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휴가였던 탓에 오늘은 추곡리로 ㄱㄱ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광주,용인의 오지노선 시간표 확보와 더불어, 용인/광주 시경계 바로 근처에 위치한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에서 광주와 용인 버스를 환승해보는 것. 그리고 부가적인 목적으로, 용인에서 20-1번을 타고 내개일에 다녀오는 것도 있었죠.
오늘은 시간표를 얻어야겠다는 목적이 컸기 때문에 조금 뭉그적대다가, 안양을 거쳐 오후 1시에 모란역에서 3-3번을 타고 경안주유소를 오후 1시 30분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전에 31-3번을 타고 광주로 올 때도 느꼈지만 이배재 고개의 업힐과 다운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정말 상당했습니다. 이 고개 때문에 모란역에서 3-1번을 놔두고 굳이 3-3을 탔던 것이었죠. 그러고 보니 남한산성으로 가는 15-1번도 있던데, 다음 번에는 그 버스를 이용해 광주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ㅎㅎ
광주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나 다름없었는데, 다른 도시에서 광주시내로 들어오는 버스들(300번이나 3-1번, 114번, 500-5번 등)외에도 광주시내버스, 광주공영버스, 시내순환버스로만 적혀 있는 버스들이 앞에 행선판만 달고 시간표대로 돌아다니고 있더군요. 이런 체계는 매우 신비롭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앞에 행선판만 달고 있는 그 노선들을 타 보려면 있어야 되는 것은 역시 시간표이죠. 오늘 날씨가 매우 더웠기 때문에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저는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시간표를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광주는 정류장들마다 시간표는 붙어 있으나, 전체 시간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정류장 저 정류장에 제각각 흩어진 형태여서 나름 고생을 했습니다. -ㅅ-;;;
더위를 참고 경안주유소와 구 터미널, 농협, 파발교, 보건소 등을 돌아다니며 시간표를 촬영한 끝에 더 이상 새로운 게 나오지 않자, 저는 오후 2시 5분에 도착한 114번 좌석버스를 타고 곤지암으로 이동, 2시 40분에 곤지암에 도착합니다. 큰길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곤지암도 실촌읍내라서 그런지 동네가 꽤 크더군요. 발안의 규모에 이어 또 본인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었습니다. 역시 수박 겉핥기로 대상을 판단하기만 해서는 안 되나 봅니다. -ㅅ-;;;
곤지암터미널로 가니 버스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2대는 광주시내와 곤지암을 잇는 3번이었지만, 공영노선 코스 땜빵 가는지 한 대는 시어골 행선판이 앞에 있더군요. 시어골은 또 어딘지 의문에 싸이는데, 이 당시에 지도책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ㅅ-;;;
곤지암터미널에는 시간표가 있었고, 모두 촬영을 합니다. 시간표를 찬찬히 훑어보니 추곡리행 버스 시간이 오지마을로 가는 노선 치고는 상당히 촘촘한 편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오후 3시 이후에는 3시간 동안 추곡리행 버스가 없었지만요. -ㅅ-;;;
오후 2시 50분이 되어 추곡리 가는 버스와 삼합리를 거쳐 양평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고, 저는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추곡리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추곡리를 간다면서 왜 2시 50분차를 이용하지 않았느냐구요?
오후 2시 50분차는 진우리를 거쳐 추곡리로 가는, 곤지암~추곡리 최단코스였으나 오후 3시차는 도웅리와 상림리 경유이므로 좀더 돌아가기 때문이죠. ㅎㅎ (그렇지만 최단코스의 운행 횟수가 도웅리, 상림리 경유보다 훨씬 적다는;;;)
버스에 오른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딱 두 명. 할아버지 기사님께서 운전하셨는데 의외로 저를 보더니 말을 거시더군요(이런 일은 잘 없는데;;). 대화 내용은 매우 일상적인 것이었는데, 추곡리를 다녀온 후 며칠 뒤에 이 여행기를 쓰려니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ㅅ-;;; 일기는 그날그날 바로 써야 된다라는, 초등학생 시절에 한 두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잔소리는 정말 진리임을 실감합니다.
그렇지만 대화가 잘 풀린 덕택에,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드려 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전에 퇴촌에서 (광주)시내로 나오려고 하는데 이건 뭐 1시간 가까이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온다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을 해 주시더군요. 그쪽도 버스는 많으며 번천삼거리에서 환승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방법이 그나마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퇴촌에서 광주시내로 가는 유일한 길인 듯 했습니다. 이건 이미 알고 있었던 루트였지만, 지도로 보니 갈아타기가 조금 뭣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조금 주저되었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연습이 필요한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버스는 곤지암터미널을 나오자마자 114번 다니는 큰길 쪽으로 가는 듯 하더니 도척,용인방향으로 좌회전을 하여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궁평리에서 한 분이 내리고, 그 이후로는 타는 사람이 없어 추곡리 종점까지 저 혼자 가게 되었죠.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의 지도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추곡리까지 가는 내내 1차로 구간은 없었지만, 중간에 도웅리도 들어갔다 나옵니다. 아무래도 오후 2시 50분차보다는 경유지가 많은 만큼 볼 것도 그만큼 많아서인지,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죠. 희소성만으로 본다면 오후 2시 50분차같이 최단코스로 추곡리를 가는 버스가 훨씬 크겠지만요. -ㅅ- ㅋ
버스는 곤지암을 출발한 지 20분만에 도척에 도착했고, 이후로도 광주시 도척면의 멋진 경치를 제게 선사해 주면서(근데 시어골은 도대체 어디지?? -ㅅ-;; ㅋㅋ) 오후 3시 35분에 추곡리에 도착합니다.
저 - 추곡리에 용인에서도 오는 버스가 있다는데, 용인 가는 건 언제 있어요?
기사님 - 용인 가려구? 어이구 그럼 아까 이야기 하지...
저 - ??
기사님 - 지금 시간에는 추곡리에 용인 차 안 올 텐데...
저 - (허걱~!!)
기사님 - 곤지암에서 오후 3시 50분에 출발해서 용인 가는 게 하나 있는데, 지금 이 차는 동네 안에 들어가지만 그 차는 안 들어가니까 밖으로 나와서 타야 돼.
저 - 그렇군요;; 그러면 저기 동네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안 될까요??
저 - 그건 니 알아서 해 ㅎㅎ
이리하여 저는 기왕 추곡리를 와본 거, 동네 안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버스는 추곡리 입구 한쪽에 있던 1차선 도로를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생각보다 얼마 안 가서 종점이 나옵니다. 종점은 추곡리 마을회관 앞. 기사님께서 오후 3시 50분 곤지암발 용인행 노선 이야기하시는 대목에서 저는 그저 "그렇군요" 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추곡리에서 블랙홀에 빠질듯한 느낌이 듭니다. 뭐, 용인시내버스 시간표를 모르니 어쩔 수 없었지만요. -ㅅ- ㅠㅠ
또한, 사실 기사님께서 언급하신 버스는 오후 3시 50분에 곤지암을 출발하는 하루 1번짜리 용인행 버스(37-5)인데, 저는 경남여객 버스도 추곡리 안으로 들어가는지 여부도 확인할 겸하여 추곡리에서 용인 버스를 타고 나와야 되었기 때문에 그 차를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민들에게 용인 버스가 대충 언제쯤 있는지 물어보니 정수리로 가서 타면 빠르다고도 하고, 아까 기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밑으로 내려가서 기다리라고도 하는 등 답이 애매모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을회관에 붙어 있던 버스 시간표에서도 정수리발 용인행 버스 출발시간이 표시되어 있다보니 추곡리와 정수리가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니 도대체 정수리는 어디 있는 동네냐구요. -ㅅ-;; 지도책을 갖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으니 도대체가 답답해서 미칠 노릇입니다. 집에 가면 지도책도 좀 사야지 ㅜㅜ
하여간 기왕 추곡리를 왔으니 마을 구경도 하고 곤지암에서 사온 김밥과 물로 점심도 때우다가, 다시 곤지암으로 떠나시는 기사님께 음료수도 한 병 드리니 오후 3시 50분입니다. 그래서 다시 마을 입구로 얼른 내려와 곤지암 방향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내 기다리게 됩니다. 용인 버스가 추곡리로 오면서 곤지암 방향 정류장도 경유하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오후 4시가 되어도 버스는 나타나질 않았고 오후 4시 15분이 지나자 반대편에서 웬 버스 엔진소리가 들리는데, 37-5번이라는 행선판을 끼운 KD운송그룹 로얄시티 한 대가 오고 있었습니다. 내리려는 승객이 있었는지 제가 서 있는 곳 반대편 정류장에 그 버스가 잠시 멈추는데, 바로 이게 곤지암을 오후 3시 50분에 출발한 용인행 버스였던 것이죠.
그냥 저거 타고 용인 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이미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 버린 뒤였고 때마침 다른 자동차들도 달려오고 있었던 마당에 길을 건너기도 뭣해서 그냥 보냅니다. 용인 버스를 잡아서 추곡리 마을회관까지 들어오는가 여부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했고 말이죠. 게다가 제가 보내버린 그 KD운송그룹 시내버스는 하루 1번짜리였긴 했지만, 추곡리 이후 경로는 틀림없이 용인터미널발 추곡리행 버스(95)와 똑같을 것이라서 그닥 의미를 두진 않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젊은 여자였는데, 웬일인지 제가 서 있는 정류장으로 건너오더군요.
이후로는 그 여자와 저 단 둘이서 정류장에 앉아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여자는 핸드폰으로 스도쿠 게임을 하고 있었고 저는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 핸드폰으로 시계 확인하는 등, 그냥 가만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양상이었죠. 날씨는 더운데 버스는 안 오지, 갑자기 비가 막 내리다가 그치는 등 날씨마저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면서 저를 도와주질 않더군요. -ㅅ-;;;
오후 5시가 되어가는데도 도대체 버스가 보일 생각을 하질 않아서 버스 올 때까지 여자와 이야기나 해볼까 하고 여기는 어떻게 왔냐며 말을 걸었는데, 그 여자분도 용인을 가려는 모양이기는 한데 뭔가 말하는 게 어눌해서 뭔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또 뭔가 싶었는데 몇 마디 더 나눠보니 이 여자분이 외국인이었네요. "저 외국인이라 한국말 잘 몰라요" 하고 어렵게 한국말로 말을 하는데, 어쩐지 생긴 게 베트남 사람같다 했습니다. -ㅅ-;;;;
오후 5시 5분이 되자 저는 용인 가는 길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아까 마을회관에서 봤던 버스시간표로 미뤄보면 이제 금방 용인쪽에서 버스 한 대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데, 오후 5시 10분이 되니 과연 버스가 옵니다!
오지에서 드디어 버스를 본다는 기쁨에 저는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버스가 들어오는 순간을 카메라로 담는 데 성공합니다. 그분께서 느꼈을 오지에서 버스가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림 끝에 진짜로 보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항금리에 이어 추곡리에서도 겪으니 감이 딱 잡히더군요. 정말 기분 최고입니다. ㅋㅋ
그런데 버스 앞을 보니 곤지암이라는 행선판이 붙어 있더군요. 알고보니 경남여객도 하루 1번 용인에서 추곡리를 거쳐 곤지암까지 연장운행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그걸 타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곤지암에서 추곡리 가는 차가 없는 시간대인 오후 3시~6시에, KD운송그룹과 경남여객 버스가 서로 하루 한 번씩 용인과 곤지암을 오가며 추곡리, 도척 사람들의 발 역할을 해주는 것 아닐까 싶더군요.
버스가 곤지암 방향으로 가는 중이었지만, 저는 카드를 찍으면서 사실 용인 가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러니 그냥 태워달라고 기사님께 부탁드렸고, 기사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십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같이 기다렸던 여자분은 기사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그냥 여기서 기다리기로 결정하더군요. 날도 더운데 버스를 1시간씩이나 기다렸으면서 -ㅅ-;;; 그냥 같이 타고 가지 하는 안타까움이 샘솟았지만, 때마침 기사님께서 버스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더 이상은 권할 수가 없었습니다.
추곡리 입구를 출발한 버스는 곤지암을 향해 달려갑니다. 추곡리를 벗어나자마자 날씨가 흐려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엄청나게 퍼붓기 시작하더군요. 이번에 제가 탄 것은 곤지암~용인 직통이라 그런지 아까 탔던 곤지암 차와는 다르게 도웅리 안쪽은 경유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기사님이 할아버지셨는데, 뽕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그런지 BS090 로얄미디였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옛날 버스 탄 기분이 들더군요. ㅎㅎ
버스가 상림리를 지날 때, 저는 "추곡리에서 1시간은 기다렸는데 용인 차는 웰케 안 온대요?" 하며 기사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원래 그 시간대에는 아까 그 오후 3시 50분 곤지암발 용인행 버스 그거밖에 차가 없으며, 대신 정수리로 가면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고 더 밑에 저수지로 가면 82번도 있다고 알려주시더군요. 여기서도 정수리라는 지명이 등장하길래 혹시 추곡리 옆마을이 정수리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십니다. 정수리 노선이 존재하는 걸 알았다면 이 고생을 안 해도 되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건 경남여객 버스도 추곡리 마을회관에서 돌리느냐 여부 확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후회는 접어두어야 했죠. 게다가 제가 타고 있는 노선은 비록 외부노선이기는 했지만 하루 1번짜리의 나름 희귀템이었으니 그 가치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But, 희소성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그 노선이 그만큼 타 볼 만하고 괜찮다? 100% 들어맞진 않더군요).
그래서 제일 궁금했던, 용인 버스는 추곡리 어디서 돌리느냐 하는 걸 질문드리니 처음에는 말씀하시는 게 약간 애매모호해서 이해하기까지 애먹기는 했지만, 알고보니 추곡리 노선이 하루 8번인데 그 중 1번은 지금 곤지암 가는 것이고, 나머지 7번은 모두 곤지암에서 오는 버스처럼 추곡리 안으로 들어가 마을회관 앞에서 돌린다고 합니다(아싸!). 곤지암 가는 시간대에만 추곡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구요. 사람들마다 답이 다 다르고 애매모호해서 헤매긴 했지만, 결국 추곡리 주민이나 아까 곤지암 차 기사님이나 같은 말을 한 셈이더군요. 추곡리 노선이 곤지암까지 연장운행 할 때는 추곡리 안으로 안 들어오니, 하룻동안 마을에 오는 경남여객 버스 중 일부는 회관 앞까지 오지 않는 게 맞기는 맞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후 5시 30분이 되자 버스가 종점인 곤지암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웬일인지 기사님께서 시동도 끄지 않고 겨우 2분 서있다가 다시 용인을 향해 버스를 바로 출발시키십니다. 알고보니 시간표보다 늦어졌기 때문인데, 나중에 곤지암에서 용인을 가야 할 때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전 일찍과 오후 늦게는 시간표대로 추곡리에 도착하지만 정오 전후에는 10분이 늦는다고 하니, 곤지암 연장운행 시간대에도 시간표보다 늦지 말라는 법이 없는 거니까요. -ㅅ-;;
뽕짝 음악과 함께 다시 달리기를 20여 분. 버스는 다시 추곡리에 도착했고 아까전에 같이 기다렸던 그 여자가 타는데, 그러고 보니 도척면에는 외국인들이 꽤 사는 것 같습니다. 이 버스를 탔던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는데, 이러다 우리나라 오지에는 노인분들과 외국인들만 살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하지만 좀 씁쓸한 생각이 들더군요. 추곡리 마을회관 앞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던 주민들도 죄다 노인분이셨으니 말이죠. -ㅅ-;;; 그런데 1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린 2023년 4월 현재, 이 생각이 현실로 되어가는 게 실감이 날 지경이 되었다...
추곡리를 지나니 용인/광주 시경계가 나왔고, 곧 정수리가 나옵니다.
정수리 노선을 탔다가 추곡리로 걸어가 곤지암 차를 기다리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 모두 해볼만 하겠더군요. 정수리 노선이 그냥 길가에서 돌린다면 좀 뻘짓이 되겠지만, 어디 안쪽으로 들어가서 돌린다면 나름대로 수확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ㅎㅎ
이래저래 추곡리는 상당히 흥미로운 동네인 듯했습니다. 단지 하나 아쉬운 것은 추곡리에 용인 버스가 별로 안 들어온다는 것. 정수리 노선은 추곡리 노선과 그냥 합치는 게 나을 듯한 느낌이 들지만, 두 노선 사이의 내막은 나중에 벗길 날이 오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에 버스가 정수리를 지나니 갑자기 개쩌는 고갯길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오우 형님~! 정말 대박입니다!
몇 달 전 디시인사이드 버스갤러리에 올라온 글들 중 곤지암~용인 하루 딱 한 번 있는 KD운송그룹 버스를 탔다는 글을 봤었는데, 이 고갯길 보고 질질 쌌을 그 매냐의 모습이 눈에 보일 지경이네요. 비가 왕창 내리고 있었기도 했지만, 워낙 드리프트가 쩔어서인지 버스가 시속 25km까지 속도를 줄였으니 말입니다. 신성교통 333번도, 대원운수 구 34번도 그 정도로 고개를 넘지는 않던데;;;:
그러고보니 전에 그분이 고갯길 관련해서 이야기 해주셨던 것 중에 바로 이 추곡리 노선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고개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 텐데, 직접 타보니 놀랍기만 합니다. 추곡리 노선의 이 고갯길은 내려갈 때에는 스릴을 느끼고, 올라갈 때에는 어디까지 끝을 보나 계속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더군요. 그리고 이건 문득 생각난 뻘망상이지만, 과연 주록리 노선과 추곡리 노선 이 둘을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고갯길 드리프트가 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해졌죠. 가족들과 놀러 갈 때 우연히 주록리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쪽 고갯길도 정말 만만찮게 꼬불꼬불하고 길도 넓은 편이 아니었던 겁니다. -ㅅ-;;;
그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고 난 버스는 주북리와 대대리를 지나 용인시내로 향합니다. 용인시내로 오는 길에 그 쩌는 고개를 넘어 정수리까지 가는 96번의 존재도 확인하고, 훌랄라라는 매우 이상한 정류장도 지났죠. 어쨌든 정수리 노선(96)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용인에는 더 빨리 도착하긴 했을 겁니다.
버스는 오후 6시 30분에 술막다리에 도착하였고,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립니다. 추곡리에서 같이 기다렸던 그 여자분도 여기서 내리더군요. 용인 가는 그 KD운송그룹 버스(37-5)를 그냥 쭉 탔으면 될텐데, 왜 굳이 추곡리에 내려서 고생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 채 말이죠. -ㅅ-;;;
그런데 술막다리 앞에 차들이 너무 많다보니, 바로 다음 정류장이 용인터미널이었는데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용인시내 상습 정체구간들 중 하나인 것 같더군요. 하지만 용인 경전철이 완공되면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일이었는데 마침 술막다리 앞에 이미 경전철 역이 하나 지어져 있었습니다. 완공만 되면 성남에서 분당선을 타고 용인 쪽으로 바로 올 수 있었기에, 용인의 오지들을 기행하려는 제게는 참 좋은 소식이었죠.
오후 6시 40분이 조금 안 되어 용인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표부터 확인하니, 역시나 시간표가 변동이 있었습니다. 24,24-1번 시간표만 바뀐 게 아니었던 것이죠. 추곡리 노선인 95번은 예전보다 운행횟수가 1회 줄었고 시간 텀이 상당한 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정수리 노선과 함께 생각해야 되는 것 같더군요. 오늘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용인터미널 시간표 얻기였으니 얼른 카메라로 전부 박아 넣습니다. 이번 시간표는 노선 번호와 함께 중간 경유지도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어 노선 이해에 좀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시간표를 다 박아 넣고 나서 내개일 가는 20-1번 시간을 보니 시간이 얼추 맞길래 이걸 타볼까 했는데, 귀가시간이 좀 늦었다는 압박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광주로 갔다가 성남을 거쳐 집으로 가기로 하고 20번을 탔습니다. 버스는 터미널을 출발하자마자 광주를 향해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터미널 주변에 차들이 많아 터미널을 빠져나오는데만 5분 이상 걸리더군요. ㄷㄷ;;;
오후 7시 20분이 되니 버스는 모현사거리 근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현사거리가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입구였는데, 마침 여기서 1303번을 타면 안양으로 바로 갈 수 있기도 해서 모현사거리에 내렸죠. 그런데 막상 모현사거리에 내려 버스를 기다리니 1303번 정말 짜증나게 안 옵니다. 1303번의 안습 배차를 실감하게 되었는데, 평소에는 10~20분 정도 간격으로 오던 거 같더만 기다린 지 20분이 지나가도 차가 도무지 나타나지를 않더군요. 서울역으로 가는 KD운송그룹 직행좌석이 하나 지나가고 1005번이 나타나는데, 이게 야탑역을 간다길래 야탑에서 3330번을 타고 안양을 거쳐 귀가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1005번은 손님이 별로 없더군요. 외대에서 야탑역까지 저와 기사아저씨 단 둘이 오붓하게 타고 이야기를 나누며 오다시피했습니다. 기사아저씨 말씀으로는 학기중에도 이걸 타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직접 야탑까지 타 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외대에서 야탑까지 한참 걸려서 가는 것 같은데, 이 노선이 지나는 동네들마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 -ㅅ-;;;
하여간 야탑역에는 오후 8시 40분에 도착했고, 안양을 찍고 집으로 가니 1시간 20분 정도 걸렸더군요. 이번에는 광주, 곤지암, 용인의 시간표 획득과 더불어 추곡리도 가볼 수 있었으며, 곤지암과 용인 간 기묘한 노선망도 파악해볼 수 있었던 나름대로의 소득이 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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