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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8월 5일 - 시내버스만 타고 하루만에 경기도 외곽라인 일주하기 실패, 그리고 구둔역 시내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4. 11.

여름휴가도 끝나가는 오늘.
저는 그동안 생각해 왔던, 시내버스만 타고 경기도 외곽라인 일주를 실행에 옮기기로 합니다.

그냥 경기도 외곽라인 일주라면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저는 현재 존재하는 시내버스 노선만을 이용하여 하루만에 돌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의 시내버스는 일반시내버스뿐만 아니라 마을버스와 일반좌석, 직행좌석도 포함된 것으로, 쉽게 말해서 환승할인이 되는 노선버스였죠. 사실 발안과 오산 사이에 조암과 안중도 넣어야 정확하게 외곽라인 따라 돌기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조암에서 안중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2번만 다녀 시간대가 영 맞질 않으니 1박 2일이 아닌 이상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개인 사정으로 시간 지체도 있었고 여주에서 구둔을 경유하여 용문 가는 버스를 오후 12시 30분에 타지도 못했으며, 용문에서는 하필 양평행 버스가 1시간 10분 뒤에 있는 블랙홀에 걸리는 바람에 결국 직행버스를 이용해야 했고, 양평에서는 청평 가는 막차도 놓쳤으니 말입니다. 양평에 도착해 보니 시간이 벌써 오후 5시가 넘어 있었는데, 이제 겨우 반 바퀴 돈 상황에서 광릉내와 포천까지 갔다간 집으로 가는 막차 놓칠 것은 뻔한 일이라 결국 중간에 귀환해야 하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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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

※승차시간과 하차시간,하차요금 등을 여행 당시 수첩에 기록해 놨었는데 사라진 관계로...상세히 적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1. 집→안산역

경원여객 61번(900원)

2. 안산역→한대앞역

경원여객 52번(환승)

3. 한대앞역→상록수역

경원여객 101번(환승)

4. 상록수역→반월농협

태화상운 22번(환승)

5. 반월농협→남양성지

제부여객 330번(환승)

6. 남양성지→발안시내버스정류장

화성창운여객 37번 마을버스(800)

7. 발안시내버스정류장→오산역

화성운수 3-2번(환승)

8. 오산역→평택역

협진여객 2-2번(환승)

9. 평택역→-->안성 구터미널

협진여객 50번(환승)

10. 안성 구터미널→여주터미널

백성운수 37번(환승)

11. 여주터미널→용문터미널

대원고속 56-3번(900)

12. 용문터미널→양평터미널

금강고속 직행버스(이미 여주에서부터 일이 꼬였으니 실패;;;)

13. 양평터미널→돌다리

금강고속 2000-1번(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집으로 귀환을 위해...;;;)

14. 돌다리→상봉역

대원운수 165번(역시 집으로 귀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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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절반밖에 성공시키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지만, 시내버스만 타고 경기도 외곽라인 따라 돌기를 하던 도중 저는 여주터미널에서 대원고속 용문행 버스를 간신히 잡아 탑니다. 정말 하마터면 놓칠 뻔한 일촉즉발의 순간이었습니다.

여주에서 용문으로 가는 버스는 금강고속에서 운행하는 것과 KD운송그룹에서 운행하는 것 두 종류가 있는데, 금강고속의 경우 여주터미널에서 출발하여 대신, 곡수리, 지평을 경유하여 용문으로 간 다음 양평까지 가는 반면, KD운송그룹의 경우 여주 임협에서 출발하여 여주터미널 앞, 북내, 구둔역앞, 지평을 경유하여 용문까지 갑니다. 중간 경유지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운행횟수는 금강고속이 하루 7번, KD운송그룹은 하루 5번이었죠.


여주~구둔~용문 노선의 특징 중 하나는 중앙선 철도역 중 하나인 구둔역 앞을 지나간다는 것. 제가 이 버스를 탔던 것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안성에서 37번을 타고 와서 여주터미널에 내려보니 때마침 여주군내버스 몇 대가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맨 앞에 있던 버스가 바로 용문행 버스였던 겁니다. 용문행 버스가 조금이라도 먼저 갔더라면 타지 못했을 상황이었죠.

 

제가 마지막으로 버스에 승차한지라 버스는 바로 여주터미널을 떠납니다. 사람들이 몰렸던 버스다보니 서서 가게 되어 많은 사진을 남길 수는 없었지만, 이 여주~구둔~용문 노선도 상당히 쩌는 재미있는 노선이었습니다.

 

 

일단 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여주읍사무소를 지나 여주대교를 건너더니, 금강고속 시내버스처럼 직진이 아니라 바로 우회전을 해서 신륵사를 지납니다. 그런데 이 버스, 안내방송이 안 나오더군요. KD운송그룹 시내버스들은 모두 EB안내방송을 사용하니 여기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오산교통 3-2번 이후 안내방송이 안 나오는 버스를 탄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그래서 신륵사가 어디인지 보지도 못했습니다. ㅜㅜ

 

여기서도 누가 KD 아니랄까 봐 정속운행을 해서 시속 60km를 넘기지 못하는 여주군내버스였지만, 사람들이 많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정차하는 일 없이 빨리 달립니다. 덕분에 북내에는 10분정도 걸려 도착하는데, 여기는 대신보다 좀더 시골스러운 느낌이 나는 곳이었습니다. 면사무소 소재지인데도 말이죠.;;;

북내를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이 조금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데 버스 안에는 학생 두 명과 저를 빼곤 다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기사아저씨조차 중년이 넘어 보였는데, 같은 경기도인데도 이럴 수가 있나요. 안내방송도 안 나오고 정류장 표시도 있는 게 감사할 정도다보니, 정류장 조사에는 애를 먹습니다. 북내를 지나 한참 올라가다가 꽤 번듯한 사거리가 나오는데, 때마침 주암분교 앞에서 내려달라는 분이 있어 여기가 주암사거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북내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사거리가 있다보니 다른 마을보다는 좀더 번듯해 보였습니다. 또한 이정표에 양동이 보이길래 여주에서 양동을 가는 버스는 여기서 양동쪽으로 가겠다는 걸 알 수도 있었죠.

하지만 여주에서 구둔역은 정말 멀었습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논밭과 나무들 뿐이었고 구둔역의 구 자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경치는 무지하게 좋았지만, 이 노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구둔역을 못 본다면 참 안타까운 일. 하지만 안내방송이 안 나오니 어디가 어딘지 알기가 의외로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암사거리를 지나고 나니 이제는 산골짜기를 따라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네요.

여주평야 그런 건 온데간데없었고, 양평/여주 군계를 지나니 그제서야 일신리라는 지명이 보입니다. 일신리는 구둔역이 있는 마을 이름이었기에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드디어 구둔역을 보겠구나 싶었죠. 일신2리를 지나서도 꽤 달리더니 그제서야 이정표에 구둔이 등장합니다.

 

▲ 이정표에 드디어 구둔이 보입니다.



버스는 예상대로 구둔으로 우회전하여 들어가줍니다. 예상치 못한 1차로 도로가 펼쳐지는데 처음에는 그럭저럭 갈 만한 정도였지만, 길이 더 좁아져서 버스가 꽉 끼는 모습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평지도 아니고 언덕길이었는데, 버스는 조금만 삐끗하면 추락할 수 있는 이 아찔한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 구둔역으로 들어가는 길은 1차로였습니다.

 

▲ 제가 타고 있는 BM090 로얄미디도 꽉 낄 듯한 1차로 언덕길도 나옵니다. ㄷㄷ;;;;;



구둔역으로 들어가는 길이 개쩔다보니 그동안의 지루함이 확 날아가 버렸습니다. 길이 쩔다보니 눈이라도 오면 구둔역에 버스는 결행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버스 여행자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단어가 바로 결행임을 생각하면 말이죠.;;;

 

또한 이렇게 재미있는 노선을 왜 이제서야 타게 되었는지 싶었는데, 금강고속의 양평~여주 군내버스는 타기가 싫어질 정도더군요. 매니아들은 맨날 서울버스 이야기에 뭐가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어느 한두 사람 잡아 까고 까이는 병맛같은 다툼이나 하고 있는데, 이런 노선들이나 좀 시간 알아내어 타봤으면 좋겠습니다. 버스 좋아해서 매니아 됐으면서 정작 동기와는 영 딴판인 행동이나 하고 있으니, 정말로 버스를 좋아하는 거 맞나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죠(매니아들에 대한 그분의 생각 또한 조금이라도 더 알 것 같습니다).

이 쩌는 길에도 정류장이 있었는데, 그 정류장을 지나 짧은 언덕길을 올라가니 순간 제 눈앞으로 집같이 생긴 건물이 하나 보이더군요. 그렇게 저는 사진으로만 보던 구둔역을 실제로 보게 되었습니다. 구둔역이 왜 문화재로까지 지정되었는지 감이 오는 순간이었죠.

 

 

▲ 중앙선 구둔역. 여기를 오는 버스편은 인근의 매곡역이나 삼산역에 비하면 사정이 낫지만, 여기도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곳입니다.

 

▲ 어렵사리 건진 구둔역 역명판.



어렵게 도착한 저를 맞아준 구둔역.
하지만 버스는 제가 이 아름다운 구둔역을 계속 보면서 여유있게 사진을 찍도록 허락해 주지 않습니다. 구둔역에서 2명이 내린 뒤, 버스는 그동안 많이 달렸으니 조금만 쉬었다 가도 좋으련만 바로 돌아나가버렸던 겁니다. 제가 앉은 자리는 맨 앞자리 바로 뒤의 자리라서 사진 찍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결국 구둔역 사진은 딱 2장 건진 게 다였습니다.

여주~구둔~용문 노선은 생각보다 타기 어렵다는 걸 생각할 때 정말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 마음과는 아무 상관 없이 버스는 다시 구둔을 빠져나가 지평을 향해 달립니다.


▲ 과연 저 열차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 이제는 지평,용문으로 향합니다.



구둔을 지나니 갑자기 짧지만 굵은 고갯길이 나왔습니다. 고갯길 이후로도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되는데, 생각외로 이 노선이 험한 길을 다니는구나 싶었죠. 월산리 입구를 지나 무슨 기도원 입구에서 버스 시간을 물어보시던 아줌마 두 분이 내리고, 저만 남은 채 버스는 지평을 향해 달립니다.

지평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네가 참 우중충해 보이더군요. 양평군이 1900년 초에 양근군과 지평군이 합쳐져서 생긴 군인데, 지평은 그 지평군의 중심이었으니 양평군의 한 기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곳이었건만 어째 지평은 침체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 조용한 분위기인 지평시내.

 

▲ 수도권 전철이 딱 한 정거장 떨어진 용문역까지만 운행하는 덕에 지평은 딱 한 끗 차이로 전철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지평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양동도 수도권 전철 요구를 하는 판국이었으니, 이 당시에는 양평군과 철도공사가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지 주목되는 상황이었죠.

 

▲ 한적한 지평역 버스정류장. 역 앞이지만 여기에는 버스가 하루 몇 번 다니지 않습니다.



지평을 지나니 용문은 금방이었고, 버스는 오후 4시 45분에 용문에 도착합니다.


▲ 활기찬 용문시내 전경. 수도권 전철도 용문역까지 들어올 예정이므로 여기가 어떻게 변할 지 궁금해집니다.

 

▲ 제가 타고 온 여주~구둔~용문 노선.



기사아저씨께 양해를 구해 버스를 사진으로 박고 용문터미널로 이동하니, 이럴수가 양평행 시내버스는 오후 5시 40분에 있더군요. 용문에서 양평으로 가는 버스는 그럭저럭 자주 있는 편이었지만 그마저도 블랙홀 타임이 있었습니다. 아다리가 참 안 맞았네요. -ㅅ-;;;

결국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용문터미널 시간표를 사진으로 박고 화장실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표에는 제가 타고 온 여주~구둔~용문 노선이 없더군요. 자주 다니는 버스도 아닌데 이걸 타고 다니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멀쩡히 있는 버스 시간을 왜 안 알려주는지 의문이었죠.

 

 

▲ (2장 모두) 이 당시의 용문터미널 시간표. 2023년 4월 현재는 새로 터미널이 지어져서, 이곳은 구 터미널로 불리게 되었죠.

 

▲ 용문 시내 구석에 있던 공중화장실. 이 때를 기점으로 각지에 화장실 건설 사업이 시작되었죠.

 


화장실을 들른 저는 운봉마트로 걸어갑니다. 용문에서 직행을 타고 양평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직행은 용문터미널이 아닌, 뒤쪽에 운봉마트에 정차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양평까지 직행버스를 타고 간 뒤(용문에서 양평 간 수요가 많은지, 20km 떨어진 거리지만 그냥 1100원 기본요금만 받더군요), 10분 뒤 출발하는 2000-1번을 타고 돌다리에 내린 다음 165번으로 상봉역에 가서 7호선 열차를 이용하여 집으로 귀가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시내버스만 타고 하루만에 경기도 외곽라인 일주하기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여주~구둔~용문 노선을 타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