득 모곡을 거쳐 개야리까지 오는 직행버스가 있다는 걸 생각하고 기사아저씨께 여기에 직행 들어오지 않냐고 여쭤보니 청천벽력의 말씀을 해 주십니다.
직행 안 다닌다고 합니다.
여기 오는 버스는 대한민국 통틀어 지금 타고 온 버스 이거 하나뿐이라고 말이죠. 하루 2번만 들어오는 이 버스가 마을에 오는 유일한 버스인 셈이었습니다.;;;;
(※ 홍천에서 반곡리로 가는 버스가 개야리로 해서 모곡으로 들어온다고도 들었는데 다시 반곡리로 단축되었을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제 제가 다시 타고 나갈 차가 청평 나가는 막차이기도 하구요. 그나마 종점에서 20분 넘게 쉬었다 나가기 때문에 종점 풍경을 좀더 잘 감상하고 갈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죠.;;;
개야리 종점에서 구경을 하다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버스로 돌아오니 오후 5시 20분이었고, 저는 다시 한번 카드를 찍습니다.
버스 안에는 기사아저씨와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연히 기사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니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도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뜨끔해졌다는;;; 그리고 청평~모곡 시내버스는 눈 오면 아까 그 험한 고개 때문에 결행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눈 오면 제설작업도 못하고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설작업을 하자면 염화칼슘을 뿌려야 되는데, 농민들이 염화칼슘 때문에 땅 안 좋아진다고 난리가 나기 때문에 군청 측에서도 못 뿌린다고 합니다. -ㅅ-;;;
어라? 그런데 버스가 오후 5시 25분에 개야리를 떠나더군요.;;;; 그리고는 다시 모곡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모곡 정류장을 찍습니다. 모곡 정류장에 도착해보니 오후 5시 30분이라, 그 시간이 모곡 출발 시간이었구나 하게 되었죠. 그런데 개야리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였고 아직 밝았었는데, 다시 모곡으로 나오니 바깥이 온통 캄캄했습니다. 그 30여분 사이에 해가 지고 어두워지니 놀랍기만 합니다. 동막리로 가는 길에 손님 한 분 타시는데, 그 분과 기사아저씨께서 서로 아는 사이신지 마을 일 이야기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캄캄한 길을 달리며 아까의 그 위력적이었던 고개를 다시 넘었고, 모곡에서 출발한 지 30분만에 설악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청평 가는 손님 몇 명을 태우고 청평을 향해 달리는데, 청평으로 가는 그 구불구불한 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시 진흥답게 밟습니다. ㄷㄷ;;;
버스는 설악에서 다시 20분 뒤인 오후 6시 20분에 청평에 도착합니다. 모곡에서부터는 50분이 걸렸더군요. 기사아저씨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설악에서 오후 5시 25분까지 버스를 기다려서 타고 나온 것보단 오래 걸렸지만, 대신 모곡도 가보고 개야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죄다 하루 2번 아니면 3번짜리만 탄 것 같네요. ㅋㅋ
청평도 6개월만입니다.
청평터미널의 시간표를 갱신시킨 다음 터미널을 잠시 둘러보는데, 이럴수가 묵안리와 모곡/개야리, 유명산행 직행버스 요금표가 종이로 죄다 가려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버젓이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기사아저씨의 아까 말씀이 사실이었더군요. 6월달만 해도 버젓이 있었는데 그새 이렇게 달라지다니;;;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청평역에서 기차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청평역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청평역사가 그대로 있길래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고, 신 청평역사 가는 안내판이 떡 하니 설치되어 있었던 겁니다.
결국 새 청평역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새 청평역은 청평터미널과는 꽤 떨어져 있었는데, 정말 굳이 이렇게밖에는 지을 수 없었는지 참 의문입니다. 예전엔 그래도 터미널과 연계가 괜찮았는데 ㅜㅜ
게다가 신 청평역으로 가는 길은 가뜩이나 어두운데 제대로 된 안내판도 없었습니다. 하마터면 길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갈 뻔하기까지 했는데, 그나마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청평역 가는 길을 잘 알려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새 청평역의 불빛에 의지하며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길대로 가니 역이 나오긴 했는데, 길 상태가 사람들 걸어가라고 있는 길이 아니라서 문제더군요. 그나마 길 초입만 상태가 안좋고 나머지는 무난해서 다행이었지만 깜깜해진 이후다보니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는 않았죠.
힘겹게 도착한 신 청평역에 들어가 열차 시간을 보니, 매우 환상적인 아다리에 당첨됩니다. 현재 시간이 오후 6시 30분인데 기차 시간이 오후 6시 39분이었던 겁니다. 역 찾아가기 힘들었던 걸 보상하는 느낌이었죠. ㅋㅋ
청량리까지 2900원 주고 표를 끊은 저는 오후 6시 39분에 도착한 청량리행 기차를 타고 청량리에서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여 집으로 귀가합니다. 그러고보니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청량리행 기차를 타는 것으로 끝나게 되니, 나름 수미상관이 있는 시승이었네요. -ㅅ- ㅋ
긴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스 기행문 > 2008년~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년 4월 14일 - 간단한 시승기(화영운수 11-3번...) (0) | 2023.04.28 |
---|---|
2010년 2월 19일 - 양상동을 가는 안산 본토 오지노선인 경원여객 70번 시승기 (0) | 2023.04.22 |
2009년 11월 24일 - 허탕친 재인폭포, 하지만 많은 것을 건진 연천군 버스 시승기 (1) | 2023.04.16 |
2009년 11월 9일 - 궁평항, 조암 간단한 시승기가 되어버린 11월 초순 어느날의 여정 (0) | 2023.04.11 |
2009년 8월 5일 - 시내버스만 타고 하루만에 경기도 외곽라인 일주하기 실패, 그리고 구둔역 시내버스 시승기 (0) | 2023.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