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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6월 18일 -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귀래리 시내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4. 10.

오늘은 그동안 타보고 싶었던 오지노선인 수원여객 25-1번을 타기 위해 서둘러 11번을 타고 수원으로 갑니다. 귀래리로 가는 25-1번은 운행횟수가 적었고 종점에서 나가는 것도 만만찮을 듯했지만, 어쨌든 타는 것이 중요했기에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11번이 제때 경기대에 도착하지 못할 듯하여 화성행궁에서 내리게 되었죠. 어차피 화성행궁에서 경기대까지는 작년에 가 본 적이 있었고, 25-1번은 경기대에서 출발하여 장안문(북문), 팔달문(남문)쪽으로 가는 다른 노선들과 똑같은 운행경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경기대에서 타나 화성행궁에서 타나 그게 그거였습니다. 화성행궁에서 내리자 마자 서둘러 건너편 정류장으로 이동하니 드디어 버스도착 안내기에 25-1번이 나오더군요. ㅎㅎ

 

 

▲ 화성행궁은 지나는 노선의 숫자가 많은 곳이지만, 25-1번이라는 번호가 안내기에 나오는 것은 보기 어렵습니다.



5분 기다리니 정남 가는 25번이 지나가고 드디어 25-1번이 옵니다. 버스는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들었고, 수원에서 난이도 최상급인(25-1번 시간표를 찍어보기 전까진... 그랬었죠) 오지노선을 드디어 타본다는 기쁨이 밀려옵니다. 사실 수원에서 25-1번보다 운행횟수가 적은 노선은 2개가 더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타본 지 오래였으며, 종점에서 나가는 난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귀래리에 오는 버스는 25-1번 하나뿐이며, 귀래리는 빠져나가기 쉬운 동네 같지는 않았죠. 본인도 25-1번을 타기 전에 종점에서 어떻게 빠져나갈까 꽤 고민을 했었으니 말입니다. 싸이월드 블로그에 있던 여행기를 다음 블로그로 옮겨 적게 되었었던 2011년 현재는 30분 이상 걷는 것이 힘들지 않게 됐지만, 이 당시에는 나름 용감한 시도였습니다. 지금 다시 이 여행기를 읽어보니 그 때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ㅋㅋ

 

 

▲ 팔달문을 지나는 25-1번. 팔달문은 항상 자동차와 버스로 북적거리지만, 25-1번은 그 가운데에서도 조용히 다니고 있었습니다.

 


팔달문을 지난 버스는 수원역이 아니라 세류 쪽으로 향합니다. 25-1번은 25번과 45번 등과 더불어 수원역을 경유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수원시내버스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신호등이 은근히 많아서 가다 섰다를 반복하고 있었죠. 팔달문에서 15분쯤 지나자 세류역에 도착합니다.

 

 

▲ 매교동에서 세류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차들도 많고 신호도 많았습니다.

 

▲ 25-1번이 유일하게 지나는 전철역인 세류역. 25번 역시 여기서 탈 수 있습니다.



세류역을 지난 이후 버스는 바로 비상활주로라고 불리는 큰 도로에 진입합니다. 활주로가 있는 곳이 세류역 가까운 곳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듣던 그대로 활주로같이 생겼더군요. 이 비상활주로는 성우운수 301번이 엄청나게 속력을 낸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곳이지만, 아쉽게도 25-1번은 그리 빨리 달리지 않습니다. 안전 측면에서 생각하면 무척 다행인 일이었지만, 활주로 스피드는 역시 301번 정품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나 봅니다. -ㅅ- ㅋ

 

 

▲ (2장 모두) 세류에서 병점으로 가는 길인 비상활주로. 25-1번은 사진에 보이는 앞차들이 멀어질 정도로 천천히 여유있게 달리기만 했습니다.



활주로 구간이 끝나니 병점 입구가 나옵니다. 병점역으로 가려면 여기서 내려야 했던 게, 버스는 병점역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바로 정남쪽으로 우회전을 해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학생 몇 명이 내립니다.


▲ 병점 입구. 버스는 정남 쪽으로 우회전을 하게 되어 1번 국도와는 작별을 고합니다.

 

▲ 병점을 떠나 점점 외곽으로 가기 시작하는 버스.

 

▲ 제가 탄 버스는 수원여객 25-1번입니다.



병점역 고가를 넘은 버스는 안녕리에 도착했는데, 안녕리는 예전에 비해 동네가 커진 상태였습니다. 안녕리는 사실 16-2번을 탔던 날, 수원과학대에서 35-1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병점역까지 가면서 지나갔었던 적이 있지만, 다시 와봐도 뜻밖이었죠. 마치 제2의 와우리를 보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지만, 그 안녕리를 지나니 가면 갈수록 시골의 느낌이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 (2장 모두) 안녕리를 지나니 왕복2차로 시골길이 등장합니다.



안녕리를 지나 남쪽으로 계속 달리니 드디어 정남에 도착합니다. 정남은 조용한 동네였는데, 마치 10몇년 전의 우리 동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면 논밭과 허허벌판이 펼쳐지는 그런 곳이었죠.

 

▲ (3장 모두) 드디어 와보는 정남. 수원여객 25번이 오는 그 정남이기도 했습니다.



수원여객 25번과 25-1번을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덕신상가라는 곳이었는데, 덕신상가는 어떻게 생겼길래 상가라고 그러는가 싶었는데 의문이 풀렸습니다. ㅋㅋ


▲ 정남면 시가지 남쪽에 위치한 덕신상가의 모습. 25번의 종점이기도 했습니다.



덕신상가를 지나니 정남 시가지도 끝이었고 다시 시골길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도로 이정표에도 금방 목적지인 귀래리가 등장하였죠. 이 길은 3-2번을 타고 지나가 봐서 이미 낯익은 길이었으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귀래리로 들어가는 겁니다.

 

 

▲ (2장 모두) 드디어 이정표에 등장하는 귀래리. 이번에는 저 귀래리로 좌회전하여 들어갑니다.



드디어 버스는 좌회전을 하여 귀래리로 들어가줍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정말 아까와는 다른 별천지였지만, 정류장 표지판은 사거리와 계향리(검불이) 쪽만 있다보니 어디가 정류장인지 종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믿었던 안내방송도 계향리만 나불대고 있더군요. -ㅅ-;;;

 

 

▲ (3장 모두) 귀래리로 들어가는 버스. 1차로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ㄷㄷ;;;;

 

 

1차로 길을 계속 달리다보니 예상못한 언덕길까지 등장합니다. 짧았지만 굵은 그런 곳인지라 깜짝 놀랐습니다. 이 언덕길을 넘으니 드디어 귀래리가 나왔고, 그동안 네이버 GBUS 카페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귀래리 버스종점도 실제로 보게 되었죠.


▲ (2장 모두) 언덕길까지 나오는 것은 정말 예상못했습니다. 와 ㄷㄷ;;;;

 

▲ 마을 어귀에 세워진 귀래리 비석. 저 비석은 나중에 여길 다시 왔을 때도 그대로 잘 있었습니다.

 

▲ 귀래리의 1차로는 종점까지 계속될 듯 합니다.

 

▲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았던 귀래리 버스종점 정류장을 봅니다.



귀래리 정류장 바로 앞으로 가니 버스가 겨우 돌릴만한 공터 하나와 함께, 주변에 집 몇 채 있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귀래리 종점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는 게 어디인가요. 저는 기사아저씨께 양해를 구해 25-1번 시간표와 귀래리 종점에 주차되어 있는 25-1번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허락해 주신 기사아저씨께는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 이 당시의 수원여객 25번과 25-1번 시간표. 귀래리를 가는 25-1번은 하루 5번 운행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표 덕분에 하루 딱 한번 있는 25번 관항리 지선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 (3장 모두) 수원여객 오지노선 중에선 난도가 높은 편인 25-1번. 1차로가 있는 대박 노선이었습니다.

 

▲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귀래리 버스정류장. 버스는 하루 5번만 들어오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 버스가 들어왔던 길. 출발시간이 되면 왼쪽 길로 다시 나갈 것입니다.

 

▲ 버스정류장 귀퉁이에 써있던 시간표. 정확한 시간표와는 몇 분 오차가 있지만 얼추 맞아들어갑니다.



정류장 한쪽 귀퉁이에 매직으로 적혀있던 시간표는 2011년 현재도 대충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1년 주기로 오지노선 시간표를 바꾸는 경향이 있는 수원여객이지만 다행히 25-1번은 시간표가 그닥 많이 바뀌지 않았죠(그분의 제보입니다....아무튼 안 바뀌어서 다행입니다).

 

 

▲ (2장 모두) 이번에는 다른 각도로 ㅋㅋ



제가 계속 이 공터에 있으니 기사아저씨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래서 수직리로 가서 오산 가는 거 타겠다고 말씀드리니 기사아저씨께서도 그 방법이 있다는 걸 아셨는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버스는 사람 한 명을 태운 채 오후 3시 40분이 되자 귀래리를 떠났고, 적막함을 제게 남겨주었죠. 이제 버스는 3시간 뒤에 다시 이곳에 나타날 것이며, 그 차가 귀래리를 나가는 막차가 될 겁니다.

 

 

▲  버스가 떠난 후 다시 찍어본 귀래리 버스종점. 가끔 차들이 왔다갔다하는 걸 빼면 조용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버스는 때가 되면 다 온다는 거 ㅋㅋ

 


이제는 슬렁슬렁 걸어 귀래리를 떠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약간의 난관에 부닥치게 되는데, 종점 바로 앞 식당에 큰 개가 있었던 겁니다. 보자마자 짖을 것 같아 잠시 몸을 피했다가 다시 살금살금 빠져나가는데, 개가 저를 보긴 했지만 다행히도 짖거나 공격하지는 않더군요. 정말 오지여행의 가장 큰 적은 개입니다. 하저리에서는 묶여 있지 않은 동네 들개를 봤었는데 그나마 이번 개는 묶여 있긴 했으니 상황이 더 낫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몸서리가 쳐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ㅅ-;;;

 

 

▲ 귀래리에는 중소기업들이 많았습니다.

 

▲ (2장 모두) 수직리로 나가는 길. 생각보다 멀었습니다. 날씨는 더운데 그늘도 없어서 더 그랬던 듯 -ㅅ-;;;

 

▲ (2장 모두)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귀래리의 푸른 논. 이제 김매기를 해야할 때가 다가올 겁니다. -ㅅ- ㅋ

 

▲ 귀래리에서 인하대학교라는 이름을 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논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데 어라?

갑자기 도로 공사 현장이 나오는데, 번듯한 길이 멀리 건설중인 것도 보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에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2023년 4월 현재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로서 알려진 그 고속도로가 지어지는 현장을 본 것이었죠. 바로 이곳 근처에 고속도로 나들목도 만들고 있었는데, 이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그 나들목 때문에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 이곳에서 오산으로 나가는 길이 생지옥이 될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 (3장 모두) 갑자기 등장한 도로공사 현장. 통행을 할 수는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ㅅ-;;;;

 

 

도로공사로 인해 생긴 터널을 지나니 멀리 왕복2차로 도로가 또 보입니다. 수직리에 다 와간다는 증거이자, 귀래리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마무리가 되어간다는 증거였습니다. 왕복2차로 도로에 이르니 오산교통 2번이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 도로공사로 인해 생긴 터널을 지납니다.

 

▲ 이제는 수직리에 다 와가고 있었습니다. 귀래리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죠.

 

▲ 때마침 보이는 오산교통 2번 시내버스. 이젠 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으로 빠져나와 생존에 성공합니다. ㅋㅋ

 

▲ 향남읍이라는 이정표가 바로 근처에 있었습니다.

 

▲ 오산 방향으로 찍어본 다리. 수직교라는 다리였습니다.

 

▲ 저 길로 들어가면 귀래리로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온 곳은 정남면과 향남읍 경계였습니다. 처음에는 길 건너서 바로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정류장이 아니었는지 승차거부를 당하고 말았고, 결국 향남읍 쪽으로 걸어가보니 부처내 정류장이 나옵니다. 좀더 앞으로 가니 부처내삼거리도 나오는데, 부처내와 귀래리가 서로 붙어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귀래리를 빠져나온 이후 처음 보는 버스정류장. 여기에서 버스를 타야 했지만, 물을 사야 해서 부처내삼거리쪽으로 조금 더 걸어봅니다.

 

▲ 오산교통 2번과 111번이 갈라지는 부처내삼거리.

 

▲ 제가 물을 샀던 슈퍼입니다.

 

 

부처내는 오산교통 111번도 지나는 곳인데다, 111번은 자주 다니는 노선이었으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일단은 목이 말랐기 때문에 부처내삼거리에 있던 슈퍼에서 물을 사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왜 그리 땀이 났냐고 물어보시길래 귀래리에서 걸어왔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놀라시면서도 귀래리에서 걸어와 버스 타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귀래리에서 걸어와서 버스 타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

 

물을 마시며 갈증해소를 한 저는 걸어오면서 봤던 부처내 정류장으로 되돌아와 상태 수리를 합니다.
이제는 오산역을 가기로 하고 111번을 타게 되었고, 버스는 덕절리와 가장동을 지나 30분 정도 걸려 오산역에 저를 내려주었죠. 

 

 

▲ 이 당시의 오산역 열차 시간표. 이곳은 수도권 전철 1호선이 다니기 때문에 무궁화호 열차만 하루 3번 정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택을 가자니 시간 상 힘들 것 같아 결국 전철 타고 집으로 귀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pilogue>

제가 25-1번을 타고 귀래리를 다녀온 후, 1년 하고도 몇 달의 시간이 지난 2011년.

당시 석준형의 시승기를 자주 보았던 저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석준형이 25-1번을 타보게 되었는데, 그날 시승기를 읽어보니 25-1번이 문학리를 들르게 바뀌었다는 것과 더불어 귀래리로 들어가는 길은 왕복2차로로 확장됐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본 이 날 귀래리의 1차로 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이죠. 석준형도 1차로를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던 기억입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