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삼 주일에서 하루가 부족한 이천십년 구월 이십사일.
용인에서 오후 5시 10분에 출발하는 91번 미리내 지선과 염티 경유 미리내 노선(60-3), 그리고 상가,하가 경유 미리내 노선(50-8)을 잡기로 하고 예정보다 40분 정도 늦게 집을 나서 용인을 향해 출발합니다. 이번 주는 추석이 있던 덕택에 토요일날 용인으로 갈까 하다가 금요일인 구월 이십사일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시승의 제목에 왜 번외 여행이냐구요?
사실 용인, 미리내 이쪽보다는 무갑리나 곤지암을 가보려고 했지만, 염티 경유 미리내 노선과 상가, 하가 노선 모두 타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염티 경유 미리내 노선은 아침 일찍 한번과 저녁에 한 번 해서 하루 두 번짜리요, 상가,하가 노선은 아침, 점심, 밤 해서 하루 세 번짜리여서 희소성도 컸고, 그분이 추천한 것도 있었으며 지도로 봐도 쩌는 노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처음에는 용인 미리내 지선만 생각했는데, 안성시내버스 시간표를 보니 염티 경유 미리내 노선의 시간도 얼추 맞을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망가진 장거리형과의 대화에서 그 이야기를 하니 상가,하가 노선도 미리내에서 시간이 맞을 거라며 추천을 해 주시길래 도움을 받아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깁니다. 날이 일찍 어두워져서 길이 제대로 나오나 모르겠지만 말이죠. -ㅅ-;;;
일찍 해가 진다 해서 하는 말인데, 정말 날이 일찍 어두워져서 안습이 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계획을 세우니 본의아니게 이 계획을 9월이 가기 전에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더군요. 겨울이 되면 해가 빨리 져 버려 어두워지는데, 이러면 시승이 뭔 소용이 있나요?
아, 물론 직접 가서 타는 저는 바깥 모습을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는 거죠. 주변이 온통 어둡다보니 디카로 기록을 남길 수가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이 여행기를 보는 모든 분들께 멋진 풍경을 보여드리고 같이 감상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과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참 웃기는 이야기지만, 제가 써놓은 여행기인데도 제가 재미있어서 읽게 되는 때가 많으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이 계획을 내년 여름에 실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하기엔 염티 경유 미리내 노선과 상가,하가 노선의 유혹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안성이라는 먼 동네에 다니는 오지노선인데 하루 운행횟수가 적다는 것도 그렇고, 지도로 찾아보니 길의 색깔부터가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도 왔으니까요. 장거리형의 추천 또한 물론입니다. ㅎㅎ
하지만 용인도 그렇게 가까운 동네가 아닌 현실이므로, 91번 미리내 지선만 보고 용인에 온다면 그것도 뭔가 비효율적인 것 같아 용인시내버스도 몇 개 타주기로 합니다. 이리하여 저는 송내역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경기순환버스 8106번을 탑니다. 15~20분 간격이라 약간 부담은 되지만, 이매촌 한신아파트에 내리니 오전 11시 20분쯤 되더군요. 그 지긋지긋한 안양을 안 거치니 다행인 일이고 든든함도 있었지만, 모란역은 안 간다는 아킬레스건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ㅅ-;;
어쨌든 서둘러 분당선 전철을 타고 오전 11시 50분에 보정역에 도착하여 690번을 타고 용인으로 갑니다. 690번이 급행격 노선이라 그런지 보정역에서 용인터미널까지 가는 데 30분밖에 안 걸리더군요. 와우 ㅋㅋ 하지만 용인에 도착하니 오후 12시 30분이 넘어서 아쉽게도 첫 번째로 타기로 했던 은이성지, 금륜사 노선은 물건너갔고, 오후 1시에 출발하는 82번 아시아CC 노선에 승차합니다.
주북리와 대대리를 거치던데 과연 골프장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드는데, 버스는 대대리까지 추곡리, 정수리 노선과 똑같은 길을 달리다가 무량골 정류장 바로 다음인 아시아 골프장 입구에서 회차를 합니다. 아무래도 82번이 양지까지 운행할 때 타야만 골프장 안으로 갈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98번이 무량골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상황인지라 저는 얼른 무량골 정류장으로 갑니다.
똑같이 몇 km를 이동해도 차를 타면 금방이지만 걸어가면 멀었기 때문에 서둘렀는데, 다행히 왔던 길 되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량골 정류장이 보입니다. 98번이 무량골을 간다는데 무량골이 어딘지 지도에 나오질 않아 막막했었지만, 알고보니 무량골은 대대3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었더군요.
아까 타고 왔던 82번이 반대로 지나가고, 오후 1시 35분이 지나자 드디어 98번 무량골 노선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제가 타겠다고 신호를 해서 버스가 서긴 했는데, 버스가 서 있는 위치를 보니 어디 안으로 들어갔다 나올 모양이더군요. 기다렸다가 다시 나오는 거 타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그냥 천원짜리 지폐 한 장 돈통에 밀어넣습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어디 가세요?" 라는 기사아저씨의 물음에 "고림동이요" 하고 대답을 하면서 말이죠. 기사아저씨께서 저기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기다렸다 타시지 하셨지만, 이미 돈통에 돈을 넣은 뒤였고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은 몰랐는데 시간 걸려도 상관없다고 말씀드리며 무사히 넘깁니다. 하늘이 도우심이었지만, 다음엔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ㅅ-;;;
버스는 1차로 길을 달려 대대 3리 마을회관 앞에 다다르고 거기서 손님 2명 태우며 돌려 나갑니다.
대대3리 마을회관에서 회차한 버스는 다시 용인방향으로 달리다가 한터에서 별안간 우회전을 합니다. 알고보니 태화국제학교로 가려는 것이었는데 쩌는 1차로를 따라 상당히 많이 들어가더군요. 차량에 "태화국제학교"가 적혀 있지 않았다면, 생각 외의 길을 가주는 노선이 되었을 법한 98번입니다.
태화국제학교 입구에서 회차하여 한터로 되돌아온 버스는 용인을 향해 달립니다. 이제 다음엔 뭘 타볼까 머리를 굴리다가 용인에서 오후 1시 50분에 있는 배실 노선을 타보기로 하는데, 이게 고림동에 오후 2시쯤 오다보니 시간이 꽤 빡빡하더군요. 한터로 나올 때 시간이 벌써 오후 1시 50분이 넘어 있던 겁니다. 일단 임원삼거리를 지나자마자 벨을 눌러 바로 하차하는데, 이럴수가 신호등 불빛이 바뀌려는 그 짧은 순간 배실 노선이 건너편에 나타나더니 그냥 달려가 버리네요. -ㅅ-;;;
게다가 오후 3시 출발인 줄 알았던 83번 와우정사 지선도 오후 2시 20분 출발인지라(오후 3시는 와우정사에서 나오는 시간이었죠),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조금 뒤 나타난 2-1번을 타고 용인터미널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2-1번은 다른 시내버스들과 다르게 이곳저곳 들르는 데가 많더군요. 덕분에 인정피렌체아파트가 어디에 있는 건지는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술막다리를 지나서도 용인시장으로 둘러가는 바람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2시 20분이 지나버린지 오래였습니다. -ㅅ-;;;
결국 와우정사는 날아가고, 어떤 노선을 타볼지 고민하다가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16번을 타기로 합니다. 운학동 다음에 법륜사를 찍고 원삼을 간다는데, 법륜사가 어딘지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6번은 예상대로 소형버스 차량인 카운티였는데, 출발시간이 임박한지라 본인이 타자 바로 출발합니다.
이번에는 다보스병원을 찍고 바로 원삼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여 57번 지방도를 따라 달립니다. 용인에서 운학동을 거쳐 원삼으로 가는 다른 노선들도 이 경로로 갈 것 같더군요. 기왕 83번 못 탄 거, 내어둔이나 해실리는 어디로 들어가면 나오는가 지도와 매치시켜보고 있으니 버스는 어느새 와우정사 근처를 달리고 있었는데 이때 시간이 오후 2시 50분입니다. 와우정사가 길에서 가깝기 때문에 그냥 여기 내린다음 오후 3시에 출발할 83번 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용인의 관광지 중 하나인 와우정사를 얼마 못 보고 가는 것도 그렇고 법륜사도 어딘지 궁금했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버스는 그대로 곱등고개를 넘어 원삼면으로 진입하는데, 고개를 넘자마자 나온 용암 정류장 바로 오른쪽 구석진 길을 달립니다. 곧 내동 마을회관이 나오는데 누렇게 익어가는 논밭에 허수아비 수십 개가 있는 나름 드문(?) 모습을 봅니다. 참새 따위는 범접할 수 없을 허수아비 신공에, 마침 바로 뒷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 두 분도 놀라워 하시더군요 ㅎㅎ
두 분은 우리랜드에서 내리셨는데 덕분에 우리 농촌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죠.
그런데 버스는 우리랜드에서 돌려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그대로 직진을 해 버리고, 오후 3시에 원삼에 도착합니다.
버스는 원삼에서 다시 손님 몇 명 태우고 돌아가 버리고,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조금 있으면 용인 방향으로 10-4번이 올 때라 10-4번 오기 전까지 시간표가 붙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는데, 이럴수가 원삼은 용인 외에도 안성에서 버스가 들어오기도 하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시간표를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76번 공영버스의 시간 역시 당연하게도 알 수 없었죠. -ㅅ-;;
76번 시가눂는 아무래도 73번과 달리 맨땅에 헤딩해보면서 알아봐야 하나 봅니다. 도로 구조를 보니 용인에서 오는 거나 안성에서 오는 거나 공영노선이나 타는 곳은 다 똑같겠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원삼에서는 큰 수익을 얻지 못한 채 오후 3시 10분에 도착한 10-4번을 타고 용인으로 되돌아갑니다. 10-4번은 16번과 다르게 바로 직진을 하여 왕복2차로 도로를 달리는데, 곱등고개 직전에서야 16번이 가는 길과 다시 만나더군요. 16번만 도중에 다른 길로 원삼을 들어왔던 겁니다.
용인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35분이었고 이번에는 오후 4시 정각에 있는 신기 노선을 노리는데, 차량은 용인순환이라고만 달랑 적혀 있는 카운티에 "신기" 라는 행선판만 있었고 터미널 건물 바깥에서 타야 되었습니다.
신기 노선은 어떻게 가나 궁금한 가운데 오후 4시가 되자 저와 여학생 1명만을 태우고 바로 출발합니다. 송담대를 지나 송전 방향으로 가는데 웬일인지 이 버스, 전혀 빨리 달린다는 느낌이 없이 천천히 갑니다. 평옥을 지나고 드디어 고가도로와 함께 신기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지만, 버스는 그 길을 무시하고 직진하더니 고가도로 아랫길을 이용해 신기마을로 가더군요. -ㅅ-;;;
1차로 길을 달리던 버스가 어느 집 앞에서 갑자기 멈춰서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시동을 꺼버립니다. 그래서 여기가 종점인지 여쭤보니, 어디 가느냐는 뚱딴지 같은 대답만 돌아오네요. 신기 간다고 하니 여기가 종점이라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떨떠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ㅅ-;;; 가뜩이나 인상도 깐깐하게 생긴 분이라 더 떨떠름했지만, 어쨌든 저는 버스에서 나와 앞으로 걷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드니 갑자기 어디로 가야 될 지 헷갈립니다. 안터를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방향감각을 잃고 어디로 가야 될지 생각하던 찰나, 마침 택시가 한 대 들어오길래 그걸 잡아서 신기마을을 빠져 나옵니다. 그런데 택시가 버스가 왔던 쪽이 아니라 그냥 앞으로 쭉 직진하더군요. 어라?
게다가 택시에 오르고 나니 갑자기 버스가 안터를 지났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납니다. -ㅅ-;; 결국 신기 노선은 순환이었으며, 신기마을에서 걸어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아 걸어서 나올 계획이었는데 삽질을 해 버린 것이었죠. 그냥 걸어 나오면 되는걸 아까운 기본요금 2300원만 날리는데, 초짜라 그런지 이래저래 시행착오가 많네요 ㅜㅜ
어쨌든 큰길로 나와 정류장에 도착은 했는데, 여기는 22-1번도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15분이 지나도록 버스가 하나도 오지를 않습니다. 그나마 22-1번이 제일 자주 다니는 거였지만 그것도 거의 30분 간격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죠. 그러다가 오후 4시 40분이 약간 안 되어 도착한 93번을 승차하여 아슬아슬하게 환승할인을 받고 금방 터미널로 돌아옵니다.
이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할 때가 되었습니다. 91번 미리내 지선과 염티 그리고 상가,하가를 공략할 때가 다가온 겁니다. 91번 미리내 지선은 염티 노선과의 연결도 중요했지만 원래 91번 다니는 길(화산리, 묘봉리)에 미리내성지를 추가로 간다는 점이 컸습니다. 출발시간인 오후 5시 10분이 되기 전, 얼른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고 승차장으로 가보니 엄청 혼잡하더군요. 곤지암으로 다시 돌아갈 광주시내버스(37-5)도 있었고 수원방향 10번과 백암방향 10번도 동시에 들어오는 등 정신이 없습니다.
용인터미널이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모두 취급해서 그런지(게다가 경남여객 차고지 역할도 하죠), 터미널이 작지 않았는데도 승차 홈이 풀가동이나 다름없더군요. 그러고보니 경남여객에서 시내버스들을 어느 승차홈에서 타야 되는지 안내문을 터미널 승차장 곳곳에 붙여놓았던 게 생각이 납니다. 그 안내문 마지막 부분에 터미널 승차 홈이 부족해 교대로 쓰게 되어 고객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문장도 있었으니 말이죠.;;;;
오후 5시 5분이 되자 드디어 미리내라고 적힌 조그만 판대기가 걸린 91번이 승차장으로 들어왔고, 승차장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듭니다. 덕분에 오지노선인데도 터미널에서부터 입석 세우기 직전까지 가네요.;;
오후 5시 10분에 출발한 버스는 22-1번과 똑같이 송전 직전까지 내려오다 화산리 입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마을에 진짜 화산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이름이 독특했던 화산리. 화산리에서는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논밭이 참 인상깊었던 화산리를 나와 다시 남쪽으로 달리니 금방 송전이었고, 여기서 사람들이 좀 빠집니다. 송전을 지난 이후 바로 나오는 묘봉리. 91번 묘봉리 구간은 정말 장거리형과 그분 말씀대로 중리까지 2차로 길이었습니다. 윽 -ㅅ-;;;
입구부터 끝까지 전부 1차로였음 대박이었을 묘봉리 노선. 하지만 묘봉중리 마을회관 이후부터는 1차로였는데 집들 사이로 난 좁은 길로 가는 게 압박입니다. 버스는 빨간 집 앞에서 회차하여 다시 나가는데, 정류장 모양을 보니 묘봉3리까지만 버스가 올라오는 듯했죠.
묘봉리에 아이들이 많이 산다면, 틀림없이 골목대장 같은 거 있었을 것 같더군요. ㅋㅋ
묘봉리를 빠져나온 버스는 바로 미리내를 향해 달립니다. 91번으로서는 고삼까지 가는 하루 2번의 시간대를 제외하면 이번 시간에만 묘봉리보다 더 멀리 가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었는데, 어비리를 지나자마자 바로 난실리가 나오더군요. 아까부터 그랬긴 했지만, 버스가 묘봉리 이후부터 더욱 속도를 내는 통에 간신히 난실교차로 앞에 내릴 수가 있었죠.
현재 시간은 오후 5시 53분.
하늘에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던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미리내성지로 가는 길과 왕복4차로 도로가 함께 있다보니 약간 헷갈렸지만, 알고보니 신도로와 구도로가 같이 붙어 있어 지도에도 길이 한 개인 것처럼 나온 것이더군요. 결국 염티 노선은 그냥 91번 내렸던 곳에서 똑같이 타면 된다는 걸 알 수가 있었습니다.
타는 장소도 봐 두었겠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기다림뿐이었습니다. 염티 경유 미리내 노선(60-3)이 안성터미널에서 오후 6시 20분 출발이었는데, 양성 경유다보니 난실리에서 좀 짱박혀야 했던 겁니다. 그냥 91번 타고 왕복을 하면서 이곳에 내릴 걸 그랬나 싶은 뻘생각마저 들었죠. 하지만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까짓 한 시간쯤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말입니다. 그것은....
오후 6시 15분이 넘으니 그나마 있던 노을들도 다 없어지고 본격적으로 어둠의 시간이 되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면서 추워지더군요. 얼른 버스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후회가 되는 것은 22-1번을 타고 양성에 내려가 있을 걸 하는 것이었습니다. 환승도 안 깨지고 시간표 수집도 되고 기다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마저도 오후 6시 17분쯤 안성 방향으로 22-1번이 가버리니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난실리에서 22-1번과 91번 타는 장소가 다르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지만, 어쨌든 보냈으니 소용없는 겁니다. 다음 22-1번이 여기 올 때쯤이면 분명 염티 노선이 이 근처에 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인데, 과연 오후 6시 45분에 안성방향 22-1번이 지나가고, 오후 6시 50분이 되자 미리내성지로 가는 60번 로얄미디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예상대로 아까 91번에서 내린 장소로 오더군요. 염티 경유라면서 별다른 행선판은 없는데, 역시 시간표 보고 그냥 타야되겠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어쨌든 난실리에서의 기다림 끝에 염티 노선을 잡는 데 성공합니다. 오우~ 형님~! ㅋㅋ
버스가 도착하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빛의 여명이 사그러지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난실리를 지나 노곡리에 도착하니 이곳도 교차로가 로터리로 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장거리형이 내렸다던 장소가 이 노곡리 로터리 같았습니다. 이제 염티로 들어갈 때가 다 되었고, 버스는 고삼 쪽으로 내려가다가 염티입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좌회전하자마자 1차로 길이 나오는데, 정말 개쩔더군요. 해가 져 버린 뒤라는 게 아쉬웠습니다.
9월이 지나가기 전에 탔는데도 이 지경이니, 염티를 제대로 보려면 1년 중에서 여름때밖에 없겠더군요. 또한 이 염티 경유 노선이 하루 2번, 그것도 안성~미리내 간 60번 첫차와 이 시간대밖에 없다는 게 좀 안습입니다. 비록 외지인인 저야 시간 어떻게 맞춰서 타보면 끝이지만, 마을에 비해 버스가 적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점심 차가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노곡리 염티마을에 대해 찾아보니 예전에는 염티에 버스가 하루 3번 들어왔었다는 사실이 있었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 쩌는 길을 한참 들어가던 버스는 오후 6시 58분에 염티 종점에 도착했고, 여기서 사람들이 3명이나 내린 뒤 버스는 바로 회차합니다. 다시 개쩌는 1차로 길을 빠져나온 버스는 노곡리 로터리에서 미리내로 올라가는데, 이제는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서 그런지 길에 다니는 차도 없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데, 미리내성지 종점 전에 내려야 하나 그냥 미리내성지까지 가야 하나 고민 끝에 저는 전자를 선택합니다. 날이 어두워져서 미리내 성지를 보러 가기엔 늦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막상 미리내성지 바로 전 정류장에 내린 다음 건너편으로 이동해보니 그냥 미리내 종점이라도 보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60번에서 내린 지 5분도 안 된 오후 7시 7분에 상가, 하가 노선(50-8)이 나타나더니 60번을 뒤쫓아 올라가 버렸던 겁니다.
차도 안 다니는 길에 버스마저 가버리고 나니 가로등 몇 개 빼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뒤에 흐르는 냇물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데 산중의 썰렁한 공기까지 합쳐져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아무리 오래 기다려 봤자 5분이면 되는데도 무서우니 이것 참;;;
오후 7시 11분이 되자마자 상가,하가 노선이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미리내성지 종점에서 바로 돌린 것 같습니다. 다음 버스는 아까 올라간 60번이었고(미리내성지 오후 7시 20분 출발), 다음 버스는 1시간 30분 뒤에나 있었으며 최종 막차는 오후 9시 20분인 걸 고려하면 버스 시간이 너무 들쭉날쭉하더군요. -ㅅ-;;;
그래도 버스를 타게 되었으니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죠. 미리내성지는 버스 전조등 빛과 엔진소리만 아니었다면 어둡고 조용하기만 했을 산속 오지였고, 역시 밤에는 올 데가 못 됩니다. -ㅅ-;;
오늘의 피날레인 상가,하가 노선.
그런데 미리내에서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돌린 듯했던 버스는, 아까 60번과는 달리 매우 급하게 갑니다. 10분도 안 되어 노곡리 로터리를 찍고 고삼 쪽으로 내달리다가, 골프장 입구에서 우회전을 합니다.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나 싶던 버스가 별안간 1차로 길을 달리는데, 염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쩌는 1차로 길이 나오더군요. 장거리형이 역시 이 노선을 괜히 추천한 게 아니었습니다 ㅎㅎ
빨리 달리지 않으면 쉬는 시간이 없는 듯, 1차로 길에서도 속력을 내려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아쉬웠던 것은 밤이 되었다는 점이었죠. ㅜㅜ
상가, 하가 1차로 구간에서는 손님이 없었고, 고삼에서 손님 몇 명을 태운 뒤 오후 7시 40분이 되기 전 대천공판장에 도착합니다. 안성시내에 들어와 기사아저씨께서 행선판을 바꾸는데, 덕분에 상가, 하가 노선의 행선판은 찍지 못했습니다.
안성에 도착한 저는 근처의 서인사거리로 바로 걸어가서 70번을 탄 저는 평택을 거쳐 집으로 가는데, 서인사거리에서 2시간 40분이 지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죠. 미리내성지까지 포함하면 집까지 오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더군요. -ㅅ-;;; 막판에 미리내성지와 안성의 위력을 몸소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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