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다가 그동안 한번도 안 가본 용인을 가 보기로 하고, 오전 8시 10분에 안산역에서 수원여객 11번을 타고 수원역으로 갑니다. 정말이지 수원여객 11번은 너무 안습입니다. 11번에 대해 불만이 있어서 안습이라고 한 게 아니라, 수원역까지 11번 버스를 타면 좌석버스하고 기껏해야 10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수원역에서 환승 필요 없이 시내까지 한방에 갈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는데도 외면을 받으니 말이죠. 또한 110번, 707번, 909번 좌석 세 가지 중에서 제일 뜸하게 오는 110번만 수인산업도로 무정차로 수원역을 가도 좋을텐데 전~혀 그럴 분위기는 없어 보이니 여러모로 아쉽기만 한 안산~수원 이동입니다.
11번은 오전 9시 10분이 되어 수원역 북측광장에 저를 내려주고 경기대를 향해 떠났습니다. 용인으로 가는 경남여객 10번은 11번 내린 곳에서 바로 타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버스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죠. 10번은 바로 몇 주 전만 해도 수원역에서 안성 죽산까지 가는 경기도 일반시내버스 장거리 노선 TOP 5 안에 들었지만, 올해 5월 말에 백암으로 단축이 되어버린 역사가 있는 노선입니다. 저도 10번은 늘 시간대가 안맞아 아쉽기만 한 양평 2000-2번과 더불어 타보고 싶은 노선이었던만큼, 경남여객의 노선 단축은 참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10번을 타려는 이유는 그동안 몰랐던 노선버스이기도 하고, 노선이 얼마나 긴지 궁금해서 타보려는 호기심의 발로였을 뿐이지만 말입니다. -ㅅ- ㅋ
하지만 경남여객이 괜히 멀쩡한 노선을 쪼갰을 리는 없기에 그러려니 할 뿐입니다. 10번은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듯 했는데, 조금 기다리니 드디어 10번이 옵니다.
수원역을 출발한 버스는 이춘택병원, 녹산문고, 원천유원지, 영통입구를 지나 용인에 진입합니다. 수원 시내를 지나며 많은 사람들이 타는 가운데, 신갈오거리의 정체를 뚫고 용인터미널에 도착하니 1시간 10분이 걸렸죠. 하지만 경남여객도 수원여객과 똑같은 안내방송을 쓰는지라 문제없이 내릴 수 있었습니다. 수원역에서 용인터미널까지 오는데만 1시간 넘게 걸리니, 정말 경남여객 10번을 기점에서 종점까지 전구간 타면 편도로 2시간 이상 걸린다는 소리가 허무맹랑한 게 아니었더군요. 용인터미널에서 백암, 죽산까지는 아직도 한참 가야 할텐데 -ㅅ-;;;
다행히 용인터미널에 도착하니 비는 그쳐 있었습니다. 10번은 아예 터미널 승차장 안으로 들어오는 덕택에 정말 편하게 내릴 수 있었는데, 터미널은 온통 경남여객 버스 천국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시내버스들이, 한쪽에는 시외버스들이 막 드나들고 있었죠.
용인터미널 시간표도 찍어두고 잠시 터미널 구경을 하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본인은 시간표들을 쭉 살펴봤습니다. 현재 시간은 오전 10시 45분이었는데, 22-1번 지나가고 또 한쪽에서는 하루 9번 다니는 20-1번이 대기하다 떠납니다. 시간표들을 보니 20-1번도 시간이 얼추 맞길래 20-1번을 탈까 했었지만 내계일이 도대체 어디 있는 곳인지 알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용인에도 못 들어본 지명들 무지하게 많네요;;), 이천 가는 3번을 탈까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건 오산으로 가는 경남여객 24-1번이었습니다.
경남여객 24번은 용인에서 남사를 경유하여 오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였는데, 지선노선이 여러 개이며 용인에서 운전하기 힘든 길만 골라 다닌다고 일컬어지는 노선이었습니다. 그러다 경남여객이 24번 코스 개편을 하며(덕분에 타보고 싶었던 하루 한 번짜리 고삼 지선은 날아갔지요...ㅠㅠ) 제일 험난하다는 완장리, 방아리 경유 지선을 24-1번으로 독립시켰다는 소식을 사전에 접했었던 본인은 24-1번을 한번 타보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찰나였죠. 마침 24-1번 시간표 보니 시간도 맞겠다 이거 타고 오산으로 가기로 하는데, 오산에서는 3-2번 시간이 맞아들어가 그거 타고 발안 가도 되니 시간이 딱딱 맞습니다.
드디어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자 제가 탈 24-1번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완장리, 방아리 경유 지선으로 24번에 딸린 지선이 아니라 24-1번이라는 정식 노선도 되었건만, 행선판은 아직 그대로 있었습니다. 행선판에는 물론 완장리, 방아리가 꽂혀 있습니다.
버스는 저 외에도 여러 명의 손님들을 태우고 출발시간인 오전 11시 25분이 되자 바로 터미널을 떠납니다. 남쪽으로 달리던 버스는 서리에서 남사, 오산 방향으로 좌회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분명 이정표에는 지방도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지만, 길에 차선이 없더군요. -ㅅ-;;; 이런 길도 지방도가 될 수 있었나 좀 놀라울 따름이었는데, 가면 갈수록 흙길이 나타납니다. 버스는 연신 쿵쾅거리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는데, 반대편에 차라도 만나면 무조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만 앞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길 옆 나무들이 버스에 닿을 정도로 좁았던 길을 지나니 완장리가 나왔습니다. 안내방송은 친절하게도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완장2리, 완장2리만을 나불대는 때도 있었지만, 그나마 정류장 표시가 있는 곳도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버스는 여전히 쿵쾅쿵쾅 흔들리며 앞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용인으로 가던 24-1번과 교행을 하는 장면도 보게 됩니다.
용인터미널 쪽으로 가는 24-1번과 교행을 마치니 드디어 나옵니다. 논두렁길을 달리는 장면이 말이죠. 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1차로의 이 완장리 구간도 이곳 남곡사거리에서 끝이 납니다. 여기서 버스는 다시 왕복2차로 도로로 나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완장리 이후 경유지가 또 한 군데 있었으니, 이름하여 방아리!
완장리 구간이 끝나고 만났던 큰길도 잠시, 버스는 또 시골길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오르막길뿐만 아니라 집들 사이를 요리조리 왔다갔다하고 있더군요.;;;
제가 탄 버스를 사진으로 찍는다면 정말 대박이겠다 싶었던 그 논두렁길을 지나니 금방 방아리 구간이 끝납니다. 완장리 구간만큼 길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듯 했지만, 방아리에서 버스가 교행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그저 다행이었죠.
남사를 지난 버스는 곧 오산으로 향하는데, 금방 갈 줄 알았던 오산은 의외로 멀었습니다. 결국 용인에서 탄 지 1시간 넘게 지나서야 종점인 오산역에 내릴 수 있었죠. 다시 와본 오산역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 333번과 2번 외 여러 버스들의 시간표가 정류장에 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제가 타려는 3-2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리 알아간 시간표에 의하면 오산역에서 오후 1시 10분에 발안으로 출발하는데, 오지노선들을 타보다 보니 40~50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만 도대체 어디서 버스를 타야 된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죠. 오산역 정류장에 3-2번 노선도도 붙어는 있었지만 정류장에 붙어 있는 노선도에는 이미 폐선된 것들도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신뢰가 가지 않았고, 버스 도착 안내판에서도 3-2번은 도무지 나오질 않으니 과연 이곳에 버스가 올 것인가 하는 의문에 싸이게 되었습니다. 도착 안내 시스템은 구리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체계다보니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버스라도 도착 예정 소요시간까지 다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3-2번은 여길 경유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더군요.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정작 대답을 들어도 어딘지도 모르겠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한두 분이 바이더웨이 편의점 앞에 정류장에서 타면 된다고 하길래 오산역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 편의점은 코빼기도 안 보이더군요. 그나마 저와 똑같이 3-2번 기다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지만 그분도 모른다고 하십니다. -ㅅ-;;
허탕을 치고 다시 돌아오니 오산교통의 다른 기사아저씨들이 한쪽에서 이야기들을 하길래 그분들께 여쭤봤더니, 3-2번? 그거 언제 올 지 모른다며 기사가 잘 걸려야 시간 맞춰 오는데 어쩌구 하시네요. 타는 곳은 아까 들었던 것과 같이 바이더웨이 앞에서 타라는데, 그게 어디 있는 건질 모르니 미칠 지경이었죠. -ㅅ-;;;;
그래도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에는 3-2번의 운행경로가 오산역 인근에서 P턴하는 형태로 운행한다고 표시되어 있었으며, 제가 서 있는 오산역 정류장에도 3-2번이 오게 되어 있어 여유있게 기다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후 1시가 지나고 1시 10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더군요. 오는 거라고는 맨 111번 7-6번, 707번뿐이었는데, 결국 용인에서 온 24-1번이 도착하는 것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타고 온 바로 다음 차가 오산역에 온 걸 목격하고야 만 것이죠. 잘 안 다니는 24-1번의 다음차까지 보는 지경인데도 3-2번은 여전히 소식이 없네요. ㅠㅠ
결국 3-2번은 놓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배가 고파 근처 중국집에서 천천히 점심 해결을 하고, 다시 바이더웨이를 찾아본 뒤(물론 이때도 발견 못했습니다) 다시 오산역앞 정류장으로 돌아옵니다. 아까 같이 있었던 할머니께서 여전히 3-2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정류장에 돌아오니 그냥 다른 데 가버린 줄 알았다며 반가워하시더군요. 똑같은 버스 기다리는 처지인지라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할머니께서 뭔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기사아저씨와 통화해서 이제 발안 출발했으니 오산역 앞으로 올 거라는 둥, 기사아저씨께 뭔가 갖다 드릴 게 있다고 하시는 둥...
아무튼 저는 할머니와 같이 3-2번을 기다리게 되었고, 오후 3시 10분이 되니 드디어 화성운수 3-2번 카운티가 제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할머니를 보시더니 무지하게 잘해주시는데, 요금도 받지 않으십니다. 아까 할머니의 말씀도 그렇고 지금 기사아저씨의 태도도 그렇고 뭔가 이상했으나 진실은 금방 밝혀지는데, 저와 같이 기다렸던 그 할머니께서 다름아닌 기사아저씨의 어머니였던 겁니다. 어머니가 아들이 운전하는 버스를 기다린다니, 정말 멋진 장면이면서 뭉클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저와 같이 이거 기다렸다고 말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제게 특이하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물어보십니다. 사실 발안 가는데 111번 타면 될 걸, 굳이 잘 오지도 않는 3-2번을 거의 3시간씩이나 기다렸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거 궁금해서 한번 타보려고 왔다고 하니 특이하다 하시면서도 저를 이해하셨는지 이야기 보따리를 푸시더군요. 기사아저씨께서 40대 정도로 보였는데, 의외로 환갑이 다 되셨다고 합니다. 오산교통에 들어간 지는 1주일 됐으며 입사 후 처음으로 몰게 된 노선이 이 3-2번이라는데, 제가 할머니께 3-2번은 이거 한 대로 다니는 거라 시간 맞추려면 아저씨 많이 힘드시겠다고 하니 웃으십니다.
오산역 앞 정류장을 떠난 버스는 길모퉁이에서 출발시간이 될 때까지 멈춰 있다가 가는데, 3-2번이 오산역 인근에서 어떻게 운행하는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산역 앞 정류장에서는 사람들 내려주기만 하고 태우지는 않으며 아까 본인이 들었던 대로 바이더웨이 편의점 앞에서 타야 된다고 하는데, 기사아저씨께서 알려주신 정류장을 본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죠. 알고보니 오산역 앞 큰길에서 평택방향 301번, 2번, 2-2번을 타는 정류장 바로 건너편이었으며, 정류장 지붕에 가려서 바이더웨이가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냐잉 -ㅅ-;;;
버스는 오산역을 출발한 이후 바로 오산대 앞을 지나더니 정남으로 큰 길을 달립니다. 기사님께서는 "길이 참 좋아졌어. 정남 가는 길이 이렇게 넓어지다니 뜻밖이야." 하십니다.
정남은 오산역에서 25분이 걸렸습니다. 할머니와도 대화를 하시던 기사아저씨께서 정남삼거리에서 발안 쪽으로 좌회전을 하면서 시계를 한번 보라고 하시는데,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3시 55분이더군요. 기사아저씨께서 운전석 위에 붙어 있던 시간표를 가리키며 여기 적힌 정남 시간이 정남삼거리 시간이라고 알려 주시는데, 시간표와 현재 시간이 정말 딱 맞다는 것에 놀랐죠. 또한 3-2번은 111번에 비해 돌아가서 승객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정남 지나서 타신 할아버지 한 명 끼워서 이야기 하던 중간에도 이거 기름값이나 나오겠냐는 말이 나오더군요. -ㅅ-;;;
그런데 시간표를 슬쩍 보니 "직" 이라는 글자와 "가" 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건 뭔지 여쭤보니, "직" 은 관리라는 마을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가" 라는 것은 차고지인 가장동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직" 자 적힌 시간대에 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휴;;;;
정남을 지난 버스는 귀래리입구와 증거리를 지나 갈천리에서 111번 다니는 길로 합류합니다. 동오리를 지난 버스는 곧 좌회전을 하였고, 급하게 뛰어오던 학생 두 명을 태우고 관리 안길로 진입합니다. 관리에도 1차로가 있었는데, 1차로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쩔었습니다. 카운티라 그 진동은 두 배이지만, 쩌는 길을 가는 맛 때문에 버스 타죠. ㅋㅋ
관리를 지난 버스는 향남교회에 백토리를 거쳐 길성리입구로 나오는데, 길성리 입구에서는 길 모퉁이 한쪽에 주차되어 있던 77번도 봅니다. 77번도 나름 시승가치 있을 노선이라는 감이 옵니다. 다음 번에는 77번과 78번 시승을 ㅋㅋ
발안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0분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다시 이거 타고 오산 나갈 거라 하시고, 저는 남양으로 이동한 후 330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므로 기사아저씨께 작별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또 오겠다는 인사를 드린 저는 발안에서 13-2번을 타고 남양으로 간 뒤 330번을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기사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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