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정동으로 가는 노선버스가 마을버스이던 시절 타본 시승기입니다. 2011년 이후 해당 노선은 6-1번 시내버스로 운행하니 참고바라며, 이번 시승기는 디카를 가져가지 않아 사진이 적은 점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날은 안산에서 볼일을 본 뒤 화정동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고잔역으로 이동합니다. 화정동을 가는 진보운수 6번 마을버스가 고잔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었죠. 화정동은 안산시와 시흥시의 경계에 있으며, 영동고속도로 안산IC 근처에 위치한 양상동과 더불어 오지마을입니다. 예전에는 화정동이 시흥시 땅이었으나, 1995년 이후 일부가 안산시로 넘어간 역사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6번 마을버스를 타고 화정동 종점까지 갔다가 97번이 다니는 길로 걸어나온 뒤, 능곡지구를 거쳐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능곡지구에서 97번을 타고 고잔역으로 가는 도중, 6번이 근처로 온다는 것을 확인했었기 때문에 환승 지점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번 마을버스는 시간표가 있었지만 의외로 도착예정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듯 하더군요. 고잔역에 내린 이후 20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오후 4시 10분이 되어도 차가 오지를 않고 오후 4시 15분이 되어서야 나타났으며, 언제 출발하냐는 승객의 질문에 기사아저씨께서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다고 답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6번 마을버스가 나타나니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 거의 모두가 버스에 우르르 몰려들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승을 찍고 승차합니다.
버스는 오후 4시 25분에 고잔역을 출발하여(30분에 간다더니;;;) 와스타디움 옆길로 들어선 다음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창동연립, 강서고등학교를 지나화정동 쪽으로 갈수록 내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시내를 벗어나 화정동 입구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는 승객이 저를 포함해서 3명밖에 남질 않았죠. 그런데 버스는 97번이 가는 길로 가지 않고, 큰길을 따라 시흥시 방향으로 쭉 직진해 버립니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게다가 버스 안에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기사아저씨께서 다들 어디에서 내릴 거냐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ㅅ-;;;; 한 사람은 영어마을로, 또 한 사람은 종점으로 간다고 하길래 저도 종점이라고 답했죠. 하지만 저는 그 결정을 아주 후회해야만 했습니다. 큰길에서 좁은 램프를 통해 바로 화정동으로 들어선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거기가 화정동 종점이었던 겁니다. -ㅅ-;; 97번과 연계되는 그 정류장은 본인이 잘못 봤었던 것인지 상당히 얼떨떨했지만, 이미 종점에서 내린다고 답을 해버린 뒤라 어쩔 수 없이 내려야만 했습니다. 제가 내리니 버스는 바로 돌려 나가버리는데, 아무리 봐도 97번 타는 길 주변하고는 풍경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6번 마을버스는 97번과 똑같은 길로 가다가 화정동 쪽으로 몇 정류장 깊숙히 들어가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운행형태를 보이고 있었던 겁니다. 본능적으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잘못 내렸다....-ㅅ-;;;
하지만 화정2동쪽으로, 그러니까 정류장에서 왼편으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면 97번이 다니는 길이 나올 것도 같아서 그냥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가기로 합니다. 그게 엄청난 뻘짓이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ㅅ-;;;
화정동이 산자락 근처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민가는 산자락을 따라 분포하고 있었고, 논은 선부동 쪽으로 난 길에 많이 있었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1차로 길이 펼쳐지는데, 만약 마을버스가 여기까지 들어온다면 진짜 대박일 텐데 그렇질 못하네요. 아쉬움을 느끼며 산쪽으로 이동하니 멋진 풍경이 나오는데 이걸 잘만 찍었더라면 이국적인 풍경이 나올 수도 있었을 테지만, 불행히도 본인은 아무리 가도가도 큰길이 나오질 않자, 덥기도 하고 당황도 해서 그 경치를 잘 즐기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ㅠ 여행기를 쓰는 지금와서는 아쉬운 대목이지만, 나중에 시흥시의 오지기행을 할 때 또 와도 되는 거니까 상관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드디어 큰길이 있음을 의미하는 전봇대와 가로등이 보이더군요. 그쪽으로 가니 주유소가 하나 나와서 이젠 살았다 했는데...
으아악!! 길의 양 옆을 살펴본 순간 좆됐다는 느낌이 엄습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어떤 버스도 다니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유소에서 오른쪽을 보니 안산, 시흥 시경계였고 왼쪽으로는 쭉 뻗은 도로가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른쪽으로 갈까 했지만 아무래도 시경계 표지가 마음에 걸려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걷는데, 고갯길이라 그런지 경사가 좀 있었습니다.
계속 걸어보니 안산시 화정동이었는데, 만약 오른쪽으로 갔었다면 산현동삼거리까지 가야만 버스를 탈 수 있었을 겁니다. 그곳이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주유소에서 왼쪽 길을 택한 것이 참 다행이더군요. ㄷㄷ;;
결국 아까 버스 타면서 지나왔던 램프가 보였고, 종점에서 출발한 지 30분 정도만에 다시 화정동 종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걷는 도중 6번이 종점을 출발하여 굴다리 쪽으로 슝 지나가 버리더군요. 땀 나고 목마르고 더운데 또 20분을 기다려야 되니, 고생은 고생대로 짤짤이 하네요. 디카를 가져오질 않아서 어쩌나 하다가,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폰카를 이용해서 종점 정류장과 시간표를 박아둡니다.
버스가 들어오는 길을 자세히 보니 이정표가 하나 있었는데, 굴다리를 통과하면 영어마을이 나온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어? 영어마을도 버스가 경유를 하는데? 이거 도대체 어떻게 다니는 거지?
오후 5시 30분이 조금 안 된 시간에 다음 버스가 옵니다. 대략 20분 간격이지만 날도 덥고 땀 범벅에 목도 마르니 기다리기가 힘들더군요. 버스는 저 외에 한 사람 더 태우고는 바로 출발을 합니다. 엥?
종점이라면서 벌써 가나?
버스는 왔던 길로 다시 나가는 게 아니라 굴다리를 지나 직진을 해 버립니다. 곧 영어마을과 화정1동 정류장이 나오는데, 어라? 화정1동을 지나니 97번이 다니는 길이 나타났고, 고잔역 쪽으로 버스가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안내방송에서는 아까 지나왔던 화정동 입구라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결국 이 노선은 순환이었다는 결론이 나고 그제서야 6번의 운행경로가 이제서야 제대로 그려집니다. 화정동 종점은 그 순환구간의 첫 번째 정류장이었던 것이죠.
이렇게 되면 제가 97번을 타면서 본 정류장 표지판의 노선도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근처에 정류장이 하나 있었기는 했는데, 마을버스 6번이 온다는 표시가 실제로 6번이 서는 곳의 건너편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된 신고식 끝에 화정동 마을버스의 정보를 알아내긴 했는데, 신고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화정동입구에 내린 저는 97번을 타기 위해 건너편 정류장으로 이동하였으나, 이놈의 97번이 정말 안 오는 겁니다. 분명 15~20분 간격이고 이 앞으로 지나가는 게 맞는데?
20분을 기다리니 드디어 버스가 오길래 기사아저씨께 타겠다는 신호를 했는데, 이럴수가 정류장 표지판 있는 곳에서 세워주는 게 아니라 100m 전에서 승객 한명 내려주고는 그냥 가버리더군요. 결국 아까 승객이 내렸던 지점에서 다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ㅅ-;;; 땀과 목마름을 견디며 다시 25분이 지나니 다음 버스가 도착했는데, 문제는 이번에도 분명 제가 타겠다는 신호를 했는데도 또 그냥 지나가더군요. 아 진짜 이게 뭐 하자는 건지 -ㅅ-;;
이용객 뜸한 정류장은 기사아저씨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니는 경향이 있지만 이걸 실제로 당할 줄은 몰랐는데, 막상 당하고 나니 참 너무하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97번이 한 대쯤은 놓쳐도 괜찮을 정도로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에이 이놈의 97번 짜증나서 두 번 다시는 이곳에서 안 탄다고 마음먹은 저는 화정초등학교 정류장으로 걸어가 101번을 타고, 당초 의도했던 장소와는 달리 자유센터에 내렸다가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마침 제가 탄 곳이 101번이 한 바퀴 도는 구간인데, 이 구간이 좀 헷갈리다보니 ㅜㅜ
97번을 탔더라면 좀더 빨리 집으로 왔을 텐데, 본인을 지나쳐 가 버렸던 그 기사아저씨 욕을 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얻어가는 것은 있었습니다. 화정동의 경치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 신고식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를 알 수 있었으니까요. -ㅅ-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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