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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10년 7월 24일 - 실패로 돌아간 양평군 서종면 군내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4. 28.

이력서를 집어넣고 연락오기를 기다리고 하는 등등의 여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병특업체에 취직하는데 성공합니다. 아직은 수습기간이라 적응하는데 바쁘긴 하지만, 취직도 됐으니 주말마다 오지노선 시승을 나가는 것이 가능해졌고, 발로 쓴 거나 다름없는 단순한 이 여행기도 올릴 수 있게 되었죠. ㅋㅋ


2010년 7월 24일.
오늘은 양수리 윗동네인 양평 서종면의 오지노선들을 타보기로 합니다. 기상청의 ㅄ같은 날씨예보에 낚이고 토요일만 되면 비가 퍼붓는 등 3주일이나 집에서 나가지 못했지만,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맑아 도심역으로 가게 됩니다. 이번 계획은 양평터미널을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하는 중미산 경유 문호리 노선과 서후리, 목왕리 경유 양수역행 노선, 그리고 명달리 노선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양평터미널을 오후 1시 50분까지 가야 했는데, 전철을 이용해도 양평까지는 꽤 걸리더군요. 그나마 열차가 지연이 된 상태였으니 양평에 도착하면 오후 1시 40분이 될지도 모르는 일. 그나마 양평역에 내려도 터미널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 또 아니라는 문제까지 있었죠. -ㅅ-;;;

전철 안에서 한참 고민 끝에 도심역에 내려 2000-1번을 타기로 하고, 역을 나와 건너편의 정류장으로 가는데 마침 2000-1번이 오기 직전입니다. 하지만 저는 건너편으로 그 버스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길은 건너야 되는데 이놈의 신호가 바뀌질 않으니 장사가 없었죠. 길 건너에서 단지 횡단보도 신호 하나 때문에 버스를 놓치니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ㅅ-;;;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게 웬일일까요?
망했다는 기분으로 버스 도착 안내기를 지켜보는데, 2000-1번이 3분 뒤 도착이라고 뜨는 겁니다. 이젠 안내기까지 고장났나? 그런데 정말 2000-1번이 또 나타나더군요. 버스에 오르니 오후 1시 7분이었고, 이만하면 양평터미널까지 문제없겠다 싶어 마음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양평 가는 길에는 복병이 있었습니다. 

6번 국도가 막히기 시작했던 겁니다. 토요일 1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밀리니 이것 참;; ㅠㅠ


▲ 아직 팔당도 안 갔는데 길이 밀리고 있으니 미쳐버릴 수밖에요. -ㅅ-;;



게다가 좀 더 가니 KD 167번이 앞에 서서 느릿느릿 가니 죽을 맛이었지요. 2000-1번은 밟는데 167번은 그 망할 60 리밋 정책(※) 때문에 그러질 못합니다. -ㅅ-;;;

※ 2009년경부터, KD운송그룹(경기고속, 대원고속, 대원운수 등)의 노선버스들은 시속 60km로 속도 제한을 적용하여 운행하였습니다. 덕분에 KD운송그룹 노선버스들은 느리다는 이미지 또한 생기게 되었죠.

 

 

▲ 또 하나의 복병이었던 167번. 얼른 양평으로 가야 되는 제 마음을 알긴 아는 건지 -ㅅ-;;



가다가 길 밀리고 167번의 방해 공작(?)까지 겹쳐 결국 양수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 넘었고, 양평터미널에 1시 50분까지 간다는 건 불가능해지고 맙니다. 이렇게 되면 중미산 경유 문호리 노선을 못 타는데 ㅜㅜ

결국 서후리,목왕리 노선을 사수하기 위해 양수리에서 내려야만 했습니다. 양수역에서 문호리로 가는 셔틀노선(8-4)에 희망을 걸어볼 작정이었죠. 하지만 양수역~문호리 셔틀노선의 시간표가 가게 한쪽에 붙어 있어 확인을 해보니 시간이 바뀌어 있었는데, 50분은 기다려야 버스가 있더군요. 이제 문호리를 가기 위해서는, 하루 10번만 다니는데다 교통체증이 많은 구간을 지나다녀 정말 언제 올지 모른다는 특징이 있는 8번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전철 타는 게 나았을 거란 후회도 밀려왔죠. -ㅅ-;;;

 

 

▲ 이 당시의 56번 시간표. 2023년 4월 현재의 대성리역~다산정약용유적지 간 그 56번이 맞습니다.



어쩔 수 없이 8번을 기다리지만, 시간은 가는데 버스는 보이질 않으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도대체 8번은 실제 운행을 하는 노선이 맞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하루 10번 다니는 노선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큰 일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ㅅ-;; 그렇게 오후 2시 20분이 되어서야 문호리 방향 8번이 나타나고, 버스는 강변도로를 한참을 달려 2시 40분에 문호리에 도착합니다. 양수리와 문호리 사이의 거리가 꽤 되더군요.

 

 

▲ 양수리만큼 운치있는, 문호리 가는 길.

 

 

문호리에 도착하니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날씨는 정말 더웠습니다. 마침 종점 한쪽에 승객 대기실이 있었는데 정말 센스 만점인 대기실은 처음 보았습니다. 사람이 많아 정류장을 찍진 못했지만 정류장 안에 무려 에어컨이 있었던 겁니다. 에어컨까지 딸린 버스정류장은 난생 처음이었는데, 문을 닫고 안에서 기다리니 정말 시원했습니다. 시간표를 보니 오후 2시 50분에 서후리,목왕리 경유 양수역 노선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문호리에서 양수역으로 바로 가는 거 타라면서 승차거부가 있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도 됩니다.


▲ 문호리 종점에 주차되어 있는 금강고속 8번. 청량리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노선이었죠.

 

▲ 문호리 종점에 도착하니 원래 제가 타려고 했던 이 노선도 도착하더군요. 이걸 타고 문호리 오려고 했었는데 -ㅅ-;; ㅠㅠㅠ  버스 옆에 계신 할머니는 명달리 가려는 분이었는데, 버스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있다보니 결국 혼자서 택시로 가셨답니다.

 

▲ 이 당시의 문호리 군내버스 시간표. 행복버스를 굴리기 전이었으므로 88-1 등의 노선은 없었던 시절입니다.



이윽고 오후 2시 50분이 되자 기사아저씨께서 한쪽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에 시동을 거시고, 저를 포함해서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몰려듭니다. 차량은 8번 차량이었지만 앞에 문호리~서후리,목왕리~양수역 이라는 행선판이 있었죠. 문호리에서 출발하는 노선들 중 명달리와 중미산 경유 양평 노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선들은 8번 차량으로 전부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디카로 문호리 코스표를 따는 데 간신히 성공했고, 드디어 문호리 종점을 출발합니다. 승차거부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죠.

 

 

▲ 이 당시의 금강고속 8번 코스표. 청량리역~문호리 노선인 8번 외에도 문호리 출발 노선을 8번 차량으로 운행했습니다.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서종면사무소 주변을 벗어나니 논밭이 펼쳐지더군요~

 

▲ (2장 모두) 이번에도 어김없이 펼쳐지는 1차선 도로.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1리 정류장. 여기서 내리면 소나기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ㅋㅋ

 

▲ 소나기마을 입구.

 


수능리를 벗어난 버스는 다시 1차로 길을 질주하다가 수능삼거리에서 서후리로 진입합니다. 근처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아까 소나기마을을 지나면서도 봤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서 놀고 있었고, 근처에는 펜션까지 있었습니다. 수능계곡도 많이 안 알려져서 그렇지 정말 멋진 곳인 듯했는데,  나중에 펜션에 놀러갈 때 수능리로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죠. ㅋㅋ

 

▲ 이정도 물이면 틀림없이 1급수겠죠?

 


문호리에서 수능리로 가는 길, 그리고 수능리에서 서후리로 가는 길에도 1차선이 있었지만 서후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건 대형버스로 가고 있다는 점. 서후1리 마을회관으로 올라가는 길과 서후1리 정류장으로 가는 길 모두 개쩔었습니다. ㅋㅋㅋㅋ

 

 

▲ (2장 모두) 대형차로 이런 길을 간다는 게 이 노선의 묘미일 듯 하네요 ㅎㅎ

 

▲ 서후1리 정류장. 이 당시로부터 11년 뒤, 이곳을 다시 가보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ㅅ-;;;

 

 

그런데 이번 주부터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인지, 서후리에도 차들이 많이 들어오더군요. 서후2리 회차지점으로 들어갈 때는 안 그랬었는데 다시 나와보니 차들이 꽤 많이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버스는 길 한쪽에서 대기타는 신세가 되어버렸죠.


▲ 저럴 때에는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겠죠?? ㅎㅎ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서후2리 버스 회차지.



버스는 서후리를 뒤로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신나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서후1리 마을회관을 다시 지날 때엔 길가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를 향해 인사 한번 하시고, 기사아저씨께서도 같이 손 한번 흔들어 주시는 훈훈한 장면도 봅니다. 다시 수능삼거리까지 되돌아온 버스는 피쉬랜드앞을 지나 고개를 하나 넘더니(지도로 나중에 보니까 벚고개더군요) 목왕리로 진입하였고, 양수역을 향해 쭉 달리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넘고 나니 뭔가 풍경부터가 달라지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목왕리 구간은 편하게 풍경 감상하는 데에 그만이더군요. 하지만 이게 웬일인지 버스가 목왕리 안으로는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ㅅ-;;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



깨끗함이 뭔지를 보여주는 목왕리와 부용리를 지나니(이쪽 동네에서는 제초제만 써도 난리가 납니다) 어느새 버스는 양수역에 다다릅니다.

 

▲ 양수역전에서 회차를 위해 떠나가는 버스. 양수역에서는 버스가 있는 곳 건너편에서 타야 됩니다. 8번 차량이지만, 앞에 문호리~서후리,목왕리~양수역 행선판이 있습니다.

 

▲ 제가 양수역까지 타고 왔던 버스가 회차를 마치고 다시 문호리를 향해 출발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명달리 노선을 타기 위해 오후 5시까지 문호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차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현재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인데 양수역에서 문호리를 가는 차가 5분 전에 가버린 겁니다. 예전에는 양수역에서 낮시간대에는 매 시 40분에 출발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낮시간대에 양수역에서 매시 25분에 출발하게 바뀌어서 시간이 맞지를 않더군요. ㅜㅜ 그렇다고 아까 타고 온 거 다시 타고 갈 수는 또 없는 일이니 이래저래 진퇴양난입니다. -ㅅ-;;;

결국 목표를 잃은 채 양수역 안으로 들어가 전철을 기다리는데, 용문행 열차가 먼저 오길래 그걸 타고 양평역까지 갑니다. 양평역에 내려보니 오후 4시였는데 역에서 터미널까지 걸어서 가기엔 조금은 난감한 거 같고, 근처 정류장을 찾아서 조금 기다리니 한화콘도를 다녀온 군내버스가 등장하길래 그걸 타고 터미널로 갑니다. 이번에 느낀 것 중 하나는, 이럴 줄 알았으면 공책 등등에 버스 시간표를 미리 적어둘 걸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으로 찍어만 놨지, 정작 필요할 때엔 기억하지도 보지도 못하니 무슨 소용일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말 그대로 후회막심이었죠.

양수리에서 8번 기다리는 짓은 또 하고 싶지 않으니 결국 명달리 5시차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겠고, 결국에는 서종면 노선 3개를 모두 잡는 데에는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나중에 그분이 말씀하셨던 대로, 양수리에서 1시간 기다리나 문호리에서 1시간 뻐기나 똑같이 1시간 뻐기는 건 매한가지였는데 불행히도 당시에는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ㅜㅜ


어쨌든 이미 양평터미널까지 와버린 이상 포기할 수는 없지요. 또 다른 거 타볼 게 없나 찾아보니 오후 4시 30분에 송학리 노선이 있어 그걸 타기로 합니다. 마침 송학리 노선은 순환이라는 그분의 정보도 있었고, 송학리는 그렇게 먼 곳에 있는 마을이 아니기 때문에 잘하면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성덕,항금리 노선을 잡을 수도 있었죠.

이리하여 타게 된 송학리행 버스. 그런데 이 차도 현대 NSAC F/L 차량이더군요. 못본 새에 금강고속이 현대 차량을 부쩍 많이 뽑은 것 같습니다. 사실 대우 버스만 봐서인지 대우 버스가 좀더 좋은데 -ㅅ-;;; 물론 차종 따위에 목숨 걸지는 않지만, 그동안 대우 버스들만 있던 곳에서 현대 버스를 보니 뭔가 이채롭습니다.

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양평대교를 지나 쭉 달리다가 송학리로 진입합니다. 강상면, 강하면 방향 버스들은 그동안 타 본 적이 없어서 터미널 출발이후 어떻게 읍내를 지나가나 궁금했었는데 양평대교를 통해 곧장 읍내를 벗어나더군요. 그런데 송학리에 진입하니 길이 왕복2차선입니다. 그것도 확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죠. ㅜㅜ 그렇지만 마을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니 정말 다행히(!) 1차로 길이 등장합니다.

 

▲ (3장 모두) 일부가 아직 생존해 있던 송학리 1차선 길. 대형차로 가서 그런지 상당히 이채롭습니다.

 

 

1차로 길을 달리던 버스는 큰길로 나와 우회전을 합니다.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양평 가는 길이 나올 텐데, 송학리가 어떤 코스로 다니는지 드디어 파악이 됩니다(물론 정보를 제공해 주신 그분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ㅎㅎ). 그런데 길가에 핀 무궁화꽃이 예쁘기도 하고 오랜만에 무궁화를 실물로 보는 거라 카메라로 찍으니 기사아저씨께서 우연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저를 쳐다보시는데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실 송학리 노선을 타기 전에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순환구간이 긴 편이 아니다 보니 말이죠. -ㅅ-;;

 

 

▲ 길 옆에 핀 무궁화가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기사아저씨 가까이에 앉지만 않으면 나았을 테지만 풍경을 좀더 잘 보고 싶은 마음에 앞자리를 택한 것이었는데, 저의 그 걱정은 병산리에서 그만 현실이 되고 맙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너 어디서 탔느냐, 어디 가느냐 물어보시는데 이거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찰나의 고민 끝에 양평에서 탔으며 양평시장에서 내리겠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아까 내리지 뭐 했냐는 반응이라 송학리가 어떻게 생긴 마을인지 궁금해서 여행 차 한번 타 봤다고 하게 됩니다. 그랬더니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으셨지만 아무래도 떨떠름한 기분을 떨칠 수는 없었죠. 비록 양평시장에서 내리면서 감사합니다 인사 드리니 기사아저씨께서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여 주시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기사아저씨께서 개야리 갔었을 때 만났던 기사아저씨와 매우 닮았었는데, 혹시 진흥고속에서 금강고속으로 옮기셨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 여주로 가는 노선에도 신차가 투입되어 운행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노선도 중형버스인 그린시티가 운행에 투입되는 순간은 결국 찾아오고야 마는데....



하여간 이래저래 참 배워야 될 게 많네요. -ㅅ-;;;
길을 건너 기다리니 터미널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한 성덕,항금리 노선이 도착합니다. 군내버스 치고는 사람들이 많이 승차하는지 운행횟수 또한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에 타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자리를 대부분 채워 왔는데, 양평시장 이후부터는 아예 입석까지 세웠으니 말입니다.;;;

성덕,항금리 노선 역시 송학리 노선과 마찬가지로 양평대교를 건넜고 우회전을 하여 강하 쪽으로 갑니다. 오른편에는 남한강이 있었는데, 강 건너편에 양평읍내가 있었으니 강 반대편 도로를 버스 타고 달리게 되었죠. 이번 시간대에는 성덕리를 먼저 가기 때문인지 전수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오는 1차로 길.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전수2리 이정표.



승객들이 많았던만큼 전수리에서부터 하나씩 둘씩 내립니다. 그리고 바로 윗 사진의 아찔한 구간을 지난 이후 버스는 성덕리에 진입하는데 이제 앞에 보이는 건 산이었습니다. 성덕리를 지나니 고갯길이 나오는데, 급격한 드리프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사가 꽤 급하더군요;;

 

 

▲ 성덕, 항금 노선의 성덕이 바로 이곳입니다.

 

▲ 성덕리에서 항금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고개를 넘어오니 항금삼거리가 등장하고, 버스는 항금리도 들어갔다 나오려는 듯 항금리 문화마을까지 찍고 거기서 회차를 하더군요. 그분의 정보대로 성덕, 항금리 노선 역시 순환인 것이었죠. ㅋㅋ

저는 퇴촌으로 가기 위해 오후 5시 35분 조금 안되어 도착한 항금리 문화마을에서 내렸습니다. 양평~성덕,항금리 노선 시승 소감은?? 정말 굿입니다. 여러 번 타야 그 맛을 좀더 깊이 느낄 수 있겠지만, 왜 이게 좋은 노선인지 감이 오더군요. ㅋㅋ


▲ 떠나가는 성덕,항금리 노선.



다른 오지노선을 탈 때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버스가 가 버리고 나니 엄청나게 조용해집니다. 정류장에는 광주시내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었는데, 오후 6시 10분에 퇴촌행 버스가 있었습니다. 의외로 퇴촌~항금리~양평 루트가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걸 생각한다면, 역시 그분은 짱이었죠. ㅋㅋ

정류장 주변 경치가 워낙 좋은데다 정류장 근처에 편의점이 있는 것도 신기했고, 주인 아주머니께서도 친절하셔서 다음에 또 와보고 싶은 생각이 막 샘솟습니다. 항금리의 이 풍경들은 화성시 봉담읍 내리에 있는 그 길과 더불어 나이 들어서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 (2장 모두) 항금리를 오는 버스들은 모두 여기에서 돌아나갑니다.

 

▲ 이 당시의 퇴촌~항금리 시간표.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와 편의점에 오신 다른 할머니 몇명이서 이야기 하는 걸 보다가 항금리 할머니 댁에 놀러온 손자도 보고(아토피가 있던데, 항금리에 살면 싹 나을 듯 ㅋㅋ), 음료수도 사먹다보니 어느새 버스 시간이 다 되었더군요. 이윽고 저 멀리서 부릉부릉 엔진 소리와 함께 광주시내버스라고 적힌 BM090 로얄미디 한 대가 옵니다. 오지에서 버스를 보는 느낌은 정말 대박입니다. ㅋㅋ

 

▲ 항금리로 들어오는 퇴촌행 광주시내버스.



아주머니께 인사드리고 버스에 오르니 오후 6시 7분이었고, 단말기에 카드를 댔더니 30분이 지나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환승이 찍히더군요. 오지에서 환승할인을 받는 대박의 순간입니다. ㅋㅋ

 

 

▲ 회차를 마치고 대기중인 퇴촌~항금리 시내버스.

 


기사아저씨께서는 이미 여기에 다른 노선이 들어오는 걸 아시는지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후 6시 10분에 출발한 버스는 항금리와 동오리의 경치를 선사해 주면서 퇴촌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습이었던 것은, 항금리에서 탄 사람은 저 혼자였으며 광주/양평 경계를 넘어 한참 가서야 두 번째 손님이 있었다는 것이었죠. -ㅅ-;;;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동오리.

 

▲ 운심리삼거리. 양평군내버스와 광주시내버스가 만나는 장소입니다. ㅋㅋ

 

▲ 어렵사리 정류장 찍기에도 성공합니다.

 

▲ 드디어 보게 된 광주시 퇴촌면 이정표.



영동리를 지난 버스는 도수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속도는 KD운송그룹답게 시속 60km가 최대였지만 그래도 정류장들마다 사람이 없어 빠르게 가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어느 정류장에서 기사아저씨께서 갑자기 경적을 울리시는 겁니다.

왜 그러나 했더니 정류장에 젊은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 왔으니 타라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지만, 아쉽게도 남자분은 그 신호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 동네를 오는 노선버스는 아무래도 지금 이 항금리 노선이 유일하지 싶은데, 다음 버스를 타려면 2시간 반 정도는 기다려야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더군요. 항금리에서 다음 차 시간은 오후 8시 40분이었고, 그게 막차였기 때문이었죠. 하여간 버스는 험한 고개도 하나 넘고, 기사아저씨와 승객 양쪽에 모두 위험천만했던 도수3리 정류장에서 할머니 한 분을 태워 오후 6시 40분에 퇴촌농협에 도착합니다.


▲ 급커브가 상당했던 염티고개.

 

▲ 도수3리 정류장. 정류장 표시 전체가 나무들로 가려져 있고 정류장 주변에 커브가 있어서 기사님과 승객 양쪽 모두 위험한 장소였습니다.



퇴촌에 내린 저는 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곳을 찾아보았지만 시간표는 보이질 않더군요. 게다가 광주 시내 성남을 거쳐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광주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거의 1시간을 기다렸지만 보이지도 않았죠. -ㅅ-;;; 마을로 들어가는 노선도 아니고 시내와 읍면 중심지를 잇는 건데도 버스가 자주 없다니 이것 참 미칠 노릇입니다. 13-2번 하나가 왔지만 광주시내는 경유하지 않고 바로 하남으로 해서 강변역으로 가는 거라 그냥 보내야 했죠. 광주시내버스 시간표를 얻은 것도 아닌데 날은 덥고 시간만 갔네요. -ㅅ-;;;

결국 다음 13-2번을 타고 천호역까지 온 다음, 전철을 이용하여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번천에서 13번으로 갈아타자니 정류장 위치도 그렇고 영 쉽지 않았던데다, 13-2번도 잘 보이질 않는 등... 하여튼 퇴촌에서 빠져나가기가 만만치는 않더군요;;


오늘은 송학리와 항금리를 건지긴 했지만, 문호리 노선들을 모두 타본다는 애초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양수역~문호리 셔틀노선의 시간이 바뀐 것이 컸지만 말이죠. ㅠㅠ 게다가 배워야 될 점도 아직 많음을 느끼는데, 이래서야 오지노선들을 타보는 것이 제대로 될 수는 있을지 고민도 됩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게 바로 코스 계획이니 말입니다. ㅜㅜ

오지노선 시승에 있어 알아야 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게 해 준 이번 시승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