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객 25-1번을 타고 귀래리에 갔었다가 기사아저씨의 허락을 얻어 시간표를 찍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표를 살펴본 저는 25-1번을 뛰어넘는 최상급 노선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25번 시간표에 25번 지선노선들 시간도 적혀 있는데, "관항" 이라는 두 글자에서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관항" 이라는 글자가 적힌 시간대는 아무리 찾아봐도 오전 8시 17분 딱 하나밖에 없었는데, 25번 관항리 지선은 하루 딱 한번 운행한다는 이야기였죠. -ㅅ-;;;
25번 관항리 지선은 수원 이목동 차고지에서 오전 8시 17분에 출발하므로 아무리 늦어도 오전 8시 40분까지는 세류역에 도착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 상황에서는 이 관항리 노선을 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기회를 노렸던 저는 오전 7시 25분에 도착한 31-7번을 타고 집을 나섭니다.
안양역에서 수원역까지는 전철로 20분 좀 넘게 걸리는 관계로 안양에는 빨리 도착하는 게 좋았는데,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놀토가 아니어서인지 버스는 여전히 평일과 다름없이 북적댑니다. 그저 똥줄만 탈 뿐이었죠. -ㅅ-;; 오전 8시 10분이 되어서야 교보생명,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고, 얼른 안양역으로 뛰어가 오전 8시 22분에 도착한 천안행 열차를 탑니다. 아무리 늦어도 8시 50분이면 25번 관항리 지선이 세류역을 지나갈 것이니, 제발 전철이 빨리 가 주었으면 하는 생각만 듭니다.
세류역에 도착하니 딱 오전 8시 50분인데, 수원여객 25번 자체는 자주 다닌다지만 25번 관항리 지선은 놓치는 순간 좆망이기에 세류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정류장을 향해 내달립니다. 생각보다 계단도 많은데다 아무래도 관항리 버스는 놓친 것 같은 느낌까지 겹쳐서 참 미칠 것 같았지만 할 수 없었죠. -ㅅ-;;;
버스정류장으로 가보니 마침 25번 한 대가 정류장에 서 있더군요. 설마???? 하고 버스 정면을 확인했더니 관항리 행선판이 있습니다. 오우야 ㅋㅋㅋㅋ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른 버스를 타게 됩니다. 이 당시에는 제가 정신없이 뛰다보니 체감하지 못했었지만, 제가 이 시간에 세류역에서 관항리 버스를 타게 된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었습니다. 원래는 그분께서 경험하셨던 대로, 늦어도 8시 40분 안에는 세류역에서 기다려야 안전빵이었으니까요. 또한 행선판이 없었더라도 관항리 가는지 물어보고 탈 생각이었는데 마침 행선판이 있어줘서, 그리고 25번 지선들(관항리, 문학보건소)은 행선판을 걸고 운행한다는 걸 사진으로 보여주신 네이버 GBUS 카페 회원분들께도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저를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태운 버스는 비상활주로를 내달려서 오전 9시 15분 조금 안 되어 정남농협에 도착합니다. 정남농협에 도착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차를 세우며 이 차는 관항리로 간다며 공지를 하시는데, 동남아파트 가려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몇 사람이 농협에서 내리더군요. 이것으로 25번 관항리 지선은 정남농협 이후의 정류장들은 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하루 한 번뿐이라 기대치가 매우 높았던 25번 관항리 지선. 버스가 농협을 지나 관항리로 가는 1차선 길로 우회전하여 들어가는데, 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대박의 논두렁길이 펼쳐집니다. 논두렁길 한가운데에도 정류장 표지판까지 있는데, 대형차로 이 길을 달리는지라 진짜 난도와 질 모두 S+급이었죠. 25번 관항리 지선은 하루 한 번이라는 기대치도 있었고 과연 관항리 가는 길은 어떨지 궁금증 해결 겸 탔는데, 정말 예상외의 결과였습니다. 정말 수원여객의 다른 오지노선들 모두를 발라버릴 정도의 극악의 길이었습니다. 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무래도 32-1번이나 32-5번도 이 관항리 지선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할 듯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휴;;;;
이 엄청난 길에 입을 떡 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 이거 정말 대박이다 라는 생각이 팍팍 들어 동영상으로 남겨둡니다. 원래는 한 개로 통일해야 하지만 제 디카는 동영상 촬영시간 제한이 있었고, 맞은편으로 차가 2대나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논두렁길 이후에도 길이 대박이었던 25번 관항리 지선은 관항1리라고 적힌 정류장 앞이 종점이더군요. 시승 나오기 며칠 전에 지도로 25번 관항리 지선이 어디로 갈까 예상을 해봤었는데, 아무래도 관항2리는 333번이 가니까 25번 관항리 지선은 관항1리로 갈 것으로 보았던 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현재 시간 오전 9시 22분.
관항리 노선이 한우리학교 앞까지 온 것인지는 금방 돌려 나갈 거라는 기사아저씨의 말씀에 아쉽게도 확인하지 못합니다. 당하리로 걸어나가도 되지만 오늘 코스 때문에 정남으로 다시 나가야 했는데, 관항1리가 정말 오기 힘든 곳이라는 걸 감안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정남농협까지 다시 타고 나가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니 기사아저씨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지만 말입니다. ㅠㅠ (기사아저씨께는 정말 감사합니다~!)
버스는 오전 9시 25분에 수원을 향해 다시 출발하는데, 그 좁은 논두렁길에서 맞은편으로 트럭이 2대나 나오는 바람에 3분을 잡아먹고 맙니다. 아 이러면 오산으로 가는 333번을 못 타는데 -ㅅ-;;;
결국 정남농협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훨씬 지나 있었습니다. 333번은 3-2번과는 다른 길로 오산을 가기 때문에 타보고 싶었지만 결국 그린피아를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놓치고 말았고, 오산역에 오전 10시 20분까지 가야 하는데 정말 똥줄타게 되어버렸네요. 그런데 저는 어떤 예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남초등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시간표가 붙어 있길래 모두 카메라로 박은 다음 정남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25-1번이 건너편으로 지나가더니 잠시 후엔 32-5번도 지나갑니다. 32-5번은 타 본 적이 없는데;;; 비록 세곡리~정남 구간은 해결하지 못해도 동오리종점으로 갈 수는 있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두 노선 모두 경기대에서 오전 9시 조금 안 되어 출발한 걸 감안하면, 충분히 정남에 도착할 만한 시간이기는 했지만요. -ㅅ-;;;
지나간 버스는 잡아올 수 없으니 25번이든 뭐든 타고 정남을 나가기로 작정하고 있는데, 오전 9시 45분이 되니 웬 카운티 하나가 옵니다. 저건 뭔가 싶어 살펴보니 발안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발했던 3-2번이더군요. 시간표가 바뀐 거 같아 일부러 3-2번 시간표는 적어두질 않았던 것을 후회하던 찰나, 비록 키포인트는 싹 빼먹은 채 타는 게 되지만 정말 뜻밖에 나타난 3-2번은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버스에 올라 시간표를 확인하니, 아직도 제가 3-2번 탔었을 때와 바뀐 게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3-2번 덕분에 오산에는 오전 10시 10분에 도착했고, 저는 오전 10시 20분 조금 넘어 도착한 경남여객 24-1번을 타고 예정대로 용인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산에서 24-1번을 기다리면서 다른 버스들을 보니 뜻밖의 변화가 있더군요. 오산교통 111번 지선들이 111-1, 111-2번으로 정식 노선화가 되었고, 2번 노선들이 21, 22, 23번 등으로 번호가 싹 바뀌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남사를 경유하지 않는 직통 시간대의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직통노선은 타 본 적이 없는지라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방아리가 빠져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버스는 남사로 들어가지 않고 쭉 직진을 하여 바로 남곡사거리를 찍었고, 서리 쪽으로 좌회전을 하여 완장리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완장리는 여전히 쩔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 1차로 길은 수명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더군요. 도시 개발구역이니 농작물 경작 금지라는 내용과 도로를 확장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보였니까요. 나중에 다시 여기를 올 때는 개쩌는 1차로 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영상도 하나 남겨두기로 합니다.
용인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10분이라 버스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저는 이 틈에 점심을 해결하게 되었고, 오후 12시 정각에 출발하는 97번 식금리 노선을 타게 됩니다. 도척까지 연장 운행하는 시간대였는데, 마침 97번 도척 지선은 그분께서 추천하신 노선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버스는 출발시간보다 조금 늦게 승차홈에 도착하였다가 바로 터미널을 떠납니다. 평창리까지는 10번과 똑같은 길을 달리다가 평창리 정류장 바로 앞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10번을 타면 절대 보지 못할 평창리 안쪽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창리를 지나가니 다시 42번 국도가 나왔고 계밀양을 지나 식금리 방향 램프로 내려가는데, 식금리 입구에서 바로 좌회전을 합니다. 그랬더니 1차로 길이 나오는데, 카운티라 그런지 흔들림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1차로를 달린 버스는 식금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는데, 회관 근처에 좁은 공터가 있는 걸 보니 식금리까지만 갈 때는 이곳에서 회차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내리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12시 35분 약간 안 되었죠. 아무래도 식금리 노선은 종점에 도착하면 고작해야 담배 한 대 태울 시간밖에는 남지 않을 것 같더군요. -ㅅ-;;;
이제 승객이라고는 학생 한 명과 아주머니 한 명, 그리고 저만 남습니다. 식금리 마을회관 이후로는 계속 오르막길이었는데, 아까보다 훨씬 더 좁은 1차로 길이 펼쳐집니다. 나중에는 아예 좁디좁은 야산길을 버스가 달리더군요.ㄷㄷ;;
오우~ 형님~!
97번 도척 지선은 24-1번과 비교하여 야산 VS 논두렁길이 될 자격이 정말 충분합니다. ㅋㅋ
이 대박의 야산길을 지나며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드디어 방도1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는데, 여기서부터는 광주시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용인/광주 시경계 표지판은 볼 수 없었는데, 97번 도척행 노선은 시 경계 표지판조차 없는 야산길을 달리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도척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하루 2번짜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버스는 정말 개쩌는 길을 방도리에서도 보여줍니다.
방도리를 빠져나와 유정리에 이르니 갑자기 왕복2차로 도로와 함께 앞에 슈퍼가 보입니다. 알고보니 추곡리 노선이 다니는 길이었더군요. 오우 ㅋㅋ 유정리에서 마지막 남은 학생 한 명이 내리고(아까 용인쪽에서 탔었는데, 학교 다니려면 추곡리 환승이 정말 절실할 것 같습니다), 저도 오후 12시 45분 조금 안 되어 도착한 도척초등학교에 하차합니다.
도척초등학교에 도착하기 전, 기사아저씨께 도척 간다고 간단히 말씀드린 다음 이 버스가 식금리까지만 운행할 때에는 어디서 돌리나 확인차 질문드리니 역시나 마을회관에서 돌린다고 하더군요. 종점에 도착하면 시간이 남느냐고 하니 출발시간까지 시간이 남으면 쉬다 가고 아니면 바로 돌려 나온다는 너무나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데, 아무래도 말씀하시는 걸 보니 시간은 그렇게 많이 안 남을 듯했습니다. -ㅅ- ㅋ
이제 곤지암을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하는 장심리 노선을 타기 위해 곤지암으로 가야 했는데, 곤지암으로 가는 제일 가까운 버스 시간은 오후 1시 10분이었습니다. 마침 근처에 시간표가 붙어 있어 확인해보니 역시 오후 1시 10분에 버스가 있었는데, 오우 이 버스가 진우3리를 경유하는 것이었습니다. 곤지암~도척 노선들중에서 진우3리는 하루 몇 번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걸 두고 정말 땡잡았다고 말해야 하나 싶었죠. ㅋㅋ
오후 12시 50분이 지나니 오후 12시 40분에 곤지암을 출발했던 백암행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이 버스가 백암에서 출발할 때 가마골 경유를 할 텐데, 시어골과 더불어 가마골도 마음속에 품어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오후 1시 10분이 되자 곧 곤지암행 버스가 도착했고, 카드를 대니 환승이 먹힙니다. 도척을 출발하여 언덕을 한 번 넘고 나니 금방 진우리가 나왔고 진우삼거리에서 버스가 우회전을 하는데, 길은 전부 왕복2차로 도로였지만 옆에 중부고속도로가 보이더군요. 고속도로 바로 옆길로 버스가 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ㅋㅋ
버스가 꽤 많이 들어가다보니, 진우3리는 똑같이 진우리이면서도 진우삼거리에 비하면 너무 먼 곳에 있지 않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버스는 어느 굴다리 앞에 이르러서 회차를 하는데, 굴다리 안으로 들어가려다 마는 모습이라 들어갔으면 더 쩔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ㅋㅋ
곤지암터미널에 내리니 오후 1시 30분이었는데, 광주공영버스 차량 한 대가 터미널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기사님의 얼굴이 낯이 익어 자세히 보니 추곡리 갔던 날 만났던 그 할아버지 기사님이십니다. ㅋㅋ 마침 기사님께서도 절 알아보셨는지 손을 흔들어 주시더군요. 저도 인사를 드리고 기사님께 어디 다녀오셨나 여쭤보니 장심리를 갔다왔다고 합니다(윽;;;). 그러면서 오늘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보셔서 장심리라고 대답하니 가운데 있던 BM090을 가리키며 저 차가 갈 거라고 하시는데, 저로서는 좀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타려는 장심리 노선은 이선리를 경유하는데, 기왕이면 아는 기사님이 걸린다면 시승이 수월할 텐데 말이죠. -ㅅ-;;;
그 아쉬움은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오신 다른 기사아저씨께서 장심리로 행선판을 갈아 끼울 때 더욱 커졌는데, 동시에 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장심리 노선의 행선판을 보니 오른쪽 맨 끝에 장심리가 아닌, 이선리가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선리 찍고 장심리 가는 게 아니라, 장심리부터 먼저 갔다가 곤지암으로 돌아올 때에만 이선리 경유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합니다. 때마침 종점 출발시간 등을 고려하면 뭔가 이상하기도 했구요.
하여간 오후 1시 50분이 되어 버스는 출발했고, 하열미리, 하오향리를지나 만선리로 갑니다. 만선리는 리 단위인데도 무슨 면소재지 급의 시가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버스는 만선리 한마음마트에서 이선리로 우회전을 하지 않고 바로 직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으악!!
장심리 종점에서 만선리로 걸어나올 걸 생각했는데 완전 반대로 되어버렸고, 이렇게 되면 이선리 총대를 매지 않으면 이선리는 꼼짝없이 못 보게 생겼습니다. 이선리 경유가 하루 두 번뿐인데 결국 못 보고 하차당해야 되는 건지 -ㅅ-;;;
이걸 어쩌나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버스는 장심리 입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만선리 외곽도로를 가로질러 1차로 길을 들어가더니 오르막길을 막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이 때 카드 단말기의 시갼을 보니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오후 1시 50분차는 이선리를 곤지암 돌아갈 때에 경유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윽고 오르막길 너머로 장심리 마을회관이 보이고, 오후 2시 8분에 버스는 마을회관에서 회차를 합니다.
장심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승객들이 모두 내렸는데, 제가 안 내리고 가만히 있으니 기사아저씨께서 곤지암으로 행선판을 바꾸면서 제게 "이선리 가시려구요?" 하고 물어보시더군요. -ㅅ-;;; 그래서 얼떨결에 저는 그렇다고 답을 해 버렸죠. 정말로 이선리 총대를 매고야 만 겁니다. -ㅅ-;; 하지만 이렇게 나오는 기사아저씨는 정말 친절한 축에 속한다는 것은 함정이다
오후 2시 10분이 되자 버스는 할머니 세 명을 태우고 장심리 마을회관을 다시 벗어나 만선리를 향해 내려가는데, 장심리 마을회관에서 탔던 할머니 중 두 분이 장심리 입구 못 간 지점에서 내립니다. 사실 마을회관에서 입구까진 거리가 꽤 있었죠.
다시 만선리로 나와 곤지암으로 돌아가던 버스는 이선리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이선리는 어떨지 기대 반, 기사아저씨께 뭐라고 말해야 할지 걱정 반인 가운데 버스는 먼저 이선2리부터 들어가더군요. 또다시 개쩌는 1차로 길이 펼쳐지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야트막한 오르막길 하나 넘고 나니 저 멀리 정류장 표지가 보이고 그곳에서 회차합니다. 이곳이 아무래도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GBIS)에 나오는 바깥성골인 것 같습니다.
이선2리에서는 타는 사람이 없어 바로 돌려 나오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아무 말 없이 계시길래 휴 다행이다 하고 마음을 놓았지만, 이럴수가 이번에는 그린힐 골프장 쪽으로 들어갑니다. 분명히 이번에도 안 내리면 어디 가냐고 물어볼 텐데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ㅅ-;;;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버스는 골프장 쪽으로 쭉 올라가는 듯 하다가 1차로 길을 다시 달려 이선1리 마을회관에서 회차하며 젊은 남녀 커플 한 쌍을 태웁니다. 이번에는 이선2리와는 달리 깊게 들어가지는 않더군요. 이선2리에서 내렸다면 물도 없는데 날은 덥지 완전 새될 뻔했습니다.
역시나 기사아저씨께서 이번에도 제가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자 어디 가냐고 물어보십니다. 그래서 원래 만선초등학교에 내리려고 했으나 경치가 너무 좋다보니 그거 보다가 그만 지나쳐버려 잘못 내리게 되어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러면 이제 만선리로 다시 나가니까 그때 내리라고 하시더군요. 휴;; 지도를 안 갖고 간지라 나름 위기였던 것을 무사히 넘겼습니다. 이선리를 돌고 나온 버스는 만선초등학교에 도착하였고, 바로 여기서 내리게 되었죠.
여기서 만선리 한마음마트까지는 정말 가까웠는데,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도착하더군요. 마침 마트 앞에 시간표가 붙어 있어 사진 촬영을 하게 됩니다. 만선리도 시간이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버스 시간이 촘촘한 편이더군요.
이번에는 오후 3시 20분에 곤지암에서 출발하는 만선리 경유 봉현리 노선을 타기로 합니다. 지도를 보니 봉현리에서 3번 국도가 가깝길래 그리로 걸어나가 곤지암으로 갔다가 중열미 노선을 타는 걸로 할까 했었지만, 시간표를 보니 오후 3시 20분차 말고도 오후 3시 45분에 오향리, 신촌리 경유 봉현리 행이 또 있길래 봉현리에서 환승을 찍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어 이번 기회에 봉현리 노선의 두 코스 모두 잡기로 했죠. 이번에는 만선리 시내 바깥으로 나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늘 날씨 정말 덥습니다. 갖고 갔던 얼음물은 얼마 남지도 않았고 얼음도 이미 다 녹아버린 상황. 게다가 제가 서 있는 쪽은 정류장 표지판만 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건너편에는 의자가 있던데 ㅠㅠ 건너편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다가 버스를 타자니 만선리 이쪽에 생각보다 차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자 갑자기 로얄시티 하나가 등장하는데 LED에는 그저 세계속의 경기도 GBUS 라고만 적혀 있었죠. 정말 윗대가리들의 정책 오류가 크게 느껴집니다. 오지노선들에도 도시에서 다니는 시내버스들과 똑같은 양식으로 LED에 번호를 띄워야 하는 건지 -ㅅ-;;; 양평에서도 그렇고 가평에서도 그렇고 정말 불만입니다.
달려오는 버스의 행선판을 살펴보니 삼합리 경유 양평행이라 그냥 보냅니다. 오지에서 버스를 보내다니 참 별 일이 다 있는데, 오후 3시 30분이 되어 또 한 대 나타난 버스를 보니 만선리 경유 봉현리 행입니다. 우왕 굿!! ㅋㅋ
사실 부항리로 가는 길이 만선리 한마음마트로 가기 전에 있다보니 일부러 만선리 시내 바깥으로 나와 기다린 건데, 어쨌든 봉현리행 버스를 타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는 바로 부항리로 가는 게 아니라 만선리 외곽도로부터 갔다가 장심리입구를 찍고 만선리에 들어가더군요. 한마음마트가 오른쪽 차창으로 보이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트 앞에서 기다릴 걸 ㅜㅜ
버스는 만선리를 찍고 곤지암 쪽으로 가다가 부항리로 좌회전을 하여 오르막길을 몇 개나 넘는데, 안내방송도 정류장 표지판도 없어 정류장을 알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가 남촌 골프장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여 골프장 쪽으로 가던 버스는 어떤 벽돌집 앞 공터에 들어갔다가 바로 회차를 합니다. 알고보니 거기가 부항2리 마을회관이었는데, 골프장 가는 길에 회관이 있다니 참 특이합니다.
부항2리까지 전부 왕복2차로였고, 다시 골프장 입구로 나오면서 좌회전을 한 버스는 다시 봉현리 입구를 향해 직진을 합니다. 정말 여기가 읍에 속한 동네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던 도로를 쭉 달리다가 봉현리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니 1차로 길이 등장했죠. ㅋㅋ
봉현리는 입구에서 꽤 깊게 들어가더군요. 게다가 주변에 공장들이 많다보니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알 수가 없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집 앞에서 종점이라면서 사람들이 모두 내리는데, 여기서 저도 따라 내렸더니 버스가 바로 돌아나가버립니다. 그 집이 마을회관인가 했지만, 마을회관이라는 문패도 없어서 그냥 일반 가정집인 것 같았죠.
집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고 좁은 골목에 조그만 공장들이 옹기종기 있는 게 다여서 뭔가 삭막한 느낌을 주었던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봉현리 종점. 산을 넘어가는 고갯길 하나가 보였는데, 마침 어느 집에서 아저씨 한 분이 나오시길래 저 길로 가면 어디로 가는지 여쭤보니 동원대로 가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오후 3시 20분, 그리고 오후 6시 40분 봉현리 노선에게만 주어지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종점에서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 뒤이어 오는 노선은 곤지암에서 오후 3시 25분과 7시 15분에 출발하여 또 다른 길로 봉현리에 오므로, 이 기회에 봉현리 두 코스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오향리 구간은 어쩔 수 없이 못 가지만요. 버스가 들어올 길을 보아하니 버스가 봉현리에 들어오는 장면은 꽤 멋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타이밍 예측을 잘못한 탓에 오지에 버스가 들어오는 기쁜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 못합니다. ㅠㅠ
어쨌든 이번 버스는 오향리,신촌리 경유 봉현리 노선이었는데, 아무래도 마을 위치상 신촌리는 곤지암 갈 때 들러 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버스는 출발시간인 오후 4시 10분이 되지도 않았는데 봉현리에서 저와 그 아저씨, 그리고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태우고는 바로 나가버립니다. 오후 4시 10분이라는 게 신촌리 출발시간인가? 하는 추측을 해 봅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행선판을 보니 판대기 하나가 삐죽 나와있었는데, 중열미라는 지명이 보여 순간 뒷자리로 빠집니다. 봉현리 입구로 나온 버스는 좌회전을 하여 3번 국도쪽으로 가는데, 3번 국도에 도착한 버스는 바로 우회전을 하여 신촌리 정류장을 찍고 곤지암 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설마 이거 그냥 곤지암 가는 거 아니야? 하면서 계속 보니 급기야는 수양리도 지나는데, 진짜로 곤지암을 향해 그냥 달려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오향,신촌리 경유 봉현리 노선은 순환이며, 그렇기 때문에 봉현리에서 바로 돌아 나왔다는 대박 정보를 알게 되었죠.
신촌리 경유니 신촌리 안에도 들어갈 줄 알았더니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저는 중간의 묵내마을에서 내렸다가 1113-1번을 타고 오후 4시 25분에 곤지암으로 돌아옵니다. 곤지암~신촌리 사이에 좌석버스나 114-1번만 다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ㅋㅋ
이윽고 오후 4시 35분이 되자 기사아저씨 한 분이 나와 중열미 행선판을 끼우는데, 역시나 아까 봉현리에서 타고 나온 차와 같은 차에 같은 기사아저씨였습니다. 가뜩이나 기사님 인상도 무뚝뚝하게 생겼는데 곤지암까지 그대로 타고 왔다면 어쨌을지 꽤 섬찟하더군요. 큰 위험을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쉰 저는 환승을 찍으며 앞자리에 앉습니다. 버스는 정확히 오후 4시 40분에 곤지암터미널을 떠났고, 아까 장심리 노선과 똑같이 가다가 중열미입구에서 상열미로 좌회전을 하더니 산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중열미로 올라가는 길 대부분은 새로 포장이 된 듯 하더군요. 거의 대부분의 구간이 왕복2차로 도로였습니다. -ㅅ-;;
1차로 길이었으면 정말 대박이었을 중열미 노선. 조금 더 올라가니 1차로 구간이 남아 있긴 했지만, 그것도 공사가 진행중이었는지 땅 군데군데가 파여 있었습니다. 열미슈퍼를 지난 버스는 오후 4시 50분 조금 안 되어 상열미리 마을회관 앞 공터에 멈춰섭니다. 중열미 출발시간이 오후 5시 5분이라 시간이 남더군요.
아직은 초행길이다보니, 마을회관보다 훨씬 위에 있는 곳에도 마을이 있는데도 왜 버스가 거기까지 안 가나 하는 의문은 풀지 못합니다. 마침 마을회관 바로 앞에 슈퍼가 있길래 게토레이를 두 병 사서 그 중 한 병을 까먹으며 시간을 보내니, 오후 5시가 되자 기사아저씨께서 다시 버스 안으로 들어가시더군요. 같이 따라들어가니 오잉? 기사아저씨께서 아무 말씀 없이 바로 단말기 조작을 해서 900원 찍게 해 주시더군요. 뜻밖의 반응에 놀랐지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다시 곤지암으로 출발한 버스는 단 10분도 안 되어 곤지암에 도착하는데, 노선이 짧다보니 운전만 잘 하면 시간은 널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곤지암에 도착하면서 아까 중열미에서 샀던 게토레이 한 병 기사아저씨께 드렸더니, 아까의 무뚝뚝해 보이던 표정은 어디 가고 함지박만하게 웃으시며 잘 마시겠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이 덕분에 저도 인상이 무뚝뚝하게 보이더라도 어딘가 따뜻한 마음이 있게 마련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아저씨 덕분에 중열미도 잡고 봉현리에서 환승 찍는 경험도 하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ㅎ
이제는 집으로 가기 위해 300번을 탔는데, 역동사거리에 도달하니 봉골 노선이 터미널 정류장에서 방금 출발했는지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중이네요. 축협에 3분만 빨리 왔어도 ㅜㅜ 하는 아쉬움을 느끼며 축협에 내리니 남한산성 가는 15-1번 시간이 변경되었다고 시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직동~광주~남한산성 코스가 없어지고 광주~남한산성으로 코스가 단일화되며 기존 시간표에서 2회가 더 증회되어 광주 축협기준 오전 7시, 오후 3시 45분차가 생기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동은 오포읍에 있던 것 같던데 정확히 어디인지 지도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15-1번의 운행횟수가 늘어난 건 나름 희소식이라면 희소식이었습니다. 남한산성 고갯길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마침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45분이라 오후 6시차와 시간이 맞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한산성 노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오후 6시 넘어서 도착한 15-1번에 승차합니다. 시내순환버스에 15-1번 행선판이 끼워진 차량이 걸리더군요.
번천삼거리를 지나 광지원에서 좌회전을 한 버스. 중부면사무소 이후 남한산성까지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하여 오후 6시 43분에 남한산성에 도착합니다. 종점에 9-1번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저는 바로 이 버스를 타고 산성역에서 내리게 되었죠. 정말 성남쪽으로 내려가는 고갯길이 장난 아니었는데, 그 길을 9번과 9-1번, 52번까지 여러 노선버스들이 다니니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성남쪽으로 내려가는 고갯길은 아쉽게도 날이 어두워져 카메라에 담지 못했고, 광주에서 올라오는 길 사진만 몇 장 남깁니다.
산성역에서 전철을 이용해 서현역으로 온 저는 부천으로 가는 8106번을 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현역에 내리고 보니 이매촌 한신아파트 정류장은 어디 있는 건지 헷갈리더군요. 오히려 도시에 약한 저의 현실(?)인지라 이리저리 기억을 더듬어 이매촌 한신아파트 정류장을 찾는데, 이 때 8106번을 한 대 보내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 차가 계속 오지를 않더군요. 결국 환승이 깨지고 3330번을 이용해 귀갓길을 올라야 했습니다. -ㅅ-;;;
경기순환버스를 잘 알았더라면 정말 지긋지긋한 안양은 안 가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늘은 오산 333번을 제외하고 목표들을 이루는 데 성공했고, 여러 가지 정보도 많이 건졌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습니다. 곤지암도 한 번만 더 가면 노선들을 모두 타보게 될 것 같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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