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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10년 4월 14일 - 간단한 시승기(화영운수 11-3번...)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4. 28.

광명역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화영운수 11-3번을 타보기 위한 간단한 시승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화영운수 11-2번이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철산동, 소하동, 고속철도 광명역, 목감동, 시흥시청을 거쳐 월곶까지 운행했었습니다. 편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근성노선인데다 배차간격도 30~40분이었는데 이러한 11-2번이 작년 7월부로 고속철도 광명역 기준, 11-2번과 11-3번으로 쪼개지게 됩니다. 여의도에서 고속철도 광명역까지는 11-2번이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게 되었고 나머지 구간인 고속철도 광명역~월곶은 11-3번이 1시간에 1번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11-2번을 여의도에서 월곶까지 타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안서초등학교에서 고속철도 광명역 간의 길이 좁아서(차선이 없는 구간이 있었을 정도이죠) 나름 놀랐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차량도 구형 로얄시티. 그것에 반해서인지 몰라도, 그 이후 고속철도 광명역을 갈 때면 안양(박달동)까지 31-7번을 타고 왔다가 3번이나 12번으로 환승하면 빠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흥시청에서 11-2번을 타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7월에 11-2번이 반으로 쪼개지는 일이 생김에 따라, 11-3번 차량도 찍어보고 그 길도 다시 한번 가볼 겸 11-3번을 타보기로 한 것입니다. 단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역시 버스 시간.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이라는 정보는 있었지만, 시간을 맞추는 것은 역시나 변함없는 숙제였습니다. 사실 11-3번 정도 배차간격은 과장 조금 섞자면, 그리고 앞으로 시승을 다닐 곳들과 비교했을 때 애교이긴 하지만요. -ㅅ- ㅋ


사실 11-3번은 저번주에도 한번 타보려고 했었는데 철산역에서 11-2번을 탔다가 광명역에 오후 5시 3분에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놓쳤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표 노선은 조발을 하거나 정확한 시간 맞춰 출발하면 했지, 출발시간보다 늦게 출발하는 일은 정말 웬만해선 없다는 불문율을 11-3번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적절한 때를 노려 다시 시도하게 되었고, 광명역행 전철을 이용해 고속철도 광명역에 가기로 한 저는 오후 4시 45분에 영등포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광명역으로 가는 전철은 영등포에서 출발하며 시간표를 보고 타야 될 정도로 배차간격이 길었는데, 시간표도 모르는 상태라 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막상 시간표를 보니 이만하면 6시 정각 출발 11-3번을 타기에는 무리가 없어보였습니다.

 

▲ 광명역행 전철과 천안급행, 동인천급행의 시간표. 오후 5시 11분 광명역행 열차로 자동 낙찰됩니다.



시간 맞춰 승강장으로 올라가보니 광명역행 전철이 서 있었습니다.

4량짜리 단촐한 전철. 
그만큼 손님이 적다는 걸 말해주는 셈이었는데, 실제로 이용객이 많지가 않기에 4량 1편성짜리로 다니는 게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탔을 때에도 자리가 많이 남았었고, 그동안 오며가며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광명역행 전철을 보았던 경험으로도 정말 썰렁한 전철이었으니 말이죠. -ㅅ-;;;

 

 

▲ 4량 입니다의 압박이 느껴집니다. 그나마 차량은 좋은 축이었는데, 사실 저항차 넣어도 될텐데 싶었죠. -ㅅ-;;



전철은 오후 5시 11분에 정확히 출발하여 5시 23분에 금천구청역에 도착 후 광명역으로 가기 시작하는데, 이럴수가 KTX가 운행하는 선로를 그대로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금천구청역 이후 깜깜한 터널을 5분이상 달리기만 하던 전철은 5시 30분에 광명역에 도착합니다.

열차에서 내려 대충 요기를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시간 보내니 오후 5시 50분이더군요. 그래서 천천히 동편 출구쪽 2번 정류장으로 가보니 11-3번이 적혀 있는 로얄시티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11-3번을 놓쳤던 날, 타는 곳을 미리 봐둔 덕택에 버스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죠.

 

▲ 화영운수 11-3번. 기존 11-2번의 고속철도 광명역 이서 구간을 담당하게 된 노선입니다.



11-2번이 반으로 쪼개진 것은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아니 왜 멀쩡한 걸 쪼개?" 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화영운수가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11-3번을 놓쳤던 날에는 11-2번을 타고 광명역으로 갔었는데, 예전처럼 하안동 아파트형 공장 이후 가리대삼거리를 거쳐 광명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소하지구에 기아자동차까지 거친 후에 광명역으로 가는 걸 보았던 겁니다.

소하지구에 제대로 들어오는 버스는 11-2번밖에 없었고, 그래서인지 그쪽 주민들 다 11-2번을 이용하고 있었죠. 그런데 당시의 소하지구는 아직 전부 완성이 된 상태가 아니었으니, 본격적으로 입주가 완료된 이후에는 상당량의 교통수요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런데 기존 11-2번 그대로 운행해 가면서 배차간격 30~40분 찍고 있다면, 들어오는 버스라곤 그거밖에 없는데 배차간격이 기니까 엄청난 민원이 들어올 것은 당연합니다. 화영운수가 물론 11-2번만 변경하고 끝내지는 않겠지만, 11-2번 쪼개는 것만큼 좋은 판단일지는 의문인 거였죠.

11-2번이 반토막나니 시흥으로서는 서울 가는 버스가 없어진 셈이지만, 11-2번은 정말 이 일대에서 왕복 4시간짜리 전대미문의 장거리 노선이었고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닌지라 운행하는 데 애로사항도 정말 많았던 노선이었습니다. 11-2번이 지나는 구간 중 영등포, 신도림, 서부간선도로는 하나같이 상습 정체 구간인데다, 여의도에 집회까지 있으면 배차간격이 가뜩이나 30~40분인데 1시간 이상 벌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했죠.


▲ 2008년에 촬영한, 옛 11-2번 의자의 문구.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인상적입니다. -ㅅ- ㅋ

 

 

그러다보니 항의하는 승객들도 있었고, 제가 타보았을 때 실제로 보기까지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제가 11-2번 기사님과 대화를 하면서 이랬을 정도였죠.

"회사가 월급 좀더 안 주나요?"

그런 운행환경이면 정말 딱 봐도 고되겠더라구요. 화영운수가 시흥시 버스회사도 아니고, 시흥시 구간을 안고 가느라 이렇게 되어버린 노선을 소하지구 개발되고 할 때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도 없죠. 소하지구에 주민들이 들어오니 교통 수요가 발생할 것이고 이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배차간격이 이렇다면, 민원이 장난 아닐 것이 사실입니다. 증차를 하자니 노선도 길고, 배차간격을 좁히더라도 광명역 이후 시흥시 구간은 수요가 영 시원찮을 게 불보듯 뻔하니 화영운수 측에서도 이런 결정을 했을 것이고 말입니다. 시흥시 사람들이나 이 당시의 디시인사이드 시흥갤러리 사람들이 보면 기분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직시해야 하는 것이, 만약 시흥시 구간에서도 수요가 대단했다면 이미 진작에 자주 다니고도 남았을 것이며, 배차간격 길다고 징징거릴 일 자체가 애초에 없었을 거라는 움직일 수 없을 사실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죠.

오후 6시가 되자 버스가 출발하였고, 바로 광명역을 떠납니다. 옛 11-2번 시절 때의 그 길은 과연 보존이 되어 있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해결할 순간이 눈앞입니다.

 

▲ 서독터널. 시흥을 오는 버스들 중 터널 들어가는 시내버스는 흔치 않습니다.



서독터널과 뒷골 정류장을 지나자마자 좌회전을 하여 문제의 그 길로 들어서는 버스. 예전에는 정말 숲속 오솔길로 들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났는데, 이번에는 입구부터 영 예전 느낌이 안 나더군요.

 

 

▲ 이 불길한 느낌은?



계속 안으로 들어가며 보니 더욱 안습입니다. 그새 확장 공사의 손길이 뻗어 있었던 겁니다. 중앙선도 없던 1.5차로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노리실, 장터말 길도 이렇게 사라지고 말았네요. -ㅅ-;;;

 

▲ 길은 그새 확장공사 중이었습니다.

 

▲ 2차선이지만 아직 좁아보이는 도로. 여기는 아직 공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장터말에서 안서초등학교까지는 중앙선이 그어져 있어도 길이 좁다는 이미지는 변함이 없었지만, 나름대로 볼만한 길이 사라지니 허탈할 따름이네요. 안서초등학교를 지나자마자 경원여객 31-7번 다니는 길이 나타나고 버스는 목감사거리로 향했습니다.

 

 

▲ 오늘도 차들이 많던 목감사거리.



목감동은 신천동에서 남동쪽으로 7~8km정도 떨어진 동네로서 안양과 가까워 안양과의 연계가 많은 그런 곳이면서 교통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좌석버스라 아쉽긴 하지만 안산 가는 노선도 있고, 광명을 경유하여 서울로 올라가는 좌석버스들도 있습니다(5601번 덕분에 다른 시흥시 지역과 다르게 목감동만은 상당히 늦은 시간에도 갈 수 있지요). 게다가 수원을 가는 시외버스들도 이곳에 정차합니다.

 

목감동에서 사람들을 좀 태운 버스는 물왕예술제로 유명한 물왕저수지를 지나 연성지구에 다다릅니다. 가면서 월미마을 입구 정류장을 지나는데, 생각해 보니 시흥의 경우 버스로 갈 수 없는 오지도 상당 수 있었습니다. 저 월미마을만 해도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없고, 이렇게 마을 바깥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만 합니다. 이걸 생각하니 기회가 되면 시흥시의 오지기행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 여름에 오면 더욱 시원할 것 같은 물왕저수지.

 

▲ 멀리 보이는 저 아파트 단지가 바로 연성지구입니다.

 

 

시흥고 정류장에 도달하니 31번이 앞에 서 있었습니다. 31번을 보니 지금 저걸 타면 포동 가서 31-5번 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19분이더군요. 이만하면 가능성은 있겠다 싶어 시흥등기소에서 그냥 내렸는데, 이게 웬걸 31번이 안 오더군요(어째 바로 앞으로 안 가고 옆 골목으로 새더니만 -ㅅ-;;;). 31-3번은 5분 뒤에 도착한다고 하고, 바깥이 갑자기 추워지는데 이건 또 웬 난감한 상황인지 -ㅅ-;;;


▲ 31-5번을 타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31번....-ㅅ-;;



예상했던 타이밍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31번이 31-3번보다 먼저 와서 타긴 했는데, 결국 포동에는 오후 6시 33분에 도착합니다. 3분 늦게 도착한 죄로 어이없이 31-5번은 놓치고, 결국 뒤따라오던 경원여객 31-3번을 타고 귀가해야만 했죠. -ㅅ-;;;

그나마 이게 참 무슨 조화인지, 누구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신천삼거리쯤 오니 31-5번이 보이더군요. 기왕 버스 타는 거, 저걸 타고 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만 들 수밖엔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또 타보는 걸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